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아들 (EP9.아들 꿈)
Author
yeongbeome2
Date
2024-07-03 22:13
Views
97
은부인은 상길이를 서울 보내고 나서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를 못한다. 호롱불 앞에 앉아 바느질 그릇을 앞에 놓고 아이들 옷을 손질하고 꿰맨다. 윤공은 부시시 일어나 앉는다.
“나, 물 좀 달라구.”
“당신은 잠만 자요?”
“그럼.”
윤공은 술에 취해 자다가 목이 컬컬하여 잠을 깬 후 아내가 떠다주는 냉수를 벌컥벌컥 한 사발을 다 마신다.
“저렇게 태평이시니...”
“어디 아퍼서 그래?”
“당신은 참 편해서 좋으시겠수.”
“그럼.”
“저렇게 비가 주룩거리는데두 코만 골고...그렇게 잠이 오우?”
“논두렁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거여?”
“상길이 걱정두 안해요?”
“쓸데없는 걱정말아. 두고 보기만 하면 되는 거여.”
“두고 보면 무슨 일이나 저절로 척척 된답디까? 태평하신 분이 왜 늙으슈.”
윤공은 아내에게 눈을 부라린다. 가뜩이나 작은 눈에다 힘을 주어 실눈을 만들고 흘긴다. 남편이 가정에서 간혹 잘못하는 일이 있다 해도 여편네가 감히 남편을 깔보는 투의 말을 하는건 용서 못한다는게 뿜어난다.
“화 났구려. 꼭 어른 노릇해야 허우? 한날 한시에 똑같이 어른이 됐는데 유세 부릴게 뭐 있수?”
윤공은 아내의 말에 흘기던 눈을 돌려 방문 앞을 바라본다.
“당신이나 나나 우리 돌이켜 봅시다.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하는게 좋을상 싶다구 해도 당신은 이제껏 당신 좋은대루 해 왔구. 얼마나 속시원한 꼴을 보아왔수? 당신이 후회하구 속상해 하는 것두 보기 딱하구 답답하다우. 우리가 사는 거유?
남들은 우리 집을 좋게 보는지 몰라두 넘 우해 우리가 사는 거유?
당신이 큰소리 안할 땐 당신두 나두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거리는 때고, 그렇게 않고서도 살 수가 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지금껏 살아 온 것은 할 수 없더라도 이제부터는 상의적으로 살아봅시다. 좋은 점은 받아들이구 쓸데없는 고집은 버리구 말이요.
상길이 서울 갈 때 몇자 적어 보내면 당신 위신 깎이는 거유? 일이란 순서가 있구 어른이 할말이 있구 아이가 할말이 있어요. 또...”
“그만 해둬. 잠 안자구 무슨 잔소리여 갑자기. 우리가 자식이 있으니 자식 걱정하지. 사람 사는게 다 그런 거여. 사람은 미련하니까,욕심이 많아서 속을 태우구 살기 마련이라구. 조상들의 죄물림이 있어서 고생하는 거라구. 기왕에 안 되는 일 가지구 당신이나 내가 속을 끓여 본들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저만 하구 잠이나 자요. 사람이란 누구나 타고난 복대로 사는 거여. 이제껏 살아보구두 그려. 버둥거려 보았자 병이나 생기지. 일이 척척 된다면 팔자타령 하겠어?”
“당신은 그냥 보구 있다가 잘되면 좋구 안되면 가운으루, 조상 탓으루 돌리겠구려. 할 일은 해놓구 기다려야지. 그냥 과일 나무를 심는다구 얼마나 열리겠수. 가꿔야지, 거름두 주구...”
“그러길래 나는 바라지 않아요. 될 것 같았으면 벌써 잘 됐지. 안될려구 그런걸. 그라구 객지에 돌아 다녀 고생을 해야 세상 물정을 알구 똘똘해지는 거여.”
“그런 맘 먹으니까 자식 앞길이 쉽게 열릴리가 있겠수?”
“열리던 닫히던 지장(智將)이 복장(福將) 못당한다구. 날 새겄어. 그만 지껄여.”
윤공은 아랫목 벽을 향해 돌아누워 자식의 장래를 염려한다.
‘내가 너무 지나친 행동을 했나? 종형과 편지 내왕은 있어야 했는데.
형님두 너무 했지. 목사 노릇 한다면서 어느 정도라야지. 지나쳐도 분수가 있어야지.
병든 아비를 내버려두고 계집, 사내가 싸돌아다니구. 저만 천당가구.
제 아비는 지옥가든 알바 아니구. 병들어 똥오줌을 싸는데 모르는 체 하다니. 그러구서 누굴 사랑하구 누굴 불쌍하다구 그러는지. 골육지친도 모르면서. 제 아비는 넘에게 맡기구. 멀쩡한 넘이 더 급해?
내가 사람 같지두 않은 것들에게 머리를 숙여? 배운다는게 별건가?
저를 낳아 준 에미 애비가 누군지. 제 형제간에 우애 있구 곱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거지. 공부를 더 못해두 넘에게 웃음거리 되지 않음 되는 게야. 좀 성공해서 배부르구 등 따뜻하다구 제가 잘나서 잘사는 줄 알구 으시대며 부끄럼도 갉아 먹힌 채 우쭐거리는 것 보담 낫지.
내가 좀 지나치게 넘의 일 한다구 집안 일을 제대루 못해 아내에게 받아 쌓지만 그게 어디 넘만 위해서 일한 것인가? 내 자식을 위해 밑거름 준 것이지. 내가 제대루 가르치지는 못해두, 아무개 자식은 잘될거여 하는 소리 듣구 싶은 거지.’
그는 자신의 지난 일과 평소의 생활하는 의미를 음미해 본다.
그리고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다.
“나, 물 좀 달라구.”
“당신은 잠만 자요?”
“그럼.”
윤공은 술에 취해 자다가 목이 컬컬하여 잠을 깬 후 아내가 떠다주는 냉수를 벌컥벌컥 한 사발을 다 마신다.
“저렇게 태평이시니...”
“어디 아퍼서 그래?”
“당신은 참 편해서 좋으시겠수.”
“그럼.”
“저렇게 비가 주룩거리는데두 코만 골고...그렇게 잠이 오우?”
“논두렁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거여?”
“상길이 걱정두 안해요?”
“쓸데없는 걱정말아. 두고 보기만 하면 되는 거여.”
“두고 보면 무슨 일이나 저절로 척척 된답디까? 태평하신 분이 왜 늙으슈.”
윤공은 아내에게 눈을 부라린다. 가뜩이나 작은 눈에다 힘을 주어 실눈을 만들고 흘긴다. 남편이 가정에서 간혹 잘못하는 일이 있다 해도 여편네가 감히 남편을 깔보는 투의 말을 하는건 용서 못한다는게 뿜어난다.
“화 났구려. 꼭 어른 노릇해야 허우? 한날 한시에 똑같이 어른이 됐는데 유세 부릴게 뭐 있수?”
윤공은 아내의 말에 흘기던 눈을 돌려 방문 앞을 바라본다.
“당신이나 나나 우리 돌이켜 봅시다.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하는게 좋을상 싶다구 해도 당신은 이제껏 당신 좋은대루 해 왔구. 얼마나 속시원한 꼴을 보아왔수? 당신이 후회하구 속상해 하는 것두 보기 딱하구 답답하다우. 우리가 사는 거유?
남들은 우리 집을 좋게 보는지 몰라두 넘 우해 우리가 사는 거유?
당신이 큰소리 안할 땐 당신두 나두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거리는 때고, 그렇게 않고서도 살 수가 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지금껏 살아 온 것은 할 수 없더라도 이제부터는 상의적으로 살아봅시다. 좋은 점은 받아들이구 쓸데없는 고집은 버리구 말이요.
상길이 서울 갈 때 몇자 적어 보내면 당신 위신 깎이는 거유? 일이란 순서가 있구 어른이 할말이 있구 아이가 할말이 있어요. 또...”
“그만 해둬. 잠 안자구 무슨 잔소리여 갑자기. 우리가 자식이 있으니 자식 걱정하지. 사람 사는게 다 그런 거여. 사람은 미련하니까,욕심이 많아서 속을 태우구 살기 마련이라구. 조상들의 죄물림이 있어서 고생하는 거라구. 기왕에 안 되는 일 가지구 당신이나 내가 속을 끓여 본들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저만 하구 잠이나 자요. 사람이란 누구나 타고난 복대로 사는 거여. 이제껏 살아보구두 그려. 버둥거려 보았자 병이나 생기지. 일이 척척 된다면 팔자타령 하겠어?”
“당신은 그냥 보구 있다가 잘되면 좋구 안되면 가운으루, 조상 탓으루 돌리겠구려. 할 일은 해놓구 기다려야지. 그냥 과일 나무를 심는다구 얼마나 열리겠수. 가꿔야지, 거름두 주구...”
“그러길래 나는 바라지 않아요. 될 것 같았으면 벌써 잘 됐지. 안될려구 그런걸. 그라구 객지에 돌아 다녀 고생을 해야 세상 물정을 알구 똘똘해지는 거여.”
“그런 맘 먹으니까 자식 앞길이 쉽게 열릴리가 있겠수?”
“열리던 닫히던 지장(智將)이 복장(福將) 못당한다구. 날 새겄어. 그만 지껄여.”
윤공은 아랫목 벽을 향해 돌아누워 자식의 장래를 염려한다.
‘내가 너무 지나친 행동을 했나? 종형과 편지 내왕은 있어야 했는데.
형님두 너무 했지. 목사 노릇 한다면서 어느 정도라야지. 지나쳐도 분수가 있어야지.
병든 아비를 내버려두고 계집, 사내가 싸돌아다니구. 저만 천당가구.
제 아비는 지옥가든 알바 아니구. 병들어 똥오줌을 싸는데 모르는 체 하다니. 그러구서 누굴 사랑하구 누굴 불쌍하다구 그러는지. 골육지친도 모르면서. 제 아비는 넘에게 맡기구. 멀쩡한 넘이 더 급해?
내가 사람 같지두 않은 것들에게 머리를 숙여? 배운다는게 별건가?
저를 낳아 준 에미 애비가 누군지. 제 형제간에 우애 있구 곱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거지. 공부를 더 못해두 넘에게 웃음거리 되지 않음 되는 게야. 좀 성공해서 배부르구 등 따뜻하다구 제가 잘나서 잘사는 줄 알구 으시대며 부끄럼도 갉아 먹힌 채 우쭐거리는 것 보담 낫지.
내가 좀 지나치게 넘의 일 한다구 집안 일을 제대루 못해 아내에게 받아 쌓지만 그게 어디 넘만 위해서 일한 것인가? 내 자식을 위해 밑거름 준 것이지. 내가 제대루 가르치지는 못해두, 아무개 자식은 잘될거여 하는 소리 듣구 싶은 거지.’
그는 자신의 지난 일과 평소의 생활하는 의미를 음미해 본다.
그리고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