활인검2 (EP3.놀부들)
작성자
yeongbeome2
작성일
2024-07-14 21:32
조회
62
놀부들
상도는 도성 안의 이구석 저구석을 살피며 걸어간다.
그는 다리 밑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늦은 밤에 사람들이 잠은 안자고 다리 밑에서 떠들고 있다니.....
저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리라.....’
상도는 다리 가까이 인기척이 나지 않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들을 별빛으로 하나하나 뜨더본다.
별빛아래 다리 아래 어둔 것으로 몸을 감고 있는 그들, 그들은 글자 그대로 세상을 비비꼬며 한이 풍겨나게 한이 몸에 저려진 모습들이다.
두다리를 쭉뻗고 앉아 있는 사람, 무릎하나는 세우고 앞가슴을 풀어헤치고 다리 하나는 거적대기 위로 쭉피고 있는 사람, 다리 기둥에 기대앉아 두다리를 오그려 두무릎을 세우고 봉두난발한 사람, 흙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사람, 무릎을 세워 팔굽을 받치고 턱을 괴고 있는 사람, 땅바닥에 옆으로 누운 사람들이 상도의 눈속으로 좇아든다.
“이거 우리는 나라가 뒤집어져도 별수가 없구먼그랴!”
“그럼 자네는 나라가 뒤집히면 놀고 먹을일 생길줄 알았나?”
“저 박서방은 한자리 할 꿈을 꾼게지......”
“이사람아! 내가 배우지도 못했는데 한자리는 무슨 한자리.....”
“그 청송교화소에서 감옥살이 하던 사람들이 한자리씩 하고 있는데 자네라고 못할게 무엇 있나?”
“모르는 소리...... 그 청송에서 감옥살이 하던 사람들 가운데 억울하게 옥살이 하던 사람들이 말일세..... 뭐시냐 정치를 잘못한다고 바른말하다가 잡혀 들어간 사람들중에 유식한 사람이 뽑혀서 한자리를 하는거라고 들었네.....”
“자네는 귀가 아주 밝구먼!”
“이번에 전노왕을 몰아낸 사람은 영웅이라고 하더라고.....”
“그렇다고 나도 들었지......뭐시냐 그 전노왕을 몰아냈으면 으레 왕노릇하는게 지금까지의 반란한 사람들이었는데 그 뭐라더라?.....”
“영웅 이름 몰라서 그라나! 영웅 성씨가 상도라고 들었네만.....”
“그랴! 그 상도라는 분은 못되게 구는 왕을 죽이고 백성을 도탄에서 구출하는 일만 한다는구먼! 그러니까 우리 나라 역사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 아닌가?”
“그런분이 우리들을 보살펴 주는 일도 하셨으면 좋겠구먼!”
“일자리야 우리가 찾아서 일을 해야지. 관리들한테 억울하게 당하는 일만 없어두 살만한 세상이지......”
“그럼! 내가 오늘날 거지가 된게 그 망할놈의 포사놈이 나를 생으루 죄를 씌우지만 않았어두...... 감옥살이를 고자관놈이 어느 정도만 시켰어두 다리 밑을 찾아다니며 잠을 청하는 신세는 안됐을 걸세!”
“너무 세상이 사람 살기가 험하니 우리 같은 걸뱅이들이야 별수 없지.
세상이 뒤집어져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해도 뭐가 있어야 장사도 하지....”
“밭데기라도 있어야 농사를 짓고 사는데 그 돈냥이나 있는 놈들이 땅을 모두 차지하고 있으니....말한들 넋두리지......”
“관리 노릇한 놈들은 뇌물을 먹어서 돈도 있고 땅도 많이 있다는데......
이런 일도 공평하게 농지개혁을 해서 없는 놈에게도 땅을 줘서 살게 했으면 좋겠구먼.....”
“영웅님이 빈부귀천을 없애주면 좋겠네.....”
“부자씨, 가난뱅이 거지씨가 따로 있는게 아닌데.....
나라의 살림하는 분들이 뇌물을 먹어 축재한 사람들의 재산을 환수하여 가난뱅이들에게도 죽이라도 먹게 해주면 좋겠네 그려.....”
“야, 이사람아! 김서방 허황된 꿈은 버리게나..... 사람이란 분수대로 사는 거라네! 분수를 모르고 허황에 집착하면은 도둑놈이 되기 쉽지.....”
“내가 뭐 틀린말 했냐? 고관대작질하던 놈들이 도둑질하고 뇌물많이 처먹은 것을 법을 만들어서 토하게 만들어야 그게 된다는 말인데 그게 무슨 푼수까지 간다고 핀잔이냐?”
“니 말이 맞는 말이나 그런 걸 알고 정치를 해줄 사람이 있겠냐 말이지.......”
“그려! 거렁뱅이 말이라도 옳은 건 옳은거여라! 고것이 개혁이라는 거시라고.....”
“야, 이사람들아! 개꿈도 안되는 소리는 그만들 둬버리셔.....
저녁밥을 빌어먹은게 찰밥을 한술했다냐 어째그리 말들이 많당가 잉!”
“밥을 못먹어 허기가 졌어도 하고 죽을 말을 해야 하능거셔.....
이때껏 정치를 잘못한다고 임금을 내쫓아버리고 새왕이 들어서고를 수도 없이 했지라. 그랬어도 잉. 없는 것들이 칼자루를 잡어서 그런지 잉. 새로운 도둑놈이 생기고 했지라......
도둑질하는 놈만 바뀐거랑께.......
그랑께 없는 백성들은 누가 임금이되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지라.....
포악하고, 부패정치꾼을 몰아냈다고라.....
영웅이 몰아냈다고 했지라.......
영웅의 뜻을 따라 밑의 놈들이 정치를 잘한다고 보증은 할 수 없는거셔. 두고봐야지.......어디 내 말 틀려라!”
“왜 아녀...... 고관대작 도적들이 백성들을 착취를 너무 해싸서 밥빌어 먹기도 어렵당께...... 집집마다 쌀을 수십섬식 빼앗아 갔다고 그라더라고 잉..... 뭐.....어음으로..... 이번에 쫓겨난 것들이 받아가서 생으로 빚을 졌승께 밥 줄 형편이 안됭께 오지말라고 하더랑께.......큰일이 났당께.....”
“이봐 김서방! 그 고자관놈이 자네를 못살게 했는데 이번에 영웅 님이 그놈의 원수 갚아줬다면서.....”
“그놈 생각만 해도 분하당께.... 그 고자관놈이 글세 포사놈이 꾸며댄 말만 곧이 듣고 말여..... 내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나를 감옥에다 처넣는 통에 몇 년 옥살이를 하고 나니 여편네는 울화병이 들어 죽고 노모는 굶어서 세상을 뜨셨으니 그놈이 나를 아주 망해놨다니께....”
“그 포사놈들은 사람을 못살게 하는 것들이지......”
“라 서방말이 맞다고라.....”
“포사한테 잘보여야지 잘못 걸렸다가는 몇 년 감옥살이는 당하는거셔라..... 그랑께 우리 같이 백성 축에도 못끼는 사람은 포사앞에서는 기어다녀야 하능거랑께 그라네......”
“민서방이 한말도 일리가 있다구.......”
“나가 걸뱅이 되기 전에 밥술이나 먹을 때 포사에게 당한 야기지라......”
상도는 슬그머니 일어나 인기척을 내며 걸뱅이들에게 다가간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헛기침을 한 번 한다.
걸뱅이들은 졸지에 근거리에서 기침소리가 나면서 자기들에게 사람이 다가오자 조금은 당황스러한다.
“오시는 분은 누구여?”
걸뱅이 하나가 서둘러 묻는다.
“나는 죽음 밖의 길이 어떤가를 연구하러 다니는 사람이오!”
“우리 가운데는 죽음 밖을 아는 사람이 없응께 딴데가서 알아보시요!”
“아니 기분 나쁘게 죽음 밖이 뭐이가? 응?”
“사람이 살다보면 으레 겪는게 죽음인데 그게 뭐 흉한 소리라고 할게 있습니까?”
“걸뱅이들이 죽을날이 돼서 죽음의 사자가 오시는 모양이구먼”
“나는 더 공밥을 죽이다가 죽어야 쓰갔는디”
“여러분들의 이야기 소리를 오면서 들으니 귀담아 들을 말이 많습디다그려! 내 여러분의 가르침을 받아 참고할 일이 있어 왔으니 기탄없이 조언을 해주길 바라마지않습니다!”
“어려운 문자를 무식한놈들에게 쓰는 걸 보니 유식한 사람인 모양인디.....”
“댁은 누구셔?”
“예, 저는 상도라는 사람이외다!”
“아니 그럼!”
“저짜슥이 좋은 일하고 있으신 영웅님의 이름을 사칭하네!”
“나는 내 이름이 상도지 영웅이 아닙니다!”
“우리는 보다시피 걸뱅이래두 영웅님은 안다고라! 이짜슥이 버릇이 없이 영웅님의 이름을 때 묻히려고 그라네!”
“우리 이름 가지고 다투지 맙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상도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니 우리 쓸데없이 다투지를 맙시다.”
“허기는 그려. 세상에 동명이인도 많은겅께”
“그래도 그렇지! 지금 이나라를 개혁하고 있는분을....”
“야기부터 듣고 따져보더라고....”
“찾아온 용건부터 말해보더라고잉!”
“우리는 다리 밑에서 잠자고 사는 인생잉께”
“고맙습니다! 저의 부탁드릴 말씀은......저.... 여러분은.....”
“더듬지 말고 말해봐 이사람아! 이름은 영웅이신 상도님이라면서.....젊은 사람이 ..... 밤이라 보이질 않아 더듬나......”
“아, 예....... 좀 자존심이 상하실까봐서......”
“걸뱅이가 무슨 자존심이 있겠나 이사람아!”
“형님 그지는 자존심이 우째 없능기요? 내도 자존심 빼놓면 쓰러지는 사람인지 모르능교?”
“우리가 자존심이 있다고 하면 동네개가 웃을걸세”
“우째 그런 일이...... 내사마 환장하갔네 정말루.....”
“사람팔자 우째 아능교 성님!”
“아, 예! 저는 여러분들이 무슨 사정이 있으셔서 가정을 버리고 이렇게 집을 나와 다리 밑에서 생활하시고 있는지 그게 궁금하여 그걸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거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정이 다 있지..... 그걸 어찌 내가 대답을 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 식사는 어찌 하십니까?”
“엑끼 이사람! 똥은 어떻게 싸느냐고 묻게나!”
“무슨 말씀이신지.....”
“거야 물으나마나 알 수 있는게 아닌가”
“민생고 해결은 밥을 얻어먹으니 해결이 되니까 살지 이사람아!”
“아, 예! 그러니까 거저 밥을 주는 사람이 있어서 밥을 얻어 먹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밥을 주는 사람이 없으면 구걸하는 사람도 안생긴다는 말씀이군요.”
“밥을 주는 사람이 없으면......걸어지가 없어진다. 이사람 이거 고약한 사람이구먼!”
“저런놈과 애시당초 객담을 하지 말라니까.....형님두.....”
“옛말에 값싼 동정은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그말이 맞는 말는 다는 것이 입증이 되고 있습니다.”
“젊은이! 말이 고약하군! 우리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을 자네는 지금 욕을 하고 있는 것인가?”
“밥 한그릇을 얻어먹으므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힘을 얻어...... 부지런히 일을 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려는 사람에게는 보약이 되는 값비싼 밥 한 그릇이 되겠지요.....그러나 여기 있는 여러분들처럼 날마다 주는 밥을 얻어먹고........”
“저런 시러베자식이.......”
“아가리 닥쳐! 이자식아!”
“흥분마시고 제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세요!”
거지들은 욕을 할 때를 만났다고 사방에서 상도에게 욕을 해댄다.
“저런 쌍놈새끼가......팍 저걸 그냥....”
“동지들! 저자식이 우리를 얼마나 매도를 하는지 끝까지 들어보기나 하세! 그리구 손을 보세나!”
“형님 말씀을 따르기루 하세나!”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세요!
그러니까 배가 부르니까 다리 밑에나 토굴이나 부잣집 추녀 밑에서 잠이나 자는 사람들에게.......밥 한그릇은 비상이지요 비상!
값싼 동정으로 인해 생을 포기하게 사람을 만드니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극약이 되는게 아니겠는지요.....
가정을 버리고 다리 밑에나 찾아다니면 어린 새끼들은 누굴 바라고 살겠소......
당신들처럼 당신들의 새끼들도 이 집 저 집 대문을 두드리며 ‘밥한술 줍쇼.......아주머니! 밥한술 줍쇼........ 길거리에 께벗고 앉아 한푼 적선합쇼.......’ 하는 걸뱅이 대물림을 하여 가업을 물려주는 애비마냥 나는 거지다! 그러니 너도 거지로써 걸뱅이 노릇 잘하거라 할 생각들이십니까?
사정이야 딱한 줄 압니다! 묘지에 가서 물어보면 무덤 속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한가지 이상 모두 있다고 합디다.
사람이 오죽하면 길거리에 나와 로숙을 하고 밥을 구걸하여 먹겠습니까?
원통한일 당해서 그런분도 있으실 것이고......
가계가 졸지에 기울어져서......
가족이 병이들어 약값으로 가산이 탕진되어서.....
세도 부리는 놈에게 강제로 집을 빼앗겨서......
생쥐같은놈에게 사기를 당해서.....
있는 부자놈에게 장사하는 것을 뺏겨서.....
길거리에 나 앉은 분도 있으실테고......
그러나 우리는 그런 이유 때문에 그런 못된 것들이 우리를 못살게 한다고 하여 맥없이 이렇게 주저앉아 있어서는 안된다 그말입니다.
못된놈이 병마가 나를 거지 만든다고 해서 무기력하게 나의 삶을 자포자기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이나라는 변하고 있어요.....
전노물이나 박희정이가 다스리던 무인정치를 받고 있는 때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아까 말한 그 상도라는 분이 여러분과 같은 분들이 새롭게 용기를 갖고 새출발을 할 수 있도록 악질 정치꾼 뇌물로 목욕하고 엽전 우린물이나 즐겨 마시는 것들을 청소하고 있습니다.
값싼동정은 자신을 위해 받지 맙시다. 그리고 일어나 새로운 서민의 시대를 열어 나가십시다.
이런말 들어 보셨는지요....
겉보리 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않는거라고 하는 말.....
사나이는 처가살이 하는 것도 수치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값싼 동정을 받아야 되겠습니까?
엽전한냥의 동냥은 주지 말라고 하는 말도 있지요.....
왜냐? 엽젼 하나가 엽전 하나 받는 사람을 거지로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지요......
여러분 내일 남대문 앞으로 오시오! 그러면 여러분 가운데 채용될 사람은 채용돼서 서민의 복지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이 붙어 있는 걸 보았소......방에 쓰여 있는 내용은 다 기억 못하나 좌우간 남대문에 가보면 상도라는 분이 여러분을 나라를 개혁하는데 일꾼으로 쓰실 것이요.....”
“그 말이 정말이요?”
“그런 일이......”
“내 말을 들어줘서 고맙소! 나도 여러분의 편이요! 나도 내일 남대문에 가려고 합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
상도는 그들 앞을 신속하게 빠져나간다.
걸뱅이들은 얼떨떨한 표정이 어둠에 덮힌채 말을 잃고 상도가 떠나간 방향을 바라보다 어두움의 밖을 생각해 본다.
상도는 걸어가면서 별이 반짝이는 하늘도 보고 어둠에 덮여 있는 땅도 내려다 본다.
‘그래...... 사람이 사는 속은 복잡다단하기만한게 인생살이지.......
저렇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일터가 없어서.....놀부 노릇하는 사람들이 있고........
일하며 사는 사람을 괜히 괴롭히며 기생충 노릇하는 인간이 있고.......
사람을 못살게 만들어야 사는 재미를 보는 것으로 아는 인간이 있고.......
부자 놈들은 부자로 살면 되지.....
없는 놈이 장사를 하여 처자식하고 먹고 살려고 조그맣게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을 빼앗아 먹다니......
없는 놈이 장사 하는게 잘된다 싶으면......
곁에서 더싸게 물건을 팔아서 똑같은 물건을 만들어서 싸게 팔고......
없는 놈이 장사를 못하면 이제는 내세상이다 하고 비싸게 팔아서 돈을 더벌어 처먹으니......
잡을놈들.......
그러면서 강육약식이라고.......
장사꾼이라고,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부끄럼이 아예 없는 놈들.....
자연스레 변명하는 넉살이가 좋은 부자 놈들.....
생으로 사람을 거지로 만드는 놈들......
서로 사이좋게 살면 될 것을........
왜 못 잡아먹어서 서로 야단인가.......
부자놈들은 그러고도....... 원래 양심이 없는 망난이들.....
사람을 괴롭히고도 잠이 잘오는 모양이지......
그것들이 그러든 말든 부지런히 일을 하면 남이 밥을 먹을 때 죽은 먹을 것인데........ 허약한 것들 같으니......
노는데 팔려서 일은 안하고 놀러만 다니다가는 남이 밥먹고 잘사는 것을 보면 심술이나 부리고.....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아 처먹고........
물욕이 나서 남의 것을 빼앗아 처먹을 생각에 골똘하다가 등을 쳐서 먹고 사기 쳐서 먹고......
도둑질을 하는게 일하는 것보다 편하고 좋은 것인지......
도둑질을 하는 놈은 배가 고파서 한다고 하겠지......
배가 고픈 것을 아는 놈이 일은 왜 않는담......
들키면 감옥살이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품삯을 받고 관리 노릇을 하는 놈들이 높은 놈이나 아주 낮은 놈이나 눈깔이가 시뻘개서 돈을 쌓아 두고 흥탕징탕하려고 뇌물을 자꾸 처먹으니 원...... 나라꼴이 되겠어......
나라가 뇌물 홍수가 나서 다 떠내려가는 것도 모르는 것인지.......
다 떠내려가면 고생을 누가 하는지도 모르는 것들.......
거렁뱅이들이 하는 말이 그리 틀리지 않는 말이라구.........
아니 인간들이 서로 서로 인정을 베플면서 사이좋게 살으면 될텐데 그게 왜 안되는 것인지........
나도 정의를 구현하는 세상이 되게 한다고 백성을 괴롭히는 권세자를 처벌하는 짓을 하기는 했지만 사람을 여럿 죽였으니 이일도 할 일이 못되는 것 같구나.........
제가 한 짓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뉘우치고 잘못을 빌면은 죽게까지는 않했을 것인데......
불상놈들이 어떻게든 암수를 써서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죽이려드니.......
부패한 것들을 정리하다가 중단하는 것도 도탄에 빠져 있는 민초들을 볼 때 그럴 수도 없는 일........
부패한 권세자를 내 쫓는 일도.......
부패한 고관대작을 아무리 쫓아낸다 해도 언제까지가 언제까지 일뿐이지.......
그게 잡초인 것을......
잡초는 뽑아내도, 낫으로 베어내도 계속 움이 돋는 것을 누가 말릴 수가 있단 말인가.......
죽인다고 악인의 출생이 안되게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사람을 착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해도, 벼슬이 낮으나 높으나 사람을, 저보다 못한 사람을......괴롭히고......
저보다 똑똑하다 싶으면 끌어내리는 짓을 하는 것인지........
인생들은 서로 괴롭히고 그리고 괴롭힘을 당해야 독이 올라 꿋꿋하게 살아가게 되는 속성이 있는 것인가......... 그런 것두 같구나........
싸우는 재미로 살고.......
얻어 터지는 재미로 살고.......
남을 괴롭히는 재미로 살고........
압박을 당하는 재미로 살고......
좀 말이 이상하구만.......
의시대는 재미로 살고......
남이 나를 구경하면서 부러워 하는 것을 보면서 즐기는 재미로 살고......
남이 어쨋거나 감옥살이를 하고 있으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딱하게 생각하고 안스럽게 여기는게 있어야 사람이지 그래........
별놈들...... 감옥살이 하는 놈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날마다 주리를 틀다니........
개처럼 밥을 혓바닥으로 핥아먹게 만들어 놓다니.........
죽일놈들........ 왜 그렇게 인생이라는 인피를 쓴 것들이 못되고 악하게 구는 것인지........
글께나 한놈들이 더 극성이니.......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악의 싹을 없애는 약은 없는 것인가........
이해를 해도 해도 이해가 안되는 악질들 같으니..........
배워도 헛배운 놈들 같으니라구........
배운놈이 더 무서운 놈이야.......’
상도는 번화가라는 명로 한길을 탄식을 하며 걸어간다.
“노세 놀아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한잔 잡숫고 가세요!”
“놀다 가세요!”
“예쁜 색시가 있어요! 어린 색시도 있어요!”
술팔고 사람파는 장사꾼들의 떠드는 소리는 상도의 귀를 잡고 대롱대롱 매달리며 아양을 떤다.
“이거 별천지구만! 보리고개를 넘다가 허기가 져서 죽는 사람이 많은 나라 사람들 속에 쌀을 썩혀서 만든 술을 먹고 놀자판이 벌어진 곳이구나.....이런 곳에서 놀아나는 놀부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거 수수께끼 같구나.......
내가 한 번 알아보리라......
알아보려면 그래도 기생도 있는 술집이라야......... ”
그는 중얼거리며 천천히 걸어간다.
상도는 고루거각 담장밖을 걷는다.
고루 거각안에서 장구소리, 가야금소리, 피리소리 여인네의 가날픈 노래소리가 어우러져서 담을 뛰쳐나와 그의 옷자락을 잡아 다닌다.
‘이런 거창한 곳에서 풍류를 하며 세월을 풍미하는 사람은 도대체어떠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나라가 온통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폭군이 떨려나고 개혁을 한다는 판국에......
이 자들은 나라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인데......
이 자들은 이나라 사람이 아니고 먼 섬나라에서 온 자들인가.......
이런 반개혁적이며 나라가 흥하던 망하던 무신경한 놈들이 도대체가 어떻게 생긴 것들인가 쌍판때기를 봐야겠다.......
돈을 어디서 어떻게 번 놈들인지 물어봐야지.......’
상도는 생각을 굴리다가 마음을 굳히고 대문 앞으로 성난 걸음으로 걸어간다.
“가만 가만...... 내가 물어볼게 아니라....... 저자들의 말소리를 엿듣는게 효과적이지..... ”
상도는 혼잣말을 하며 걸어가다 담장안을 살펴본다. 그는 정원수가 우거진 곳을 발견하고는 담장을 훌쩍 넘어 뛰어들어간다.
그는 고루거각안을 잠시 지켜본다.
그는 신속하게 풍악소리가 나는 곳으로 잠입한다. 그리고 방안의 동정을 살핀다. 방안에서는 박수소리와 굵직한 사내들의 웃음소리도 보란듯이 나오고 있다.
“야명히는 야명히야! 언제 들어도 사나이의 마음을 녹여주느만!”
“와 아닙니껴? 야명히는 청장님만 위해 노래를 하능기라예!”
“명히야! 청장님께 한잔 올리거라!”
“예!”
“최석원 부자께도 따르거라!”
“예!”
“좋아 좋아!”
“김중우 부자에게도 한잔 올려라!”
“구회평 갑부님에게도 술을 쳐라!”
“조훈중 벼락부자께도 술을 쳐라!”
“자네들도 한잔씩 쭉쭉 들으라요!”
“예!”
술은 꿀꺽 꿀꺽 소리를 연속해서 내고 있다.
“포사청장님은 이제 힘께나 쓰시겠습다!”
“내가 언제는 힘을 못썼는가?”
“그게 아니라! 이번에는 폭군을 쫓아내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신줄 알고 있습니다..........그래서......... ”
“나는 한일이 아무 것두 없네...... 다만 있다면 폭군을 내쫓아버리자고 한 말밖에 없다네......”
“그게 보통 일이십니까? 우리 만석꾼들이 청장님께서 목마르시지않도록 물을 항상 대고 있겠습니다....... ”
“물은 무슨 물 이게 물이 아닌가? 이것으로 족하이......”
“이건 물이 아니고 약주입니다. 이것은 목이나 축이는 것이고.......”
“저 김우 만석꾼이 청장님이 필요한 물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말씀이 있기가 무섭게 엽전 우린물을 달구지에 실어서 보내드릴 것입니다.”
“저희들 만석꾼들이 청장님을 엽전 우린물로 날마다 목욕을 하시도록 대령해 놓을끼라예! 그점은 안심하이소!”
“자네들 여기가 어디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가? 자네들이 전노물왕시대에 꽤 재미를 봤지?”
“저희들만 재미를 봤습니껴 어데! 고자청장님과 포사청장님이 재미를 그 뭐시냐! 누리끼리한 금으로 맨든 금대야에다 엽전 우린물로 날마다 세수를 안하셨능기요! 고거이 증명하는기가 실세가 아닝기요? 우째 그라싸이소! 고라문 피차 악성 소문이 팍 나능기라예!”
“전노물왕시대에 도성으로 들어오는 쌀을 최만석꾼이 독점공급을 해서 돈냥이나 안만졌나?”
“어디 저만 했능기요! 이철병 만석꾼은 나라에서 쓰는 소금을 혼자서 장사를 한기라예! 그라꼬 도성에서 집장사를 혼자 한기라예! 그라꼬 왜구와 세금 안내는 밀수를 크게 하여 돈을 억수로 아니벌었능기요!”
“이철병 만석꾼이 세금을 안내고 왜구와 무역을 했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잘아시면서 우째 그리 말씀을 하시능기요? 이철병 만석꾼은 포사청장나리가 뒤를 봐줘서 포사들이 이철병이의 배가 들어올 때는 무엇을 싣고 오든 아예 보지도 못한기를 세상이 다 아능긴데.......이철병이가 만석꾼이 된게 다 포사청장나리가 봐줘서 된기를 백성들이 다 알고 있능기라요!”
“지난 일은 그만들 두세나! 앞으로 만석꾼들이 우리 포사청을 후원해주게. 그러면 내가 자네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겠네.....”
“그리 말씀을 하시니까네 지도 할말이 없습니더! 청장님예! 잘봐 주이소! 지는 청장님을 확실하게 믿고 행세를 할낌니더!”
“알았네! 자네들 모두가 챙길 수 있게 뒤를 봐줌세!”
“그라믄 우리의 무궁한 앞날을 위하여 축배하시는기 어떻겠능기요!”
“거 좋지! 우리 만석꾼들이 청장님의 권세를 위하여! 축배를 하십시다 축배를!”
“축배를 해야제!”
“그러면 젊은 이 정영주가 청장님의 권세를 위하여 축배를 제의합니다! 자 다들 잔을 잡고 저를 따라 하십시다! 축배!”
만석꾼들은 정영주를 따라 술잔을 오른손으로 잡고 신속하게 팔을 높이 쳐든다. 술잔의 술은 엎질러져 소매를 적시고 술상으로 떨어져 사방으로 튄다. 그리고 옷을 적신다.
“만석꾼 여러분 고맙소! 우리들의 대화는 비밀을 지켜야 하오! 그래야 서로 서로 안전하고 도울수가 있는 것이오!”
“청장님예! 걱정 접어두이소! 저희들이 누굽니까! 만석꾼들입니다!
입이 가벼워 가지고 만석꾼이 되겠능기요! 염려놓시소! 여편네에게도 아무말 않을낌니더!”
“그렇게들 보안을 해준다니 내 맘이 가볍구려!”
“그러니까네 저희들이 청장님을 이곳에 모신 것도 보안을 생각해서 보통 사람은 넘볼수 없는 안가로 모신 깁니더! 여기는 우리 만석꾼의 식솔들이 물샐틈 없이 경비를 하고 있는 곳이라 고자관들도 범접을 몬하는 곳인기라예!”
“식솔들이......고자관을 막는다........”
“청장님예! 식솔이라카니 맘이 놓이질 않으신가본대 그건 몰라서 그러신기라예! 경호원들이라카믄 맘이 놓이실 겁니까? 무공의 높이가 고자관들도 상당한 줄 알지만서도 우리를 호위하는 호위무사에다 비기면 모기다리와 소다리와 비기는 꼴인기라예!”
청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고개만 끄덕거려준다.
“청장님은 우리 만석꾼들의 말을 믿지 못하고 계신 것 같으니 확실하게 믿으시게 보여 드리기로 하십시다!”
“그러십시다!”
“다들 준비하셨지요?”
“술장사로 만석꾼이 된 박만용이가 선봉이 돼야 하갔지요!”
박만용은 앞자락 속을 뒤적여 기름먹인 종이를 꺼내든다.
그리고 펼쳐서 포사청장 앞에 펴놓는다.
“우선 계약금조로 전환두 청장님께 바칩니다!”
“아니 이건 어음이 아니오?”
청장은 졸지에 얼굴이 찢어지게 입을 벌려 말한다.
“아니 이렇게 큰돈을........그런데..... 가만..... 나혼자만......... ”
“아, 예! 청장님의 부하 노우태부관도 생각나신다 그말이시지요...... 제가 다 미리 이렇게 준비를.......”
전 청장은 부관에게 준다는 어음을 받아서 훑어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내부하라기보다 친구인데 의리가 있지.......”
“어련하시갔습니까? 전청장님은 의리 빼놓으면 쓰러지는 분이신 것을 저희들 만석꾼들은 다 알아모시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처럼 한다고 했다가 않는다고 했다가를 자주하는 사람은 아니지.....”
“그러문요! 끝내주는 성질이 있으신 것 알아모시고 있습니다.”
“내친구 노 부관에게 잘보여야 하네 자네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는 내친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더 높은 자리로.....어흠.... 그러니까 알아서들 기라구!”
“청장님의 분부신데.... 그리고 저희들이 돈을 버는게 다 청장님 같은 분들에게 드리려고 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짜루 정영주 갑부가 갑부같은 말을 하는구먼!”
“사실로 믿어주세요!”
“청장님! 저희들은 돈을 버는 대로 통치자금을 드리고 정치자금도 드리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청장님!”
“며칠후 나는 부관에게 내자리를 물려줄 생각인데........”
“영전을 하시니 축하를 드립니다! 저희들은 변함없이 충성을 하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인심은 조석변이라고 하던데.........”
“저희들 만석꾼은 그릇이 만석꾼임을 믿어주세요!”
상도는 문틈으로 방안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수첩에다 기록하듯이 살펴본다.
‘저놈이 저럴 수가........
저놈이 나보고 전노물왕을 몰아내자고 하던놈이라고 누가 믿겠나.......
웅큼을 찜쪄먹을 놈 같으니라구.......
저런 놈이 아주 애국자인양 탈을 쓰고......
저런 놈들이 나랏일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나라가..........
여러사람 앞에서는 애국을 부르짖고.....
저희들끼리 있을 때는 쥐새끼배지에서 나온 짓하고......
저놈을 당장에........’
“청장 대인! 제가 청장대인께 듬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창회 대인 나하고 담벼락이라도 있으신게요?”
“아닙니다!”
“우리 사이는 같이 높은벼슬을 하던사인데 뭘 그리 어려워하시는게요?”
“저는.......”
“그러니까 나는 현관이고 이창회 대인은 원로시기 때문에 주저가되신다는 말씀이시요!”
“............”
이창회는 두손을 마주 잡고 스스로 얼굴을 측은하게 보이게 만들고 있다.
전환두청장은 은근한 미소를 짓고서 이창회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창회를 바라보고 있는 전환두의 눈빛은 이창회의 마음바닥을 쓸고 있다.
‘네가 법무감리대신을 한다고 주접을 떨었지.......
백성들을 기만하느라, 백성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재주를 부린 놈이지......
네놈 혼자만 법을 철저히 지키는 대신이라고.......
너 혼자만 청렴결백하다고 떠들었지......
백성들이 네놈보고 명재상이라고........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경륜이 있는 놈이라고.......
너에게 실권 있는 재상이 되게 하라고.....
백성들이 그렇게 떠들었지.......
전노물은 물러가고 이창회를 왕으로 세워야 한다고 떠들게.........
대문짝 만한 벽보를 부치러 다니던 어수룩한 언관들이 백성들을 미혹하게 했었지..........
고런 놈이......미역국을 잔뜩 처먹더니......
생쥐 놈.......
나라를 위한 충성은 혼자 다하는 것으로 떠들던 놈이.......
미련천치 바보 같은 언관들이 열심히 창회를 입이 타게 떠벌리더니.......
고것들이...... 백성을 속였지.......
생쥐놈.....
애국 애족한다는 놈이......
그래 자식을 둘씩이나 병정으로 내보내지도 않고서......
뻔뻔한 생쥐놈......
그러고서 어찌 나랏일을 한다고.......
생쥐놈.......
나야 엽전 우린 물을 좀 먹었지만 네놈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이 생쥐새끼야.......
나라를 누가 지키냐.......
나라를 지켜야 엽전 우린 물에 목욕도 하는 것이지.......
나라가 오랑캐에게 짓밟히면 이 생쥐야 엽전 구경도 못하는 것 몰라.......
나 엽전 우린물 그냥 먹는 것 아니다.......
나가 누구여......
나가 현역 병정의 장수여 이 생쥐야.........
나라 지키는 품삯으로 엽전 녹물 먹는거여 이 생쥐야......
나는 그래서 실세 장군이 된거야........
생쥐새끼는 이 땅에서 몰아낼 거니까 내일 날 밝으면 보자.....’
“이창회 대인! 대인의 두 아들이 역모에 가담했다는 보고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러시요?”
“아니!.......”
이창회는 혈색이 노란해지며 말을 잇지를 못한다.
“이창회 대인!”
“제 아들놈은 병정에 나갔다 오지를 않은 죄가 있으나 반역은.....”
“이창회 대인! 대인은 진나라의 법가 이사와 같은 인물이잖소?”
“제가 어찌 감히 법가라 칭할 수 있겠습니까?”
“이창회 대인은 법치를 하겠다고 언관들을 시켜서 광포를 했지 않소?”
“그래도 제가.....”
“이창회 대인! 하나 물어봅시다! 충성의 반대되는 말은 무슨 말이 되는거요?”
“아, 예! 충성의 반대는 반역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그러면 이나라 청년들이 병정에 가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충성을 하는 거요 아니면 반역을 하는 것이요?”
“아, 예!.... 나라를 지키려고 국법에 따라 병정에 들어가서 병사로써 나라를 지키는 것이니 나라에 청년들이 충성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이요. 국법에 따라 병사로 입대하여 나라에 충성을 해야 할 사람이 자기의 안일 때문에, 가사 때문에, 학업 때문에, 병정입대하여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려면 고생이 되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죽게 되니까, 병정 입대를 기피해 빠지고, 남들이 병정입대하여 나라를 지켜주면 나는 돈이나 벌고 편안히 살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리고 남들이 나라를 지켜주는게 위태하다 싶으면 나라를 저버리고 외국에 도망가서 나와 내 자식만 편히 살겠다. 나라가 망해도 나는 살아야 한다. 민족이 망해도 나는 살아 남아서 씨를 퍼뜨려야 한다는 것과 내 자식은 병정입대시켜 고생이나 죽게 할 수는 없다는 이기심으로 자식을 병정에 보내지 않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있소?”
“그것은.....”
이창회는 얼굴이 핼쓱하여 우물쭈물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기만한다.
“아니 법가인 이창회 정승이 막히는 법도 있소?”
전환두 청장은 유들거려 말한다.
그는 졸지에 호랑이 사냥꾼이 되었다.
호랑이를 몰아서 얕은 호랑이 굴속에 몰아 넣고 작대기로 찔벅거려 호랑이가 아가리를 벌리고 으르렁거리니까 작대기 가지 친 곳을 호랑이 아가리에 집어 넣고 호랑이 목 속을 쑤셔대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지도 제자식 일 때문에 청장님께 말씀을 드릴려고 했는데.......”
“이철병 만석꾼! 당신도 나라 지키는데 안가고 돈만 벌다가......
당신 자식도 돈으로 대신 병정 보냈다는 것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소!
그러면 되겠소?“
“죄송합니다! 그래서 청장 각하께 이렇게 연줄을 대서 눈도장을 제대루 받을라꼬 그 뭐시냐 거시기를 쓰고서 말씀을 드리는게 아니갔습니껴...... 그래서...... 각하께 솔직히 잘뵈려고 하는게 아니갔습니껴?
한번 봐주이소! 그라믄 말입니더! 지는 제자식 대신에 몇천명의 병정이 나라 지키는데 먹는 살을 대겠습니더!
한번 생각을 해주이소! 고마 지 생각에는 지 자슥이 병정에 가면 그만이지예! 그라믄 몇백 석의 살이 어디서 나오겠능기요!”
“하! 그라면 돈이 있는 사람의 자식들은 돈으로 병정을 때우고 돈이 없는 놈만 나라를 지키러 간다. 지금은 외적이 쳐들어오지도 않는 때라서 병정에 가도 죽을 염려도 없는데...... 그래도 가난뱅이는 부자들의 목숨을 지켜주라 그말이네.....”
“보소예! 청장님각하! 돈이면 처녀도 사고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하는데예! 우리 부자들이 돈을 대고 말입니더.....부자들을 대신해서 싸울 사람을 모집을 지들이 해보믄 많이들 올끼라꼬 생각하는데예!
머리수가 모자라믄 이웃나라든지 먼나라에서 사오도록 하지예!”
“만석꾼의 머리는 잘도 돌아가는구먼......”
“지들이.....청장각하께서 입장이 곤란하시다카믄 저희 자식들 대신에 사람을 사서 병정에 보내겠습니더! 그러니까네 청장각하께서 눈만슬쩍 감으시면 되시능기라예! 대신 병정 내보냈다고 해서 청장각하께 매달 드리는 것은 계속 드리고 후원도 계속할끼라예!”
“머리들이 역시 비상들 하시구먼!”
청장은 말을 하며 이창회를 바라본다.
이창회를 바라보는 눈은 만석꾼들을 바라보던 눈과는 색깔이 다르게 번쩍댄다.
‘이창회야! 너는 명색이 정승을 지낸놈이다.
너는 이런 돈벌거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금 나라가 온통 개혁을 하고 있는데.....
벼슬을, 고관대작을 한 놈의 새끼들이 병정에 가서 나라를 지키지 않은 것을 그냥 둘줄 아냐?
만석꾼 돈벌거지들과 너나 나는 달라!
병정에 보낸들 상관이 감히 고관의 자식들을 홀대하고 고생을 부러 시키것냐?
병정 생활이 어디가 어때서......
젊은 놈이 병정놀이하는 것도 재미지.....
미련한 놈!
네놈 때문에 병정 안보낸 것들이 이번에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을 알라! 생쥐놈!’ 하는게 계속 쏟아지고 있다.
이창회는 권세를 아는 눈이라 시어서 청장의 눈과 씨름을 못한다.
눈을 내리깔고 있는 그는 이를 잘근거리고 있다.
‘내가 현직에 있을 적에는 네 놈이 감히 나에게 버릇없이 못굴더니.....
이제는 네놈이 나를 막보냐......
이놈아.......내가 이놈아.....
지금은 네 놈의 권세를 인정한다마는 나도 개혁실세들과 줄이 닿는 날에는 너를 한 번 꼭 볼 줄 알아라......
내가 누구냐......
많은 백성이 나를 추앙했던 몸이니라.......
이놈아! 애비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은 본능이야.......
본능이 사람도 있는거야......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자식이나 아는 사람에게 인정을 베푸는 것은 본능이야.....
그걸 네 놈은 뛰어 넘을 것 같냐......
전노물을 보고 박희정 장군을 봐라......
높은 자리에 있을 때나 자식을 본능적으로 감싸주지......
떨려난 후에 본능을 아무리 해봐도 무슨 소용이 있대......
높은 자리에서 명대로 못살고 뒈져서 내려오니까 무슨 소용이냐......
뒈진게 자식을 감싸려고 본능을 부릴 수 있냐? 없잖아?
그러니까 내 마음을 너도 좀 알고 하려므나 이 한심한 놈아......
박희정 장군이 권좌에서 칼맞고 뒈지고 내려오니......
너는 안뵈냐......
그 자식이 감옥에 들랑거리는거 안뵈냐......
그랑께 권세 부릴 때 챙길 것은 챙겨야 하능거여.......
내가 저 멍청이를 깨닫게 해야지......’
이창회는 입을 잘근거리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번쩍 들고 전환두를 근엄한 선생이 된 눈으로 쳐다본다.
전환두는 이창회가 졸지에 고개를 번쩍 쳐들고 똑바로 바라보자 무우를 뽑다 들킨 눈을 하고 있다.
순간 멍한 눈으로 있던 전환두는 눈에다 힘을 주고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하며 기를 돋운다. 그리고 입을 조금 벌리고 말한다.
“우리 술이나 마시면서 대화합시다. 자 잔들을 들어요!”
“그러지요!”
“청장님의 건승을 위해 축배합시다!”
“그럽시다! 청장님을 위하여.....”
한쪽에서 나설 기회를 찾던 최현종 만석꾼이 청장의 말에 냉큼 청장을 위해 축배하자고 화답을 한다. 최현종의 말에 조훈중이 젖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맞장구를 쳐 호응을 한다.
만석꾼들은 잔을 높이 들고 자신 있는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미를 담은 미소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고개도 주억거린다.
만석꾼들의 얼굴에는..........
‘엽전 우린물을 먹은놈치고 기생이 안되는 놈 못봤다. 엽전 우린물을 먹은 놈은 쓸개가 녹아버려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놈이 없느니라!
야, 이 청장놈아! 아편 중독된 놈이 아편은 끊을 수 있어도 엽전 우린물에 목욕을 한놈은 못끊어 이놈아!
네 놈이 돈물을 어찌 이기겠냐?
네 놈이 이제 꼭지가 골은 감이 된거지.....
감나무 밑에서 박살이 난 감을 볼란다 이놈아.....
권세는 떠나도..... 권세는 떨어진 감이 되어 박살이 나도 돈은 대물림 하는거셔.....’ 하고 뻘겋게 엽전 우린 녹물로 쓰여 있다.
전환두는 말을 하며 자연스레 눈을 돌려 여러 사람들을 휘둘러본다.
그는 화답하는 최현종 만석꾼에게 잠간 시선을 멈춘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주억거리며 상을 두드리며 그럽시다! 축배하자고 맞장구를 치는 조훈중을 흘깃 쳐다 봐준다.
전환두의 시선을 느낀 조훈중은 눈도장이 찍힌 자신의 얼굴과 입을 오른손을 들어 슬쩍 쓰다듬으며 황송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고개를 푹숙여 예를 표한다.
이창회는 전환두를 아니꼽게 쳐다본다.
이창회는 입술을 들먹들먹하며 청장과 눈을 다시 맞추고 한마디 말을 앙팡지게 하려고 벼르느라 술맛도 모르고 김이 새서 씁쓸한 표정으로 축배에 끌려서 그냥 마시고 있다.
“인생무상!”
이창회는 술잔을 술상에다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그 탄력을 타고 크게 소리친다.
만석꾼들은 전환두 청장만 바라보다 큰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 난 곳을 일제히 바라본다.
그들은 ‘이창회가 어디가 미어졌나....’ 하는 눈들이 만들어지느라 입을 조금씩 벌리고 피식 웃는다.
그들의 가느다란 웃음 속에는
‘권세가 가고 없는 인생이라 지랄을 못하는구나.......
지랄을 해봤자 어느 놈이 달려나와 멍석을 깔아 줄 못난이 만석꾼이 있겠냐?
끈은 떨어지는 것......
권좌는 밀려나는 것......
달은 차면 기우는 것......
떨어진 무상 찾는 놈에게 엽전 우릴 물이 해당이나 있겠냐?......
네가 잘나 전에 엽전물을 준게 아니야.......
너를 이 자리에 끼게 한 것은 청장에게 상견례 하는데 징검다리 하라고 끼여 준거셔야.....
징검다리를 모르냐.......
징검다리를 사람이 밟고 가는거셔야......
사람이 만석꾼이라고......
너는 빠져 줘야 쓰겠다야......
용도폐기도 모르능게 어디서 큰소리야.......’ 하는게 이창회의 얼굴을 찔벅거려 시뻘겋게 달구기 시작했다.
김중우가 주먹을 들어 입을 막으며 헛기침을 크게 한 번 한다.
“나가 전환두 청장님을 위하야 축배의 자리에서 축하의 의미로 한마디 할랑께 들어들보시쇼 잉! 재미 있는 재담을 해볼랑께..... 환영을 하시면 박수로 청하시쇼!”
“분위기를 만들라꼬! 김중우 만석꾼이 재담하능기를 환영하오!”
“해보쇼 잉!”
“짝짝짝짝짝”
“오늘 깜짝 놀래 뿌릴뻔 했어야 잉! 달이랑게 말여 잉?
똥그란 해지면 손톱달이 된당께.....손톱달을 모르니께 말여라.
인생무상이라고 메어지는 소리가 나오능거셔야!
메어지는 소리가 나오능기는 똥구멍이 막히면 찢어지는 소리를 냅다 지르게 된당께.....”
“암암 그건 그려라! 짝짝짝.... 으하하하하.......”
만석꾼들과 전환두 청장은 이창회를 바라보며 배꼽을 잡는다.
이창회는 졸지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이 된다.
“이놈! 어디서.....”
“우째 우리가 인생무상을 찾을 땡가말여! 그런 소래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하능거랑께...... 우리는 즐기는디..... 이창회 법가는 흘러간 물이라 헛물키는 소래기가 자꾸 기어나오능게벼야......”
“그건 그려라!”
“떨려난 인생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제!”
“늙은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갈바를 몰라 허둥거릴 때 하는소리를 우째 철없이 지껄여 술맛을 떨어지게 한당가요!”
“밀려난 사람들이 하는 소래여......그것두 모르니께 인생이 슬퍼지능거 몰라라!”
“법가라! 법가라고 하니께 이방 밖에 사람은 진짜루 법가인줄 알 것는디..... 그랑께 사람은 소리만 듣고 모른당께!”
“법가라면 백성을 위해 좋은 법을 만드는 사람인줄 알 것지.....
제자식을 법을 지키면서 안보낸 사람으로야 귀신인들 알 것냐?”
“고거이 머리가 좋으니께 하는 짓이랑께”
“맨입으로 그문제를 해결 볼랴구 하는 놈이 도둑놈이지...... 청장님은 받고 주는게 분명하신 분이신줄 대감 노릇을 하구두 모른다니 요령이 맥혔구먼....”
이창회는 냉큼 일어나 집으로 가지도 못하고 만석꾼들의 조롱대감이 되어 열을 있는대로 받았다.
“야, 이놈들아! 내 손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내가 현직에 있을 때는 알랑방구를 뀌던 놈들이..... 기생 배지 속에서 나온티를 내고 지랄이냐....네놈들이 언제쩍 만석꾼이냐? 더러운새끼들......”
“야, 이창회야! 네놈이 우리 엽전 우린물을 처먹고 안먹은체 하냐?
더러운놈은 네놈이다. 혼자 깨끗한척 하던놈이 그래.....
탈법을 하여 멀쩡한 자식을 둘씩이나.......
국법을 지키는 눈가림을 하여.....
나라 지키는 병정을 안보내고도 애국지사인체 하는놈.....
속이 시커먹게 더러운놈......
네놈이 얼마나 더러운놈인지 알기나 하냐?
우리야 뼈빠지게 피땀 흘려서 엽전 모은 것으로 자식대신 엽전을 서리서리 실어서 엽전으로 병정을 나라 위해 보내고 계속 보내고 있는게 뭐가 더럽냐? 네놈은 맨입으로 병정 안보낸 생쥐새끼 배지에서 나온 새끼놈이야!”
“그건 구회평 만석꾼 말이 맞다!”
“나라를 지키려면 병정도 있어야 하고 둘째 엽전이 있어야 하능거셔 그렁께 우리 만석꾼들은 돈으로 병정을 때우능거셔!”
“돈만 있으면 병정도 외국에서 사오능거 몰라!”
“침략한 나라에 조공을 바치면 적이 물러가능거 몰라? 그러니께 엽전도 많이 안바치고 몸으로 병정을 안가는 놈은 나라에 반역하는 놈이랑께....... 내말 어뗘?”
“옳은 소리제.....그걸 몰라서 저 이창회가 인생무상 찾는거라!”
만석꾼들의 싸게에 이창회는 어금니를 턱이 불궈지게 깨문다.
그리고 독오른 눈으로 전환두 청장을 주시한다.
“나는 전 청장이 앞서간 박희정을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네!”
이창회는 아까와 달리 말투가 선배가 후배에게 말하는 투가 되어버렸다.
“박희정이가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지.......죽을 때까지 권자에 있을 줄 알고 안하무인의 권세를 누린 결과 그의 자식들을 보는 눈들이 차가운 것이지...... 나 그말만 하것네!”
말을 마친 이창회는 벌떡 일어나 방문으로 걸어가 문을 밀치고 밖으로 나간다.
“말투가 버릇이 없구만!”
“어디서 협박을 한당가.....”
“죽으려고 상감상투 잡은 놈이구먼......”
만석꾼들은 쫓겨나가는 이창회의 뒤꼭지에다 대고 한마디씩 쏘아댄다.
문틈으로 방안을 살피고 있던 상도 그는 고개를 조금 주억댄다.
‘이 가난한 나라가 가난하게 된 이유를 알겠구나........
이런 부조리를 척결하고 발본색원하여서 생쥐들을 때려잡지 않고서는 부자나라가 될 수가 없는거라는 것을 보여주는구나.......
생쥐들을 몽땅때려 잡는다......
그러면 생쥐가 곰팡이처럼 자생을 않게 되나?
곰팡이가 시퍼렇게 생길 수 있는 습한 곳에는 곰팡이가 생기지......
그러니까 생쥐가 원천적으로 서식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들지 못하면 일과성만 있을 뿐 아무소용이 없는게 아닌가.......
그렇다고 일과성이라고 생쥐들을 내버려두면 나라를 온통 생쥐소굴로 만들고 말겠지......
근본적인 치유를 해야 하는데.......
우선 부자라는 저런 물건들을 손을 보아 관리들을 매수 하는 것을 못하도록 막아야겠지.......
역대 나랏일 본다고 했던 사람들이 저 만석꾼들의 엽전 우린물 홍수에 이지가 몽땅 다 떠내려간 것이군......
엽전 우린물 홍수에도 끄떡없는 청청한 인재가 필요한데......
바꾸는 것은 힘이 있으면 되지만......
정치하는 관리는 엽전을 일용품으로 쓸 줄 아는 인재가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
이런 조그만 나라 하나도 바로 세우려면 인재가 필요한데.......
정신이 바로 박힌 인재가 필요한데......
어디가서 정의를 구현하려고 하는 심신이 청렴한 인재를 찾아서 세운단 말인가........
칼쓰는 일이나 말 타는 것은 가르치면 되지만........
이건 도무지...... 상상이........
사람의 마음을 그 무엇으로 가르쳐서 엽전 우린물에 빠져죽지 않게, 이성을 잃지 않게, 물욕 탐욕에서 벗어나게 만든단 말인가.......
범죄인을 잡아 드리는 고자관을 보더라도.......
공부를 보통 사람은 상상이 안되게 고시학을 많이 해서 그걸 모두 암기를 한 수재들이고.......
계산도 보통 사람은 꿈도 못꾸게 잘하는 사람들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엽전물에는 홍수가 아니라 접시에 담긴 엽전 우린물만 보아도 정신이 나가서 죄인도 분별을 못해 시키는대로만 횡설수설하게 하고 있으니......
통재로다.....오호 통재로다.........
사람의 마음을 가르친다.......
엽전 우린물을 보고도 무관심하게 가르친다.....
그건 누구 말마따나 마음을 비운 것인데.....
그건 무엇이냐......
물욕을 없앤단 말이지......
판관들도 엽전 우린물에 헤어나지를 못하고 판결을 엽전 우린물을 많이 주는 놈에게 이겼다고 한다니.......
엽전 우린물을 변호꾼이 먹인다니.......
그래서 판관을 판관꾼이라고 부른다는 말이 낭설이 아니고 유언비어가 아니구먼.....
그러면 고자관을 고자꾼이라고 하겠지......
꾼이라면 장사꾼과 같다는 말이렸다......
관리가 꾼이라.....
물욕이 문제라......
그게 마음을 못비워서 그러는데......
비우는게..... 마음을 비우는게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
그러니까 만주에 붙은 조그만 나라 조선국에.....
그리고 조선국에 붙은 큰 나라 임금 삼영금이.......
비웠다고, 임금할 마음을 비웠다고 글을 써서 집집마다 편지하는것처럼 떠벌리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을 비웠다는 말이 허튼소리였다고......
동시에 증명을 하느라 세 번 이상을 임금 노릇 도전을 하였었지......
그리고 임금 노릇을 하고 말더니.......
마음을 비우는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임금을 하니.....
나라꼴이 뭐가 되겠어.......
별일....... 과거에 급제한 판관도 고자관도 모르는 게 마음을 비우는 것인데.......
-삼영금왕이 그걸 알고 있었겠지.- 하는 건 무리일 수밖에.....
삼영금왕도 소학 대학까지 읽고 무쇠통젼까지 공부를 했다는데도 마음을 비우는게 무엇인지를 몰랐는데.......
고시학 공부를 한 사람에게 마음을 비우는 걸 알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수지.....
저 포사청장놈은 그래도 생쥐는 싫어하는게 있는 것 같은데......
좀더 두고 보자.......
전환두의 마음에 가득 담긴 것을 보았으니.........
딴 요정에서는 무슨 판이 벌어지고 있나를 견문을 해야.......’
상도는 생각을 굴리다 요정을 신속히 빠져나간다.
한길에 나간 그는 요정 대문을 돌아다본다.
‘가난한 나라 고관들이.......삼청장을 애용을 하고 있겠다......
포사청장놈이 만석꾼들과 어우러져 나라 백성을 술 속에 묻고 사는군......
모기 같이 사는 놈들이라.......
밤만 되면 백성의 피를 빨고 사는 놈들.......
대안이 없어도....... 모기를 백성들을 위해........’
그는 울분에 찬 소리를 뱉으며 걸어간다.
그때다 번쩍하는게 한길을 가로질러 갔다.
상도는 번쩍하는게 사라진 방향으로 신속하게 좇아간다.
번쩍하는 것은 금방 상도의 시선에 확실하게 잡히고 만다.
‘그게 옆구리에 차고 있는 칼이였군.......
칼자루에 별이 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빛을 발하는군........
그러니까 저자는 병정의 우두머리 급이 되겠지.....
무엇 때문에 이 밤에 달려가는 것일까........
역적 모의라도 하러 가는 것일까........
내가 개혁을 시작했으니 개혁에 반대하는 수구세력도 만만치 않겠지.......
수구세력이 복지부동하며 세를 불리기 위해 암약하고 있을테지........
그러니 수구세력이 크게 뭉치기 전에.....
불만자들이 뭉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여러곳에 사람을 세워놔야 하는데........
거기도 인재가 필요한데......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빨리 하여야 하는데.....’
상도는 거리를 두고 나랏일을 걱정하며 따라간다. 그는 전후 좌우를 살피는 것을 부지런히 한다.
‘저 자가 조그만 초가집으로 들어가는군...... 사방을 살피고 들어가는 것을 보아 비밀스런 점이.......이곳은 동네와 거리가...... ’
상도는 귀에다 신경을 고추 세워 초가집으로 다가간다.
초가집을 커다란 언덕이 감싸고 있다. 초가집 지붕은 언덕과 엇비슷하게 보인다. 집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않는다.
상도는 초가집 배후 멀리에 대나무 숲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초가집으로 소리없이 잠입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하고는 다가간다.
‘너희가 사람일진대 내눈과 귀를 속일 수야 있겠냐.......
너희가 깜냥에 보안을 한다고 하는 모양이다만........
산넘어 산이라더니....... 초가집속에 초가집이 있다니........ 별일.....
별난 사람들이니 번쩍거리는 칼을 차고 다니겠지....... ’
그는 집뒤로 돌아간다.
‘허허실실이라!..... 조그만 초가집에서 비밀회의를 한다. 보초도 세우지 않고 은밀하게......’
그는 초가집은 토굴 입구를 숨기기 위해 위장한 집이라는 것을 간파한다.
그는 빛바랜 커다란 검은천이 가로막고 있는 곳에 섰다.
‘이렇게 휘장을 둘러치고 있군.......그러니까 방음이 되어서.......’
그는 휘장 앞에 서서 휘장 안을 엿듣는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자 휘장을 살며시 들고 안을 살핀다. 거미줄 같은 빛이 그의 눈을 마중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한다 그리고 다섯 걸음을 걸어가 두 번째 휘장 앞에 섰다. 그리고 두 번째 휘장을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그러자 가느다란 소리가 그의 귀로 찾아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눈을 검은 휘장이 다시 가로막고 있다.
그는 다시 십여 걸음을 걸어가 휘장 앞에 섰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튕겨 나오자 그는 엉거주춤하고 말소리를 귀에 담는다. 그리고 그는 천을 슬며시 들어올린다. 그의 눈을 다시 흰 천이 가로막는다. 불빛이 환하게 그의 얼굴을 마중한다.
‘저 안에 십여명의 장수들이 있어 보이는데.......’
“김 장군! 우리가 어떻게 처신하는게 좋겠소?”
“이번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태가 벌어진게 아니오! 졸지에 전노물왕이 축출이 되는 바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못했소!”
“김장군은 전노물왕의 신임을 두텁게 받은분이 아니시오? 그런데 가만히 몸보신만 하고 있다면 남들이 김장군을 비웃을 것이오!”
“김 장군! 경 장군의 말은 김 장군이 앞장을 서서 명령을 내리면 김 장군의 손발이 되겠다 그말잉기라예!”
“보소! 김 장군! 김 장군의 휘하에 만여 명의 병사가 있지 않소!
그리고 경 장군 휘하의 삼천 명의 병사와 나의 부하 이천 명의 병사를 몰아서 도성을 공격하면 여기 있는 서대문 수문장과 동대문 수문장이 그리고 남문의 수문장이 문을 활짝 열고 김 장군을 영접할 것이며 나는 대궐문을 활짝 열어 장군을 도울 것이오!”
“장군들은 내가, 아니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오산이요! 군사가 아무리 많으면 무슨 소용이요! 우리가 대궐까지 들어와 개혁의 우두머리와 마주 섰다고 합시다. 어차피 대장과 대장이 결판을 내는 싸움을 할 수밖에......
그때 누가 그 상도라는 자를 대적하여 이기겠소? 우리는 그의 적수가 못되오! 군사를 몰아쳐 덮친다 합시다! 지휘하는 장수 몇사람만 목이 짤리면 군사들은 힘을 못쓰는 것이요!
그리고 우리가 원수 갚는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면 백성들이 우리 때문에 얼마나 많이 희생이 되겠소? 나라의 흥망성쇠는 하늘에서 좌우하는 것이오!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요!
하늘이 왕으로 세우는 자가 왕이 되는 것이요!
힘이 있다고 왕이 되는게 아니오!
사사로운 감정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 같이 보여도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는 것이라 사람들이 사람을 죽이려 한다고 죽여지는게 아니오! 그러니까 천명을 타고 나야 왕이 된다고 하지 않소?
내가 전노물왕의 신임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라를 지키는 일을 맡았으니 내 소임에 충실하다 퇴임하는 것이요!
상도라는 사람이 나를 중용한 것은 내가 백성을 위할 사람으로 보았기에 중용한 것으로 나는 그리 봅니다.
그가 나를 볼 때는 천시를 아는 사람으로 보았기에 나에게 군권을 맡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소.....
우리 개인적인 감정은 접어 두었다가 보통 사람으로 돌아간 다음에 생각하기로 합시다......
나를 의리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 모르나 천시를 아는 사람은 내 말을 알아들을 것이요.....
사람이 의리를 내세울 일이 있고.......
의리보다 중한게 하늘의 때요........”
“김장군은 천시(天時) 천시(天時) 하시는데......
이렇게 혼란한 때 우리가 일어나면 백성들의 지지를 반드시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니! 백성들이 김장군에게 돌아오게 할 묘책이 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이요! 지금 이 땅에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정권을 잡은 자들이 엽전물을 너무 먹어 썩을 대로 썩어서 그런 것이오!
우리가 우리 군을 보십시다.
칼만 믿고 너무 엽전을 백성들에게 우려내는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을 모르시오?
진급을 하려면 진급시켜 주는 사람이 엽전을 얼마나 우려내고 있는가를 말이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진급을 하고 부하를 통솔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고 전쟁을 하게 해야지......
능력은 볼 필요도 없고 뇌물을 갖다준 사람이 무엇을 하겠소?
왕까지 뇌물에 놀아난게 군박희정 왕과 환두젼 왕 우태노 왕이고 왕비들이었소......
그리고 삼삼영금 왕이 그래와서 썩은거 아니오?
돈을 많이 우려낼 수 있는 부서에 간부로 혹은 장으로 가기 위해,
부임하기 위해 엽전을 바치고.....
뇌물을 받고서 적다 싶으면 엽전을 욕심이 찰 때까지 우려내서 엽전물로 배를 채우고........
그리고 말이요.....졸병은 졸병대로 편하고 좋은 곳에 배속을 받기 위해 졸병의 부모들이 엽전 꾸러미를 들고 다니고, 배속해 주는 자는 엽전 꾸러미가 적다고 엽전을 우려내는 기술을 부리고 있으니.......
그리고 병정 입대를 안하게 해달라고 엽전을 짊어지고.......
높은 놈은 모병관에게 명령 아닌 명령을 하고, 하는 쥐새끼들이 득시글거려서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어서.......
때 맞춰 상도라는 사람이 용뱀대가리를 짤라 버리듯 한 것이오.......
우리 군부만 썩어문드러진게 아니오......
관공서의 관리는 물론 관공서에서 일을 시키는 사람들까지 말이요......
그러니까 말단 관리가 부리는 관청의 노비들까지도 백성들에게 상관의 이름을 사용하여 엽전을 울궈내느라 온갖 짓을 다하는 현실이요.......
그것만이 아니오......
과부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떡판을 이고 나와 한길가에 내려놓으면 관리들이 똥파리가 되어 떡판에 윙윙거리며 자릿세로 엽전을 우려내 처먹는 실정이요.......
우리는 그동안 엽전물이 모여드는 것을 막지를 않았소.....
그래서 오늘날 그 엽전 우린 물이 도성과 온나라를 엽전물홍수가 우리를 떠내려가게 한 것이요. 알아 듣겠소? 그러니 우리 나라 위정자들이 엽전 우린 물에 스스로 빠져죽고 떠내려 간 것을.......
내어찌 개혁한다는 사람들을 향해서 썩은 권세자들을 축출했다고칼을 들고 나설 수가 있단 말이요......”
“김 장군!......”
“장군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권세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만 생각하고......”
“장군님은 세상을 보시고 계셨군요?”
“이정도는 약과요. 더 들어보시요.
특허공에서 말이요. 가난한 백성이 옷짜는 법을 새로 발명을 한다 든지, 무슨 약이 무슨 병에 효과가 좋다든지 하여 특허공청에다 접수를 시키면 말이요. 특허공청에 다니는 관리가 말이요. 엽전이 많은 사람에게 말이요. 귀뜸을 하능게요....... 그러면 돈이 많은 자가 엽전물을 목욕하도록 주는게요.....”
“만석꾼놈들이 그짓을 하것지요 잉?”
“그렇지.... 그러면 나라에서 수고했다고 보상해 주는 보상비도 못받고 연구한게 헛수고가 되어버리는거요. 귀뜸 받은 부자놈이 그걸 가지고 장사를 해서 돈을 억수로 버는거지......”
“죽일 놈들.....”
“그지랄을 하니 나라가 발전이 안되는 거지라!”
“그러니 이나라는 생쥐들이나 살겠네요.....”
“맞는 소리지. 그래서 하늘이 뒤집어 놓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지......”
“김 장군의 말씀이 지당한 말씀이시오!”
“그정도는 약과요!”
“아니 그럼.....”
“소학을 가르치는 훈장도 대학을 가르치는 훈장도 천자를 가르치는 훈장도 시서를 가르치는 훈장도 장사꾼으로 나서게 된 세상이요....”
“장군님! 그말씀의 뜻은 무엇인지요?”
“세상이 다 아는 일을 황장군이 물으시다니.....”
“저는 대궐에서 지키는 일만 해서 견문을 넓힐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야 경호하는 것이나 맡은......”
“과거 차철지장군은 생으로 잘난체 하다 죽었지요......
그는 정말 세상 돌아가는 것을 새까맣게 모르면서 국정을 논단한 경호장군이라 백성들이 등을 돌렸지요.....
그를 동정하여 말하는 사람도 없을 정도였지만.......
사람이 자기의 위치를 알고 처신을 하여야 하는 것인데 그는 선배도 모르고 날뛰다가 비명횡사 했으니.......
우리 장군들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면 얼마나 알겠소.......
나는 그냥 나라를 걱정하는 생각을 하는 중에 정보대장을 했었기에 알게 된 것이라오.......
나는 관리들이나 훈장들이 실력이 있는 자가 채용되어 훈장노릇하는 줄 알았었구려......
그게 그렇더라구! 기가막혀서......
장사꾼이나 돈가지고 물건을 사서 이윤을 붙여서 팔아 돈을 버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훈장들이 말이요. 돈을 받고 훈장 노릇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돈을 아주 많이 내놓고 훈장으로 채용을 당하더라구요......”
“아니 무슨 수수께끼 같은 말씀이신지요? 들어도 모르겠습니다. 장군님!”
“제가 군인이라 싸우는 것만 생각해서 그런지 이상합니더! 머리속이 뒤죽박죽을 하고 있습니더!”
“대학책 모르시요?”
“들어 알고 있습지요!”
“그 대학책 공부를 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한 장사꾼이 군데 군데 많이 있는데......
그들은 먼나라 사람들이 공부시키는 것을 듣고서 한다든가 누가 머리를 써서 한다든가.....
좌우간 학생을 수십 명씩 모아 놓고 가르치는 곳이 많이 생겼지요!
그런데 그곳에서 훈장 노릇하는 사람들이 훈장을 하는게 엽전꾸러미를 허리띠로 여러개 두르고 가서 대학 훈장이 되고 그리고 훈장이라고 학생들 앞에서 뻐기고 다닌다고 합디다”
“싸울 줄도 모르는 사람이 장군이 되고 대장이 된 것 같네요 잉!”
“그 뭐시냐 노노보통 장군 같네요!”
“나라가 안 망하는게 기적인 것 같습네다!”
“그 훈장들은 학생에게 연구문을 쓰라고 하여 일보처럼 회람을 높은 사람들에게 시킨답디다.”
“연구문이.....무슨....?”
“쉽게 말한다면 앞으로 우리 나라가 강국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이렇다고 이렇게 정치 하는게 좋겠다고 하는 것들이라 보면 되는거지....
그리고 주변의 나라가 우리나라를 침략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싸우면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하는 것들이나.......”
“예!.... 알겠는데.....그런 엄청난 일을 훈장이 안하고 학동이 한다니...... 이해할 수 가 없습니더!”
“그래도 팔십 먹은 노인이 세 살먹은 아이에게 배우는 것 보다는 낫지 않소......”
“그래두 그렇지..... 그럴수가......”
“나라를 지키면 뭘하누......속이 팍 썩은 걸! 물컹하고 짜부러드는 것만 시각문제겠습니다그려.....어허!.....”
“그러니까 그 연구문을 학동에게 머리를 빌려서 써각고 발표를 하는 것은 권세자가 보고 홀딱해서 대신으로 채용하기를 바라는 짓거리이구먼유......”
“장군님! 그 연구문을 학동에게 쓰게할 때 엽전 거래는 없다고 보시는지요....... ?”
“엽전을 줘야 입을 막는 것은 상식이지.....
그리고 훈장이 그 누구처럼 그러니까 김 법가 아들처럼 승지로 채용되면 그 학동은 승지비서 하는거 아니것수....”
“쯔쯔...... 나라 장래가 뿌리가 썩었으니.......”
“대학책을 들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말이요! 아직 사서삼경도 공부할 입장도 안되는 아이들이 대학책만 만졌다 하면 말이요......공부는 뒷전이고 날마다 술타령하는게 일이라고 합디다!”
“대학방이 있는 곳마다 술방이 널려있지요!”
“훈장에게 갖다 주라는 돈이나 지필묵을 사서 쓰라고 준 돈을 몽땅 술집에 갖다 주는 실정이라는 말을 저도 들어봤습지요!”
“몇몇 대학방에서는 술을 학동이 너무 먹여 술독에 빠져죽었다고 방을 써서 붙여 놓은 걸 읽은적이 있습니더!”
“대학공부하는 학동이 됐다고 하는 봄철만 되면 학동이 술을 너무 먹어 죽는 일이 해마다 생기고 있지요.......
그리고 대학방에서 대학 책을 옆구리에 끼면 그때부터 술독에 빠지는 연습을 하느라 학동들이 날마다 곤드레 만드레가 되고 있지만 어느 훈장도 나서서 술독이 오르면 명대로 못살고 죽게 된다, 술병 들면 폐인이 된다고 알려주는 훈장은 없는 세상입니다.”
“아니 그럼 소학공부를 마치고 대학책은 배우지 말고 사서삼경 공부를 하던가, 전문서 공부를 하던가, 아니면 통감공부를 하면 술독 오르는 술꾼이 안될게 아닙니까?”
“술 먹으면서 공부가 되나......술 먹으면서 어찌 공부를 한다구 그러는지 그들의 장래가 뻔하군요.......”
“그러니 무슨 실력이 있겠어요....... ”
“이거 나라의 장래가 어찌될라고......”
“군인이 훈장과 학동을 걱정 하다니......”
“엽전 한꾸러미면 그거이 도깨비 방망이가 되는데 훈장은 무슨 훈장을 하려고 드나..... 한심한 훈장 같으니......”
“아니 장군 도깨비 방망이가....”
“아이들 같은 사람들이 지껄이는 말이 있지 않소. 방망이로 뚝딱소리가 나게 뚜다리며 ‘금 나와라 뚝딱’ 하면 금이 나온다는 ......”
“그러니까 훈장을 하려고 엽전 꾸러미를 들고서 좇아다니는 돌대가리들의 대갈통을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소리가 나게 때리면 금이 나온다 그말이요?”
“아니 그냥 아무데나......때리는건데.....
장군의 말을 듣고 보니 도깨비 방망이라는 것이 훈장같은 머리에 딱딱거려야 도깨비 방망이가 된다는 뜻이구려......
그러니까 학동비서가 훈장이 된 대신에게 딱딱거릴 때마다 연구문 소리가 안나오게 돈으로 입을 막느라 돈이 훈장 주머니에서 계속 나온다고 하는 것을 풍자하여 도깨비 방망이라고 비웃는 말이라 그렇게 보면 되겠네요.....허허허허.....”
“장군은 웃음이 나와서 좋겠소 그려......코묻은 돈을 알려 먹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오?”
“동몽선습(童蒙先習)을 가르치는 유치훈장이 동몽선습을 배우는 코흘리개 학생에게 훈장을 대접해야 하느니라.....하면서 돈을 자꾸 가져오라고 하여 돈을 알려먹는거 아닌지.........”
“조금은 아시는 것 같은데 그정도는 짚신을 만들어 신으려고 짚을 간추려서 물에 적시어 놓은 것에 불과한 거지요!”
“장군님은 정보통의 전문가이시고 저야......”
“내말은 장군님의 말처럼 그정도로 훈장이 엽전을 알려먹는다면 괜찮다고 봐주겠다는 말이외다. 그러니까 요즘 몽학선생(蒙學先生)인 훈장들은 학동에게 글을 지어오라 하여서 말이요 거기서 엽전을 울궈먹는데 이골이 났답디다....”
“아니 글도 제대루 모르는 몽학생(蒙學生)이 글을 짓는다는 것은 지는 이해가 안되는디요.....”
“그러니까 이야기를 ...... 어처구니가 없으니까 하는 겁니다.....
보나마나 학동(學童)의 어머니가 써주던가 아버지가 써주던가 아니면 이웃집에 글 잘하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글을 받아 훈장에게 글을 써 왔다고 낼거 아니겠소....
그런데 그 훈장이 그 글을 심사를 하여 장원이 된 글이 누구 학동의 글이다, 누구의 글은 준장원이다 하는 식으로 석차를 매겨서 말이요.....
다시 글 써온 것을 부모에게 돌려보내면서 하는 말이 댁의 자녀가 장원을 했으니 장원 턱을 내시요.......하면서 엽전을 울궈내고, 차석을 한 학동에게는 차석을 했으니 엽전 우린물을 가져오시오.......
꼬래비를 한 학동에게는 말이요, 꼴지를 했으니 부모를 오라고 하여 공부를 잘하게 뒷받침을 하셔야지 하며 부끄럽게 해서 장원을 하도록 협조를 하라고 하면 우리 자식 잘 보살펴 교육시켜 달라고 장원턱낸 부모보다도 더많이 엽전 꾸러미를 헌납하도록 엽전을 울궈내는게 훈장들의 생태라오......”
“이건......관리들...... 그러니까......탐관오리는 저리가라군요......”
“장사하는 사람들은 만석꾼들의 횡포로 장사를 해먹기가 어렵고 좌우간 나라의 앞날이 너무나 안타깝군요!“
“그러니 장수들이 들먹거리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그려......”
“우리가 들고 일어나지 못한 것을 대담한 능력자가 나타나서 우리가 못한 정의구현을 개혁을 통해 실현시키고 있으니까 우리나라를 위해서 우리 군부가 적극 협조를 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개혁, 곧 나라 전체가 엽전 우린물의 홍수에 떠내려가는 판국을, 썩는 것을 도려내는 작업을 하는 판이니까 인재가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그러니 대의를 위해 우리 모두가 개인의 은원은 불식할 때라고 나는 보는 것이오. 그래야, 대동단결이 되어야..... 우리와 우리 자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나라를 건설을 할 수가 있으니 합력하여.... 모두.... 민족이 살길을 뚫고 나가십시다.”
“장군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우리 군부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있는 곳이니.....나라 위하는 일에 뒤로 처질 수는 없지요..........”
상도는 장수들의 불만을 우연찮게 살펴보고 한길로 나와 걸어가며 생각에 잠긴다.
‘그러니까 인재를 김 장군에게 추천을 받아서 면면촌촌에 보내는 것도 양심수들 가운데 골라서 탐관오리들을 대체시키고.....
다리 밑의 걸뱅이들을 장사해서 벌어먹고 살도록 해주고.......
토지를 개혁하여 농토를 떼어 주고 벌어먹고 살고.......
땅값을 조금씩 해마다 갚으라고 하고.....
탐관오리를 척결하려면 암행어사를 파송해서 관리들을 살펴야 될테고......
이런 것들을 바로 세우면 가난을 벗어나는 나라가 될 것 같은데......
고자관과 판관들을 감시 감독을 잘하게 하고.......
그나 저나 나는 서쪽으로 부지런히 가야 하는데........
이곳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젊은 놈으로 취급되기도 전에 대학책을 만졌다 하면 우리의 학동들이 술꾼이 되어 버린다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구나.........
대학방 앞에는 술방이 너무나 많다는데.......
아니 그렇게 바보들인가.........
인생을 다 살아 호호백발이 되었다면 혹 술을 가끔 입에 댈 수도 있겠지만 대학방에 다니는 것들이 그래 술을 너무 먹어 술을 못이겨서 죽는 일이 해마다 일어난다니.....
기가막힌 일이구나........
대학책에 술독이 배어 있는 것인가.......
어리석은 놈들........
겨우 소학책을 배운 것들이........
술로써 인생의 장래를 망치다니.....
허구헌날 술독에 빠져 죽지도 않고 술을 처먹는 잔치를 해대니.......
봤다는게 책보다 술 처먹고 색시하고 놀아나는 것만 보고 힘쓰니보통문제가 아녀 이래가지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공부는 안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도 모자라는 시대에 살고 있는 가난한 나라 학동 주제에 신선이 놀부처럼 일도 않고 나무 밑에서 바둑이나 둔다니까 젊은 것들이 바둑으로 날을 새우니......
열심히 일을 해도 주려 죽는다고 아우성인데........
떡잎이 새파란한 것인데........
이 나라 대학책을 들고 다니는 놈들은 얼굴이 주독이 올라 누루땡땡하니까 신선이나 된 줄 알고........
정치를 하는 자들도 술을 먹어야 정치를 하고......
아주 신선들이나 먹는 술을 기생집에서 먹어야 정치를 하고.......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술이야 담배야.......
장사꾼도 술을 곤드레가 되어야 장사를 한다니.......
군인들도 대포로 마셔야 나라를 지킨다니........
술을 먹고 곤드레 만드레가 되었을 때 적이 처들어오면.......
나라가 망하기 전에 군인놈 모가지가 짤라지는 것을 모르다니......
술을 안먹어도 졸다가 목이 달아나는 판에......
아서라 가난뱅이 백성아.......
걸뱅이도 술이 취해 흐느적거리고......
관리도 밤마다 요정에서 술독에 빠져 흐물거리고 있으니........
누가 정치를 잘하려 한들 나라가 술이 취해 갈지자 걸음을 칠 수밖에......
그러다가 모로 꿍 쓰러지면 슬피 울고 탄식을 하겠지......
이런 나라는 내가 서쪽으로 가면서 많은 나라를 봤어도 이렇게 술독에서 헤매이는 것은 못봤구나.......
술독에 잠기는 것을 유전시켜 자손을 망하라고 하는 짓이지.....
처녀 아이들은 술을 먹고 지랄이를 하는 남자가 용기있는 남자요술독이 올라 팔다리를 덜덜거리는 남자가 매력이 있다니......
담배를 피우되 폐에 병이 나도록 담배를 피우는 남자가 남자로 보인다니......
이건 시집가서 주먹질을 당해 상처뿐인 몸뚱이, 멍이 안든 곳 없이 멍이 시커멓게 들어야 행복한 여인이 되는 것으로 안다니.....
매타작을 당해야 남편 있는 보람을 누린단 말이구나......
별일......
술을 날마다 먹으면 몸에 병이 생겨 일찍 죽는다는 것을 아는지........
일찍 과부되는게 신명이 나는 좋은 것인가......
남편이 오래 살면 골치가 지끈거리는 속성이 있는게 이나라 여인네들의 소원인가......
아예 나라 이름을 술술국이라하지.......
밤마다 술마시는 소리......
술이 사람을 달달 볶는 소리......
술에 빠져 길바닥에 토해 대는 소리....
술에 져서 길바닥에 나뒹구는 소리......
술이 시키는대로 여자 남자가 놀아나는 소리.....’
상도는 씁쓸한 생각 속에 한길을 걸어가다 한길 모퉁이에 큰대자로 벌렁 드러누운 사람을 만난다. 상도는 술이 끓는 냄새가 코를 쏘고 덮치자 얼굴을 찡그린다. 그는 길바닥이 안방인줄 알고 있는 사람을 측은하게 생각하다 술냄새가 측은 생각을 쏘아 버려 없앤다. 그는 담담히 그냥 비켜서 걸어간다.
“나보시요!”
“..........”
취객은 상도를 부른다. 상도는 못들은체 그냥 걸어간다.
“술먹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개유?”
“아니지......?”
상도는 개 취급하여 말상대를 안하냐는 말에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말대답을 해준다.
“사람들은 술먹고 횡설수설하고 시비를 걸고 하면 술먹은 개라고 하데유.......”
“자네는 개짓은 안했네. 자네 술취하지 않았나?”
“술취한 사람이 술취했다고 하는 말 들어봤수?”
“그럼 술은 왜 그렇게 많이 먹었나?”
“사연이 있습니다.”
“늙지도 않은 젊은 사람이 술을 어쩌자고 술 속에서 헤매이나?”
“아버지가 술꾼이라 술을 배웠고
어마니가 술을 담궈 술을 배웠죠
아버지가 술 먹여서 술을 배웠고
어마니가 술을 사와 술을 배웠죠
처녀들이 이구동성 외쳐대기를
술을 먹는 그 남자 똑똑 하대요
기생처럼 술을 먹고 울먹거리는
술독에 빠진 남자 너무 잘났어
그 소리에 홀딱하여 술을 먹었죠
장사를 하기 위해 술을 먹었죠
출세를 하기 위해 술을 먹었죠
그러느라 내인생은 술독이 올라
허구헌날 이렇게 술을 마셔야
인생무상 잊고서 살아가지요
자포자기 잊고서 살아가지요
고생 속의 인생살이 잊고 살지요
이렇게 살아야 날래 가지요.......”
“그게 술꾼의 노래요 답이라. 그러고보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너희들은 술을 먹어야 입이라도 살아서 하고 싶은 말을 겁없이 하는 용기가 생기냐? 그럼 나도 네게 화답을 해야 하겠구나.
아버지가 술꾼이라 술을 배웠다
어마니가 술을 담궈 술을 배웠다
세상의 여자 남자 술을 마시니
그래서 홀로청청 너무 어려워
술 속에 들어가서 귀를 막았다
술 속에 들어가서 눈을 감았다
술독에 빠진 몰골 너무 추해서
사람들의 보는 눈을 가리느라고
횡설수설 나오도록 술을 마신다
그러느라 젊은 몸이 할배가 되어
배 가슴 죽을병마 가득 넘쳐서
미망인 통곡 소리 관속에 스며드네...........
그러구서 인생허무.....
낯짝 한번 두꺼워라..........
사람 몸이란 못견디게 괴롭히면 젊어서 마감이 되느니.......”
상도는 읊는 것을 마치고 그곳을 떠난다.
‘술독에 빠져서
땅바닥에 너부러져
오줌 싸고 뭉개여도
지껄이는 재주는 짝이 없구나
어쩌다 네놈이 술독에 빠져
주둥이는 살아서 나불거리냐
썩은 물 마셔쌓고
엽전물 먹어쌓서
철석간장 아닌 네가 어찌 견디랴
서있는 나무 보면
서있는 사람 보면
한쪽 다리 높이 들고
오줌싸개 되는 네꼴
똥개가 너를 보고
개만도 못한 놈이
개취급 해달라네’
그는 실소를 하며 걸어간다.
‘사람이란 곡식을 먹어야 사는거지. 소처럼 풀을 먹고 살 수는 없는거지. 소가 술을 먹는다. 그러면 기운이 철철 넘치는 황소라도 쓰러지고 말겠지.......
사람은 밥을 먹고 살게 되어 있지.......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곡식과 나무 열매로 술을 만들어 먹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재미로 마시고 취하고 흐느적거리고 살고 있는데......
술을 마셔야 기분이 좋고......
술을 먹지 않으면 기분이 따분하단 말인가?
술이란게 곡식을 썩히고 과일을 썩혀서 만들어지는데......
사람은 호흡하는 것이 중지가 되면 그 시각부터 썩기 시작하는 것으로 아는데 사람들은 어찌해서 호흡을 하고 있을 때부터 위장이나 간이 어서 썩으라고 술을 먹고 마시는데......
왜 그런짓을 하는 것인가........
제몸이 아프면 누가 고생을 하는 것인가.....
멀쩡한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체해서 고생을 하는 때가 많은데.......
밥을 과실을 썩혀서 먹으면 그게 소화가 잘되나......
썩은 물을 먹었으니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고 어지러우니 구역질이 나오고 먹은 걸 토하게 되고........
배멀미를 하는 것도 무척 괴로운 일인데.....
배를 타고 멀리 가고 싶어 배멀미라도 해봐야겠다 그말인가........
사람들은 사람이 죽어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을 갈 때에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간다고 그런 말을 하던데.......
그러니까 저세상을 가게 될 때 배를 타고 가게되니.......
배멀미에 익숙해져야, 배에서 멀미 못이겨 죽는 일이 없어야, 저 세상을 갈수 있으니까.....그렇지 죽으면 어찌 가겠어......
저 세상을 행여 멀미를 못견뎌서 못가게 될까 보아........
그래서 배타고 가는 연습으로 곡식 썩은 물을 만들어서 못견디게 먹어 배멀미 나서 토하고 똥싸고 까무러치는 연습을 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조상적부터 - 나그네 인생이다, 나그네 인생이다 - 하는 말을 해오고 있는데......
그럼 사람들 말대로 이세상과 저세상의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강이 가로막고 있다는 말인가?
나그네 인생을 마감하고 저 세상 갈 준비를 하는게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란 말인가?
준비를 평생하는 인생살이라........
배멀미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술을 너무 먹어 몸이 병들어 고생하고 중년에 아니면 초년에 어린 자식들을 내깔려두고 예쁜 미망인을 두고 죽는 것은 별개 아니라서 그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사람들의 모습이란 말인가.....
배멀미를 심하게 하면 죽는가.....
술을 너무 먹어 대학책을 들고 다니던 학동이 토하고 싸다가 멀미를 못이기고 죽어싸니 멀미를 이기려면 멀미 연습을 죽는 날까지 해야 하겠지.....
그러면 멀쩡한 여편네를 의심하고 괜히 술처먹고 때려서 피멍이 구렁이 감긴 것처럼 되도록 못된 짓은 왜 하나.......
술처먹고 일찍 죽으려고 작심한 놈이 말야......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닐텐데.........
부처가 된다는 사람들도 면벽수도를, 고행을 부처 되기 힘쓰는 사람들도 배멀미하다 죽어 버리면 저승에 못가니까 술을 곡차라고 하면서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셔쌓는 것인가.......
하기사 저승에를 가야 부처가 되든 불 지옥에 떨어지든 하겠지........
도를 닦는다는 사람들은 도(道)를 잘 닦아야 저승에를 잘간다고 그러던데......
도(道)라면 죽음 밖의 길이니까 보이지 않는 길을 말하는 것인데.....
술을 먹어야 도가 보이는지......
주도(酒道)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
술독에 빠져서 시를 쓰고 조금 나은 소리 하는 사람을 주선(酒仙)이라고 대접해 부르던데......
이나라 사람들은 술을 섬기는 사람들인지......
술에 미친 사람들인지.......
술을 먹어서 명대로 못살고 생으로 병이 나서 죽었다고 통곡을 하는 사람들이 언제 술때문에 통곡을 했느냐고 말술을 못먹어서 안달을 하는 사람들 같으니라구.......
말술 먹는 것을 자랑을 하고......
말술을 먹어야 정치꾼도 되고 장수가 되어 전쟁을 해도 이기는 것으로 아니 술에 썩어서 내장이 온전치 못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신만은 안썩었다고.....
그러니 백성들이 관공서에서 무슨 일을 하려 해도.....
관리들의 농간에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풍설이 생긴 것이라........
벼슬아치들이 가난한 나라를 만든 것이구나.........
개혁을 한들 며칠이나 가겠는가.......
어린아이들부터 술을 먹지 못하게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아이들 부모가 술을 밥보다 더즐기고 있으니......
나라 장래가 술로써 망하는 날이......
술취한 것들이 고자관이고 판관이니......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고 있을 터......
술취한 고자관이 술취한 포사의 말을 듣고 죄인이라 지목한 사람을 자백하라고 죽인다고 을러대고 몽둥이로 조지겠지.......
그러다가도 변증인이 술을 많이 먹게 해준다면 언제 그랬냐고 - 혐의 없음 - 하겠지.....
이나라는 엽전물에 망하고......
쌀 우린물에 망하고.....
그는 생각 속을 헤매이며 남문 앞까지 왔다.
그는 남문 포순지청으로 들어간다.
“누구시요?”
정문 보초는 상도에게 투박스레 묻는다.
“나는 육인식 순사를 보러왔소!”
“아~ 예, 반장님 찾아오셨습니까? 여기 잠깐만 계세요!”
“그러지요!”
정문 보초는 보초의 상관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투박스런게 졸지에 온데간데가 없이 사라지고 원래 싹싹하기만 하다고 냄새를 피운다.
순사는 막사안으로 잰걸음으로 들어간다.
보초의 등대기를 바라보며 상도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제는 게편이라더니 아는 사람이 찾아온 것과 끌려온 사람의 대접이 너무나 차이가 나는구나......
그러니 공평하게 법이 집행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순사의 친지들은 대접을 융슝하게 받게 되고 순사의 친지가 못되는 사람은 냉대를 받는 현실이구나........
육인식이가 반장으로 승진을 한 모양이군.......
육인식이를 시켜서 포사청을 개혁하는데 감시 감찰을 하도록 하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런지.......
개혁 주체 세력이 탄탄해야 복지부동하고 있는 엽전물에 중독된 관리들을 서서히 밀어내고 활기찬 나라를 건설할 수 있는데.........
일반관리들은 한민주를 시켜서 관장케 하고........
군부는 백청일 중두를 시켜서......
좌우간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나랏 일을 맡겨야 자기들끼리 잘해 나가지.........’
막사 현관문이 열리는 것을 본 상도는 생각하던 것을 접어놓고 육인식 순사가 오는 것을 지켜본다.
“아니......영웅님이.......”
천천히 걸어오던 육 순사는 정문 횃불에 비쳐지고 있는 상도를 알아본다. 그는 반가움에 소리치며 달려온다.
“이 밤중에 영웅님이 웬일이십니까?”
육순사는 인사말을 하며 고개를 꾸벅하고 상도의 손을 두손으로 감싸안으려든다. 그는 상도의 오른손을 두손으로 잡았다가 서둘러 놓는다. 그리고 자기의 두손을 마주 잡는다. 그리고 고개를 떨궈 송구한 표정을 얼굴에 담고 섰다. 그의 얼굴은 인간 본심으로 스스럼 없이 대할 수 있는 분으로 대접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는게 넘치고 있다. 상도는 그의 마음을 읽고 오른손을 내밀어 육순사의 오른손을 잡는다. 그리고 가볍게 흔들며 왼손으로 그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육인식 순사 그간 잘 있었나?”
“예! 소인의 이름을 기억하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반장으로 승진했다구?”
“예!”
“이사람 육 반장! 아까 뛰어와서 내손을 잡을 때는 반가웠고 지금은 반가운게 모두다 시들었는가?”
“아닙니다!”
“내가 남문 포순청으로 자네를 찾아간다고 포사청에서 헤어질때 말했었지! 나를 어려워 말게! 나를 친구처럼 대해 주게나!”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찌 감히.... 제가..... 아까는 너무 반가워서 그만 실수를......”
“아니네! 우리 어디 조용히 대화를 해보세나!”
“예!”
상도는 정문 안으로 들어서서 천천히 마당으로 걸어간다.
육인식도 상도의 한발 뒤에서 상도를 따라 걷는다.
“자네는 포사청의 부조리가 어느 정도라 생각하고 있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지경입니다.”
“그러면 자네가 개혁 주체가 되어 포사청 산하를 개혁하게나!”
“제가 감히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며 일하는 사람이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알기만 하면 어떠한 일도 처결을 할 수가 있는 것일세! 다만 결단력이 요구가 되지....”
“저는...... ”
“주저할 것 없네! 기회를 놓치면 안되네! 기회는 모두가 잡기를 원하나 모두에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네! 국가를 위하고 민족을 위하는 일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하지 않으면 못하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신차려 모두가 살기 위해서 썩은 곳을 찾아 도려내야 나라를 건질 수가 있다네.....”
“..........”
“자네에게 큰 책임을 지는 자리에 대번 오르게 해 주겠다는 말이 아니고 포사청의 운용과 어떻게 개혁을 하여야 할 것인가를 구상하여 나에게 알려주게! 이것이 첫 번째 임무일세!”
“지금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지금 이야기 해도 좋고 며칠 후도 좋지만 가급적 단시간 내에 개혁 방향을 말해주면 좋겠네!”
“저 같은 사람이 오래 생각을 한다고 해서 묘안이 나오겠습니까.....
지금 말씀을 드리지요!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오던 것입니다.”
상도는 걸음을 멈추고 별빛에 반사되고 있는 육인식의 눈을 눈을 크게 하여 바라본다.
“포사청에 근무하는 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요정 출입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재산을 기록하여 둬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날 일이 있으면 포사청 공개된 자리에서 만나게 해야 하며 포사청에 근무 하는 자는 업무로든 비업무로든 어느 누구에게든 구타나 가혹 행위를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엽전이나 쌀한톨이나 받는 자는 엄벌을 해야 하고 포사청 관리가 엽전이던 쌀한개던 어느 누구 빰을 때렸든 불법과 부정부패한 행위를 했을 때는 신고하게 하고 신고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단 포사청의 순사나 포사가 범죄자를 잡으려고 할 때 범죄자가 덤빈다 하면 그때는 가차없이 제재를 가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강도를 체포하려는데 칼을 들고 반항한다면 칼로 쳐죽어도 무방하다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수의 힘으로 순사나 포사를 위협하는 흉악범들에겐 칼은 칼로써 대응하도록 해야 범인을 체포할 수 있습니다.
범인을 잡으려다 순사나 포사가 죽는 일이 생기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니 순사나 포사가 직무 집행하는데 범죄자가 반항을 했다가는 그자리에서 죽임을 당한다는 인식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감히 범죄자들이 포사지청에 난입을 하고 부수고 불을 지르고 포사를 죽이고 하는 자들은 그자리에서 포사나 순사가 무기로 쳐서 죽이게 해야 치안이 유지되고 그래야 범죄 예방이 됩니다.
이점은 너무 미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한 번 감옥에 처넣었으면 감형이니 특사니 하여 엽전을 몇백량 혹은 몇천량씩 먹은 놈을 풀어 놓는 짓을 못하게 해야 엽전 정치를 근절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포사청관리는 직무 집행에 있어 책임을 지고 직무를 감당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포사청은 고자청의 지시를 받고 있어 소신대로 직무를 처결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옥상옥의 형태로써 범죄인을 신속히 처리하지를 못하고 기다리는 기간이 불필요하게 있게 되고......
기다리는 동안에 엽전물이 오고가는 일도 생기고......
그리고 포사청관리는 고자관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일도 못하고......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책임의 소재가 고자청과 포사청으로 나누어지니까 서로 책임을 미루는 공방을 하게 되고......
포사청의 간부급인 포사를 채용하는데도, 고자관을 채용하는데도 문제가 많습니다......”
“무슨 채용 문제를 말하는가?”
“포사관 고자관 채용문제야 많지만 우선 한가지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뭐냐 하면......순사도 그렇습니다만 모든 관리도 그렇지요.....
사람이 술을 안먹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느냐고 술을 먹지 말라고 할게 아니라 차라리 죽으라고 그래라 하겠지만서도.......
모든 관리는 술을 안먹는 자로 채용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술을 먹으면 일의 옳고 그릇됨을 판단하기가 어렵고......
술을 먹는 사람은 일을 법대로 처리하기가 어렵고......
술을 먹는 사람은 술자리에서 엽전우린물을 마시기가 쉽고.......
술자리에서 청탁이 오고 가기가 쉽고......
그러니 판관하는 사람도 말단 관리도 술을 입에 대는 사람은 모두관직에서 스스로 물러가게 해야 하며.....
나라를 위해서는 관직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개혁이 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사람도 실수를 하는데 술을 먹는 사람이야 실수를 더할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포사청과 고자청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술을 먹고 취해서......
그러니까 맨정신으로는 사람을 난폭하게 구타를 못하니까 술취해 고문을 하는거지요........ ”
“옳은 말이네. 육 순사! 반장 개혁을 주도할 식견이 풍부하구먼.......”
“그냥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말씀드린 것인데.......과찬을 하십니다.”
“아냐 육 반장의 견해를 반영토록 하겠네. 그리고 내일 오전에 이곳에 한민주군을 오라고 하게나! 내일 아침에 이곳에서 우리 함께 구상을 해보세!”
“연락을 하겠습니다. 영웅님의 숙소가 어디신지요?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자네 피곤할 텐데 괜한 수고하지 말게!”
“아닙니다! 영웅님을 제가 호위를 해야지요!”
“그러면 우리 가면서 이야기를 더 나누지!”
“예!”
상도와 육인식 반장은 포순청 정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정문 보초는 고개를 깊숙하게 숙여 인사를 한다.
“어! 경비 잘하게!”
“안녕히 가십시오!”
그들은 밤길을 걸어간다.
“어디로 가십니까?”
“개혁부(舊정의당사)로 가려고 하네! 거기에 백청일 중두가 있지!”
“자네와 인사를 시키겠네!”
“............”
“육 반장! 자네는 먼저 나를 고자청으로 데리고 갈 때와 아주 사람이 많이 달라졌어! 반장으로 승급되어 그렇게 보이는 것인가?”
“제가 무엇이 그렇게 달라져 보인다고 그러시는지......괜히 저를 놀리시는 것 같이 저는 느껴집니다.”
“사실이네! 자네는 그때는 활발하지를 못했는데 오늘은 생기가 넘치는 것 같군!”
“제가 영웅님을 만나 뵙고 그때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입니다. 영웅님을 만나 뵙기 전에는 세상 돌아가는게 너무 짜증스럽고사람들 속에 사람들이 하는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여겨져 같이 뒹굴다보니 인생의 낙이란게 없었지요! 그래서 활기를 잃고 살았었지요! 그러던 중에 생각지 못한 곳에서 영웅님을 알아보게 되자 사람이 사는 세상을 고쳐서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리고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일들을 영웅님이 청소하여 주실 것으로 기대를 하면서 생활을 하니까 활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자네 오늘 나에게 아첨하는 건가?”
“제가 아첨을 한들 반장이 청장이 되겠습니까? 사람만 우습게되는 거지요!”
“이사람 내가 농으로 해본 말을 꼬깝게 듣는구만!”
“일개 순사반장의 입장에서 영웅님의 말씀을 농으로 생각하기는 거북스럽습니다.”
“사람 속 한 번 좁구먼!”
“제가 마음이 넓어 웅지를 품었으면 순사를 하겠습니까?”
“육인식이!”
“예”
“나는 인간 육인식이와 말하고 있는 걸세! 내가 자네보다 나은 건 하나도 없어요! 인간대 인간으로 사나이대 사나이로 가슴을 열어 놓고 이야기를 나누세!”
“고마우신 말씀이나 그게 그렇게 되지를 않습니다.”
“육인식이와 내가 몸뚱이 어디가 다른게 있는가?”
“그거야 사람의 몸은 같지요! 허나 능력의 차이는 어쩔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리고 뭔가?”
“사람은 타고난다고 하질 않습니까? 그리고 천시를 타고 난다고 하질 않습니까? 타고난 사람 자체가 다른 것을.......”
“자네가 포사청장이 되면 포사청장감으로 태어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말이군!”
“세상 모든 일이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렇다고 볼 수 있고 사람은 누구나 일생의 삶이 끝난 후에 그가 어떤 사람 노릇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자네 말도 일리는 있지......그러나 결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놓고 볼 때는 그렇지도 않다고 볼 수도 있지!”
“지식의 차이가 있겠지요!”
“사람이 청장 노릇을 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청장에 오르기까지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보내만......”
“사람은 타고난대로 산다고 말들을 하고 있지만 그걸 모르니 열심히 노력하고 살 수밖에 없지요! 좋은 결과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맺혀지는 것은 아니라고 저도 그렇게 봅니다.”
“그건 그렇고 아까 이야기 하던 것을 계속해 보세!”
“개혁 문제를 말....”
“그래! 미진한 부분을 토의해 보세!”
“아까 술을 먹는 사람은 관리로 채용하지 말고 술을 먹는 관리는 내보내야 한다고 말씀 드린 것은 집행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차제에 혁명을 하는 마당이니 기존의 관리들을 모두 술을 먹지 않는 사람으로 교체를 하고 술을 만드는 것이나 술을 파는 것을 법으로 금해야 백성들이 살길이 열립니다. 술을 없애지 않고는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술의 피해는 온 민족이 당하고 온나라가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리고 감옥의 폐해도 없에야 한다고 봅니다.”
“감옥의 폐해라.....그건 무슨 말인가?”
“죄를 지은 사람을 감옥에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보내고 있지!”
“감옥을 짓느라 엽전이 말도 못하게 들어가고 그리고 감옥을 지키는 교화원들을 배치하기 위해 인력이 너무 많이 감옥에 매여 있고......
그리고 엽전이 말도 못하게 많이 소모되고.....
죄수들을 먹이고 돌보는데 엽전이 말도 못하게 들어가고.......
죄수들이 교화원들에게 인권을 유린 당하고........
그러니까 영웅님께서는 그런 우를 척결해 주십시오!”
“어떻게 말인가?”
“감옥을 만들기 위해 성을 쌓듯이 이중 삼중으로 벽을 쌓을 것 없이 아예 감옥을 없애는 겁니다.”
“계속하게.....”
“바다에 떠있는 커다란 섬을 교화소로 만들어서 농사 짓고 죄수들끼리 살아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엽전도 절약 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말단 순사들이 교화소를 들랑 날랑하는 흉악범을 잡으러 다니다가 흉악법에게 칼맞아 죽는 일을 당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지요!
죄를 진 사람이 재범으로만 끝나는게 아니고 십여 번을 양민을 괴롭히고 죽이고 하다가 교화소 들어갔다가는 금방 나와 또 못된 짓을 하고 순사들을 죽이니.....이건 참으로 못할 일입니다.
죄질에 따라 섬으로 멀리 유배를 보내는 것입니다.
재범자는 무조건 섬으로 유배를 보내 세상과 격리 시켜 흉악범은 흉악범끼리 살도록 해야 한다 이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행형법은 너무 물러 터져서 전과가 십범 이상이 있으니 한심하지요......
나이가 많은 놈이 십범 이상이 되면 이해가 될 수 있겠지만.......
순사보고 재범 이상 범죄한 자를 잡아다가 재판 받게 할게 아니라 순사대신 재판을 한 판관들이 잡아다 판결을 하라고 법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판관이 책임있는 판결을 하게 되므로 형벌이 자연 무거울터이니 감옥에서 형벌 받는 죄수도 형벌이 무서워 재범을 못할 것이고 지금보다는 범죄자가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교화소는 섬으로 지정하고 육지에 있는 교화소는 없애고 말입니다.
교화섬을 일테면 극형할 자는 극형으로 다스리고 과실로 살인한 자는 살인자 섬, 강도 섬, 도둑 섬, 사기꾼섬, 뇌물 섬, 강간자 섬, 폭행범 섬, 도박꾼 섬, 술취한자 섬으로 만들어 죄질대로 모여 살게 하는 거지요.....반란한놈들은 반란섬에 유배를 보내고........
그러면 지키느라 수고할 것도 없고 죄수를 상전처럼 모실 수 없다고 교화원들이 불만하여 분풀이를 죄수들에게 악형을 가하지도 않을 거고........
지키는 일이 필요 없지만.....
수군이 해변에서 배를 만들어 타고 오나 지켜보면 된다고 봅니다.
오늘이라도 당장에 시행하면 오늘부터 세상은 밝아집니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전과 몇범이 횡행천지 하는 것은 막을 수 있고 순사가 칼에 맞아 죽으며 범죄자 잡을 일도 안생기고.....
탈옥한 놈이 횡행천지하며 수도 없이 범죄를 저지르며 순사들을 욕을 먹이는 놈이 생겨 나라가 어수선하게 하는 놈도 안생기고.....
탈옥한 놈을 순사가 왜 못잡냐고 하는 소리도 그칠테고......
사실 이런 탈옥을 하는 놈을 순사들이 잡으려고 그놈의 꽁무니만 좇아다니는 망신을 당하게 해서는 안되고........
감옥에서 놓쳐 버린 죄수는 교화원이 잡으러 다녀야 하고.......
고자관과 판관이 잡으러 다니게 만들어야 되는데.......
무슨 놈의 법이 말입니다......
교화원이 놓친 것도 순사가 잡으러 다니며 망신을 당해야 하고......
고자관이 심문하다가 놓쳐서 도망간 것도 순사가 죽을 죄인처럼 해가지고 잠못자며 잡으러 다니다가 칼침 맞아 죽고.......
판관 앞에서 재판 받다가 날쌔게 도망간 놈을 순사보고 잡아오라고 큰소리치니.....이거 어디 순사를 해먹을 수가 있어야지요.......
사실 고단하고 죽을 맛이랍니다......
죄인 잡으러 갔다가 죄수에게 되잡혀서 미망인 만드는 사람이 어디 한둘입니까......
법이 무르다고 생각하는 백성들의 원성도 사그러들 것입니다.
지금까지 뇌물을 많이 먹은 놈이 감옥에 갔다 금방 나오고 그리고 고관대작을 또하는 그런 한심한 법을 운용해온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감옥은 만원인데도 뇌물 처먹는 놈은 쉬지를 않는 겁니다.
교화원들은 치안부서에서나 나라를 지키는 데서 일을 보게 하던가 아니면 딴부서에서 일을 보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좋은 구상을 하고 있었군!”
“영웅님은 우리 나라를 위해서 거사를 하셨으니 나라가 제대루 개혁이 되게 만들어 주실 것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것을 보고 구하고 싶은 맘이 있는 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마음이지.......
그런데 자네와 대화를 해보니 대화가 나하고 통하는 점이 많구만......
내가 나라가 개혁의 궤도에 진입하도록 돕겠으니 육인식 자네가 자네와 뜻이 통하는 사람들을 규합을 하여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세를 만들게나!”
“감사합니다!”
“자네가 그렇게 우국충정이 있다는 것은 나라가 흥하게 되는 기틀이지. 나라를 걱정하는 후진을 양성하도록 하게나!
나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지.
정신이 바로박힌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하냐 못하냐에 따라서 나라의 장래가 명암이 갈리는 것이라 보네.....
내가 자네가 내다본 개혁 방향을 추진토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자네가 제기한 문제를 기록해서 내일 나에게 주게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딴 부서의 개혁할 곳도 생각한게 있다면 말하게나!”
“지금 부자들의 횡포가 너무 심합니다. 그러니까 만석꾼들이지요!
그들은 고관대작들을 매수하여 온갖 이권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들의 농간에 의해 고관대작들은 부정축재를 하고 부자들은 부자들대로 축재를 하는 통에 나라의 재정이 파탄이 났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라의 재정이 파탄이 난 징후는 순사들이 두달이상 배급을 받지못했습니다.
이점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정이 바닥이 난 것을 채워야 하는 일이 시급한데 그 방법을 말해 보게나!”
“없는 사람은 당장에 입에 풀칠하기가 바쁘고 부자들은 흥청거리느라 술판을 벌리고 온갖 잡기를 하느라 민심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백성들의 뒤집어진 마음을 돌려놓는게 급합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바로 잡는 방법은 나라 재정을 바닥나게 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 그들의 재산이 얼마가 되든 환수를 하는 겁니다.
환수를 하는 명분은 나라에 손해를 입혔으니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면 충분한 명분이 된다고 봅니다.
관리들은 관리들이 손해를 끼쳤으니 물어내라고 할 것이요.......
만석꾼들에게는 이익을 챙기려고 나라에서 하는 일에 관리를 매수하여 폭리했기 때문에 나라의 재정을 어지럽혀 국고를 바닥냈다. 관리를 매수하여 엽전을 긁어 갔으니 그걸 반납하라!
예를 든다면 나라에서 사들이는 쌀을 관리와 짜고서 높은 가격에 팔았다. 그러니 그걸 내놔라 하는 겁니다.
이건 예가 아니라 만석꾼들이 저지른 죄인 것을 백성들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 쌀 속에는 쌀이 상한 것도 섞여 있다는 정보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질이 형편없는 것을 납품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자들이 자식들을 병정에 보내지 않은 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뇌물을 많이 주고 병정을 빠진 자들이지요!
이들이 주고받은 뇌물을 환수하는 겁니다.
관리는 뇌물 받은 것의 몇 배를 환수하고 뇌물을 준 자는 뇌물의 몇 배를 벌로써 엽전을 나라에 바치게 하는 벌금형을 내리는 겁니다.
그리고 부정부패한 관리들의 부정축재는 한푼이라도 모두 환수를 하고 장사꾼도 불법으로 장사하는 자들은 벌금형으로 다스리는 겁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 나라 재정을 채울 수 있다고 봅니다만......
재정분야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평소 생각했었던 걸 말씀들인 것입니다.”
“자네 보통 순사가 아니구만......”
“저야 순사로써 나라돌아가는 것을 보고 생각해본 것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칭찬을 과하게 하시니 민망스럽습니다.”
그들은 이야기를 하며 개혁부(舊정의당사) 대문 앞까지 왔다.
“개혁!”
정문 보초는 상도를 향해 인사를 한다.
“백청일 중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상도는 보초에게 묻는다.
“대청에 계십니다.”
“알았다.”
상도는 대문턱을 넘는다. 육순사 반장은 문턱을 넘지 않고 서서 상도를 바라본다.
“자네 왜 안들어오나?”
“이제 그만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어서 따라오게!”
“예!”
육인식 순사 반장은 머뭇거리다가 상도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이곳 저곳에 횃불이 타고 있어 개혁부(舊정의당사) 마당이 그런대로 환하다.
현관에는 등이 걸려 있다.
육순사 반장은 좌우를 살펴본다.
그들은 현관으로 걸어 들어간다.
“영웅님! 지금 오십니까?”
“응! 저녁은 먹었는가?”
“예!”
대청 입구에서 의자에 앉아 있던 백청일 중두가 상도를 정중하게 맞이한다.
상도는 대청 중앙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는다. 육순사는 토방에 서서 대청 안과 백청일 중두를 한눈에 살펴본다. 그리 넓지 않은 대청 가운데에는 직사각 큰상이 놓여 있고 상 주위에 의자가 일곱 개 놓여 있다.
“어서 올라와 앉게!”
“예!”
두사람은 상도 좌우로 가서 앉는다.
“서로 인사하지!”
상도의 말에 두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이쪽은 백청일 중두이고 이쪽은 육인식 순사 반장이네!”
두 사람은 상도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인사말을 한다.
“영웅님으로부터 존함을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 뵙습니다!”
“처음 뵈오나 백중두님을 뵈오니 구면 같습니다! 영웅님을 도와 큰일을 하신 것 축하합니다!”
“과찬의 말씀을......”
“백청일 중두와 육인식 반장은 앞으로 개혁을 주도해야 할 입장이니 서로 유대를 갖되 경쟁자적인 자세는 갖지 말고 서로 협력하여 뭉쳐야 하네!”
“예!”
두사람은 똑같이 대답을 한다.
“다시 말하지만 두사람이 반목을 하는 경우에는 부정부패를 몰아내는 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해야 하네! 지금 이 자리에 아직 참석을 안했지만 장상일 대두와 한민주 청년이 협력하여야만이 이나라의 중병을 고칠 수가 있네! 쓸데없이 권세 다툼이나 벌리면 나라는 전노물왕 시절로 후퇴한다는 것을 명심하게!”
“예!”
“육인식 반장은 포사청을 개혁하고 백청일 중두는 군부를 개혁하는 일을 맡아 속히 처리해 주게! 그러면 백중두는 군부 개혁안을 내일 아침까지 요약하여 나에게 보여주게!”
“네!”
“군부를 개혁할 사항을 생각해 보았나?”
“아직 생각을 못했습니다! 장상일 대두와 상의하여 개혁안을 올리겠습니다!”
“누구와 상의할 것 없네! 개혁한다는 말이 새나가면 풍파가 일 것일세! 아니 백청일 중두! 군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 군부의 부패를 모르다니 지금 군부의 부패한 곳을 어떻게 하면 부패를 방지할 수 있으며 그리고 군비를 덜 써도 되는데 더쓰고 있다면 그걸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걸 못한다 그말인가?”
“죄송합니다! 저는 군부가 부패한 것은 알고 있지만 숙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감히 못했습니다. 저는 무공만 알 뿐입니다.”
“그래? 나는 백청일 자네를 그렇게 안봤는데....... 자네 무과에 급제한 무관이 아닌가?”
“급제만 했을 뿐 상급자가 시키는대로 명령에만 따랐지 제스스로 군사를 부리는 일은 안해봐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백중두! 나는 자네를 개혁 주체의 자리에 앉혀서 나라를 위해 충성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럼 지금 한민주와 장상일 대두를 불러 같이 상의를 하자구......”
“알았습니다!”
백청일은 상도의 명령따라 졸병 둘을 급히 부른다.
육인식은 졸병 하나에게 한민주의 집을 가르쳐 준다. 백청일은 장상일 대두의 집을 졸병에게 알려주고 급히 달려가게 한다.
“여보게! 자네는 자네와 뜻을 같이 한 선후배가 몇 명이나 되는가?”
상도는 백청일 중두를 바라보며 묻는다.
“저는 권부에서 주로 근무를 하였기에 동기들과도 어울릴 시간도 없다 보니 자연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뜻이 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 군부의 체제는 알고 있겠구먼!”
“그건 대강 알고 있습니다.”
“한번 말해보게!”
“병부대신이 있고 병부 부(副)대신이 있고, 그 밑에 북방경비대장이 있고 부대장이 있고, 경비대 밑에 활병대가 있고, 대활병대는 활병대두가 있고 부대두가 있고, 대창군대에는 대창군대두가 있고 부대두가 있고, 대보군대에는 대보군대두가 있고 부대두가 있고, 대마병대에는 마대두가 있고 부대두가 있고, 중활병대는 중두가 있고 부중두가 있고......”
“그러니까 작은 부대나 큰 부대나 대장이 있고 부장이 있다는 것이구만!”
“나라에서 월급은 제대로 받았나?”
“띠엄띠엄 받다가 요근래는 석달치 월급을 못받았습니다.”
“모든 병정들이 석달치 이상 급료를 못받았나?”
“졸병들은 다섯달치 월급을 못받은 것으로 압니다.”
“그러면 어떻게들 먹고 사는가?”
“농사철에는 만석꾼들의 농사일을 거들어 주고 쌀 몇되박씩 받아다가 먹고...... 각자 재주껏 목구멍에 풀칠을 하고 연명해 왔지요!
요즈음은 나라에서 엽전을 주어서 그날 그날 살아왔습니다.”
“엽전으로 밀린 월급을 다 주었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하루에 엽전 세 개씩 받았습니다.”
“월급을 못주다가 요즈음에는 월급 대신 날마다 하루 먹고살 정도의 급료를 준다 그말이군!”
“그리고 공을 세운 사람은 엽전 다섯 개를 상으로 주었습니다.”
“나랏돈이 씨가 말라서 돈을 만들어서 주어 왔다 그말이군!”
“그래서 물건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랐군요!”
육인식은 잠잠이 듣고만 있다가 물가가 오르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고 어이없다는 말투로 말한다.
“그렇게 정치를 하면 백성들이 살기가 더욱 힘들어지지.....”
“나라 재정이 바닥이 났다고 돈을 만들어서 재정충당을 했으니 나라의 빚이 돈을 만든 만큼 늘어나게 했군요!”
“그런식으로 나라를 다스렸으니 백성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나라를 잘다스리는 사람이 나라의 주인 노릇하기를 학수고대하며 장탄식을 하였다는게 이해가 되는구만.....”
“칼로써 나라를 빼앗기는 쉬우나 백성들이 노래를 부르며 살게 하기는 어려운거지요!”
“백중두! 자네 식견이 없는 것처럼 말하더니 그게 아닌데!”
“육반장의 말을 듣고 생각나서 한마디 한 것인데 과분하신 말씀입니다. 사실 돈이 귀해야 물건 값이 싸다고 하는 말은 서민들이 하는 말입니다. 물건이 많으면 물건 값이 싸고 물건이 귀하면 비싼 것은 상식이지요!”
“바로 그거야! 백 중두! 자네가 말한 군부 개혁을 말일세! 곰곰이 생각해 보세나! 달달이 급료를 줄 사람은 많고 나랏돈은 적은데 말일세! 그걸 똑같이 나눠줄 수는 있지! 그러나 받는 사람은 생활이 안되는 거지! 급료가 적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나?....... 무시당한다고 생각 말고 합의점을 찾는다고 생각을 하게나.....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까 백중두 자네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말을 했기 때문이지.......
사람의 머릿수를 줄이던가, 부대마다 지출되는 경비를 절감하던가,아니면 군사비를 증액하던가.....해야 되겠지.....”
“그렇습지요!”
“그러니까 부대마다 대장을 대신할 직책을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일세.......
그러니까 부장(副將)을 없애는거지.......
부장을 대신할 직책은 예를 든다면 활병대 대두가 북방경비대장을 대신하면 된다 그말일세.......
그러니까 군부내의 모든 ‘부’ 자(副字) 직책을 없애는 거지........
그리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직책들을 없앤다 그말이네.......
그리고 불요불급의 군비지출을 없애는 걸세.......
그리고 기병대를 위해 말을 구입한다든지 하는 군비를 덜 들이는 방법을 찾는거지..........
이런식으로 군부를 개편하면 군사비용을 절감하게 되고 나가서 모자라는 나라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영웅님은 군무에 관해서도 무불통지하십니다! 군부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관직 가운데에서 ‘부’ 자 붙은 관리직은 없애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차장이니, 부지사니, 부군수니, 부목사니, 부원님이니, 부동장이니 부대신의 직책을 없애서 나라 재정을 덜 지출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육반장 자네도 나와 생각이 같구만!”
“장상일 대두와 한민주 청년을 모시고 왔습니다!”
현관에서 보초가 크게 아뢴다.
“들어오시라 해라!”
“영웅님! 부르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대인님! 한민주 왔습니다!”
장상일 대두와 한민주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어서들 올라오세요! 밤늦게 오라 해서 미안합니다!”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장상일 대두는 백청일 중두 옆에 앉고 한민주는 육인식 순사 반장 옆에 가서 앉는다. 그리고 곁에 사람과 목례를 한 후 상도를 주목한다.
“그럼 서로 인사부터 나누시지! 이편은 육반장이고 저편은 장대두고 여기는 백중두고 저기는 한민주 청년이고.....”
그들은 일어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다시 앉는다.
“내가 여러분을 부른 것은 우리가 신속히 개혁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안정이 안될 것 같아 여러분을 부른 것이요! 여러분의 의견을 수렵을 하고 두 번째 여러분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 시행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분을 부른 것이오! 그러니까 나랏일이 잘못된 점을 바로 고쳐서 백성들이 안심하고 평안하게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 이말이요! 아무나 생각이 먼저 된 분이 말씀해 주시오!”
“...............”
“갑자기 불러서 의견 준비가 안되신 것 같은데 천천히 이야기 해도 됩니다.”
“그럼 제가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육인식 반장이 제안 하신다구! 기록을 해야 하니......잠깐만....”
상도는 지필묵을 가져오라 명한다.
잠시후 탁자 위에 한묶음의 종이와 세 개의 먹물통과 여러 개의 붓과 나무 젓가락을 갖다 놓는다.
상도는 종이 십여 장과 나무 젓가락과 먹물 통을 자기 앞으로 당겨다 놓는다. 그리고 나무 젓가락을 들고 먹물 통에 집어넣고 좌중을 둘러본다. 그리고 육인식을 쳐다본다.
“육반장 말씀하시오!”
“예! 첫째, 술먹는 관리는 파직해야 합니다. 둘째, 엽전물 먹은 관리도 파직해야 합니다......”
“그냥 간단히 말하지! 해야 합니다. 할게 아니라 파직한다로 하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셋째, 나라에 손해 입힌 관리는 파직하고 열배이상 손해 배상시킨다.
넷째, 뇌물을 받은 자도 준 자도 뇌물 액수의 열배를 벌금으로 물린다.
다섯째, 판관이나 고자관은 책임있는 법집행을 하도록 한다.
여섯째, 교화소는 없애고 교화소 대신 바다에 멀리 떨어진 섬을 교화소로 사용한다. 교화소 섬을 십여개로 정해 놓고 같거나 비슷한 죄를 지은 사람은 같은 섬에 교화시킨다. 그리고 죄수들은 자급자족하여 먹고살도록 한다.
일곱째, 만석꾼들과 권세자들과 유착 횡포를 엄히 다스린다.
여덟째, 재판은 증거 재판만 하도록 한다. 자백은 증거로 채택을 안한다. 관리가 범죄인을 찾기 위해 고문하는 자는 고문으로 응징하고 파직시키며 재산 몰수형에 처한다.
아홉번째, 범죄인은 섬에서 자기들끼리 살게 하고 교화소에 들랑 날랑하며 보통 사람을 괴롭히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벌금형을 받는자가 재물이 모자라는 경우는 유배형에 처한다는 단서를 달아두시지요! 이상입니다. 제안 설명은 이따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좋은 안건이야! 수고했어! 다음.......”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서 말하라구 백청일 중두.....”
“군부에 있어 ‘부’ 자붙은 것을 모두 없애면 군비를 절약할 수 있고 사공이 너무 많은 배가 안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병부대신이 유고시에 병부대신을 대신할 차신을 없애고......
그리고 병정은 얼마 안되는데 대장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나라 군대가 약 이십만 밖에 안되는데.......
그러니까 대장은 열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군들은 백오십명도 더되는데......
그러니까 몸뚱이는 조그만데 머리가 너무 크고 비만이지요......
제 생각에는 대장 대신에 장군 한명이면 되고.....
장군들 자리에 대두인 천부장으로 대체하면 족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군비를 절약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과거 우리 나라가 유교전쟁을 치를 때는 장군이 한 명밖에 없었으나 전쟁을 해서 이겼는데 군부가 반란을 하면서 장군도 대장도 너무 많이 생겨 시어미도 많고 군비를 지출하는 것도 많고 군부의 부정축재도 많아졌지요. 반란하는데 공을 세웠다고 대장을 마구 세우고 장군도 많이 어지럽게 세웠습니다. 그래서 폐해가 많은 것입니다.
그게 다 나라 재정을 바닥 내는데 일조를 한 것입니다.
그러니 나라가 뒤뚱거리고 백성은 도탄에 빠진 원인 중에 하나가 된 것입니다.
별 한개 짜리 장군 하나로 군부가 통제 됐는데 지금은 대장도 많고 장군도 많으니 장군들을 장군 대접해야 하고, 장군은 ‘나도 대신급이다’ 하는 자만에 빠져 있어 나라에서 장군을 대접하느라 헐떡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군부의 계급을 네계단을 낮추는 개혁을 하자 이겁니다.
별 한개를 달기 위해 장군 되려고 온갖 진급 비리가 군부에 만연되어 있습니다. 이런 병폐를 발본색원하자 이겁니다. 이상입니다.”
“백청일 중두가 입을 열어 시야를 넓게 하는군! 좋아! 다음 또 말할 사람......”
“제가 백청일 중두에 이어서 군부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어서 기탄없이 말해주게! 장대두!”
“군부가 나랏일 모두를 지휘 감독하는 병폐를 고쳐야 합니다.
군부는 오직 군부만 전담하게 해야 합니다.
장군이 고관대작으로 되는 것은 고쳐야 합니다. 장군을 하다가 장군복을 벗었으니 고관대작을 하면 부하들이 줄줄이 관리가 되므로 관청일을 그릇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갑옷 만드는 것을 지금보다 줄여서 상의보다 조금 길게 만들어 병정이 기동력 있게 전투를 하도록 하고 겸하여 낭비를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화살 날아가는 거리도 지금보다 짧게 하여야 합니다. 화살이 멀리 나간다고 해서 사상케 하는 확률이 높은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활이 너무 크니 활을 작게 만들어서 실용성 있게 하자 그겁니다.
그리고 성을 쌓는 것만 힘쓸게 아니라 나랏돈이 많이 들어가고 부역하는 백성이 힘이 드니까 언제든지 적을 발견하면 출병할 수 있는 체제와 보초를 지금보다 더 세우는 것이, 더 멀리 세우는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병사들 훈련하는 부서를 통폐합하여 지휘를 단일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고먹는 병사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까 날마다 기생집 들랑거리는 장군이나 간부는 숙정하여 군부에서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병정의 의무를 하지 않은 사람은 관직이나 부자집에서 서사 노릇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나라를 지키는 일을 안한 사람은 나라에서 발을 붙일 수 없게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멀쩡한 놈이 병정을 갔다오지않은 경우는 혼인신고를 받아주지않는 겁니다. 아주 병정을 기피한 자에게는 딸을 주지 말라고 법으로 엄하게 정해 놓아야 합니다.
관리가 군역문제로 뇌물을 먹었다, 원하는 병정직책을 주었다 하면 아까 백청일 중두가 말한 반란섬에......그러니까 반란죄로 다스려 반란섬에 유배를 보내되 영구히 보내야 합니다.
꼭 군부를 개혁해 주시되 일하지 않고 별이나 달고 월급을 많이 축내는 장군들의 머릿수를 꼭 줄여야 합니다. 백중두도 저와 견해가 같습니다.”
“알고 있소! 여기에 이렇게 적고 있지 않소!”
“영웅님은 붓으로 글씨를 쓰시지 않고 젓가락 같은 것으로 아주 빠르게 기록하시는걸 보니 형식 위주에 젖었던 제눈이 실용 위주를 배웠습니다.”
“글이란 말을 잊지않기위해 표시하는 것 아니겠소? 그러니까 말을 빨리 글로 옮기는데 반드시 붓으로 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소! 각자 자기 나름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글씨 대회라면 몰라도....”
“옳으신 말씀입니다! 외식과 격식이란 거추장스런 것이지요!”
한민주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한다.
“그럼 저는 오늘 우선....생각난 것을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수고하셨소! 장상일 대두! 계속 좋은 제안을 바라겠소!”
“예!”
“그러면 또 제안할 분......”
상도는 말을 하며 한민주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보낸다.
“저는 만석꾼들이 만왜국과 교역을 하며 탈세와 밀수를 하고 나라이름을 사용하여 만왜국에서 금화를 많이 빌려다가 고리대금을 하는 것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 가운데 이름을 거명하자면 이철병만석꾼이지요......
그리고 중화국과 외상무역을 하되 비단을 외상으로 많이 들여와 돈냥이나 있는 자들이 외상으로 옷들을 많이 해 입었습니다.
그리고 만석꾼들 모두가 불왕국이나 미왕국에서 금화를 빌려다가 자기집을 대궐처럼 만들고.....
이름을 대자면 아이들도 잘아는 대부호들이지요!
아까 말한 이철병이, 최현종이, 강진석이, 김중우, 조훈중이, 정영주 등과 돈을 치고 있는 엽전상들이 떠들기를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것이니까 외상으로 준다고 할 때 부지런히 금도 비단도 쓰고 입고 보자 땅덩어리는 제놈들이 어찌 떠메고 가것냐?’ 고 떠벌거리는통에 백성들이 빚을 많이 지고 있는 것을 아시는지요!
께벗고 돈한냥 차고 있는 것마냥 백성들을 우습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잠깐! 자네 께벗고 돈한냥 차고 했는데 그말이 무슨 말인가?”
“아, 예! ‘께벗고’ 라는 말은 바지를 홀랑 벗어 밑천이 드러나게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벌거숭이가 엽전 한 개를 옆구리에 자랑스레 달랑 차고 있다는 말입니다.”
“허허허허허......... 아주 재미있는 말이네 그려!”
“앞장서서 우리나라를 빚을 잔뜩 짊어지게 한게 스스로 말하기를 ‘나와 같이 불행한 군병이 되지 말라’ 고 크게 연설을 했던 새벽에 반란했던 오일륙 반란괴수 박충필부터지요.......
명분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다고 미왕국이니 독왕국이니 왜왕국에서 빚을 얻어다 써서 빚을 지기 시작 된게지요......
그러니까 반란괴수 박충필은 반란에 성공하여 왕이 되고 나서 빚을 갚기 위해 나라 땅을 담보한게 아니라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땅속에서 연탄을 캐 주는 품팔러 빚쟁이 나라에 수만명을 보내는 것으로 하고 돈을 빌렸지요!
그리고 수만명의 처녀들을 빚쟁이 나라에 보내서 병자를 돌보는 품을 팔게 한거지요!
들리는 말로는 독왕국에는 병자들을 수백 명씩 모아 놓고 혹은 수천 명씩 모아 놓고 치료도 하고 병자가 죽을 때까지 돌보는 일을 한다나요! 좌우간 그때는 그렇게 돈을 빌려다 쓰더니.......
반란괴수 철권통치 젼전두태왕 때는 그래도 만석꾼들이 함부로 외상으로 금과 비단을 못가져왔지요......무서워서..... 그때는 나라의 빚이 불어나지를 않았지요.......
그런데 젼전두태 반란괴수는 만석꾼들의 등을 쳐서 엽전 우린물을 먹은게 아니라 엽전을 수백가마니를 징발을 했지요......
그리고 만석꾼의 재산도 몰수하게 하는 정치를 했어요.
그런데 노보통 반란괴수가 물정치를 하기 시작하자 만석꾼들은 자진하여 엽전을 한가마니 갖다주고 열가마니 챙기는 수법을 쓰기 시작 했지요! 노보통반란 괴수는 자주 자주 ‘이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 하면서 만석꾼이나 천석꾼에게 ‘이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알아주세요!’ 하면서 아주 보통을 은근하게 부각을 시키는 겁니다.
‘이사람 보통 사람이에요! 믿어주세요!’ 하는 말을 할 때마다 만석꾼들은 보통 사람을 찾아가는 겁니다.........”
“아니 그래 ‘이사람 보통 사람 믿어주세요!’ 하면 갑부들이 엽전을 가지고 반란괴수 노보통에게 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만석꾼들이 누굽니까? 쩍하면 입맛이라고..... 보통 사람이 변해서 보통의 몇갑절 구공자 사람이 될까 봐 똥이 쌓이는 거지요......”
“아~ 아~ ....... 기가막힌 일이.......허허허허”
“대인님은 대인님의 나라가 아니니까 웃음이 나오시지요......
저희들은 기가 막힌 정도가 아니라 환장이를 할 몸이었으면 환장을 열 번도 더 했을 겁니다. 그래서 백성들이 탄식을 아예 장탄식으로 몇 년을 했었지요.....
쏘련왕을 만나려고 금덩이를 큰마차로 몇수레 갖다 주고 만났어요글쎄......돈벌이 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시골 무지렁이가 성안에 나무 한짐 짊어지고 팔러 왔다가 나무를 팔아서 쌀 한되박 사가지고 가려다가 멀리 지나가는 깡패를 보고 때릴까봐 좇아가 뇌물을 주고 아양을 떠는 것처럼 그랬었지요.....
그러니 나라는 물난리가 난 겁니다.
빚에 헐떡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입만 벌렸다 하면......
...... 이사람 믿어주세요! 이사람 보통 사람이에요!......
아양떨듯이....... 그러니 죽을 맛이었지요!.......”
“아니, 그런 무지렁이를 몰아내지않고 뭣들했나?”
상도는 분개한 얼굴로 말한다.
“그러니 환장하는 사람이 부러운 거지요! 사실 보통 사람이 어찌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딱한 일이지요! 보통 사람들이 그 반란괴수 노보통을 감싸고 있었지요!
.......보통 사람 믿어주세요!.....하는 말에 홀딱 속은거지요!
보통 사람은 당을 보통당이라 하지 않고 민자당이라고 했지요!
그러니까 ‘백성들이 스스로 돈을 대게 하는 당이다’ 그말이지요.....
민자라는 말이 백성 스스로라는 말도 되고 백성들의 자본이라는 말, 곧 백성들의 돈이란 말도 되는 이중성이 있는 아리송한게.....
사실 민자당의 돈을 대는 사람들은 재정위원이라는 직함을 받았는데 만석꾼과 천석꾼들이 수백명이었지요!
좌우간 ‘보통 사람 이사람 믿어주세요!’ 하는 말에 나라 재정은 기울기 시작하더니 무슨 공부 많이 한 문민왕이 나라를 개혁한다고 문민시대를 활짝 연다고...... 서울이란 대학방에서 철학을 연구한 왕이라고 대철학 정치를 한다고 했었지요! 반란괴수 노보통밑에서 있던 사람이었지요! 그때 그 보통 사람들이 서울대학방에서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고 왕으로 세우자고 세우라고 난리를 쳤었지요!
그때 보통 사람 아닌 사람들은 왕의 재목이 안된다고 그랬었지요!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보통을 개혁하는 철학으로 한다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열열히 무맥도를 왕으로 뽑았지요!
보통 사람들은 맥도 무맥도 하면서 미치광이가 되어 좋아서 야단을 치더니......
개혁을 내가 할끼라! 철학적으로 개혁...... 신한국당이 개혁을 한다고....신명나게 사는 나라 만든다고 달콤하게 법석대더니.....“
“신한국당 개혁이 무슨 뜻인가?”
“김치를 담궈서 먹다 보면 나중에 그맛이....”
“시어버린 한국사람들이라 그말인가?”
“그렇습니다. 입만 벌리면 신한국당 개혁하며 떠들어대서 귀가 아릴 정도였지요..... 판관을 많이 만든다..... 고자관을 많이 많든다....
변론객을 많이 만들어 변론객의 횡포를 막는다....판관만 해먹는 종자를 개량한다.....암기만 잘하면 되는 판관과 고자관 채용시험을 없앤다....
그러더니.....개혁은 안뵈더니......어느날 갑자기 뚱딴지 소리로 백성들 보고 ‘돈을 쓰고 다녀라!’ ‘유람을 하러 다녀라!’ ‘이웃나라에도 돈가지고 가서 허세부려라!’ ‘우리는 이제 돈을 쓸때 가 뒝기라!’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부터는 돈을 자랑스레 써라!’ 고 나팔을 불고 다니더라구요! 그러느라 입술이 두툼 나팔이 되어버렸습니다. 김영샘왕은 정신이 철학으로 빠져 웅뎅이에 엽전 떨어지는 소리를 하였던 것입니다. 돈냥이나 몇푼 엽구리에 차고 다니던 졸부들이..... 그러니까 만석꾼이나 된 듯이 여자, 남자, 어른, 아이, 노인네 할 것 없이 빚을 내어 쓰고 보자판이 된 것입니다.
나라 안 어느 곳을 가던 동네를 가던 산꼭대기를 가던 술판이 벌어지고 춤판이 벌어지고......‘노세! 놀아!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하는 노래를 부르다가 지금은 다리 밑에서 술병대신 괴타리를 까고 이를 잡아서 피를 빨고 있지요....
그리고 나라 빚이 보통 사람 때보다도 몇십 배인지 빚을 지고는 땅은 안뺏긴다고 주절대더니.......
이웃나라에 우리 왕들이 ‘땅을 사가라.’ ‘밭을 사가라.’ ‘곡식만 몇가마니 주면 어선도 줄께! 논도 주고 산도 줄께! 집도 줄께!’ 하면서 빚쟁이에게 많은 땅을 헌납했었지요! 이걸 개혁해야 됩니다.”
“골치가 보통이 아니군.......부정 부패 주범인 전노물왕만 몰아내면 된다더니.......”
상도는 말을 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입맛을 다신다. 그리고 대청마루를 내려와 현관 밖으로 나간다. 그는 마당으로 걸어나가며 크게 숨을 들여 마셨다가는 소리나게 내품는다.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니........”
그는 갑자기 놀라서 탄성을 지른다.
대청에 앉아 있던 그들은 상도의 놀라는 소리에 후다닥 자리를 박차고 현관 밖으로 일시에 튕겨나온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두리번거린 후 상도를 발견하고 안심을 한다.
“저걸 보게!”
상도는 육인식, 백청일, 장상일, 한민주에게 등을 보이고 서서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킨다.
밤하늘의 별을 가리키는 그의 손가락 끝에는 별이 서쪽으로 흐르고 있다.
“별이 흐르고 있군요!”
“흐르는 별(流星)인 것 같습니다!”
“영웅님은 흐르고 있는 별을 연구하러 나오셨습니까?”
“자네들은 저 흐르는 별을 아는가?”
“저 별은 그냥 땅으로 떨어지는 류성(流星)입니다.”
“그런가? 나는 오늘 밤에 처음으로 보았네!”
“저 별은 새로운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내가 혼돈을 하고 있었네!”
“영웅님이 기다리시는 별은 내력이 있겠군요!”
“구세주 별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참많이 있다네!”
“그렇습니까?”
“구세주 별이 나타나면 이 세상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요?”
“사람들에게 아주 커다란 일이 생긴다고 들었네!”
“아니 그런 별이 생겨나서 서쪽으로 계속 간다는게 희한한 일이고 구세주별이라는 말은 생전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달은 서쪽으로 가지만 별이 가다니요?”
“서쪽으로 가는 별이 있다고 들었네. 한민주 자네나 나나 바쁘게 세월을 보내느라 이제야 밤 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 것 같네......
그나저나 나는 죽음 밖의 세상을 알기 위해 서쪽으로 가는 것은 저렇게 생긴 별이 멈춰 서서 땅을 비추고 있는 동네와 집을 찾아가는 중이었지......
그곳에 가보면 죽음 밖의 세상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몇 년전에 들었었지........
그러고 보니까 이제 저별을 보니까 생각나네!
그때는 무심코 가고 있는 별을 보기만 하고 구세주별이라는 생각은 못한게야! 나는 지금 잊고 있던 별을 따라가보아야겠네........”
“아니 영웅님! 우리는 어쩌라구요!”
“우리 나라를 버려두고 훌쩍 떠나시게요! 그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입니다!”
“나의 목적은 천하를 유람하면서 죽음 밖을 알려주는 지식을 찾아다니는 중이었다네!
그러다가 폭군들이 백성들을 너무나 압박을 주고 설움을 주고 있는게 분하여 활인검을 든 것일세.......
그러나 폭군을 몰아냈다고 하여 폭군이 안생기는 것도 아니고.....
자네들 나라처럼 폭군을 몰아내 줬어도 백성들이 잘살기까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요원한게 아주 먼나라를 보는 것 같구......
내가 백성들의 안타까운 모습만 바라보고 건져주려고 나섰다가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목숨만 앗아버리기만 했고.....
내가 연이 없어 구세주별을 기다린다면서...... 나이만 먹었군!
그별을 보았으면서도 잊고서 살다니......
그것도 자네들 나라 개혁하는 일이 사람의 힘으로는 안되겠다는 것을 깨닫고 하도 답답하여 내가 마당으로 나왔다가.......
나의 무능을 절감하며 하늘을 우연히 올려다 보다.....
저 별을 만났으니.......
하마터면 기다린게 헛수고로 끝날 뻔 했네.........
이 나라는 자네들 나라야!
그러니 자네들이 개혁을 하여 복되게 살게나!
내가 서쪽 나라를 가보고 돌아올 때 만나보세......”
“영웅님이 하시는 말씀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당장에 도움이 필요한 것이요, 영웅님의 말씀은 죽음 밖을 아시기위해 살아있는 사람들을 저버리신다니 너무나 그점은 영웅님답지 않으십니다.”
“그렇습니다! 육인식 동지의 말이 맞습니다. 죽음을 알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들을 돕지 않아 죽게 내버려둔다는 말씀은 저희들에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영웅님! 저희들은 영웅님의 도움이 없이는 혼란에 빠지고 권력쟁탈전의 칼싸움이 벌어져서 나라는 망하고 사람은 말도 못하게 많이 죽을 것이 불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 강력하게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힘이 없이는 자멸합니다. 그러니 영웅님은 책임을 지시고 나라가 개혁의 기틀이 잡힐 때까지는 수고를 해주셔야 합니다.”
“이거 원 물에 빠진 놈 건져 주니까 보따리 내놔라 한다더니......”
“영웅님은 영웅님 뜻대로 가실 수 없으십니다. 영웅님이 지금 이대로 가시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나라가 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게 무슨 말인가?”
“되는 일도 없는 것은 보통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은 송아지 물 건너갔다는 뜻이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것은 부정부패가 안되지 않고 계속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전노물왕을 영웅님이 몰아내 주신 효과가 반짝 효과도 안나고 마는거지요!
그러니까 부정부패집단이 똘똘 뭉쳐서 개혁을 하려고 하는 저희들에게 덮쳐 올 것은 뻔한 사실이고 그렇게 되면 개혁 세력은 모두 이나라에서 추방이 아니라 죽음 밖의 길을 구슬프게 행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전면에 나서지도 않는데 수구파들이 준동을 않는데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안그런가?”
“수구파들은 영웅님이 계셔도 수구기치를 들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영웅님이 안계시다는 것을 수구파들이 알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지금은 영웅님이 계시니까 기죽은 체 하고 있는 것이지요!
부정부패 세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수구파가 지금은 일어나 봐야 목이 잘린다는 것을 알고 기회가 오기만을 와신상담하고 있는 그들입니다.”
“지금 군부의 실력자 김필종장군이 가만히 있는 것도 영웅님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지금 군부를 개혁하고 우리 사람을 빨리 심어 놓지 않으면 영웅님이 계셔도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가 꺼져 버릴 것입니다.”
“그러니까 백청일 중두는 장상일 대두와 빨리 걔혁 계획안을 만들어 시행토록 하게나!”
“예! 날이 새기 전에 부대장을 누구를 앉혀야 할 것인가를 작성하겠습니다. 영웅님!”
“자네들의 후배들 가운데 정직한 자들을 요직에 앉히고 자네들이 군부를 총괄하게! 군부를 장악해야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있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게나.......
군부는 장군 한 사람이 총지휘 감독하도록 하겠네!”
상도는 말을 하며 천천히 현관으로 걸어간다.
장대두, 백중두, 육인식, 한민주는 상도의 뒤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다시 의자에 앉는다.
“여보게들!”
상도는 좌중을 천천히 돌아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예!”
“아까 군부의 수구세력들이 엎드려 있으면서 호시탐탐 개혁 세력을 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현실이네! 내가 지난밤에 자네들을 부르기 전에 민정시찰을 하다가 발견한 일이지......
육인식 동지가 개혁안을 내놓은 것도 전적으로 수용하겠네.......
그리구 한민주군의 개혁도 반영하겠네......
그러니까 신속하게 개혁을 하여 뿌리가 내리도록 하자구!”
“좋습니다!”
“우선 개혁의 급선무는 우리 백성들이 공감하는 것부터 하여야 하는데 그것은 군역을 필하지 않은 관리는 모두 파직을 하여야 하네!
그러니까 군부에 대두의 자식이던 장군의 자식이 군역의무를 필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파직을 하여야 하네! 그리고 군역의무를 기피한죄를 물어 재산형으로 무겁게 벌과금을 물리게!”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자네들이 사사로이 친소를 가려 공의롭게 개혁을 않는다면 나는 떠나갈 것이니 그리들 알게나!”
“명심하여 공의롭게 하겠습니다.”
“군역의무를 기피하는 자들은 쥐새끼들이지. 이런 쥐새끼들을 내버려두면 누가 나라를 지키겠는가? 내가 알기로는 만석꾼들의 자식이 거의가 군역을 기피하였고 이나라의 고관대작이라는 놈들의 자식들도 거의가 군역의무를 외면한 매국노보다 형편없는 것들이지!
그러니 나라가 중병에 걸려 있는거라는 것을 깨달았네!
병정에 나가서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 누구를 위해 나라를 지키겠나?
돈냥이나 있고 엽전꾸러미 차고 다니는 놈들이나 만석꾼 놈들을 위해서 적을 막겠나? 아니면 고관대작을 위해 나라를 지키겠나?
최우선적으로 군역을 바로하지않으면 나라는 망하고 만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명감을 갖고 단시일 내에 개혁하고 보고하게!”
“예! 신속하게 처리하여 백성들의 지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지시한 것은 집에서도 일체 입도 뻥긋하면 안되네!”
“예!”
“자네들! 지금 포사청장과 만석꾼들은 한 패거리가 되어 있네!”
“아니! 포사청장이요!”
“포사청장이! 사실입니까?”
“자네들이 법가라고 추앙하는 인물 이창회가 자식을 두명이나 군역을 기피한 걸 아는가?”
“그게 무슨 말씀인지! 저는 어리둥절합니다.”
“이사람들아! 자네들은 사람의 외모만 보고 옳다고 하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거지! 그사람의 이면을 보고 충신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네!”
“아니 이창회 대신이 그럴수가...... 믿기지를 않습니다.”
“영웅님 보고 전노물왕을 몰아내자고 영웅님의 도움을 청했던 그 포사청장이 갑부들과 어울려 엽전물속에서 놀아난다는게.......
그놈이 뭐가 아쉬워서 갑부들과 유착을 하나......
그런 놈이 영웅님에게 전노물왕을 몰아내자고 개혁을 하자고......
뻔뻔한 쥐새끼를 보았나......”
“육인식!”
“네!”
“자네는 포사청을 완전히 장악하고 벌을 줄 자는 벌주되 자네가 말한대로 재물형으로 다스리고 포사들을 몽땅 물갈이를 하게나!”
“네! 명심하겠습니다.”
“단시일 내에 자네가 나에게 말한 개혁을 모두 실행하여야 하네!”
“예!”
“일이 벅차면 한민주군과 함께 부조리를 척결하도록 하게!”
“예!”
“그리고 백청일 중두!”
“예!”
“내가 깜박 했었군! 자네는 날이 새기 전에 이곳 대궐과 이 당사를 지키는 어영대장과 그의 수족이 되는 직속 부하들을 모두 해임하고 자네가 어영대장을 중두로써 맡게나! 그리고 장상일 대두는 사대문 수문장을 모두 날이 새기 전에 교체하게! 그리고 김필종 장군을 해임하게!”
“예!”
백청일 중두와 장상일 대두는 의아스런 얼굴로 대답을 한다.
“이들은 수구세력이자 언제든지 우리를 공격할 사람들이네! 궁금하면 이들에게 지난밤에 굴 속에서 무엇을 상의했는지 물어보게!” “예!”
“오늘로써 군부의 모든 소두 이상 장군은 예편하고 백부장들로써 수문장으로 세우고 군부의 근간을 삼을 것이네!”
“그러면 감찰군을 보내 모두 잡아 들이겠습니다.”
“그러면 신속히 처리하라!”
“예! 영웅님의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그들은 각자 감찰군을 인솔하고 당사가 있는 대궐을 소리없이 달려나간다.
상도의 명을 받은 장상일은 감찰군 이백명을 인솔하고 상도가 가르쳐 준 토굴을 급습한다. 그들은 굴 속에서 김필종 장군과 수문장들을 잡아 압송한다. 육인식은 백여명의 감찰군을 데리고 요정으로 달려가 포사청장과 만석꾼들을 포박하여 압송한다.
한민주는 커다란 종이에 부지런히 글을 써내려간다.
커다란 백지에 글씨를 다 채우고는 감찰군 십부장을 부른다.
잠시후 감찰군 십부장이 달려와 그에게 군례를 취하고 섰다.
“너는 대궐안 연무장에 지필묵을 준비하되 과거시험 보는 것처럼 준비하라! 그리고 도성 안의 사서방과 대학방의 유생들을 빠짐없이 연무장으로 집합시켜라! 시각이 급하니라!”
“말씀대로 즉각 봉행하겠습니다.”
십부장은 잽싸게 달려나간다.
한민주는 자기가 쓴 포고령을 연무장 정면 게시판에 붙여 놓았다.
그리고 연무장 한쪽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왔다갔다한다.
‘우리나라를 위해 상도대인이 노심초사를 하시고 계신데......
앞장서서 개혁을 이끌어 갈 사람이 너무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 쌓이는구나........
썩은 것을 대번에 도려내자니 나라가 주저앉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몸뚱이가 아니 병든 곳이 없으니 썩고 있는 곳을 다 도려낸다면 뼈다구만 앙상하게 남겠지......
뼛속도 성한 곳이 없어 그 속에서 고름이 나오고 있는데......
나라의 골격을 이루는, 나라를 버티고 있는 군부가 개인의 안일을 추구하고 인사청탁을 하기 위해 장군이 인사담당 졸병에게 뇌물을 먹이다니......
장군이 졸병에게 뇌물을 먹인다는 말은 격에 맞지 않군........
졸병이 장군에게 뇌물을 갖다바치는 것은 뇌물을 먹였다고 해도 자연스러운데.......
그러면 무엇이라 말을 해야 하는가........
뱀의 먹이가 개구리인데 차라리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었다고 하는게 낫겠지......
국가를 보위하는 군부가 머리만 크고 몸뚱이는 작고 손과 발은 기형적으로 너무 작아.......
나라가 계속 반란만 되풀이하니.....
공이 있는 군병을 대접하려고 없는 장군 자리를 만들어서 앉히다 보니.......
대장이 왜 그렇게 많나.......
장군이 왜 그렇게 많나......
머리만 큰 것이지......
부하 천명을 거느리고 있는 천부장도 아예 대장군으로 하고 대장 월급을 주지 한심한 놈들.....
나라의 재정이 바닥이 나든 말든 제 주머니만 챙기다니......
왕을 하려면 무과에 급제를 해야 왕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만든 놈들.....
지금까지 이렇게 무인이 반란을 하여 왕을 몰아내고 왕노릇 아닌 엽전꾸러미 챙기기에 급급한 것은 많은 유생들과 지도급 인물들이 반란자를 미화하고 영웅시하기 때문에 반란자가 많이 생긴거라구.......
이번에 반란섬에다 반란을 모의하였던 수문장들을 유배한 것은 잘한 일이지......
나라에 홍복이야......
상도대인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출해줘서 개혁을 열심히 밀어붙이니 백성들이 숨을 쉬게 되고 나라의 기초가 튼튼하게 되었으니 나라의 복이지.......
누구보다 내가 상도 대인의 은혜를 입었다구........
하마터면 꼼짝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인데.......
생각만 해도 아찔아찔 하구나!
개혁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개혁을 실행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많고.....
정의감이 빼어나고......
그리고 힘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개혁에 참여하여 개혁을 각분야에서 실행하는 인재가 필요한거라.......
그렇지않음 중풍걸린 사람처럼 나라가 비실거리다가 이웃나라에게 먹혀서 망하고 마는거지.......
오늘 개혁 일꾼을 얼마나 뽑게 되려는지......’
열린 연무장 문으로 대학방과 사서방의 유생들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고 있다.
유생들은 연무장 게시판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게시판에 붙어 있는 포고령을 고개를 젖히고 읽는다.
게시판을 읽는 유생들의 표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고개를 끄덕이며 서 있는 사람, 두주먹을 불끈 쥐는 사람, 크게 한숨을 쉬는 사람, 기가 죽어 버리는 사람등 각양각색의 모양새를 취하고 섰다. 어림잡아도 수백 명은 모였다.
한민주는 게시판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게시판 옆에 섰다.
“유생 여러분! 글씨를 쓸수 있게 띠엄띠엄 앉아 주십시요!”
한민주는 크게 외친다.
유생들은 두런거리며 서서히 뒤로 물러가며 자리를 잡고 땅바닥에 앉는다.
“유생 여러분! 계시판을 보지 못한 분을 위해 제가 게시판 내용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장내는 조용해졌다.
“유생 여러분이 관리가 되었다면 작금 우리 나라를 위해 어떤 것을 개혁하겠다. 아니면 나는 이렇게 정치를 하겠다. 혹은 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고 백성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런 제도를 만들어서 시행하겠다는 복안을 적어 주십시요! 그리고 본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해 주세요! 발표는 내일 이 자리에서 하겠습니다.
그러면 종이와 먹물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유생들은 다시 떠들기 시작한다.
“잠깐 조용히 해 주세요! 잠깐만요!”
장내는 다시 조용해진다.
“유생 여러분! 술을 좋아하는 분은 등용이 안됩니다. 그러니 술을 끊을 수 없는 분은 조용히 일어나 돌아가 주십시오! 지금 개혁 정부에서는 우리 나라가 잘살고 잘되기 위해 술먹는 사람은 공직에서 모두 파직키로 했습니다. 그리고 술을 먹는 사람은 나랏일을 맡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유생들은 다시 두런거리기 시작한다. 유생들 가운데는 투덜거리며 일어나 연무장 밖으로 몇사람이 걸어나간다.
“과거시험을 이상하게 치루는 모양이네!”
“시험보는 것도 개혁을 했나봐!”
“남자가 술을 못먹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나!”
“술만 안먹으면 정치를 잘하게 되나!”
“아니 시를 쓰게하지않고 무슨 말을 하는건지 원!”
“글을 지으라고 해야지 이게 뭐야!”
“반란이 아니구 혁명을 했다더니......다르긴 다르구나!”
“이번에 전노물을 몰아낸 사람은 왕이 되려고도 않는다며?”
“백성들이 압박을 당하고 설움을 당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혼자 들고 일어났다면서?”
“듣기로는 우리 나라 말을 하고 생김새는 우리 나라 사람과 똑같은데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라면서?”
“나라를 위해 잘된 일이지! 전노물이 계속 돈이나 갈쿠리로 긁고 있으면 뭐가 남겠나?”
종이와 붓을 건네 받은 유생들은 초안을 잡느라 중얼거린다.
각자 소신대로 나라를 위한 방책을 생각하며 열심히 쓰는 사람, 먼하늘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사람, 옆사람의 글을 흘금거리는 사람.
“이거원 이런 시험이 과거 시험에 날줄은 몰랐네 그려!”
“이것두 문제라구......
대학책에 기록된 이야기를 적으라고 할 일이지.....
암기한 것을 쓰라고 해야 우열이 가려지지......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이 어찌 개혁을 한다고...... 쯔쯔........”
“맹자가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교시한 것을 쓰라고 해야지 원.....
사서 삼경에도 없는 것을 문제라고 쓰라니 이런 엉터리들이 있나......”
“공자가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사서 공부를 한 우리를 뭘로 보는거야......
공자의 교훈을 암기한 것을 쓰라고 해야 이것들이 멱국을 먹고 나같이 사서를 암송하는 사람이 장원을 할 것인데......
암기한 것을 쓰라고 하면 장원을 할 것인데.......”
“내가 사서 공부를 하며 사시를 줄줄이 외고 있는 사람인디.....도대체 나를 바보 만드는 시험이라고라!”
“사서 삼경을 독파가 아니라 암송을 하는 능력있는 사람을 뽑을 생각을 않능거보니께 무식한 놈들만 과거급제 시킬 모양이랑께.....”
“암기도 못하는 것들을 뽑아서 어디다가 쓸라고 그라는지 모르겠지만 늙지도 않은 관리라는 것들이 치매 환자 많이 생기것네 잉......”
“여러개 쓴다고 좋은거냐? 에라 모르겠다.
고자관들의 횡포를 없애야 한다.
고자관을 감시하고 고자관 감시하는 관리를 감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가지만 써놓자.....
이것만 개혁돼도 나라법이 그런대로 법 위에 노는 놈을 닥달을 할 수 있을테니까.....”
“우리 나라는 무슨 공신, 공신이 너무 많아 놀고 먹는 인간이 너무 많으니까 공신을 깡그리 없애 버리자고 적어야겠지......
공신이라는 자들이 장군벼슬을 하고 먹고장군을 한다니까......
나라돈만 축내는 인간들을.......그냥......
또 있지 공신들이 국록을 받아먹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그 부(副) 자 붙은 관리를 몽땅 내몰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잘될 수 있다.
왕도 부(副) 자 붙은 왕이 없는데 면에도 부(副) 면장이 있고, 군에도 부(副) 군수가 있고, 부(副) 목사, 부(副) 시장, 도에도 부(副) 지사가 있고 대신에도 부(副) 대신이 있으니 나라의 재정이 구멍이 나니까 엽전이 구멍이 날 수밖에........
그러구 보니까 군부에도 부(副) 중대장이 있고, 부(副) 대대장, 부(副) 연대장, 부(副) 사단장, 부(副) 군단장, 부(副) 사령관, 부(副) 장군.
그렇게 놀고 먹는 관리가 많으니.......
나라꼴이 왜 이렇게 부(副) 자가 많아?
‘부((副)’ 자 관리만 정리해도 나라 재정이 바닥은 안났겠지......
이것만 써내도.........개혁에 동참은 된다고 보는데......”
“개혁을 생각해 봤냐? 묻는 것인데.......
나라가 제대로 서려면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 되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은 강자에게는 거미줄처럼 뜯어져 버리고 약자에게는 거미줄처럼 올가맨게 현주소야......
그러니까 법을 다루는 고자청을 개혁을 하여야 하는데......
고자청을 법무대신 밑에서 떼어 내서 독립청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자관들의 상명하복관계를 청산해야 되고.......
학연이나 지연과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법집행자인 고자관을 독립시켜서 고참 고자관이나 신참고자관을 동등한 고자관으로 만들고.......
군부처럼 분대장 되는 고자관은 없애고.....
계급은 철폐해야 바른 법 운용이 된다 ......
그리고 고자관의 차별은 급료만 차이가 있게 해야 된다고 써야 되겠지.......
판관도 마찬가지로 모든 판사는 계급을 없앤다.......
고자관이나 판관은 암기 시험으로 뽑아서는 안되고.......
변론객 노릇을 오래하고 깨끗한 생활을 한 변론객에서 채용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을 하면 되겠지......”
“반란을 하는 자는 무덤까지 좇아가서 사형시켜야 반란이 근절된다고 쓰면.....”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살 수 있도록 나라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쓸가......”
“한길을 자기집 앞이라고 이것 저것 늘어 놓아 보행인이 다니기에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한길을 마구 파헤치는 것을 법으로 금해야 한다고.....
자기집에 수레가, 우마차가 다니기 좋으라고 한길을 자기 편한대로 변형시켜 많은 보행인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도덕성을 일깨워야겠지....... 돈냥이나 있는 자와 관직에 높이 있는 것들의 횡포를 막아야 나라가 잘된다고 써야겠지.....”
“자기집의 오물을 한길에 내다버리는 행위는 엄금해야 한다고.....
작은 법을 지키도록 관청에서 유도를 해야....... 충성도 생긴다고 해야겠지.....”
“우리 서민들이 순사들 한테나 고자관들 한테 죄도 없이 끌려가서 죄인으로 몰리고 볼기를 맞고 주리를 틀리는 고문을 당하며 모르는 일도 죄인으로 만들어져 감옥살이를 하는게 많은데.......
이런 걸 고쳐야 백성들이 숨을 쉬고 살 수가 있지.......
그러니 그런 고문을 하는 순사나 고자관을 파직시키고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해주는 사람을 고자관으로 뽑고 순사 포사로 뽑으라고 건의를 해야겠지......이런 고문하는 관리를 없애는게 백성을 위하는 정치요, 나라를 위하는 정치지......”
“뇌물을 먹는 관리는 모두 파직시키고 섬으로 유배를 시켜버리라고 해야 되겠지.....”
“오늘 유생들을 불러모아 각자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겠냐고 건의를 받는 것인데......
그렇다면 나는 국토를 깨끗하게 만들어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해야겠다. 딴 정치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니 들로 산으로 다니며 들이나 산을 더럽히지 말자. 들이나 산을 더럽히면 비가 오면 그더러운 것을 씻은 물을 먹게 된다. 그러니까 아무데나 똥싸고 오줌을 싸면 안된다.
그리고 산에다가 나무를 심어 산을 가꾸지도 못하면서 산에 놀러갔다오면되지 왜 산에다가 불을 질러 산을 황폐시키냐고 산에나 들에 놀러가는 사람을 계몽하자고 건의를 해야겠다.......
그러니까 아예 입산 금지를 시키자고 할까.......”
“사람이 사람을 매매하는 놈들은 섬으로 유배를 하여 굶겨 죽이라고 해야겠다.......여자아이들을 잡아다가 기생을 만드는 놈은 죽이던지 섬으로 보내야 딸을 둔 사람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정치를 하라고 해야겠다......
감옥살이 한 번만 한놈은 사회 생활하게 하되 두 번째 감옥 갈 짓을 한 놈은 섬으로 유배를 시켜야 살기 좋은 나라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다.......”
“남의 아내를 강간하던가 처녀를 강간한 놈은 섬으로 유배를 보내던가 죽여야지...... 감옥살이 일이년만시키니까 그런놈들이 계속 생기는거라구.......”
“남의 재산을 속여 빼앗는 놈이나 갈취하는 놈은 섬으로 유배를 보내야 나라가 깨끗해지지........”
“의사놈이 환자는 제대로 치료는 안하고 허위로 진찰하여 사람을 골리는 놈도 섬으로 보내야지.....”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잘살 수 있는 정치를 잘할 수 있나를 연구하는 연구인을 두라고 건의를 해야겠다.........
그리고 각 도에서 도대표가 모여서 국사를 논의하는 부서를 만들자고 해야겠군........그러면 지방마다 균형이 유지되어서 우리 지방은 찬밥이라는 불평이 없어질 것 아닌가?”
유생들 가운데는 밥한상 먹을 시간에 커다란 종이 서너장에다 글을 써서 제출하고 연무장을 둘러보며 웃음을 얼굴에 담고 걸어나가는 사람도 있고, 계속 시조를 낭송하듯 혼잣말을 하며 한줄쓰고 다시 낭송하고 한줄쓰는 사람으로 연무장은 벌떼 날아가는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저녁 참 먹을 때가 되자 유생들은 글을 제출하고 연무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에는 모두 개혁서를 제출하고 대궐을 모두 떠나갔다.
다음날 아침 연무장에는 유생들이 다시 모였다.
그들은 게시판에 붙어 있는 공고를 읽고 또 읽는다.
‘아니 그럼 어제 개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사람 가운데 술을 먹지않고 나라에 봉사하겠다는 의사를 개진한 사람과 백성을 위한 충정을 피력한 사람들은 모두 감찰원의 감사로 채용을 한다.......
유생 가운데 무예가 출중한 사람은 별도로 무과에 응시하면 개혁군의 감찰로 채용하겠다니......
유생들을 신임하여 나랏일을 맡긴다는 말이군. 좋지! 좋아! 세상이 이제 바로 잡혀 돌아가겠네......’
게시판을 바라보는 유생들은 얼굴에 웃음을 담고 게시판을 떠날 줄을 모른다.
한민주가 게시판 앞으로 걸어간다. 그를 알아보는 유생들은 그에게 목례를 하며 물러나 길을 열어 준다.
한민주는 게시판 앞에 섰다.
“유생 여러분! 여러분의 등과를 축하하오! 잠시 땅에 앉아서 내가 하는 말을 들으시오!”
한민주는 크지 않은 음성으로 말한다.
유생들은 뒤로 조금씩 물러나며 쪼그리고 앉는다.
“오늘 유생 여러분에게 직무가 부여될 것이오! 먼저 여러분이 관직에 나가는 것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이시간부터 부여받게 되는 일을 절대로 누설시켜서는 아니되오! 알겠습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유생들은 연무장이 들썩거리게 소리쳐 대답한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은 책임감과 충성만 있으면 되는 것이오! 많은 지식이 필요한게 아니란 말이오! 다시 말하거니와 자기 직무를 누설하는 유생은 파직이 될 것이오! 그럼 열 사람씩 감찰군의 안내를 받아 사령장을 받으러 개혁부로 가시오! 전열 일어서시오!”
유생들은 개혁군에 선발된 자격자라는 긍지가 넘쳐나 절도있게 일어나 감찰군의 안내를 받으며 대궐문을 마주보고 있는 개혁부 건물로 걸어간다. 그리고 현관으로 들어간다.
“다음 열 일어나시오! 개혁부 현관에서 기다리다 사령장을 받고 유생이 나오면 즉시 현관으로 들어가시오!”
“예!”
유생들은 일어나 현관 앞으로 보무 당당히 걸어간다.
개혁부 대청
유생들은 일렬횡대로 육인식을 향해 섰다.
육인식의 앞에는 길다란 책상과 서책이 열권 놓였다.
그리고 지필묵이 놓여 있다.
“천부장님께 경례!”
감찰군은 구령을 붙인다.
유생들은 일제히 중앙에 서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여러분의 개혁 의지를 치하합니다. 나는 육인식이라는 사람이오!
나는 관리들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나라를 위해 같이 일해 봅시다. 여기 서책에 본인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하시오! 그리고 먹물을 오른손 엄지에 조금 바르고 본인의 이름 밑에 지장을 찍으시오!
사령장에도 본인의 성명을 쓰시오!”
“예!”
유생들은 신속하게 서책에 주소와 성명을 기재한다.
감찰군은 사령장을 서명 날인한 곳에 올려놓고 계약서 두장을 맞대 놓고 도장을 치듯 손바닥 만한 도장을 찍는다. 사령장에는 감사라는 글씨가 빨갛게 절반이 찍혔다.
“사령장을 받으시오!”
육인식은 사령장을 나누어주며 악수를 해준다.
그리고 유생들의 어깨를 다독거려 준다.
“그러면 연무장으로 가서 기다리시오!”
“천부장님께 경례!”
유생들은 일제히 허리를 굽혀 경례를 한다.
그리고 돌아서 현관으로 걸어나간다.
현관 밖에서 기다리던 유생들이 현관으로 들어간다.
점심 먹을 때가 조금 지나서 사령장 수여식이 끝났다.
유생들은 조용히 담소를 하며 연무장 광장에 앉아 있다.
육인식은 연무장 게시판 앞으로 서책을 들고 걸어간다.
그의 뒤에는 십여 명의 병정이 소달구지를 끌고 따라온다.
달구지 위에는 가마니 두 개가 세워 실려 있다.
달구지는 삐거덕 소리를 내고 있다.
유생들은 육인식이 연무장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담소를 그치고 육인식을 주목한다.
그는 보통 걸음으로 게시판 앞에 다가간다. 한민주는 가볍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그리고 게시판 한쪽으로 비켜선다.
육인식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한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었다 내린다.
“한 백부장 수고가 많았소!”
“천부장님이 수고가 많으십니다.”
한민주와 인사를 끝낸 육인식은 유생들을 바라본다.
병정들은 달구지에서 엽전이 든 가마니를 내려 게시판 앞에 놓는다.
“여러분은 지금 임무를 부여 받을 것이오! 여러분은 부여 받은 임무를 절대로 누설해서는 아니되오!”
“예!”
유생들은 크게 대답을 한다.
“호명하는대로 앞으로 나오시오! 오정태! 이사모!”
“예!”
“오정태 감사는 주경으로 가서 주경관아를 감사 하시오! 그리고 이사모 감사는 동안현을 감사 하시오!”
“예!”
한민주는 이사모와 오정태에게 각가 엽전 스무 냥을 건네준다.
그리고 여비로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감사 기간은 한달이라고 알려준다.
“김수성! 주식규!”
“예!”
“주광현과 광영현을 감사 하시오!”
“예!”
오후 늦게 감사들의 임무 부여가 끝났다.
상도는 도성 안의 이구석 저구석을 살피며 걸어간다.
그는 다리 밑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늦은 밤에 사람들이 잠은 안자고 다리 밑에서 떠들고 있다니.....
저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리라.....’
상도는 다리 가까이 인기척이 나지 않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들을 별빛으로 하나하나 뜨더본다.
별빛아래 다리 아래 어둔 것으로 몸을 감고 있는 그들, 그들은 글자 그대로 세상을 비비꼬며 한이 풍겨나게 한이 몸에 저려진 모습들이다.
두다리를 쭉뻗고 앉아 있는 사람, 무릎하나는 세우고 앞가슴을 풀어헤치고 다리 하나는 거적대기 위로 쭉피고 있는 사람, 다리 기둥에 기대앉아 두다리를 오그려 두무릎을 세우고 봉두난발한 사람, 흙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사람, 무릎을 세워 팔굽을 받치고 턱을 괴고 있는 사람, 땅바닥에 옆으로 누운 사람들이 상도의 눈속으로 좇아든다.
“이거 우리는 나라가 뒤집어져도 별수가 없구먼그랴!”
“그럼 자네는 나라가 뒤집히면 놀고 먹을일 생길줄 알았나?”
“저 박서방은 한자리 할 꿈을 꾼게지......”
“이사람아! 내가 배우지도 못했는데 한자리는 무슨 한자리.....”
“그 청송교화소에서 감옥살이 하던 사람들이 한자리씩 하고 있는데 자네라고 못할게 무엇 있나?”
“모르는 소리...... 그 청송에서 감옥살이 하던 사람들 가운데 억울하게 옥살이 하던 사람들이 말일세..... 뭐시냐 정치를 잘못한다고 바른말하다가 잡혀 들어간 사람들중에 유식한 사람이 뽑혀서 한자리를 하는거라고 들었네.....”
“자네는 귀가 아주 밝구먼!”
“이번에 전노왕을 몰아낸 사람은 영웅이라고 하더라고.....”
“그렇다고 나도 들었지......뭐시냐 그 전노왕을 몰아냈으면 으레 왕노릇하는게 지금까지의 반란한 사람들이었는데 그 뭐라더라?.....”
“영웅 이름 몰라서 그라나! 영웅 성씨가 상도라고 들었네만.....”
“그랴! 그 상도라는 분은 못되게 구는 왕을 죽이고 백성을 도탄에서 구출하는 일만 한다는구먼! 그러니까 우리 나라 역사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 아닌가?”
“그런분이 우리들을 보살펴 주는 일도 하셨으면 좋겠구먼!”
“일자리야 우리가 찾아서 일을 해야지. 관리들한테 억울하게 당하는 일만 없어두 살만한 세상이지......”
“그럼! 내가 오늘날 거지가 된게 그 망할놈의 포사놈이 나를 생으루 죄를 씌우지만 않았어두...... 감옥살이를 고자관놈이 어느 정도만 시켰어두 다리 밑을 찾아다니며 잠을 청하는 신세는 안됐을 걸세!”
“너무 세상이 사람 살기가 험하니 우리 같은 걸뱅이들이야 별수 없지.
세상이 뒤집어져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해도 뭐가 있어야 장사도 하지....”
“밭데기라도 있어야 농사를 짓고 사는데 그 돈냥이나 있는 놈들이 땅을 모두 차지하고 있으니....말한들 넋두리지......”
“관리 노릇한 놈들은 뇌물을 먹어서 돈도 있고 땅도 많이 있다는데......
이런 일도 공평하게 농지개혁을 해서 없는 놈에게도 땅을 줘서 살게 했으면 좋겠구먼.....”
“영웅님이 빈부귀천을 없애주면 좋겠네.....”
“부자씨, 가난뱅이 거지씨가 따로 있는게 아닌데.....
나라의 살림하는 분들이 뇌물을 먹어 축재한 사람들의 재산을 환수하여 가난뱅이들에게도 죽이라도 먹게 해주면 좋겠네 그려.....”
“야, 이사람아! 김서방 허황된 꿈은 버리게나..... 사람이란 분수대로 사는 거라네! 분수를 모르고 허황에 집착하면은 도둑놈이 되기 쉽지.....”
“내가 뭐 틀린말 했냐? 고관대작질하던 놈들이 도둑질하고 뇌물많이 처먹은 것을 법을 만들어서 토하게 만들어야 그게 된다는 말인데 그게 무슨 푼수까지 간다고 핀잔이냐?”
“니 말이 맞는 말이나 그런 걸 알고 정치를 해줄 사람이 있겠냐 말이지.......”
“그려! 거렁뱅이 말이라도 옳은 건 옳은거여라! 고것이 개혁이라는 거시라고.....”
“야, 이사람들아! 개꿈도 안되는 소리는 그만들 둬버리셔.....
저녁밥을 빌어먹은게 찰밥을 한술했다냐 어째그리 말들이 많당가 잉!”
“밥을 못먹어 허기가 졌어도 하고 죽을 말을 해야 하능거셔.....
이때껏 정치를 잘못한다고 임금을 내쫓아버리고 새왕이 들어서고를 수도 없이 했지라. 그랬어도 잉. 없는 것들이 칼자루를 잡어서 그런지 잉. 새로운 도둑놈이 생기고 했지라......
도둑질하는 놈만 바뀐거랑께.......
그랑께 없는 백성들은 누가 임금이되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지라.....
포악하고, 부패정치꾼을 몰아냈다고라.....
영웅이 몰아냈다고 했지라.......
영웅의 뜻을 따라 밑의 놈들이 정치를 잘한다고 보증은 할 수 없는거셔. 두고봐야지.......어디 내 말 틀려라!”
“왜 아녀...... 고관대작 도적들이 백성들을 착취를 너무 해싸서 밥빌어 먹기도 어렵당께...... 집집마다 쌀을 수십섬식 빼앗아 갔다고 그라더라고 잉..... 뭐.....어음으로..... 이번에 쫓겨난 것들이 받아가서 생으로 빚을 졌승께 밥 줄 형편이 안됭께 오지말라고 하더랑께.......큰일이 났당께.....”
“이봐 김서방! 그 고자관놈이 자네를 못살게 했는데 이번에 영웅 님이 그놈의 원수 갚아줬다면서.....”
“그놈 생각만 해도 분하당께.... 그 고자관놈이 글세 포사놈이 꾸며댄 말만 곧이 듣고 말여..... 내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나를 감옥에다 처넣는 통에 몇 년 옥살이를 하고 나니 여편네는 울화병이 들어 죽고 노모는 굶어서 세상을 뜨셨으니 그놈이 나를 아주 망해놨다니께....”
“그 포사놈들은 사람을 못살게 하는 것들이지......”
“라 서방말이 맞다고라.....”
“포사한테 잘보여야지 잘못 걸렸다가는 몇 년 감옥살이는 당하는거셔라..... 그랑께 우리 같이 백성 축에도 못끼는 사람은 포사앞에서는 기어다녀야 하능거랑께 그라네......”
“민서방이 한말도 일리가 있다구.......”
“나가 걸뱅이 되기 전에 밥술이나 먹을 때 포사에게 당한 야기지라......”
상도는 슬그머니 일어나 인기척을 내며 걸뱅이들에게 다가간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헛기침을 한 번 한다.
걸뱅이들은 졸지에 근거리에서 기침소리가 나면서 자기들에게 사람이 다가오자 조금은 당황스러한다.
“오시는 분은 누구여?”
걸뱅이 하나가 서둘러 묻는다.
“나는 죽음 밖의 길이 어떤가를 연구하러 다니는 사람이오!”
“우리 가운데는 죽음 밖을 아는 사람이 없응께 딴데가서 알아보시요!”
“아니 기분 나쁘게 죽음 밖이 뭐이가? 응?”
“사람이 살다보면 으레 겪는게 죽음인데 그게 뭐 흉한 소리라고 할게 있습니까?”
“걸뱅이들이 죽을날이 돼서 죽음의 사자가 오시는 모양이구먼”
“나는 더 공밥을 죽이다가 죽어야 쓰갔는디”
“여러분들의 이야기 소리를 오면서 들으니 귀담아 들을 말이 많습디다그려! 내 여러분의 가르침을 받아 참고할 일이 있어 왔으니 기탄없이 조언을 해주길 바라마지않습니다!”
“어려운 문자를 무식한놈들에게 쓰는 걸 보니 유식한 사람인 모양인디.....”
“댁은 누구셔?”
“예, 저는 상도라는 사람이외다!”
“아니 그럼!”
“저짜슥이 좋은 일하고 있으신 영웅님의 이름을 사칭하네!”
“나는 내 이름이 상도지 영웅이 아닙니다!”
“우리는 보다시피 걸뱅이래두 영웅님은 안다고라! 이짜슥이 버릇이 없이 영웅님의 이름을 때 묻히려고 그라네!”
“우리 이름 가지고 다투지 맙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상도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니 우리 쓸데없이 다투지를 맙시다.”
“허기는 그려. 세상에 동명이인도 많은겅께”
“그래도 그렇지! 지금 이나라를 개혁하고 있는분을....”
“야기부터 듣고 따져보더라고....”
“찾아온 용건부터 말해보더라고잉!”
“우리는 다리 밑에서 잠자고 사는 인생잉께”
“고맙습니다! 저의 부탁드릴 말씀은......저.... 여러분은.....”
“더듬지 말고 말해봐 이사람아! 이름은 영웅이신 상도님이라면서.....젊은 사람이 ..... 밤이라 보이질 않아 더듬나......”
“아, 예....... 좀 자존심이 상하실까봐서......”
“걸뱅이가 무슨 자존심이 있겠나 이사람아!”
“형님 그지는 자존심이 우째 없능기요? 내도 자존심 빼놓면 쓰러지는 사람인지 모르능교?”
“우리가 자존심이 있다고 하면 동네개가 웃을걸세”
“우째 그런 일이...... 내사마 환장하갔네 정말루.....”
“사람팔자 우째 아능교 성님!”
“아, 예! 저는 여러분들이 무슨 사정이 있으셔서 가정을 버리고 이렇게 집을 나와 다리 밑에서 생활하시고 있는지 그게 궁금하여 그걸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거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정이 다 있지..... 그걸 어찌 내가 대답을 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 식사는 어찌 하십니까?”
“엑끼 이사람! 똥은 어떻게 싸느냐고 묻게나!”
“무슨 말씀이신지.....”
“거야 물으나마나 알 수 있는게 아닌가”
“민생고 해결은 밥을 얻어먹으니 해결이 되니까 살지 이사람아!”
“아, 예! 그러니까 거저 밥을 주는 사람이 있어서 밥을 얻어 먹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밥을 주는 사람이 없으면 구걸하는 사람도 안생긴다는 말씀이군요.”
“밥을 주는 사람이 없으면......걸어지가 없어진다. 이사람 이거 고약한 사람이구먼!”
“저런놈과 애시당초 객담을 하지 말라니까.....형님두.....”
“옛말에 값싼 동정은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그말이 맞는 말는 다는 것이 입증이 되고 있습니다.”
“젊은이! 말이 고약하군! 우리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을 자네는 지금 욕을 하고 있는 것인가?”
“밥 한그릇을 얻어먹으므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힘을 얻어...... 부지런히 일을 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려는 사람에게는 보약이 되는 값비싼 밥 한 그릇이 되겠지요.....그러나 여기 있는 여러분들처럼 날마다 주는 밥을 얻어먹고........”
“저런 시러베자식이.......”
“아가리 닥쳐! 이자식아!”
“흥분마시고 제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세요!”
거지들은 욕을 할 때를 만났다고 사방에서 상도에게 욕을 해댄다.
“저런 쌍놈새끼가......팍 저걸 그냥....”
“동지들! 저자식이 우리를 얼마나 매도를 하는지 끝까지 들어보기나 하세! 그리구 손을 보세나!”
“형님 말씀을 따르기루 하세나!”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세요!
그러니까 배가 부르니까 다리 밑에나 토굴이나 부잣집 추녀 밑에서 잠이나 자는 사람들에게.......밥 한그릇은 비상이지요 비상!
값싼 동정으로 인해 생을 포기하게 사람을 만드니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극약이 되는게 아니겠는지요.....
가정을 버리고 다리 밑에나 찾아다니면 어린 새끼들은 누굴 바라고 살겠소......
당신들처럼 당신들의 새끼들도 이 집 저 집 대문을 두드리며 ‘밥한술 줍쇼.......아주머니! 밥한술 줍쇼........ 길거리에 께벗고 앉아 한푼 적선합쇼.......’ 하는 걸뱅이 대물림을 하여 가업을 물려주는 애비마냥 나는 거지다! 그러니 너도 거지로써 걸뱅이 노릇 잘하거라 할 생각들이십니까?
사정이야 딱한 줄 압니다! 묘지에 가서 물어보면 무덤 속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한가지 이상 모두 있다고 합디다.
사람이 오죽하면 길거리에 나와 로숙을 하고 밥을 구걸하여 먹겠습니까?
원통한일 당해서 그런분도 있으실 것이고......
가계가 졸지에 기울어져서......
가족이 병이들어 약값으로 가산이 탕진되어서.....
세도 부리는 놈에게 강제로 집을 빼앗겨서......
생쥐같은놈에게 사기를 당해서.....
있는 부자놈에게 장사하는 것을 뺏겨서.....
길거리에 나 앉은 분도 있으실테고......
그러나 우리는 그런 이유 때문에 그런 못된 것들이 우리를 못살게 한다고 하여 맥없이 이렇게 주저앉아 있어서는 안된다 그말입니다.
못된놈이 병마가 나를 거지 만든다고 해서 무기력하게 나의 삶을 자포자기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이나라는 변하고 있어요.....
전노물이나 박희정이가 다스리던 무인정치를 받고 있는 때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아까 말한 그 상도라는 분이 여러분과 같은 분들이 새롭게 용기를 갖고 새출발을 할 수 있도록 악질 정치꾼 뇌물로 목욕하고 엽전 우린물이나 즐겨 마시는 것들을 청소하고 있습니다.
값싼동정은 자신을 위해 받지 맙시다. 그리고 일어나 새로운 서민의 시대를 열어 나가십시다.
이런말 들어 보셨는지요....
겉보리 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않는거라고 하는 말.....
사나이는 처가살이 하는 것도 수치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값싼 동정을 받아야 되겠습니까?
엽전한냥의 동냥은 주지 말라고 하는 말도 있지요.....
왜냐? 엽젼 하나가 엽전 하나 받는 사람을 거지로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지요......
여러분 내일 남대문 앞으로 오시오! 그러면 여러분 가운데 채용될 사람은 채용돼서 서민의 복지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이 붙어 있는 걸 보았소......방에 쓰여 있는 내용은 다 기억 못하나 좌우간 남대문에 가보면 상도라는 분이 여러분을 나라를 개혁하는데 일꾼으로 쓰실 것이요.....”
“그 말이 정말이요?”
“그런 일이......”
“내 말을 들어줘서 고맙소! 나도 여러분의 편이요! 나도 내일 남대문에 가려고 합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
상도는 그들 앞을 신속하게 빠져나간다.
걸뱅이들은 얼떨떨한 표정이 어둠에 덮힌채 말을 잃고 상도가 떠나간 방향을 바라보다 어두움의 밖을 생각해 본다.
상도는 걸어가면서 별이 반짝이는 하늘도 보고 어둠에 덮여 있는 땅도 내려다 본다.
‘그래...... 사람이 사는 속은 복잡다단하기만한게 인생살이지.......
저렇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일터가 없어서.....놀부 노릇하는 사람들이 있고........
일하며 사는 사람을 괜히 괴롭히며 기생충 노릇하는 인간이 있고.......
사람을 못살게 만들어야 사는 재미를 보는 것으로 아는 인간이 있고.......
부자 놈들은 부자로 살면 되지.....
없는 놈이 장사를 하여 처자식하고 먹고 살려고 조그맣게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을 빼앗아 먹다니......
없는 놈이 장사 하는게 잘된다 싶으면......
곁에서 더싸게 물건을 팔아서 똑같은 물건을 만들어서 싸게 팔고......
없는 놈이 장사를 못하면 이제는 내세상이다 하고 비싸게 팔아서 돈을 더벌어 처먹으니......
잡을놈들.......
그러면서 강육약식이라고.......
장사꾼이라고,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부끄럼이 아예 없는 놈들.....
자연스레 변명하는 넉살이가 좋은 부자 놈들.....
생으로 사람을 거지로 만드는 놈들......
서로 사이좋게 살면 될 것을........
왜 못 잡아먹어서 서로 야단인가.......
부자놈들은 그러고도....... 원래 양심이 없는 망난이들.....
사람을 괴롭히고도 잠이 잘오는 모양이지......
그것들이 그러든 말든 부지런히 일을 하면 남이 밥을 먹을 때 죽은 먹을 것인데........ 허약한 것들 같으니......
노는데 팔려서 일은 안하고 놀러만 다니다가는 남이 밥먹고 잘사는 것을 보면 심술이나 부리고.....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아 처먹고........
물욕이 나서 남의 것을 빼앗아 처먹을 생각에 골똘하다가 등을 쳐서 먹고 사기 쳐서 먹고......
도둑질을 하는게 일하는 것보다 편하고 좋은 것인지......
도둑질을 하는 놈은 배가 고파서 한다고 하겠지......
배가 고픈 것을 아는 놈이 일은 왜 않는담......
들키면 감옥살이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품삯을 받고 관리 노릇을 하는 놈들이 높은 놈이나 아주 낮은 놈이나 눈깔이가 시뻘개서 돈을 쌓아 두고 흥탕징탕하려고 뇌물을 자꾸 처먹으니 원...... 나라꼴이 되겠어......
나라가 뇌물 홍수가 나서 다 떠내려가는 것도 모르는 것인지.......
다 떠내려가면 고생을 누가 하는지도 모르는 것들.......
거렁뱅이들이 하는 말이 그리 틀리지 않는 말이라구.........
아니 인간들이 서로 서로 인정을 베플면서 사이좋게 살으면 될텐데 그게 왜 안되는 것인지........
나도 정의를 구현하는 세상이 되게 한다고 백성을 괴롭히는 권세자를 처벌하는 짓을 하기는 했지만 사람을 여럿 죽였으니 이일도 할 일이 못되는 것 같구나.........
제가 한 짓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뉘우치고 잘못을 빌면은 죽게까지는 않했을 것인데......
불상놈들이 어떻게든 암수를 써서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죽이려드니.......
부패한 것들을 정리하다가 중단하는 것도 도탄에 빠져 있는 민초들을 볼 때 그럴 수도 없는 일........
부패한 권세자를 내 쫓는 일도.......
부패한 고관대작을 아무리 쫓아낸다 해도 언제까지가 언제까지 일뿐이지.......
그게 잡초인 것을......
잡초는 뽑아내도, 낫으로 베어내도 계속 움이 돋는 것을 누가 말릴 수가 있단 말인가.......
죽인다고 악인의 출생이 안되게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사람을 착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해도, 벼슬이 낮으나 높으나 사람을, 저보다 못한 사람을......괴롭히고......
저보다 똑똑하다 싶으면 끌어내리는 짓을 하는 것인지........
인생들은 서로 괴롭히고 그리고 괴롭힘을 당해야 독이 올라 꿋꿋하게 살아가게 되는 속성이 있는 것인가......... 그런 것두 같구나........
싸우는 재미로 살고.......
얻어 터지는 재미로 살고.......
남을 괴롭히는 재미로 살고........
압박을 당하는 재미로 살고......
좀 말이 이상하구만.......
의시대는 재미로 살고......
남이 나를 구경하면서 부러워 하는 것을 보면서 즐기는 재미로 살고......
남이 어쨋거나 감옥살이를 하고 있으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딱하게 생각하고 안스럽게 여기는게 있어야 사람이지 그래........
별놈들...... 감옥살이 하는 놈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날마다 주리를 틀다니........
개처럼 밥을 혓바닥으로 핥아먹게 만들어 놓다니.........
죽일놈들........ 왜 그렇게 인생이라는 인피를 쓴 것들이 못되고 악하게 구는 것인지........
글께나 한놈들이 더 극성이니.......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악의 싹을 없애는 약은 없는 것인가........
이해를 해도 해도 이해가 안되는 악질들 같으니..........
배워도 헛배운 놈들 같으니라구........
배운놈이 더 무서운 놈이야.......’
상도는 번화가라는 명로 한길을 탄식을 하며 걸어간다.
“노세 놀아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한잔 잡숫고 가세요!”
“놀다 가세요!”
“예쁜 색시가 있어요! 어린 색시도 있어요!”
술팔고 사람파는 장사꾼들의 떠드는 소리는 상도의 귀를 잡고 대롱대롱 매달리며 아양을 떤다.
“이거 별천지구만! 보리고개를 넘다가 허기가 져서 죽는 사람이 많은 나라 사람들 속에 쌀을 썩혀서 만든 술을 먹고 놀자판이 벌어진 곳이구나.....이런 곳에서 놀아나는 놀부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거 수수께끼 같구나.......
내가 한 번 알아보리라......
알아보려면 그래도 기생도 있는 술집이라야......... ”
그는 중얼거리며 천천히 걸어간다.
상도는 고루거각 담장밖을 걷는다.
고루 거각안에서 장구소리, 가야금소리, 피리소리 여인네의 가날픈 노래소리가 어우러져서 담을 뛰쳐나와 그의 옷자락을 잡아 다닌다.
‘이런 거창한 곳에서 풍류를 하며 세월을 풍미하는 사람은 도대체어떠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나라가 온통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폭군이 떨려나고 개혁을 한다는 판국에......
이 자들은 나라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인데......
이 자들은 이나라 사람이 아니고 먼 섬나라에서 온 자들인가.......
이런 반개혁적이며 나라가 흥하던 망하던 무신경한 놈들이 도대체가 어떻게 생긴 것들인가 쌍판때기를 봐야겠다.......
돈을 어디서 어떻게 번 놈들인지 물어봐야지.......’
상도는 생각을 굴리다가 마음을 굳히고 대문 앞으로 성난 걸음으로 걸어간다.
“가만 가만...... 내가 물어볼게 아니라....... 저자들의 말소리를 엿듣는게 효과적이지..... ”
상도는 혼잣말을 하며 걸어가다 담장안을 살펴본다. 그는 정원수가 우거진 곳을 발견하고는 담장을 훌쩍 넘어 뛰어들어간다.
그는 고루거각안을 잠시 지켜본다.
그는 신속하게 풍악소리가 나는 곳으로 잠입한다. 그리고 방안의 동정을 살핀다. 방안에서는 박수소리와 굵직한 사내들의 웃음소리도 보란듯이 나오고 있다.
“야명히는 야명히야! 언제 들어도 사나이의 마음을 녹여주느만!”
“와 아닙니껴? 야명히는 청장님만 위해 노래를 하능기라예!”
“명히야! 청장님께 한잔 올리거라!”
“예!”
“최석원 부자께도 따르거라!”
“예!”
“좋아 좋아!”
“김중우 부자에게도 한잔 올려라!”
“구회평 갑부님에게도 술을 쳐라!”
“조훈중 벼락부자께도 술을 쳐라!”
“자네들도 한잔씩 쭉쭉 들으라요!”
“예!”
술은 꿀꺽 꿀꺽 소리를 연속해서 내고 있다.
“포사청장님은 이제 힘께나 쓰시겠습다!”
“내가 언제는 힘을 못썼는가?”
“그게 아니라! 이번에는 폭군을 쫓아내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신줄 알고 있습니다..........그래서......... ”
“나는 한일이 아무 것두 없네...... 다만 있다면 폭군을 내쫓아버리자고 한 말밖에 없다네......”
“그게 보통 일이십니까? 우리 만석꾼들이 청장님께서 목마르시지않도록 물을 항상 대고 있겠습니다....... ”
“물은 무슨 물 이게 물이 아닌가? 이것으로 족하이......”
“이건 물이 아니고 약주입니다. 이것은 목이나 축이는 것이고.......”
“저 김우 만석꾼이 청장님이 필요한 물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말씀이 있기가 무섭게 엽전 우린물을 달구지에 실어서 보내드릴 것입니다.”
“저희들 만석꾼들이 청장님을 엽전 우린물로 날마다 목욕을 하시도록 대령해 놓을끼라예! 그점은 안심하이소!”
“자네들 여기가 어디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가? 자네들이 전노물왕시대에 꽤 재미를 봤지?”
“저희들만 재미를 봤습니껴 어데! 고자청장님과 포사청장님이 재미를 그 뭐시냐! 누리끼리한 금으로 맨든 금대야에다 엽전 우린물로 날마다 세수를 안하셨능기요! 고거이 증명하는기가 실세가 아닝기요? 우째 그라싸이소! 고라문 피차 악성 소문이 팍 나능기라예!”
“전노물왕시대에 도성으로 들어오는 쌀을 최만석꾼이 독점공급을 해서 돈냥이나 안만졌나?”
“어디 저만 했능기요! 이철병 만석꾼은 나라에서 쓰는 소금을 혼자서 장사를 한기라예! 그라꼬 도성에서 집장사를 혼자 한기라예! 그라꼬 왜구와 세금 안내는 밀수를 크게 하여 돈을 억수로 아니벌었능기요!”
“이철병 만석꾼이 세금을 안내고 왜구와 무역을 했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잘아시면서 우째 그리 말씀을 하시능기요? 이철병 만석꾼은 포사청장나리가 뒤를 봐줘서 포사들이 이철병이의 배가 들어올 때는 무엇을 싣고 오든 아예 보지도 못한기를 세상이 다 아능긴데.......이철병이가 만석꾼이 된게 다 포사청장나리가 봐줘서 된기를 백성들이 다 알고 있능기라요!”
“지난 일은 그만들 두세나! 앞으로 만석꾼들이 우리 포사청을 후원해주게. 그러면 내가 자네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겠네.....”
“그리 말씀을 하시니까네 지도 할말이 없습니더! 청장님예! 잘봐 주이소! 지는 청장님을 확실하게 믿고 행세를 할낌니더!”
“알았네! 자네들 모두가 챙길 수 있게 뒤를 봐줌세!”
“그라믄 우리의 무궁한 앞날을 위하여 축배하시는기 어떻겠능기요!”
“거 좋지! 우리 만석꾼들이 청장님의 권세를 위하여! 축배를 하십시다 축배를!”
“축배를 해야제!”
“그러면 젊은 이 정영주가 청장님의 권세를 위하여 축배를 제의합니다! 자 다들 잔을 잡고 저를 따라 하십시다! 축배!”
만석꾼들은 정영주를 따라 술잔을 오른손으로 잡고 신속하게 팔을 높이 쳐든다. 술잔의 술은 엎질러져 소매를 적시고 술상으로 떨어져 사방으로 튄다. 그리고 옷을 적신다.
“만석꾼 여러분 고맙소! 우리들의 대화는 비밀을 지켜야 하오! 그래야 서로 서로 안전하고 도울수가 있는 것이오!”
“청장님예! 걱정 접어두이소! 저희들이 누굽니까! 만석꾼들입니다!
입이 가벼워 가지고 만석꾼이 되겠능기요! 염려놓시소! 여편네에게도 아무말 않을낌니더!”
“그렇게들 보안을 해준다니 내 맘이 가볍구려!”
“그러니까네 저희들이 청장님을 이곳에 모신 것도 보안을 생각해서 보통 사람은 넘볼수 없는 안가로 모신 깁니더! 여기는 우리 만석꾼의 식솔들이 물샐틈 없이 경비를 하고 있는 곳이라 고자관들도 범접을 몬하는 곳인기라예!”
“식솔들이......고자관을 막는다........”
“청장님예! 식솔이라카니 맘이 놓이질 않으신가본대 그건 몰라서 그러신기라예! 경호원들이라카믄 맘이 놓이실 겁니까? 무공의 높이가 고자관들도 상당한 줄 알지만서도 우리를 호위하는 호위무사에다 비기면 모기다리와 소다리와 비기는 꼴인기라예!”
청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고개만 끄덕거려준다.
“청장님은 우리 만석꾼들의 말을 믿지 못하고 계신 것 같으니 확실하게 믿으시게 보여 드리기로 하십시다!”
“그러십시다!”
“다들 준비하셨지요?”
“술장사로 만석꾼이 된 박만용이가 선봉이 돼야 하갔지요!”
박만용은 앞자락 속을 뒤적여 기름먹인 종이를 꺼내든다.
그리고 펼쳐서 포사청장 앞에 펴놓는다.
“우선 계약금조로 전환두 청장님께 바칩니다!”
“아니 이건 어음이 아니오?”
청장은 졸지에 얼굴이 찢어지게 입을 벌려 말한다.
“아니 이렇게 큰돈을........그런데..... 가만..... 나혼자만......... ”
“아, 예! 청장님의 부하 노우태부관도 생각나신다 그말이시지요...... 제가 다 미리 이렇게 준비를.......”
전 청장은 부관에게 준다는 어음을 받아서 훑어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내부하라기보다 친구인데 의리가 있지.......”
“어련하시갔습니까? 전청장님은 의리 빼놓으면 쓰러지는 분이신 것을 저희들 만석꾼들은 다 알아모시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처럼 한다고 했다가 않는다고 했다가를 자주하는 사람은 아니지.....”
“그러문요! 끝내주는 성질이 있으신 것 알아모시고 있습니다.”
“내친구 노 부관에게 잘보여야 하네 자네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는 내친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더 높은 자리로.....어흠.... 그러니까 알아서들 기라구!”
“청장님의 분부신데.... 그리고 저희들이 돈을 버는게 다 청장님 같은 분들에게 드리려고 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짜루 정영주 갑부가 갑부같은 말을 하는구먼!”
“사실로 믿어주세요!”
“청장님! 저희들은 돈을 버는 대로 통치자금을 드리고 정치자금도 드리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청장님!”
“며칠후 나는 부관에게 내자리를 물려줄 생각인데........”
“영전을 하시니 축하를 드립니다! 저희들은 변함없이 충성을 하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인심은 조석변이라고 하던데.........”
“저희들 만석꾼은 그릇이 만석꾼임을 믿어주세요!”
상도는 문틈으로 방안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수첩에다 기록하듯이 살펴본다.
‘저놈이 저럴 수가........
저놈이 나보고 전노물왕을 몰아내자고 하던놈이라고 누가 믿겠나.......
웅큼을 찜쪄먹을 놈 같으니라구.......
저런 놈이 아주 애국자인양 탈을 쓰고......
저런 놈들이 나랏일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나라가..........
여러사람 앞에서는 애국을 부르짖고.....
저희들끼리 있을 때는 쥐새끼배지에서 나온 짓하고......
저놈을 당장에........’
“청장 대인! 제가 청장대인께 듬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창회 대인 나하고 담벼락이라도 있으신게요?”
“아닙니다!”
“우리 사이는 같이 높은벼슬을 하던사인데 뭘 그리 어려워하시는게요?”
“저는.......”
“그러니까 나는 현관이고 이창회 대인은 원로시기 때문에 주저가되신다는 말씀이시요!”
“............”
이창회는 두손을 마주 잡고 스스로 얼굴을 측은하게 보이게 만들고 있다.
전환두청장은 은근한 미소를 짓고서 이창회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창회를 바라보고 있는 전환두의 눈빛은 이창회의 마음바닥을 쓸고 있다.
‘네가 법무감리대신을 한다고 주접을 떨었지.......
백성들을 기만하느라, 백성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재주를 부린 놈이지......
네놈 혼자만 법을 철저히 지키는 대신이라고.......
너 혼자만 청렴결백하다고 떠들었지......
백성들이 네놈보고 명재상이라고........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경륜이 있는 놈이라고.......
너에게 실권 있는 재상이 되게 하라고.....
백성들이 그렇게 떠들었지.......
전노물은 물러가고 이창회를 왕으로 세워야 한다고 떠들게.........
대문짝 만한 벽보를 부치러 다니던 어수룩한 언관들이 백성들을 미혹하게 했었지..........
고런 놈이......미역국을 잔뜩 처먹더니......
생쥐 놈.......
나라를 위한 충성은 혼자 다하는 것으로 떠들던 놈이.......
미련천치 바보 같은 언관들이 열심히 창회를 입이 타게 떠벌리더니.......
고것들이...... 백성을 속였지.......
생쥐놈.....
애국 애족한다는 놈이......
그래 자식을 둘씩이나 병정으로 내보내지도 않고서......
뻔뻔한 생쥐놈......
그러고서 어찌 나랏일을 한다고.......
생쥐놈.......
나야 엽전 우린 물을 좀 먹었지만 네놈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이 생쥐새끼야.......
나라를 누가 지키냐.......
나라를 지켜야 엽전 우린 물에 목욕도 하는 것이지.......
나라가 오랑캐에게 짓밟히면 이 생쥐야 엽전 구경도 못하는 것 몰라.......
나 엽전 우린물 그냥 먹는 것 아니다.......
나가 누구여......
나가 현역 병정의 장수여 이 생쥐야.........
나라 지키는 품삯으로 엽전 녹물 먹는거여 이 생쥐야......
나는 그래서 실세 장군이 된거야........
생쥐새끼는 이 땅에서 몰아낼 거니까 내일 날 밝으면 보자.....’
“이창회 대인! 대인의 두 아들이 역모에 가담했다는 보고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러시요?”
“아니!.......”
이창회는 혈색이 노란해지며 말을 잇지를 못한다.
“이창회 대인!”
“제 아들놈은 병정에 나갔다 오지를 않은 죄가 있으나 반역은.....”
“이창회 대인! 대인은 진나라의 법가 이사와 같은 인물이잖소?”
“제가 어찌 감히 법가라 칭할 수 있겠습니까?”
“이창회 대인은 법치를 하겠다고 언관들을 시켜서 광포를 했지 않소?”
“그래도 제가.....”
“이창회 대인! 하나 물어봅시다! 충성의 반대되는 말은 무슨 말이 되는거요?”
“아, 예! 충성의 반대는 반역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그러면 이나라 청년들이 병정에 가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충성을 하는 거요 아니면 반역을 하는 것이요?”
“아, 예!.... 나라를 지키려고 국법에 따라 병정에 들어가서 병사로써 나라를 지키는 것이니 나라에 청년들이 충성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이요. 국법에 따라 병사로 입대하여 나라에 충성을 해야 할 사람이 자기의 안일 때문에, 가사 때문에, 학업 때문에, 병정입대하여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려면 고생이 되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죽게 되니까, 병정 입대를 기피해 빠지고, 남들이 병정입대하여 나라를 지켜주면 나는 돈이나 벌고 편안히 살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리고 남들이 나라를 지켜주는게 위태하다 싶으면 나라를 저버리고 외국에 도망가서 나와 내 자식만 편히 살겠다. 나라가 망해도 나는 살아야 한다. 민족이 망해도 나는 살아 남아서 씨를 퍼뜨려야 한다는 것과 내 자식은 병정입대시켜 고생이나 죽게 할 수는 없다는 이기심으로 자식을 병정에 보내지 않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있소?”
“그것은.....”
이창회는 얼굴이 핼쓱하여 우물쭈물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기만한다.
“아니 법가인 이창회 정승이 막히는 법도 있소?”
전환두 청장은 유들거려 말한다.
그는 졸지에 호랑이 사냥꾼이 되었다.
호랑이를 몰아서 얕은 호랑이 굴속에 몰아 넣고 작대기로 찔벅거려 호랑이가 아가리를 벌리고 으르렁거리니까 작대기 가지 친 곳을 호랑이 아가리에 집어 넣고 호랑이 목 속을 쑤셔대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지도 제자식 일 때문에 청장님께 말씀을 드릴려고 했는데.......”
“이철병 만석꾼! 당신도 나라 지키는데 안가고 돈만 벌다가......
당신 자식도 돈으로 대신 병정 보냈다는 것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소!
그러면 되겠소?“
“죄송합니다! 그래서 청장 각하께 이렇게 연줄을 대서 눈도장을 제대루 받을라꼬 그 뭐시냐 거시기를 쓰고서 말씀을 드리는게 아니갔습니껴...... 그래서...... 각하께 솔직히 잘뵈려고 하는게 아니갔습니껴?
한번 봐주이소! 그라믄 말입니더! 지는 제자식 대신에 몇천명의 병정이 나라 지키는데 먹는 살을 대겠습니더!
한번 생각을 해주이소! 고마 지 생각에는 지 자슥이 병정에 가면 그만이지예! 그라믄 몇백 석의 살이 어디서 나오겠능기요!”
“하! 그라면 돈이 있는 사람의 자식들은 돈으로 병정을 때우고 돈이 없는 놈만 나라를 지키러 간다. 지금은 외적이 쳐들어오지도 않는 때라서 병정에 가도 죽을 염려도 없는데...... 그래도 가난뱅이는 부자들의 목숨을 지켜주라 그말이네.....”
“보소예! 청장님각하! 돈이면 처녀도 사고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하는데예! 우리 부자들이 돈을 대고 말입니더.....부자들을 대신해서 싸울 사람을 모집을 지들이 해보믄 많이들 올끼라꼬 생각하는데예!
머리수가 모자라믄 이웃나라든지 먼나라에서 사오도록 하지예!”
“만석꾼의 머리는 잘도 돌아가는구먼......”
“지들이.....청장각하께서 입장이 곤란하시다카믄 저희 자식들 대신에 사람을 사서 병정에 보내겠습니더! 그러니까네 청장각하께서 눈만슬쩍 감으시면 되시능기라예! 대신 병정 내보냈다고 해서 청장각하께 매달 드리는 것은 계속 드리고 후원도 계속할끼라예!”
“머리들이 역시 비상들 하시구먼!”
청장은 말을 하며 이창회를 바라본다.
이창회를 바라보는 눈은 만석꾼들을 바라보던 눈과는 색깔이 다르게 번쩍댄다.
‘이창회야! 너는 명색이 정승을 지낸놈이다.
너는 이런 돈벌거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금 나라가 온통 개혁을 하고 있는데.....
벼슬을, 고관대작을 한 놈의 새끼들이 병정에 가서 나라를 지키지 않은 것을 그냥 둘줄 아냐?
만석꾼 돈벌거지들과 너나 나는 달라!
병정에 보낸들 상관이 감히 고관의 자식들을 홀대하고 고생을 부러 시키것냐?
병정 생활이 어디가 어때서......
젊은 놈이 병정놀이하는 것도 재미지.....
미련한 놈!
네놈 때문에 병정 안보낸 것들이 이번에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을 알라! 생쥐놈!’ 하는게 계속 쏟아지고 있다.
이창회는 권세를 아는 눈이라 시어서 청장의 눈과 씨름을 못한다.
눈을 내리깔고 있는 그는 이를 잘근거리고 있다.
‘내가 현직에 있을 적에는 네 놈이 감히 나에게 버릇없이 못굴더니.....
이제는 네놈이 나를 막보냐......
이놈아.......내가 이놈아.....
지금은 네 놈의 권세를 인정한다마는 나도 개혁실세들과 줄이 닿는 날에는 너를 한 번 꼭 볼 줄 알아라......
내가 누구냐......
많은 백성이 나를 추앙했던 몸이니라.......
이놈아! 애비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은 본능이야.......
본능이 사람도 있는거야......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자식이나 아는 사람에게 인정을 베푸는 것은 본능이야.....
그걸 네 놈은 뛰어 넘을 것 같냐......
전노물을 보고 박희정 장군을 봐라......
높은 자리에 있을 때나 자식을 본능적으로 감싸주지......
떨려난 후에 본능을 아무리 해봐도 무슨 소용이 있대......
높은 자리에서 명대로 못살고 뒈져서 내려오니까 무슨 소용이냐......
뒈진게 자식을 감싸려고 본능을 부릴 수 있냐? 없잖아?
그러니까 내 마음을 너도 좀 알고 하려므나 이 한심한 놈아......
박희정 장군이 권좌에서 칼맞고 뒈지고 내려오니......
너는 안뵈냐......
그 자식이 감옥에 들랑거리는거 안뵈냐......
그랑께 권세 부릴 때 챙길 것은 챙겨야 하능거여.......
내가 저 멍청이를 깨닫게 해야지......’
이창회는 입을 잘근거리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번쩍 들고 전환두를 근엄한 선생이 된 눈으로 쳐다본다.
전환두는 이창회가 졸지에 고개를 번쩍 쳐들고 똑바로 바라보자 무우를 뽑다 들킨 눈을 하고 있다.
순간 멍한 눈으로 있던 전환두는 눈에다 힘을 주고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하며 기를 돋운다. 그리고 입을 조금 벌리고 말한다.
“우리 술이나 마시면서 대화합시다. 자 잔들을 들어요!”
“그러지요!”
“청장님의 건승을 위해 축배합시다!”
“그럽시다! 청장님을 위하여.....”
한쪽에서 나설 기회를 찾던 최현종 만석꾼이 청장의 말에 냉큼 청장을 위해 축배하자고 화답을 한다. 최현종의 말에 조훈중이 젖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맞장구를 쳐 호응을 한다.
만석꾼들은 잔을 높이 들고 자신 있는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미를 담은 미소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고개도 주억거린다.
만석꾼들의 얼굴에는..........
‘엽전 우린물을 먹은놈치고 기생이 안되는 놈 못봤다. 엽전 우린물을 먹은 놈은 쓸개가 녹아버려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놈이 없느니라!
야, 이 청장놈아! 아편 중독된 놈이 아편은 끊을 수 있어도 엽전 우린물에 목욕을 한놈은 못끊어 이놈아!
네 놈이 돈물을 어찌 이기겠냐?
네 놈이 이제 꼭지가 골은 감이 된거지.....
감나무 밑에서 박살이 난 감을 볼란다 이놈아.....
권세는 떠나도..... 권세는 떨어진 감이 되어 박살이 나도 돈은 대물림 하는거셔.....’ 하고 뻘겋게 엽전 우린 녹물로 쓰여 있다.
전환두는 말을 하며 자연스레 눈을 돌려 여러 사람들을 휘둘러본다.
그는 화답하는 최현종 만석꾼에게 잠간 시선을 멈춘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주억거리며 상을 두드리며 그럽시다! 축배하자고 맞장구를 치는 조훈중을 흘깃 쳐다 봐준다.
전환두의 시선을 느낀 조훈중은 눈도장이 찍힌 자신의 얼굴과 입을 오른손을 들어 슬쩍 쓰다듬으며 황송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고개를 푹숙여 예를 표한다.
이창회는 전환두를 아니꼽게 쳐다본다.
이창회는 입술을 들먹들먹하며 청장과 눈을 다시 맞추고 한마디 말을 앙팡지게 하려고 벼르느라 술맛도 모르고 김이 새서 씁쓸한 표정으로 축배에 끌려서 그냥 마시고 있다.
“인생무상!”
이창회는 술잔을 술상에다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그 탄력을 타고 크게 소리친다.
만석꾼들은 전환두 청장만 바라보다 큰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 난 곳을 일제히 바라본다.
그들은 ‘이창회가 어디가 미어졌나....’ 하는 눈들이 만들어지느라 입을 조금씩 벌리고 피식 웃는다.
그들의 가느다란 웃음 속에는
‘권세가 가고 없는 인생이라 지랄을 못하는구나.......
지랄을 해봤자 어느 놈이 달려나와 멍석을 깔아 줄 못난이 만석꾼이 있겠냐?
끈은 떨어지는 것......
권좌는 밀려나는 것......
달은 차면 기우는 것......
떨어진 무상 찾는 놈에게 엽전 우릴 물이 해당이나 있겠냐?......
네가 잘나 전에 엽전물을 준게 아니야.......
너를 이 자리에 끼게 한 것은 청장에게 상견례 하는데 징검다리 하라고 끼여 준거셔야.....
징검다리를 모르냐.......
징검다리를 사람이 밟고 가는거셔야......
사람이 만석꾼이라고......
너는 빠져 줘야 쓰겠다야......
용도폐기도 모르능게 어디서 큰소리야.......’ 하는게 이창회의 얼굴을 찔벅거려 시뻘겋게 달구기 시작했다.
김중우가 주먹을 들어 입을 막으며 헛기침을 크게 한 번 한다.
“나가 전환두 청장님을 위하야 축배의 자리에서 축하의 의미로 한마디 할랑께 들어들보시쇼 잉! 재미 있는 재담을 해볼랑께..... 환영을 하시면 박수로 청하시쇼!”
“분위기를 만들라꼬! 김중우 만석꾼이 재담하능기를 환영하오!”
“해보쇼 잉!”
“짝짝짝짝짝”
“오늘 깜짝 놀래 뿌릴뻔 했어야 잉! 달이랑게 말여 잉?
똥그란 해지면 손톱달이 된당께.....손톱달을 모르니께 말여라.
인생무상이라고 메어지는 소리가 나오능거셔야!
메어지는 소리가 나오능기는 똥구멍이 막히면 찢어지는 소리를 냅다 지르게 된당께.....”
“암암 그건 그려라! 짝짝짝.... 으하하하하.......”
만석꾼들과 전환두 청장은 이창회를 바라보며 배꼽을 잡는다.
이창회는 졸지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이 된다.
“이놈! 어디서.....”
“우째 우리가 인생무상을 찾을 땡가말여! 그런 소래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하능거랑께...... 우리는 즐기는디..... 이창회 법가는 흘러간 물이라 헛물키는 소래기가 자꾸 기어나오능게벼야......”
“그건 그려라!”
“떨려난 인생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제!”
“늙은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갈바를 몰라 허둥거릴 때 하는소리를 우째 철없이 지껄여 술맛을 떨어지게 한당가요!”
“밀려난 사람들이 하는 소래여......그것두 모르니께 인생이 슬퍼지능거 몰라라!”
“법가라! 법가라고 하니께 이방 밖에 사람은 진짜루 법가인줄 알 것는디..... 그랑께 사람은 소리만 듣고 모른당께!”
“법가라면 백성을 위해 좋은 법을 만드는 사람인줄 알 것지.....
제자식을 법을 지키면서 안보낸 사람으로야 귀신인들 알 것냐?”
“고거이 머리가 좋으니께 하는 짓이랑께”
“맨입으로 그문제를 해결 볼랴구 하는 놈이 도둑놈이지...... 청장님은 받고 주는게 분명하신 분이신줄 대감 노릇을 하구두 모른다니 요령이 맥혔구먼....”
이창회는 냉큼 일어나 집으로 가지도 못하고 만석꾼들의 조롱대감이 되어 열을 있는대로 받았다.
“야, 이놈들아! 내 손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내가 현직에 있을 때는 알랑방구를 뀌던 놈들이..... 기생 배지 속에서 나온티를 내고 지랄이냐....네놈들이 언제쩍 만석꾼이냐? 더러운새끼들......”
“야, 이창회야! 네놈이 우리 엽전 우린물을 처먹고 안먹은체 하냐?
더러운놈은 네놈이다. 혼자 깨끗한척 하던놈이 그래.....
탈법을 하여 멀쩡한 자식을 둘씩이나.......
국법을 지키는 눈가림을 하여.....
나라 지키는 병정을 안보내고도 애국지사인체 하는놈.....
속이 시커먹게 더러운놈......
네놈이 얼마나 더러운놈인지 알기나 하냐?
우리야 뼈빠지게 피땀 흘려서 엽전 모은 것으로 자식대신 엽전을 서리서리 실어서 엽전으로 병정을 나라 위해 보내고 계속 보내고 있는게 뭐가 더럽냐? 네놈은 맨입으로 병정 안보낸 생쥐새끼 배지에서 나온 새끼놈이야!”
“그건 구회평 만석꾼 말이 맞다!”
“나라를 지키려면 병정도 있어야 하고 둘째 엽전이 있어야 하능거셔 그렁께 우리 만석꾼들은 돈으로 병정을 때우능거셔!”
“돈만 있으면 병정도 외국에서 사오능거 몰라!”
“침략한 나라에 조공을 바치면 적이 물러가능거 몰라? 그러니께 엽전도 많이 안바치고 몸으로 병정을 안가는 놈은 나라에 반역하는 놈이랑께....... 내말 어뗘?”
“옳은 소리제.....그걸 몰라서 저 이창회가 인생무상 찾는거라!”
만석꾼들의 싸게에 이창회는 어금니를 턱이 불궈지게 깨문다.
그리고 독오른 눈으로 전환두 청장을 주시한다.
“나는 전 청장이 앞서간 박희정을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네!”
이창회는 아까와 달리 말투가 선배가 후배에게 말하는 투가 되어버렸다.
“박희정이가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지.......죽을 때까지 권자에 있을 줄 알고 안하무인의 권세를 누린 결과 그의 자식들을 보는 눈들이 차가운 것이지...... 나 그말만 하것네!”
말을 마친 이창회는 벌떡 일어나 방문으로 걸어가 문을 밀치고 밖으로 나간다.
“말투가 버릇이 없구만!”
“어디서 협박을 한당가.....”
“죽으려고 상감상투 잡은 놈이구먼......”
만석꾼들은 쫓겨나가는 이창회의 뒤꼭지에다 대고 한마디씩 쏘아댄다.
문틈으로 방안을 살피고 있던 상도 그는 고개를 조금 주억댄다.
‘이 가난한 나라가 가난하게 된 이유를 알겠구나........
이런 부조리를 척결하고 발본색원하여서 생쥐들을 때려잡지 않고서는 부자나라가 될 수가 없는거라는 것을 보여주는구나.......
생쥐들을 몽땅때려 잡는다......
그러면 생쥐가 곰팡이처럼 자생을 않게 되나?
곰팡이가 시퍼렇게 생길 수 있는 습한 곳에는 곰팡이가 생기지......
그러니까 생쥐가 원천적으로 서식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들지 못하면 일과성만 있을 뿐 아무소용이 없는게 아닌가.......
그렇다고 일과성이라고 생쥐들을 내버려두면 나라를 온통 생쥐소굴로 만들고 말겠지......
근본적인 치유를 해야 하는데.......
우선 부자라는 저런 물건들을 손을 보아 관리들을 매수 하는 것을 못하도록 막아야겠지.......
역대 나랏일 본다고 했던 사람들이 저 만석꾼들의 엽전 우린물 홍수에 이지가 몽땅 다 떠내려간 것이군......
엽전 우린물 홍수에도 끄떡없는 청청한 인재가 필요한데......
바꾸는 것은 힘이 있으면 되지만......
정치하는 관리는 엽전을 일용품으로 쓸 줄 아는 인재가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
이런 조그만 나라 하나도 바로 세우려면 인재가 필요한데.......
정신이 바로 박힌 인재가 필요한데......
어디가서 정의를 구현하려고 하는 심신이 청렴한 인재를 찾아서 세운단 말인가........
칼쓰는 일이나 말 타는 것은 가르치면 되지만........
이건 도무지...... 상상이........
사람의 마음을 그 무엇으로 가르쳐서 엽전 우린물에 빠져죽지 않게, 이성을 잃지 않게, 물욕 탐욕에서 벗어나게 만든단 말인가.......
범죄인을 잡아 드리는 고자관을 보더라도.......
공부를 보통 사람은 상상이 안되게 고시학을 많이 해서 그걸 모두 암기를 한 수재들이고.......
계산도 보통 사람은 꿈도 못꾸게 잘하는 사람들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엽전물에는 홍수가 아니라 접시에 담긴 엽전 우린물만 보아도 정신이 나가서 죄인도 분별을 못해 시키는대로만 횡설수설하게 하고 있으니......
통재로다.....오호 통재로다.........
사람의 마음을 가르친다.......
엽전 우린물을 보고도 무관심하게 가르친다.....
그건 누구 말마따나 마음을 비운 것인데.....
그건 무엇이냐......
물욕을 없앤단 말이지......
판관들도 엽전 우린물에 헤어나지를 못하고 판결을 엽전 우린물을 많이 주는 놈에게 이겼다고 한다니.......
엽전 우린물을 변호꾼이 먹인다니.......
그래서 판관을 판관꾼이라고 부른다는 말이 낭설이 아니고 유언비어가 아니구먼.....
그러면 고자관을 고자꾼이라고 하겠지......
꾼이라면 장사꾼과 같다는 말이렸다......
관리가 꾼이라.....
물욕이 문제라......
그게 마음을 못비워서 그러는데......
비우는게..... 마음을 비우는게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
그러니까 만주에 붙은 조그만 나라 조선국에.....
그리고 조선국에 붙은 큰 나라 임금 삼영금이.......
비웠다고, 임금할 마음을 비웠다고 글을 써서 집집마다 편지하는것처럼 떠벌리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을 비웠다는 말이 허튼소리였다고......
동시에 증명을 하느라 세 번 이상을 임금 노릇 도전을 하였었지......
그리고 임금 노릇을 하고 말더니.......
마음을 비우는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임금을 하니.....
나라꼴이 뭐가 되겠어.......
별일....... 과거에 급제한 판관도 고자관도 모르는 게 마음을 비우는 것인데.......
-삼영금왕이 그걸 알고 있었겠지.- 하는 건 무리일 수밖에.....
삼영금왕도 소학 대학까지 읽고 무쇠통젼까지 공부를 했다는데도 마음을 비우는게 무엇인지를 몰랐는데.......
고시학 공부를 한 사람에게 마음을 비우는 걸 알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수지.....
저 포사청장놈은 그래도 생쥐는 싫어하는게 있는 것 같은데......
좀더 두고 보자.......
전환두의 마음에 가득 담긴 것을 보았으니.........
딴 요정에서는 무슨 판이 벌어지고 있나를 견문을 해야.......’
상도는 생각을 굴리다 요정을 신속히 빠져나간다.
한길에 나간 그는 요정 대문을 돌아다본다.
‘가난한 나라 고관들이.......삼청장을 애용을 하고 있겠다......
포사청장놈이 만석꾼들과 어우러져 나라 백성을 술 속에 묻고 사는군......
모기 같이 사는 놈들이라.......
밤만 되면 백성의 피를 빨고 사는 놈들.......
대안이 없어도....... 모기를 백성들을 위해........’
그는 울분에 찬 소리를 뱉으며 걸어간다.
그때다 번쩍하는게 한길을 가로질러 갔다.
상도는 번쩍하는게 사라진 방향으로 신속하게 좇아간다.
번쩍하는 것은 금방 상도의 시선에 확실하게 잡히고 만다.
‘그게 옆구리에 차고 있는 칼이였군.......
칼자루에 별이 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빛을 발하는군........
그러니까 저자는 병정의 우두머리 급이 되겠지.....
무엇 때문에 이 밤에 달려가는 것일까........
역적 모의라도 하러 가는 것일까........
내가 개혁을 시작했으니 개혁에 반대하는 수구세력도 만만치 않겠지.......
수구세력이 복지부동하며 세를 불리기 위해 암약하고 있을테지........
그러니 수구세력이 크게 뭉치기 전에.....
불만자들이 뭉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여러곳에 사람을 세워놔야 하는데........
거기도 인재가 필요한데......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빨리 하여야 하는데.....’
상도는 거리를 두고 나랏일을 걱정하며 따라간다. 그는 전후 좌우를 살피는 것을 부지런히 한다.
‘저 자가 조그만 초가집으로 들어가는군...... 사방을 살피고 들어가는 것을 보아 비밀스런 점이.......이곳은 동네와 거리가...... ’
상도는 귀에다 신경을 고추 세워 초가집으로 다가간다.
초가집을 커다란 언덕이 감싸고 있다. 초가집 지붕은 언덕과 엇비슷하게 보인다. 집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않는다.
상도는 초가집 배후 멀리에 대나무 숲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초가집으로 소리없이 잠입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하고는 다가간다.
‘너희가 사람일진대 내눈과 귀를 속일 수야 있겠냐.......
너희가 깜냥에 보안을 한다고 하는 모양이다만........
산넘어 산이라더니....... 초가집속에 초가집이 있다니........ 별일.....
별난 사람들이니 번쩍거리는 칼을 차고 다니겠지....... ’
그는 집뒤로 돌아간다.
‘허허실실이라!..... 조그만 초가집에서 비밀회의를 한다. 보초도 세우지 않고 은밀하게......’
그는 초가집은 토굴 입구를 숨기기 위해 위장한 집이라는 것을 간파한다.
그는 빛바랜 커다란 검은천이 가로막고 있는 곳에 섰다.
‘이렇게 휘장을 둘러치고 있군.......그러니까 방음이 되어서.......’
그는 휘장 앞에 서서 휘장 안을 엿듣는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자 휘장을 살며시 들고 안을 살핀다. 거미줄 같은 빛이 그의 눈을 마중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한다 그리고 다섯 걸음을 걸어가 두 번째 휘장 앞에 섰다. 그리고 두 번째 휘장을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그러자 가느다란 소리가 그의 귀로 찾아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눈을 검은 휘장이 다시 가로막고 있다.
그는 다시 십여 걸음을 걸어가 휘장 앞에 섰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튕겨 나오자 그는 엉거주춤하고 말소리를 귀에 담는다. 그리고 그는 천을 슬며시 들어올린다. 그의 눈을 다시 흰 천이 가로막는다. 불빛이 환하게 그의 얼굴을 마중한다.
‘저 안에 십여명의 장수들이 있어 보이는데.......’
“김 장군! 우리가 어떻게 처신하는게 좋겠소?”
“이번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태가 벌어진게 아니오! 졸지에 전노물왕이 축출이 되는 바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못했소!”
“김장군은 전노물왕의 신임을 두텁게 받은분이 아니시오? 그런데 가만히 몸보신만 하고 있다면 남들이 김장군을 비웃을 것이오!”
“김 장군! 경 장군의 말은 김 장군이 앞장을 서서 명령을 내리면 김 장군의 손발이 되겠다 그말잉기라예!”
“보소! 김 장군! 김 장군의 휘하에 만여 명의 병사가 있지 않소!
그리고 경 장군 휘하의 삼천 명의 병사와 나의 부하 이천 명의 병사를 몰아서 도성을 공격하면 여기 있는 서대문 수문장과 동대문 수문장이 그리고 남문의 수문장이 문을 활짝 열고 김 장군을 영접할 것이며 나는 대궐문을 활짝 열어 장군을 도울 것이오!”
“장군들은 내가, 아니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오산이요! 군사가 아무리 많으면 무슨 소용이요! 우리가 대궐까지 들어와 개혁의 우두머리와 마주 섰다고 합시다. 어차피 대장과 대장이 결판을 내는 싸움을 할 수밖에......
그때 누가 그 상도라는 자를 대적하여 이기겠소? 우리는 그의 적수가 못되오! 군사를 몰아쳐 덮친다 합시다! 지휘하는 장수 몇사람만 목이 짤리면 군사들은 힘을 못쓰는 것이요!
그리고 우리가 원수 갚는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면 백성들이 우리 때문에 얼마나 많이 희생이 되겠소? 나라의 흥망성쇠는 하늘에서 좌우하는 것이오!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요!
하늘이 왕으로 세우는 자가 왕이 되는 것이요!
힘이 있다고 왕이 되는게 아니오!
사사로운 감정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 같이 보여도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는 것이라 사람들이 사람을 죽이려 한다고 죽여지는게 아니오! 그러니까 천명을 타고 나야 왕이 된다고 하지 않소?
내가 전노물왕의 신임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라를 지키는 일을 맡았으니 내 소임에 충실하다 퇴임하는 것이요!
상도라는 사람이 나를 중용한 것은 내가 백성을 위할 사람으로 보았기에 중용한 것으로 나는 그리 봅니다.
그가 나를 볼 때는 천시를 아는 사람으로 보았기에 나에게 군권을 맡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소.....
우리 개인적인 감정은 접어 두었다가 보통 사람으로 돌아간 다음에 생각하기로 합시다......
나를 의리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 모르나 천시를 아는 사람은 내 말을 알아들을 것이요.....
사람이 의리를 내세울 일이 있고.......
의리보다 중한게 하늘의 때요........”
“김장군은 천시(天時) 천시(天時) 하시는데......
이렇게 혼란한 때 우리가 일어나면 백성들의 지지를 반드시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니! 백성들이 김장군에게 돌아오게 할 묘책이 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이요! 지금 이 땅에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정권을 잡은 자들이 엽전물을 너무 먹어 썩을 대로 썩어서 그런 것이오!
우리가 우리 군을 보십시다.
칼만 믿고 너무 엽전을 백성들에게 우려내는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을 모르시오?
진급을 하려면 진급시켜 주는 사람이 엽전을 얼마나 우려내고 있는가를 말이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진급을 하고 부하를 통솔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고 전쟁을 하게 해야지......
능력은 볼 필요도 없고 뇌물을 갖다준 사람이 무엇을 하겠소?
왕까지 뇌물에 놀아난게 군박희정 왕과 환두젼 왕 우태노 왕이고 왕비들이었소......
그리고 삼삼영금 왕이 그래와서 썩은거 아니오?
돈을 많이 우려낼 수 있는 부서에 간부로 혹은 장으로 가기 위해,
부임하기 위해 엽전을 바치고.....
뇌물을 받고서 적다 싶으면 엽전을 욕심이 찰 때까지 우려내서 엽전물로 배를 채우고........
그리고 말이요.....졸병은 졸병대로 편하고 좋은 곳에 배속을 받기 위해 졸병의 부모들이 엽전 꾸러미를 들고 다니고, 배속해 주는 자는 엽전 꾸러미가 적다고 엽전을 우려내는 기술을 부리고 있으니.......
그리고 병정 입대를 안하게 해달라고 엽전을 짊어지고.......
높은 놈은 모병관에게 명령 아닌 명령을 하고, 하는 쥐새끼들이 득시글거려서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어서.......
때 맞춰 상도라는 사람이 용뱀대가리를 짤라 버리듯 한 것이오.......
우리 군부만 썩어문드러진게 아니오......
관공서의 관리는 물론 관공서에서 일을 시키는 사람들까지 말이요......
그러니까 말단 관리가 부리는 관청의 노비들까지도 백성들에게 상관의 이름을 사용하여 엽전을 울궈내느라 온갖 짓을 다하는 현실이요.......
그것만이 아니오......
과부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떡판을 이고 나와 한길가에 내려놓으면 관리들이 똥파리가 되어 떡판에 윙윙거리며 자릿세로 엽전을 우려내 처먹는 실정이요.......
우리는 그동안 엽전물이 모여드는 것을 막지를 않았소.....
그래서 오늘날 그 엽전 우린 물이 도성과 온나라를 엽전물홍수가 우리를 떠내려가게 한 것이요. 알아 듣겠소? 그러니 우리 나라 위정자들이 엽전 우린 물에 스스로 빠져죽고 떠내려 간 것을.......
내어찌 개혁한다는 사람들을 향해서 썩은 권세자들을 축출했다고칼을 들고 나설 수가 있단 말이요......”
“김 장군!......”
“장군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권세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만 생각하고......”
“장군님은 세상을 보시고 계셨군요?”
“이정도는 약과요. 더 들어보시요.
특허공에서 말이요. 가난한 백성이 옷짜는 법을 새로 발명을 한다 든지, 무슨 약이 무슨 병에 효과가 좋다든지 하여 특허공청에다 접수를 시키면 말이요. 특허공청에 다니는 관리가 말이요. 엽전이 많은 사람에게 말이요. 귀뜸을 하능게요....... 그러면 돈이 많은 자가 엽전물을 목욕하도록 주는게요.....”
“만석꾼놈들이 그짓을 하것지요 잉?”
“그렇지.... 그러면 나라에서 수고했다고 보상해 주는 보상비도 못받고 연구한게 헛수고가 되어버리는거요. 귀뜸 받은 부자놈이 그걸 가지고 장사를 해서 돈을 억수로 버는거지......”
“죽일 놈들.....”
“그지랄을 하니 나라가 발전이 안되는 거지라!”
“그러니 이나라는 생쥐들이나 살겠네요.....”
“맞는 소리지. 그래서 하늘이 뒤집어 놓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지......”
“김 장군의 말씀이 지당한 말씀이시오!”
“그정도는 약과요!”
“아니 그럼.....”
“소학을 가르치는 훈장도 대학을 가르치는 훈장도 천자를 가르치는 훈장도 시서를 가르치는 훈장도 장사꾼으로 나서게 된 세상이요....”
“장군님! 그말씀의 뜻은 무엇인지요?”
“세상이 다 아는 일을 황장군이 물으시다니.....”
“저는 대궐에서 지키는 일만 해서 견문을 넓힐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야 경호하는 것이나 맡은......”
“과거 차철지장군은 생으로 잘난체 하다 죽었지요......
그는 정말 세상 돌아가는 것을 새까맣게 모르면서 국정을 논단한 경호장군이라 백성들이 등을 돌렸지요.....
그를 동정하여 말하는 사람도 없을 정도였지만.......
사람이 자기의 위치를 알고 처신을 하여야 하는 것인데 그는 선배도 모르고 날뛰다가 비명횡사 했으니.......
우리 장군들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면 얼마나 알겠소.......
나는 그냥 나라를 걱정하는 생각을 하는 중에 정보대장을 했었기에 알게 된 것이라오.......
나는 관리들이나 훈장들이 실력이 있는 자가 채용되어 훈장노릇하는 줄 알았었구려......
그게 그렇더라구! 기가막혀서......
장사꾼이나 돈가지고 물건을 사서 이윤을 붙여서 팔아 돈을 버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훈장들이 말이요. 돈을 받고 훈장 노릇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돈을 아주 많이 내놓고 훈장으로 채용을 당하더라구요......”
“아니 무슨 수수께끼 같은 말씀이신지요? 들어도 모르겠습니다. 장군님!”
“제가 군인이라 싸우는 것만 생각해서 그런지 이상합니더! 머리속이 뒤죽박죽을 하고 있습니더!”
“대학책 모르시요?”
“들어 알고 있습지요!”
“그 대학책 공부를 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한 장사꾼이 군데 군데 많이 있는데......
그들은 먼나라 사람들이 공부시키는 것을 듣고서 한다든가 누가 머리를 써서 한다든가.....
좌우간 학생을 수십 명씩 모아 놓고 가르치는 곳이 많이 생겼지요!
그런데 그곳에서 훈장 노릇하는 사람들이 훈장을 하는게 엽전꾸러미를 허리띠로 여러개 두르고 가서 대학 훈장이 되고 그리고 훈장이라고 학생들 앞에서 뻐기고 다닌다고 합디다”
“싸울 줄도 모르는 사람이 장군이 되고 대장이 된 것 같네요 잉!”
“그 뭐시냐 노노보통 장군 같네요!”
“나라가 안 망하는게 기적인 것 같습네다!”
“그 훈장들은 학생에게 연구문을 쓰라고 하여 일보처럼 회람을 높은 사람들에게 시킨답디다.”
“연구문이.....무슨....?”
“쉽게 말한다면 앞으로 우리 나라가 강국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이렇다고 이렇게 정치 하는게 좋겠다고 하는 것들이라 보면 되는거지....
그리고 주변의 나라가 우리나라를 침략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싸우면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하는 것들이나.......”
“예!.... 알겠는데.....그런 엄청난 일을 훈장이 안하고 학동이 한다니...... 이해할 수 가 없습니더!”
“그래도 팔십 먹은 노인이 세 살먹은 아이에게 배우는 것 보다는 낫지 않소......”
“그래두 그렇지..... 그럴수가......”
“나라를 지키면 뭘하누......속이 팍 썩은 걸! 물컹하고 짜부러드는 것만 시각문제겠습니다그려.....어허!.....”
“그러니까 그 연구문을 학동에게 머리를 빌려서 써각고 발표를 하는 것은 권세자가 보고 홀딱해서 대신으로 채용하기를 바라는 짓거리이구먼유......”
“장군님! 그 연구문을 학동에게 쓰게할 때 엽전 거래는 없다고 보시는지요....... ?”
“엽전을 줘야 입을 막는 것은 상식이지.....
그리고 훈장이 그 누구처럼 그러니까 김 법가 아들처럼 승지로 채용되면 그 학동은 승지비서 하는거 아니것수....”
“쯔쯔...... 나라 장래가 뿌리가 썩었으니.......”
“대학책을 들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말이요! 아직 사서삼경도 공부할 입장도 안되는 아이들이 대학책만 만졌다 하면 말이요......공부는 뒷전이고 날마다 술타령하는게 일이라고 합디다!”
“대학방이 있는 곳마다 술방이 널려있지요!”
“훈장에게 갖다 주라는 돈이나 지필묵을 사서 쓰라고 준 돈을 몽땅 술집에 갖다 주는 실정이라는 말을 저도 들어봤습지요!”
“몇몇 대학방에서는 술을 학동이 너무 먹여 술독에 빠져죽었다고 방을 써서 붙여 놓은 걸 읽은적이 있습니더!”
“대학공부하는 학동이 됐다고 하는 봄철만 되면 학동이 술을 너무 먹어 죽는 일이 해마다 생기고 있지요.......
그리고 대학방에서 대학 책을 옆구리에 끼면 그때부터 술독에 빠지는 연습을 하느라 학동들이 날마다 곤드레 만드레가 되고 있지만 어느 훈장도 나서서 술독이 오르면 명대로 못살고 죽게 된다, 술병 들면 폐인이 된다고 알려주는 훈장은 없는 세상입니다.”
“아니 그럼 소학공부를 마치고 대학책은 배우지 말고 사서삼경 공부를 하던가, 전문서 공부를 하던가, 아니면 통감공부를 하면 술독 오르는 술꾼이 안될게 아닙니까?”
“술 먹으면서 공부가 되나......술 먹으면서 어찌 공부를 한다구 그러는지 그들의 장래가 뻔하군요.......”
“그러니 무슨 실력이 있겠어요....... ”
“이거 나라의 장래가 어찌될라고......”
“군인이 훈장과 학동을 걱정 하다니......”
“엽전 한꾸러미면 그거이 도깨비 방망이가 되는데 훈장은 무슨 훈장을 하려고 드나..... 한심한 훈장 같으니......”
“아니 장군 도깨비 방망이가....”
“아이들 같은 사람들이 지껄이는 말이 있지 않소. 방망이로 뚝딱소리가 나게 뚜다리며 ‘금 나와라 뚝딱’ 하면 금이 나온다는 ......”
“그러니까 훈장을 하려고 엽전 꾸러미를 들고서 좇아다니는 돌대가리들의 대갈통을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소리가 나게 때리면 금이 나온다 그말이요?”
“아니 그냥 아무데나......때리는건데.....
장군의 말을 듣고 보니 도깨비 방망이라는 것이 훈장같은 머리에 딱딱거려야 도깨비 방망이가 된다는 뜻이구려......
그러니까 학동비서가 훈장이 된 대신에게 딱딱거릴 때마다 연구문 소리가 안나오게 돈으로 입을 막느라 돈이 훈장 주머니에서 계속 나온다고 하는 것을 풍자하여 도깨비 방망이라고 비웃는 말이라 그렇게 보면 되겠네요.....허허허허.....”
“장군은 웃음이 나와서 좋겠소 그려......코묻은 돈을 알려 먹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오?”
“동몽선습(童蒙先習)을 가르치는 유치훈장이 동몽선습을 배우는 코흘리개 학생에게 훈장을 대접해야 하느니라.....하면서 돈을 자꾸 가져오라고 하여 돈을 알려먹는거 아닌지.........”
“조금은 아시는 것 같은데 그정도는 짚신을 만들어 신으려고 짚을 간추려서 물에 적시어 놓은 것에 불과한 거지요!”
“장군님은 정보통의 전문가이시고 저야......”
“내말은 장군님의 말처럼 그정도로 훈장이 엽전을 알려먹는다면 괜찮다고 봐주겠다는 말이외다. 그러니까 요즘 몽학선생(蒙學先生)인 훈장들은 학동에게 글을 지어오라 하여서 말이요 거기서 엽전을 울궈먹는데 이골이 났답디다....”
“아니 글도 제대루 모르는 몽학생(蒙學生)이 글을 짓는다는 것은 지는 이해가 안되는디요.....”
“그러니까 이야기를 ...... 어처구니가 없으니까 하는 겁니다.....
보나마나 학동(學童)의 어머니가 써주던가 아버지가 써주던가 아니면 이웃집에 글 잘하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글을 받아 훈장에게 글을 써 왔다고 낼거 아니겠소....
그런데 그 훈장이 그 글을 심사를 하여 장원이 된 글이 누구 학동의 글이다, 누구의 글은 준장원이다 하는 식으로 석차를 매겨서 말이요.....
다시 글 써온 것을 부모에게 돌려보내면서 하는 말이 댁의 자녀가 장원을 했으니 장원 턱을 내시요.......하면서 엽전을 울궈내고, 차석을 한 학동에게는 차석을 했으니 엽전 우린물을 가져오시오.......
꼬래비를 한 학동에게는 말이요, 꼴지를 했으니 부모를 오라고 하여 공부를 잘하게 뒷받침을 하셔야지 하며 부끄럽게 해서 장원을 하도록 협조를 하라고 하면 우리 자식 잘 보살펴 교육시켜 달라고 장원턱낸 부모보다도 더많이 엽전 꾸러미를 헌납하도록 엽전을 울궈내는게 훈장들의 생태라오......”
“이건......관리들...... 그러니까......탐관오리는 저리가라군요......”
“장사하는 사람들은 만석꾼들의 횡포로 장사를 해먹기가 어렵고 좌우간 나라의 앞날이 너무나 안타깝군요!“
“그러니 장수들이 들먹거리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그려......”
“우리가 들고 일어나지 못한 것을 대담한 능력자가 나타나서 우리가 못한 정의구현을 개혁을 통해 실현시키고 있으니까 우리나라를 위해서 우리 군부가 적극 협조를 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개혁, 곧 나라 전체가 엽전 우린물의 홍수에 떠내려가는 판국을, 썩는 것을 도려내는 작업을 하는 판이니까 인재가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그러니 대의를 위해 우리 모두가 개인의 은원은 불식할 때라고 나는 보는 것이오. 그래야, 대동단결이 되어야..... 우리와 우리 자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나라를 건설을 할 수가 있으니 합력하여.... 모두.... 민족이 살길을 뚫고 나가십시다.”
“장군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우리 군부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있는 곳이니.....나라 위하는 일에 뒤로 처질 수는 없지요..........”
상도는 장수들의 불만을 우연찮게 살펴보고 한길로 나와 걸어가며 생각에 잠긴다.
‘그러니까 인재를 김 장군에게 추천을 받아서 면면촌촌에 보내는 것도 양심수들 가운데 골라서 탐관오리들을 대체시키고.....
다리 밑의 걸뱅이들을 장사해서 벌어먹고 살도록 해주고.......
토지를 개혁하여 농토를 떼어 주고 벌어먹고 살고.......
땅값을 조금씩 해마다 갚으라고 하고.....
탐관오리를 척결하려면 암행어사를 파송해서 관리들을 살펴야 될테고......
이런 것들을 바로 세우면 가난을 벗어나는 나라가 될 것 같은데......
고자관과 판관들을 감시 감독을 잘하게 하고.......
그나 저나 나는 서쪽으로 부지런히 가야 하는데........
이곳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젊은 놈으로 취급되기도 전에 대학책을 만졌다 하면 우리의 학동들이 술꾼이 되어 버린다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구나.........
대학방 앞에는 술방이 너무나 많다는데.......
아니 그렇게 바보들인가.........
인생을 다 살아 호호백발이 되었다면 혹 술을 가끔 입에 댈 수도 있겠지만 대학방에 다니는 것들이 그래 술을 너무 먹어 술을 못이겨서 죽는 일이 해마다 일어난다니.....
기가막힌 일이구나........
대학책에 술독이 배어 있는 것인가.......
어리석은 놈들........
겨우 소학책을 배운 것들이........
술로써 인생의 장래를 망치다니.....
허구헌날 술독에 빠져 죽지도 않고 술을 처먹는 잔치를 해대니.......
봤다는게 책보다 술 처먹고 색시하고 놀아나는 것만 보고 힘쓰니보통문제가 아녀 이래가지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공부는 안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도 모자라는 시대에 살고 있는 가난한 나라 학동 주제에 신선이 놀부처럼 일도 않고 나무 밑에서 바둑이나 둔다니까 젊은 것들이 바둑으로 날을 새우니......
열심히 일을 해도 주려 죽는다고 아우성인데........
떡잎이 새파란한 것인데........
이 나라 대학책을 들고 다니는 놈들은 얼굴이 주독이 올라 누루땡땡하니까 신선이나 된 줄 알고........
정치를 하는 자들도 술을 먹어야 정치를 하고......
아주 신선들이나 먹는 술을 기생집에서 먹어야 정치를 하고.......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술이야 담배야.......
장사꾼도 술을 곤드레가 되어야 장사를 한다니.......
군인들도 대포로 마셔야 나라를 지킨다니........
술을 먹고 곤드레 만드레가 되었을 때 적이 처들어오면.......
나라가 망하기 전에 군인놈 모가지가 짤라지는 것을 모르다니......
술을 안먹어도 졸다가 목이 달아나는 판에......
아서라 가난뱅이 백성아.......
걸뱅이도 술이 취해 흐느적거리고......
관리도 밤마다 요정에서 술독에 빠져 흐물거리고 있으니........
누가 정치를 잘하려 한들 나라가 술이 취해 갈지자 걸음을 칠 수밖에......
그러다가 모로 꿍 쓰러지면 슬피 울고 탄식을 하겠지......
이런 나라는 내가 서쪽으로 가면서 많은 나라를 봤어도 이렇게 술독에서 헤매이는 것은 못봤구나.......
술독에 잠기는 것을 유전시켜 자손을 망하라고 하는 짓이지.....
처녀 아이들은 술을 먹고 지랄이를 하는 남자가 용기있는 남자요술독이 올라 팔다리를 덜덜거리는 남자가 매력이 있다니......
담배를 피우되 폐에 병이 나도록 담배를 피우는 남자가 남자로 보인다니......
이건 시집가서 주먹질을 당해 상처뿐인 몸뚱이, 멍이 안든 곳 없이 멍이 시커멓게 들어야 행복한 여인이 되는 것으로 안다니.....
매타작을 당해야 남편 있는 보람을 누린단 말이구나......
별일......
술을 날마다 먹으면 몸에 병이 생겨 일찍 죽는다는 것을 아는지........
일찍 과부되는게 신명이 나는 좋은 것인가......
남편이 오래 살면 골치가 지끈거리는 속성이 있는게 이나라 여인네들의 소원인가......
아예 나라 이름을 술술국이라하지.......
밤마다 술마시는 소리......
술이 사람을 달달 볶는 소리......
술에 빠져 길바닥에 토해 대는 소리....
술에 져서 길바닥에 나뒹구는 소리......
술이 시키는대로 여자 남자가 놀아나는 소리.....’
상도는 씁쓸한 생각 속에 한길을 걸어가다 한길 모퉁이에 큰대자로 벌렁 드러누운 사람을 만난다. 상도는 술이 끓는 냄새가 코를 쏘고 덮치자 얼굴을 찡그린다. 그는 길바닥이 안방인줄 알고 있는 사람을 측은하게 생각하다 술냄새가 측은 생각을 쏘아 버려 없앤다. 그는 담담히 그냥 비켜서 걸어간다.
“나보시요!”
“..........”
취객은 상도를 부른다. 상도는 못들은체 그냥 걸어간다.
“술먹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개유?”
“아니지......?”
상도는 개 취급하여 말상대를 안하냐는 말에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말대답을 해준다.
“사람들은 술먹고 횡설수설하고 시비를 걸고 하면 술먹은 개라고 하데유.......”
“자네는 개짓은 안했네. 자네 술취하지 않았나?”
“술취한 사람이 술취했다고 하는 말 들어봤수?”
“그럼 술은 왜 그렇게 많이 먹었나?”
“사연이 있습니다.”
“늙지도 않은 젊은 사람이 술을 어쩌자고 술 속에서 헤매이나?”
“아버지가 술꾼이라 술을 배웠고
어마니가 술을 담궈 술을 배웠죠
아버지가 술 먹여서 술을 배웠고
어마니가 술을 사와 술을 배웠죠
처녀들이 이구동성 외쳐대기를
술을 먹는 그 남자 똑똑 하대요
기생처럼 술을 먹고 울먹거리는
술독에 빠진 남자 너무 잘났어
그 소리에 홀딱하여 술을 먹었죠
장사를 하기 위해 술을 먹었죠
출세를 하기 위해 술을 먹었죠
그러느라 내인생은 술독이 올라
허구헌날 이렇게 술을 마셔야
인생무상 잊고서 살아가지요
자포자기 잊고서 살아가지요
고생 속의 인생살이 잊고 살지요
이렇게 살아야 날래 가지요.......”
“그게 술꾼의 노래요 답이라. 그러고보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너희들은 술을 먹어야 입이라도 살아서 하고 싶은 말을 겁없이 하는 용기가 생기냐? 그럼 나도 네게 화답을 해야 하겠구나.
아버지가 술꾼이라 술을 배웠다
어마니가 술을 담궈 술을 배웠다
세상의 여자 남자 술을 마시니
그래서 홀로청청 너무 어려워
술 속에 들어가서 귀를 막았다
술 속에 들어가서 눈을 감았다
술독에 빠진 몰골 너무 추해서
사람들의 보는 눈을 가리느라고
횡설수설 나오도록 술을 마신다
그러느라 젊은 몸이 할배가 되어
배 가슴 죽을병마 가득 넘쳐서
미망인 통곡 소리 관속에 스며드네...........
그러구서 인생허무.....
낯짝 한번 두꺼워라..........
사람 몸이란 못견디게 괴롭히면 젊어서 마감이 되느니.......”
상도는 읊는 것을 마치고 그곳을 떠난다.
‘술독에 빠져서
땅바닥에 너부러져
오줌 싸고 뭉개여도
지껄이는 재주는 짝이 없구나
어쩌다 네놈이 술독에 빠져
주둥이는 살아서 나불거리냐
썩은 물 마셔쌓고
엽전물 먹어쌓서
철석간장 아닌 네가 어찌 견디랴
서있는 나무 보면
서있는 사람 보면
한쪽 다리 높이 들고
오줌싸개 되는 네꼴
똥개가 너를 보고
개만도 못한 놈이
개취급 해달라네’
그는 실소를 하며 걸어간다.
‘사람이란 곡식을 먹어야 사는거지. 소처럼 풀을 먹고 살 수는 없는거지. 소가 술을 먹는다. 그러면 기운이 철철 넘치는 황소라도 쓰러지고 말겠지.......
사람은 밥을 먹고 살게 되어 있지.......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곡식과 나무 열매로 술을 만들어 먹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재미로 마시고 취하고 흐느적거리고 살고 있는데......
술을 마셔야 기분이 좋고......
술을 먹지 않으면 기분이 따분하단 말인가?
술이란게 곡식을 썩히고 과일을 썩혀서 만들어지는데......
사람은 호흡하는 것이 중지가 되면 그 시각부터 썩기 시작하는 것으로 아는데 사람들은 어찌해서 호흡을 하고 있을 때부터 위장이나 간이 어서 썩으라고 술을 먹고 마시는데......
왜 그런짓을 하는 것인가........
제몸이 아프면 누가 고생을 하는 것인가.....
멀쩡한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체해서 고생을 하는 때가 많은데.......
밥을 과실을 썩혀서 먹으면 그게 소화가 잘되나......
썩은 물을 먹었으니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고 어지러우니 구역질이 나오고 먹은 걸 토하게 되고........
배멀미를 하는 것도 무척 괴로운 일인데.....
배를 타고 멀리 가고 싶어 배멀미라도 해봐야겠다 그말인가........
사람들은 사람이 죽어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을 갈 때에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간다고 그런 말을 하던데.......
그러니까 저세상을 가게 될 때 배를 타고 가게되니.......
배멀미에 익숙해져야, 배에서 멀미 못이겨 죽는 일이 없어야, 저 세상을 갈수 있으니까.....그렇지 죽으면 어찌 가겠어......
저 세상을 행여 멀미를 못견뎌서 못가게 될까 보아........
그래서 배타고 가는 연습으로 곡식 썩은 물을 만들어서 못견디게 먹어 배멀미 나서 토하고 똥싸고 까무러치는 연습을 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조상적부터 - 나그네 인생이다, 나그네 인생이다 - 하는 말을 해오고 있는데......
그럼 사람들 말대로 이세상과 저세상의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강이 가로막고 있다는 말인가?
나그네 인생을 마감하고 저 세상 갈 준비를 하는게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란 말인가?
준비를 평생하는 인생살이라........
배멀미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술을 너무 먹어 몸이 병들어 고생하고 중년에 아니면 초년에 어린 자식들을 내깔려두고 예쁜 미망인을 두고 죽는 것은 별개 아니라서 그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사람들의 모습이란 말인가.....
배멀미를 심하게 하면 죽는가.....
술을 너무 먹어 대학책을 들고 다니던 학동이 토하고 싸다가 멀미를 못이기고 죽어싸니 멀미를 이기려면 멀미 연습을 죽는 날까지 해야 하겠지.....
그러면 멀쩡한 여편네를 의심하고 괜히 술처먹고 때려서 피멍이 구렁이 감긴 것처럼 되도록 못된 짓은 왜 하나.......
술처먹고 일찍 죽으려고 작심한 놈이 말야......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닐텐데.........
부처가 된다는 사람들도 면벽수도를, 고행을 부처 되기 힘쓰는 사람들도 배멀미하다 죽어 버리면 저승에 못가니까 술을 곡차라고 하면서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셔쌓는 것인가.......
하기사 저승에를 가야 부처가 되든 불 지옥에 떨어지든 하겠지........
도를 닦는다는 사람들은 도(道)를 잘 닦아야 저승에를 잘간다고 그러던데......
도(道)라면 죽음 밖의 길이니까 보이지 않는 길을 말하는 것인데.....
술을 먹어야 도가 보이는지......
주도(酒道)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
술독에 빠져서 시를 쓰고 조금 나은 소리 하는 사람을 주선(酒仙)이라고 대접해 부르던데......
이나라 사람들은 술을 섬기는 사람들인지......
술에 미친 사람들인지.......
술을 먹어서 명대로 못살고 생으로 병이 나서 죽었다고 통곡을 하는 사람들이 언제 술때문에 통곡을 했느냐고 말술을 못먹어서 안달을 하는 사람들 같으니라구.......
말술 먹는 것을 자랑을 하고......
말술을 먹어야 정치꾼도 되고 장수가 되어 전쟁을 해도 이기는 것으로 아니 술에 썩어서 내장이 온전치 못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신만은 안썩었다고.....
그러니 백성들이 관공서에서 무슨 일을 하려 해도.....
관리들의 농간에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풍설이 생긴 것이라........
벼슬아치들이 가난한 나라를 만든 것이구나.........
개혁을 한들 며칠이나 가겠는가.......
어린아이들부터 술을 먹지 못하게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아이들 부모가 술을 밥보다 더즐기고 있으니......
나라 장래가 술로써 망하는 날이......
술취한 것들이 고자관이고 판관이니......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고 있을 터......
술취한 고자관이 술취한 포사의 말을 듣고 죄인이라 지목한 사람을 자백하라고 죽인다고 을러대고 몽둥이로 조지겠지.......
그러다가도 변증인이 술을 많이 먹게 해준다면 언제 그랬냐고 - 혐의 없음 - 하겠지.....
이나라는 엽전물에 망하고......
쌀 우린물에 망하고.....
그는 생각 속을 헤매이며 남문 앞까지 왔다.
그는 남문 포순지청으로 들어간다.
“누구시요?”
정문 보초는 상도에게 투박스레 묻는다.
“나는 육인식 순사를 보러왔소!”
“아~ 예, 반장님 찾아오셨습니까? 여기 잠깐만 계세요!”
“그러지요!”
정문 보초는 보초의 상관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투박스런게 졸지에 온데간데가 없이 사라지고 원래 싹싹하기만 하다고 냄새를 피운다.
순사는 막사안으로 잰걸음으로 들어간다.
보초의 등대기를 바라보며 상도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제는 게편이라더니 아는 사람이 찾아온 것과 끌려온 사람의 대접이 너무나 차이가 나는구나......
그러니 공평하게 법이 집행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순사의 친지들은 대접을 융슝하게 받게 되고 순사의 친지가 못되는 사람은 냉대를 받는 현실이구나........
육인식이가 반장으로 승진을 한 모양이군.......
육인식이를 시켜서 포사청을 개혁하는데 감시 감찰을 하도록 하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런지.......
개혁 주체 세력이 탄탄해야 복지부동하고 있는 엽전물에 중독된 관리들을 서서히 밀어내고 활기찬 나라를 건설할 수 있는데.........
일반관리들은 한민주를 시켜서 관장케 하고........
군부는 백청일 중두를 시켜서......
좌우간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나랏 일을 맡겨야 자기들끼리 잘해 나가지.........’
막사 현관문이 열리는 것을 본 상도는 생각하던 것을 접어놓고 육인식 순사가 오는 것을 지켜본다.
“아니......영웅님이.......”
천천히 걸어오던 육 순사는 정문 횃불에 비쳐지고 있는 상도를 알아본다. 그는 반가움에 소리치며 달려온다.
“이 밤중에 영웅님이 웬일이십니까?”
육순사는 인사말을 하며 고개를 꾸벅하고 상도의 손을 두손으로 감싸안으려든다. 그는 상도의 오른손을 두손으로 잡았다가 서둘러 놓는다. 그리고 자기의 두손을 마주 잡는다. 그리고 고개를 떨궈 송구한 표정을 얼굴에 담고 섰다. 그의 얼굴은 인간 본심으로 스스럼 없이 대할 수 있는 분으로 대접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는게 넘치고 있다. 상도는 그의 마음을 읽고 오른손을 내밀어 육순사의 오른손을 잡는다. 그리고 가볍게 흔들며 왼손으로 그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육인식 순사 그간 잘 있었나?”
“예! 소인의 이름을 기억하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반장으로 승진했다구?”
“예!”
“이사람 육 반장! 아까 뛰어와서 내손을 잡을 때는 반가웠고 지금은 반가운게 모두다 시들었는가?”
“아닙니다!”
“내가 남문 포순청으로 자네를 찾아간다고 포사청에서 헤어질때 말했었지! 나를 어려워 말게! 나를 친구처럼 대해 주게나!”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찌 감히.... 제가..... 아까는 너무 반가워서 그만 실수를......”
“아니네! 우리 어디 조용히 대화를 해보세나!”
“예!”
상도는 정문 안으로 들어서서 천천히 마당으로 걸어간다.
육인식도 상도의 한발 뒤에서 상도를 따라 걷는다.
“자네는 포사청의 부조리가 어느 정도라 생각하고 있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지경입니다.”
“그러면 자네가 개혁 주체가 되어 포사청 산하를 개혁하게나!”
“제가 감히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며 일하는 사람이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알기만 하면 어떠한 일도 처결을 할 수가 있는 것일세! 다만 결단력이 요구가 되지....”
“저는...... ”
“주저할 것 없네! 기회를 놓치면 안되네! 기회는 모두가 잡기를 원하나 모두에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네! 국가를 위하고 민족을 위하는 일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하지 않으면 못하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신차려 모두가 살기 위해서 썩은 곳을 찾아 도려내야 나라를 건질 수가 있다네.....”
“..........”
“자네에게 큰 책임을 지는 자리에 대번 오르게 해 주겠다는 말이 아니고 포사청의 운용과 어떻게 개혁을 하여야 할 것인가를 구상하여 나에게 알려주게! 이것이 첫 번째 임무일세!”
“지금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지금 이야기 해도 좋고 며칠 후도 좋지만 가급적 단시간 내에 개혁 방향을 말해주면 좋겠네!”
“저 같은 사람이 오래 생각을 한다고 해서 묘안이 나오겠습니까.....
지금 말씀을 드리지요!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오던 것입니다.”
상도는 걸음을 멈추고 별빛에 반사되고 있는 육인식의 눈을 눈을 크게 하여 바라본다.
“포사청에 근무하는 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요정 출입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재산을 기록하여 둬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날 일이 있으면 포사청 공개된 자리에서 만나게 해야 하며 포사청에 근무 하는 자는 업무로든 비업무로든 어느 누구에게든 구타나 가혹 행위를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엽전이나 쌀한톨이나 받는 자는 엄벌을 해야 하고 포사청 관리가 엽전이던 쌀한개던 어느 누구 빰을 때렸든 불법과 부정부패한 행위를 했을 때는 신고하게 하고 신고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단 포사청의 순사나 포사가 범죄자를 잡으려고 할 때 범죄자가 덤빈다 하면 그때는 가차없이 제재를 가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강도를 체포하려는데 칼을 들고 반항한다면 칼로 쳐죽어도 무방하다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수의 힘으로 순사나 포사를 위협하는 흉악범들에겐 칼은 칼로써 대응하도록 해야 범인을 체포할 수 있습니다.
범인을 잡으려다 순사나 포사가 죽는 일이 생기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니 순사나 포사가 직무 집행하는데 범죄자가 반항을 했다가는 그자리에서 죽임을 당한다는 인식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감히 범죄자들이 포사지청에 난입을 하고 부수고 불을 지르고 포사를 죽이고 하는 자들은 그자리에서 포사나 순사가 무기로 쳐서 죽이게 해야 치안이 유지되고 그래야 범죄 예방이 됩니다.
이점은 너무 미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한 번 감옥에 처넣었으면 감형이니 특사니 하여 엽전을 몇백량 혹은 몇천량씩 먹은 놈을 풀어 놓는 짓을 못하게 해야 엽전 정치를 근절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포사청관리는 직무 집행에 있어 책임을 지고 직무를 감당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포사청은 고자청의 지시를 받고 있어 소신대로 직무를 처결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옥상옥의 형태로써 범죄인을 신속히 처리하지를 못하고 기다리는 기간이 불필요하게 있게 되고......
기다리는 동안에 엽전물이 오고가는 일도 생기고......
그리고 포사청관리는 고자관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일도 못하고......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책임의 소재가 고자청과 포사청으로 나누어지니까 서로 책임을 미루는 공방을 하게 되고......
포사청의 간부급인 포사를 채용하는데도, 고자관을 채용하는데도 문제가 많습니다......”
“무슨 채용 문제를 말하는가?”
“포사관 고자관 채용문제야 많지만 우선 한가지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뭐냐 하면......순사도 그렇습니다만 모든 관리도 그렇지요.....
사람이 술을 안먹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느냐고 술을 먹지 말라고 할게 아니라 차라리 죽으라고 그래라 하겠지만서도.......
모든 관리는 술을 안먹는 자로 채용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술을 먹으면 일의 옳고 그릇됨을 판단하기가 어렵고......
술을 먹는 사람은 일을 법대로 처리하기가 어렵고......
술을 먹는 사람은 술자리에서 엽전우린물을 마시기가 쉽고.......
술자리에서 청탁이 오고 가기가 쉽고......
그러니 판관하는 사람도 말단 관리도 술을 입에 대는 사람은 모두관직에서 스스로 물러가게 해야 하며.....
나라를 위해서는 관직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개혁이 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사람도 실수를 하는데 술을 먹는 사람이야 실수를 더할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포사청과 고자청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술을 먹고 취해서......
그러니까 맨정신으로는 사람을 난폭하게 구타를 못하니까 술취해 고문을 하는거지요........ ”
“옳은 말이네. 육 순사! 반장 개혁을 주도할 식견이 풍부하구먼.......”
“그냥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말씀드린 것인데.......과찬을 하십니다.”
“아냐 육 반장의 견해를 반영토록 하겠네. 그리고 내일 오전에 이곳에 한민주군을 오라고 하게나! 내일 아침에 이곳에서 우리 함께 구상을 해보세!”
“연락을 하겠습니다. 영웅님의 숙소가 어디신지요?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자네 피곤할 텐데 괜한 수고하지 말게!”
“아닙니다! 영웅님을 제가 호위를 해야지요!”
“그러면 우리 가면서 이야기를 더 나누지!”
“예!”
상도와 육인식 반장은 포순청 정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정문 보초는 고개를 깊숙하게 숙여 인사를 한다.
“어! 경비 잘하게!”
“안녕히 가십시오!”
그들은 밤길을 걸어간다.
“어디로 가십니까?”
“개혁부(舊정의당사)로 가려고 하네! 거기에 백청일 중두가 있지!”
“자네와 인사를 시키겠네!”
“............”
“육 반장! 자네는 먼저 나를 고자청으로 데리고 갈 때와 아주 사람이 많이 달라졌어! 반장으로 승급되어 그렇게 보이는 것인가?”
“제가 무엇이 그렇게 달라져 보인다고 그러시는지......괜히 저를 놀리시는 것 같이 저는 느껴집니다.”
“사실이네! 자네는 그때는 활발하지를 못했는데 오늘은 생기가 넘치는 것 같군!”
“제가 영웅님을 만나 뵙고 그때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입니다. 영웅님을 만나 뵙기 전에는 세상 돌아가는게 너무 짜증스럽고사람들 속에 사람들이 하는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여겨져 같이 뒹굴다보니 인생의 낙이란게 없었지요! 그래서 활기를 잃고 살았었지요! 그러던 중에 생각지 못한 곳에서 영웅님을 알아보게 되자 사람이 사는 세상을 고쳐서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리고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일들을 영웅님이 청소하여 주실 것으로 기대를 하면서 생활을 하니까 활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자네 오늘 나에게 아첨하는 건가?”
“제가 아첨을 한들 반장이 청장이 되겠습니까? 사람만 우습게되는 거지요!”
“이사람 내가 농으로 해본 말을 꼬깝게 듣는구만!”
“일개 순사반장의 입장에서 영웅님의 말씀을 농으로 생각하기는 거북스럽습니다.”
“사람 속 한 번 좁구먼!”
“제가 마음이 넓어 웅지를 품었으면 순사를 하겠습니까?”
“육인식이!”
“예”
“나는 인간 육인식이와 말하고 있는 걸세! 내가 자네보다 나은 건 하나도 없어요! 인간대 인간으로 사나이대 사나이로 가슴을 열어 놓고 이야기를 나누세!”
“고마우신 말씀이나 그게 그렇게 되지를 않습니다.”
“육인식이와 내가 몸뚱이 어디가 다른게 있는가?”
“그거야 사람의 몸은 같지요! 허나 능력의 차이는 어쩔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리고 뭔가?”
“사람은 타고난다고 하질 않습니까? 그리고 천시를 타고 난다고 하질 않습니까? 타고난 사람 자체가 다른 것을.......”
“자네가 포사청장이 되면 포사청장감으로 태어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말이군!”
“세상 모든 일이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렇다고 볼 수 있고 사람은 누구나 일생의 삶이 끝난 후에 그가 어떤 사람 노릇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자네 말도 일리는 있지......그러나 결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놓고 볼 때는 그렇지도 않다고 볼 수도 있지!”
“지식의 차이가 있겠지요!”
“사람이 청장 노릇을 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청장에 오르기까지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보내만......”
“사람은 타고난대로 산다고 말들을 하고 있지만 그걸 모르니 열심히 노력하고 살 수밖에 없지요! 좋은 결과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맺혀지는 것은 아니라고 저도 그렇게 봅니다.”
“그건 그렇고 아까 이야기 하던 것을 계속해 보세!”
“개혁 문제를 말....”
“그래! 미진한 부분을 토의해 보세!”
“아까 술을 먹는 사람은 관리로 채용하지 말고 술을 먹는 관리는 내보내야 한다고 말씀 드린 것은 집행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차제에 혁명을 하는 마당이니 기존의 관리들을 모두 술을 먹지 않는 사람으로 교체를 하고 술을 만드는 것이나 술을 파는 것을 법으로 금해야 백성들이 살길이 열립니다. 술을 없애지 않고는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술의 피해는 온 민족이 당하고 온나라가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리고 감옥의 폐해도 없에야 한다고 봅니다.”
“감옥의 폐해라.....그건 무슨 말인가?”
“죄를 지은 사람을 감옥에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보내고 있지!”
“감옥을 짓느라 엽전이 말도 못하게 들어가고 그리고 감옥을 지키는 교화원들을 배치하기 위해 인력이 너무 많이 감옥에 매여 있고......
그리고 엽전이 말도 못하게 많이 소모되고.....
죄수들을 먹이고 돌보는데 엽전이 말도 못하게 들어가고.......
죄수들이 교화원들에게 인권을 유린 당하고........
그러니까 영웅님께서는 그런 우를 척결해 주십시오!”
“어떻게 말인가?”
“감옥을 만들기 위해 성을 쌓듯이 이중 삼중으로 벽을 쌓을 것 없이 아예 감옥을 없애는 겁니다.”
“계속하게.....”
“바다에 떠있는 커다란 섬을 교화소로 만들어서 농사 짓고 죄수들끼리 살아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엽전도 절약 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말단 순사들이 교화소를 들랑 날랑하는 흉악범을 잡으러 다니다가 흉악법에게 칼맞아 죽는 일을 당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지요!
죄를 진 사람이 재범으로만 끝나는게 아니고 십여 번을 양민을 괴롭히고 죽이고 하다가 교화소 들어갔다가는 금방 나와 또 못된 짓을 하고 순사들을 죽이니.....이건 참으로 못할 일입니다.
죄질에 따라 섬으로 멀리 유배를 보내는 것입니다.
재범자는 무조건 섬으로 유배를 보내 세상과 격리 시켜 흉악범은 흉악범끼리 살도록 해야 한다 이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행형법은 너무 물러 터져서 전과가 십범 이상이 있으니 한심하지요......
나이가 많은 놈이 십범 이상이 되면 이해가 될 수 있겠지만.......
순사보고 재범 이상 범죄한 자를 잡아다가 재판 받게 할게 아니라 순사대신 재판을 한 판관들이 잡아다 판결을 하라고 법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판관이 책임있는 판결을 하게 되므로 형벌이 자연 무거울터이니 감옥에서 형벌 받는 죄수도 형벌이 무서워 재범을 못할 것이고 지금보다는 범죄자가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교화소는 섬으로 지정하고 육지에 있는 교화소는 없애고 말입니다.
교화섬을 일테면 극형할 자는 극형으로 다스리고 과실로 살인한 자는 살인자 섬, 강도 섬, 도둑 섬, 사기꾼섬, 뇌물 섬, 강간자 섬, 폭행범 섬, 도박꾼 섬, 술취한자 섬으로 만들어 죄질대로 모여 살게 하는 거지요.....반란한놈들은 반란섬에 유배를 보내고........
그러면 지키느라 수고할 것도 없고 죄수를 상전처럼 모실 수 없다고 교화원들이 불만하여 분풀이를 죄수들에게 악형을 가하지도 않을 거고........
지키는 일이 필요 없지만.....
수군이 해변에서 배를 만들어 타고 오나 지켜보면 된다고 봅니다.
오늘이라도 당장에 시행하면 오늘부터 세상은 밝아집니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전과 몇범이 횡행천지 하는 것은 막을 수 있고 순사가 칼에 맞아 죽으며 범죄자 잡을 일도 안생기고.....
탈옥한 놈이 횡행천지하며 수도 없이 범죄를 저지르며 순사들을 욕을 먹이는 놈이 생겨 나라가 어수선하게 하는 놈도 안생기고.....
탈옥한 놈을 순사가 왜 못잡냐고 하는 소리도 그칠테고......
사실 이런 탈옥을 하는 놈을 순사들이 잡으려고 그놈의 꽁무니만 좇아다니는 망신을 당하게 해서는 안되고........
감옥에서 놓쳐 버린 죄수는 교화원이 잡으러 다녀야 하고.......
고자관과 판관이 잡으러 다니게 만들어야 되는데.......
무슨 놈의 법이 말입니다......
교화원이 놓친 것도 순사가 잡으러 다니며 망신을 당해야 하고......
고자관이 심문하다가 놓쳐서 도망간 것도 순사가 죽을 죄인처럼 해가지고 잠못자며 잡으러 다니다가 칼침 맞아 죽고.......
판관 앞에서 재판 받다가 날쌔게 도망간 놈을 순사보고 잡아오라고 큰소리치니.....이거 어디 순사를 해먹을 수가 있어야지요.......
사실 고단하고 죽을 맛이랍니다......
죄인 잡으러 갔다가 죄수에게 되잡혀서 미망인 만드는 사람이 어디 한둘입니까......
법이 무르다고 생각하는 백성들의 원성도 사그러들 것입니다.
지금까지 뇌물을 많이 먹은 놈이 감옥에 갔다 금방 나오고 그리고 고관대작을 또하는 그런 한심한 법을 운용해온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감옥은 만원인데도 뇌물 처먹는 놈은 쉬지를 않는 겁니다.
교화원들은 치안부서에서나 나라를 지키는 데서 일을 보게 하던가 아니면 딴부서에서 일을 보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좋은 구상을 하고 있었군!”
“영웅님은 우리 나라를 위해서 거사를 하셨으니 나라가 제대루 개혁이 되게 만들어 주실 것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것을 보고 구하고 싶은 맘이 있는 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마음이지.......
그런데 자네와 대화를 해보니 대화가 나하고 통하는 점이 많구만......
내가 나라가 개혁의 궤도에 진입하도록 돕겠으니 육인식 자네가 자네와 뜻이 통하는 사람들을 규합을 하여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세를 만들게나!”
“감사합니다!”
“자네가 그렇게 우국충정이 있다는 것은 나라가 흥하게 되는 기틀이지. 나라를 걱정하는 후진을 양성하도록 하게나!
나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지.
정신이 바로박힌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하냐 못하냐에 따라서 나라의 장래가 명암이 갈리는 것이라 보네.....
내가 자네가 내다본 개혁 방향을 추진토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자네가 제기한 문제를 기록해서 내일 나에게 주게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딴 부서의 개혁할 곳도 생각한게 있다면 말하게나!”
“지금 부자들의 횡포가 너무 심합니다. 그러니까 만석꾼들이지요!
그들은 고관대작들을 매수하여 온갖 이권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들의 농간에 의해 고관대작들은 부정축재를 하고 부자들은 부자들대로 축재를 하는 통에 나라의 재정이 파탄이 났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라의 재정이 파탄이 난 징후는 순사들이 두달이상 배급을 받지못했습니다.
이점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정이 바닥이 난 것을 채워야 하는 일이 시급한데 그 방법을 말해 보게나!”
“없는 사람은 당장에 입에 풀칠하기가 바쁘고 부자들은 흥청거리느라 술판을 벌리고 온갖 잡기를 하느라 민심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백성들의 뒤집어진 마음을 돌려놓는게 급합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바로 잡는 방법은 나라 재정을 바닥나게 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 그들의 재산이 얼마가 되든 환수를 하는 겁니다.
환수를 하는 명분은 나라에 손해를 입혔으니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면 충분한 명분이 된다고 봅니다.
관리들은 관리들이 손해를 끼쳤으니 물어내라고 할 것이요.......
만석꾼들에게는 이익을 챙기려고 나라에서 하는 일에 관리를 매수하여 폭리했기 때문에 나라의 재정을 어지럽혀 국고를 바닥냈다. 관리를 매수하여 엽전을 긁어 갔으니 그걸 반납하라!
예를 든다면 나라에서 사들이는 쌀을 관리와 짜고서 높은 가격에 팔았다. 그러니 그걸 내놔라 하는 겁니다.
이건 예가 아니라 만석꾼들이 저지른 죄인 것을 백성들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 쌀 속에는 쌀이 상한 것도 섞여 있다는 정보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질이 형편없는 것을 납품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자들이 자식들을 병정에 보내지 않은 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뇌물을 많이 주고 병정을 빠진 자들이지요!
이들이 주고받은 뇌물을 환수하는 겁니다.
관리는 뇌물 받은 것의 몇 배를 환수하고 뇌물을 준 자는 뇌물의 몇 배를 벌로써 엽전을 나라에 바치게 하는 벌금형을 내리는 겁니다.
그리고 부정부패한 관리들의 부정축재는 한푼이라도 모두 환수를 하고 장사꾼도 불법으로 장사하는 자들은 벌금형으로 다스리는 겁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 나라 재정을 채울 수 있다고 봅니다만......
재정분야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평소 생각했었던 걸 말씀들인 것입니다.”
“자네 보통 순사가 아니구만......”
“저야 순사로써 나라돌아가는 것을 보고 생각해본 것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칭찬을 과하게 하시니 민망스럽습니다.”
그들은 이야기를 하며 개혁부(舊정의당사) 대문 앞까지 왔다.
“개혁!”
정문 보초는 상도를 향해 인사를 한다.
“백청일 중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상도는 보초에게 묻는다.
“대청에 계십니다.”
“알았다.”
상도는 대문턱을 넘는다. 육순사 반장은 문턱을 넘지 않고 서서 상도를 바라본다.
“자네 왜 안들어오나?”
“이제 그만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어서 따라오게!”
“예!”
육인식 순사 반장은 머뭇거리다가 상도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이곳 저곳에 횃불이 타고 있어 개혁부(舊정의당사) 마당이 그런대로 환하다.
현관에는 등이 걸려 있다.
육순사 반장은 좌우를 살펴본다.
그들은 현관으로 걸어 들어간다.
“영웅님! 지금 오십니까?”
“응! 저녁은 먹었는가?”
“예!”
대청 입구에서 의자에 앉아 있던 백청일 중두가 상도를 정중하게 맞이한다.
상도는 대청 중앙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는다. 육순사는 토방에 서서 대청 안과 백청일 중두를 한눈에 살펴본다. 그리 넓지 않은 대청 가운데에는 직사각 큰상이 놓여 있고 상 주위에 의자가 일곱 개 놓여 있다.
“어서 올라와 앉게!”
“예!”
두사람은 상도 좌우로 가서 앉는다.
“서로 인사하지!”
상도의 말에 두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이쪽은 백청일 중두이고 이쪽은 육인식 순사 반장이네!”
두 사람은 상도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인사말을 한다.
“영웅님으로부터 존함을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 뵙습니다!”
“처음 뵈오나 백중두님을 뵈오니 구면 같습니다! 영웅님을 도와 큰일을 하신 것 축하합니다!”
“과찬의 말씀을......”
“백청일 중두와 육인식 반장은 앞으로 개혁을 주도해야 할 입장이니 서로 유대를 갖되 경쟁자적인 자세는 갖지 말고 서로 협력하여 뭉쳐야 하네!”
“예!”
두사람은 똑같이 대답을 한다.
“다시 말하지만 두사람이 반목을 하는 경우에는 부정부패를 몰아내는 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해야 하네! 지금 이 자리에 아직 참석을 안했지만 장상일 대두와 한민주 청년이 협력하여야만이 이나라의 중병을 고칠 수가 있네! 쓸데없이 권세 다툼이나 벌리면 나라는 전노물왕 시절로 후퇴한다는 것을 명심하게!”
“예!”
“육인식 반장은 포사청을 개혁하고 백청일 중두는 군부를 개혁하는 일을 맡아 속히 처리해 주게! 그러면 백중두는 군부 개혁안을 내일 아침까지 요약하여 나에게 보여주게!”
“네!”
“군부를 개혁할 사항을 생각해 보았나?”
“아직 생각을 못했습니다! 장상일 대두와 상의하여 개혁안을 올리겠습니다!”
“누구와 상의할 것 없네! 개혁한다는 말이 새나가면 풍파가 일 것일세! 아니 백청일 중두! 군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 군부의 부패를 모르다니 지금 군부의 부패한 곳을 어떻게 하면 부패를 방지할 수 있으며 그리고 군비를 덜 써도 되는데 더쓰고 있다면 그걸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걸 못한다 그말인가?”
“죄송합니다! 저는 군부가 부패한 것은 알고 있지만 숙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감히 못했습니다. 저는 무공만 알 뿐입니다.”
“그래? 나는 백청일 자네를 그렇게 안봤는데....... 자네 무과에 급제한 무관이 아닌가?”
“급제만 했을 뿐 상급자가 시키는대로 명령에만 따랐지 제스스로 군사를 부리는 일은 안해봐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백중두! 나는 자네를 개혁 주체의 자리에 앉혀서 나라를 위해 충성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럼 지금 한민주와 장상일 대두를 불러 같이 상의를 하자구......”
“알았습니다!”
백청일은 상도의 명령따라 졸병 둘을 급히 부른다.
육인식은 졸병 하나에게 한민주의 집을 가르쳐 준다. 백청일은 장상일 대두의 집을 졸병에게 알려주고 급히 달려가게 한다.
“여보게! 자네는 자네와 뜻을 같이 한 선후배가 몇 명이나 되는가?”
상도는 백청일 중두를 바라보며 묻는다.
“저는 권부에서 주로 근무를 하였기에 동기들과도 어울릴 시간도 없다 보니 자연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뜻이 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 군부의 체제는 알고 있겠구먼!”
“그건 대강 알고 있습니다.”
“한번 말해보게!”
“병부대신이 있고 병부 부(副)대신이 있고, 그 밑에 북방경비대장이 있고 부대장이 있고, 경비대 밑에 활병대가 있고, 대활병대는 활병대두가 있고 부대두가 있고, 대창군대에는 대창군대두가 있고 부대두가 있고, 대보군대에는 대보군대두가 있고 부대두가 있고, 대마병대에는 마대두가 있고 부대두가 있고, 중활병대는 중두가 있고 부중두가 있고......”
“그러니까 작은 부대나 큰 부대나 대장이 있고 부장이 있다는 것이구만!”
“나라에서 월급은 제대로 받았나?”
“띠엄띠엄 받다가 요근래는 석달치 월급을 못받았습니다.”
“모든 병정들이 석달치 이상 급료를 못받았나?”
“졸병들은 다섯달치 월급을 못받은 것으로 압니다.”
“그러면 어떻게들 먹고 사는가?”
“농사철에는 만석꾼들의 농사일을 거들어 주고 쌀 몇되박씩 받아다가 먹고...... 각자 재주껏 목구멍에 풀칠을 하고 연명해 왔지요!
요즈음은 나라에서 엽전을 주어서 그날 그날 살아왔습니다.”
“엽전으로 밀린 월급을 다 주었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하루에 엽전 세 개씩 받았습니다.”
“월급을 못주다가 요즈음에는 월급 대신 날마다 하루 먹고살 정도의 급료를 준다 그말이군!”
“그리고 공을 세운 사람은 엽전 다섯 개를 상으로 주었습니다.”
“나랏돈이 씨가 말라서 돈을 만들어서 주어 왔다 그말이군!”
“그래서 물건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랐군요!”
육인식은 잠잠이 듣고만 있다가 물가가 오르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고 어이없다는 말투로 말한다.
“그렇게 정치를 하면 백성들이 살기가 더욱 힘들어지지.....”
“나라 재정이 바닥이 났다고 돈을 만들어서 재정충당을 했으니 나라의 빚이 돈을 만든 만큼 늘어나게 했군요!”
“그런식으로 나라를 다스렸으니 백성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나라를 잘다스리는 사람이 나라의 주인 노릇하기를 학수고대하며 장탄식을 하였다는게 이해가 되는구만.....”
“칼로써 나라를 빼앗기는 쉬우나 백성들이 노래를 부르며 살게 하기는 어려운거지요!”
“백중두! 자네 식견이 없는 것처럼 말하더니 그게 아닌데!”
“육반장의 말을 듣고 생각나서 한마디 한 것인데 과분하신 말씀입니다. 사실 돈이 귀해야 물건 값이 싸다고 하는 말은 서민들이 하는 말입니다. 물건이 많으면 물건 값이 싸고 물건이 귀하면 비싼 것은 상식이지요!”
“바로 그거야! 백 중두! 자네가 말한 군부 개혁을 말일세! 곰곰이 생각해 보세나! 달달이 급료를 줄 사람은 많고 나랏돈은 적은데 말일세! 그걸 똑같이 나눠줄 수는 있지! 그러나 받는 사람은 생활이 안되는 거지! 급료가 적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나?....... 무시당한다고 생각 말고 합의점을 찾는다고 생각을 하게나.....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까 백중두 자네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말을 했기 때문이지.......
사람의 머릿수를 줄이던가, 부대마다 지출되는 경비를 절감하던가,아니면 군사비를 증액하던가.....해야 되겠지.....”
“그렇습지요!”
“그러니까 부대마다 대장을 대신할 직책을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일세.......
그러니까 부장(副將)을 없애는거지.......
부장을 대신할 직책은 예를 든다면 활병대 대두가 북방경비대장을 대신하면 된다 그말일세.......
그러니까 군부내의 모든 ‘부’ 자(副字) 직책을 없애는 거지........
그리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직책들을 없앤다 그말이네.......
그리고 불요불급의 군비지출을 없애는 걸세.......
그리고 기병대를 위해 말을 구입한다든지 하는 군비를 덜 들이는 방법을 찾는거지..........
이런식으로 군부를 개편하면 군사비용을 절감하게 되고 나가서 모자라는 나라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영웅님은 군무에 관해서도 무불통지하십니다! 군부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관직 가운데에서 ‘부’ 자 붙은 관리직은 없애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차장이니, 부지사니, 부군수니, 부목사니, 부원님이니, 부동장이니 부대신의 직책을 없애서 나라 재정을 덜 지출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육반장 자네도 나와 생각이 같구만!”
“장상일 대두와 한민주 청년을 모시고 왔습니다!”
현관에서 보초가 크게 아뢴다.
“들어오시라 해라!”
“영웅님! 부르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대인님! 한민주 왔습니다!”
장상일 대두와 한민주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어서들 올라오세요! 밤늦게 오라 해서 미안합니다!”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장상일 대두는 백청일 중두 옆에 앉고 한민주는 육인식 순사 반장 옆에 가서 앉는다. 그리고 곁에 사람과 목례를 한 후 상도를 주목한다.
“그럼 서로 인사부터 나누시지! 이편은 육반장이고 저편은 장대두고 여기는 백중두고 저기는 한민주 청년이고.....”
그들은 일어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다시 앉는다.
“내가 여러분을 부른 것은 우리가 신속히 개혁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안정이 안될 것 같아 여러분을 부른 것이요! 여러분의 의견을 수렵을 하고 두 번째 여러분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 시행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분을 부른 것이오! 그러니까 나랏일이 잘못된 점을 바로 고쳐서 백성들이 안심하고 평안하게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 이말이요! 아무나 생각이 먼저 된 분이 말씀해 주시오!”
“...............”
“갑자기 불러서 의견 준비가 안되신 것 같은데 천천히 이야기 해도 됩니다.”
“그럼 제가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육인식 반장이 제안 하신다구! 기록을 해야 하니......잠깐만....”
상도는 지필묵을 가져오라 명한다.
잠시후 탁자 위에 한묶음의 종이와 세 개의 먹물통과 여러 개의 붓과 나무 젓가락을 갖다 놓는다.
상도는 종이 십여 장과 나무 젓가락과 먹물 통을 자기 앞으로 당겨다 놓는다. 그리고 나무 젓가락을 들고 먹물 통에 집어넣고 좌중을 둘러본다. 그리고 육인식을 쳐다본다.
“육반장 말씀하시오!”
“예! 첫째, 술먹는 관리는 파직해야 합니다. 둘째, 엽전물 먹은 관리도 파직해야 합니다......”
“그냥 간단히 말하지! 해야 합니다. 할게 아니라 파직한다로 하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셋째, 나라에 손해 입힌 관리는 파직하고 열배이상 손해 배상시킨다.
넷째, 뇌물을 받은 자도 준 자도 뇌물 액수의 열배를 벌금으로 물린다.
다섯째, 판관이나 고자관은 책임있는 법집행을 하도록 한다.
여섯째, 교화소는 없애고 교화소 대신 바다에 멀리 떨어진 섬을 교화소로 사용한다. 교화소 섬을 십여개로 정해 놓고 같거나 비슷한 죄를 지은 사람은 같은 섬에 교화시킨다. 그리고 죄수들은 자급자족하여 먹고살도록 한다.
일곱째, 만석꾼들과 권세자들과 유착 횡포를 엄히 다스린다.
여덟째, 재판은 증거 재판만 하도록 한다. 자백은 증거로 채택을 안한다. 관리가 범죄인을 찾기 위해 고문하는 자는 고문으로 응징하고 파직시키며 재산 몰수형에 처한다.
아홉번째, 범죄인은 섬에서 자기들끼리 살게 하고 교화소에 들랑 날랑하며 보통 사람을 괴롭히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벌금형을 받는자가 재물이 모자라는 경우는 유배형에 처한다는 단서를 달아두시지요! 이상입니다. 제안 설명은 이따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좋은 안건이야! 수고했어! 다음.......”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서 말하라구 백청일 중두.....”
“군부에 있어 ‘부’ 자붙은 것을 모두 없애면 군비를 절약할 수 있고 사공이 너무 많은 배가 안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병부대신이 유고시에 병부대신을 대신할 차신을 없애고......
그리고 병정은 얼마 안되는데 대장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나라 군대가 약 이십만 밖에 안되는데.......
그러니까 대장은 열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군들은 백오십명도 더되는데......
그러니까 몸뚱이는 조그만데 머리가 너무 크고 비만이지요......
제 생각에는 대장 대신에 장군 한명이면 되고.....
장군들 자리에 대두인 천부장으로 대체하면 족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군비를 절약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과거 우리 나라가 유교전쟁을 치를 때는 장군이 한 명밖에 없었으나 전쟁을 해서 이겼는데 군부가 반란을 하면서 장군도 대장도 너무 많이 생겨 시어미도 많고 군비를 지출하는 것도 많고 군부의 부정축재도 많아졌지요. 반란하는데 공을 세웠다고 대장을 마구 세우고 장군도 많이 어지럽게 세웠습니다. 그래서 폐해가 많은 것입니다.
그게 다 나라 재정을 바닥 내는데 일조를 한 것입니다.
그러니 나라가 뒤뚱거리고 백성은 도탄에 빠진 원인 중에 하나가 된 것입니다.
별 한개 짜리 장군 하나로 군부가 통제 됐는데 지금은 대장도 많고 장군도 많으니 장군들을 장군 대접해야 하고, 장군은 ‘나도 대신급이다’ 하는 자만에 빠져 있어 나라에서 장군을 대접하느라 헐떡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군부의 계급을 네계단을 낮추는 개혁을 하자 이겁니다.
별 한개를 달기 위해 장군 되려고 온갖 진급 비리가 군부에 만연되어 있습니다. 이런 병폐를 발본색원하자 이겁니다. 이상입니다.”
“백청일 중두가 입을 열어 시야를 넓게 하는군! 좋아! 다음 또 말할 사람......”
“제가 백청일 중두에 이어서 군부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어서 기탄없이 말해주게! 장대두!”
“군부가 나랏일 모두를 지휘 감독하는 병폐를 고쳐야 합니다.
군부는 오직 군부만 전담하게 해야 합니다.
장군이 고관대작으로 되는 것은 고쳐야 합니다. 장군을 하다가 장군복을 벗었으니 고관대작을 하면 부하들이 줄줄이 관리가 되므로 관청일을 그릇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갑옷 만드는 것을 지금보다 줄여서 상의보다 조금 길게 만들어 병정이 기동력 있게 전투를 하도록 하고 겸하여 낭비를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화살 날아가는 거리도 지금보다 짧게 하여야 합니다. 화살이 멀리 나간다고 해서 사상케 하는 확률이 높은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활이 너무 크니 활을 작게 만들어서 실용성 있게 하자 그겁니다.
그리고 성을 쌓는 것만 힘쓸게 아니라 나랏돈이 많이 들어가고 부역하는 백성이 힘이 드니까 언제든지 적을 발견하면 출병할 수 있는 체제와 보초를 지금보다 더 세우는 것이, 더 멀리 세우는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병사들 훈련하는 부서를 통폐합하여 지휘를 단일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고먹는 병사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까 날마다 기생집 들랑거리는 장군이나 간부는 숙정하여 군부에서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병정의 의무를 하지 않은 사람은 관직이나 부자집에서 서사 노릇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나라를 지키는 일을 안한 사람은 나라에서 발을 붙일 수 없게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멀쩡한 놈이 병정을 갔다오지않은 경우는 혼인신고를 받아주지않는 겁니다. 아주 병정을 기피한 자에게는 딸을 주지 말라고 법으로 엄하게 정해 놓아야 합니다.
관리가 군역문제로 뇌물을 먹었다, 원하는 병정직책을 주었다 하면 아까 백청일 중두가 말한 반란섬에......그러니까 반란죄로 다스려 반란섬에 유배를 보내되 영구히 보내야 합니다.
꼭 군부를 개혁해 주시되 일하지 않고 별이나 달고 월급을 많이 축내는 장군들의 머릿수를 꼭 줄여야 합니다. 백중두도 저와 견해가 같습니다.”
“알고 있소! 여기에 이렇게 적고 있지 않소!”
“영웅님은 붓으로 글씨를 쓰시지 않고 젓가락 같은 것으로 아주 빠르게 기록하시는걸 보니 형식 위주에 젖었던 제눈이 실용 위주를 배웠습니다.”
“글이란 말을 잊지않기위해 표시하는 것 아니겠소? 그러니까 말을 빨리 글로 옮기는데 반드시 붓으로 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소! 각자 자기 나름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글씨 대회라면 몰라도....”
“옳으신 말씀입니다! 외식과 격식이란 거추장스런 것이지요!”
한민주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한다.
“그럼 저는 오늘 우선....생각난 것을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수고하셨소! 장상일 대두! 계속 좋은 제안을 바라겠소!”
“예!”
“그러면 또 제안할 분......”
상도는 말을 하며 한민주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보낸다.
“저는 만석꾼들이 만왜국과 교역을 하며 탈세와 밀수를 하고 나라이름을 사용하여 만왜국에서 금화를 많이 빌려다가 고리대금을 하는 것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 가운데 이름을 거명하자면 이철병만석꾼이지요......
그리고 중화국과 외상무역을 하되 비단을 외상으로 많이 들여와 돈냥이나 있는 자들이 외상으로 옷들을 많이 해 입었습니다.
그리고 만석꾼들 모두가 불왕국이나 미왕국에서 금화를 빌려다가 자기집을 대궐처럼 만들고.....
이름을 대자면 아이들도 잘아는 대부호들이지요!
아까 말한 이철병이, 최현종이, 강진석이, 김중우, 조훈중이, 정영주 등과 돈을 치고 있는 엽전상들이 떠들기를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것이니까 외상으로 준다고 할 때 부지런히 금도 비단도 쓰고 입고 보자 땅덩어리는 제놈들이 어찌 떠메고 가것냐?’ 고 떠벌거리는통에 백성들이 빚을 많이 지고 있는 것을 아시는지요!
께벗고 돈한냥 차고 있는 것마냥 백성들을 우습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잠깐! 자네 께벗고 돈한냥 차고 했는데 그말이 무슨 말인가?”
“아, 예! ‘께벗고’ 라는 말은 바지를 홀랑 벗어 밑천이 드러나게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벌거숭이가 엽전 한 개를 옆구리에 자랑스레 달랑 차고 있다는 말입니다.”
“허허허허허......... 아주 재미있는 말이네 그려!”
“앞장서서 우리나라를 빚을 잔뜩 짊어지게 한게 스스로 말하기를 ‘나와 같이 불행한 군병이 되지 말라’ 고 크게 연설을 했던 새벽에 반란했던 오일륙 반란괴수 박충필부터지요.......
명분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다고 미왕국이니 독왕국이니 왜왕국에서 빚을 얻어다 써서 빚을 지기 시작 된게지요......
그러니까 반란괴수 박충필은 반란에 성공하여 왕이 되고 나서 빚을 갚기 위해 나라 땅을 담보한게 아니라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땅속에서 연탄을 캐 주는 품팔러 빚쟁이 나라에 수만명을 보내는 것으로 하고 돈을 빌렸지요!
그리고 수만명의 처녀들을 빚쟁이 나라에 보내서 병자를 돌보는 품을 팔게 한거지요!
들리는 말로는 독왕국에는 병자들을 수백 명씩 모아 놓고 혹은 수천 명씩 모아 놓고 치료도 하고 병자가 죽을 때까지 돌보는 일을 한다나요! 좌우간 그때는 그렇게 돈을 빌려다 쓰더니.......
반란괴수 철권통치 젼전두태왕 때는 그래도 만석꾼들이 함부로 외상으로 금과 비단을 못가져왔지요......무서워서..... 그때는 나라의 빚이 불어나지를 않았지요.......
그런데 젼전두태 반란괴수는 만석꾼들의 등을 쳐서 엽전 우린물을 먹은게 아니라 엽전을 수백가마니를 징발을 했지요......
그리고 만석꾼의 재산도 몰수하게 하는 정치를 했어요.
그런데 노보통 반란괴수가 물정치를 하기 시작하자 만석꾼들은 자진하여 엽전을 한가마니 갖다주고 열가마니 챙기는 수법을 쓰기 시작 했지요! 노보통반란 괴수는 자주 자주 ‘이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 하면서 만석꾼이나 천석꾼에게 ‘이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알아주세요!’ 하면서 아주 보통을 은근하게 부각을 시키는 겁니다.
‘이사람 보통 사람이에요! 믿어주세요!’ 하는 말을 할 때마다 만석꾼들은 보통 사람을 찾아가는 겁니다.........”
“아니 그래 ‘이사람 보통 사람 믿어주세요!’ 하면 갑부들이 엽전을 가지고 반란괴수 노보통에게 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만석꾼들이 누굽니까? 쩍하면 입맛이라고..... 보통 사람이 변해서 보통의 몇갑절 구공자 사람이 될까 봐 똥이 쌓이는 거지요......”
“아~ 아~ ....... 기가막힌 일이.......허허허허”
“대인님은 대인님의 나라가 아니니까 웃음이 나오시지요......
저희들은 기가 막힌 정도가 아니라 환장이를 할 몸이었으면 환장을 열 번도 더 했을 겁니다. 그래서 백성들이 탄식을 아예 장탄식으로 몇 년을 했었지요.....
쏘련왕을 만나려고 금덩이를 큰마차로 몇수레 갖다 주고 만났어요글쎄......돈벌이 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시골 무지렁이가 성안에 나무 한짐 짊어지고 팔러 왔다가 나무를 팔아서 쌀 한되박 사가지고 가려다가 멀리 지나가는 깡패를 보고 때릴까봐 좇아가 뇌물을 주고 아양을 떠는 것처럼 그랬었지요.....
그러니 나라는 물난리가 난 겁니다.
빚에 헐떡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입만 벌렸다 하면......
...... 이사람 믿어주세요! 이사람 보통 사람이에요!......
아양떨듯이....... 그러니 죽을 맛이었지요!.......”
“아니, 그런 무지렁이를 몰아내지않고 뭣들했나?”
상도는 분개한 얼굴로 말한다.
“그러니 환장하는 사람이 부러운 거지요! 사실 보통 사람이 어찌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딱한 일이지요! 보통 사람들이 그 반란괴수 노보통을 감싸고 있었지요!
.......보통 사람 믿어주세요!.....하는 말에 홀딱 속은거지요!
보통 사람은 당을 보통당이라 하지 않고 민자당이라고 했지요!
그러니까 ‘백성들이 스스로 돈을 대게 하는 당이다’ 그말이지요.....
민자라는 말이 백성 스스로라는 말도 되고 백성들의 자본이라는 말, 곧 백성들의 돈이란 말도 되는 이중성이 있는 아리송한게.....
사실 민자당의 돈을 대는 사람들은 재정위원이라는 직함을 받았는데 만석꾼과 천석꾼들이 수백명이었지요!
좌우간 ‘보통 사람 이사람 믿어주세요!’ 하는 말에 나라 재정은 기울기 시작하더니 무슨 공부 많이 한 문민왕이 나라를 개혁한다고 문민시대를 활짝 연다고...... 서울이란 대학방에서 철학을 연구한 왕이라고 대철학 정치를 한다고 했었지요! 반란괴수 노보통밑에서 있던 사람이었지요! 그때 그 보통 사람들이 서울대학방에서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고 왕으로 세우자고 세우라고 난리를 쳤었지요!
그때 보통 사람 아닌 사람들은 왕의 재목이 안된다고 그랬었지요!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보통을 개혁하는 철학으로 한다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열열히 무맥도를 왕으로 뽑았지요!
보통 사람들은 맥도 무맥도 하면서 미치광이가 되어 좋아서 야단을 치더니......
개혁을 내가 할끼라! 철학적으로 개혁...... 신한국당이 개혁을 한다고....신명나게 사는 나라 만든다고 달콤하게 법석대더니.....“
“신한국당 개혁이 무슨 뜻인가?”
“김치를 담궈서 먹다 보면 나중에 그맛이....”
“시어버린 한국사람들이라 그말인가?”
“그렇습니다. 입만 벌리면 신한국당 개혁하며 떠들어대서 귀가 아릴 정도였지요..... 판관을 많이 만든다..... 고자관을 많이 많든다....
변론객을 많이 만들어 변론객의 횡포를 막는다....판관만 해먹는 종자를 개량한다.....암기만 잘하면 되는 판관과 고자관 채용시험을 없앤다....
그러더니.....개혁은 안뵈더니......어느날 갑자기 뚱딴지 소리로 백성들 보고 ‘돈을 쓰고 다녀라!’ ‘유람을 하러 다녀라!’ ‘이웃나라에도 돈가지고 가서 허세부려라!’ ‘우리는 이제 돈을 쓸때 가 뒝기라!’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부터는 돈을 자랑스레 써라!’ 고 나팔을 불고 다니더라구요! 그러느라 입술이 두툼 나팔이 되어버렸습니다. 김영샘왕은 정신이 철학으로 빠져 웅뎅이에 엽전 떨어지는 소리를 하였던 것입니다. 돈냥이나 몇푼 엽구리에 차고 다니던 졸부들이..... 그러니까 만석꾼이나 된 듯이 여자, 남자, 어른, 아이, 노인네 할 것 없이 빚을 내어 쓰고 보자판이 된 것입니다.
나라 안 어느 곳을 가던 동네를 가던 산꼭대기를 가던 술판이 벌어지고 춤판이 벌어지고......‘노세! 놀아!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하는 노래를 부르다가 지금은 다리 밑에서 술병대신 괴타리를 까고 이를 잡아서 피를 빨고 있지요....
그리고 나라 빚이 보통 사람 때보다도 몇십 배인지 빚을 지고는 땅은 안뺏긴다고 주절대더니.......
이웃나라에 우리 왕들이 ‘땅을 사가라.’ ‘밭을 사가라.’ ‘곡식만 몇가마니 주면 어선도 줄께! 논도 주고 산도 줄께! 집도 줄께!’ 하면서 빚쟁이에게 많은 땅을 헌납했었지요! 이걸 개혁해야 됩니다.”
“골치가 보통이 아니군.......부정 부패 주범인 전노물왕만 몰아내면 된다더니.......”
상도는 말을 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입맛을 다신다. 그리고 대청마루를 내려와 현관 밖으로 나간다. 그는 마당으로 걸어나가며 크게 숨을 들여 마셨다가는 소리나게 내품는다.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니........”
그는 갑자기 놀라서 탄성을 지른다.
대청에 앉아 있던 그들은 상도의 놀라는 소리에 후다닥 자리를 박차고 현관 밖으로 일시에 튕겨나온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두리번거린 후 상도를 발견하고 안심을 한다.
“저걸 보게!”
상도는 육인식, 백청일, 장상일, 한민주에게 등을 보이고 서서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킨다.
밤하늘의 별을 가리키는 그의 손가락 끝에는 별이 서쪽으로 흐르고 있다.
“별이 흐르고 있군요!”
“흐르는 별(流星)인 것 같습니다!”
“영웅님은 흐르고 있는 별을 연구하러 나오셨습니까?”
“자네들은 저 흐르는 별을 아는가?”
“저 별은 그냥 땅으로 떨어지는 류성(流星)입니다.”
“그런가? 나는 오늘 밤에 처음으로 보았네!”
“저 별은 새로운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내가 혼돈을 하고 있었네!”
“영웅님이 기다리시는 별은 내력이 있겠군요!”
“구세주 별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참많이 있다네!”
“그렇습니까?”
“구세주 별이 나타나면 이 세상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요?”
“사람들에게 아주 커다란 일이 생긴다고 들었네!”
“아니 그런 별이 생겨나서 서쪽으로 계속 간다는게 희한한 일이고 구세주별이라는 말은 생전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달은 서쪽으로 가지만 별이 가다니요?”
“서쪽으로 가는 별이 있다고 들었네. 한민주 자네나 나나 바쁘게 세월을 보내느라 이제야 밤 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 것 같네......
그나저나 나는 죽음 밖의 세상을 알기 위해 서쪽으로 가는 것은 저렇게 생긴 별이 멈춰 서서 땅을 비추고 있는 동네와 집을 찾아가는 중이었지......
그곳에 가보면 죽음 밖의 세상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몇 년전에 들었었지........
그러고 보니까 이제 저별을 보니까 생각나네!
그때는 무심코 가고 있는 별을 보기만 하고 구세주별이라는 생각은 못한게야! 나는 지금 잊고 있던 별을 따라가보아야겠네........”
“아니 영웅님! 우리는 어쩌라구요!”
“우리 나라를 버려두고 훌쩍 떠나시게요! 그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입니다!”
“나의 목적은 천하를 유람하면서 죽음 밖을 알려주는 지식을 찾아다니는 중이었다네!
그러다가 폭군들이 백성들을 너무나 압박을 주고 설움을 주고 있는게 분하여 활인검을 든 것일세.......
그러나 폭군을 몰아냈다고 하여 폭군이 안생기는 것도 아니고.....
자네들 나라처럼 폭군을 몰아내 줬어도 백성들이 잘살기까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요원한게 아주 먼나라를 보는 것 같구......
내가 백성들의 안타까운 모습만 바라보고 건져주려고 나섰다가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목숨만 앗아버리기만 했고.....
내가 연이 없어 구세주별을 기다린다면서...... 나이만 먹었군!
그별을 보았으면서도 잊고서 살다니......
그것도 자네들 나라 개혁하는 일이 사람의 힘으로는 안되겠다는 것을 깨닫고 하도 답답하여 내가 마당으로 나왔다가.......
나의 무능을 절감하며 하늘을 우연히 올려다 보다.....
저 별을 만났으니.......
하마터면 기다린게 헛수고로 끝날 뻔 했네.........
이 나라는 자네들 나라야!
그러니 자네들이 개혁을 하여 복되게 살게나!
내가 서쪽 나라를 가보고 돌아올 때 만나보세......”
“영웅님이 하시는 말씀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당장에 도움이 필요한 것이요, 영웅님의 말씀은 죽음 밖을 아시기위해 살아있는 사람들을 저버리신다니 너무나 그점은 영웅님답지 않으십니다.”
“그렇습니다! 육인식 동지의 말이 맞습니다. 죽음을 알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들을 돕지 않아 죽게 내버려둔다는 말씀은 저희들에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영웅님! 저희들은 영웅님의 도움이 없이는 혼란에 빠지고 권력쟁탈전의 칼싸움이 벌어져서 나라는 망하고 사람은 말도 못하게 많이 죽을 것이 불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 강력하게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힘이 없이는 자멸합니다. 그러니 영웅님은 책임을 지시고 나라가 개혁의 기틀이 잡힐 때까지는 수고를 해주셔야 합니다.”
“이거 원 물에 빠진 놈 건져 주니까 보따리 내놔라 한다더니......”
“영웅님은 영웅님 뜻대로 가실 수 없으십니다. 영웅님이 지금 이대로 가시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나라가 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게 무슨 말인가?”
“되는 일도 없는 것은 보통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은 송아지 물 건너갔다는 뜻이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것은 부정부패가 안되지 않고 계속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전노물왕을 영웅님이 몰아내 주신 효과가 반짝 효과도 안나고 마는거지요!
그러니까 부정부패집단이 똘똘 뭉쳐서 개혁을 하려고 하는 저희들에게 덮쳐 올 것은 뻔한 사실이고 그렇게 되면 개혁 세력은 모두 이나라에서 추방이 아니라 죽음 밖의 길을 구슬프게 행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전면에 나서지도 않는데 수구파들이 준동을 않는데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안그런가?”
“수구파들은 영웅님이 계셔도 수구기치를 들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영웅님이 안계시다는 것을 수구파들이 알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지금은 영웅님이 계시니까 기죽은 체 하고 있는 것이지요!
부정부패 세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수구파가 지금은 일어나 봐야 목이 잘린다는 것을 알고 기회가 오기만을 와신상담하고 있는 그들입니다.”
“지금 군부의 실력자 김필종장군이 가만히 있는 것도 영웅님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지금 군부를 개혁하고 우리 사람을 빨리 심어 놓지 않으면 영웅님이 계셔도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가 꺼져 버릴 것입니다.”
“그러니까 백청일 중두는 장상일 대두와 빨리 걔혁 계획안을 만들어 시행토록 하게나!”
“예! 날이 새기 전에 부대장을 누구를 앉혀야 할 것인가를 작성하겠습니다. 영웅님!”
“자네들의 후배들 가운데 정직한 자들을 요직에 앉히고 자네들이 군부를 총괄하게! 군부를 장악해야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있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게나.......
군부는 장군 한 사람이 총지휘 감독하도록 하겠네!”
상도는 말을 하며 천천히 현관으로 걸어간다.
장대두, 백중두, 육인식, 한민주는 상도의 뒤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다시 의자에 앉는다.
“여보게들!”
상도는 좌중을 천천히 돌아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예!”
“아까 군부의 수구세력들이 엎드려 있으면서 호시탐탐 개혁 세력을 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현실이네! 내가 지난밤에 자네들을 부르기 전에 민정시찰을 하다가 발견한 일이지......
육인식 동지가 개혁안을 내놓은 것도 전적으로 수용하겠네.......
그리구 한민주군의 개혁도 반영하겠네......
그러니까 신속하게 개혁을 하여 뿌리가 내리도록 하자구!”
“좋습니다!”
“우선 개혁의 급선무는 우리 백성들이 공감하는 것부터 하여야 하는데 그것은 군역을 필하지 않은 관리는 모두 파직을 하여야 하네!
그러니까 군부에 대두의 자식이던 장군의 자식이 군역의무를 필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파직을 하여야 하네! 그리고 군역의무를 기피한죄를 물어 재산형으로 무겁게 벌과금을 물리게!”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자네들이 사사로이 친소를 가려 공의롭게 개혁을 않는다면 나는 떠나갈 것이니 그리들 알게나!”
“명심하여 공의롭게 하겠습니다.”
“군역의무를 기피하는 자들은 쥐새끼들이지. 이런 쥐새끼들을 내버려두면 누가 나라를 지키겠는가? 내가 알기로는 만석꾼들의 자식이 거의가 군역을 기피하였고 이나라의 고관대작이라는 놈들의 자식들도 거의가 군역의무를 외면한 매국노보다 형편없는 것들이지!
그러니 나라가 중병에 걸려 있는거라는 것을 깨달았네!
병정에 나가서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 누구를 위해 나라를 지키겠나?
돈냥이나 있고 엽전꾸러미 차고 다니는 놈들이나 만석꾼 놈들을 위해서 적을 막겠나? 아니면 고관대작을 위해 나라를 지키겠나?
최우선적으로 군역을 바로하지않으면 나라는 망하고 만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명감을 갖고 단시일 내에 개혁하고 보고하게!”
“예! 신속하게 처리하여 백성들의 지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지시한 것은 집에서도 일체 입도 뻥긋하면 안되네!”
“예!”
“자네들! 지금 포사청장과 만석꾼들은 한 패거리가 되어 있네!”
“아니! 포사청장이요!”
“포사청장이! 사실입니까?”
“자네들이 법가라고 추앙하는 인물 이창회가 자식을 두명이나 군역을 기피한 걸 아는가?”
“그게 무슨 말씀인지! 저는 어리둥절합니다.”
“이사람들아! 자네들은 사람의 외모만 보고 옳다고 하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거지! 그사람의 이면을 보고 충신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네!”
“아니 이창회 대신이 그럴수가...... 믿기지를 않습니다.”
“영웅님 보고 전노물왕을 몰아내자고 영웅님의 도움을 청했던 그 포사청장이 갑부들과 어울려 엽전물속에서 놀아난다는게.......
그놈이 뭐가 아쉬워서 갑부들과 유착을 하나......
그런 놈이 영웅님에게 전노물왕을 몰아내자고 개혁을 하자고......
뻔뻔한 쥐새끼를 보았나......”
“육인식!”
“네!”
“자네는 포사청을 완전히 장악하고 벌을 줄 자는 벌주되 자네가 말한대로 재물형으로 다스리고 포사들을 몽땅 물갈이를 하게나!”
“네! 명심하겠습니다.”
“단시일 내에 자네가 나에게 말한 개혁을 모두 실행하여야 하네!”
“예!”
“일이 벅차면 한민주군과 함께 부조리를 척결하도록 하게!”
“예!”
“그리고 백청일 중두!”
“예!”
“내가 깜박 했었군! 자네는 날이 새기 전에 이곳 대궐과 이 당사를 지키는 어영대장과 그의 수족이 되는 직속 부하들을 모두 해임하고 자네가 어영대장을 중두로써 맡게나! 그리고 장상일 대두는 사대문 수문장을 모두 날이 새기 전에 교체하게! 그리고 김필종 장군을 해임하게!”
“예!”
백청일 중두와 장상일 대두는 의아스런 얼굴로 대답을 한다.
“이들은 수구세력이자 언제든지 우리를 공격할 사람들이네! 궁금하면 이들에게 지난밤에 굴 속에서 무엇을 상의했는지 물어보게!” “예!”
“오늘로써 군부의 모든 소두 이상 장군은 예편하고 백부장들로써 수문장으로 세우고 군부의 근간을 삼을 것이네!”
“그러면 감찰군을 보내 모두 잡아 들이겠습니다.”
“그러면 신속히 처리하라!”
“예! 영웅님의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그들은 각자 감찰군을 인솔하고 당사가 있는 대궐을 소리없이 달려나간다.
상도의 명을 받은 장상일은 감찰군 이백명을 인솔하고 상도가 가르쳐 준 토굴을 급습한다. 그들은 굴 속에서 김필종 장군과 수문장들을 잡아 압송한다. 육인식은 백여명의 감찰군을 데리고 요정으로 달려가 포사청장과 만석꾼들을 포박하여 압송한다.
한민주는 커다란 종이에 부지런히 글을 써내려간다.
커다란 백지에 글씨를 다 채우고는 감찰군 십부장을 부른다.
잠시후 감찰군 십부장이 달려와 그에게 군례를 취하고 섰다.
“너는 대궐안 연무장에 지필묵을 준비하되 과거시험 보는 것처럼 준비하라! 그리고 도성 안의 사서방과 대학방의 유생들을 빠짐없이 연무장으로 집합시켜라! 시각이 급하니라!”
“말씀대로 즉각 봉행하겠습니다.”
십부장은 잽싸게 달려나간다.
한민주는 자기가 쓴 포고령을 연무장 정면 게시판에 붙여 놓았다.
그리고 연무장 한쪽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왔다갔다한다.
‘우리나라를 위해 상도대인이 노심초사를 하시고 계신데......
앞장서서 개혁을 이끌어 갈 사람이 너무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 쌓이는구나........
썩은 것을 대번에 도려내자니 나라가 주저앉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몸뚱이가 아니 병든 곳이 없으니 썩고 있는 곳을 다 도려낸다면 뼈다구만 앙상하게 남겠지......
뼛속도 성한 곳이 없어 그 속에서 고름이 나오고 있는데......
나라의 골격을 이루는, 나라를 버티고 있는 군부가 개인의 안일을 추구하고 인사청탁을 하기 위해 장군이 인사담당 졸병에게 뇌물을 먹이다니......
장군이 졸병에게 뇌물을 먹인다는 말은 격에 맞지 않군........
졸병이 장군에게 뇌물을 갖다바치는 것은 뇌물을 먹였다고 해도 자연스러운데.......
그러면 무엇이라 말을 해야 하는가........
뱀의 먹이가 개구리인데 차라리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었다고 하는게 낫겠지......
국가를 보위하는 군부가 머리만 크고 몸뚱이는 작고 손과 발은 기형적으로 너무 작아.......
나라가 계속 반란만 되풀이하니.....
공이 있는 군병을 대접하려고 없는 장군 자리를 만들어서 앉히다 보니.......
대장이 왜 그렇게 많나.......
장군이 왜 그렇게 많나......
머리만 큰 것이지......
부하 천명을 거느리고 있는 천부장도 아예 대장군으로 하고 대장 월급을 주지 한심한 놈들.....
나라의 재정이 바닥이 나든 말든 제 주머니만 챙기다니......
왕을 하려면 무과에 급제를 해야 왕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만든 놈들.....
지금까지 이렇게 무인이 반란을 하여 왕을 몰아내고 왕노릇 아닌 엽전꾸러미 챙기기에 급급한 것은 많은 유생들과 지도급 인물들이 반란자를 미화하고 영웅시하기 때문에 반란자가 많이 생긴거라구.......
이번에 반란섬에다 반란을 모의하였던 수문장들을 유배한 것은 잘한 일이지......
나라에 홍복이야......
상도대인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출해줘서 개혁을 열심히 밀어붙이니 백성들이 숨을 쉬게 되고 나라의 기초가 튼튼하게 되었으니 나라의 복이지.......
누구보다 내가 상도 대인의 은혜를 입었다구........
하마터면 꼼짝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인데.......
생각만 해도 아찔아찔 하구나!
개혁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개혁을 실행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많고.....
정의감이 빼어나고......
그리고 힘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개혁에 참여하여 개혁을 각분야에서 실행하는 인재가 필요한거라.......
그렇지않음 중풍걸린 사람처럼 나라가 비실거리다가 이웃나라에게 먹혀서 망하고 마는거지.......
오늘 개혁 일꾼을 얼마나 뽑게 되려는지......’
열린 연무장 문으로 대학방과 사서방의 유생들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고 있다.
유생들은 연무장 게시판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게시판에 붙어 있는 포고령을 고개를 젖히고 읽는다.
게시판을 읽는 유생들의 표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고개를 끄덕이며 서 있는 사람, 두주먹을 불끈 쥐는 사람, 크게 한숨을 쉬는 사람, 기가 죽어 버리는 사람등 각양각색의 모양새를 취하고 섰다. 어림잡아도 수백 명은 모였다.
한민주는 게시판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게시판 옆에 섰다.
“유생 여러분! 글씨를 쓸수 있게 띠엄띠엄 앉아 주십시요!”
한민주는 크게 외친다.
유생들은 두런거리며 서서히 뒤로 물러가며 자리를 잡고 땅바닥에 앉는다.
“유생 여러분! 계시판을 보지 못한 분을 위해 제가 게시판 내용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장내는 조용해졌다.
“유생 여러분이 관리가 되었다면 작금 우리 나라를 위해 어떤 것을 개혁하겠다. 아니면 나는 이렇게 정치를 하겠다. 혹은 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고 백성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런 제도를 만들어서 시행하겠다는 복안을 적어 주십시요! 그리고 본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해 주세요! 발표는 내일 이 자리에서 하겠습니다.
그러면 종이와 먹물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유생들은 다시 떠들기 시작한다.
“잠깐 조용히 해 주세요! 잠깐만요!”
장내는 다시 조용해진다.
“유생 여러분! 술을 좋아하는 분은 등용이 안됩니다. 그러니 술을 끊을 수 없는 분은 조용히 일어나 돌아가 주십시오! 지금 개혁 정부에서는 우리 나라가 잘살고 잘되기 위해 술먹는 사람은 공직에서 모두 파직키로 했습니다. 그리고 술을 먹는 사람은 나랏일을 맡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유생들은 다시 두런거리기 시작한다. 유생들 가운데는 투덜거리며 일어나 연무장 밖으로 몇사람이 걸어나간다.
“과거시험을 이상하게 치루는 모양이네!”
“시험보는 것도 개혁을 했나봐!”
“남자가 술을 못먹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나!”
“술만 안먹으면 정치를 잘하게 되나!”
“아니 시를 쓰게하지않고 무슨 말을 하는건지 원!”
“글을 지으라고 해야지 이게 뭐야!”
“반란이 아니구 혁명을 했다더니......다르긴 다르구나!”
“이번에 전노물을 몰아낸 사람은 왕이 되려고도 않는다며?”
“백성들이 압박을 당하고 설움을 당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혼자 들고 일어났다면서?”
“듣기로는 우리 나라 말을 하고 생김새는 우리 나라 사람과 똑같은데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라면서?”
“나라를 위해 잘된 일이지! 전노물이 계속 돈이나 갈쿠리로 긁고 있으면 뭐가 남겠나?”
종이와 붓을 건네 받은 유생들은 초안을 잡느라 중얼거린다.
각자 소신대로 나라를 위한 방책을 생각하며 열심히 쓰는 사람, 먼하늘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사람, 옆사람의 글을 흘금거리는 사람.
“이거원 이런 시험이 과거 시험에 날줄은 몰랐네 그려!”
“이것두 문제라구......
대학책에 기록된 이야기를 적으라고 할 일이지.....
암기한 것을 쓰라고 해야 우열이 가려지지......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이 어찌 개혁을 한다고...... 쯔쯔........”
“맹자가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교시한 것을 쓰라고 해야지 원.....
사서 삼경에도 없는 것을 문제라고 쓰라니 이런 엉터리들이 있나......”
“공자가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사서 공부를 한 우리를 뭘로 보는거야......
공자의 교훈을 암기한 것을 쓰라고 해야 이것들이 멱국을 먹고 나같이 사서를 암송하는 사람이 장원을 할 것인데......
암기한 것을 쓰라고 하면 장원을 할 것인데.......”
“내가 사서 공부를 하며 사시를 줄줄이 외고 있는 사람인디.....도대체 나를 바보 만드는 시험이라고라!”
“사서 삼경을 독파가 아니라 암송을 하는 능력있는 사람을 뽑을 생각을 않능거보니께 무식한 놈들만 과거급제 시킬 모양이랑께.....”
“암기도 못하는 것들을 뽑아서 어디다가 쓸라고 그라는지 모르겠지만 늙지도 않은 관리라는 것들이 치매 환자 많이 생기것네 잉......”
“여러개 쓴다고 좋은거냐? 에라 모르겠다.
고자관들의 횡포를 없애야 한다.
고자관을 감시하고 고자관 감시하는 관리를 감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가지만 써놓자.....
이것만 개혁돼도 나라법이 그런대로 법 위에 노는 놈을 닥달을 할 수 있을테니까.....”
“우리 나라는 무슨 공신, 공신이 너무 많아 놀고 먹는 인간이 너무 많으니까 공신을 깡그리 없애 버리자고 적어야겠지......
공신이라는 자들이 장군벼슬을 하고 먹고장군을 한다니까......
나라돈만 축내는 인간들을.......그냥......
또 있지 공신들이 국록을 받아먹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그 부(副) 자 붙은 관리를 몽땅 내몰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잘될 수 있다.
왕도 부(副) 자 붙은 왕이 없는데 면에도 부(副) 면장이 있고, 군에도 부(副) 군수가 있고, 부(副) 목사, 부(副) 시장, 도에도 부(副) 지사가 있고 대신에도 부(副) 대신이 있으니 나라의 재정이 구멍이 나니까 엽전이 구멍이 날 수밖에........
그러구 보니까 군부에도 부(副) 중대장이 있고, 부(副) 대대장, 부(副) 연대장, 부(副) 사단장, 부(副) 군단장, 부(副) 사령관, 부(副) 장군.
그렇게 놀고 먹는 관리가 많으니.......
나라꼴이 왜 이렇게 부(副) 자가 많아?
‘부((副)’ 자 관리만 정리해도 나라 재정이 바닥은 안났겠지......
이것만 써내도.........개혁에 동참은 된다고 보는데......”
“개혁을 생각해 봤냐? 묻는 것인데.......
나라가 제대로 서려면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 되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은 강자에게는 거미줄처럼 뜯어져 버리고 약자에게는 거미줄처럼 올가맨게 현주소야......
그러니까 법을 다루는 고자청을 개혁을 하여야 하는데......
고자청을 법무대신 밑에서 떼어 내서 독립청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자관들의 상명하복관계를 청산해야 되고.......
학연이나 지연과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법집행자인 고자관을 독립시켜서 고참 고자관이나 신참고자관을 동등한 고자관으로 만들고.......
군부처럼 분대장 되는 고자관은 없애고.....
계급은 철폐해야 바른 법 운용이 된다 ......
그리고 고자관의 차별은 급료만 차이가 있게 해야 된다고 써야 되겠지.......
판관도 마찬가지로 모든 판사는 계급을 없앤다.......
고자관이나 판관은 암기 시험으로 뽑아서는 안되고.......
변론객 노릇을 오래하고 깨끗한 생활을 한 변론객에서 채용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을 하면 되겠지......”
“반란을 하는 자는 무덤까지 좇아가서 사형시켜야 반란이 근절된다고 쓰면.....”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살 수 있도록 나라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쓸가......”
“한길을 자기집 앞이라고 이것 저것 늘어 놓아 보행인이 다니기에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한길을 마구 파헤치는 것을 법으로 금해야 한다고.....
자기집에 수레가, 우마차가 다니기 좋으라고 한길을 자기 편한대로 변형시켜 많은 보행인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도덕성을 일깨워야겠지....... 돈냥이나 있는 자와 관직에 높이 있는 것들의 횡포를 막아야 나라가 잘된다고 써야겠지.....”
“자기집의 오물을 한길에 내다버리는 행위는 엄금해야 한다고.....
작은 법을 지키도록 관청에서 유도를 해야....... 충성도 생긴다고 해야겠지.....”
“우리 서민들이 순사들 한테나 고자관들 한테 죄도 없이 끌려가서 죄인으로 몰리고 볼기를 맞고 주리를 틀리는 고문을 당하며 모르는 일도 죄인으로 만들어져 감옥살이를 하는게 많은데.......
이런 걸 고쳐야 백성들이 숨을 쉬고 살 수가 있지.......
그러니 그런 고문을 하는 순사나 고자관을 파직시키고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해주는 사람을 고자관으로 뽑고 순사 포사로 뽑으라고 건의를 해야겠지......이런 고문하는 관리를 없애는게 백성을 위하는 정치요, 나라를 위하는 정치지......”
“뇌물을 먹는 관리는 모두 파직시키고 섬으로 유배를 시켜버리라고 해야 되겠지.....”
“오늘 유생들을 불러모아 각자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겠냐고 건의를 받는 것인데......
그렇다면 나는 국토를 깨끗하게 만들어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해야겠다. 딴 정치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니 들로 산으로 다니며 들이나 산을 더럽히지 말자. 들이나 산을 더럽히면 비가 오면 그더러운 것을 씻은 물을 먹게 된다. 그러니까 아무데나 똥싸고 오줌을 싸면 안된다.
그리고 산에다가 나무를 심어 산을 가꾸지도 못하면서 산에 놀러갔다오면되지 왜 산에다가 불을 질러 산을 황폐시키냐고 산에나 들에 놀러가는 사람을 계몽하자고 건의를 해야겠다.......
그러니까 아예 입산 금지를 시키자고 할까.......”
“사람이 사람을 매매하는 놈들은 섬으로 유배를 하여 굶겨 죽이라고 해야겠다.......여자아이들을 잡아다가 기생을 만드는 놈은 죽이던지 섬으로 보내야 딸을 둔 사람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정치를 하라고 해야겠다......
감옥살이 한 번만 한놈은 사회 생활하게 하되 두 번째 감옥 갈 짓을 한 놈은 섬으로 유배를 시켜야 살기 좋은 나라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다.......”
“남의 아내를 강간하던가 처녀를 강간한 놈은 섬으로 유배를 보내던가 죽여야지...... 감옥살이 일이년만시키니까 그런놈들이 계속 생기는거라구.......”
“남의 재산을 속여 빼앗는 놈이나 갈취하는 놈은 섬으로 유배를 보내야 나라가 깨끗해지지........”
“의사놈이 환자는 제대로 치료는 안하고 허위로 진찰하여 사람을 골리는 놈도 섬으로 보내야지.....”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잘살 수 있는 정치를 잘할 수 있나를 연구하는 연구인을 두라고 건의를 해야겠다.........
그리고 각 도에서 도대표가 모여서 국사를 논의하는 부서를 만들자고 해야겠군........그러면 지방마다 균형이 유지되어서 우리 지방은 찬밥이라는 불평이 없어질 것 아닌가?”
유생들 가운데는 밥한상 먹을 시간에 커다란 종이 서너장에다 글을 써서 제출하고 연무장을 둘러보며 웃음을 얼굴에 담고 걸어나가는 사람도 있고, 계속 시조를 낭송하듯 혼잣말을 하며 한줄쓰고 다시 낭송하고 한줄쓰는 사람으로 연무장은 벌떼 날아가는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저녁 참 먹을 때가 되자 유생들은 글을 제출하고 연무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에는 모두 개혁서를 제출하고 대궐을 모두 떠나갔다.
다음날 아침 연무장에는 유생들이 다시 모였다.
그들은 게시판에 붙어 있는 공고를 읽고 또 읽는다.
‘아니 그럼 어제 개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사람 가운데 술을 먹지않고 나라에 봉사하겠다는 의사를 개진한 사람과 백성을 위한 충정을 피력한 사람들은 모두 감찰원의 감사로 채용을 한다.......
유생 가운데 무예가 출중한 사람은 별도로 무과에 응시하면 개혁군의 감찰로 채용하겠다니......
유생들을 신임하여 나랏일을 맡긴다는 말이군. 좋지! 좋아! 세상이 이제 바로 잡혀 돌아가겠네......’
게시판을 바라보는 유생들은 얼굴에 웃음을 담고 게시판을 떠날 줄을 모른다.
한민주가 게시판 앞으로 걸어간다. 그를 알아보는 유생들은 그에게 목례를 하며 물러나 길을 열어 준다.
한민주는 게시판 앞에 섰다.
“유생 여러분! 여러분의 등과를 축하하오! 잠시 땅에 앉아서 내가 하는 말을 들으시오!”
한민주는 크지 않은 음성으로 말한다.
유생들은 뒤로 조금씩 물러나며 쪼그리고 앉는다.
“오늘 유생 여러분에게 직무가 부여될 것이오! 먼저 여러분이 관직에 나가는 것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이시간부터 부여받게 되는 일을 절대로 누설시켜서는 아니되오! 알겠습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유생들은 연무장이 들썩거리게 소리쳐 대답한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은 책임감과 충성만 있으면 되는 것이오! 많은 지식이 필요한게 아니란 말이오! 다시 말하거니와 자기 직무를 누설하는 유생은 파직이 될 것이오! 그럼 열 사람씩 감찰군의 안내를 받아 사령장을 받으러 개혁부로 가시오! 전열 일어서시오!”
유생들은 개혁군에 선발된 자격자라는 긍지가 넘쳐나 절도있게 일어나 감찰군의 안내를 받으며 대궐문을 마주보고 있는 개혁부 건물로 걸어간다. 그리고 현관으로 들어간다.
“다음 열 일어나시오! 개혁부 현관에서 기다리다 사령장을 받고 유생이 나오면 즉시 현관으로 들어가시오!”
“예!”
유생들은 일어나 현관 앞으로 보무 당당히 걸어간다.
개혁부 대청
유생들은 일렬횡대로 육인식을 향해 섰다.
육인식의 앞에는 길다란 책상과 서책이 열권 놓였다.
그리고 지필묵이 놓여 있다.
“천부장님께 경례!”
감찰군은 구령을 붙인다.
유생들은 일제히 중앙에 서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여러분의 개혁 의지를 치하합니다. 나는 육인식이라는 사람이오!
나는 관리들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나라를 위해 같이 일해 봅시다. 여기 서책에 본인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하시오! 그리고 먹물을 오른손 엄지에 조금 바르고 본인의 이름 밑에 지장을 찍으시오!
사령장에도 본인의 성명을 쓰시오!”
“예!”
유생들은 신속하게 서책에 주소와 성명을 기재한다.
감찰군은 사령장을 서명 날인한 곳에 올려놓고 계약서 두장을 맞대 놓고 도장을 치듯 손바닥 만한 도장을 찍는다. 사령장에는 감사라는 글씨가 빨갛게 절반이 찍혔다.
“사령장을 받으시오!”
육인식은 사령장을 나누어주며 악수를 해준다.
그리고 유생들의 어깨를 다독거려 준다.
“그러면 연무장으로 가서 기다리시오!”
“천부장님께 경례!”
유생들은 일제히 허리를 굽혀 경례를 한다.
그리고 돌아서 현관으로 걸어나간다.
현관 밖에서 기다리던 유생들이 현관으로 들어간다.
점심 먹을 때가 조금 지나서 사령장 수여식이 끝났다.
유생들은 조용히 담소를 하며 연무장 광장에 앉아 있다.
육인식은 연무장 게시판 앞으로 서책을 들고 걸어간다.
그의 뒤에는 십여 명의 병정이 소달구지를 끌고 따라온다.
달구지 위에는 가마니 두 개가 세워 실려 있다.
달구지는 삐거덕 소리를 내고 있다.
유생들은 육인식이 연무장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담소를 그치고 육인식을 주목한다.
그는 보통 걸음으로 게시판 앞에 다가간다. 한민주는 가볍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그리고 게시판 한쪽으로 비켜선다.
육인식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한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었다 내린다.
“한 백부장 수고가 많았소!”
“천부장님이 수고가 많으십니다.”
한민주와 인사를 끝낸 육인식은 유생들을 바라본다.
병정들은 달구지에서 엽전이 든 가마니를 내려 게시판 앞에 놓는다.
“여러분은 지금 임무를 부여 받을 것이오! 여러분은 부여 받은 임무를 절대로 누설해서는 아니되오!”
“예!”
유생들은 크게 대답을 한다.
“호명하는대로 앞으로 나오시오! 오정태! 이사모!”
“예!”
“오정태 감사는 주경으로 가서 주경관아를 감사 하시오! 그리고 이사모 감사는 동안현을 감사 하시오!”
“예!”
한민주는 이사모와 오정태에게 각가 엽전 스무 냥을 건네준다.
그리고 여비로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감사 기간은 한달이라고 알려준다.
“김수성! 주식규!”
“예!”
“주광현과 광영현을 감사 하시오!”
“예!”
오후 늦게 감사들의 임무 부여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