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인검2 (EP2.커다란 대문)
작성자
yeongbeome2
작성일
2024-07-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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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대문
상도는 성문 앞에 서서 성문에 달아놓은 간판을 읽는다.
‘대문 한 번 크구나...... 숭례라 .......
례의를 존중한다는 말인가 예의를 숭상한다는 말인가......
사람들이 예의를 모르는 행동들을 하니까 그 것을 일깨우느라 한 말 같기도 하구먼.....
어찌보면 이 나라 사람들은 예의를 아주 잘지키는 사람들 같기도 하구.....
배를 탔을때의 사람들 말대로라면 예의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지.....
예의가 있는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할 수는 없는 일이지......
예의를 아는 나라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반란한 사람을 따르느라 무고한 사람을 잡아다가 조지는 일을 할리는 없는 것이지......
그리고예의를 아는 사람들이 매관 매직을 하고.....
뇌물을 먹고 마시고 한다는게 예의와는 너무 거리가 있는 거지.....
예의를 아는 사람들이 칼을 차고 메고 다닌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지.....
아까 그 배삯을 안내고 배를 탓다가 쫓겨난 고자관을 볼 때 이해가 안되는 일이야.......
사회적으로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특권의식을 가지고 생활을 한다는 것은 석상나라의 순검찰놈들보다 달려서 모자랄게 없는 고자관놈이 아닌가.......
모두가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이 되고자 견디다 못해 폭군을 몰아내는 것인데.......
이나라의 반란자들은 군사반란이라니 짐작이 가는구먼......
권세를 더 큰 권세를 잡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말인데.....
그러면서 예의를 이마에다 써서 붙이고 다니는 것 마냥 숭례라.....
숭례속에서 칼바람이 난무하고......
숭례속에서 강육약식하고.....
숭례속에서 별의 별일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인 것 같구나......
사람은 예의가 있어야 짐승을 면한다 그말이렸다......
그런데 예의를 숭상한다는 나라 사람들이 칼을 하나씩 짊어지고 다니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
예를 차린다면 남과 다툴 일이 없을 것인데......
좌우지간 길이 이곳으로 뚫려 있으니......
성밖이 살벌한 걸 보니 성안은 더하겠지.....’
상도는 사람들을 따라 숭례라고 쓴 커다란 대문으로 들어간다.
성문을 지키는 칼을 찬 병정들이 성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를 한다.
“너희들 배안에서 고자관에게 행패 부린 놈들을 아냐?”
“모르는뎁쇼!”
“왜 몰라?”
“저는 배를 타면 어지러워 눈을 감고 있었는뎁쇼!”
“너도 못봤어?”
병정은 상도에게 묻는다.
“예! 저는 배 맨 앞에서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강물을 왜 내려다 봤나?”
“뱃전에 부딪치는 물결을 보는게 좋아서 배를 타면.....”
“저쪽으로 서!”
“예!”
상도는 병정이 시키는대로 한쪽에 서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을 한다.
병정들이 일일이 집요하게 묻지만 고자관에게 행패 부린 사람을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병정은 상도에게 오라고 손짓을 한다. 상도는 병정의 앞으로 걸어간다. 병정은 상도를 데리고 병정 막사로 드러간다.
병정 막사 입구에는 정의 구현 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뭐야?”
지위가 높아보이는 병정이 보초병정에게 묻는다.
“이 자는 조사해야 할 심증이 가서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꿇어!”
상도는 막사안을 두리번거리며 무릎을 꿇는다.
의자에 앉아 있는 병정은 상도를 주시하고는 묻는다.
“너 지금 어디 가는거야?”
“서쪽으로 가는 중입니다.”
“서쪽에 무엇하러 가나?”
“죽음 밖의 세상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게 궁금하여 그 걸 알아보려고 가는 중입니다.”
“죽음 밖의 세상이 어디 있어 임마!”
“있다고 하기도 하고 없다고 하기도 하기에 그걸 규명하려고 가는 길입니다.”
“할 일이 되게 없는 놈이네!”
“배지가 불러서 그런 모양입니더!”
“별놈을 다보네!”
“할 일이 그렇게도 없냐?”
“죽어 봐야 아는 걸 한다니까네 죽고 싶다는 말 같씀더!”
막사 안의 병정들은 한마디씩 조롱을 한다.
“너는 고자국에 가서 조사를 받아봐야 할 놈같다!”
“제가 무슨 죄라도 지었습니까?”
“너는 우리 순사들이 조사할 수준이 넘는 놈 같아!”
“고자국은 무엇 하는 곳인가요?”
“가보면 알아!”
상도는 순사라고 하는 병정들의 하는 양을 지켜본다.
병정하나가 덩치가 큰 사람을 막사로 데리고 들어온다.
병정은 덩치가 큰 사람을 상도 옆에 꿇어앉힌다.
“너는 어디서 사는놈여?”
의자에 앉아 있는 병정은 덩치가 큰 사람에게 묻는다.
“순사나리! 저는 저쪽에서 주점을 하고 있습지요! 그런데 저를 왜 이곳으로 연행해 오셨습지요?”
“그걸 몰라서 묻냐?”
“출출하시면 집에 가실 때 들르세요! 그러면 입주한잔 올립지요!”
“누가 술먹는데?”
“저녁에 들리십쇼! 그러면 기분 좋게 해드리겠습니다요!”
“누가 간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면 갔지 나리들이 저희 집을 어찌 그냥 지나 가실 수가 있습니까요!”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따 퇴근 하실 때 고자관 나리와 함께 오십시요! 그러면 실컷 마셔도 잔소리 하는 사람이 없습지요!”
“누가 고자관 무서워서 그러는줄 아냐?”
“고자관이 얼매나 무서운데유!”
“고자관이 뭐가 무시버? 이 칼이 무섭지! 안그래?”
“맞습니다유! 칼이 더 무섭지유!”
“고자관놈들이야 칼이라면 벌벌긴다 이거야!”
“그러신데 우째 약주를 잡수러 요즘은 통 못오시는겁니까유?”
“사무가 바빠서 그러니까 알아서 기라우요!”
“알았습니다유! 지가 고급정보를 알려드릴깝쇼!”
“뭔데?”
“요즘 저의 집에는 고자관들이 날마다 와서 술을 퍼마시고 있습지요!”
“몇놈이나 오냐?”
“서너명씩 오고 있습지요!”
“공술을 먹고 가냐?”
“번쩍거리는 옆전을 내고 있습지요!”
“고자관놈들이 돈이 어디 있어서 새돈을 척척 낸다냐?”
“돈을 받으니 좋지만 그 영감들이 새엽전이 어디서 생기것습니까유! 뻔한게 아니것어유?”
“고자관의 국록이 뻔하지!”
“그럼요!”
“고자관놈들을 벌주는 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그것들이 정신을 차린다고.....”
“옳은 말씀이지유! 고자관들의 잘못을 감시하는 관청이 있어야 고자관놈들이 뇌물을 못처먹고 불법을 자행치 못한당께유!”
“순관님 말씀이 맞습니다유! 고자관을 감시 감독하는 기관이 있고 그 감시 감독하는 기관을 또 감시 감독하는 기관이 있어야 뇌물 먹는 고자관을 불법 탈법하는 고자관을 막을수 있당께유!”
“권력에 있는 자들을 먹이사슬 법칙대로 하자 그말이군!”
“그렇습니더! 순관님! 그래야 정의를 구현할 수 있고 권력기관의 권력남용과 복지부동을 막을수 있다고 봅네다!”
“김순사! 복지부동이라는 말이 무슨 말이지?”
“일테면 방관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더! 순관님께서 고자관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건의를 하십시요!”
“순관님께 고급 정보를 계속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그래 가라!”
“제가 내일 저녁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요!”
“좋아!”
“편히 계십시요!”
술장사가 나가는 뒷모습을 순관과 순사들은 꿀단지를 핥는 눈으로 배웅을 하고 있다.
상도는 그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인간들의 하는 일이란게 서로 물고 물어뜯는 일이라는 걸 곱씹는다.
순관이란 자가 상도를 내려다본다.
“너는 어디서 왔냐?”
“예! 북쪽에서 남쪽으로 갔다가 강을 건너왔습니다.”
“그래! 왜 남쪽에는 갔었냐?”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죽음 밖의 세상이 어떠한가를 듣고 배우려고 갔었습니다.”
“별게 다 궁금한 모양이구나!”
“사람이 그런 생각을 안하고 산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
“안다면 죽음 밖의 세상에서 살아갈 도리를 할게 아니겠는지요!”
“그런 시간 있으면 고자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던가 판관 시험공부를 하지. 그게 사람이 할 일이냐?”
“고자관도 판관도 세월에게 끌려서 죽음에 이를 것이니 어찌 죽음밖의 장래사를 소홀히 할 수가 있겠는지요!”
“하기사 저 하기 싫은 것은 못하는거지.....”
“순관님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안해보셨는지요?”
“생각한다고 무슨 수가 생기냐?”
“죽음을 아는 사람은 이왕에 사는 것이면 착하게 살아보려고 하는 마음을 갖기 마련이지요!”
“그건 그렇고 너는 고자관청으로 가야 되겠다.”
“제가 지은 죄목이 무엇입니까?”
“그건 고자관청에 가서 물어 봐라! 우리는 하루에 몇 명씩은 고자관청으로 넘겨야 하는 입장이다. 육인식 순사가 데려가라!”
“예!”
‘그래도 이나라는 순사들이 피의자를 때리고 윽박지르고 잠못자게 해서 죄를 뒤집어 씌워서 감옥에 보내지는 않는 것 같군........
석상나라에서는 순찰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는데.......
그점은 석상나라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내가 죽음 밖의 세상을 알고자 하는 마당이니 한 번 이 나라 사람들의 살고 있는 것을 겪어보고 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도 같군.....
예를 중시하자고 간판을 커다랗게 만들어 달고 있는 나라이니 구석 구석을 한 번 구경을 해보자......’
상도는 순관의 지시따라 움직이고 있는 순사를 따라 간다.
성안의 길을 걸어가며 길 좌우의 집들을 구경한다.
큰 집 작은집 오두막집 기와집 초가집이 그의 눈을 잡아끈다.
그런데 그의 눈을 잡아끄는 것은 큰집이나 작은 집이나 오두막집이나 기와집이나 하나같이 나무 울타리가 아니면 돌로 쌓은 담장이 집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거 이상하다 예의를 숭상하는 나라 사람들이 담을 쌓고 살아간다.
이웃과 이웃끼리 담을 쌓고 살고 있다는 것은 예의를 숭상한다는 간판을 단 나라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그저 그렇구나......
그래도 간판이라도 커다랗게 붙여놓고 있으니 울타리나 담장만 치고 살지 그렇지 않음 일이 났어도 몇번이 났다는 말인가......
아니면 길거리에 못된 짐승이 많아서 그게 방안으로 들어오기라도 할까 보아 담장을 쳐 놓고 사는 것인가......
산짐승이 내려와서? 아니지.... 성으로 높이 둘러쳐놓았는데 짐승은 들어올 수가 없는 것이고......
그러면 뭐가 사람들을 괴롭게 한다는 말인가......
사람이 사람을 괴롭게 하기 때문이라.....
좌우간 사람이 사람집에 오는게 싫다는 말이 되기도 하구......
사람들이 낮이나 밤이나 틈만 나면 남의 집에 들어가 스리슬쩍하는 짓들을 하는 모양이구나......
부녀자가 사는 집에 기어 들어가는 사내들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집에 누가 들어올까봐 무서워서 담을 치고 사는거겠군........
아니면 누가 돈 보따리라도 두고 갈까봐? 그럴리는 없고......
이웃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되겠기에 비밀을 좋아하다 보니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하고 살기 때문인가?
좌우관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모습들이군.......
예의를 숭배한다는 사람들이 좀 앞뒤가 맞지를 않아.......’
상도는 생각을 굴리며 따라 걷는다.
큰길에서 우마가 다닐만한 길로 접어들었다. 좁다란 골목길을 접어들었다. 그리고 골목길을 나왔다.
전면에 커다란 집이 나타났다.
길을 가로막고 있어 사람의 가슴을 억누르고 있다.
커다란 대문 오른 편에 고자관청이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왼쪽 기둥에 판관청이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대문 양편 간판 옆에 병정이 칼을 차고 지키고 있다.
상도를 데리고 온 순사는 보초에게 머리를 굽실한다.
“안녕합쇼!”
인사말을 하고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든다.
보초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상도를 데리고 온 순사병정은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꺼낸다.
그리고 주먹을 쥔 그대로 보초병정 주머니에 주먹을 넣었다가 다시 주먹을 꺼내 자기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주먹을 꺼내 주먹을 쥐고 차려 자세를 취한다.
보초는 왼손 주먹을 왼편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잠시후 주먹을 꺼내 주먹을 쥐고 섰다. 그리고 상도를 데리고 온 순사병정을 쳐다보며 앞니를 누렇게 내놓으며 싱긋 웃어준다.
“잽싸게 들어가보십시더!”
보초는 아재비를 만나기라도 한 듯 혀를 꼬불거린다.
순사병정은 상도를 이끌고 대문 안으로 걸어간다.
순사는 십여보를 걷고 나서 소리 안나게 입술을 달싹거린다.
상도는 순사의 하는 양을 지켜본다.
‘돈을 빨렸으니 투덜거릴만도 하겠지......
어딜가나 인생은 돈때문에 사람꼴이 개가 비웃게 생겼으니.......
사람이 똥개하고 입을 맞추고.......
이런 경우 보초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것인가?’
순사는 상도를 정문으로 데리고 가지 않고 건물 왼쪽 끝으로 걸어간다.
“이것 보시오! 옆전을 몇 잎이나 주셨소? 여기에 올 때마다 보초에게 뜯껴야 되는 겁니까?”
“높은 곳이 그래서 좋다는 것 아녀!”
“그돈은 어디서 충당을 하시오?”
“성문을 통과하는 장사꾼들에게 통과세를 뜯고 있지!”
“그렇군요!”
“자네도 여기서 돈께나 쓸거라구!”
“돈이 없는데 어쩐다!”
“돈이 없으면 나가기 어려워!”
“아니 내가 잘못한게 없는데 왜 이곳에 끌고와서 벌금을 생으로 물리려고 하는 거야?”
상도는 걸음을 멈추고 안타까운 얼굴을 만들어 능청을 떤다.
순사병정도 상도따라 걸음을 멈추고 상도의 얼굴을 바라본다.
“오늘 자네가 재수 없이 잘못 걸린거지.”
“그건 무슨 말씀이슈?”
“껀수를 채워야 하는데 자네가 걸려든거지!”
“죄없는 사람을 그렇게 하구두 잠이 잘오슈?”
“자네가 고분고분 따라와서 묶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알라구!”
“여기에서 그냥 나갈 수는 없습니까? 내가 육순사 나리에게 옆전을 줄테니 그냥 나가게 해주시오! 나는 이런 큰 집에 들어오면 몸에 닭살이 돋고 떨려서 그래유!”
상도는 울음이 젖은 얼굴을 하고 순사의 거동을 떠보는 말을 한다.
“안돼! 껀수를 채워야 되니까 안돼!”
“그냥 껀수 못채운 것으로 하면 안되나유?”
“매일 몇껀씩 활당껀수는 고자관청에서 손을 써야지 나나 우리 순사는 명령대로 할 수 밖에 없어!”
“그럼 껀이 없는 날도 있을게 아니유! 사건이 없는 날로 만들면 되잖아유! 나를 눈한번 딱 감고 말이유!”
상도는 말소리에다 울음을 조금쳐서 순사병정의 코를 찔벅거린다.
순사의 말소리는 안됐다는게 묻어 나오기 시작한다.
“이사람아! 내가 그럴수만 있다면 자네에게 재수가 없어서 걸려들었다고 하겠나? 날마다 껀수 채우는 일땜에 순사도 못해먹겠어!”
“아니 그럼 날마다 죄진 사람이 없는데두 채우라는 명령따라 생사람을 잡아 들인다 그말씀인가유?”
“이때껏 무슨 소리들었나! 이 사람아!”
“숭례라고 간판은 커다랗게 달아 놓고서는 석상나라 보다도 더한 것 같구나.......”
상도는 혼자말로 지껄인다.
“자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건가?”
“생사람을 날마다 죄수를 만든다니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들이 억울한 것을 다 토해 놓으려고 하겠지. 그리고 그 한맺힌 것을 한풀이를 하려고 할테지. 그러면 나라는 뒤뚱거리겠지 하는 소리를 하는거지유!”
“자네 그런 소리하면 큰일나네! 내가 못들은 것으로 해줌세!”
“석상나라는 여기처럼 그렇지는 않아유! 뇌물을 노골적으로 달라고 하지! 죄없는 사람을 잡아 들여서 벌금을 내게 만들지는 않는답니다.”
“어서 들어가세! 들어가서는 조용하게 하게! 고자관에게 잘못보이면 큰일나네!”
“고자관이 그렇게 무서운가유?”
“안되겠어!”
순사는 서둘러 상도의 손목을 잡고 쪽문 앞으로 끌고간다. 그리고 상도를흘기며 문을 밀치고 들어간다.
순사병정은 고개를 푹숙여 인사를 한다. 상도는 멀뚱멀뚱한 눈으로 실내를 살펴본다.
크고 길다란 탁자를 놓고 세사람이 앉아 있다.
순사병정은 상도의 손을 잡아당기며 인사를 하라고 눈짓을 한다.
상도는 모르는체 실내를 두리번거린다.
순사는 안타까운 얼굴로 상도의 손목을 다시 힘주어 잡아당긴다.
상도는 싱긋이 웃으며 세사람의 얼굴을 훑어본다.
육순사는 상도의 비웃음이 깔린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란다. 아주 당혹스런 얼굴이 되다가 겁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굴에 핏기가 빠져가느라 다리를 후들거린다.
“야 이사람아!....정신차려!..... ”
순사병정은 말을 더듬거리며 떨려나오는 목소리로 말한다.
상도는 히죽거린다.
“무서워서 돌았나 봅니다!”
순사병정은 두손을 마주잡고 허리를 깊숙이 구부리고 머리를 조아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한다.
탁자 앞에 앉은 자들은 턱이 불거지게 하고 앉아있다.
“육순사 나리! 왜 갑자기 떨고 그라시요?”
상도는 순사병정을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능청을 떨어 말한다.
순사는 냉큼 대답을 못한다.
“아니 호랑이 굴이라도 들어온게요?”
“이런......철빠진 놈이....... 고자관 영감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시골에서 밤에 올라온 놈이라 그렇습니다.”
“아니 영감이 어디에 있다고 영감이라고 헛소리를 하는게요! 순사나리가 이 방에 들어오더니 머리가 어찌된 것 같소 그려! 숭례문에 있을 때는 기세가 등등하더니 그 기세가 여기서는 맥을 못추는게요?”
상도는 시침이를 따고서 말한다.
“아니 이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죽을라고 환장을 했네 그래.....”
“여기가 사람을 잡는 곳이유?”
“이 철부지를 봤나.....”
순사는 어쩔줄에 매달려서 가슴을 태운다. 고자관은 상도를 성난 얼굴을 하고 지켜보다 꽝소리 나게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친다.
“네이놈!”
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호통을 친다.
“왜 그러슈!”
상도는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시큰둥하게 말한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데 고자관을 깔보는 소리를 하냐?”
“내가 언제 고자관을 깔봤다고 그러슈? 나는 고자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이놈이 고자관을 몰라보다니..... 알 때까지 저놈을 매우 쳐라!”
순사병정은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고자관 좌우에 앉아있던 자들이 벌떡일어나 상도에게 다가간다.
그들은 양쪽에서 상도의 팔을 하나씩 잡는다.
순사병정은 불벼락을 맞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느라 얼굴이 시뻘개졌다. 새파란해졌다. 그리고 두주먹을 불끈 쥐고 섰다.
양쪽 팔을 잡은 자들은 상도의 배를 찢어지라 주먹으로 북소리가나게 정신없이 쳐댄다.
방안은 졸지에 퍽퍽 소리로 가득 찼다.
육순사는 고개를 떨구고 섰다.
상도의 배를 치던 자들은 때리느라 지쳐버렸다. 그들의 코에서는 풀무질을 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는 끙끙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들의 주먹은 빨갛게 퉁퉁 부어 올랐다. 그리고 피멍이 엉겨버려 검고 붉은 북채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상도의 잡은 팔을 놓고서 낑낑거린다.
“못난놈들! 덩치만 컸지.....”
고자관은 부하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한마디 내뱉는다.
그는 입을 씰룩거리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의 몸은 곰이 벌떡 일어선 것 같다.
그는 탁자를 돌아나오며 엉거주춤 서서 구경하고 있는 순사병정의 볼따귀를 왼손바닥으로 짝소리가 나게 갈긴다. 그리고 독오른 눈으로 상도를 쳐다보며 걸어간다. 육순사병정의 볼따귀는 졸지에 빨래판이 되느라 굵다란 손가락자국이 퉁퉁 부어오른다.
순사는 먹이사슬이 당하는 슬픈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는 고개를 떨구면서 손바닥을 들어 부어오른 볼을 비빈다. 그의 눈은 상도를 흘기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고자관은 상도의 정면에 섰다.
그는 식식대는 소리를 삼키고 상도를 노려본다.
“니 오늘 잘만났대이! 니 오늘 내캉 닐 죽일끼라! 이눔의 자슥 감히 고자관을 능멸한대이! 여기는 니 같은 놈을 죽이는 곳인기라!
니 내한테 걸린기는 아수라 지옥보다 무시운기를 알그라! 내가 야차 고자관 영감인기라!”
고자관은 말을 마치자마자 커다란 입을 오물거리고 씽긋 웃는다.
순사병정은 고자관의 냉소진 얼굴을 보고 졸지에 닭살돋은 얼굴이 되어버렸다.
냉소가 실어진 고자관의 오른손은 상도의 얼굴을 갈긴다.
“퍽!”
졸지에 뼈다귀 부서지는 소리가 실내 사람들의 귀를 한 번 찧는다.
그리고 실내는 무겁게 조용하다.
실내의 사람들은 상도의 두 개골이 부서져 버린 것으로 인정했다.
육순사병정은 가련한 인생이 오늘도 귀신도 모르게 졸지에 죽어 버렸다고 겁을 먹느라 등골에 식은땀이 돋아 매달렸다. 그의 바지는 가늘게 떨고 있다.
상도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고자관의 오른 팔은 문풍지처럼 덜덜거리고 손등에서는 검붉은 피가 뚝뚝 바닥으로 떨어진다.
손은 커다란 장갑을 낀 것 같이 변해졌다.
목줄기는 시뻘개져 핏줄이 있는대로 불거졌다.
이마의 핏줄도 활줄처럼 당겨져버렸다.
고자관의 입속에서는 우두득거리는 맷돌소리가 앞을 다툰다고 끙끙소리가 장단을 치고있다.
“아니.....!”
육순사와 고자관의 수사병은 똑같이 놀란소리를 짧게 지른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상도를 바라본다.
‘우리 고자관이 별명이 사천왕인데.....
팔척장신이 어째 맥을 못추고 생땀을 뻘뻘 흘리고 있나 그래.......
이런 촌닭의 모가지를 못비틀다니......
내가 이놈을 잡으라고 외쳐야지...... ’
‘내가 저놈을 데려와서 고자관을 다치게 했다고 내 신상이 좋지 않겠지. 아까 고자관이 내 볼따귀를 갈긴게 그거지...... 이거 어쩐다......
저 시골 무지렁이 보고 네가 재수 없어 껀수 채우는데 걸려들었다고 했더니 내가 잘못 걸려들었구먼.......
이걸 어쩌면 좋을까!
저 시골 무지렁이가 고자관청에서 난동을 부렸으니 큰일이네........
우리 남문대가 박살나게 생겼네......’
고자관의 수사병은 조금씩 문쪽으로 게걸음을 흉내낸다.
그때다.
“야, 이놈아!”
게걸음하던 수사병과 순사는 움찔한다. 그리고 “예! 악!” 하고 메어지는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고자관의 몸은 돌풍 만난 갈대되어 휘청한다.
“이놈들! 너희가 백성을 위하는 놈들이냐? 엉?”
차분한 소리로 묻는다.
“예!”
“네 놈들이 국록을 먹는 것은 백성들이 낸 세금을 받아 먹고 사는 것인데 너희가 배지가 부르다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낙을 삼어? 이 죽일 놈들 같으니.....!”
고자관과 수사병정은 고개를 떨구고 묵묵부답이다.
“너희들이 날마다 백성들을 잡아다가 괴롭히는게 그렇게 좋다구.....
그래 죄를 만들어서 씌우고..... 묶여서 질질 끌려다니는게 그리도 좋냐? 백성을 겁주고 돈을 빨아먹는게 그리도 좋냐?”
“너희가 백성을 괴롭히려고 고자관하냐? 죄없는 백성을 잡아다가 며칠씩 잠못자게 해서, 못견뎌서, 허위자백하게 만들어서 감옥에 보내면 그게 그리도 좋으냐? 이 죽일 놈들아! 양심이 찔리지도 않냐?
그런 악질 노릇, 야차 노릇하려고 고자관하냐?
그러고도 네 자식들이 잘되고 네가 잘되기를 바라냐?
씨를 받지 못할 놈들 같으니라구......!
너희가 어찌 천벌을 안 받겠냐? 이 한심한 고자관청놈들아!
네 놈들이 나라를 물마라먹으려고 그러는게냐?
칼자루 차기 위해 공부한게 양민을 괴롭히는거라니 한심하다.......
한심해! 이 멍청한 고자관놈들아! 껀수 채우기 위해 한심한 고문을 하지 말고 죄를 만들어 씌우지 말고........
멀쩡하게 큰 죄를 지고도 활보하는 놈들을 잡아다가 법대로 다스려 이놈아! 알아 몰라?”
“예!”
고자관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을 한다.
“그런 놈을 잡을 줄을 모른다 그말이냐?”
“예!”
“그것도 못하면서 고자관 노릇을 어떻게 하냐?”
“예! 죄송합니더!”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보니까 벽에다가 남을 비난하고 헐뜯는 소리를 많이도 붙여 놨더라! 남의 이름에 똥칠을 하는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조사해서 말이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자라면 벌을 줘 남을 중상모략을 못하게 하고, 사실이라면 그자를 잡아서 벌을 줘서 그런 짓을 못하게 해야지..... 내 말이 틀리냐?”
“아닙니더!”
“너와 직접 상관 없으니 귀찮다 그거냐?”
“죄송합니더!”
“네 놈들처럼 백성들끼리 서로 헐뜯는 중상모략을 하고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 길거리의 벽을 가득 채우게 내버려두면 이놈아! 나라가 결국 망하는거야! 이놈아!
백성들이 사분오열 이상으로 갈라져서 외적이 침입을 하면 자멸을 하는거야, 이 한심한 놈아! 외적이 침입을 안해도 신용이 무너져서 나라가 망해 이놈아! 백성이 정부를 못믿게 되고 정치꾼이 백성을 못믿어 혼란에 빠져 망하는거야 이놈아!
그래서 벽보 붙여 헛소문내고 거짓말을 광고 하는 놈을 잡아야 한다 그말이다.
그런 벽보 붙이는 놈들 잡아 들이면 그들이 네 이름을 욕하고 뇌물먹었다고 벽에다 써서 붙일까봐 못하고 안하냐?
그런 것은 내버려두고..... 그래 생사람을 날마다 몇 명씩 죄를 만들어 씌우면 되겠냐?”
“죄송합니더!”
“껀수 채우는 것은 높은 놈이 시켜서 그러냐?”
“..........”
“왜 대답을 안하냐?”
“예!”
“뭐가 예야 이새끼야!”
“예! 상부의 지시로 해 온 관례입니더!”
“야, 이새끼야! 별게 다 관례구나! 그래 생사람을 잡으란다고 잠못자게 몇날이고 달달 볶아대서 허위자백 받아내고 감옥에 보내는 놈들이 그게 사람이며, 네 놈이 감옥에 보내라고 주문한다고 판관놈은 네말에 놀아나다니...... 한심한지고......
내가 이놈들을 그냥 두지 않으리라! 백성들에게 쌀값을 받아서 밥을 해서 계집과 시시덕거리며 해쳐 먹고서 그래 밥을 잘 얻어 처먹었다고 은혜를 웬수로 갚는 한심한 놈들......너 같은 것들이 고자관이라니 나라가 아니 망한게 이상하다야!....”
“죄송합니더!”
“네 놈이 나를 왜 어쩌지 못하냐?”
“.........”
“대답해라!”
“예! ...... 죄송합니더!”
“대답 안할래?”
“저...... 그건..... 제가 힘이 모자라서 예!......”
“그거야! 높은 놈이 시켜도 못하는게 있어! 바로 그거야! 네 놈들은 만만한 백성은 잡아다가 괴롭히며 히죽거리고 비틀어서 고혈을 빨고 시시덕거리고 하는 야비한 놈들이지..... 그러기에 네놈들을 야차들이라고 한다면서.....?”
“.........”
“대답해봐! 이 자식아!”
“예!”
“너 지금 나에 대한 감정이 어떠냐?”
“............”
“말안해!”
“죄송합니더!”
“이새끼가!”
“이 자리를 어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더 자세히 말해봐!”
“나를 누가 이곳에서 구해 주러 어서 와라!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해봐! 이새끼야!”
“예!”
상도는 고자관의 아픈 팔을 잡아 비튼다. 그리고 잡은 손에 힘을 가한다.
고자관은 입술을 깨문다.
“아구구구..... 아구구구구....... 아이구...... ”
“어서 말해!”
“팔이..... 부서...집니더! 환장을....지경입니더!”
“더!”
“팔은 쑤시고 죽을까봐 똥이 탑니더!”
“더!”
상도는 손에다 힘을 더 가한다.
“영웅님이.... 벼락맞아..... 급살을 했으면.....아이쿠.........”
고자관은 입을 벌리고 푸푸거린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진땀에 씌워졌다.
상도는 고자관의 팔을 놓는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네놈도 고문의 맛을 조금 봤제? 고문의 맛을 네 놈이 안다면 네놈들이 고문을 하겠냐?
고문해서 죽여 버릴 새끼들 같으니........”
고자관의 이마에서는 쌩으로 땀방울이 더 굵은게 솟았다. 그리고 볼때기로 흘러내린다.
“이놈새끼! 내가 너 같은 놈은 고자질인지 고자인지 못해 먹게 하겠다! 네 놈이 생으루 사람을 고생시킨게 하나겠냐 둘이겠냐?”
“.......아이구......”
“대답해 이자슥아! 안해!”
상도는 눈을 부라려 오른손을 들먹한다.
“예.... 하겠심더!”
고자관은 기급을 하여 도리질 친다.
“몇 사람이냐?”
“솔직히 기억을 못합니더!”
“대강 말해봐!”
“여러 사람이라꼬..........”
“고문해서 죽인놈도 있지?”
“............”
“있어! 없어?”
“들것에 실려 나가기는 했습니더!”
“너희 같은 것들은 종자가 살인귀 종자라 거세를 해야겠다!”
“에구구... 그것만은.....”
“너 같은 놈들은 비애를 씹다가 죽어야 되는 것 아니냐?”
“용서하시이소! 영웅님! 살려주시이소! 영웅님!”
“간사한 놈들!”
“............용서하시이소! 영웅님!”
“내가 무슨 영웅이냐? 너 같은 고자관놈들에게 영웅이란 소리 듣는 내귀가 더럽다!”
“살려만 주신다면 개과천선하겠심니더!”
“꺼져! 이새끼야! 더러운 놈아!”
“아, 예!....”
고자관은 가제걸음을 치다가 게걸음으로 실내를 나간다. 그리고 이를 갈며 도망친다.
“비열한 놈들! 네놈들도 꺼져!”
“아, 예!....”
“나를 데리고 온 놈은 가지 마라!”
수사병들은 가제걸음으로 방밖으로 나간다.
방문을 나간 그들은 똥줄이 빠지게 도망친다.
상도는 도망치는 그들을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웃는다.
육순사병은 전전긍긍한다.
“육인식 순사병! 끙끙댈 것 없다! 이런 고자관놈들이 무엇이 무섭다고 낑낑거리냐?”
“아, 예!”
“생사람이나 잡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때리고 잠못자게 닦달하는 개만도 못한 놈들이 무엇이 그렇게 너를 무섭게 하냐? 내가 개잡는 법을 보여주마!”
“예!...”
“우리도 나가자! 앞장서라!”
“나리! 그렇게 안봤는데 무예가 굉장하시네요! 그렇지만 나리는 큰일났습니다!”
“큰일났다! 그렇다면 큰일은 작은 일을 두 번 치루면 된다고 그러더라! 일없다!”
“여기가 어딘줄 알고 고자관을 요절을 내십니까유? 저도 나리를 데리고 와서 난동을 피게 했으니 큰일 났습니다요!”
“내가 고자관 하나 닦달할 능력이 없다면 여기엘 왔겠냐?”
“군사들이 몰려올겝니다유!”
상도는 천천히 고자관실을 걸어나간다.
그들은 옆문을 나와 정문 앞으로 걸어간다.
“멈춰라! 이놈!”
외치는 소리에 상도는 정문쪽을 바라본다.
칼을 빼들고 이십여명이 달려나온다.
“대문을 걸어라!”
대문보초병은 서둘러 대문을 닫는다.
상도는 육순사병과 정문앞 마당에 우뚝 서서 그들을 바라본다.
체구가 당당한 그들은 상도와 십여보의 간격을 두고 마주 섰다.
“네놈이 무얼 잘했다고 나왔냐?”
“저놈이!”
“비열한 놈 같으니! 무고한 사람을 때리다가 얻어맞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쯔쯔”
“네 이놈 고자관이 누군데 고자관을 때려!”
얼굴이 호랑이처럼 사납게 생긴자가 나서서 말한다.
“그거야 고자관이 사람을 다짜고짜 구타하니 그런거요!”
“닥쳐라! 이놈! 고자관을 폭행했으니 너는 죽어줘야겠다!”
“이것 보시오! 잘잘못을 가리는게 법관이지 그런 법이 어디에 있소?”
“우리가 하는 일은 항상 정당하다!”
“그래요! 당신들은 누구요? 죽기전에 알기나 합시다!”
“아주 네놈이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우리는 고자관이시다!”
“고자관이 무엇하는거요?”
“너 같은 놈을 잡아죽이는 나리들이다!”
“그래요! 그럴만한 능력이 있소?”
“우리가 그런 능력도 없이 고자관을 어찌 하것네!”
“생사람 잡는 능력이 그렇게들 뛰어나시다니 한심하군!”
“우리가 글만 잘하는 줄 아냐?”
“칼도 다짜고짜 막무가내로 쓴다 그말이슈?”
“잔말말고 목이나 늘여라! 이놈아!”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디?”
“나라의 권력에 도전한 놈이 죄를 모르다니 죽일놈!”
“이놈아! 여기가 고자청인지 몰라?”
“무술이 고강하다고 까부는구나! 저놈의 목을 쳐라!”
염소수염을 기른자가 명령한다.
젊은 고자관 십여명이 일시에 달려든다.
상도는 가소롭다고 웃는다.
“네놈들이 멀쩡한 왕을 쫓아낸 놈들이라더니 사실이 그런 것 같구나! 내가 오늘 네놈들의 눈을 뜨게 해주마!”
상도는 말을 하며 그들을 맞는다.
“한꺼번에 모두 덤벼라!”
그는 호기를 부리며 말한다.
고자관들은 이리 닫고 저리 닫는다.
상도는 나비가 되어 이리 저리 피해 다니고 고자관들은 그를 잡으려고 칼바람을 일으키며 쫓아다니느라 허둥거리고 있다.
“야, 이놈들아! 그래가지고 고자질을 제대루 하겠냐? 내가 돈이라면 벌써 날름하고 삼켰겠지. 차라리 네놈들의 이름을 송장담는 관이라고 하던가 고문관(拷問棺)이라 해라! 돈만 먹기 좋아하는 놈들.....
차라리 이름을 돈먹는 송장관이라고 전식관(錢食棺)이라 하는 게 어떻겠냐? 아니면 제잘못도 모르고 높은 놈이 시키는대로만 하는 생사람 잘잡는 고질병이 들었으니 검사관(檢死棺)이라 하라! 이 오라질 자식들아!”
“저런 육시(戮屍)를 할놈! 저놈의 아가리를 찢어라!”
고자청장은 발을 동동구르며 소리친다. 명령따라 십여명의 고자관들이 상도를 잡으려고 달려든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전의를 잃었다.
상도가 상상이 안되는 마음의 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 다 덤벼봐라! 네놈들 내가 오늘 네 놈들의 이름을 이름대로 만들어 주마!”
상도의 당찬 말에 고자관들은 찔끔한다. 그러느라 멈칫한다.
그리고 졸지에 불안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칼을 들지 않은 손으로 급히 아랫도리를 손바닥으로 가린다.
그도 그럴것이 상도가 그럴 힘이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고자관들은 이미 하늘은 높고 푸르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하늘이 있었다는 것을, 이미 새롭게 공부를 마쳤다. 지금은 도망을 치려고 맘을 졸이고 있다.
붕이 제아무리 날개짓을 해도, 만리를 날아가도, 땅위에서만 맴돈다는 사실을, 용이라 한들 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하나처럼 강제로 되뇌고 있다. 그들은 상도의 발걸음만 따라간다. 기린의 앞발을 따라가는 기린의 뒷발이 되었다. 속수무책이란게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란 것을 체험으로 배우는 그들이다.
“야, 이놈들아! 어디로 도망질을 하려고 드냐? 시세(時勢)만 아는 놈들! 그런 놈들이니까 비겁관이라는게다! 안되겠다 싶으면 권세자의 주구노릇이나 하는 놈들! 그러니 이름을 개꼬리관이라 하라! 힘 없는 사람으로 보이면 잡드리고 힘 있어 보이면 꼬리를 흔드는 놈들!
에잇 더러워! 퉤퉤........ 퉤퉤관이라 하라!
그런 것들이 무슨 사법관이라.....
돈 몇푼만 쥐어주면 옳다고 판결하는 놈들이.......
돈을 배지부르게 처먹는 것두 아니고.......쯔쯔......
돈도 모르는 놈들이......쌀가마니값만 주면 무죄라 하는 놈들이 사법관이라 뒈진관이지 무슨 사법기관이냐? 이 잡놈들아! 나라를 망치는 놈들아! 그러니 네놈들의 죄가 하늘에 닿아서 내가 사법관을 벌주고 파면시키러 왔다 이놈들아! 어서 자진하여 네놈들 모두 사표를 써라! 그러면 용서를 해주마!”
“무엇들 하느냐? 냉큼 저놈의 아가리를 찢어라!”
“염소 수염 네놈은 뇌물을 많이 먹은 아가리지? 그래서 돈독이 올라서 염소 수염이지.....얼굴이 허연한게 밤만 되면 내시 노릇하냐? 옷은 염소털 입어서 숯검정이냐? 법대루 판결을 못하니까, 안하니까 죄가 많아서 죽을 죄인이라구.......
없는 양심을 있는 것처럼 하느라 염소 색깔옷 입었냐?
무고한 사람에게 강제로 죄를 만들어 많이도 씌워서 감옥에 보냈다구....... 그리구 죽여버렸다구...... 심보가 온통 숯덩이라....... 흑염소 가죽을 털채 입었냐? 야 이놈아! 이왕에 돈을 먹으려면 많이나 처먹지 째째하게 그게 뭐냐? 간뎅이가 염소간이라 그러냐?”
“어서 저놈의 아가리를 찢으래두!”
“네 놈은 뇌물을 많이 먹었어도 아가리가 멀쩡한 놈이지......
오늘 내가 돈으로 네놈의 아가리를 크게 찢어 주마! 원없이 뇌물을 처먹게 해주마!”
“저놈의 아가리를 찢어라!”
상도는 고자청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동전 한개를 오른손가락으로 튕겨버린다.
“악!”
고자청장은 비명을 지르며 두손으로 입을 감싼다.
곧 이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염소 수염아! 돈맛이 어떠냐? 네놈이 돈을 먹어서 돈이 네 놈의 아가리를 찢은 것이니 나를 원망 말거라!”
고자관들은 지기지피를 한 결과 도저히 상도의 적수가 되지 못함을 절실히 인식하고 여기서 빠져나가야만 살 수 있다는 절박함에 빠졌다. 그러면 누가 빠져나가야 하는가..... 무슨 핑계를 대고 도망을 할까가 그들의 뇌리 속에 가득찼다.
핑계를 제대로 대지 못하면 맨먼저 죽음이 기다린다는 것도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비겁하게...... 그렇다고 용감한 척했다가는 더더욱 살아남지 못할테니....... 맨먼저 납작 엎드리는 게 최고 묘책잉기라......
아까 사표를 내라고 했다 아니가.......그라믄 살려준다꼬 했제....... ’
고자부장은 묵은 생강답게 머리를 잽싸게 굴린다.
“멈춰라!”
고자부장은 소리를 버럭지른다.
그리고 잽싸게 상도 앞에 너부죽이 엎드린다.
고자관들은 부장의 꿇어 엎드리는 것을 보고는 부장에게 뒤질세라칼을 내동댕이치고 엎드리고 칼을 쥔채 허겁지겁 엎드린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린다.
무릎이 땅에 불이나게 부딪친다. 무릎 깨지는 소리는 마당 깨지는 소리가 되었다.
“영웅님을 몰라보고 범의 수염을 저희가 감히 건드린 죄를 범했습니더! 너그럽게 용서를 엎드려 비옵나이더! 영웅님의 말씀대로 사표를 내고 여기를 떠나겠는기라예!”
“내캉 맨먼저 사표를 낼끼라에! 날래 사표를 써 각꼬 올끼라예!”
“내는 벌써부터 사표를 낼끼라고 이렇게 준비를 해각꼬 있었다 아닙니껴!”
“너는 낌새를 어찌 알았느냐?”
“지는 박고자관이 영웅님께 얻어터져각꼬 내빼왔을 때..... 그때 알았능기라예! 박고자관이 누굽니껴! 우리 고자관들이 따라갈 수 없는 무공을 지니고 있다 아닙니껴! 그런데 맥도 못추고 청장님방으로 도망을 쳤다는 것은 뭘말하겠능기요! 마! 오늘 우리 고자청이 박살이 나는 날로 짐작을 한기라예! 영웅님 예!
쫄병 고자관이니까네 명령대로 했지만...... 어데예! 영웅님을 어쩌겠습니꺼 역부족을 우리 고자청장님이 입이 찢어져 밥을 못먹게 될라고 그런거 아닙니껴! 사람은 밥을 먹고 사는긴데.....아니 그렇습니껴? 영웅님 예! 밥을 못먹으면 죽는거 맞지예! 우리 청장님은 밥을 못먹을 짓을 했으니까네 불상처럼 되어뿌려진 기라예!”
“그래서!”
“지는 마당에서 고자관들이 기다리고 섰을 때, 영웅님을 기다릴 때 그때 사표를 써 각고 생각하기를 내가 어제 사표를 냈으면 살낀데.... 하는 후회를 하였던기라예!”
“그래! 너는 고향이 어디냐?”
“남쪽입니더!”
“너희들은 모두 여기에 엎드려 있고 대문보초병은 방에 가서 종이와 묵을 가져오너라!”
상도의 명령에 보초는 고자청으로 뛰어간다.
고자청 마당은 고자관들의 거친 숨소리로 채우고 있다.
상도를 데리고 온 육순사병은 눈알을 굴리며 꼴불견을 하고 있는 고자관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별볼일이 없는 것들! 기생이 대감한테 첩살이를 갔다가 세자놈한티 기생첩을 빼앗긴 꼬라지군! 제놈 목숨이 끊어질까봐 기생첩을 내어주며 목숨을 구걸하는 꼬라지라고 하기도 그렇고.......
첩실이 세자의 품에 안겨서 첩을 버리시면 이몸 죽을 낍니더 하는 꼴이라고 보기도 그렇고 대책이 안서는 꼬라지......
사내 자식이 붕알을 떼네뿌리지.......
이런 놈들이 고자관을 해먹었다고 족보에 올리겠지.......
과거에 합격해서 고자관을 지냈당께......
나가 너들 조상잉께! 쓸개가 없는 놈들!
임금에게 충성한다고 하다가 반란을 일으킨 노전환이에게 무릎을 꿇고 비지발발하더니 오늘은 이 시골뜨기에게 무릎이 깨지게 엎드려 뻗쳐를 하고 살려줍쇼를 하는게.....
이게 글줄이나 읽었다는 놈들이라.......
요런 자슥들을 뭐라고 하는거셔 뭐여...... 골치가 아프다야!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를 더욱 비참하게 가난하게 만드는구먼......’
육순사병은 혀를 소리없이 차고 있다.
보초는 지필묵을 가지고 뛰어와 상도 앞에 공손히 엎드려 내려놓는다.
고자관들은 서로 먼저 사직서를 쓰려고 법석댄다.
“사직서를 쓴 사람은 손도장을 찍어서 저기 서 있는 순사병에게 제출하라! 제출한 순서대로 내 앞에 와서 앉아라!”
“예!”
“누가 먼저 사직서를 쓰는지 볼 것이니라!”
상도는 목에다 힘을 주어 걸신 목소리로 말한다.
종이를 낚아채는 고자관 벼루를 들고 내빼는 고자관, 붓을 들고 내빼는 고자관, 그것을 빼앗으려고 쫓아다니는 고자관들이 이리 닫고 저리 닫는다.
졸지에 고자청 마당은 돗대기시장바닥 형님이 되어 버렸다.
선배, 후배, 동문, 고향도 계급도 위계질서도 왕창 뭉개져 버렸다.
그리고 고함을 지르며 주먹이, 욕설이, 난무하다가 칼싸움이 벌어졌다.
‘잘들 노는군! 저게 글께나 읽은 사람들인가?
뭐 저런 것들이 다 있단 말인가?
누가 죽이러 쫓아다니는 것두 아닌데 미리 겁을 먹고 저지랄들이람!
나야 쫄병 순사라도 안그런다야.........
수사병도 안그러는데 치부를 저렇게 드러내고 있담.......
나만 살겠다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사람의 품위를 지니는 것이 아니구먼.......
제 목숨은 저렇게 아끼는 것들이 생사람을 감옥살이 시키고 감옥에 보내 달라는 소리를 어찌하누......
어무시라......저희들이 죽게 생겼으니까 가관이고만!
죽음을 저토록 무시버하는 것들이 꽝꽝대며 고자청에서 고자관을 한다는기 인재가 얼마나 없으면 오죽하면 저런 것들이 나라를 좌지우지 했을까! 망쪼야......
저것들이 의시대도 과거 시험에 겨우 턱걸이 합격을 했다던데........
아무리 살기가 급급하기로 한가족처럼 한지붕 밑에서 사는 것들이 지가 살자고 동료를 죽이러 덤비는 꼴이라니......
고자관 시험에 합격한 것들이 더 무시버라......
내가 순사병정된게 천만다행이지........
내 아무리 졸병이라도 네 놈들처럼 동료 죽이고 나 살려고는 않는다. 쯔쯔.......
그래서 백성들이 씨못받을 놈이라고 고자관, 고자님하고 지껄여대는 답을 찾겠구만.......
지금 당장 선착순으로 죽이겠다는 것도 아닌데.......
서로 칼부림을....... 내가......’
“멈춰라!”
고자관들이 서로 먼저 사직서 쓰려고 붓 종이를 뺏으려고 서로 칼부림하는 것을 보다 못한 순사병정은 외마디 소리를 내지른다.
순사병정의 외침에 고자관들은 피를 조금 흘리던 싸움을 순간적으로 칼싸움을 멈췄다. 그리고 그들은 정문 쪽을 놀란게 그들먹한 눈으로 두리번거린다.
“내가 너희들을 보니 한심하다.
너희들이 살기가 급급하여 서로물고 먹는거냐?
너희는 예의도 의리도 없냐? 그래 지금 당장에 죽는 것도 아닌데 겁을 먹고 너희들끼리 싸워서 죽어버려야 하는 바보들이냐?
그렇게 아둔하고 미련한 것들이 고자관 노릇을 했다니 한심하다야!
죽는게 그렇게 무섭냐?
조금 먼저 죽고 조금 나중에 죽으면 얼마나 좋은거냐?
극락이라도 가게 되냐?
조금 먼저 죽인다는 것두 아닌데 챙피하지도 않냐?
그러면서 선배다, 동지다, 동창이다, 술친구다 하겠냐?
속들 차려야! 나는 쫄병이다 그래도 너희들 처럼 나 살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짓은 않는다!”
고자관들은 멍청한 얼굴을 해 가지고 부끄럼이 내뺀 얼굴을 하고 순사 병정의 얼굴을 넋빠진 모습으로 바라보고 서서들 있다.
“너희들 사직서 안쓰냐?”
상도는 무식한 놈들이라고 쓰여진 얼굴을 하고 외친다.
고자관들은 아까보다도 더욱 맹렬하게 다시 칼싸움을 한다.
칼에 맞은 자의 신음 소리가 칼로 치는 기합소리가 마당을 떠나가게 만들고 있다.
마당은 고자관들의 피로 얼룩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팔이 짤리고 다리를 베이고 상투가 잘리고......
창자가 불거져나오고 머리가 깨지고 비실거리고 어깨에 칼을 맞고 쓰러진다.
‘어리석은게 인생이라더니......
사람이란 것들은 돈을 좇아가다 죽는다고 하더니......
사람은 권세를 잡으려다가 죽는다더니......
사람은 명예를 얻으려고 죽는다더니.......
이 것들은 뭐야 사직서를 먼저 쓰려고 죽는다 그말인가.........
아니면 권세자에게 빌붙으려고 죽는 놈들인가........
순사병인 나도 너희들과는 근본이 다르다.......한심한 것들...... 저 것들이 정의를 구현한다고 고자관이 된 놈들인가.......
나라가 망하려고 저런 것들이 벼슬을 하는 세상이 된거여........’
‘아니 배웠다는 것들이 저렇게 무식하다니........
서로 죽이려고 미쳐버렸군.......
이나라가 가난한 나라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군.........
제 동료를 저렇게 죽이다니......’
상도는 고자관들의 싸우는 것을 지켜보며 고자관이란 자들은 사람의 가치를 벌써부터 상실한 자들이라고 제쳐놓는다.
고자관들은 쓰러져 죽고 쓰러져 숨을 헐떡거리고 담벼락에 기대앉고 칼을 지팡이 삼아 한쪽 무릎은 꿇고 겨우 버티고 있고 엎어져 피를 토하고 있다.
“겨우 네 놈들은 고자관까지 되어서 한다는 짓이 백성들의 등이나 쳐서 먹다가, 돈주는 놈은 무죄방면하다가, 돈못주는 놈은 유죄하여 감옥에 보내다가, 생으로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씌우다가, 출세영달을 위해 동료를 죽이는 짓을 하다가, 너죽고 나죽자가 되고 말았구나!
남을 못살게 하면 네놈도 죽게 된다는 것을 배워라!”
상도는 너부러져 있는 고자관들의 피투성이 꼴을 바라보며 생각하다가 군말을 내뱉는다.
순사병정은 상도가 지껄이는 말을 들으며 상도와 고자관들의 처절한 몰골을 번갈아 바라본다.
“가자!”
상도는 순사병정을 바라보며 말한다.
“예.”
순사병정은 기다렸다는듯이 선뜻 대답을 한다.
상도는 대문을 열고 순사병정을 데리고 고자관청을 걸어나간다.
“이보게! 육순사! 정의당이란 곳은 어디에 있는가?”
“아니 그곳은 왜 물으십니까?”
“내가 그곳에 볼일이 있지!”
“거기에 가시면 큰일이 납니다!”
“자네도 나를 촌닭으로 여기는가?”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무엇인가?”
“나리가 정의당을 가볍게 보시면 큰일이 나십니다.”
“그것들이 정의당이라 하니 살펴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누가 시비를 하겠는가?”
“나리! 몸조심하시는게 좋습니다!”
“아니, 자네 아까 나를 고자청에 데리고 갈 때는 꽝꽝대더니 지금은 나를 나리라고 하다니.....”
“아까는 내가 몰라보고 보통 사람 대하듯이 했지만 지금이야 나리를 대단하신 분으로 알고 있으니 그렇지요!”
“그냥 나를 ‘여보쇼’ 하지 내가 무슨 벼슬을 했다고 나리 나리 하는가?”
“그럼 저도 고자관처럼 영웅님이라 부르면 되겠습니까?”
“그럴 것 없이 내 이름이 상도니까 상도씨라 부르게나!”
“나리가 어떻다고 그러십니까?”
“나리라는 말은 아첨꾼의 소리로 들리니 귀에 거슬린다 그말이야!”
“나리! 순사나리 하니까 그러시나본대 상감님의 아들을 부를 때 나리라고 한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대신들이 나리라고 한다니까요!”
“좌우지간 그러지 말게나!”
“그럼 대인이라 부르지요!”
“이름이 좋대두.......”
“어찌 대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가 있겠습니까? 대인님!”
“정의당의 위치는 어디쯤 되는가?”
“중앙영 안에 있습니다!”
“중앙영은?”
“제가 앞장서서 그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지!”
“그런데 대인님 그곳에 가시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곳은 장수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래!”
“장수들은 난다 긴다 하는 무공이 뛰어나서 천부당하는 용력이 있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못갈게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지요만.....”
“괜히 호랑이 굴에 찾아 들어갈게 있습니까요!”
“모르고 우연히 호랑이 굴에 들어 가게 돼도 불행인데 그 불행을 자초하느냐 그말이군!”
“그렇습지요! 대인!”
“자네 태도가 꽤 나긋나긋해졌어!”
“그거야 대인의 풍모를 구경을 했으니까 그렇습지요!”
“모르면 사람을 깔아뭉갠다 그말이렸다!”
“대인! 사람이란 본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세상 사람이 모두 그렇다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무시하고 무례히 행동해서는 안되는거지. 사람이 짐승보다 나은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의가 있는게 짐승과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잘 알면서 짐승으로 오인되는 행동을 해서야 되겠는가?”
“우리 나라 사람들은 사람대접을 해주면 오히려 순진한 사람이다,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렇게 취급하고요! 심지어 자식에게도 좋은 말로 타이르는 말은 씨도 안먹고 애비를 능멸한다구요! 그러니 저와 같은 순사병정이야 말할게 없는거지요! 경어를 사용하여 대접해서 말하면 도무지 깔보고 말을 안듣는거 있지요! 그래서 붙들려 오는 사람을 개돼지 취급을 하는 것이랍니다! 무시하고 무섭게 닦달을 해야 하는 고충이 있는거지요!”
“그러니까 이 사람아! 사람들이 순사병정을 보면 쉬쉬하고 피하고 뒤에서 욕을 하고 그러는 걸세!”
“그거 모르는거 아닙니다! 그러나 직책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물러들 가세요! 소란 피우지 말고 물러가십시요! 해보십시요! 물러를 가나! 욕지거리를 하고 육모방망이로 때리고 때리는 시늉을 하고 발로 똥방뎅이를 걷어차야 겨우 해산을 하는게 인생들인뎁쇼....”
“그러면 사람들을 잡아다가 고문(拷問)하는 짓은 왜 하느냐?”
“좋은 말로 질문을 하면 대답을 않고 되레 사람을 놀린다니깐유!
그러니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사실대로 진술을 처음부터 하면 그런 고문(拷問)이 없지유!”
“그럼 죄가 없고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죄를 만들어 씌우기 위해 안한 것도 했다고 허위 자백하게 만드는 고문은 왜 하냐?”
“그런 경우는 높은 놈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그런거구..... 그리구 건수를 많이 올려야 순사상도 타고 그래야 공로상도 타고 상을 받은게 많아야 진급을 하니까 그런거지유!”
“아니 저 잘되자고 생사람을 잡다니......”
상도는 분개한 표정을 짓고 말한다.
“저는 졸병순사이니께 그럴 것이라고 짐작해서 말씀드린 것입니다유! 저에게 화내지 마세유!”
“죽일 놈들...... 아무리 세상이 강육약식의 세상이라지만 그럴수 있다니..... 내 그런 놈들을 징벌을 해줘 그따위 짓을 못하게 해야지....”
“대인님의 뜻이야 좋지만 그게 어디 힘으루 되는 일인가유!”
“그러면?”
“대인님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못하게 악질순사나 고자관을 징치할 수 있겠지요만서두...... 대인님이 몸이 백개라두 모자라구 천개라두 모자라지유!”
“그래서!”
“대인님의 몸이 만개로 분신하는 능력이 있다한들 만군데에서만 부정부패, 악질들을 막을 수 있고 그 나머지는 어쩌시겠어유? 그나머지는 속수무책이 될게 아닙니까유?”
“계속해라!”
“쫄병 순사 생각에는 대인님이 아무리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해두 역부족이다 그말입니다유!”
“그래!”
“그러니까 대인님을 위해서 말씀이지유! 대인님이 현재 있는 곳은 정의가 구현이 된다 할지라도 대인님이 지나가면 다시 물처럼 모여들어 다시 못된 것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된다 그말이지유!”
“내가 네말을 알아 듣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보고도 못본체 하라 그말이냐?”
“제 말은 대인님의 힘도 한계가 있듯이 세상 돌아가는 일도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죄가 가득차면 하나님이 반드시 죽이신다는 말이 조상적부터 내려오고 있지않습니까유!”
“유식하구나! 야!”
“그거야 상식이지유! 그리구 하나님이 착한 사람은 복을 주고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은 재앙을 당하게 한다구 하는 말도 공자님이 했지유!”
“그런데!”
“그러니까 세상은 하나님이 사람들의 하는 짓을 지켜보시다가 벌을 줄 자는 벌을 주고 상을 줄 자는 복으로 상을 준다는 말이지유!”
“그말이지!”
“그러니까 대인님이나 왕이 나라를 세상을 다스리는게 아니라 공자님 말씀대루 하나님이 통치하시니까 인간이 지나치게 속썩이고 악을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악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말이지유!”
“그러면 내가 악을 한다 그말이렸다!”
“일루치면 그렇다는 것이고 대인님의 하시는 일은 대인님이 잘 아실텐데 제가 참견할 일이 아니구 참견을 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어유!”
“그러면 나를 시켜서 하나님이 악을 베어 버리는 것인지는 왜 생각을 안하나? 이 사람아!”
“내 논에다 먼저 물 끌어대는 말씀이라고는 생각지 않으세유?”
“자네는 자네가 하는 순사 일이 자네 말대로 하나님이 시킨 일이라고 생각하나?”
“저희 순사가 있어 순찰을 하니까 도둑이나 나쁜놈들이 발을 붙일 수 없게 되는거지유!”
“저만 옳다는 말이구먼!”
“사실 저희 순찰병이 없으면 못된 것들이 득실거리는게 현실이라구요!”
“여러가지 쥐새끼 악을 제거하기 위해 호랑이를 상전으로 모시는 악을 만든거지!”
“우리 순사병이 필요악이라 그말이시군요!”
“너희들만이 아니라 나라의 일을 본다고 하는 왕이라는 놈이나 대신이라는 놈이나 고자관이나 판관이나 말단 아전까지 다 백성들을 위한다고 백성들이 세워 놓고는 그것들한테 시달림을 받고, 시달리다가 못견디니까 돈을 갖다 바치고 돈을 바치고도 감옥살이 하고 탄식을 하는게 현실이 아니냐?
너희들도 남대문지기 하면서 그 길을 통행하는 사람들에게 통행료를 받고, 눈에 삐딱하게 보이는 사람은 감옥에 보내고, 재수 없는 사람은 건수 채우려는 수작에 영문도 모르고 잡혀 들어가 곤욕을 치루게 한게 네 놈들이면서.......
네가 그랬다고 그러구서. 뭐? 착한 순사다........
우리가 없으면 도적이 활개친다. 그러니까 필요악이 아니라 필요선이다. 하나님이 세워 놓은 사람으로써 정의를 구현한다. 그러니까 우리 순사병은 정의당이다 그말이구나.....
정의당 소리를 듣고 싶으면 이놈아! 네놈들이 뇌물당이라는 소리와, 고문당이라는 소리와, 주리를 틀어서 허위자백하게 하는 악행을 말고 건수 채우기 위해 없는 증거를 만들어 죄를 씌우는 놈들이라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지......
죄가 가득하면 하나님이 죽인다는 공자말을 입방아만 찧지 말고 행동으로 백성들이 칭송하는 놈들이 되기를 힘써라! 이놈아!”
순사병은 입맛을 다시며 대답을 뒷꼭지 긁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들은 포순청 앞을 지나간다.
“아이구! 우리 아들 죽네! 우리 아들은 아무 죄도 없어유! 우리 아들은 아무 죄도 없어유! 우리 아들을 풀어줘유! 우리 아들은 벽보를 보고 가르쳐 준 죄밖에 없어유!”
중년 여인네가 땅바닥을 손으로 치면서 울부짖는다
상도는 그 여인네의 울부짖음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여인네의 훤화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여인네의 사정을 물어보자! 이곳 포사청 대문에도 숭례라고 쓰여 있구나! 숭례를 뒤집어쓰고서 오랑캐짓을 하는 놈들이 아닌가?.....
고자청 대문에도 숭례라고 쓰여 있었는데........’
“저, 보십시요! 아주머니는 무슨 일로 포사청 앞에서 울부짖고 있으시오? 무슨.......”
“우리 아들이 대역 죄인으로 몰렸어유! 어엉! 엉엉! 우리 아들을 살려줘유! 나리!”
“아주머니 울음을 그치고 자초지종을 말씀해 보세요!”
“우리 아들은 엉엉! 조금 있으면 죽어유! 어엉엉! 아이구! 민주야! 민주 내 아들아!”
“그러니 어서 말해봐유! 대인께 어서 말해유!”
순사병은 측은한 얼굴을 하고 서둘러 권한다.
“우리 아들이...... 벽보 붙인 것을 읽었는디..... 그걸 보고서도 모르는 사람이 벽보에 쓰여 있는게 뭐라구 쓴 거냐구......물었대유..... 그래서 걸어가면서 알려줬대유..... 알려주다가...... 잡혀갔대유.....”
“뭐라구 쓰여 있었는지 아세유?”
“독재자는 물러가라! 왕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구.........그다음은 몰라유......”
“대인님! 아마 정치를 똑바로 하라! 군인이 무슨 정치를 하냐? 무인은 물러가라는 내용이었을 겁니다요!”
“그래!”
상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포사청을 쳐다본다.
“그러면 내가 여기에 들어가서 아들을 구해 오겠으니 안심하고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아이구! 대인님! 고마워유!”
그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마워한다.
“고맙기는....”
“대인님!”
그녀는 허리를 연속적으로 깊히 굽실거린다.
“참 아드님 이름은....”
“한민주라고 해유!”
“한민주라!”
“우리 민주는 남에게 싫은 소리도 할 줄 모르는 아이예유!”
“알았으니 기다리세요!”
“너도 따라 가겠냐?”
상도는 육순사병에게 말한다.
“그거야 말씀을 안해두 따라가지유!”
“그래! 시끄러울텐데.......”
“이제는 대인을 제가 모셔야지유!”
“그래! 육 순사병! 따라오시게!”
“예! 대인님!”
상도는 말을 하며 걸어간다. 그는 열려진 포사청 대문 안으로 선뜻걸어간다. 대문 옆에는 순사병이 지키고 있다.
상도는 보초순사를 보고 고개를 조금 끄덕한다.
보초는 눈알을 희번덕거린다.
“어디가?”
보초는 볼멘 소리로 묻는다.
“포사청장 만나러 간다!”
“........”
“여기가 임마! 호랑이굴이야 임마!”
상도는 보초의 얼굴을 아주 아니꼽게 쳐다본다.
“이 짜슥이......”
보초는 얼굴을 험상궂게 만드는 말을 하며 상도 앞으로 다가간다.
“촌놈새끼가 니 뒈져보레.....”
보초순사는 커다란 주먹으로 상도의 볼따귀를 갈긴다.
“퍽!”
“아구구! 아구구!”
보초 순사병은 비명을 지른다.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쪼그려 땅에 주저앉는다. 대문 반대편에 서 있던 보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모습으로 한길 밖을 내다보고 섰다.
보초의 콧잔등은 졸지에 깨진 묵사발이 되어버렸다.
얼굴 전체가 피범벅이 되어졌다.
‘아니 저 보초가..... 언제 누구에게 얻어터졌나? 희한한 일이네......
대인은 가만히 서서 있었고.... 보초순사가 다가가 주먹으로 대인의 얼굴을 갈기는 것은 보았는데...... 이건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때린 사람이 다치다니......이상한 일이야...... 이건 내가 처음 보는 무공이구먼......... 물어봐야지.......’
“자네 거기서 무엇하나?”
“아~ 예!”
육 순사는 상도의 말에 서둘러 보초의 몰골을 뜯어보던 멍한 눈을 추스리고 상도 곁으로 다가간다. 한길 밖을 쳐다보던 보초가 사라졌다. 갑자기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비상 종소리입니다!”
육 순사병은 근심스런 얼굴로 말한다.
“그래야 일이 빨리 끝나지!”
“땡땡땡땡땡!!!!”
포사청쪽에서도 종을 깨지게 쳐댄다.
상도는 포사청으로 걸어간다.
그때다 삐끄덕! 소리가 그들의 고개를 돌아보게 한다.
보초는 포사청 대문을 닫아 건다.
포사청을 향해 그들은 다섯걸음을 걸었다.
포사청사 안에서 삽십여명이 달려나와 일자로 늘어섰다. 그들의 왼손은 칼집을 쥐고 있다.
상도는 그들의 앞으로 뚜벅소리가 나게 걸어간다.
그는 포사군들과 십여미터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육 순사병은 상도의 십여미터 뒤에 서서 구경을 한다.
“네놈은 웬놈이냐?”
포사군 중앙에 있는자가 묻는다.
“나는 포사청장을 만나러 온 사람이다!”
“그런 놈이 보초를 다치게 하다니....”
“보초는 제가 잘못하여 다친 것이지 내가 조진 것이 아니오!”
“이놈이 어떤놈마냥 새빨간 거짓말하네.....”
“이것 보쇼! 내가 포사청장 만나러 왔는데 포사청장의 부하를 치도곤 할 것 같소..... 그러구서 내가 포사청장을 어찌 만나겠소?”
“이자슥 보레! 보초의 얼굴을 묵사발을 만들어 놓고서 한다는 소리가...... 이자슥이 포사청을 잔뜩 깐본기라! 뉘 나갈끼고......”
“보아하니 노란테를 두른 걸 보니 높은분 같은데 사리를 따져보지도 않고 사람을 핍박하면 되겠습니까?”
“빨리나가 조져뿌려라!”
“소장이 나가겠습니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포사관이 상도를 마주하고 섰다.
“노란금테 양반! 사람을 너무 핍박하는게 아니시오!”
“잔소리말고 나의 칼을 받그라! 니는 보초를 다쳤으니 그 죄만 물어도 니는 죽은 몸잉기라!”
갑옷 입은 포사관은 오른손으로 장검을 뽑는다.
“목을 늘이거래이!”
“이것 보쇼! 잘잘못을 가리지도 않고 칼을 쓰면 되겠소? 사람의 목숨은 중한 것이요!”
“시끄럽다고마! 니 원이 없을라카믄 어서 칼을 뽑그라!”
“노란테 나리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자신이 있소?”
“니 뭣하나! 잡소리 듣게 할끼가!”
“칼을 뽑지 않는 놈을......”
“닥치그라! 노포두 단칼로 죽이그라!”
“예옛!”
팔척 장신의 갑옷 입은 포두가 벼락치는 소리를 하며 상도를 덮친다. 그러나 상도는 본 체도 하지 않고 노란테 두른 자를 노려본다.
포두의 검은 상도의 오른쪽 어깨를 찍었다.
“아이쿠!”
비명소리는 포사청을 들썩하게 했다.
그리고 팔척의 커다란 덩치가 땅바닥에 뒹군다. 포사병들은 눈을 크게 하고 졸지에 땅바닥에 피를 토하며 뒹굴고 있는 동료를 바라본다. 그들의 눈에는 죽음의 공포가 밀려들고 있다.
상도는 그대로 서서 있다. 아까와 달리 성난 얼굴을 하고 있다.
“노란금테! 부하가 피를 토하고 있는것 보고 있냐? 네가 저지른 무책임을 아느냐?! 어서 나를 포사청장에게 안내하라!”
“죽일놈! 쳐라!”
노란테를 두른자의 명령에 포사군들은 복지부동의 자세로 동료의 죽음만을 바라만 본다.
“그래두! 이 맹꽁이가 나를 우습게 아는군!”
“어서 저놈을 죽이지 못할까?”
“네놈이나 뒈져라!”
노란테 두른 포사장은 상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털썩 주저앉는다. 졸지에 그의 눈은 썩은 동태 눈깔이 형님하게 생겼다.
“너 같은 놈은 송장 노릇도 해서는 안될놈이야! 내가 네 놈이 더 이상 못된 짓을 못하도록 힘을 빼줬느니......”
상도는 말을 하며 뚜벅거리는 소리가 나게 포사청을 향해 곧장 걸어간다. 포사군들은 나무로 깎아 땅에 박아 놓은 장승이 되어 다리의 갑옷이 덜렁거리게 떨면서 얼어붙은 눈망울로 상도를 지켜만 본다.
“너희들은 여기에 꼼짝말고 서 있어라!”
“예!”
포사군은 상도의 명령에 하나의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육 순사병! 어서 오라!”
상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힘실린 목소리로 부른다.
“예!”
상도는 포사청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포사청 입구에는 보초가 두명 서 있다.
“포사청장 방이 어디냐?”
“예! 이층입니다!”
“그래! 포사청장 방에 있냐?”
“예!”
보초들은 기가 바싹 짤려져 먹이 빼앗긴 사자꼬라지 같다.
상도는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보통 걸음으로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이층으로 올라선 그는 좌우를 살펴본다.
보초가 서있는 방을 보고는 그리로 걸어간다.
“청장님 안에 계시냐?”
그는 은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예!”
보초는 허리를 굽혀 대답을 한다.
‘눈치 한 번 빠르구나! 칼자루 쥔놈들이라 어떻게 처신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보는구나......’
“상도라는 사람이 찾아와 뵙자고 한다고 전해라!”
“예!”
“귀한 손님이 청장님을 찾아오셨습니다!”
보초는 눈치 한번 빠르게 방안을 향해 아뢴다.
보초의 말소리 따라 방안에서 마룻바닥이 쿵쾅거린다.
소리가 멈춘다. 방문이 열린다. 어깨가 벌어지고 대머리가 훌떡 벗어지고 배가 툭 튀어나온 군복 입은 중년인이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린다.
“대인 어서 오십시오!”
“청장님에게 볼일이 있어 왔소이다!”
“안으로 드시지요!”
상도는 개의치 않고 청장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관리들의 속성을 여기서 보게 되는구만.......
강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게...... 하기는 그렇지........
그래야 관직도 목숨도 부지할 수 있으니.....
너무나 쉽게 해바라기 노릇을 하는구만.......
이나라 사람들이 지조도 없이 해바라기성 기질이 발육이 잘된 걸 보면 반란이 자주 일어나서 찬탈한 경우가 많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군! 그러니까 강자에게 쉽게 굴종하면서도 부끄러운 표정이 없는게로군......’
그는 입구 쪽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여기 제 의자에 앉으십시오!”
“됐소!”
청장은 자기 책상으로 가서 앉지 않고 상도 앞에서 두손을 마주 잡고 허리를 굽히고 섰다.
“나 포사청장에게 할말이 있소이다!”
“하명만 하십시오!”
“여기에 잡혀 온 사람 가운데 한민주라고 있소?”
“알아보겠습니다!”
청장은 자기 자리로 가서 책상 옆벽에 매달아 놓은 가는 줄을 두 번 잡아 다닌다. 곧이어 아래층에서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포사군은 문밖에 부동자세로 섰다.
“부르셨습니까? 포사청장님!”
“잡아온 사람 가운데 한민주라는 사람을 찾아서 모시고 오라!”
“그는 오늘 처형대에 매일 자입니다!”
“시껍할기가? 날래 모셔라!”
“청장님의 명을 전하겠습니다!”
“잽싸게 데리고오지 않으면 니 아나? 팍 죽는다고마!”
“넷!”
“뛰어갔다 오거래이!”
포사군은 달려간다.
‘그렇지 죽는 것은 싫은 거지. 만인 공통이지. 죽인다면 벌벌하는게....... 이것들도 거친 말을 들으면 무서운 줄 알고 좋은 말로 시키면 느물거리고.....무시기 종자가 그렇담......’
“포사청장은 고자청으로부터 연락 받지 않았소?”
“무슨 말씀이시온지........”
포사청장은 고자청이란 말을 듣는 순간 혈색이 변한다.
“내가 지금 고자청에서 걸어오는 길이요!”
“아, 예!”
“고자관들이 못되게 굴기에 내가 저희들끼리 어쩌나 보려고 선착순으로 사직서를 내라 했더니 저희들끼리 붓과 종이를 먼저 잡으려고 뺏고 뺏기더니 금방 칼로써 죽기살기로 싸움질을 하다가 저희들 모두 칼에 맞아 나뒹굴더라구......
여기 있는 육 순사병이 싸우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원수를 만난 자들처럼 싸웠다구!
싸운 고자관들은 하나도 성한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이곳으로 왔지.
그것들은 동료도 선배도 없는 놈들이더라구.......
나는 지금 정의당으로 가는 중이라오!”
“예! 그 고자관이란 놈들은 원래가 그런게 에미를 모르는 살모사의 형님들이라고 하면 딱 맞을 낍네다! 서로 못잡아먹어서 환장을 하는 놈들입니더! 지가 그놈들이 마! 임자를 만날 날이 꼭 올끼라고 했는데 대인께서 혼을 내셨습니더! 아주 잘하셨능기라예!”
“아니! 포사청장이 고자관들 망한 것을 좋아하다니 이상한 일이요!”
“지가 대인께 아첨 떠니라꼬 올린 말씀이 아닝기라예! 오래 전부터 백성들로부터 무소불위의 권세를 누린다고 원망을 들어온기라예!
그러니까네! 마! 고자청이 아니라 원망청이 돼 뿌린기라예!
그래! 지도 대인님의 말씀에 마! 속이 후련한기라예!”
“진정으로 하는 말이오?”
“지는요! 거짓말을 몬하는기라예!”
“가제는 게편이요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말을 청장이 뛰어넘었다고 보기가 어렵구려!”
“맞씀니더! 지가 대인님을 첨보는데 어찌 신용을 할 수 있갔습니꺼? 앞으로 겪어보믄 아실기라예!”
‘아니 이 자가 나를 반란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고 있군.....
반란군의 실세라 그리보고 있는게 아닌가......
그러니 나에게 잘보이고자 이런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이자의 마음을 떠보리라........’
“무엇을 겪어본다 그말이시오?”
“지는 맘을 한 번 먹었다하믄 철썩같이 달라붙습니더예! 철썩을 아시지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이 없이 충성을 한다 그말이라예!”
“구체적으로 말해 보시요!”
“대인께서 지를 부리신다면 지 부하를 데리고 앞장서서 대인님의 손발이 될기라예!”
“고맙소! 그라믄 우리 크게 일을 한 번 벌려봅시다!”
“고맙습니더 대인님!”
“청장의 수하에 몇 명이나 있소?”
“오천여명 됩니더!”
“그러면......”
이때 포사병은 패기가 있어보이는 청년을 데리고 왔다.
“자네 이름이 한민주인가?”
상도는 젊은이를 살피면서 묻는다.
“소생의 이름은 한민주입니다! 저의 이름을 어떻게 아시는지요....”
“그건 자네의 어머님께서 가르쳐 주어서 알고 있네! 고생이 많았지! 그러니 항상 말조심을 하면서 사는게 인생이라네! 이런 말이 있는 걸 아는지 모르겠군! 혀 밑에 도치가 있다는 말....”
“고맙습니다! 사지에서 건져주신 은혜 어찌 갚을 수가 있을런지요!
저를 쓸데가 있으시면......결초보은을...... ”
“알았네! 육 순사병! 한군을 어머니에게 안내하고 오게나!”
“옛! 가세!”
“포사군! 대문까지 전송하고 오라!”
포사청장은 부하에게 명령한다.
“넷!”
그들은 잰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부하가 계단 내려가는 것을 지켜본 포사청장은 진지한 얼굴이 되어 상도의 눈속으로 들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안타까운게 잔뜩 배인 눈과 목소리로 말한다.
“대인님이 명령하시면 물불을 가리지않고 들어가겠습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런 말을 쉽게 하다니.....”
“저는 첫눈에 대인을 알아보았습니더! 혼란한 나라를 바로 잡으실 수 있는 분으로 말입니더! 그라고 예!”
“그라고 다음에 무슨 말인지 해 보시오!”
“지는 이웃 나라에서 우리 첩자가 보내온 소식을 알고 있었습니더!
대인님이 우리 나라로 들어오신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는데 고마!
대인님이 포사관을 손도 안대고 요절을 내능기를 보고 알아봉기라요!
지가 마당을 안내다봤능기요! 결정을 확실하게 한 것은 고자관들을 벌주고 왔다는 말씀잉기라예!
고자관들이 누굽니껴! 최소한 혼자서 몇백명은 식은죽을 게눈 감추듯 하는 무공의 사람들잉기라예! 마! 한눈에 알아봉기라예!
석상나라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주나라를 세워주셨다는기를 말입니더!”
“청장의 말을 알아듣겠소! 내가 정의당에 가서 돌아가는 것을 살펴보고 알려주겠으니 그리 아시오!”
“쇠뿔은 단번에 뽑으라고 했습니더! 보안상 시간을 끌면 안됩니다!”
“여기 있는 당신 부하들이 누설하면 몰라도 누가 누설을 하겠소!”
“누설된다 한들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껴? 그건 그렇고 예! 대인님!
우리 나라를 개혁시켜주시고 가시이소! 예!”
“내가 이 나라에서 필요하다면 필요한 만큼 일을 할테니 그건 걱정안해도 될 것이요! 나에 대한 정보를 잘 아는 것 같은데도 모르는게 있는 것 같군......”
“대인님은 죽음 밖이 무엇인가를 연구하시려고 서쪽으로 가신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더! 그 이상은 모르능기라예!”
“나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 조급하게 그러시오?”
“지는 대인님의 의도는 모르능기라예!”
“이보쇼 청장!”
“예!”
“죽음 밖을 연구한다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고 고생하고 핍박당하는 것을 살피고 그들과 같이 울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해야 죽음 밖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소! 그러니 청장의 나라가 정치를 엉망으로 하여 백성들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아우성이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아~ 예!”
“내 말은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더 살펴본 뒤에 백성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악질들을 몰아내는 착한 일을 하겠다 그 말이오!”
“예!”
“여기서는 백성들을 잡아다가 고문을 하는 짓은 안하고 있습니까?
내가 보기에는 포사관들이 권세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아~ 니~ 절대 그런 일이 여기서는 없능기라예!”
“내가 보초에게 당했는데..... 발뺌하시요!”
“그거야~ 보초가 눈깔이가 없어서 대인님을 몰라 뵙고.......”
“그럼 포사관이 옳고 그릇됨을 따져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칼로써 사람부터 죽이고 보는 행위를 한 것은 뭐라 변명을 하겠소?”
“그건 지가~ 부하를 잘못 둬서 그리됭기라요! 용서하이소! 이걸 우째 말씀을 드려야 할지....... 대인님예! 용서하시이소!”
포사청장은 짧은 허리를 바싹 구부리고 두손을 싹싹 비벼댄다.
“당신네 동족을 당신들 관료가 돌봐야지 누구가 돌보겠소? 딴나라 사람이 당신들 형제 자매를 보살펴 줄 것으로 생각하시오! 칼자루 쥐었다고 난폭하게 굴면 누가 죽고 상하겠소?”
“예!예!”
“방울뱀들도 저희끼리는 물어 죽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소! 말벌이란 것도 저희끼리 싸우면 그냥 싸우지 독침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런 미물도 그러는데 말이요!
예를 숭상한다고 하는 말인지..... 예의 있는 생활을 동족간에 하자는 말인지 내막은 모르겠으나 숭례문이라고 커다랗게 남대문에 써서 달아 놓았습디다! 그렇게 달아 놓은 것은 왕이나 백성이나 관리가 예의있는 생활 하자는 것 아니요? 그러니까 관리가 백성들을 대할 때 말이요! 죄가 있던 없던 멸시를 말고 예의를 갖춰서 심문을 하고 증거를 대서 사실여부를 규명하여야지......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동을 한다면 숭례문이라는 간판을 떼어버려야 덜 부끄러운 것 아니요? 그런건 달아 놓고 공부께나 했다는 포사관들과 고자관들이 판관들이 말이요!
자신들의 얼굴을 승냥이처럼 만들어 사람을 닦달하고 억울케하면 그게 짐승이지...... 안그렇소? 그러니 이나라도 짐승이 많이 사람과 사는것 같구려! 포사청장 내말이 틀렸소?......”
“옳으신 말씀입니다!”
포사청장은 얼굴이 벌개져서 대답을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한다.
“그래야 감옥에 가는 사람도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당신들을 고맙게 여기고 개과천선할 마음이 우러날게 아니겠소?”
“대인님 말씀은 백번 지당하십니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도 당신들을 보면 죄가 없어도 괜히 기분이 조심스럽고 무슨 트집이나 당하여 생으로 욕을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우가 생기는 것이요! 마치 예리한 칼을 사용하는 사람은 실수하여 손을 베일까봐 신경을 쓰면서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심정을 갖게 된다 그말이오!”
“예!~”
“그러니까 당신네들이 마치 밤길에 승냥이를 만난 사람처럼 백성들에게 승냥이보다 악랄하게 굴지 말라 그말이오!”
“예~ 송구합니다!”
“백성들은 포사관들이 예의를 갖추어 백성들을 대해도 백성들은 당신들의 권세를 알고 경원시 한다 그말이라구!”
“여기에 임시로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예의로 대접하시오! 나는 그렇게 하기 위해 백성의 편에서 폭군의 학정과 폭정을 몰아 내주는 일을 한 것이지! 어느 몇몇 사람에게 권세를 이양시키기 위해 개혁을 하고 악질을 몰아낸 게 아니요!”
“예! 잘 알겠습니더! 대인님!”
“내가 이나라의 구석구석을 한 번 살펴보고 포사청장에게 올테니 그리 아시오!”
“감사합니더! 소생을 인정해 주시니 감개무량합니더!”
상도는 문밖을 내다보며 말을 하다 육 순사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아까 포사청장이 배려해서 보낸 청년 말이요!”
“예!”
“내가 들은 바로는 그 청년이 말이요! 누가 붙여 놓은 벽보를 읽은 후에 글을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저게 뭐냐고 뭐라고 쓰여 있는거냐고 물어와서 가르쳐주었다고 들었소! 글모르는 사람이 묻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고 반역죄를 지었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크게든 작게든 설명을 했다면 모르되.......”
“구체적으로.....몰...... 죄송합니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더!”
“당신네나 그 당신네 상급기관인 고자청의 고자관들이나 하는 짓들이 내가 보니까 머리가 돈 사람들 같습디다!”
“예!~”
“사람을 못 잡아먹어서 환장을 하고 있는 걸 내가 체험을 했다구요!”
“예!”
“무슨 말이냐 하면 죄 지은 사람은 그 지은 죄의 값을 치루는 것만도 겁이 나고 아찔한 현기증이 돌고 하는데 말이요! 죄진 사람의 죄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다니! 나 어이가 없어서......”
“그짓들을 하는게 이유가 있습니더!”
“거 무슨 소리요?”
“사람이 낚시를 해도 큰고기를 잡아야 기분이 좋지않습니껴? 고마!
그런 이치인기라예! 큰죄를 지은 놈을 잡았다 감옥에 보냈다 해야 승급하는 점수가 올라가는게 이유중에 하나잉기라예!
그락꼬 안있습니껴! 지 고자관의 걸래같은 양심에 부담을 덜주려고 그런 것도 있습니더!
그러니까네! 밤에 잘 때 그정도면 훈방해서 보내지앙코 감옥에 보냈나 하는 못할 짓을 했다는 두려움을 떨어 보려고 머리가 역으로 돌아가서 그렇고 예!
마, 남을 학대해서 고통을 받는 것을 보아야 기분이 좋은거 말입니더! 내도 이런 권세가 있다고 마! 감옥살이를 시킬 수도 있고 감옥살이를 안시킬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는 권세를 확인하는 쾌감 때문에 포사 순사 노릇하고 고자관 판관을 하는 놈도 많이 있능기라예!
역사적으로 볼 때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이란자가 그놈의 계집이 좋아한다고 백성들을 잡아다가 죽여도 고통속에 오래 오래 시달리다 죽게 하고 그걸 보고 좋아서 히히낙낙을 한기라예! 그게 일종의 미친병으로 지는 보능기라예! 그 달기의 피도 안섞인 달기 후손이 이 땅의 법을 만지작거리는 놈들 속에 많이 있능기라예! 대인님을 괴롭힌 고자관놈들이 달기피가 흐르고 있다고 보능기라예!”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 사람이란 사람이 고생하는 것을 보면 말이요 긍휼이 여겨 가급적 죄를 가볍게 해주어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는게 옳지 않소?”
“지당하신 말씁입니더!”
“아주 악질범이라면 모르되 말이요!”
“지도 대인님의 생각하심과 동.....”
“내가 형편들이 어떤가 둘러보고 연락을 저기 있는 육 순사병을 통해서 하기로 합시다!”
“예!예! 기다리겠습니더!”
상도는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방에서 나간다.
포사청장은 상도의 뒤를 따라 걷는다.
그들은 청사 현관을 벗어나 정문을 향해 걷는다.
상도는 마당에 일열로 늘어서 있는 포사관들을 힐끗 돌아다본다.
그리고 정문을 향해 몇발짝 걷던 그는 몸을 돌려 포사관들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들을 하나씩 뜯어보는 눈으로 신속히 훑어본다.
“포사관 여러분 ! 나와 여러분들과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만나서 다툼이 아니라 건설적인 일을 해보기를 기대합니다!
포사청장님과 일치단결하여 잘들 있으시오!”
포사관들은 상도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내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일은 준비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요! 밑그림을 그려놓으라 그말이요!”
그는 말을 하며 돌아서서 정문으로 걸어간다.
청장은 정문 밖까지 나와서 상도를 배웅한다.
상도는 포사청장과 헤어진 후 정의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육 순사병!”
“예!”
“육순사병은 근무지로 가지! 나는 정의당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세계를 살펴보려고 하는데.......”
“예!”
“정의당에서 하는 일이 참으로 정의를 펼치려고 힘쓰는 사람들의 집단인가 아니면 간판만의 이름이 정의인지 알고 싶은데......”
“그러시면 깊숙히 들어가 봐야 아실 수 있으실겁니다!”
“어떻게 말인가?”
“죄수라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죄수들이 생으루 죄수가 된 사람들은 아닌가를 살펴보시는 거지유! 그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유.....”
“그러니까 내가 직접 감옥에를 죄수로써 들어가 봐야 안다 그말이군!”
“그렇지 않고서 백성들의 억울함을 안다는 것은 어려웁다고 생각하는데유!”
“육 순사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해봤나?”
“저요! 제가 생각을 해본들 보시다시피 무슨 힘이 있어야 해보지유! 저도 사람인데 조금 의분이 없겠습니까유! 그러니까 도둑질을 하는 놈도 조금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그러는데...... 억울하게 잡혀들어가는 사람을 보면 말은 못해두 망할 세상이구나...... 하는게 있으니까 대인을 모시고 갈 때 안타까워하고 그랬지유!”
“그랬던가! 내가 그걸 기억하고 육 순사를 데리고 다니는게 아닌가!”
“대인님 조심하셔야 합니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대인님이 고자청을 망쳐놓으셨는데...... 누가 그랬다고..... 대인님의 화상을 그려서 방을 붙이고 잡으려고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유.....”
“그러겠지! 그러나 염려할 것 없네!”
“조심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말씀드렸어유!”
“고맙네! 내 조심하지!”
“저는 남문 초소로 가서 제나름대루 꾸며 대겄어유!”
“그렇게 하라구!”
“그럼 몸조심하세유 대인님!”
“내가 꼭 연락을 하겠네!”
“고맙습니다유!”
“그럼 우리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을 살펴보기로 하지! 잘가게!
그리고 일이란 말조심을 해야 하는걸세!”
“여부가 있겠습니까! 명심불망하겠습니다! 조금 가시다가 보시면왼편에 정의당이란 큰 간판이 보일겁니다!”
“알았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상도는 육 순사병과 헤어져서 거리를 두루 살피면서 걷고 있다.
“멈춰라! 이놈!”
“게 섰거라 이놈!”
“우리는 정의당이다!”
상도는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쳐 부르는 것을 들으면서 그냥 걸어간다.
“게 섰거라!”
달려오며 부른다.
상도는 고개를 슬쩍 돌려보고는 그냥 걷는다.
“네 이놈 서지 못할까?”
“저런 죽일놈을 봤나!”
“우리가 정의당원인데! 고얀놈!”
“정의당을 무시해!”
그들은 상도에게 다짜고짜 달겨든다.
“정의당을 능멸하는 놈은 죽어 이놈!”
정의당원은 말을 하며 상도의 볼따귀를 사정없이 갈긴다. 상도를 갈긴 건장한 자는 손바닥을 움켜쥐고 끙끙댄다. 손바닥은 갈기갈기 찢어져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네 이놈! 네가 고자청에서 난동을 부린 놈이지?”
그들 가운데 높아 보이는 자가 엄포를 하여 묻는다.
“소두님! 이놈이 틀림없습니다!”
“끌고 가자!”
“넷!”
“이것 보시오! 나는 지금 정의당으로 가는 길인데 사람을 다짜고짜 때려도 되는 것이요?”
“이놈이 정의당 소두님을 몰라보고 까불어!”
“내가 지금 정의당에 가서 정의당 전노황당수에게 따지겠소!”
“네놈이 감히 우리에게 겁을 먹일려고 그래! 고얀놈!”
정의당원은 들고 있던 칼집으로 상도의 머리를 내려 찍는다.
칼집은 쇠소리를 내며 십여보 밖으로 튕겨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칼을 놓친 정의당원은 손바닥이 찢어져 엄지가락이 따로 덜렁거린다.
정의당원은 비명을 지른다.
정의당 소두는 어리둥절해졌다.
“라 당원은 어서 지부장님을 모셔오라!”
“예!”
“그리구 너는 부상한 김 당원과 정 당원을 데리고 빨리가라!”
소두는 부하당원에게 명령한다.
정의당원은 쏜살로 정의당을 향해 달려간다.
부상자들은 어깨를 못이겨 축 처진채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정의당사를 향해 걸어간다.
“내가 가만히 있는데 당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때리고 그러시오! 죄없는 사람을 때리니 천벌을 받는 법이요! 당신들을 보아하니 정의당이란 곳이 용담호혈도 아니고 잡놈들만 그들먹한 것 같소 그려!”
“아니, 이런!”
“저저저.....”
“나는 지금 정의당으로 가는 길이요! 왜 사람을 붙들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요! 나에게 볼일이 있으면 따라오시오!”
상도는 말을 하고는 부상당한 자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
정의당원들은 겁을 먹고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정의당 소두는 계속 주위를 예리하게 살핀다.
그들은 상도의 앞길을 가로막지를 못하고 상도의 뒤를 따라 간다.
‘아니 이놈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
보기는 무지렁이 선비같은데 이상하네. 이놈의 주위에서 이놈을 보호해주는 것은 아닌지....... ’
정의당 소두는 무엇에 홀려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만 가만..... 이놈이 당사로 가서 난동을 부리면 큰일이야.......
왜 이런놈을 사전에 막지를 못했냐고 날벼락이 떨어지겠지......
가만 가만! 이놈이 우리 당수를 만나러간다고 했는데 우리 정의당당수와 잘아는 사이인가?
아니...... 당수의 피붙이라도 된다면 무례하게 대했다고 지부장님께 혼줄이 날것두 같고......
이놈은 건드리지만 않으면 별탈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이놈에게 당해서 다친 것두 아니고......
이놈을 때릴 때 이놈은 가만히 있었는데.......
이놈은 맞을뻔하구두............
내가 볼 때는 내 부하가 분명히 이놈의 얼굴과 머리를 때린거야......
틀림없이 맞았는데두 화도 안냈고 달겨들지도 않았으니까.......
좋게 대해 주면 별탈이 없을 것 같은데........
이놈의 주위를 살폈을 때 어느 고인이 도와주고 있다는 물증은 찾지를 못했고.....
내 눈이 더 밝았으면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좌우간 수수께끼가 내속에 들어와 골머리를 쑤시니 환장허것네......
속히 지부장님이 오셔야 내책임이 가벼워지는데.......’
돌로 쌓은 커다란 집이 담장 위로 솟구쳐 보인다.
커다란 대문이 상도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아니..... 대문에서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다니........
그리고 사람을 목을 매서 달아 놓다니......’
대문 중앙 상단에는 사람이 못이 박힌 것처럼 매달려 있다.
그는 대문 앞에서 정의당의 만행을 살펴본다.
그는 두주먹을 핏줄이 불궈지게 거머쥔다.
‘사람을 난도질을 하여 걸어놨군!
이렇게 효수를 함으로 백성을 겁주어 꼼짝못하게 만들고 있구나!
공포정치(恐怖政治)라.......이 사람이 무슨 죄를 졌다고 죽어서도 땅에 묻히질 못하고 매달려 있나......
정의당을 하는 자들이 흉악한 짓을 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무슨 도당인지 짐작이 가는군.....
이런 인면수심도 못되는 것들 같으니....
내가 이 자들의 악랄함을 뽑아버려야 많은 사람을 살리는게야......
사람으로써 이럴 수가...... 사람이 이렇게 악랄한 짓을 하는 것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건지....... 이런 악랄한 자들이 권세를 잡고 백성을 괴롭히다니 내가 이것들의 폭압(暴壓)정치 공포(恐怖)를 찢으리라........’
커다란 대문을 좇아들어간 상도는 주위를 살펴본다.
조그만 동산이 전면에 있어 눈을 가로막는다.
‘아니...... 이 동산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그러면 이 집도 허장성세로 그림처럼 세워져 있는 것인가......
사람이 보이질 않는게 무슨 꿍궁이 속이 있는 것 같군.......
내뒤를 따라오던 것들도 어디로 새버렸군......
그렇다고 내가 그냥 돌아갈 것 같으냐....... ’
그는 동산의 오른쪽으로 걸어가 본다.
그의 앞에는 말을 달리며 활쏘기를 할 수 있는 커다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그는 잔디밭을 바라보며 고개를 두번 끄덕인다. 잔디밭 너머에는 솔밭이 있어 그의 시선을 끈다. 잠시후 그는 잔디를 밟으며 곧장 앞으로 걸어간다. 잔디밭을 중간쯤 걸어갔을 때다. 솔밭 속에서 바람을 가르는 시윗소리가 그의 귀를 울린다.
화살이 비오듯 그의 몸을 덮친다.
“흥!”
그는 코웃음을 한 번치고는 오른손을 한 번 휘젓는다.
쏟아지던 화살은 졸지에 그의 손을 따라 두바퀴 원을 그리다 낙옆을 흉내내며 맥없이 떨어져버린다.
“이놈들아! 한 번더 암수를 쓰면 화살을 너희들에게 돌려주마! 비겁한놈들!”
상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수십개의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쏟아진다. 상도의 입은 택도 없다는 비아냥의 웃음이 매달렸다. 그의 오른손은 다시 한 번 가볍게 휘저어 솔나무 숲속을 향해 획 뿌린다.
화살은 상도의 손끝따라 방향을 바꾸어 화살바람을 일으킨다.
“억! 아이쿠! 아이구머니!”
숲속에서 서너 사람의 비명소리가 뛰쳐나온다.
활을 쏜 자들은 자기들의 화살에 맞아 죽는 일이 생기자 무서워 오금이 붙어 도망을 못가고 숲속에 납작 엎드린다.
“비겁한 놈들! 너희가 정의당이라는 간판을 오늘로써 내려야겠구나! 죽일놈들!”
상도는 말을 하며 숲속을 향해 돌진한다.
그는 숲속으로 곧장 달려들어가 산등에 서서 사방을 살펴본다.
건너편 산비탈에 커다란 동굴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숲속 밖으로 도망치고 있는 자를 찾았다. 그가 동굴을 향해 도망치고 있음을 간파한다.
“게 섰거라!”
그는 외침과 동시에 달려간다.
산새들이 놀라서 땅에 떨어진다.
“네 이놈!”
상도는 금방 따라잡는다. 그리고 사자후를 토한다.
갑옷 입은 자는 맞은편 산등성이를 오르지 못하고 급히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비장함이 어렸다.
그는 검을 빼서 상도를 겨눈다.
“비겁한 놈! 암수를 쓰다니! 이왕에 죽을 거 짹소리라도 내고 죽는다고, 죽기살기로 덤벼 보겠다고 도망을 멈췄냐?”
“이놈아! 못이기겠으면 훗날을 도모해야지 그래 멍청히 죽기를 너 같으면 기다리겠냐? 멍청한놈! 네놈이 우두머리인 나를 죽이지 별볼일 없다고 생각되는 쫄병들에게 손을 대겄냐? 그걸 아니까 도망치는거여 이놈아!”
“이놈아! 도망가는거야 살려고 하는거니 누가 뭐라겠냐만 이놈아!
죽일 죄인이라 할지라도 죄명은 알려주고 죽여야지 암수를 쓰면 되겠냐?”
“이놈아! 죽으면 그만이지! 죽는 놈이 알고 죽으나 모르고 죽으나 죽으면 그만이지 그까짓게 무슨 정의라도 되는거냐?”
“너는 정의당원이냐?”
“그렇다! 그걸 알면 네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이 돼서 묻는거냐?”
“이놈아! 내가 누구와 싸우는 줄이나 알고 싸워야 될게 아니냐?”
“별놈 다보겠네! 여기가 정의당이라는 간판이 붙은 땅이라는 것을 알면서 왜물어 이놈아! 싱거운 놈 같으니! 네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 줄 아냐?”
“이놈아! 내 걱정은 나중이고 네 놈은 지금 내손에서 죽을 놈인데 네 놈은 네 놈 걱정이나 해라! 비겁자야!”
“싸워 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알아 이놈아! 우리 당원이 네 놈을 포위하고 있어 이놈아!”
“조금 더 살아보려고 부하들을 내동댕이치고 도망가는 놈이 주둥이는 살아가지고...... ”
“네가 조금 용력이 있다고 사람을 능멸하는구나! 우리 정의당이 너를 너무 과소 평가한 것 같다. 그러나 네놈은 우리 정의당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할 시간이 네 놈에게 덮쳐오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해라 이놈아!”
“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나는 정의당에서 소두를 다스리는 중두다.”
“그래~ 우선 네 놈부터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
그는 말을 함과 동시에 왼손을 한 번 휘두른다.
그러자 중두의 손아귀는 맥없이 칼을 놓친다.
칼은 땅으로 떨어지다가 보이지 않는 끈에 매여 상도의 왼손을 향해 칼자루가 달려간다.
정의당 중두는 대번에 얼굴이 쌀밥 먹고 싼 똥을 발라놓은 것이 되고 말았다고 노란물이 빈틈없이 배였다.
“어떠냐? 이놈아! 싸움은 입으로 하는게 아니다! 강자에게는 굴복되어지는 것이니라! 내게 항복하겠느냐? 항복하면 내가 네 놈을 중용하리라!”
중두는 무릎을 꿇는다.
“소인은 영웅님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좋다! 그러면 너는 나를 안내해라! 사나이대 사나이로 약속을 했으니 너와 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알았느냐?”
“영웅님의 안내인이 되겠습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소인의 이름은 백청일입니다.”
“그래! 내 이름은 상도다!
“그러십니까 황송합니다.”
“이제 그만 가자!”
“저기에 있는 제 부하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좋다! 기다리마!”
“그럼!”
중두는 숲속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차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다. 중두는 활을 메고 칼을 찬 부하 오십명을 데리고 달려왔다.
“영웅님께 인사를 올려라!”
“예!”
졸병들은 일제히 한쪽 무릎을 땅에 꿇고 머리를 깊숙히 숙인다.
“영웅님을 뵙습니다!”
“우리 같이 일을 해보자꾸나!”
“넷!”
“일어들 나거라!”
“넷!” “나는 백성들이 억울함을 당하고 괴로움을 당하고 고통에 못견뎌 신음하는 것을 보고서는 못본체하고 지나치는 성격이 못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짓을 하는 것도 싫어하고 못하게 말리는 사람이다! 독재를 하는 자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그러니 동포를 위해서 궐기를 할 사람은 나를 따르고 싫은 사람은 다 돌아가도 좋다!”
“저희들은 영웅님의 영웅심에 감격했습니다! 저희들의 죽을 죄를 용서하시고 불러주심에 감격했습니다! 저희들은 영웅님의 뜻을 이루시는데 미력하나마 견마지로를 하겠습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좋다! 함께 일해보자!”
“감사합니다! 영웅님!”
“그러면 먼저 정의당에서 백성들을 어떻게 괴롭히고 있는지 그걸 먼저 내 눈으로 확인을 하여야 겠다!”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어디로 말이냐!”
“교화소로 모시겠습니다!”
“교화소라!”
“교화소는 정의당에서 세운 감옥입니다! 그곳에는 억울하게 옥살이 하는 사람과 정의당에게 밉게 보여 옥살이 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직접 들어보시면 영웅님의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실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게 합시다!”
“가시지요! 영웅님!”
앞장서서 걸어가던 그는 뒤를 돌아다본다.
“너희들은 두줄로 갈라서서 영웅님을 호위하라!”
“넷!”
그들은 중두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동굴속으로 들어간다.
“영웅님! 동굴밖에 교화소가 있습니다!”
“이 동굴을 지나면 도성 밖이 되는 거요?”
“이 동굴위로 성곽이 지나고 있으니 도성 밖이라 볼 수 있지만 도성처럼 정의당 당수가 직접 관장하는 곳입니다!”
“그렇구나!”
“이곳은 은밀한 곳이기 때문에 정의당원 가운데서도 실세들만 아는 장소입지요!”
“그렇겠지!”
“보통 사람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릅지요! 안다고 해봐야 교화소라고만 알고 있습지요!”
“그러면 정의당원들과 당수는 어디서 정치를 하고 있소?”
“이곳에 들어오실 때 동산이 있었지요? 그 동산 앞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당사가 있습지요!”
“그렇구나!”
“당사부터 가 보시겠습니까!”
“아니요! 그곳은 나중에 가기로 합시다! 이곳 교화소는 어떻소?”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마어마하게 만들었습지요! 저도 교화소에서 근무는 안해서 내막은 잘 모릅니다!”
“좌우간 가서 보면 알겠지!”
“예!”
“이 동굴은 길이가 깊은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들은 잠시후 동굴을 빠져나가 동굴 앞에 섰다.
그들의 발 아래는 아주 커다란 널벅지처럼 지형이 펼쳐져있다.
동서남북이 절벽으로 막혀 있다.
“지형이 천험의 요새 같이 생겼군!”
“그렇습니다! 영웅님!”
“집들이 절벽에 붙여 지은게 닭장처럼 만들어져 있군! 커다란 항아리 같은 절벽이라! 보통 사람은 저곳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게 생겼군!”
“그렇게 생겼습니다! 영웅님!”
“저곳으로 들어가려면 이곳에서 줄을 타고 내려가야 되는가?”
“그래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저쪽에 세줄 사다리가 있습니다! 중두님!”
“아~ 그쪽에 있군!”
“알았네! 자네들은 동굴을 지키고 있게! 나는 이곳으로 내려가 교화소 형편을 살피고 올라오겠네!”
“제가 모시고 갔다오면 아니되겠습니까?”
“자네는 자네 부하들을 데리고 여기 있게! 대장인 자네가 없으면 누가 지휘를 하겠는가?”
“그러시면 영웅님을 시중할 소두 하나를 데리고 가시지요!”
“자네들도 교화소 내막을 모른다면서 무슨 안내를 하겠는가? 염려말고 동굴을 지켜서 퇴로를 확보해 두게나! 퇴로는 아주 중요한 일이니 정의당원들이 동굴속으로 진입 못하도록 지키고 있어야 하네! 내가 다녀오는 것은 쉬운 일이나 자네들이 지키고 있기가 어려운 일일 것 같으네! 만약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어디로 간다는 표시를 하고 가게나! 그러면 내가 찾아가서 구해 주겠네!”
“저희들도 영웅님을 따라 가겠습니다!”
“퇴로가 막히면 나야 괜찮겠지만 자네들은 어려운 일을 당할텐데......난감하구먼......”
“교화소에서 근무하는 자들도 무슨 방책이 있으니 근무를 하겠지요! 그러니 한 번 모험을 하는 것도.....”
“그러니까 저 아래 교화소가 딴 통로가 있을 것이다 그말이군!”
“그렇게 추측이 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지키고 있게! 내가 알아보고 연락을 하지!”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영웅님!”
상도는 사다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사다리의 길이를 목측을 한다.
“이런 곳을 다니자면 삼으로 만든 줄을 가지고 다녀야겠군!”
상도는 혼잣말을 한다.
“시간을 주시면 마련토록 하겠습니다!”
“그러게나! 그럼 내가 가서 알아보고 연락하지!”
“조심하십시오! 영웅님!”
“그래!”
상도는 말을 하며 사다리가 있는 곳에서 밑으로 뛰어내린다.
“앗!”
백청일 중두는 놀라 탄성을 지른다.
상도는 네 활개를 펴고 내려가고 있다. 그는 사다리 중간쯤을 왼손으로 잡는 시늉을 하며 내려간다. 그는 깜빡 순간에 수십장을 내려가 사다리 곁에 오뚝 섰다.
중두는 혀를 내두른다.
“영웅님은 커다란 독수리야! 사람이 저렇게 날수가 있다니..... 그러니까 백성을 위해 헌신을 한다고 하지....... 저런 능력이 있으니까 혼자서 수천 수만명을 대적하여 정의를 구현한다고 하시는 거지.....
능력이 없으면 권세를 잡고 있어도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거라는 것을 배우는 군.......실력이 있어야 능력이 나오는 거지.......”
“그렇습니다! 중두님! 오늘 제 눈이 영웅이란 날말의 본체를 발견했습니다!”
“소두 자네도 그런가?”
“나는 오늘 진정한 영웅의 자태를 보았네! 저런 능력이 있으면서도 교만은 커녕 전혀 나타내 보이질 않고 그렇다고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약자들을 도와서 패도와 맞서서 싸워 도탄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 주어 평화롭게 살게 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인 것을 알았다네!”
“중두님의 말씀 그대로인 영웅을 중두님 덕택에 주군으로 모시고 견마지로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는 복이 많은 사람들이지! 사람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운 세상인데 영웅을 만나다니......사내 자식으로 마음을 터 놓고 충성할 수 있는 주군을 만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행운이지! 암! 그렇고 말고...... 부하들에게 통로를 봉쇄하라고 명령하게!”
“중두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통로 중간에 좁은 곳을 지키라고 하게!”
“돌을 날라다가 더좁게 쌓도록 하고 지키겠습니다!”
“틀림없게 지키도록 하게! 영웅님이 실망하시지 않게 하시게! 영웅님은 우리가 정의당을 탈당했으니까 우리의 목숨을 귀히 여겨서 잘 지키라는 것을 명심하게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웅님은 우리를 아끼셔서 그러시는줄 짐작을 조금 했었습니다! 삼가 열과 성을 다하도록 부하들에게 지시하겠습니다!”
“어서 가보게나! 나는 여기서 영웅님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소두는 동굴 쪽으로 급히 걸어간다.
“이보게 소두!”
“넷!”
소두는 급히 돌아서서 중두를 바라본다.
“이따가 부하 두명을 보내게! 내가 가서 확인하겠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소두는 다시 동굴 쪽으로 걸어간다.
상도는 광장 한복판으로 걸어간다.
‘위에서 볼 때보다 더 거창하군...... 교화소를 사람이 사는 집보다도 더 튼튼이 더 크게 지었군....... 죄수를 칙사대접하기 위해서 교화소를 지어놓은 것은 아닐텐데.......’
그때다. 상도를 발견한 자가 칼을 들고 달려온다.
“너는 어느방에 있는 놈이냐?”
“나는 내방에서 오는 길이니라!”
“요놈 봐라! 이건 여기 있는 놈이 아니잖아!”
“말조심해 이놈아! 눈깔이 삐였느냐? 나는 여기에 있는 교화소장을 만나러 왔다! 그러니 알았으면 어서 교화소장에게 나를 만나러오라고 하라!”
“당신은.....”
“정의당에서 왔다고 일러라!”
“알았습니다!”
그는 대답을 하고 중앙 막사로 뛰어간다.
상도는 주위를 살펴본다.
‘물어보기 전에는 출입구가 어디인지 알아내기가 어렵겠군!’
오십여명 정도가 상도를 향해 급하게 걸어온다.
“너는 누구냐?”
그들의 중앙에 갑옷 입은 자가 소리쳐 묻는다.
“나는 정의당에서 나왔다!”
“직책이 무엇이냐?”
“정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왔느냐?”
“조사하러 왔다!”
“주제넘은 놈 같으니!”
“야, 이자슥아! 네 놈들이 죄수 아닌 죄수를 괜히 괴롭힌다는 소문을 듣고 사실을 확인하러 왔느니라!”
“허튼소리 마라!”
“네놈이 교화소장이냐?”
“나는 교화소를 경비하는 장상일 대두니라!”
“정의를 구현하는 나에게 협조하면 너희들을 살려주겠노라!”
“저놈을 쳐라!”
“네가 갑옷 입고 칼께나 쓴다고 기고 만장이구나! 갑옷에는 칼이 안들고 살이 안먹냐?”
“거짓말하는 놈을 잡아라!”
“이놈들아! 나는 정의당 정문을 통해서 이곳으로 왔는데 무슨 거짓말을 한다고 하냐?”
“너는 정의구현을 한다고 하니 정의당원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안다! 네놈 목이나 늘여라!”
“너는 정의당원이 아니구나?”
“정의당원은 정의구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단 말이니라!”
“그래! 그럼 악을 구현한다는 말이구나!”
“어서 이 놈을 쳐서 죽여라!”
“잠깐! 내가 정의당 정문으로 들어왔는데 내 능력을 네놈들이 모른다 그말이냐?”
“저놈이 도망치려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 어서 쳐라!”
“사방이 절벽인데 어디루 도망을 간다고 그러냐?”
“사람이 사는 곳인데 길이 없이 어찌 살겠냐?”
“그래! 그러면 잠시 기다려라! 정의당원들을 불러오마!”
“어서 쳐라!”
“나에게 덤비는 놈은 역률로 다스리리라!”
졸병들은 대두의 명령에 상도를 죽이려고 일제히 칼을 빼들고 달려들어 크게 원을 만든다. 그들은 상도를 가운데 가뒀다.
그러나 상도의 말에 겁을 먹고 덤비질 못한다.
대장은 칼을 들고 춤을 추며 상도를 공격한다.
대두의 칼은 상도의 어깨를 찍으려고 번쩍한다.
칼은 햇빛따라 번쩍한다.
번쩍은 땅바닥을 치고 다시 번쩍만 한다.
“정의당 백중두야! 부하들을 데리고 내려오라!”
상도의 소리는 청천벽력이라도 된냥 사방절벽담을 때린다. 그리고 튕겨져 절벽 위로 올라간다. 사람의 귀에서 징을 치는 소리가 계속나게 만든다.
“어서 내려와 교화소놈들을 포박하라!”
교화소의 장상일 대두는 칼바람을 일으키며 상두에게 달려드나 헛심만 키느라 허공만 후려댄다.
“정의에게 덤비는 반란군을 어서 포박하라!”
상도는 쩌렁저렁한 목소리로 교화소를 들먹거리게 한다.
교화소 경비대들은 놀란 눈을 만들어 가지고 교화소 광장을 내다본다. 감옥살이를 하는 사람들도 심상찮은 눈으로 창살밖 교화소 광장을 내다본다.
“구경만 하지말고 어서 쳐라!”
대두는 칼바람을 일으키며 외친다.
“이놈들 어서 항복 못할까? 무릎을 꿇지 않는 놈은 모두 죽이리라!”
상도는 엄포를 하며 장 대두의 칼을 피하기만 한다.
백 중두는 동굴앞에 서서 기다리는 부하들에게 손을 들어 급히 손짓하며 어서 오라 명령한다.
그리고 그는 쇠줄 사다리를 부지런히 내려간다. 땅바닥에 내려선 중두는 사다리를 올려다보고 이어 교화소 광장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사방을 경계한다. 정의당원 군사들은 쇠줄 사다리에 줄줄이 매달린다.
“교화소 역도들을 잡아라!”
중두는 교화소광장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지른다.
교화소 경비대원들은 시선을 동굴에서 내려오는 쇠줄 사다리에 고정시키고 겁을 삼켰다. 정의당 중두의 외치는 소리에 간이 덜컹소리를 낸다, 그리고 쫄아서 떨어진다고 쓰디쓴 물이 목구멍을 치받아덤빈다.
‘여기는 정의당 부설 감옥인데......
정의당에서 조사하러왔다는 사람에게 우리 대두님이 너무 하시는 것 같아......... 상급 기관에서 시키는대로 따라만 가면 되는데.......
이 사람들이 정의당원이니까 여기에 조사차 오지.......
이런 감옥소에 악명 높은 감옥소엘 뭣하러 오것남.......
감옥살이 하러 제발로 온다고 볼 수는 없구........
그러니까 이거 계산할 것도 없이 일은 벌어진게야.......
교화소가 악질 노릇을 한다고 당수님께 알려진게야.......
대두가 무슨 힘이 있나뭐....
그렇지 않고 늦었다가는 큰일나지........어서...... 선착순을 ........’
교화소 경비대들은 생각을 굴리다 모두 땅에 무릎을 꿇는다.
경비대 대두는 글자 그대로 혼비백산이 되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꼴이 되었다.
감옥 경비대가 떼거지로 질서없이 교화소마당으로 달려온다.
“역도를 잡아라!”
활을 멘 궁수들이 소리치며 광장으로 달려든다.
“영웅님에게 덤비는 놈을 활로 죽여라!”
백 중두는 소리쳐 명령한다.
“네이놈 살고 싶으면 칼을 어서 놓아라!”
상도는 다시 크게 호령한다.
궁수들은 활을 들어 일제히 대두를 쏜다.
화살 이십여개는 대두를 고슴도치를 만들려 한다.
“얏!”
대두는 소리를 버럭지르며 검으로 화살을 막는다. 화살 두개는 칼에 맞아 땅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화살 두개는 검을 피해 대두의 다리에 박히고 오른쪽 어깨에 박힌다. 나머지 화살은 상도의 손따라 땅에 맥없이 떨어졌다.
대두는 다리에 박힌 살을 뽑는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박힌 살을 뽑으려고 힘을 쓴다.
“네 이놈 그래도 항복을 안할테냐? 갑옷에도 살이 박힌다는 걸 알라! 죽는 것도 모르는 놈아!”
궁수들은 뛰어와 상도의 왼쪽에 도열한다. 그리고 무릎꿇고 있는 교화소 경비대원들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경비대 대두를 얕잡아 쳐다본다.
대두는 궁수들을 힐끗 한이 담긴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칼을 멀리 던진다.
그리고 무릎을 꿇는다.
“대인을 몰라뵈었소!”
“네 이놈! 용서를 빌어라!”
정의당 중두는 큰소리로 대두를 꾸짖는다.
대두는 아니꼽다는 얼굴로 중두를 쳐다본다.
“네 이놈! 중두놈이 대두님에게 무슨 말버릇이냐?”
“영웅님을 몰라보는 놈이 대두이면 무에 쓰겠느냐?”
“아니 그럼 네 놈은.....?”
“나는 영웅님을 모시고 이곳에 조사할 것이 있어 왔느니라! 계급으로 노는 것을 나는 벌써 굴밖에서 팽개쳤느니.....”
“아니 그럼 ?”
“그래 나는 영웅님을 모시기 위해 썩은 생선을 버렸느니......”
“그럼 너는 새로운 반란에 가입했느냐?”
“이놈아! 이런 우물속의 개구리를 보았나! 나는 반란군이 아니라 정의군의 중두니라! 네놈도 썩은 정의당을 버리고 영웅님을 모셔라!”
대두는 상도를 올려다 본다.
“소생은 우물에서만 있어 영웅님을 몰라 뵈었소! 거두어 주시면 견마지로를 하겠습니다!”
“진정이냐?”
“소인 맹세코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상처를 치료하라!”
“예!”
“경비병이 모두 몇 명이냐?”
“오백명입니다!”
“교화원은 몇 명이냐?”
“삼백명입니다!”
“여기 경비병 열명은 앞서가서 오른쪽에 있는 감옥문부터 열어놓고 기다리라! 내가 가서 구경을 해야겠다 알았느냐?”
“예!”
“그리고 여기서 밖으로 통하는 문과 길이 몇 개이냐?”
“하나입니다!”
“그곳을 가서 굳게 지켜라! 한사람이라도 내보내면 내가 죽이리라! 알았느냐?”
“예!”
상도는 경비대를 지휘하여 출입구를 봉쇄한다.
그리고 교화소장의 방을 찾아간다.
백 중두는 열명의 부하를 데리고 상도를 호위해 걸어간다.
교화소 경비병 열명은 상도 앞서서 감방문을 열어놓고 문을 잡고 서서 기다리다 상도가 들여다 보고 나면 감방문을 닫고 그리고 앞서 달려가 감방문을 다시 열고 섰다.
상도는 감방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걷는다.
“아니!”
상도는 걸음을 멈추고 섰다.
그의 눈은 의아스러운 것으로 가득찼다.
감방안은 방바닥에 투가리가 하나 놓여 있고 투가리에 얼굴을 쑤셔박으려고 몸부림을 친다. 투가리는 사람의 얼굴보다 절반이 모자란다. 투가리가 놓여 있는 주위 방바닥은 국물과 보리밥떼기가 토해 놓은 것처럼 엎질러져 있다.
‘사람을 물고기를 만든 것도 아니고.......
사람의 팔다리를 몽땅 짤라놓은 모습이군......죽일 놈들 같으니........
저 사람이 아무리 죽을 짓을 했기로서니 사람의 팔다리를 등뒤로 묶어놓고 밥을 먹게 하는구만.......
잠도 저렇게 자고 날마다 저렇게 감옥 생활 아닌 죽지 못하는 생활을 하게 만들었구나........
이게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인가.......
이렇게 고통을 주는게 죽음보다 낫다는 말인가......
짐승들은 살기 위해 잡아먹는 것이지만 사람은 사람을 괴롭혀 고통 속에 헤매이게 만들고 좋아하다니......
짐승보다 못한 놈들이 이곳에 몰려 있구나........
여기가 지옥이야.....’
“저렇게 만들어 놓은게 너희 경비대원들이 하는 짓이냐?”
“저희는 교화소내의 일은 모르고 외곽 경비만 책임지고 있습니다!”
“여기 책임자를 불러와라!”
“예!”
경비병은 달려간다. 잠시후 교화원을 데리고 왔다.
교화원은 상도를 보고 머리를 굽실한다.
“네가 이 감방 책임자냐?”
“소인이 책임자잉기라예!”
“저기 있는 죄수는 누가 저렇게 묶어 놓았느냐?”
“지가 그렇게 했습니더! 뭐 잘못한기 있습니껴?”
“여기가 무엇 하는 곳이냐?”
“죄진 놈을 벌주는 곳잉기라요!”
“그리고 이곳의 집들을 뭐라 하느냐?”
“감옥 아닙니껴?”
“감옥살이를 하는 게 쉬운 일이냐?”
“어렵지예!”
“그런데 말이다 감옥살이에서 감옥살이를 하는 사람이 저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냐?”
“저건 약과잉기라예! 저렇게 해 뿌려야 저놈이 다시 여기에 들어올 생각을 몬하는기라예! 그러니 저놈에게 저렇게 하능기 보약잉기라예!”
“무슨 죄를 지은 놈이냐?”
“그거야 지는 관심 없고예!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 저렇게 보약을 먹이능기라예!”
“누가 시켰느냐?”
“교화원 소두가 시켰지예!”
그는 얼굴색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
“소두가 네 상관이냐?”
“예!”
“저렇게 묶을 때 누구와 함께 묶었느냐?”
“소두와 교화원 두명과 함께 했능기라예!”
“네가 책임지고 있는 방이 몇 개냐?”
“다섯개 입니더!”
“그래!”
상도는 경비병 다섯명에게 교화 소두를 급히 데려 오라 명령한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다.
경비병들은 소두를 데리고 왔다.
“네가 소두냐?”
“그렇씀니더!”
“네가 여기 있는 죄수를 등뒤로 손과 발을 활처럼 묶어 놨느냐?”
“그랬습니더!”
소두는 긴장하여 날벼락이라도 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겁먹은 눈초리다.
“왜 그렇게 활처럼 묶어 놨느냐?”
“저놈은 고관대작들 집만 털어 온 도적놈입니다! 그리구 탈옥을 한 번 했던 놈으로 또 도망질을 치지 못하게 하느라 묶어서 죄값을 쎄게 치루게 하는 것입니다!”
“너 혼자 저놈을 저렇게 묶어 놔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냐?”
“높은 사람들이 저 놈을 혼내주라고 자주 저에게 말을 하기도 하고 탈옥을 했던 놈은 저렇게 독방에다 개처럼 먹게 해주는 관례가 있어왔습니더!”
“법으로 저렇게 고통을 받게 해도 괜찮다는 법은 있느냐?”
“법은 없습니더! 그러나 관례가 있습니더! 정의당 고관 집을 털고 대감들 집을 털고 했으니까네 모가지가 붙어 있는 것만도 저놈에게는 과분한 감옥살이입니더!”
“저렇게 죄수를 학대하는 관례가 언제부터 있어 왔느냐?”
“그게 마! 동쪽 바다 건너에 섬나라가 있능기라예! 그 섬나라 사람들은 야만이라고 합니더! 그런데 그나라 사람들은 도주(島主)를 천황이라고 부르고 있능기라예!”
“그런 섬나라가 있다니 신기하다!”
“그렇타고예! 신기할 것 까지는 없능기라예! 그것들이 우리 나라를 침략을 안했능기요! 그때 그 섬 아새끼들이 우리 나라 백성들을 마구 안잡아 갔능기요?”
“그래서!”
“그때 고놈의 새끼들이 우리 나라를 찾으려고 광복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저놈 새끼처럼 묶어놓고 지옥생활을 시킨기라예!”
“그래서!”
“그 섬나라 새끼들에게 아첨하며 교화원을 했던 것들이 사람을 활맹그는 짓을 배운기라예! 그래서 그때부터 전해내려온기라예!”
“그섬나라 사람들이 어째서 자네들의 조상을 괴롭히는지 그 이유를 자네는 아는가?”
“그 섬나라 사람들은 원래 우리나라 남쪽에서 살던 사람들인데.....
세력싸움에 밀려서 섬으로 도망을 간 자들이라꼬 역사에 그런기라예! 권세 다툼에 쫓겨났다고 하믄 얼매나 약이 오르겠습니껴?
분하고 원통한기 말도 못할기라예! 우리나라 사람을 죽이고 싶도록 밉겠지예! 우리나라를 빼서서 살고 싶겠지예! 원수라고 여기는 민족 감정이 있어서 그런기라 저는 그리보는기라예!
섬나라 사람이 무슨 힘이 있는기요?
우리를 조금 괴롭히다 다시 섬으로 우리에게 쫓겨들어가능기 아니겠능기요? 좁은 섬으로 쫓겨 갔으니 얼매나 따분하겠능기요......”
“아~ 그래~”
“우리 조상들에게 쫓겨서 섬으로 들어간 그들이 원수풀이 한풀이 하는 기 얼매나 잔인무도 하겠능기요!”
“그러니까 천국(天國)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가르쳐준 비법이라 그말이렸다!”
“천국이 아니고예! 섬나라 도국(島國)잉기라예!”
“너희들은 그나라 왕을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
“섬나라 야만인들이 부르는대로 천황(天皇)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더!”
“천황이라! 이거 망신스러운 일이군!”
“천황(天皇)이라는 말이 어데 잘못됐습니겨?”
“천황(天皇)이면 그나라는 천국이라 생각이 아니되는가?”
“보소예! 박정수 대감나리가 오월달 1998 대자신보에 도주(島主)를 천황(天皇)이라 한다꼬 그란기라예! 대정치가가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그는 우리 동네 보리문동이 사람이고 대학자잉기라예!”
“학자대감이가 야만인 따라 도주(島主)를 하늘나라 황제(皇帝)라 부른다니 알쪼네 그려!”
“하늘나라 황제가 무슨 말인기요?”
“천황이란말이 그말이네!”
“천황이라꼬예......?”
소두는 머리를 꺄웃거린다.
“내가 일러주지! 천자는 하늘 천(天)자이고 황자는 임금이라는 황(皇)인데 임금을 황이라고 부르는 왕은 제후를 둔 임금에게 황제라고 부르는데 그말을 줄여서 황이라 부른다네!
그 황이라는 글자를 보면 왕자 위에 흰백자가 올려져있지!
그러니까 왕을 방석처럼 깔고 앉은 글자이지!
다시 말해서 제후는 왕이라 부르고 왕을 제후로 거느린 왕은 황제라고 하기도 하고 만승천자라고 부른다네!
만승천자라는 말을 줄여서 천자(天子)라 부르지!
천자라는 호칭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이네!
그러니까 천황이 있는 곳은 하늘나라가 아닌가?
그러니 박정수 같은 사람은 섬나라에 가서 오두막집을 짓고 살면 그게 천당에서 살고지고가 된다 그말이지! 안그런가? 이 문둥아!
내가 알기로는 그 야만인들은 지금 살기가 너무 좋아서 벌고벗고 기저귀만 차고서 사는 섬사람들이라 들었네......”
“우째 그런 짜슥이 대감해각꼬 나라사람이를 망신을 시키노!....
내사마 무식해도 그렇게는 무식하지 않다!
교화원만도 못한기 대감을 한다꼬! 또 그놈들에게......우짜문 좋노!”
“박정수 대감이는 우리나라 왕은 지왕(地王)이라고 생각하는 갑다!
오직 쪼그만 섬에서 도주하는 사람이는 천황으로 머리가 그리 인정을 하는 갑다!”
“어데예! 야만국보다 우리나라가 천국잉기라예! 고런 놈이를 이곳에 보내뿌리면 마! 손발을 뒤로 묶어 야만인처럼 밥그릇에 멍대감대구리를 쑤서박꼬 밥을 묵게할란다고마.”
“자네야말로 못된 짓을 야만인에게 배워서 써먹으니 야만인 제자가 아닌가?”
“어데예!”
“자네들은 그 보리문동이 대감 박정수따라 천황만세나 부르게나!”
“우째 이런 일이.....야만인을 흉내낼수가 있능기요! 무식해서 그런기라예! 날래 다버려야지예! 우째 이런 일이.......”
소두는 말꼬리를 흐리며 얼굴이 뻘개져서 후다닥 뛰어들어가 죄수를 풀어 준다.
그리고 뒤꼭지를 긁적거리며 우째소리를 연발하며 감방을 나와 상도 앞에 섰다.
“나는 야만인에게 배워서 헛되게 정치하는 자들과 대감들과 장수들을 몰아내기로 작정했다! 알겠나?”
“지도 대인님을 좇아다닐기라예!”
“이 사람아 그런 말을 못들었는가?”
“...........”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를....”
“지도 그렇게 할라꼬 했지예! 그게 안되고 자꾸 사람을 미워하게 됐능기라예! 그 박정수 대감이 저런 도둑놈보다도 더 미운기라예!”
“알았으면 야만인 소리 안듣게 행동하게나!”
“명심할끼라예!”
“자네도 자네들이 자랑으로 알던 박정수 대감처럼 자네 말대로 멍대감 소리 안듣고 나라 망신을 안시키려면 공부를 제대루 하게나!
교화원이라 해서 무식하다는 소리를 꼭 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 사람아!”
“예!”
“자네는 대감을 좋아하다 대감이 형편없이 무식하여 나라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분개했잖은가? 자네들 교화원인지? 아니지, 이왕이면 교도관이라고 부르는게 좋겠네! 내가 정의를 세우는 나라가 되게 만들고 자네들 이름을 교도관이라 해주지......”
“듣기가 관자가 붙으니 좋네예!”
“죄수를 교도한다고 교도관이라 아니면 죄수를 선도한다고 선도관이라 할까?”
“지는예! 대인님이 지어준 이름이면 고만잉기라예!”
“죄수를 고문하고 고통을 주면서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하면서 교도관이라고 호칭한다는 것은 이름이 부끄럽지!”
“지가 잘못을 한기라예!”
“교화원들이 그 섬놈들의 야만 짓인 사람을 짐승이하 취급하여 고문하고 괴롭히는 걸 즐긴다면 내 분명히 말하지만 교화원이라는 이름을 야천황이라고 지어주지! 이말은 야만인 천황이라고! 사람이 자다가도 웃기는 소리가 아닌가?”
“용서하이소!”
“야만인 천황이 죄수나 괴롭히면서 살다니.......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죄수도 병정도 배꼽을 잡고 웃는다.
“한번만 봐 주이소!”
“벌거숭이 속에서 그릇도 없이 말일세! 수저도 없이 더러븐손으로 말일세! 밥을 열매로 먹는 도주가 말일세! 벌거숭이가 말일세! 기저귀만 달랑차고 다니는 것들이 말일세! 그 두목이 말일세! 내가 하늘나라 천황이다! 그러니 땅에 사는 옷입은 뭍에 사는 놈들은 나를 천황이라 불러라! 하는데 자네 우습지 않은가?....... 허허허허허”
“허허허허허허허”
“우헤헤헤헤헤!”
“아이고 배야! 하하하하하”
“귀머거리가 벌거숭이 천황소리를 듣고 배꼽을 잡을 판이네 그려!”
“하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허!”
“거 있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 말일세! 벌거숭이 임금 말일세! 그말이 야만천황에서 나왔군 그래! 자네들 벌거숭이 임금님이 연장을 내놓고 여자들 앞에서 활보한 고사를 아능가?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허허!”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히히히히히히히!”
“소인 정신 바짝 차려서 저도 여기있는 동료들도 야만인 제자 노릇하는 거 청산하겠습니더!”
“그래야지! 그래야 그래도 나는 박정수 대감보다 더 안다 이놈들! 할 수 있는거지 안그런가?”
“예!”
“앞으로 속담이 생길걸세! 그래두 박정수 대감보다는 유식하다 이놈아! 하고 말일세!”
“이제는 야만인이 웃을 짓을 안하게 생각하고 물어 보고 말도 행동도 하겠습니더!”
“좋아! 내가 여기에 온 성과가 나오는구만! 그럼 다음 감방 구경을 하자!”
“예!”
그들은 감방을 기웃거리며 걸어가다 다시 걸음을 멈춘다.
“아니 저 사람은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서 있구만!”
“저방은 독방이라는 방입지요!”
“그래! 무슨 방이 서서만 있는 방이 있단 말인가?”
“죄수를 벌주기 위해 저렇게 독방에다 가둬 두는 것입지요!”
“이 방 담당자 불러라!”
“예!”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절벽을 보고 나자 담당교화원이 왔다. 그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상도 앞에 섰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린다.
“너는 왜 그렇게 떠느냐?”
“예!....긴 장 이 ......”
“잘못한게 없는데 왜 떠듬거리며 말을 하느냐?”
“대인님 앞이라서 !”
“네가 저렇게 독방을 만들었느냐?”
“어데예! 지가 교화원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독방이 있었든기라예!”
“그래? 그런데 말이다 저 사람은 며칠씩이나 저렇게 세워두는 것이냐?”
“지가 알기로는 일주일 내지 한달씩 저레 둡니다!”
“저렇게 한달을 세워두면 사람이 어찌 되느냐?”
“다리가 수둥다리처럼 돼각꼬 있지예! 무릎이 아파서 걸음도 지대로 못걷능기라예!”
“저렇게 가두는 법을 어디서 배웠나?”
“지는예! 상급자들이 독방에 가두어두면 밥이나 날라주고 있습니더! 지는 과두의 지시를 받고 있지예!”
“과두는 소두보다 높나?”
“그렇지예! 과두는 교화소장 바로 밑에 있는 높은 사람이지예!”
“너는 나를 따르라! 내가 과두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라이소! 지는 아무 죄도 없능기라예! 죄가 있닥카믄 시키는대로 한기 죄잉기라예!”
“알았다. 저사람을 넓은 방으로 옮겨 줘라.”
“예!”
상도는 다음방으로 걸어간다.
“저것은 무슨 형벌인가?”
“저것은 독수리 타는기라예.”
“작대기로 사람을 저렇게 하다니....... 냉큼 작대기를 빼줘라!”
“저짓을 하여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야만인에게서 배운 것이냐?”
“예!”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지! 야만인들이 제동족 고문하는 짓을 보고 배워 그짓을 야만인에게 갚는게 아니라 제 동족에게 써먹다니 한심한 놈들! 야, 이 교화소 잡놈들아! 네 놈들을 오늘 저 죄수처럼 만들어주래?”
상도는 흥분하여 소리친다.
“네놈들이 그 알량한 교화원 벼슬을 한다고 벼슬아치의 권세를 사람에게 고통 주는데 써먹냐? 이 죽일 놈들아! 여기 이방 책임자를 잡아와라! 그리고 백 중두는 부하들을 데리고 가서 교화소장 놈을 잡아서 광장으로 끌고 오라! 간부놈들 모두를 잡아오라! 그리고 방마다 살펴서 고통 당하는 사람, 묶여 있는 사람은 모두 풀어주고 광장으로 데려오라!”
“예!”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도 내 명령을 따르라!”
“예!”
경비병과 백 중두의 부하들은 달려간다.
‘아니 세상에 이곳에 있는 교화원놈들은 사람이 아니구만......
못된 짓하는데는 머리가 트였구나......
작대기 하나로 사람을 뭐라..... 독수리를 만든다.......
사람을 두다리를 쭉뻗고 앉게 한후 머리와 허리를 그리고 팔을 두다리 사이와 나란히 놓고 다리 오금에다 작대기를 넣어서 작대기가 목뒤로 지나게 하고 다시 오금으로 작대기가 나오게 했으니......
사람이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죽일놈들......
무어? 독수리? 배운 놈이 무섭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구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야만인 짓 하는 것이나 배워서 야만인 짓을 하니 배운 놈이 더 무서울 수밖에.......’
상도는 광장 중앙에 서서 사방을 살피면서 정의당에서 들어오는 길인 동굴을 주시한다.
경비병들은 교화원들을 광장으로 끌어낸다. 경비병들과 교화원들은 실강이를 하며 옥신각신을 한다.
그리고 광장 우측에 십렬종대로 세우고 있다.
백 중두와 백 중두부하들은 고문당하며 옥살이 하고 있는 죄수를 끌어내 광장 좌측에 십렬 종대로 세우고 있다.
짧은 시간에 죄수들과 교화원들은 교화소 광장에 집합했다.
상도는 죄수들 앞에 섰다.
그는 죄수들 중간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그는 죄수가 200여명쯤 되겠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나를 바라보시오!”
상도의 말따라 죄수들은 교화원들을 등지고 섰다.
“앉으시오! 각자 편한대로 앉으시오.”
“............”
죄수들은 말없이 땅바닥에 철부덕이 앉는다.
“고생들이 많습니다! 나는 이나라를 개혁하려고 하는 사람이요! 그래서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나는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지못하고 사는 세상을 사람이 사람 대접을 하고 대접 받는 세상으로 바꾸고자 하여 여기에 내발로 찾아온 사람이요! 그러니 안심하시고 기탄없이 개혁할 바를 제언해주길 바라겠소!”
죄수들은 상도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껌벅거리기만 하고 아무 대답을 안한다. 상도는 자신의 말을 신용하지 않는 죄수들의 입장을 헤아려 본다.
‘감옥 생활을 하면서 교화원들에게 밉보여 온갖 고생을 당하고 있는데 괜히 말 한마디 잘못하였다간 죽어 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들 하겠지.......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자기들 속사정을 털어놓지를 않겠지......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믿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은......’
그는 백 중두를 부른다.
그리고 죄수들에게 설명해 줄 것을 명령한다.
백청일 중두는 죄수들을 향해 섰다.
“여러분! 여러분에게 지금 기탄없이 개혁할 것을 말이요, 그러니까 개혁이라면 말이요, 여기에서 고처야 할 일들 말하는 것이요!
여러분 가운데 손발이 뒤로 묶여서 돼지처럼 입으로 밥을 먹는 고생을 한 분이나 그리고 독방에서 서서만 있는 고생을 하던 분을 보시고 우리 영웅님이 구해주심을 받으신 분은 아실겁니다!
온갖 못된 짓거리를 교화원들이 저지르고 있는 만행을 말이요!
고쳐 달라고 고쳐야 된다고 이야기 해달라 그말입니다!
나라 장래를 위해서 영웅님이 뜯어고치시려고 여러분에게 부탁을 하신 것입니다!”
죄수들은 서로 귓속말로 묻는다. 죄수들은 말을 하면서도 눈은 상도와 백 중두에게 고정시키고 쳐다본다.
그중 몇사람은 고개를 돌려 의혹의 눈초리로 건너편에서 등을 지고 서서 있는 교화원들을 쳐다본다.
“나는 말이오! 정의당원이며 백청일 중두이오! 상부의 명령을 받고 저기 저 동굴밖 숲속에서 궁수 오십명을 거느리고 매복해 있다가 영웅님이 나타나면 활을 쏘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던 사람이지요! 그 명령대로 숨어있다 영웅에게 일제히 활을 쏘았지요! 그런데 화살은 영웅님을 어쩌지 못했소! 그래서 다시 일제히 살을 쏘았지만 실패를 했소!”
“야~ 그런 일이~ ”
죄수들은 탄성을 발한다.
“그런데 말이요! 우리가 첫 번째 집중사격을 했을 때 영웅님이 뭐라고 하셨냐고 하면 다시 살을 쏘면 화살을 돌려준다고 하셨소......!”
죄수들은 일제히 상도를 의아스럽다고 쳐다본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가 쏜 살에 맞아서 몇 사람이 죽었어요!”
“그게 정말이가....?”
“우째 그런 일이......”
죄수들은 한마디씩 한다.
“우리의 영웅님은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주셨소! 그리고 우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셨소! 왜 이곳에 오셨냐 하면 이곳에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람을 봐야만 우리나라를 개혁할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말씀하고 오셨소!”
“아~ ~아~~ 아~ 그러셨군요!”
죄수들은 탄성을 발한다. 죄수들의 눈은 고마움을 느끼는 물이 솟기 시작한다.
“여러분 놀라지 마시오! 영웅님은 여러분을 이 감옥에 보내서 고생을 시킨 그 악명 높은 고자관들 말이요! 그 고자청에 있는 고자관들을 모두 쓸어 엎고 이곳에 오신 것이오!”
“고자청을......”
“고자청에 있는 고자관들을.....”
“고맙소이다! 영웅님! 하늘이 우리의 한을 풀어 주시다니......
권세에 빌붙어 죄를 생사람에게 씌워 죽이던 그놈들을 벌하셨구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웅님! 천필주지를 하셨습니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하던 놈들! 고자관 놈들을 벌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죄수들은 땅바닥에 엎드리며 감사를 표한다.
“이제 영웅님의 뜻을 확실히 알겠소이다! 우리는 영웅님이 아시고자 하시는 형편을 자세히 건의를 드리겠습니다!”
“좋소! 기탄없이 말하시오!”
죄수복은 입었으나 사람 됨됨이가 속되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일어섰다.
“나는 ........!”
“저~ 서서 말하기 힘들고 뭣하시면 앉아서 말씀하시오!”
“감사합니다! 중두님! 저는 정의당이 정치를 하기 전에 훈장 노릇을 하였던 사람이외다. 그리고 농사를 그런대로 많이 짓고 소도 양도 많이 기르면서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젊은이 두사람이 찾아왔어요! 갑옷을 입고 칼을 찬 사람들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번에 전노물이 썩은 왕을 몰아내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전노물에게 협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백성된 자가 왕에게 복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런 말씀을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셔서 송구합니다. 했습지요!
송구하다는 말을 들은 그들은 말하기를 송구한 것을 알았으면 송구하지 않도록 하면 될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래 내말이 송구하지않게 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 했더니 그들이 하는 말이 뻔히 알면서 왜 묻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말을 듣고 제가 그들에게 말하길 확실하게 알려 달라고 하니까 그들 말이 논과 밭을 떼어서 전노물 신왕에게 바칠 것이며 양떼 소떼의 절반을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말이 땅은 삼분의 일을 바치고 짐승은 절반을 바치겠다고 하니까 알았다고 하면서 갔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양떼와 소떼 절반을 가져가고 땅문서도 삼분의 하나를 가져갔습니다.
그런 후 몇 달이 지나자 다른 두 사람이 왔습니다. 그들은 선비의 옷차림이었습니다. 말인즉슨 전노물왕이 정의당을 만들려고 하는데 협조금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찜찜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하는 말이 협조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서 조금은 협조하지만 많이는 못한다고 했지요. 왜 많이 협조를 못하느냐고 하기에 지난번에 재산의 절반을 헌납해서 그렇다고 하니까 그들이 하는 말이 우리도 갑옷을 입고 왔으면 아무소리 않고 재산 절반을 상납 했겠지 하기에 선비님들 그러지들 마십시요! 내가 짐승 삼분 일을 드리고 땅 삼분 일을 드리겠습니다 했지요! 그들의 말이 지난번에 땅을 삼분의 일만 드렸으니 이번에는 땅은 절반을 내고 짐승도 절반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재미가 적게되지않는다고 하기에 그들의 요구대로 헌납을 했고 그들은 그즉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반년이 채 안된 어느날 두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포사관들이었습니다! 그들 말이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 절반을 정의당 운영자금으로 헌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전노물왕이 나라돈으로 후원을 해준다 그러니 전노물왕을 도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짐승 남은 것을 모두 헌납 하겠다고 했지요!
그러니까 땅도 모두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제가 생각다 못해 나와 내가족이 먹고살 농사거리만 남기고 짐승은 논밭을 경작할 암소 한마리만 남기고 모두 정의당에 헌납하겠습니다! 했지요!
그러니까 그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갔지요!
논은 열마지기 밭은 오백평만 남기고 모두 가져갔어요!
그런데 일년이 지난 어느날 두사람이 왔어요! 고자관이라고 신분을 밝혔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은 숨겨논 재산을 헌납하라 그렇지 않으면 청송교화소에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내가 말하길 나의 재산 다 가져가고 이제는 청송교화소에 가라니 이게 무슨 경우요? 했더니 나를 이곳 하늘만 보이는 이곳 교화소에 넣어 놓고 오늘까지 괴롭히는 그들입니다!
나는 이곳이 청송인지 백송인지는 관심이 없고 이런 망할 전노물왕을 몰아내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려온 사람이외다!
내 목숨이 모질게도 붙어 있는 것은 전노물이 망하는 날을 이 눈으로 보기 위해 와신상담하며 살려고 힘써서 오늘이 있는 인생이올시다!”
“잘 들었소! 고생한 걸 뭐라 위로를 해야 할지 어이가 없구려! 또 전노물왕의 학정에 시달린 분 말씀하시오!”
백 중두는 말을 하며 측은한 눈으로 죄수들을 내려다본다.
“저는 고자관들에게 당한 사람이외다. 사실 고자관에게 당했지만 그 배후에는 전노물이 있다고 인정을 안할 수가 없는 것이지라! 그랑께 나는 말이라요! 수원에서 식초 장사를 해먹고 살았든 사람이지라!
그런데 하루는 한 사람이 찾아 왔지라! 그 사람은 옷에서 약냄새가 풍겨나는 사람이었지라! 그렇다고 의사도 아니고 약사도 아니었지라!
그런데 그 사람이 내가 파는 식초 한병을 가져가면서 하는 말이......
노골적으로..... 전노물의 통치자금을 내라고 하걸래 돈 있는 것 절반을 주머니를 뒤져서 말이라...... 주니께..... 얼굴을 찡그리대요! 잉!
그래 나가 말했지요잉! 나가 주머니 돈을 몽땅 꺼내서 보는데서 꺼내서 절반을 딱 떼어줬는디 와그란디요 잉! 참말로 그러면 나가 섭섭한디요잉! 했지라!
그랑께 얼굴을 말이라! 우거지상을 쓰데요! 그러면서 내 주머니를 쳐다보더라구요!잉!
그래 나가.... 나도 먹고 살아야지라...... 몽땅 줘뿌리면 나는 뭘먹고 산댜요! 하니께...... 손바닥을 펴들고 어서 다 내노라는 것이지라.....
그래 거기서 절반을 뚝 떼어주니께 받고서는 하는 말이 삼양갑부 그라면 못써....... 나가 그대로 전노물왕에게 일러바친다고.... 어뗘?
하걸래..... 나가 한번 봐 주셔. 높은 자리 있을 때 봐주더라고 잉! 했지라!
그랑께 성을 내며 후다닥 가버렸당께. 더 돈을 줄 여가도 없이 말여.
그라고 며칠이 지났는데 말여. 고자청에서 말이라 소환장이 와 뿌려서 아니 갈 재주가 없어서 나가 갔지라........
그랑께 고자관놈들이 나가 만든 식초를 만든게 못먹는 빙초산으로 만들어서 팔아 처먹은 놈이라고 하면서 청송교화소 맛을 봐야 할 놈이라고 떠들었지라!
대자보198457일보에 크게내서 장사도 안되게 하고 죽지도 못하는 이런 감옥에 보냈지라!
여보시쇼 여러 죄수 동지여러분! 중두님! 그리고 대인님! 내말을 들어보시쇼! 세상에 빙초산에다 물을 타서 놓으면 그게 식초인디 글쎄 그렇게 무식한 소리를 하는 것들이 국법을 운영하고 집행한다니 나가 기가차서 방귀가 도망갔당께......”
“하하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허허!”
사람들은 너털웃음, 비웃음, 통한의 웃음등으로 교화소를 들썩거리게 한다.
“그 고자관 불상놈이 부처가 되고 싶어 불상짓 했고만이라!”
“그 잡을 놈들이 돈빼그러가고 감옥에 보내다니...... 고자관놈들 말여 다 잡아다가 여기서 독수리 맹그러뿌리시쇼잉!”
“우째 그런 일이.... 날벼락이 어데가고 고자관이 설치는가! 오호라 통재여.....우리 문동이가 엉덩이에 뿔난 고자들을 깨끗이 청소하십시더!”
“더 들어볼끼 없능기라 마! 팍 조져서 새세상을 만드십시더!”
“우리가 잘못돼 봤자 죽기밖에 더 하겠십니껴? 하루를 살아도 예! 다리를 쭉피고 살아야제 이렇게는 더 이상 몬산다 말잉기라예!”
“그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싸서 나가 장사가 부도가 나뿌렸지라!
그런 망할놈의 고자관들 다 없애뿌리시쇼 잉!”
“그 망할놈의 고자관 내동 처먹다가 빈덕이 나서 그런갑소!”
“원래 고자관이란게 시키는대로밖에 못하는 괴뢰이지비! 밑에서 올렸다 내렸다 하는대로 주척거리는 짚나래비가 고자관이메! 없는죄를 만들어 씌우는 한심한 놈들이라 그것들의 자식들이 볼게 없지비!
판관이라는 놈들도 고자관 말만 듣고 고자관에게 뇌물 먹은 거이 들통이 날까봐서리 고자관 말대루 판결이를 하고서리......
뇌물주는 놈의 뇌물이로 소고기를 사서리......
그러니까니 소고기에 붙어있는 기름과 소고기로 목구멍의 때를 벗기고 서리.......먹는 식초를 못먹는 식초라고 판결하여 감옥에 보내는 것들이라요!
세상만물이 약육강식인걸 모르시요?
그러니까 강자가 되어야 한이라는 것들이 도망을 가는 것이라오!
우리 모두 이를 갈아마시고 강자 되기로 하십시다!
강자가 돼야 쥐약도 보약이라는 인증을 고자관들에게 받고 판관에게 받고 진짜루 식초라고 관일보에 크게 보도가 된다 그말이오......”
“와따 오랜만에 속시원한 소리 들어본다요!
칼자루만 찐짜루 쥐어보시셔! 그 공부..... 암기꽁부 많이한 그 고자관과 판관이 놈들을 부리는기 일두 아니랑께! 고자관과 판관이 지렁이처럼 흐물거린당께!
칼자루 잡은 사람의 얼굴 쳐다보고 알아서 기느라 뼈다구가 왕창 녹아 없어진다 그말이랑께!
상식적으루 보장께..... 주인이 뭐가 아쉬버서 일일이 암기를 하고 다니것소? 종놈이나 주인 따라 다니면서 치부를 하고 댕기는 거지라!
예로부터 공부 잘하는 놈은 부잣집에서 서사 노릇밖에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지라.......
우리나라가 연구해서 발전시키는 것이는 힘쓰지 않고 빨전한다는것이가 반란이만 잘하고 고문하는 것만 배워 못된 짓 계속하고......
진취적인 것이기를 연구해서 하는 사람을 보수가 아니라고 잡아죽이는 짓이를 잘하는 거지라......
불편한 것이기를 고칠 생각을 못하고 관행이다 하면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원인이 모든 분야가 암기위주가 되어 그렇지라!
우리가 사용하는 무공도 말이지라 암기만 하여 답습만 하는 자는 강자가 될 수 없당께.......
남도 암기를 해서 나와 똑같이 될거라구........
저기 계시는 영웅님도 무공을 연구를 계속하니께 기존의 강하다는 정의당 패거리들을 맥도 못추게 하시는거 그렇지라......
영웅님의 무공을 따라 할 수 없지요 잉! 설사 따라 한다 할지라도 영웅님을 절대로 따라 갈 수가 없지라......
끊임없이 연구해서 무공을 발전시켜 사용하니까 전노물 패거리가 덩치가 커 팔척장신이라도 갑옷을 입었어도 좋은 보검을 가지고 공격을 해도 아니 무더기로 덤벼도 맨손으로 있는 영웅님을 이기지를 못하는거라!”
“선생님은 존함이 어찌 되십니까?”
중두는 반가운 얼굴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에 좋아서 저절로 선생님으로 부르며 친근한 목소리로 존경심이 넘친 얼굴로 묻는다.
“나는 선생 호칭을 받을 사람이 못되고 다만 우리 나라가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골몰히 생각을 했었지라....
뇌물이란 것 하나를 놓고 볼 때 왜 우리나라 관리나 백성들이 뇌물을 주고 받는지를 연구를 하였당께.....
왜 그 자리에 올라가면 뇌물이를 먹어야 하는가를 연구를 하니께.......
백성이 왜 뇌물이를 주는가? 그 원인이 무엇인가?
뇌물을 주면 나라가 썩는 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지라......
뇌물이를 먹으면 감옥에 간다는 걸 암기를 하고 있다가 뇌물단지 큰 걸 마시라 주면 관리들이 깜빡 잊어버리는 거시지라.....
사오십대가 되면 술이를 먹으면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지라!
그러니까 뇌물먹는 관리가 대신들이 사오십 육십대가 많은게 그래서 그렇지라......
그리고 뇌물이를 잘먹는 사람을 보니께...... 특성이 말이요 잉!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먹는다는 말이 실감이 나고 있지라.....
돈이 많이 있는 사람이 뇌물이를 잘먹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뇌물이를 잘먹고......
벼슬이 높은 사람일수록 뇌물 먹는 양이 많은걸.......
이런 사람들은 암기를 잘해서 돈을 벌고 출세도 한 사람이지라.......
내 말이 틀리는지를 주위를 살펴보시라요 잉!
암기한게 빠져나갈 때는 사람의 양심이란 것이도 빼가지고 간다니께 그라네........
높은 사람이를 보랑께.....
그 답은 짐승짓이를 하는게 아니겄소잉!.......
우리나라 사람이는 즐겨하는 말이 과거 자랑이를 잘한당께.......
과거 자랑하는에 시간 보내는 사람은 말이라 현재 써먹을 것이 바닥이 났다 암기했던 것이 모두 바닥이 났다는 말이지라.....
사서삼경을 달달 암기한 자에게 벼슬을 줘서 고자관도 판관도 시키고 있지라.....
그냥 암기만 잘하려고 암기한 그것에 맞추기만 하면 잘하는 것으로 아주 양귀비(아편) 인 배듯이 인이 배여 있지라......
공부가 암기니께 생활도 암기..... 생소하고.......어려운 일이 생기면
벽에 부딪쳐서 졸지에 소경이 되어서 못본체 하고 방관하고......
일을 그릇쳐서 개인도 나라도 가정도 망치게 되는 우를 범하는 것이지라.....
그러니까 이것을 자각하고 어린아이들부터 치부책을 들고 다니는 교육을 하고 연구하는 습성을 길러줘야한당께.........”
“선생님의 말씀을 참고하여 나라의 기틀을 세우게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이 혁명에 참여하여 교육 개혁, 의식 개혁하는데 주도해 주시기를 바라마지않습니다.”
백 중두는 치하하는 말을 한다.
상도는 죄수들의 말을 듣고 이나라도 희망의 싹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을 도탄에서 건져 주어야겠다는 의지에 불을 붙이고 기름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죄수들 앞으로 걸어간다.
“고맙소이다! 불초를 믿고 기탄없이 죽음을 불사하고 용기있는 말씀들을 해주시니 참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말씀하신 일은 나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여러분이 동참해야만이 바로 잡을 수 있는 일입니다.
여러분 정치문제로 돈문제로 억울하게 감옥살이 하는 분은 석방토록하겠습니다!”
“짝짝짝짝짝짝!”
“와~ 야~ 영웅님 만세! 영웅님 만세!~”
“영웅님! 여기는 양심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다행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요! 저쪽에 갔다 오겠습니다!”
“야~ 하늘이 도왔어요!”
“짝짝짝짝짝!”
“다녀오십시오!”
“영차 영차 해방이다!”
졸지에 교화소는 벼락이 떨어진 장소가 되어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통곡소리, 고함치는 소리가 범벅이 되었다.
상도는 백 중두를 데리고 교화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땅바닥에 앉아 있는 교화원들을 빙 둘러본다.
“죄수들의 신상부를 가져오시오!”
상도는 교화소장을 향해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교화소장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부하에게 신상부를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여보쇼! 소장! 여기에서 복역하는 죄수들은 무슨 죄를 지은 사람들이요?”
“예! 여기는 정의당의 하는 일을 비판하는 죄를 범한 사람과 전노신왕 전하께 불손한 죄를 지은 사람들입니다.”
“전하에게 불손한 죄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것이오?”
“전노신왕 전하께서 대궐을 짓고 보수하는데 돈을 헌납 안한 사람들과 전하께서 통치자금으로 헌납하라는데 인색했던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전노신왕 때가 전에 있던 군주 때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고 투덜댄 사람들입니다.”
“그래요! 내 아까 독방에서 고생하는 사람의 죄를 물으니까 파렴치범이라고 하던 것 같았는데......”
“교화원들이 모르고 그렇게 말씀 드린 것입니다.”
“그래요! 죄수 신상부를 보면 알겠구만!”
“이것 보시오! 소장! 그런데 죄수들을 독방에 가두어 독수리 만들고 손발을 뒤로 묶어서 매달아 놓고 입으로만 밥을 핥아먹게 만들어 놓는 것은 왜 그렇게 하는 것이요?”
“그건 죄수들을 말잘듣게 만들려고 그런 것입니다.”
“법에 그렇게 해서 고생을 시키라고 명문화 되어있는게요?”
“그건 법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불법행위를 저질러 사람을 못살게 굴었다는 것 아니요?”
“죄송합니다!”
“죄수들을 괴롭히라고 상부에서 지시해서 그렇게 감옥 속에서 다시 감옥살이를 시킨 것이요?”
“그것은.....”
“그것이 뭐요?”
“교화원들의 자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교화원들이 죄수들에게 교화원이 얼마나 무서운 벼슬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사람을 괴롭혔다 그말이요?”
“그런면도 있다고 볼 수 있고 사람들은 죄를 미워하는게 아니라 죄인을 미워서 그러는 것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죄수를 괴롭힌 것은 상관의 명령따라 그랬다는 교화원도 있던데.....”
“........”
“소장! 이런곳에 근무하는 사람은 감옥살이 할 일이 없고 누가 시비할 사람이 없으니까 기분 내키는대로 산다 그말들이오!”
“그렇기야.....”
“죄짓고 들어오는 놈만 없으면 편안히 골치아픈 일 없이 지낼텐데 네놈들 때문에 감옥 지키기가 힘들다 그러니 행패를 부리는 거구먼!”
“........”
“중두! 여기 교화소장을 독수리로 만들어 줘라!”
“예!”
중두는 교화소장에게 명령한다.
“땅에 앉아!”
교화 소장은 땅에 털부덕 소리가 나게 앉는다.
“머리를 가랑이 사이로 넣어!”
교화소장은 낑낑대며 상체를 다리와 나란히 놓으려한다. 그러나 그의 몸은 중년이라 허리가 꾸부러지질 않는다.
상도는 낑낑대는 교화소장을 한참동안 지켜본다.
“중두!”
“예!”
“독수리가 만들어지질 않으면 등뒤로 팔다리를 묶어!”
“예!”
백 중두는 교화소장을 등뒤로 손과 발을 하나로 묶는다.
상도는 싸늘한 얼굴로 묶이는 교화소장을 바라보며 정의당의 궁노수들을 바라본다.
“궁노수!”
“예!”
궁노수들을 일제히 크게 대답한다.
“교화소의 간부들을 따로 세워!”
“예!”
교화소 간부들은 삼십여명이 일렬로 늘어섰다.
“궁노수!”
“예!”
“교화소 간부들을 교화소장처럼 묶어!”
“예!”
궁노수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교화소 간부들을 등뒤로 손과 발을 묶는다. 상도는 간부들을 노려본다. 그리고 교화원들을 싸늘하게 처다본다.
“장상일 대두!”
“예!”
“몸은 어떤가?”
“괜찮습니다!”
“그래! 경비병들에게 교화원들을 교화소장처럼 묶으라 하게!”
“네!”
“경비병들은 교화원들에게 일제히 달려들어 묶는다.
교화원들은 배를 땅에 대고 끙끙거린다.
활처럼 뒤집어진 몸뚱이를 버둥거리기도 한다.
상도는 죄수들의 신상부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교화소장의 말이 맞는 것 같군!”
그는 중얼거리며 신상부를 천천히 넘긴다.
‘오늘 밤은 이곳에서 자야겠지......궁노수들도 경비병들도.......
나는 여기에서 일이 끝났으니 경비병들은 이곳에 두고 백 중두만 데리고 정의당에 가서 일을 보면 되겠지만.......
가만 있자! 그러면 경비병들도 궁노수들도 불안해 하겠지?
죄수들만 여기에 두고 교화원들을 감시하고 때가 되면 밥을 주라고 하고서 가면 되겠군......’
생각을 굳힌 상도는 죄수들 쪽으로 걸어간다.
상도는 죄수들 앞에 섰다.
“여러분 나는 급히 일을 보러 갑니다. 저기에 있는 교화원들을 감시하시오! 여러분을 괴롭힌 값을 받게 하겠소!
저들을 감옥에 넣고서 밥을 주든지 아니면 악을 선으로 갚아서 석방을 하든지 맘대로 하시오! 그러나 석방을 해주려면 삼일 후에 하시오! 저놈들이 스스로 죄과를 반성하게 하여야 합니다! 내가 삼일 후에 사람을 보내 보겠소! 그러면 이만 가겠소!”
상도의 말이 끝나 갈 무렵 중간에서 한 사람이 일어섰다.
“영웅님! 우리의 원수를 갚아주시고 우리를 해방시켜주시니 감사합니다! 걱정마시고 개혁을 하십시오!”
“만세!”
“우리 영웅님 만세!”
죄수들의 만세 소리가 교화소를 쪼개지게 들썩인다.
“양심수 여러분! 삼일 후에 사람을 보낼테니 그때 포사청으로 오시오! 그러면 여러분 가운데 선발하여 개혁 임무를 부여하리다.”
“감사합니다! 영웅님!”
“그럼 다음에 만나십시다!”
“영웅님 옥체를 보중하십시오!”
“성공 하십시오!”
“옥체를 보중하십시오!”
“우리가 나가면 정문을 닫아 걸고 잘지키시오!”
“걱정마십시오!”
“그럼 이만.....”
상도는 양심수들을 뒤로 하고 백 중두에게 다가간다.
“백 중두! 이제 우리는 정의당으로 가세나!”
“저만 따라 갑니까?”
“중두의 부하들과 교화소 경비병들을 모두 데리고 갈 생각이네!”
“나는 저 동굴로 가려고 하는데 자네들도 따라올 수 있겠는가?”
“동굴로 가시면 저 혼자나 겨우 영웅님을 모실 수 있을까 부하들은 어렵습니다!”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한다......급히 가야 될텐데.......”
“정의당에서 영웅님이 이곳으로 오신 줄 알고 있어서 교화소 정문 앞을 지키고 동굴을 지키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러면 나 혼자 갈테니 교화소 경비대와 자네들은 여기서 경비를 하고 있게나!”
“그래두 저희들이 영웅님을 모셔야지요!”
“자네들이 나와 같이 가면 위험할텐데.....”
“저희들이 영웅님께 짐이 되는 줄 알지만 남들이 볼 때에, 그리고 정의당 졸개들이 볼 때에 영웅님의 부하들이 있어야......
그래두 덜 까불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정문으로 나가야겠지.....”
“예!”
“그러면 여기 경비병을 부르게!”
“예!”
잠시후 경비병을 상도 앞에 데려왔다.
“너는 교화소 정문 앞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대로 설명을 하라!”
“넷!”
“교화소 앞길은 험합니다! 외부에서 교화소를 들어오려면 어렵고 나가기는 쉽습니다!”
“여기서 나가려면 쉽게 나갈 수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군사가 매복하고 있을 장소는 많으냐?”
“십리 정도가 내려 가는 길이며 그 다음은 평지와 야산이 있습니다!”
“알았다 가봐라!”
상도는 경비병을 돌려보내고 백 중두에게 명한다.
“경비대 장 대두를 부르게나!”
“예!”
잠시 후 절룩거리고 있는 경비대장 장 대두를 데리고 왔다.
“자네 상처가 아까보다 심한 것 같군!”
“아닙니다!”
“자네는 자네 부하들을 데리고 여기서 기다리게! 나는 정의당에 가서 일을 처리해야겠네!”
“영웅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자네 다리 상처가 심해서 사양하겠네!”
“아닙니다! 제가 선봉으로 정의당을 치러 가겠습니다! 저를 꼭 데리고 가 주십시오!”
“그럼 자네 부하들을 데리고 앞장서게! 내가 뒤 따라 가겠네!”
“영광입니다!”
대두는 허리를 깊숙히 숙이고 상도 앞을 떠나 교화소 정문으로 걸어간다. 그는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정문을 활짝 열어라!”
경비병들은 정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경비병들은 다음 명령을 기다리기 위해 정문 앞에 도열해 섰다. 정의당 궁노수들도 우측에 도열해 섰다.
상도는 경비병들에게 다가가 중간에 서서 그들을 빙 둘러본다.
“여러분! 나는 이 나라를 개혁하려고 혁명을 하려고 합니다!
현재 왕의 자리에 있는 전노물을 몰아내려고 합니다!
내가 전노물을 몰아내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되고 승패여부는 싸워봐야 압니다!
그리고 왕을 몰아내는 일은 반란을 하는 것이지요!
승자가 되지 못하면 역적으로 멸문지화를 당하고 맙니다!
그러니 여기 있는 경비병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생업에 종사하기 바라오! 속히 돌아가시오!
나는 여러분이 돌아가라고 교화소 정문을 열어놓은 것이오!”
경비병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경비대장은 상도가 부하들에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자 몹시 당혹스러워한다.
“내 부하들아! 나는 방금 너희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신 영웅님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는데 동참하여 혁명군으로 싸울 것을 다짐하였다. 나를 따를 자들은 여기에 남고 두려운 자들은 속히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
경비대 장 대두는 큰소리로 말한다.
경비병들은 슬금슬금 정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경비병들은 말을 주고 받으며 계속 밖으로 걸어간다.
경비대두는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허탈에 빠진 얼굴을 하고 섰다.
‘내 밑에서 근무한 자들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나와 동고동락을 한다고 함께 죽을 것처럼 말하던 소두도 떠나가버리는군.....
나를 장군님, 대두님, 대장님 하며 충성을 다짐한 자들이 여러명인데.....이럴수가.....’
상도는 교화소를 떠나가는 경비대원들을 표정없는 얼굴로 지켜보고 섰다.
‘그렇지..... 저렇게 돌아가는게 정상이지.......오히려 잘된 일이야!
개혁을 하려면 저렇게 용기가 없는 사람들과는 혁명을 할 수 없는 일이지.....내가 움직이기가 쉽게 됐어!........’
“정의당 궁노수들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
상도는 정의당원들을 바라보며 크게 말한다.
궁노수들은 대답없이 그대로 섰다.
“내가 하는 일에 너희들이 목숨을 걸 필요가 없다. 목숨은 중요한 것이다. 어서 여기를 떠나라!”
상도는 재촉하여 말한다.
궁노수들도 웅성거린다. 앞줄 우측에 서 있던 병사가 상도를 빤히 올려다본다. 그리고 크게 말한다.
“아닙니다! 저희들은 영웅님께 재생지은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우리 나라를 위해 영웅님이 거사를 하시는데 미력하나마 영웅님의 심부름이라도 해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의 의견입니다!”
“저희들은 영웅님과 생사고락을 같이 할 것을 다시 맹세합니다!”
“자네들의 목숨이 살고 죽는 문제일세.”
“걱정마십시오!”
“경비병들이 다 돌아간 것을 보고도 고집하겠는가?”
“영웅님은 저희들을 의심하여 돌아가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저희들은 영웅님과 생사를 같이하기로 이미 중두님과 맹세를 하였습니다!”
“그래?”
“저희들은 영웅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러면 너희들은 여기서 이 정문을 지키고 있어라!”
“아닙니다! 저희들은 영웅님을 모시고 정의당뿐 아니라 그 어느 곳에도 가겠습니다!”
“내 말을 들어보라! 내가 저 동굴로하여 정의당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므로 너희들과 함께 가기가 어려워서 하는 말이다.”
“저희들은 영웅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굴속으로 말이냐?”
“예!”
“나를 힘들게 하려고 그러느냐?”
“저희들은 저희들끼리 영웅님을 따라 가겠습니다.”
“그러면 길고 굵은 밧줄을 구해라! 그러면 내가 너희들이 나를 따라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니라! 그리고 정문을 닫아 걸라!”
“예!”
그들은 대답을 하고 대문을 닫고는 밧줄을 찾으러 사방으로 신속히 흩어져간다.
그들은 오랏줄을 한아름씩 가지고 동굴로 올라가는 쇠사다리 앞 마당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오랏줄을 가지고 새끼를 꼬아 동아줄을 부지런히 만든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장 되는 동아줄 두 개를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동아줄로 줄 사다리를 만들었다. 그들은 상도의 지시따라 오라줄을 길게 잇는다. 그리고 오랏줄로 줄사다리 끝을 묶었다.
상도는 오랏줄을 왼손에 잡고 동아줄 사다리를 안아다 쇠줄 사다리 밑에 놓는다. 그리고 쇠줄 사다리를 올려다 본다.
그는 제자리에서 뛰어오른다.
그는 다섯길 높이에 있는 쇠줄 사다리에 오른발을 사뿐하게 디디고 섰다. 그리고 한길 이상되는 칸막이 수십개를 한 순간에 후다닥 발이 안보이게 올라간다. 그리고 쇠줄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섰다.
“와 ~ 와 ~ 와 ~저럴수가.......”
궁노수들은 탄성을 지른다. 교화소 광장에서 바라보고 섰던 죄수들도 탄성을 지른다. 교화소는 다시 탄성으로 으르렁거리며 사람들의 혼을 잡아 빼려고 덤벼든다.
그리고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한다.
경비대 대두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못한다.
‘저런분이 나에게 손을 쓰지 않은 것은 나를 떠보기 위해서 그랬군......
저정도의 무공이면 아무도......아니.....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시지...... 오늘 내가 하늘이 푸르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군......’
상도는 줄사다리를 쇠줄 사다리 매단 쇠말뚝에 붙들어 맨다.
그리고 손짓을 하며 말한다.
“어서 올라오라! 올라올 때 열칸이상 간격을 띄우라!”
“예!”
궁노수들은 줄사다리에 매달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잠시후 그들은 모두 절벽을 올라갔다. 그리고 상도를 따라 동굴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의당 정문앞에 우뚝 서 있는 상도
그의 눈에는 대문만 보이고 딴 것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갑옷을 입고 장검과 장창을 들고 정의당대문과 담벼락을 지키고 있는 기천명 갑사들의 위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 눈동자다.
오십명의 궁노수는 상도를 이십여보의 거리를 두고 호위하고 있다.
갑사들은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자기들을 바라보고 섰는 수십명의 병사들을 상관에게 보고하느라 두명의 갑사가 달려 대문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두명의 갑사는 노란 천을 목에 두른 장수와 함께 대문에 나와 섰다. 장수는 상도를 내려다 본다.
그는 별볼일이 없어 보이는 상도의 보통체구를 보고 그리고 지개작대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경멸한다.
“야, 이놈들아!”
“네!”
“아니 저런 조무라기가 왔다고 보고하는 네놈들은 뭣하는 놈들이냐?”
“저, 개미 한마리도 얼씬대면 보고하라고 하셨기에......”
“넋빠진놈! 내가 누구냐?”
“네! 정의당 남문 수문장이십니다.”
“네 놈은 뭣하는 놈이냐?”
“남문 수문장 부장입니다.”
“그걸 아는 놈이 애숭이가 나타났다고 소란을 피워 이놈아!”
“죄송합니다!”
“네가 저놈들을 잡아들이면 될 것을......”
“사안이 중대한 판이라서......”
“듣기 싫다 이놈아! 우리가 고자청의 고자관놈들마냥 무기력하단 말이냐?”
“수문장님! 용서하십시오! 그놈은 청송교화소에 들어가서 교화원들을 요절을 냈다고 합니다!”
“그 교화원 쓰레기들이야 우물안의 개구리도 못되는 놈들이니까 그렇지......”
“그리고 그놈이 개혁을 한다고 당당히 외쳤답니다.”
“야 이놈아! 그 청송 교화소는 우물처럼 생긴 곳이지 않느냐?”
“그렇습지요! 장군님!”
“거기에 샘물이 펑펑 솟기라도 한다던......”
“그렇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군님!”
“물이 솟아서 물이 가득 찼으면 그 곳이 우물이 될게 아니냐?”
“그렇습지요!”
“그러니까 우물안의 개구리 노릇도 아무나 되는게 아냐 이놈아!”
“네~ 그렇지만.....”
“그렇지만이 뭐야 이놈아~ 거기서 경비하는 책임자가 누구냐?”
“이름은 몰라도 전노신왕이 신임하는 대두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냐?”
“장군님이십니다!”
“대두가 높냐? 장군이 높냐?”
“그거야 장군님이 높습지요.”
“그걸 아는 놈이 감히 누구와 비교를 하냐?”
“그게 아닙니다! 정의당을 까부순다는 놈은 아무래도 대단한 놈인 것 같습니다.”
“이놈이 군사들의 사기를 떨어지게 하는 놈이야! 네이놈! 군율로 다스리리라! 여봐라!”
“예!”
“장군님! 적을 가벼이 보시면 큰일 납니다!”
“이놈을 끌어내 목을 쳐라!”
“장군님!......”
“장군을 우습게 취급한 저 놈을 당장 목을 베어 대문에 걸어라!”
부장은 질질 끌려나가고 있다. 상도는 수문장과 부장의 대화를 다 듣고는 쓰게 웃는다.
“대문을 활짝 열어라!”
상도는 천둥치는 소리로 외친다.
대문과 지붕이 부르르 떤다. 지붕 위에 있는 기와가 우르르 소리를 내며 여러장이 추녀 밑으로 떨어진다. 기와는 박살이나 버린다. 대문 지붕에서는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는다.
기천명의 갑사들은 깜짝 놀라 마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하나같이 놀란 눈이 되어 버린다.
수문장은 대문 지붕이 무너져내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눈으로 천정을 올려다본다.
“수문장놈아! 대문을 활짝 열어라!”
상도는 보통 큰소리로 수문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니! 저놈이!.....”
수문장은 상도가 작대기를 흔들며 말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상도가 소리쳐 말했다는 것을 알고 얼떨떨하여 반사적으로 말한다.
“이제 내말을 알아 들었느냐? 어서 대문을 열고 전노물을 끌어내라!”
“이런...... 저놈의 아가리를 찢어놔라!”
갑사들은 수문장의 명령에 옴짝 달싹을 않는다.
“저놈을 쳐라!”
“갑사들은 상도가 서서 있는 한길을 메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도를 향해 떠밀려서 뭉기적거리며 다가간다.
“어서 저놈을 쳐죽여라!”
수문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상도에게 등이 떠밀려 다가서는 갑사들은 칼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놈 수문장아! 네놈은 전노물의 주구 노릇을 하며 백성을 몹시 괴롭혔다는 것을 내가 아느니라! 네놈이 백성들을 대문에다 못을 박은 놈이 아니더냐? 내가 다 아느니라! 심은대로 갚아주마! 네놈을 이 작대기로 대문에 박아주마!”
“어서 저놈을 죽여라!”
“간다!”
상도는 크게 외치고 들고 있던 작대기를 앞으로 밀어낸다.
작대기는 살보다 빠르게 포물선을 그리며 수문장의 가슴을 향해 지쳐든다.
“아악!”
수문장은 작대기에 밀려서 대문 가까이 뒷걸음친다. 수문장은 대문에 쿵소리가 나게 부딪친다. 그리고 작대기는 수문장의 왼쪽 어깨 갑옷을 뚫고는 그를 들어서 대문 꼭대기에 박아 버린다.
군사들은 수문장의 비명소리에 넋이 뽑히게 놀란다.
갑사들은 졸지에 어이없는 얼굴이 된다.
“아니....!”
갑사들은 두길 이상 높이에 자기들의 대장이 작대기에 꿰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일제히 소리치고 입을 벌리고 있다.
“전노물의 주구들아! 무릎을 꿇지 못하겠느냐?”
상도는 크게 외친다.
갑옷 입은 갑사들은 맥없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어 버린다.
“부장은 이리 오라!”
부장은 상도의 명령에 뛰어와 상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영웅님을 마중하지 못한 죄를 용서하소서!”
“좋다! 이제 나와 함께 개혁을 해 보자!”
“감격하옵니다! 견마처럼 영웅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러면 나를 안내하여 전노물을 만나게 하라!”
“예! 저를 따르시지요!”
“좋다! 앞장서라!”
상도는 오른 손을 들어 까딱한다. 그러자 중두와 대두 그리고 궁노수들이 상도를 호위하여 정의당 큰대문을 당당하게 들어간다.
대궐마당은 잔디밭으로 만들어졌다.
잔디밭은 200평은 되어 보인다.
잔디밭 끝 현관 앞에는 빨간옷에 누런 물감 칠한 옷을 입은 중년인이 안락의자를 내다 놓고 거드름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의 좌우에는 대도를 들고 갑사 백여명이 호위하고 있다.
‘그런데 잔디가 가물타고 있는게 이상하군! 이건 잔디 아래가 함정이구나!’
상도는 낌새를 알아차린다.
“영웅님! 저기 현관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사람이 전노물왕입니다. 그리고 가사를 입고 있는 자들은 아주 무공이 높은 고수들이며 설산속에서 온 승려도 있습니다!”
“알았다. 자네는 백 중두와 함께 대궐 밖으로 신속히 철수하라!”
“중두!”
“넷!”
“부하들을 신속하게 대궐 문밖으로 후퇴시키게!”
“네?”
“자네와 부하들을 신속히 철수하라! 시간이 없다.”
상도는 중두만 알아듣게 호령한다.
“넷! 영웅님!”
“장 대두도 대문 밖으로 철수하라!”
“예!”
상도는 대궐 안을 구경하러 온 것처럼 유유자적하게 걸어간다.
중두와 대두는 대궐 문밖으로 부하들을 데리고 신속하게 철수를 한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하는 태세로 갑사들의 동태를 살핀다.
상도는 천천히 걸어 현관 앞에서 삼십여보의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춘다.
“나는 상도라는 사람이니라! 전노물은 어서 나와 천벌을 받아라!”
현관문과 창문이 상도의 외치는 소리에 드르륵소리를 내며 떤다.
기왓장도 몇 개 땅에 떨어저 박살이 난다.
호위갑사들도 몸통을 부르르 떤다.
전노물 왕은 드르륵 떨고 있는 의자를 두손으로 꼭 붙든다.
“저저... 저.... 놈... 을... 잡아... 라!”
전노물왕은 졸지에 입이 메말랐다. 그는 급하게 말을 하느라 말이 분명치가 못하다. 침을 꺼내서 입안에 바르느라 안깐힘을 쓴다.
전노물은 타는 목이 어떤 것인지 생전 처음 겪고 있다.
“저저....”
전노물은 오른손 가락으로 상도를 가리키기만 할 뿐 말을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다.
상도는 겁에 질려 어쩔줄을 모르는 전노물에게서 어이없는 눈을 하고서 고양이 만난 쥐꼴을 보고있다.
‘저런 겁쟁이가 반란을 일으켰다니......원..... 쯔쯔.......
원래가 쥐같은 인생은 남을 생각을 못하는 것인데.....
쥐새끼는 괜히 물건을 쏠아서 물건을 못쓰게 하는 짓을 잘하지.....
제 이빨을 너무 자라게 두면 제가 죽는다고......
본질상 물건을 깨물고 물어 뜯어서 구멍나게 하는 것이지......
그러니 만나는 사람마다 돈을 뜯겼다고, 억울하게 당했다고, 망했다고 아우성이지.....
세상에 왕 노릇할 놈이 없어서 저런 겁쟁이 쥐를 왕으로 떠받들고 있다니......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놈을 왕이라고 앉혀두니.......
한다는게 돈먹는데만 용감하고 돈먹는 짓에만 겁이 없는거지.
쯔쯔..... 저런 것을 왕이라고 세워 놓고는 정치를 잘못한다, 이제 그만 뇌물 처먹으라고 중얼거리는 꼴이라니.....
그러구서.....쯔쯔를 하고 탄식을 하는 꼴이라니......
참으로 가난한 나라구나......’
전노물의 곁에 있는 자가 현관으로 급히 뛰어들어간다.
“네놈이 누군데 소란을 피우는거냐?”
전노물왕의 우측에 있는 장수가 겁먹은 소리로 묻는다.
“나는 전노물을 벌주러 온 상도니라!”
“불상놈 같으니.....너는 죽을 준비나 해라!”
“불상이야 전노물이 불상놈이고 네놈들이 불상놈을 끼고 불상짓을 하니 네놈들이 불상놈이지.....”
“어리석은 놈 여기가 너 죽을 곳이니라!”
“그렇다면.....개과천선할 놈들이 아니군....”
“뒈지는 맛이나 보려무나! 천지를 모르는 놈!”
“그래 맛을 보고 내가 맛을 보여.......”
상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작대기 부러지는 소리가 두 번 난다.
졸지에 잔디밭 가운데가 쩍 갈라진다. 마당 전체가 졸지에 커다란 함정이 되어 버렸다.
상도는 땅속으로 서서 떨어진다.
전노물왕과 호위병들은 쾌재를 부른다.
전노물왕과 호위병들은 이십길 이상의 깊이에 떨어져 있는 상도를 비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내려다본다. 전노물왕은 금방 무서워 벌벌거린게 누구냐고 되묻고 있는 얼굴로 변했다.
“네 이놈! 소감이 어떠냐?”
“나를 이곳에 넣었다고 꿈꾸지 말라!”
“네가 함정에 빠지고도 큰소리냐?”
“나는 이미 이곳이 함정인 것을 알고 내부하들을 대궐 문밖으로 보낸 것인데 그 것도 모르는 놈이 반란을 했다니 가소롭구나!”
“가소로운놈! 미륵아! 저놈을 주리를 틀어라!”
“예!”
전노물왕은 곁에 있는 호위장에게 명한다.
미륵이라 불린 호위장은 동아줄을 잡고 함정으로 뛰어내린다. 상도는 미륵이 내려오는 것을 올려다보고는 웃는다.
“죽을 놈이 여유가 있구나?”
땅을 디디고 선 미륵은 상도에게 비웃음이 담긴 입으로 말한다.
“너희들 왕 전노물이 노는게 웃으워서 웃었느니라! 싸움 구경을 하려면 땅위에서 해야 구경을 할 수 있는게 아니냐? 내려다 보는게 어찌 구경이 되겠냐? 그러니 전노물이 얼마나 전노물인지 짐작이 가는구나!”
“그런말 한다고 꺼내서 한길에서 도망가기 좋게 할 것 같냐? 어리석은 놈 같으니! 여기도 대궐 마당 넓이인데 좁다고 씨부리는게냐?
그러니 뒈질려고 환장을 한놈이지!”
“전노물이 나를 여기에 빠지게 했지만 나를 어쩌지는 못하느니라!”
“큰소리는 그만 치고 나의 미륵장을 받아 봐라!”
“이놈아! 주먹도 아닌 손바닥이 무에 힘이 있다고 큰소리냐?”
“애숭이 놈이!”
미륵은 오른손을 내치려 한다.
“잠깐!”
“유언이라도 할거냐?”
“싱거운놈! 우리가 싸우기전에 약조를 하고 싸우자!”
“뒈질놈이 무슨 약조?”
“네놈 이름이 미륵이라고 했겠다! 하구 많은 이름 가운데 하필 미륵이냐? 그 이름이 도대체 뭣을 말하는 게냐? 미련이 미륵만 하다고 미륵이냐?”
“뒈질놈! 나는 미륵공력을 쌓은 몸이니라! 원이나 없게 가르쳐주마! 미륵공력은 천하무적이니라! 너같은 것은 한방에 날릴 힘이 있느니.....뒈질 준비나 하거라!”
“천하무적인 미륵공을 한 놈이 어째 전노물 같은 것에게 빌붙어서사는거냐?”
“아가리 닥쳐라!”
“반야공과 비교해서 미륵공은 어떠냐?”
“미륵공이 반야를 디디고 선 것이니라!”
“너희들은 가사를 입고 중생을 제도한다면서 무공을 열심히 익히고 서로 싸우고 빼앗고 죽이는데 그건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냐?”
“그것은 네 놈이 알아도 소용이 없다.”
“미륵공을 익혔다는 네놈은 겨우 권세자의 주구 노릇 하려고 무공을 했구나? 하기사 돈도 생기고 큰소리도 치니까.”
“내 장을 받아라!”
“잠깐!”
상도는 미륵의 일격을 슬쩍 피하며 일갈한다.
“뭐냐?”
“네가 나에게 지면 어쩔것이냐?”
“죽을 뿐이다!”
“미륵공을 한놈은 죽음 밖을 모르는구나!”
“죽음 밖이 뭐냐?”
“가사를 입고한 놈이 죽음 다음의 세상을 모르다니! 그러니 미륵이구나?”
“도망가지 말고 내장을 다시 받아라! 이놈아!”
“네가 나에게 지면 내 종이 되기로 약속하자!”
“뒈질놈이 말이 많군!”
“내가 지며는 어차피 죽는 것이고 네가 지면 내 종이 되는 것이 억울하다 그말이냐?”
“좋다 이놈아!”
“약속을 어기기 없다!”
“약속을 하마!”
“졌다고 자결하기 없다 알았느냐?”
“그놈 참! 뒈질놈이! 그래 내가 지면 종노릇하마!”
“그러면 정식으로 겨루자!”
“자, 간다! 미륵장이다!”
미륵은 얼굴이 미륵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느라 졸지에 쑥돌이되었다. 미륵의 얼굴을 본 상도는 싱긋이 웃는다.
“징을 박아라!”
상도는 가볍게 조금 크게 말하며 왼손가락을 튕긴다.
졸지에 미륵의 귓구멍은 찢어지게 아픔이 박혔다.
두손을 내밀던 미륵은 두손으로 양쪽 귓구멍을 감싼다.
미륵의 오른쪽 귀구멍에는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한 돌멩이가 파고들었다. 미륵의 손가락 사이로 시뻘건 미륵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미륵 대가리도 피가 나냐? 이놈아!”
“끙끙....”
“이놈아! 미륵 대갈통도 아프냐? 끙끙대지 말고 어서 덤벼!”
“..........”
“내가 땅위로 올려주래?”
“장력으로 한 번 붙자!”
“네놈 같은 미륵장은 내손에 닿기만 했다 하면 으깨져 이놈아!”
“으깨져도 좋다! 암수가 아닌 정식으로 한 번 붙자!”
“암수라! 공기돌도 못막는 놈이 나와 상대를 한다고! 나는 네놈을 생각해서 공기돌을 던진 것이니라! 미륵놈! 참으로 미륵처럼 보는 눈도 생각도 못하는 죽은 놈이구나! 내가 이걸 던져줄테니 받아 봐라!
이돌을 받은 다음에 기운이 남으면 상대해 주마!”
“좋다! 사람을 무시치 말라!”
상도는 말을 하며 왼손에 들고 있던 공기돌 하나를 미륵이가 잡을 수 있도록 슬쩍 던져준다.
미륵은 느리게 땅에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떨어지지 않고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공기돌을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거머쥔다.
미륵은 공기돌을 받자마자 입을 있는대로 벌린다. 그리고 아이쿠 소리를 내지른다.
그의 이마는 핏줄이 터지게 솟아올랐다.
목덜미도 따라 새빨간해져 땡땡해졌다.
얼굴은 졸지에 비지땀이 한증탕이라고 쓰여졌다.
눈알은 사정없이 툭 불거져 땅으로 굴러 떨어지려고 나섰다.
그리고 스물다섯 발짝도 더 밀려 웅덩이 벽에 쿵소리가 나게 부딪는다. 그리고 다리가 꼬여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혀졌다가 옆으로 픽쓰러진다. 그리고 삼베 삶는 냄새를 진동시킨다.
그의 오른손은 숯불에 넣었다 꺼낸 것 같이 화상을 입었다.
웅덩이 밖에서 내려다보던 전노물왕은 팔다리에 닭살이 돋았다.
그는 무서운탕에 들어간 기분이 되고 말았다.
“저저 누가 미륵의 원수를 갚을꼬.....!”
전노물왕은 좌우를 돌아다보며 낭패한 얼굴로 더듬거려 말한다.
“신 선무당이 미륵이의 원수를 갚겠나이다!”
“무당은 공을 세우라!”
“예!”
선무당은 미륵처럼 줄을 잡고 십여길을 내려간 후 줄을 놓고 뛰어내려 웅덩이에 턱 버티고 섰다. 그리고 독을 뿜어내는 눈을 만들어 노려본다.
“이 잔인무도한놈! 사람을 떡을 치다니! 내가 네놈을 묵사발을 만들리라!”
“야, 이놈아! 내가 떡을 치기는..... 미륵이란놈이 원하는대로 맛장구를 친 것 뿐이니라! 네놈도 무릎을 꿇어 내게 항복하면 모르되 미륵놈처럼 미륵스러우면 죽을뚱살뚱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알라!”
“내 무당장을 받고 뒈져라!”
선무당은 크게 외치며 두손을 가슴 앞에 모아 합장을 한다.
“잠깐!”
“뒈질 준비가 덜됐느냐?”
“야, 이놈아 뒈지는게 뭣이 그리 급하냐? 네 놈의 내력이나 알고 싸우자!”
“내 이름을 알고 뒈지면 누가 좋은 곳에 보내준다냐?”
“무당이라면 떡해놓고 깽메기(꽹과리) 두드리고 북치고 염불인지 콧불인지를 중얼거리며 귀신을 불러오고 내보내고 하는 박수를 말하는게 아니냐?”
“무당파를 알아모시는구나!”
“그런데 온무당도 못되고 선무당놈이 무얼 하겠냐?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하는 소리도 모르냐? 이놈아!”
“저저, 때려죽일 놈!”
“꽹과리치던 손에서 무슨 힘이 나오겠냐? 내가 선무당이라고 하니 인정을 베풀테니 내손에서 살아나면 내 종이 되라!”
“저저, 찢어죽일 놈!”
“그럼 공격을 해봐라!”
“뒈져라!”
선무당은 무당공력을 몽땅 끌어올려 상도의 가슴팍을 향해 뿌려친다. 그러나 상도는 뒷짐지고 서서 있을 뿐 눈도 깜짝을 않는다.
“무당놈이 무당공을 했다고 입이 더럽군! 포개져라!”
상도는 보통소리로 말을 한다. 그러나 상도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의 귀에 똑 부러지게 못이 박혀버린다.
대궐 문턱에서 밑을 내려다 보고 있는 백 중두와 장 대두는 손에 땀을 쥐고 있다.
무당공력은 선무당의 얼굴을 누리땡땡하게 부풀렸다. 누런 오줌같은게 그의 입에서 뿜어져 누리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흙먼지를 일으켜 상도를 뒤덮는다. 백 중두의 입에서는 ‘억!’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그리나 무당공력은 사람을 잡지를 못하고 누리끼리하고 구역질나는 냄새를 스컹크처럼 진동시키고 안개 사라지듯 한다.
선무당은 흙먼지와 함께 상도 앞에서 사라졌다.
전노물왕과 그의 부하들은 휘둥글한 눈으로 넓은 웅덩이를 두리번거리느라 무서움도 잊어버렸다.
“아니...... ”
전노물왕의 옆에 서 있던 가사 걸친 흰수염이 많이난 사람은 선무당이 미륵의 몸뚱이 위에 포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앓는 소리를 실낱같이 지르고만다.
‘저놈을 어떻게 해야 잡는단 말인가?’
흰수염이 난 사람은 생각을 굴린다.
‘여기 있는 고수들이 한꺼번에 덤벼도 승산이......챙피한 일이나.....
그냥 일대일로는 사람만 다칠 뿐이니....... 할 수 없는 일이지.......’
“전대왕님! 저기를 보십시요!”
흰수염의 사람은 손가락질을 한다.
전노물왕은 손끝을 좇아가 두리번거린다.
“석가 무엇을 말이요?”
“저기에 선무당이 엎어져 있습니다!”
“아니 그건 미륵의 시신이 아니요?”
“미륵은 선무당에게 눌려서 땅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니 석가!.....”
“아까의 미륵과 지금의 미륵과 머리모양이 다릅니다!”
“아니 그럼 선무당이 없어진게 아니고......”
“없어진 것보다도......”
“그....렇....소! 가공.....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소!”
전노물왕은 얼굴 근육이 굳어 말을 제대로 이어나가지를 못한다.
“전하! 저놈을 어서 없애야지 큰일이........”
“석가! 좋은 수가 없겠소?”
“여기 있는 고수들이 모두 덤벼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놈이 저렇게 무공이 신출귀몰 할 줄이야!....... 고수는 몇 명이나 남았소?”
“저놈은 마음의 검을 쓰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저놈에게 필적할 고수는 도가의 도인들과 라마교의 라마승과 요가를 하는 요가승과 단을 하는 단주들과 참선하는 참선승과 연합하여 저놈을 공격하면 승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못합니다.”
“그럼 자신이 없는 싸움을 한다는 말이요?”
“연합을 하면 필적을 할 수도 있고 좌우간 반반입니다.”
“뭐가 반반이라는거요?”
“승산이 반반일거라는 말씀입니다.”
“이것 보시요!”
전노물왕은 말을 하다가 주위를 살핀다. 석가는 왕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그는 귀를 왕의 입에 갖다 댄다. 왕은 작은 소리로 입만 달싹거린다. 석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전하! 저놈을 잡기 위해 그물을 저놈에게 씌워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리고 궁노수 몇백명으로 저놈을 죽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석가만 믿소!”
“저에게도 묘책이 냉큼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일단은 연합하여 공격을 하시는게 주의 상책이옵니다.”
“저놈이 그렇게 재주가 뛰어나다면.......”
“전하 너무 심려마시옵소서! 제가 연합공격을 하겠습니다.”
“어서.....”
“예!”
석가는 주위 고수들에게 연합 공격하자는 신호로 손뼉을 치면서 웅덩이로 뛰어내린다. 고수들도 뛰어내리되 줄을 잡고 내려가는 고수도 있다. 고수들이 웅덩이로 뛰어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전노물왕은 다시 전율한다. 그는 얼굴에도 닭살이 듬뿍 돋고 있다.
‘아니 웅덩이속으로 뛰어내려가다니....... 저런 고수가 이십여 명이 연합하여야 맞수가 될지 모른다니.......그러면 웅덩이에서 뛰어올라 올 수도 있겠는데......저놈이 일부러 웅덩이에서 빠져 있는체 하는게 아닌가? 내 생각이 틀림없어. 저놈에게 오늘 내가 당하는 날인가.......
임금 노릇도 몇해 해보지도 못하구 떨려나는 추태를 보이게 생겼군....’
그는 웅덩이 속에 있는 상도를 내려다보며 죽음의 그림자에게 휘감기고 있다. 그의 눈에는 지금 고수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피를 토하고 있는게 어른거리고 있어 그를 괴롭히고 겁을 꾸역 꾸역 먹인다.
상도와 이십여보의 거리를 두고 고수들은 마주 섰다.
반야무공의 석가, 단무공의 단가, 요가무공의 요승, 도가무공의 도승, 참선무공의 선승, 라마무공의 라마승, 나미타 무공의 타불승....등이 일렬로 늘어섰다.
“네놈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까부는구나!”
석가승은 상도를 보고 꾸짖는다.
“네놈은 천시를 모르는 놈이 어디를 참견이냐? 절간에서 불상이나 쳐다보다 불상놈이 될 놈들이 왕창 죽으려느냐?”
“어린놈이 말버릇 한번 고약하구나! 무공을 믿고 나라를 어지럽게하다니...... 네놈은 오늘 네 무덤을 파는구나! 아직 죽을 때가 멀었는데 요절을 하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쯔쯔...”
“나이만 헛되게 먹었으니 백수염처럼 백대가리지.....
내가 하늘을 대신하여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러 왔는데 이 백대가리들아! 불상놈이 되려면 절간에서 퍼대고 앉아 있지 권세욕에 눈이 멀어 탕왕을 도와서 백성을 괴롭히고 있으면서 부끄럼도 백대가리가 되어서 잘난체를 하는구나!....”
“저런 때려죽일 놈 봤나!”
“저놈의 아가리를 이겨 놓읍세다!”
“애숭이가 어른을 놀려? 이놈!”
“뒈지려고 환장한놈!”
고수들은 상도를 일격필살하려고 기를 모은다.
“내말을 더들어 이놈들아! 뒈지는게 뭐가 그리 급하냐?
지금 고자관들의 만행이 하늘에 닿았고 포사들의 만행이 하늘에 닿은 것을 들어보라! 포사들은 죄진 사람을 잡으러 다니기가 귀찮고 힘이 드니까 무고한 사람을 고문하고 강제로 수결을 치고 거짓증인을 돈주고 매수하여 감옥에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니라!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에 닿았거늘......
너희들은 왕을 도와 부정부패한 관리들을 도려내는 일을 해야 하거늘 그런데도 너희놈들은 그런 썩은 관리들에게 뇌물이나 받아먹고 권세에 아부하고 영화만 누리고 그럴수 있냐?
정치든 치안이든 두가 백성들이 억울한일 당하는게 없이 평안을 노래하는 태평성대를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인데.....
그래 네놈들은 높은 자리에만 있고 백성들이 억울함속에 있어도 모르세 하는 놈들이라 내가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전노물과 함께 죽음 밖으로 보내줘야겠다.
내가 여기에 서서 있는 것은 네놈들이 얼마나 악랄한가를 보기 위해 머물고 있는 것이니라!
기다려도 전노물이나 네놈들은 회개할 기미도 없고 반성의 기미도 없어 내가 하늘을 대신하여 네놈들 목을 치리라! 알았느냐?
전노물아!”
상도의 꾸짖는 소리가 메아리치는 그 짧은 순간 상도는 번쩍 몸을 하늘로 튕겨낸다. 그리고 그의 왼손에서는 번쩍하고 빛살이 고수들의 얼굴을 갈긴다.
상도는 웅덩이 벽 중간을 한 번 걷어차고 전노물왕 앞에 올라섰다.
그리고 왕을 웅덩이에 집어던진다.
그 순간 이십여명의 고수들은 픽픽 쓰러져버린다.
고수들의 이마에는 동전이 깊숙히 박혀져 있다.
상도 그의 몸놀림은 가히 전광석화 그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오른손으로 왕의 멱살을 잡아 웅덩이에 방아를 찧어버렸다.
왕의 몸뚱이는 웅덩이 바닥에 머리부터 땅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왕이 말뚝된 곳에는 웅덩이가 생겨버렸다.
왕의 좌우에 서서 있던 호위 갑사들은 잽싸게 무릎을 꿇는다.
상도는 그들을 보고 쓰게 웃는다.
“너희들은 갑옷을 벗고 낙향하여 농사를 짓고 살아라! 착하게 살아라! 알았느냐?”
“예!”
“지금 당장 옷을 벗고 무기를 내려놓고 떠나가라!”
“예!”
호위갑사들은 서둘러 옷을 벗고 대궐을 잰걸음으로 빠져나간다.
“백 중두야!”
상도는 대궐문을 향해 부른다.
“예!”
백 중두는 어리벙벙한속을 헤매이다 상도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다.
“대궐 밖에 있는 군사들에게 명령하여 지금 당장 이곳 대궐마당을 메꾸라 일러라!”
“예!”
졸지에 대궐마당은 개미역사가 벌어졌다.
상도는 성문 앞에 서서 성문에 달아놓은 간판을 읽는다.
‘대문 한 번 크구나...... 숭례라 .......
례의를 존중한다는 말인가 예의를 숭상한다는 말인가......
사람들이 예의를 모르는 행동들을 하니까 그 것을 일깨우느라 한 말 같기도 하구먼.....
어찌보면 이 나라 사람들은 예의를 아주 잘지키는 사람들 같기도 하구.....
배를 탔을때의 사람들 말대로라면 예의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지.....
예의가 있는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할 수는 없는 일이지......
예의를 아는 나라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반란한 사람을 따르느라 무고한 사람을 잡아다가 조지는 일을 할리는 없는 것이지......
그리고예의를 아는 사람들이 매관 매직을 하고.....
뇌물을 먹고 마시고 한다는게 예의와는 너무 거리가 있는 거지.....
예의를 아는 사람들이 칼을 차고 메고 다닌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지.....
아까 그 배삯을 안내고 배를 탓다가 쫓겨난 고자관을 볼 때 이해가 안되는 일이야.......
사회적으로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특권의식을 가지고 생활을 한다는 것은 석상나라의 순검찰놈들보다 달려서 모자랄게 없는 고자관놈이 아닌가.......
모두가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이 되고자 견디다 못해 폭군을 몰아내는 것인데.......
이나라의 반란자들은 군사반란이라니 짐작이 가는구먼......
권세를 더 큰 권세를 잡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말인데.....
그러면서 예의를 이마에다 써서 붙이고 다니는 것 마냥 숭례라.....
숭례속에서 칼바람이 난무하고......
숭례속에서 강육약식하고.....
숭례속에서 별의 별일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인 것 같구나......
사람은 예의가 있어야 짐승을 면한다 그말이렸다......
그런데 예의를 숭상한다는 나라 사람들이 칼을 하나씩 짊어지고 다니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
예를 차린다면 남과 다툴 일이 없을 것인데......
좌우지간 길이 이곳으로 뚫려 있으니......
성밖이 살벌한 걸 보니 성안은 더하겠지.....’
상도는 사람들을 따라 숭례라고 쓴 커다란 대문으로 들어간다.
성문을 지키는 칼을 찬 병정들이 성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를 한다.
“너희들 배안에서 고자관에게 행패 부린 놈들을 아냐?”
“모르는뎁쇼!”
“왜 몰라?”
“저는 배를 타면 어지러워 눈을 감고 있었는뎁쇼!”
“너도 못봤어?”
병정은 상도에게 묻는다.
“예! 저는 배 맨 앞에서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강물을 왜 내려다 봤나?”
“뱃전에 부딪치는 물결을 보는게 좋아서 배를 타면.....”
“저쪽으로 서!”
“예!”
상도는 병정이 시키는대로 한쪽에 서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을 한다.
병정들이 일일이 집요하게 묻지만 고자관에게 행패 부린 사람을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병정은 상도에게 오라고 손짓을 한다. 상도는 병정의 앞으로 걸어간다. 병정은 상도를 데리고 병정 막사로 드러간다.
병정 막사 입구에는 정의 구현 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뭐야?”
지위가 높아보이는 병정이 보초병정에게 묻는다.
“이 자는 조사해야 할 심증이 가서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꿇어!”
상도는 막사안을 두리번거리며 무릎을 꿇는다.
의자에 앉아 있는 병정은 상도를 주시하고는 묻는다.
“너 지금 어디 가는거야?”
“서쪽으로 가는 중입니다.”
“서쪽에 무엇하러 가나?”
“죽음 밖의 세상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게 궁금하여 그 걸 알아보려고 가는 중입니다.”
“죽음 밖의 세상이 어디 있어 임마!”
“있다고 하기도 하고 없다고 하기도 하기에 그걸 규명하려고 가는 길입니다.”
“할 일이 되게 없는 놈이네!”
“배지가 불러서 그런 모양입니더!”
“별놈을 다보네!”
“할 일이 그렇게도 없냐?”
“죽어 봐야 아는 걸 한다니까네 죽고 싶다는 말 같씀더!”
막사 안의 병정들은 한마디씩 조롱을 한다.
“너는 고자국에 가서 조사를 받아봐야 할 놈같다!”
“제가 무슨 죄라도 지었습니까?”
“너는 우리 순사들이 조사할 수준이 넘는 놈 같아!”
“고자국은 무엇 하는 곳인가요?”
“가보면 알아!”
상도는 순사라고 하는 병정들의 하는 양을 지켜본다.
병정하나가 덩치가 큰 사람을 막사로 데리고 들어온다.
병정은 덩치가 큰 사람을 상도 옆에 꿇어앉힌다.
“너는 어디서 사는놈여?”
의자에 앉아 있는 병정은 덩치가 큰 사람에게 묻는다.
“순사나리! 저는 저쪽에서 주점을 하고 있습지요! 그런데 저를 왜 이곳으로 연행해 오셨습지요?”
“그걸 몰라서 묻냐?”
“출출하시면 집에 가실 때 들르세요! 그러면 입주한잔 올립지요!”
“누가 술먹는데?”
“저녁에 들리십쇼! 그러면 기분 좋게 해드리겠습니다요!”
“누가 간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면 갔지 나리들이 저희 집을 어찌 그냥 지나 가실 수가 있습니까요!”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따 퇴근 하실 때 고자관 나리와 함께 오십시요! 그러면 실컷 마셔도 잔소리 하는 사람이 없습지요!”
“누가 고자관 무서워서 그러는줄 아냐?”
“고자관이 얼매나 무서운데유!”
“고자관이 뭐가 무시버? 이 칼이 무섭지! 안그래?”
“맞습니다유! 칼이 더 무섭지유!”
“고자관놈들이야 칼이라면 벌벌긴다 이거야!”
“그러신데 우째 약주를 잡수러 요즘은 통 못오시는겁니까유?”
“사무가 바빠서 그러니까 알아서 기라우요!”
“알았습니다유! 지가 고급정보를 알려드릴깝쇼!”
“뭔데?”
“요즘 저의 집에는 고자관들이 날마다 와서 술을 퍼마시고 있습지요!”
“몇놈이나 오냐?”
“서너명씩 오고 있습지요!”
“공술을 먹고 가냐?”
“번쩍거리는 옆전을 내고 있습지요!”
“고자관놈들이 돈이 어디 있어서 새돈을 척척 낸다냐?”
“돈을 받으니 좋지만 그 영감들이 새엽전이 어디서 생기것습니까유! 뻔한게 아니것어유?”
“고자관의 국록이 뻔하지!”
“그럼요!”
“고자관놈들을 벌주는 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그것들이 정신을 차린다고.....”
“옳은 말씀이지유! 고자관들의 잘못을 감시하는 관청이 있어야 고자관놈들이 뇌물을 못처먹고 불법을 자행치 못한당께유!”
“순관님 말씀이 맞습니다유! 고자관을 감시 감독하는 기관이 있고 그 감시 감독하는 기관을 또 감시 감독하는 기관이 있어야 뇌물 먹는 고자관을 불법 탈법하는 고자관을 막을수 있당께유!”
“권력에 있는 자들을 먹이사슬 법칙대로 하자 그말이군!”
“그렇습니더! 순관님! 그래야 정의를 구현할 수 있고 권력기관의 권력남용과 복지부동을 막을수 있다고 봅네다!”
“김순사! 복지부동이라는 말이 무슨 말이지?”
“일테면 방관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더! 순관님께서 고자관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건의를 하십시요!”
“순관님께 고급 정보를 계속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그래 가라!”
“제가 내일 저녁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요!”
“좋아!”
“편히 계십시요!”
술장사가 나가는 뒷모습을 순관과 순사들은 꿀단지를 핥는 눈으로 배웅을 하고 있다.
상도는 그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인간들의 하는 일이란게 서로 물고 물어뜯는 일이라는 걸 곱씹는다.
순관이란 자가 상도를 내려다본다.
“너는 어디서 왔냐?”
“예! 북쪽에서 남쪽으로 갔다가 강을 건너왔습니다.”
“그래! 왜 남쪽에는 갔었냐?”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죽음 밖의 세상이 어떠한가를 듣고 배우려고 갔었습니다.”
“별게 다 궁금한 모양이구나!”
“사람이 그런 생각을 안하고 산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
“안다면 죽음 밖의 세상에서 살아갈 도리를 할게 아니겠는지요!”
“그런 시간 있으면 고자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던가 판관 시험공부를 하지. 그게 사람이 할 일이냐?”
“고자관도 판관도 세월에게 끌려서 죽음에 이를 것이니 어찌 죽음밖의 장래사를 소홀히 할 수가 있겠는지요!”
“하기사 저 하기 싫은 것은 못하는거지.....”
“순관님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안해보셨는지요?”
“생각한다고 무슨 수가 생기냐?”
“죽음을 아는 사람은 이왕에 사는 것이면 착하게 살아보려고 하는 마음을 갖기 마련이지요!”
“그건 그렇고 너는 고자관청으로 가야 되겠다.”
“제가 지은 죄목이 무엇입니까?”
“그건 고자관청에 가서 물어 봐라! 우리는 하루에 몇 명씩은 고자관청으로 넘겨야 하는 입장이다. 육인식 순사가 데려가라!”
“예!”
‘그래도 이나라는 순사들이 피의자를 때리고 윽박지르고 잠못자게 해서 죄를 뒤집어 씌워서 감옥에 보내지는 않는 것 같군........
석상나라에서는 순찰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는데.......
그점은 석상나라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내가 죽음 밖의 세상을 알고자 하는 마당이니 한 번 이 나라 사람들의 살고 있는 것을 겪어보고 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도 같군.....
예를 중시하자고 간판을 커다랗게 만들어 달고 있는 나라이니 구석 구석을 한 번 구경을 해보자......’
상도는 순관의 지시따라 움직이고 있는 순사를 따라 간다.
성안의 길을 걸어가며 길 좌우의 집들을 구경한다.
큰 집 작은집 오두막집 기와집 초가집이 그의 눈을 잡아끈다.
그런데 그의 눈을 잡아끄는 것은 큰집이나 작은 집이나 오두막집이나 기와집이나 하나같이 나무 울타리가 아니면 돌로 쌓은 담장이 집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거 이상하다 예의를 숭상하는 나라 사람들이 담을 쌓고 살아간다.
이웃과 이웃끼리 담을 쌓고 살고 있다는 것은 예의를 숭상한다는 간판을 단 나라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그저 그렇구나......
그래도 간판이라도 커다랗게 붙여놓고 있으니 울타리나 담장만 치고 살지 그렇지 않음 일이 났어도 몇번이 났다는 말인가......
아니면 길거리에 못된 짐승이 많아서 그게 방안으로 들어오기라도 할까 보아 담장을 쳐 놓고 사는 것인가......
산짐승이 내려와서? 아니지.... 성으로 높이 둘러쳐놓았는데 짐승은 들어올 수가 없는 것이고......
그러면 뭐가 사람들을 괴롭게 한다는 말인가......
사람이 사람을 괴롭게 하기 때문이라.....
좌우간 사람이 사람집에 오는게 싫다는 말이 되기도 하구......
사람들이 낮이나 밤이나 틈만 나면 남의 집에 들어가 스리슬쩍하는 짓들을 하는 모양이구나......
부녀자가 사는 집에 기어 들어가는 사내들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집에 누가 들어올까봐 무서워서 담을 치고 사는거겠군........
아니면 누가 돈 보따리라도 두고 갈까봐? 그럴리는 없고......
이웃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되겠기에 비밀을 좋아하다 보니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하고 살기 때문인가?
좌우관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모습들이군.......
예의를 숭배한다는 사람들이 좀 앞뒤가 맞지를 않아.......’
상도는 생각을 굴리며 따라 걷는다.
큰길에서 우마가 다닐만한 길로 접어들었다. 좁다란 골목길을 접어들었다. 그리고 골목길을 나왔다.
전면에 커다란 집이 나타났다.
길을 가로막고 있어 사람의 가슴을 억누르고 있다.
커다란 대문 오른 편에 고자관청이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왼쪽 기둥에 판관청이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대문 양편 간판 옆에 병정이 칼을 차고 지키고 있다.
상도를 데리고 온 순사는 보초에게 머리를 굽실한다.
“안녕합쇼!”
인사말을 하고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든다.
보초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상도를 데리고 온 순사병정은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꺼낸다.
그리고 주먹을 쥔 그대로 보초병정 주머니에 주먹을 넣었다가 다시 주먹을 꺼내 자기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주먹을 꺼내 주먹을 쥐고 차려 자세를 취한다.
보초는 왼손 주먹을 왼편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잠시후 주먹을 꺼내 주먹을 쥐고 섰다. 그리고 상도를 데리고 온 순사병정을 쳐다보며 앞니를 누렇게 내놓으며 싱긋 웃어준다.
“잽싸게 들어가보십시더!”
보초는 아재비를 만나기라도 한 듯 혀를 꼬불거린다.
순사병정은 상도를 이끌고 대문 안으로 걸어간다.
순사는 십여보를 걷고 나서 소리 안나게 입술을 달싹거린다.
상도는 순사의 하는 양을 지켜본다.
‘돈을 빨렸으니 투덜거릴만도 하겠지......
어딜가나 인생은 돈때문에 사람꼴이 개가 비웃게 생겼으니.......
사람이 똥개하고 입을 맞추고.......
이런 경우 보초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것인가?’
순사는 상도를 정문으로 데리고 가지 않고 건물 왼쪽 끝으로 걸어간다.
“이것 보시오! 옆전을 몇 잎이나 주셨소? 여기에 올 때마다 보초에게 뜯껴야 되는 겁니까?”
“높은 곳이 그래서 좋다는 것 아녀!”
“그돈은 어디서 충당을 하시오?”
“성문을 통과하는 장사꾼들에게 통과세를 뜯고 있지!”
“그렇군요!”
“자네도 여기서 돈께나 쓸거라구!”
“돈이 없는데 어쩐다!”
“돈이 없으면 나가기 어려워!”
“아니 내가 잘못한게 없는데 왜 이곳에 끌고와서 벌금을 생으로 물리려고 하는 거야?”
상도는 걸음을 멈추고 안타까운 얼굴을 만들어 능청을 떤다.
순사병정도 상도따라 걸음을 멈추고 상도의 얼굴을 바라본다.
“오늘 자네가 재수 없이 잘못 걸린거지.”
“그건 무슨 말씀이슈?”
“껀수를 채워야 하는데 자네가 걸려든거지!”
“죄없는 사람을 그렇게 하구두 잠이 잘오슈?”
“자네가 고분고분 따라와서 묶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알라구!”
“여기에서 그냥 나갈 수는 없습니까? 내가 육순사 나리에게 옆전을 줄테니 그냥 나가게 해주시오! 나는 이런 큰 집에 들어오면 몸에 닭살이 돋고 떨려서 그래유!”
상도는 울음이 젖은 얼굴을 하고 순사의 거동을 떠보는 말을 한다.
“안돼! 껀수를 채워야 되니까 안돼!”
“그냥 껀수 못채운 것으로 하면 안되나유?”
“매일 몇껀씩 활당껀수는 고자관청에서 손을 써야지 나나 우리 순사는 명령대로 할 수 밖에 없어!”
“그럼 껀이 없는 날도 있을게 아니유! 사건이 없는 날로 만들면 되잖아유! 나를 눈한번 딱 감고 말이유!”
상도는 말소리에다 울음을 조금쳐서 순사병정의 코를 찔벅거린다.
순사의 말소리는 안됐다는게 묻어 나오기 시작한다.
“이사람아! 내가 그럴수만 있다면 자네에게 재수가 없어서 걸려들었다고 하겠나? 날마다 껀수 채우는 일땜에 순사도 못해먹겠어!”
“아니 그럼 날마다 죄진 사람이 없는데두 채우라는 명령따라 생사람을 잡아 들인다 그말씀인가유?”
“이때껏 무슨 소리들었나! 이 사람아!”
“숭례라고 간판은 커다랗게 달아 놓고서는 석상나라 보다도 더한 것 같구나.......”
상도는 혼자말로 지껄인다.
“자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건가?”
“생사람을 날마다 죄수를 만든다니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들이 억울한 것을 다 토해 놓으려고 하겠지. 그리고 그 한맺힌 것을 한풀이를 하려고 할테지. 그러면 나라는 뒤뚱거리겠지 하는 소리를 하는거지유!”
“자네 그런 소리하면 큰일나네! 내가 못들은 것으로 해줌세!”
“석상나라는 여기처럼 그렇지는 않아유! 뇌물을 노골적으로 달라고 하지! 죄없는 사람을 잡아 들여서 벌금을 내게 만들지는 않는답니다.”
“어서 들어가세! 들어가서는 조용하게 하게! 고자관에게 잘못보이면 큰일나네!”
“고자관이 그렇게 무서운가유?”
“안되겠어!”
순사는 서둘러 상도의 손목을 잡고 쪽문 앞으로 끌고간다. 그리고 상도를흘기며 문을 밀치고 들어간다.
순사병정은 고개를 푹숙여 인사를 한다. 상도는 멀뚱멀뚱한 눈으로 실내를 살펴본다.
크고 길다란 탁자를 놓고 세사람이 앉아 있다.
순사병정은 상도의 손을 잡아당기며 인사를 하라고 눈짓을 한다.
상도는 모르는체 실내를 두리번거린다.
순사는 안타까운 얼굴로 상도의 손목을 다시 힘주어 잡아당긴다.
상도는 싱긋이 웃으며 세사람의 얼굴을 훑어본다.
육순사는 상도의 비웃음이 깔린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란다. 아주 당혹스런 얼굴이 되다가 겁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굴에 핏기가 빠져가느라 다리를 후들거린다.
“야 이사람아!....정신차려!..... ”
순사병정은 말을 더듬거리며 떨려나오는 목소리로 말한다.
상도는 히죽거린다.
“무서워서 돌았나 봅니다!”
순사병정은 두손을 마주잡고 허리를 깊숙이 구부리고 머리를 조아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한다.
탁자 앞에 앉은 자들은 턱이 불거지게 하고 앉아있다.
“육순사 나리! 왜 갑자기 떨고 그라시요?”
상도는 순사병정을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능청을 떨어 말한다.
순사는 냉큼 대답을 못한다.
“아니 호랑이 굴이라도 들어온게요?”
“이런......철빠진 놈이....... 고자관 영감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시골에서 밤에 올라온 놈이라 그렇습니다.”
“아니 영감이 어디에 있다고 영감이라고 헛소리를 하는게요! 순사나리가 이 방에 들어오더니 머리가 어찌된 것 같소 그려! 숭례문에 있을 때는 기세가 등등하더니 그 기세가 여기서는 맥을 못추는게요?”
상도는 시침이를 따고서 말한다.
“아니 이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죽을라고 환장을 했네 그래.....”
“여기가 사람을 잡는 곳이유?”
“이 철부지를 봤나.....”
순사는 어쩔줄에 매달려서 가슴을 태운다. 고자관은 상도를 성난 얼굴을 하고 지켜보다 꽝소리 나게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친다.
“네이놈!”
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호통을 친다.
“왜 그러슈!”
상도는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시큰둥하게 말한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데 고자관을 깔보는 소리를 하냐?”
“내가 언제 고자관을 깔봤다고 그러슈? 나는 고자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이놈이 고자관을 몰라보다니..... 알 때까지 저놈을 매우 쳐라!”
순사병정은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고자관 좌우에 앉아있던 자들이 벌떡일어나 상도에게 다가간다.
그들은 양쪽에서 상도의 팔을 하나씩 잡는다.
순사병정은 불벼락을 맞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느라 얼굴이 시뻘개졌다. 새파란해졌다. 그리고 두주먹을 불끈 쥐고 섰다.
양쪽 팔을 잡은 자들은 상도의 배를 찢어지라 주먹으로 북소리가나게 정신없이 쳐댄다.
방안은 졸지에 퍽퍽 소리로 가득 찼다.
육순사는 고개를 떨구고 섰다.
상도의 배를 치던 자들은 때리느라 지쳐버렸다. 그들의 코에서는 풀무질을 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는 끙끙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들의 주먹은 빨갛게 퉁퉁 부어 올랐다. 그리고 피멍이 엉겨버려 검고 붉은 북채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상도의 잡은 팔을 놓고서 낑낑거린다.
“못난놈들! 덩치만 컸지.....”
고자관은 부하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한마디 내뱉는다.
그는 입을 씰룩거리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의 몸은 곰이 벌떡 일어선 것 같다.
그는 탁자를 돌아나오며 엉거주춤 서서 구경하고 있는 순사병정의 볼따귀를 왼손바닥으로 짝소리가 나게 갈긴다. 그리고 독오른 눈으로 상도를 쳐다보며 걸어간다. 육순사병정의 볼따귀는 졸지에 빨래판이 되느라 굵다란 손가락자국이 퉁퉁 부어오른다.
순사는 먹이사슬이 당하는 슬픈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는 고개를 떨구면서 손바닥을 들어 부어오른 볼을 비빈다. 그의 눈은 상도를 흘기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고자관은 상도의 정면에 섰다.
그는 식식대는 소리를 삼키고 상도를 노려본다.
“니 오늘 잘만났대이! 니 오늘 내캉 닐 죽일끼라! 이눔의 자슥 감히 고자관을 능멸한대이! 여기는 니 같은 놈을 죽이는 곳인기라!
니 내한테 걸린기는 아수라 지옥보다 무시운기를 알그라! 내가 야차 고자관 영감인기라!”
고자관은 말을 마치자마자 커다란 입을 오물거리고 씽긋 웃는다.
순사병정은 고자관의 냉소진 얼굴을 보고 졸지에 닭살돋은 얼굴이 되어버렸다.
냉소가 실어진 고자관의 오른손은 상도의 얼굴을 갈긴다.
“퍽!”
졸지에 뼈다귀 부서지는 소리가 실내 사람들의 귀를 한 번 찧는다.
그리고 실내는 무겁게 조용하다.
실내의 사람들은 상도의 두 개골이 부서져 버린 것으로 인정했다.
육순사병정은 가련한 인생이 오늘도 귀신도 모르게 졸지에 죽어 버렸다고 겁을 먹느라 등골에 식은땀이 돋아 매달렸다. 그의 바지는 가늘게 떨고 있다.
상도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고자관의 오른 팔은 문풍지처럼 덜덜거리고 손등에서는 검붉은 피가 뚝뚝 바닥으로 떨어진다.
손은 커다란 장갑을 낀 것 같이 변해졌다.
목줄기는 시뻘개져 핏줄이 있는대로 불거졌다.
이마의 핏줄도 활줄처럼 당겨져버렸다.
고자관의 입속에서는 우두득거리는 맷돌소리가 앞을 다툰다고 끙끙소리가 장단을 치고있다.
“아니.....!”
육순사와 고자관의 수사병은 똑같이 놀란소리를 짧게 지른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상도를 바라본다.
‘우리 고자관이 별명이 사천왕인데.....
팔척장신이 어째 맥을 못추고 생땀을 뻘뻘 흘리고 있나 그래.......
이런 촌닭의 모가지를 못비틀다니......
내가 이놈을 잡으라고 외쳐야지...... ’
‘내가 저놈을 데려와서 고자관을 다치게 했다고 내 신상이 좋지 않겠지. 아까 고자관이 내 볼따귀를 갈긴게 그거지...... 이거 어쩐다......
저 시골 무지렁이 보고 네가 재수 없어 껀수 채우는데 걸려들었다고 했더니 내가 잘못 걸려들었구먼.......
이걸 어쩌면 좋을까!
저 시골 무지렁이가 고자관청에서 난동을 부렸으니 큰일이네........
우리 남문대가 박살나게 생겼네......’
고자관의 수사병은 조금씩 문쪽으로 게걸음을 흉내낸다.
그때다.
“야, 이놈아!”
게걸음하던 수사병과 순사는 움찔한다. 그리고 “예! 악!” 하고 메어지는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고자관의 몸은 돌풍 만난 갈대되어 휘청한다.
“이놈들! 너희가 백성을 위하는 놈들이냐? 엉?”
차분한 소리로 묻는다.
“예!”
“네 놈들이 국록을 먹는 것은 백성들이 낸 세금을 받아 먹고 사는 것인데 너희가 배지가 부르다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낙을 삼어? 이 죽일 놈들 같으니.....!”
고자관과 수사병정은 고개를 떨구고 묵묵부답이다.
“너희들이 날마다 백성들을 잡아다가 괴롭히는게 그렇게 좋다구.....
그래 죄를 만들어서 씌우고..... 묶여서 질질 끌려다니는게 그리도 좋냐? 백성을 겁주고 돈을 빨아먹는게 그리도 좋냐?”
“너희가 백성을 괴롭히려고 고자관하냐? 죄없는 백성을 잡아다가 며칠씩 잠못자게 해서, 못견뎌서, 허위자백하게 만들어서 감옥에 보내면 그게 그리도 좋으냐? 이 죽일 놈들아! 양심이 찔리지도 않냐?
그런 악질 노릇, 야차 노릇하려고 고자관하냐?
그러고도 네 자식들이 잘되고 네가 잘되기를 바라냐?
씨를 받지 못할 놈들 같으니라구......!
너희가 어찌 천벌을 안 받겠냐? 이 한심한 고자관청놈들아!
네 놈들이 나라를 물마라먹으려고 그러는게냐?
칼자루 차기 위해 공부한게 양민을 괴롭히는거라니 한심하다.......
한심해! 이 멍청한 고자관놈들아! 껀수 채우기 위해 한심한 고문을 하지 말고 죄를 만들어 씌우지 말고........
멀쩡하게 큰 죄를 지고도 활보하는 놈들을 잡아다가 법대로 다스려 이놈아! 알아 몰라?”
“예!”
고자관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을 한다.
“그런 놈을 잡을 줄을 모른다 그말이냐?”
“예!”
“그것도 못하면서 고자관 노릇을 어떻게 하냐?”
“예! 죄송합니더!”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보니까 벽에다가 남을 비난하고 헐뜯는 소리를 많이도 붙여 놨더라! 남의 이름에 똥칠을 하는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조사해서 말이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자라면 벌을 줘 남을 중상모략을 못하게 하고, 사실이라면 그자를 잡아서 벌을 줘서 그런 짓을 못하게 해야지..... 내 말이 틀리냐?”
“아닙니더!”
“너와 직접 상관 없으니 귀찮다 그거냐?”
“죄송합니더!”
“네 놈들처럼 백성들끼리 서로 헐뜯는 중상모략을 하고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 길거리의 벽을 가득 채우게 내버려두면 이놈아! 나라가 결국 망하는거야! 이놈아!
백성들이 사분오열 이상으로 갈라져서 외적이 침입을 하면 자멸을 하는거야, 이 한심한 놈아! 외적이 침입을 안해도 신용이 무너져서 나라가 망해 이놈아! 백성이 정부를 못믿게 되고 정치꾼이 백성을 못믿어 혼란에 빠져 망하는거야 이놈아!
그래서 벽보 붙여 헛소문내고 거짓말을 광고 하는 놈을 잡아야 한다 그말이다.
그런 벽보 붙이는 놈들 잡아 들이면 그들이 네 이름을 욕하고 뇌물먹었다고 벽에다 써서 붙일까봐 못하고 안하냐?
그런 것은 내버려두고..... 그래 생사람을 날마다 몇 명씩 죄를 만들어 씌우면 되겠냐?”
“죄송합니더!”
“껀수 채우는 것은 높은 놈이 시켜서 그러냐?”
“..........”
“왜 대답을 안하냐?”
“예!”
“뭐가 예야 이새끼야!”
“예! 상부의 지시로 해 온 관례입니더!”
“야, 이새끼야! 별게 다 관례구나! 그래 생사람을 잡으란다고 잠못자게 몇날이고 달달 볶아대서 허위자백 받아내고 감옥에 보내는 놈들이 그게 사람이며, 네 놈이 감옥에 보내라고 주문한다고 판관놈은 네말에 놀아나다니...... 한심한지고......
내가 이놈들을 그냥 두지 않으리라! 백성들에게 쌀값을 받아서 밥을 해서 계집과 시시덕거리며 해쳐 먹고서 그래 밥을 잘 얻어 처먹었다고 은혜를 웬수로 갚는 한심한 놈들......너 같은 것들이 고자관이라니 나라가 아니 망한게 이상하다야!....”
“죄송합니더!”
“네 놈이 나를 왜 어쩌지 못하냐?”
“.........”
“대답해라!”
“예! ...... 죄송합니더!”
“대답 안할래?”
“저...... 그건..... 제가 힘이 모자라서 예!......”
“그거야! 높은 놈이 시켜도 못하는게 있어! 바로 그거야! 네 놈들은 만만한 백성은 잡아다가 괴롭히며 히죽거리고 비틀어서 고혈을 빨고 시시덕거리고 하는 야비한 놈들이지..... 그러기에 네놈들을 야차들이라고 한다면서.....?”
“.........”
“대답해봐! 이 자식아!”
“예!”
“너 지금 나에 대한 감정이 어떠냐?”
“............”
“말안해!”
“죄송합니더!”
“이새끼가!”
“이 자리를 어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더 자세히 말해봐!”
“나를 누가 이곳에서 구해 주러 어서 와라!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해봐! 이새끼야!”
“예!”
상도는 고자관의 아픈 팔을 잡아 비튼다. 그리고 잡은 손에 힘을 가한다.
고자관은 입술을 깨문다.
“아구구구..... 아구구구구....... 아이구...... ”
“어서 말해!”
“팔이..... 부서...집니더! 환장을....지경입니더!”
“더!”
“팔은 쑤시고 죽을까봐 똥이 탑니더!”
“더!”
상도는 손에다 힘을 더 가한다.
“영웅님이.... 벼락맞아..... 급살을 했으면.....아이쿠.........”
고자관은 입을 벌리고 푸푸거린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진땀에 씌워졌다.
상도는 고자관의 팔을 놓는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네놈도 고문의 맛을 조금 봤제? 고문의 맛을 네 놈이 안다면 네놈들이 고문을 하겠냐?
고문해서 죽여 버릴 새끼들 같으니........”
고자관의 이마에서는 쌩으로 땀방울이 더 굵은게 솟았다. 그리고 볼때기로 흘러내린다.
“이놈새끼! 내가 너 같은 놈은 고자질인지 고자인지 못해 먹게 하겠다! 네 놈이 생으루 사람을 고생시킨게 하나겠냐 둘이겠냐?”
“.......아이구......”
“대답해 이자슥아! 안해!”
상도는 눈을 부라려 오른손을 들먹한다.
“예.... 하겠심더!”
고자관은 기급을 하여 도리질 친다.
“몇 사람이냐?”
“솔직히 기억을 못합니더!”
“대강 말해봐!”
“여러 사람이라꼬..........”
“고문해서 죽인놈도 있지?”
“............”
“있어! 없어?”
“들것에 실려 나가기는 했습니더!”
“너희 같은 것들은 종자가 살인귀 종자라 거세를 해야겠다!”
“에구구... 그것만은.....”
“너 같은 놈들은 비애를 씹다가 죽어야 되는 것 아니냐?”
“용서하시이소! 영웅님! 살려주시이소! 영웅님!”
“간사한 놈들!”
“............용서하시이소! 영웅님!”
“내가 무슨 영웅이냐? 너 같은 고자관놈들에게 영웅이란 소리 듣는 내귀가 더럽다!”
“살려만 주신다면 개과천선하겠심니더!”
“꺼져! 이새끼야! 더러운 놈아!”
“아, 예!....”
고자관은 가제걸음을 치다가 게걸음으로 실내를 나간다. 그리고 이를 갈며 도망친다.
“비열한 놈들! 네놈들도 꺼져!”
“아, 예!....”
“나를 데리고 온 놈은 가지 마라!”
수사병들은 가제걸음으로 방밖으로 나간다.
방문을 나간 그들은 똥줄이 빠지게 도망친다.
상도는 도망치는 그들을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웃는다.
육순사병은 전전긍긍한다.
“육인식 순사병! 끙끙댈 것 없다! 이런 고자관놈들이 무엇이 무섭다고 낑낑거리냐?”
“아, 예!”
“생사람이나 잡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때리고 잠못자게 닦달하는 개만도 못한 놈들이 무엇이 그렇게 너를 무섭게 하냐? 내가 개잡는 법을 보여주마!”
“예!...”
“우리도 나가자! 앞장서라!”
“나리! 그렇게 안봤는데 무예가 굉장하시네요! 그렇지만 나리는 큰일났습니다!”
“큰일났다! 그렇다면 큰일은 작은 일을 두 번 치루면 된다고 그러더라! 일없다!”
“여기가 어딘줄 알고 고자관을 요절을 내십니까유? 저도 나리를 데리고 와서 난동을 피게 했으니 큰일 났습니다요!”
“내가 고자관 하나 닦달할 능력이 없다면 여기엘 왔겠냐?”
“군사들이 몰려올겝니다유!”
상도는 천천히 고자관실을 걸어나간다.
그들은 옆문을 나와 정문 앞으로 걸어간다.
“멈춰라! 이놈!”
외치는 소리에 상도는 정문쪽을 바라본다.
칼을 빼들고 이십여명이 달려나온다.
“대문을 걸어라!”
대문보초병은 서둘러 대문을 닫는다.
상도는 육순사병과 정문앞 마당에 우뚝 서서 그들을 바라본다.
체구가 당당한 그들은 상도와 십여보의 간격을 두고 마주 섰다.
“네놈이 무얼 잘했다고 나왔냐?”
“저놈이!”
“비열한 놈 같으니! 무고한 사람을 때리다가 얻어맞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쯔쯔”
“네 이놈 고자관이 누군데 고자관을 때려!”
얼굴이 호랑이처럼 사납게 생긴자가 나서서 말한다.
“그거야 고자관이 사람을 다짜고짜 구타하니 그런거요!”
“닥쳐라! 이놈! 고자관을 폭행했으니 너는 죽어줘야겠다!”
“이것 보시오! 잘잘못을 가리는게 법관이지 그런 법이 어디에 있소?”
“우리가 하는 일은 항상 정당하다!”
“그래요! 당신들은 누구요? 죽기전에 알기나 합시다!”
“아주 네놈이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우리는 고자관이시다!”
“고자관이 무엇하는거요?”
“너 같은 놈을 잡아죽이는 나리들이다!”
“그래요! 그럴만한 능력이 있소?”
“우리가 그런 능력도 없이 고자관을 어찌 하것네!”
“생사람 잡는 능력이 그렇게들 뛰어나시다니 한심하군!”
“우리가 글만 잘하는 줄 아냐?”
“칼도 다짜고짜 막무가내로 쓴다 그말이슈?”
“잔말말고 목이나 늘여라! 이놈아!”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디?”
“나라의 권력에 도전한 놈이 죄를 모르다니 죽일놈!”
“이놈아! 여기가 고자청인지 몰라?”
“무술이 고강하다고 까부는구나! 저놈의 목을 쳐라!”
염소수염을 기른자가 명령한다.
젊은 고자관 십여명이 일시에 달려든다.
상도는 가소롭다고 웃는다.
“네놈들이 멀쩡한 왕을 쫓아낸 놈들이라더니 사실이 그런 것 같구나! 내가 오늘 네놈들의 눈을 뜨게 해주마!”
상도는 말을 하며 그들을 맞는다.
“한꺼번에 모두 덤벼라!”
그는 호기를 부리며 말한다.
고자관들은 이리 닫고 저리 닫는다.
상도는 나비가 되어 이리 저리 피해 다니고 고자관들은 그를 잡으려고 칼바람을 일으키며 쫓아다니느라 허둥거리고 있다.
“야, 이놈들아! 그래가지고 고자질을 제대루 하겠냐? 내가 돈이라면 벌써 날름하고 삼켰겠지. 차라리 네놈들의 이름을 송장담는 관이라고 하던가 고문관(拷問棺)이라 해라! 돈만 먹기 좋아하는 놈들.....
차라리 이름을 돈먹는 송장관이라고 전식관(錢食棺)이라 하는 게 어떻겠냐? 아니면 제잘못도 모르고 높은 놈이 시키는대로만 하는 생사람 잘잡는 고질병이 들었으니 검사관(檢死棺)이라 하라! 이 오라질 자식들아!”
“저런 육시(戮屍)를 할놈! 저놈의 아가리를 찢어라!”
고자청장은 발을 동동구르며 소리친다. 명령따라 십여명의 고자관들이 상도를 잡으려고 달려든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전의를 잃었다.
상도가 상상이 안되는 마음의 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 다 덤벼봐라! 네놈들 내가 오늘 네 놈들의 이름을 이름대로 만들어 주마!”
상도의 당찬 말에 고자관들은 찔끔한다. 그러느라 멈칫한다.
그리고 졸지에 불안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칼을 들지 않은 손으로 급히 아랫도리를 손바닥으로 가린다.
그도 그럴것이 상도가 그럴 힘이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고자관들은 이미 하늘은 높고 푸르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하늘이 있었다는 것을, 이미 새롭게 공부를 마쳤다. 지금은 도망을 치려고 맘을 졸이고 있다.
붕이 제아무리 날개짓을 해도, 만리를 날아가도, 땅위에서만 맴돈다는 사실을, 용이라 한들 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하나처럼 강제로 되뇌고 있다. 그들은 상도의 발걸음만 따라간다. 기린의 앞발을 따라가는 기린의 뒷발이 되었다. 속수무책이란게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란 것을 체험으로 배우는 그들이다.
“야, 이놈들아! 어디로 도망질을 하려고 드냐? 시세(時勢)만 아는 놈들! 그런 놈들이니까 비겁관이라는게다! 안되겠다 싶으면 권세자의 주구노릇이나 하는 놈들! 그러니 이름을 개꼬리관이라 하라! 힘 없는 사람으로 보이면 잡드리고 힘 있어 보이면 꼬리를 흔드는 놈들!
에잇 더러워! 퉤퉤........ 퉤퉤관이라 하라!
그런 것들이 무슨 사법관이라.....
돈 몇푼만 쥐어주면 옳다고 판결하는 놈들이.......
돈을 배지부르게 처먹는 것두 아니고.......쯔쯔......
돈도 모르는 놈들이......쌀가마니값만 주면 무죄라 하는 놈들이 사법관이라 뒈진관이지 무슨 사법기관이냐? 이 잡놈들아! 나라를 망치는 놈들아! 그러니 네놈들의 죄가 하늘에 닿아서 내가 사법관을 벌주고 파면시키러 왔다 이놈들아! 어서 자진하여 네놈들 모두 사표를 써라! 그러면 용서를 해주마!”
“무엇들 하느냐? 냉큼 저놈의 아가리를 찢어라!”
“염소 수염 네놈은 뇌물을 많이 먹은 아가리지? 그래서 돈독이 올라서 염소 수염이지.....얼굴이 허연한게 밤만 되면 내시 노릇하냐? 옷은 염소털 입어서 숯검정이냐? 법대루 판결을 못하니까, 안하니까 죄가 많아서 죽을 죄인이라구.......
없는 양심을 있는 것처럼 하느라 염소 색깔옷 입었냐?
무고한 사람에게 강제로 죄를 만들어 많이도 씌워서 감옥에 보냈다구....... 그리구 죽여버렸다구...... 심보가 온통 숯덩이라....... 흑염소 가죽을 털채 입었냐? 야 이놈아! 이왕에 돈을 먹으려면 많이나 처먹지 째째하게 그게 뭐냐? 간뎅이가 염소간이라 그러냐?”
“어서 저놈의 아가리를 찢으래두!”
“네 놈은 뇌물을 많이 먹었어도 아가리가 멀쩡한 놈이지......
오늘 내가 돈으로 네놈의 아가리를 크게 찢어 주마! 원없이 뇌물을 처먹게 해주마!”
“저놈의 아가리를 찢어라!”
상도는 고자청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동전 한개를 오른손가락으로 튕겨버린다.
“악!”
고자청장은 비명을 지르며 두손으로 입을 감싼다.
곧 이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염소 수염아! 돈맛이 어떠냐? 네놈이 돈을 먹어서 돈이 네 놈의 아가리를 찢은 것이니 나를 원망 말거라!”
고자관들은 지기지피를 한 결과 도저히 상도의 적수가 되지 못함을 절실히 인식하고 여기서 빠져나가야만 살 수 있다는 절박함에 빠졌다. 그러면 누가 빠져나가야 하는가..... 무슨 핑계를 대고 도망을 할까가 그들의 뇌리 속에 가득찼다.
핑계를 제대로 대지 못하면 맨먼저 죽음이 기다린다는 것도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비겁하게...... 그렇다고 용감한 척했다가는 더더욱 살아남지 못할테니....... 맨먼저 납작 엎드리는 게 최고 묘책잉기라......
아까 사표를 내라고 했다 아니가.......그라믄 살려준다꼬 했제....... ’
고자부장은 묵은 생강답게 머리를 잽싸게 굴린다.
“멈춰라!”
고자부장은 소리를 버럭지른다.
그리고 잽싸게 상도 앞에 너부죽이 엎드린다.
고자관들은 부장의 꿇어 엎드리는 것을 보고는 부장에게 뒤질세라칼을 내동댕이치고 엎드리고 칼을 쥔채 허겁지겁 엎드린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린다.
무릎이 땅에 불이나게 부딪친다. 무릎 깨지는 소리는 마당 깨지는 소리가 되었다.
“영웅님을 몰라보고 범의 수염을 저희가 감히 건드린 죄를 범했습니더! 너그럽게 용서를 엎드려 비옵나이더! 영웅님의 말씀대로 사표를 내고 여기를 떠나겠는기라예!”
“내캉 맨먼저 사표를 낼끼라에! 날래 사표를 써 각꼬 올끼라예!”
“내는 벌써부터 사표를 낼끼라고 이렇게 준비를 해각꼬 있었다 아닙니껴!”
“너는 낌새를 어찌 알았느냐?”
“지는 박고자관이 영웅님께 얻어터져각꼬 내빼왔을 때..... 그때 알았능기라예! 박고자관이 누굽니껴! 우리 고자관들이 따라갈 수 없는 무공을 지니고 있다 아닙니껴! 그런데 맥도 못추고 청장님방으로 도망을 쳤다는 것은 뭘말하겠능기요! 마! 오늘 우리 고자청이 박살이 나는 날로 짐작을 한기라예! 영웅님 예!
쫄병 고자관이니까네 명령대로 했지만...... 어데예! 영웅님을 어쩌겠습니꺼 역부족을 우리 고자청장님이 입이 찢어져 밥을 못먹게 될라고 그런거 아닙니껴! 사람은 밥을 먹고 사는긴데.....아니 그렇습니껴? 영웅님 예! 밥을 못먹으면 죽는거 맞지예! 우리 청장님은 밥을 못먹을 짓을 했으니까네 불상처럼 되어뿌려진 기라예!”
“그래서!”
“지는 마당에서 고자관들이 기다리고 섰을 때, 영웅님을 기다릴 때 그때 사표를 써 각고 생각하기를 내가 어제 사표를 냈으면 살낀데.... 하는 후회를 하였던기라예!”
“그래! 너는 고향이 어디냐?”
“남쪽입니더!”
“너희들은 모두 여기에 엎드려 있고 대문보초병은 방에 가서 종이와 묵을 가져오너라!”
상도의 명령에 보초는 고자청으로 뛰어간다.
고자청 마당은 고자관들의 거친 숨소리로 채우고 있다.
상도를 데리고 온 육순사병은 눈알을 굴리며 꼴불견을 하고 있는 고자관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별볼일이 없는 것들! 기생이 대감한테 첩살이를 갔다가 세자놈한티 기생첩을 빼앗긴 꼬라지군! 제놈 목숨이 끊어질까봐 기생첩을 내어주며 목숨을 구걸하는 꼬라지라고 하기도 그렇고.......
첩실이 세자의 품에 안겨서 첩을 버리시면 이몸 죽을 낍니더 하는 꼴이라고 보기도 그렇고 대책이 안서는 꼬라지......
사내 자식이 붕알을 떼네뿌리지.......
이런 놈들이 고자관을 해먹었다고 족보에 올리겠지.......
과거에 합격해서 고자관을 지냈당께......
나가 너들 조상잉께! 쓸개가 없는 놈들!
임금에게 충성한다고 하다가 반란을 일으킨 노전환이에게 무릎을 꿇고 비지발발하더니 오늘은 이 시골뜨기에게 무릎이 깨지게 엎드려 뻗쳐를 하고 살려줍쇼를 하는게.....
이게 글줄이나 읽었다는 놈들이라.......
요런 자슥들을 뭐라고 하는거셔 뭐여...... 골치가 아프다야!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를 더욱 비참하게 가난하게 만드는구먼......’
육순사병은 혀를 소리없이 차고 있다.
보초는 지필묵을 가지고 뛰어와 상도 앞에 공손히 엎드려 내려놓는다.
고자관들은 서로 먼저 사직서를 쓰려고 법석댄다.
“사직서를 쓴 사람은 손도장을 찍어서 저기 서 있는 순사병에게 제출하라! 제출한 순서대로 내 앞에 와서 앉아라!”
“예!”
“누가 먼저 사직서를 쓰는지 볼 것이니라!”
상도는 목에다 힘을 주어 걸신 목소리로 말한다.
종이를 낚아채는 고자관 벼루를 들고 내빼는 고자관, 붓을 들고 내빼는 고자관, 그것을 빼앗으려고 쫓아다니는 고자관들이 이리 닫고 저리 닫는다.
졸지에 고자청 마당은 돗대기시장바닥 형님이 되어 버렸다.
선배, 후배, 동문, 고향도 계급도 위계질서도 왕창 뭉개져 버렸다.
그리고 고함을 지르며 주먹이, 욕설이, 난무하다가 칼싸움이 벌어졌다.
‘잘들 노는군! 저게 글께나 읽은 사람들인가?
뭐 저런 것들이 다 있단 말인가?
누가 죽이러 쫓아다니는 것두 아닌데 미리 겁을 먹고 저지랄들이람!
나야 쫄병 순사라도 안그런다야.........
수사병도 안그러는데 치부를 저렇게 드러내고 있담.......
나만 살겠다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사람의 품위를 지니는 것이 아니구먼.......
제 목숨은 저렇게 아끼는 것들이 생사람을 감옥살이 시키고 감옥에 보내 달라는 소리를 어찌하누......
어무시라......저희들이 죽게 생겼으니까 가관이고만!
죽음을 저토록 무시버하는 것들이 꽝꽝대며 고자청에서 고자관을 한다는기 인재가 얼마나 없으면 오죽하면 저런 것들이 나라를 좌지우지 했을까! 망쪼야......
저것들이 의시대도 과거 시험에 겨우 턱걸이 합격을 했다던데........
아무리 살기가 급급하기로 한가족처럼 한지붕 밑에서 사는 것들이 지가 살자고 동료를 죽이러 덤비는 꼴이라니......
고자관 시험에 합격한 것들이 더 무시버라......
내가 순사병정된게 천만다행이지........
내 아무리 졸병이라도 네 놈들처럼 동료 죽이고 나 살려고는 않는다. 쯔쯔.......
그래서 백성들이 씨못받을 놈이라고 고자관, 고자님하고 지껄여대는 답을 찾겠구만.......
지금 당장 선착순으로 죽이겠다는 것도 아닌데.......
서로 칼부림을....... 내가......’
“멈춰라!”
고자관들이 서로 먼저 사직서 쓰려고 붓 종이를 뺏으려고 서로 칼부림하는 것을 보다 못한 순사병정은 외마디 소리를 내지른다.
순사병정의 외침에 고자관들은 피를 조금 흘리던 싸움을 순간적으로 칼싸움을 멈췄다. 그리고 그들은 정문 쪽을 놀란게 그들먹한 눈으로 두리번거린다.
“내가 너희들을 보니 한심하다.
너희들이 살기가 급급하여 서로물고 먹는거냐?
너희는 예의도 의리도 없냐? 그래 지금 당장에 죽는 것도 아닌데 겁을 먹고 너희들끼리 싸워서 죽어버려야 하는 바보들이냐?
그렇게 아둔하고 미련한 것들이 고자관 노릇을 했다니 한심하다야!
죽는게 그렇게 무섭냐?
조금 먼저 죽고 조금 나중에 죽으면 얼마나 좋은거냐?
극락이라도 가게 되냐?
조금 먼저 죽인다는 것두 아닌데 챙피하지도 않냐?
그러면서 선배다, 동지다, 동창이다, 술친구다 하겠냐?
속들 차려야! 나는 쫄병이다 그래도 너희들 처럼 나 살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짓은 않는다!”
고자관들은 멍청한 얼굴을 해 가지고 부끄럼이 내뺀 얼굴을 하고 순사 병정의 얼굴을 넋빠진 모습으로 바라보고 서서들 있다.
“너희들 사직서 안쓰냐?”
상도는 무식한 놈들이라고 쓰여진 얼굴을 하고 외친다.
고자관들은 아까보다도 더욱 맹렬하게 다시 칼싸움을 한다.
칼에 맞은 자의 신음 소리가 칼로 치는 기합소리가 마당을 떠나가게 만들고 있다.
마당은 고자관들의 피로 얼룩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팔이 짤리고 다리를 베이고 상투가 잘리고......
창자가 불거져나오고 머리가 깨지고 비실거리고 어깨에 칼을 맞고 쓰러진다.
‘어리석은게 인생이라더니......
사람이란 것들은 돈을 좇아가다 죽는다고 하더니......
사람은 권세를 잡으려다가 죽는다더니......
사람은 명예를 얻으려고 죽는다더니.......
이 것들은 뭐야 사직서를 먼저 쓰려고 죽는다 그말인가.........
아니면 권세자에게 빌붙으려고 죽는 놈들인가........
순사병인 나도 너희들과는 근본이 다르다.......한심한 것들...... 저 것들이 정의를 구현한다고 고자관이 된 놈들인가.......
나라가 망하려고 저런 것들이 벼슬을 하는 세상이 된거여........’
‘아니 배웠다는 것들이 저렇게 무식하다니........
서로 죽이려고 미쳐버렸군.......
이나라가 가난한 나라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군.........
제 동료를 저렇게 죽이다니......’
상도는 고자관들의 싸우는 것을 지켜보며 고자관이란 자들은 사람의 가치를 벌써부터 상실한 자들이라고 제쳐놓는다.
고자관들은 쓰러져 죽고 쓰러져 숨을 헐떡거리고 담벼락에 기대앉고 칼을 지팡이 삼아 한쪽 무릎은 꿇고 겨우 버티고 있고 엎어져 피를 토하고 있다.
“겨우 네 놈들은 고자관까지 되어서 한다는 짓이 백성들의 등이나 쳐서 먹다가, 돈주는 놈은 무죄방면하다가, 돈못주는 놈은 유죄하여 감옥에 보내다가, 생으로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씌우다가, 출세영달을 위해 동료를 죽이는 짓을 하다가, 너죽고 나죽자가 되고 말았구나!
남을 못살게 하면 네놈도 죽게 된다는 것을 배워라!”
상도는 너부러져 있는 고자관들의 피투성이 꼴을 바라보며 생각하다가 군말을 내뱉는다.
순사병정은 상도가 지껄이는 말을 들으며 상도와 고자관들의 처절한 몰골을 번갈아 바라본다.
“가자!”
상도는 순사병정을 바라보며 말한다.
“예.”
순사병정은 기다렸다는듯이 선뜻 대답을 한다.
상도는 대문을 열고 순사병정을 데리고 고자관청을 걸어나간다.
“이보게! 육순사! 정의당이란 곳은 어디에 있는가?”
“아니 그곳은 왜 물으십니까?”
“내가 그곳에 볼일이 있지!”
“거기에 가시면 큰일이 납니다!”
“자네도 나를 촌닭으로 여기는가?”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무엇인가?”
“나리가 정의당을 가볍게 보시면 큰일이 나십니다.”
“그것들이 정의당이라 하니 살펴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누가 시비를 하겠는가?”
“나리! 몸조심하시는게 좋습니다!”
“아니, 자네 아까 나를 고자청에 데리고 갈 때는 꽝꽝대더니 지금은 나를 나리라고 하다니.....”
“아까는 내가 몰라보고 보통 사람 대하듯이 했지만 지금이야 나리를 대단하신 분으로 알고 있으니 그렇지요!”
“그냥 나를 ‘여보쇼’ 하지 내가 무슨 벼슬을 했다고 나리 나리 하는가?”
“그럼 저도 고자관처럼 영웅님이라 부르면 되겠습니까?”
“그럴 것 없이 내 이름이 상도니까 상도씨라 부르게나!”
“나리가 어떻다고 그러십니까?”
“나리라는 말은 아첨꾼의 소리로 들리니 귀에 거슬린다 그말이야!”
“나리! 순사나리 하니까 그러시나본대 상감님의 아들을 부를 때 나리라고 한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대신들이 나리라고 한다니까요!”
“좌우지간 그러지 말게나!”
“그럼 대인이라 부르지요!”
“이름이 좋대두.......”
“어찌 대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가 있겠습니까? 대인님!”
“정의당의 위치는 어디쯤 되는가?”
“중앙영 안에 있습니다!”
“중앙영은?”
“제가 앞장서서 그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지!”
“그런데 대인님 그곳에 가시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곳은 장수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래!”
“장수들은 난다 긴다 하는 무공이 뛰어나서 천부당하는 용력이 있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못갈게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지요만.....”
“괜히 호랑이 굴에 찾아 들어갈게 있습니까요!”
“모르고 우연히 호랑이 굴에 들어 가게 돼도 불행인데 그 불행을 자초하느냐 그말이군!”
“그렇습지요! 대인!”
“자네 태도가 꽤 나긋나긋해졌어!”
“그거야 대인의 풍모를 구경을 했으니까 그렇습지요!”
“모르면 사람을 깔아뭉갠다 그말이렸다!”
“대인! 사람이란 본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세상 사람이 모두 그렇다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무시하고 무례히 행동해서는 안되는거지. 사람이 짐승보다 나은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의가 있는게 짐승과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잘 알면서 짐승으로 오인되는 행동을 해서야 되겠는가?”
“우리 나라 사람들은 사람대접을 해주면 오히려 순진한 사람이다,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렇게 취급하고요! 심지어 자식에게도 좋은 말로 타이르는 말은 씨도 안먹고 애비를 능멸한다구요! 그러니 저와 같은 순사병정이야 말할게 없는거지요! 경어를 사용하여 대접해서 말하면 도무지 깔보고 말을 안듣는거 있지요! 그래서 붙들려 오는 사람을 개돼지 취급을 하는 것이랍니다! 무시하고 무섭게 닦달을 해야 하는 고충이 있는거지요!”
“그러니까 이 사람아! 사람들이 순사병정을 보면 쉬쉬하고 피하고 뒤에서 욕을 하고 그러는 걸세!”
“그거 모르는거 아닙니다! 그러나 직책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물러들 가세요! 소란 피우지 말고 물러가십시요! 해보십시요! 물러를 가나! 욕지거리를 하고 육모방망이로 때리고 때리는 시늉을 하고 발로 똥방뎅이를 걷어차야 겨우 해산을 하는게 인생들인뎁쇼....”
“그러면 사람들을 잡아다가 고문(拷問)하는 짓은 왜 하느냐?”
“좋은 말로 질문을 하면 대답을 않고 되레 사람을 놀린다니깐유!
그러니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사실대로 진술을 처음부터 하면 그런 고문(拷問)이 없지유!”
“그럼 죄가 없고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죄를 만들어 씌우기 위해 안한 것도 했다고 허위 자백하게 만드는 고문은 왜 하냐?”
“그런 경우는 높은 놈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그런거구..... 그리구 건수를 많이 올려야 순사상도 타고 그래야 공로상도 타고 상을 받은게 많아야 진급을 하니까 그런거지유!”
“아니 저 잘되자고 생사람을 잡다니......”
상도는 분개한 표정을 짓고 말한다.
“저는 졸병순사이니께 그럴 것이라고 짐작해서 말씀드린 것입니다유! 저에게 화내지 마세유!”
“죽일 놈들...... 아무리 세상이 강육약식의 세상이라지만 그럴수 있다니..... 내 그런 놈들을 징벌을 해줘 그따위 짓을 못하게 해야지....”
“대인님의 뜻이야 좋지만 그게 어디 힘으루 되는 일인가유!”
“그러면?”
“대인님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못하게 악질순사나 고자관을 징치할 수 있겠지요만서두...... 대인님이 몸이 백개라두 모자라구 천개라두 모자라지유!”
“그래서!”
“대인님의 몸이 만개로 분신하는 능력이 있다한들 만군데에서만 부정부패, 악질들을 막을 수 있고 그 나머지는 어쩌시겠어유? 그나머지는 속수무책이 될게 아닙니까유?”
“계속해라!”
“쫄병 순사 생각에는 대인님이 아무리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해두 역부족이다 그말입니다유!”
“그래!”
“그러니까 대인님을 위해서 말씀이지유! 대인님이 현재 있는 곳은 정의가 구현이 된다 할지라도 대인님이 지나가면 다시 물처럼 모여들어 다시 못된 것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된다 그말이지유!”
“내가 네말을 알아 듣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보고도 못본체 하라 그말이냐?”
“제 말은 대인님의 힘도 한계가 있듯이 세상 돌아가는 일도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죄가 가득차면 하나님이 반드시 죽이신다는 말이 조상적부터 내려오고 있지않습니까유!”
“유식하구나! 야!”
“그거야 상식이지유! 그리구 하나님이 착한 사람은 복을 주고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은 재앙을 당하게 한다구 하는 말도 공자님이 했지유!”
“그런데!”
“그러니까 세상은 하나님이 사람들의 하는 짓을 지켜보시다가 벌을 줄 자는 벌을 주고 상을 줄 자는 복으로 상을 준다는 말이지유!”
“그말이지!”
“그러니까 대인님이나 왕이 나라를 세상을 다스리는게 아니라 공자님 말씀대루 하나님이 통치하시니까 인간이 지나치게 속썩이고 악을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악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말이지유!”
“그러면 내가 악을 한다 그말이렸다!”
“일루치면 그렇다는 것이고 대인님의 하시는 일은 대인님이 잘 아실텐데 제가 참견할 일이 아니구 참견을 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어유!”
“그러면 나를 시켜서 하나님이 악을 베어 버리는 것인지는 왜 생각을 안하나? 이 사람아!”
“내 논에다 먼저 물 끌어대는 말씀이라고는 생각지 않으세유?”
“자네는 자네가 하는 순사 일이 자네 말대로 하나님이 시킨 일이라고 생각하나?”
“저희 순사가 있어 순찰을 하니까 도둑이나 나쁜놈들이 발을 붙일 수 없게 되는거지유!”
“저만 옳다는 말이구먼!”
“사실 저희 순찰병이 없으면 못된 것들이 득실거리는게 현실이라구요!”
“여러가지 쥐새끼 악을 제거하기 위해 호랑이를 상전으로 모시는 악을 만든거지!”
“우리 순사병이 필요악이라 그말이시군요!”
“너희들만이 아니라 나라의 일을 본다고 하는 왕이라는 놈이나 대신이라는 놈이나 고자관이나 판관이나 말단 아전까지 다 백성들을 위한다고 백성들이 세워 놓고는 그것들한테 시달림을 받고, 시달리다가 못견디니까 돈을 갖다 바치고 돈을 바치고도 감옥살이 하고 탄식을 하는게 현실이 아니냐?
너희들도 남대문지기 하면서 그 길을 통행하는 사람들에게 통행료를 받고, 눈에 삐딱하게 보이는 사람은 감옥에 보내고, 재수 없는 사람은 건수 채우려는 수작에 영문도 모르고 잡혀 들어가 곤욕을 치루게 한게 네 놈들이면서.......
네가 그랬다고 그러구서. 뭐? 착한 순사다........
우리가 없으면 도적이 활개친다. 그러니까 필요악이 아니라 필요선이다. 하나님이 세워 놓은 사람으로써 정의를 구현한다. 그러니까 우리 순사병은 정의당이다 그말이구나.....
정의당 소리를 듣고 싶으면 이놈아! 네놈들이 뇌물당이라는 소리와, 고문당이라는 소리와, 주리를 틀어서 허위자백하게 하는 악행을 말고 건수 채우기 위해 없는 증거를 만들어 죄를 씌우는 놈들이라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지......
죄가 가득하면 하나님이 죽인다는 공자말을 입방아만 찧지 말고 행동으로 백성들이 칭송하는 놈들이 되기를 힘써라! 이놈아!”
순사병은 입맛을 다시며 대답을 뒷꼭지 긁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들은 포순청 앞을 지나간다.
“아이구! 우리 아들 죽네! 우리 아들은 아무 죄도 없어유! 우리 아들은 아무 죄도 없어유! 우리 아들을 풀어줘유! 우리 아들은 벽보를 보고 가르쳐 준 죄밖에 없어유!”
중년 여인네가 땅바닥을 손으로 치면서 울부짖는다
상도는 그 여인네의 울부짖음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여인네의 훤화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여인네의 사정을 물어보자! 이곳 포사청 대문에도 숭례라고 쓰여 있구나! 숭례를 뒤집어쓰고서 오랑캐짓을 하는 놈들이 아닌가?.....
고자청 대문에도 숭례라고 쓰여 있었는데........’
“저, 보십시요! 아주머니는 무슨 일로 포사청 앞에서 울부짖고 있으시오? 무슨.......”
“우리 아들이 대역 죄인으로 몰렸어유! 어엉! 엉엉! 우리 아들을 살려줘유! 나리!”
“아주머니 울음을 그치고 자초지종을 말씀해 보세요!”
“우리 아들은 엉엉! 조금 있으면 죽어유! 어엉엉! 아이구! 민주야! 민주 내 아들아!”
“그러니 어서 말해봐유! 대인께 어서 말해유!”
순사병은 측은한 얼굴을 하고 서둘러 권한다.
“우리 아들이...... 벽보 붙인 것을 읽었는디..... 그걸 보고서도 모르는 사람이 벽보에 쓰여 있는게 뭐라구 쓴 거냐구......물었대유..... 그래서 걸어가면서 알려줬대유..... 알려주다가...... 잡혀갔대유.....”
“뭐라구 쓰여 있었는지 아세유?”
“독재자는 물러가라! 왕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구.........그다음은 몰라유......”
“대인님! 아마 정치를 똑바로 하라! 군인이 무슨 정치를 하냐? 무인은 물러가라는 내용이었을 겁니다요!”
“그래!”
상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포사청을 쳐다본다.
“그러면 내가 여기에 들어가서 아들을 구해 오겠으니 안심하고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아이구! 대인님! 고마워유!”
그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마워한다.
“고맙기는....”
“대인님!”
그녀는 허리를 연속적으로 깊히 굽실거린다.
“참 아드님 이름은....”
“한민주라고 해유!”
“한민주라!”
“우리 민주는 남에게 싫은 소리도 할 줄 모르는 아이예유!”
“알았으니 기다리세요!”
“너도 따라 가겠냐?”
상도는 육순사병에게 말한다.
“그거야 말씀을 안해두 따라가지유!”
“그래! 시끄러울텐데.......”
“이제는 대인을 제가 모셔야지유!”
“그래! 육 순사병! 따라오시게!”
“예! 대인님!”
상도는 말을 하며 걸어간다. 그는 열려진 포사청 대문 안으로 선뜻걸어간다. 대문 옆에는 순사병이 지키고 있다.
상도는 보초순사를 보고 고개를 조금 끄덕한다.
보초는 눈알을 희번덕거린다.
“어디가?”
보초는 볼멘 소리로 묻는다.
“포사청장 만나러 간다!”
“........”
“여기가 임마! 호랑이굴이야 임마!”
상도는 보초의 얼굴을 아주 아니꼽게 쳐다본다.
“이 짜슥이......”
보초는 얼굴을 험상궂게 만드는 말을 하며 상도 앞으로 다가간다.
“촌놈새끼가 니 뒈져보레.....”
보초순사는 커다란 주먹으로 상도의 볼따귀를 갈긴다.
“퍽!”
“아구구! 아구구!”
보초 순사병은 비명을 지른다.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쪼그려 땅에 주저앉는다. 대문 반대편에 서 있던 보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모습으로 한길 밖을 내다보고 섰다.
보초의 콧잔등은 졸지에 깨진 묵사발이 되어버렸다.
얼굴 전체가 피범벅이 되어졌다.
‘아니 저 보초가..... 언제 누구에게 얻어터졌나? 희한한 일이네......
대인은 가만히 서서 있었고.... 보초순사가 다가가 주먹으로 대인의 얼굴을 갈기는 것은 보았는데...... 이건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때린 사람이 다치다니......이상한 일이야...... 이건 내가 처음 보는 무공이구먼......... 물어봐야지.......’
“자네 거기서 무엇하나?”
“아~ 예!”
육 순사는 상도의 말에 서둘러 보초의 몰골을 뜯어보던 멍한 눈을 추스리고 상도 곁으로 다가간다. 한길 밖을 쳐다보던 보초가 사라졌다. 갑자기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비상 종소리입니다!”
육 순사병은 근심스런 얼굴로 말한다.
“그래야 일이 빨리 끝나지!”
“땡땡땡땡땡!!!!”
포사청쪽에서도 종을 깨지게 쳐댄다.
상도는 포사청으로 걸어간다.
그때다 삐끄덕! 소리가 그들의 고개를 돌아보게 한다.
보초는 포사청 대문을 닫아 건다.
포사청을 향해 그들은 다섯걸음을 걸었다.
포사청사 안에서 삽십여명이 달려나와 일자로 늘어섰다. 그들의 왼손은 칼집을 쥐고 있다.
상도는 그들의 앞으로 뚜벅소리가 나게 걸어간다.
그는 포사군들과 십여미터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육 순사병은 상도의 십여미터 뒤에 서서 구경을 한다.
“네놈은 웬놈이냐?”
포사군 중앙에 있는자가 묻는다.
“나는 포사청장을 만나러 온 사람이다!”
“그런 놈이 보초를 다치게 하다니....”
“보초는 제가 잘못하여 다친 것이지 내가 조진 것이 아니오!”
“이놈이 어떤놈마냥 새빨간 거짓말하네.....”
“이것 보쇼! 내가 포사청장 만나러 왔는데 포사청장의 부하를 치도곤 할 것 같소..... 그러구서 내가 포사청장을 어찌 만나겠소?”
“이자슥 보레! 보초의 얼굴을 묵사발을 만들어 놓고서 한다는 소리가...... 이자슥이 포사청을 잔뜩 깐본기라! 뉘 나갈끼고......”
“보아하니 노란테를 두른 걸 보니 높은분 같은데 사리를 따져보지도 않고 사람을 핍박하면 되겠습니까?”
“빨리나가 조져뿌려라!”
“소장이 나가겠습니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포사관이 상도를 마주하고 섰다.
“노란금테 양반! 사람을 너무 핍박하는게 아니시오!”
“잔소리말고 나의 칼을 받그라! 니는 보초를 다쳤으니 그 죄만 물어도 니는 죽은 몸잉기라!”
갑옷 입은 포사관은 오른손으로 장검을 뽑는다.
“목을 늘이거래이!”
“이것 보쇼! 잘잘못을 가리지도 않고 칼을 쓰면 되겠소? 사람의 목숨은 중한 것이요!”
“시끄럽다고마! 니 원이 없을라카믄 어서 칼을 뽑그라!”
“노란테 나리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자신이 있소?”
“니 뭣하나! 잡소리 듣게 할끼가!”
“칼을 뽑지 않는 놈을......”
“닥치그라! 노포두 단칼로 죽이그라!”
“예옛!”
팔척 장신의 갑옷 입은 포두가 벼락치는 소리를 하며 상도를 덮친다. 그러나 상도는 본 체도 하지 않고 노란테 두른 자를 노려본다.
포두의 검은 상도의 오른쪽 어깨를 찍었다.
“아이쿠!”
비명소리는 포사청을 들썩하게 했다.
그리고 팔척의 커다란 덩치가 땅바닥에 뒹군다. 포사병들은 눈을 크게 하고 졸지에 땅바닥에 피를 토하며 뒹굴고 있는 동료를 바라본다. 그들의 눈에는 죽음의 공포가 밀려들고 있다.
상도는 그대로 서서 있다. 아까와 달리 성난 얼굴을 하고 있다.
“노란금테! 부하가 피를 토하고 있는것 보고 있냐? 네가 저지른 무책임을 아느냐?! 어서 나를 포사청장에게 안내하라!”
“죽일놈! 쳐라!”
노란테를 두른자의 명령에 포사군들은 복지부동의 자세로 동료의 죽음만을 바라만 본다.
“그래두! 이 맹꽁이가 나를 우습게 아는군!”
“어서 저놈을 죽이지 못할까?”
“네놈이나 뒈져라!”
노란테 두른 포사장은 상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털썩 주저앉는다. 졸지에 그의 눈은 썩은 동태 눈깔이 형님하게 생겼다.
“너 같은 놈은 송장 노릇도 해서는 안될놈이야! 내가 네 놈이 더 이상 못된 짓을 못하도록 힘을 빼줬느니......”
상도는 말을 하며 뚜벅거리는 소리가 나게 포사청을 향해 곧장 걸어간다. 포사군들은 나무로 깎아 땅에 박아 놓은 장승이 되어 다리의 갑옷이 덜렁거리게 떨면서 얼어붙은 눈망울로 상도를 지켜만 본다.
“너희들은 여기에 꼼짝말고 서 있어라!”
“예!”
포사군은 상도의 명령에 하나의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육 순사병! 어서 오라!”
상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힘실린 목소리로 부른다.
“예!”
상도는 포사청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포사청 입구에는 보초가 두명 서 있다.
“포사청장 방이 어디냐?”
“예! 이층입니다!”
“그래! 포사청장 방에 있냐?”
“예!”
보초들은 기가 바싹 짤려져 먹이 빼앗긴 사자꼬라지 같다.
상도는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보통 걸음으로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이층으로 올라선 그는 좌우를 살펴본다.
보초가 서있는 방을 보고는 그리로 걸어간다.
“청장님 안에 계시냐?”
그는 은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예!”
보초는 허리를 굽혀 대답을 한다.
‘눈치 한 번 빠르구나! 칼자루 쥔놈들이라 어떻게 처신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보는구나......’
“상도라는 사람이 찾아와 뵙자고 한다고 전해라!”
“예!”
“귀한 손님이 청장님을 찾아오셨습니다!”
보초는 눈치 한번 빠르게 방안을 향해 아뢴다.
보초의 말소리 따라 방안에서 마룻바닥이 쿵쾅거린다.
소리가 멈춘다. 방문이 열린다. 어깨가 벌어지고 대머리가 훌떡 벗어지고 배가 툭 튀어나온 군복 입은 중년인이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린다.
“대인 어서 오십시오!”
“청장님에게 볼일이 있어 왔소이다!”
“안으로 드시지요!”
상도는 개의치 않고 청장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관리들의 속성을 여기서 보게 되는구만.......
강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게...... 하기는 그렇지........
그래야 관직도 목숨도 부지할 수 있으니.....
너무나 쉽게 해바라기 노릇을 하는구만.......
이나라 사람들이 지조도 없이 해바라기성 기질이 발육이 잘된 걸 보면 반란이 자주 일어나서 찬탈한 경우가 많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군! 그러니까 강자에게 쉽게 굴종하면서도 부끄러운 표정이 없는게로군......’
그는 입구 쪽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여기 제 의자에 앉으십시오!”
“됐소!”
청장은 자기 책상으로 가서 앉지 않고 상도 앞에서 두손을 마주 잡고 허리를 굽히고 섰다.
“나 포사청장에게 할말이 있소이다!”
“하명만 하십시오!”
“여기에 잡혀 온 사람 가운데 한민주라고 있소?”
“알아보겠습니다!”
청장은 자기 자리로 가서 책상 옆벽에 매달아 놓은 가는 줄을 두 번 잡아 다닌다. 곧이어 아래층에서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포사군은 문밖에 부동자세로 섰다.
“부르셨습니까? 포사청장님!”
“잡아온 사람 가운데 한민주라는 사람을 찾아서 모시고 오라!”
“그는 오늘 처형대에 매일 자입니다!”
“시껍할기가? 날래 모셔라!”
“청장님의 명을 전하겠습니다!”
“잽싸게 데리고오지 않으면 니 아나? 팍 죽는다고마!”
“넷!”
“뛰어갔다 오거래이!”
포사군은 달려간다.
‘그렇지 죽는 것은 싫은 거지. 만인 공통이지. 죽인다면 벌벌하는게....... 이것들도 거친 말을 들으면 무서운 줄 알고 좋은 말로 시키면 느물거리고.....무시기 종자가 그렇담......’
“포사청장은 고자청으로부터 연락 받지 않았소?”
“무슨 말씀이시온지........”
포사청장은 고자청이란 말을 듣는 순간 혈색이 변한다.
“내가 지금 고자청에서 걸어오는 길이요!”
“아, 예!”
“고자관들이 못되게 굴기에 내가 저희들끼리 어쩌나 보려고 선착순으로 사직서를 내라 했더니 저희들끼리 붓과 종이를 먼저 잡으려고 뺏고 뺏기더니 금방 칼로써 죽기살기로 싸움질을 하다가 저희들 모두 칼에 맞아 나뒹굴더라구......
여기 있는 육 순사병이 싸우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원수를 만난 자들처럼 싸웠다구!
싸운 고자관들은 하나도 성한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이곳으로 왔지.
그것들은 동료도 선배도 없는 놈들이더라구.......
나는 지금 정의당으로 가는 중이라오!”
“예! 그 고자관이란 놈들은 원래가 그런게 에미를 모르는 살모사의 형님들이라고 하면 딱 맞을 낍네다! 서로 못잡아먹어서 환장을 하는 놈들입니더! 지가 그놈들이 마! 임자를 만날 날이 꼭 올끼라고 했는데 대인께서 혼을 내셨습니더! 아주 잘하셨능기라예!”
“아니! 포사청장이 고자관들 망한 것을 좋아하다니 이상한 일이요!”
“지가 대인께 아첨 떠니라꼬 올린 말씀이 아닝기라예! 오래 전부터 백성들로부터 무소불위의 권세를 누린다고 원망을 들어온기라예!
그러니까네! 마! 고자청이 아니라 원망청이 돼 뿌린기라예!
그래! 지도 대인님의 말씀에 마! 속이 후련한기라예!”
“진정으로 하는 말이오?”
“지는요! 거짓말을 몬하는기라예!”
“가제는 게편이요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말을 청장이 뛰어넘었다고 보기가 어렵구려!”
“맞씀니더! 지가 대인님을 첨보는데 어찌 신용을 할 수 있갔습니꺼? 앞으로 겪어보믄 아실기라예!”
‘아니 이 자가 나를 반란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고 있군.....
반란군의 실세라 그리보고 있는게 아닌가......
그러니 나에게 잘보이고자 이런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이자의 마음을 떠보리라........’
“무엇을 겪어본다 그말이시오?”
“지는 맘을 한 번 먹었다하믄 철썩같이 달라붙습니더예! 철썩을 아시지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이 없이 충성을 한다 그말이라예!”
“구체적으로 말해 보시요!”
“대인께서 지를 부리신다면 지 부하를 데리고 앞장서서 대인님의 손발이 될기라예!”
“고맙소! 그라믄 우리 크게 일을 한 번 벌려봅시다!”
“고맙습니더 대인님!”
“청장의 수하에 몇 명이나 있소?”
“오천여명 됩니더!”
“그러면......”
이때 포사병은 패기가 있어보이는 청년을 데리고 왔다.
“자네 이름이 한민주인가?”
상도는 젊은이를 살피면서 묻는다.
“소생의 이름은 한민주입니다! 저의 이름을 어떻게 아시는지요....”
“그건 자네의 어머님께서 가르쳐 주어서 알고 있네! 고생이 많았지! 그러니 항상 말조심을 하면서 사는게 인생이라네! 이런 말이 있는 걸 아는지 모르겠군! 혀 밑에 도치가 있다는 말....”
“고맙습니다! 사지에서 건져주신 은혜 어찌 갚을 수가 있을런지요!
저를 쓸데가 있으시면......결초보은을...... ”
“알았네! 육 순사병! 한군을 어머니에게 안내하고 오게나!”
“옛! 가세!”
“포사군! 대문까지 전송하고 오라!”
포사청장은 부하에게 명령한다.
“넷!”
그들은 잰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부하가 계단 내려가는 것을 지켜본 포사청장은 진지한 얼굴이 되어 상도의 눈속으로 들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안타까운게 잔뜩 배인 눈과 목소리로 말한다.
“대인님이 명령하시면 물불을 가리지않고 들어가겠습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런 말을 쉽게 하다니.....”
“저는 첫눈에 대인을 알아보았습니더! 혼란한 나라를 바로 잡으실 수 있는 분으로 말입니더! 그라고 예!”
“그라고 다음에 무슨 말인지 해 보시오!”
“지는 이웃 나라에서 우리 첩자가 보내온 소식을 알고 있었습니더!
대인님이 우리 나라로 들어오신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는데 고마!
대인님이 포사관을 손도 안대고 요절을 내능기를 보고 알아봉기라요!
지가 마당을 안내다봤능기요! 결정을 확실하게 한 것은 고자관들을 벌주고 왔다는 말씀잉기라예!
고자관들이 누굽니껴! 최소한 혼자서 몇백명은 식은죽을 게눈 감추듯 하는 무공의 사람들잉기라예! 마! 한눈에 알아봉기라예!
석상나라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주나라를 세워주셨다는기를 말입니더!”
“청장의 말을 알아듣겠소! 내가 정의당에 가서 돌아가는 것을 살펴보고 알려주겠으니 그리 아시오!”
“쇠뿔은 단번에 뽑으라고 했습니더! 보안상 시간을 끌면 안됩니다!”
“여기 있는 당신 부하들이 누설하면 몰라도 누가 누설을 하겠소!”
“누설된다 한들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껴? 그건 그렇고 예! 대인님!
우리 나라를 개혁시켜주시고 가시이소! 예!”
“내가 이 나라에서 필요하다면 필요한 만큼 일을 할테니 그건 걱정안해도 될 것이요! 나에 대한 정보를 잘 아는 것 같은데도 모르는게 있는 것 같군......”
“대인님은 죽음 밖이 무엇인가를 연구하시려고 서쪽으로 가신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더! 그 이상은 모르능기라예!”
“나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 조급하게 그러시오?”
“지는 대인님의 의도는 모르능기라예!”
“이보쇼 청장!”
“예!”
“죽음 밖을 연구한다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고 고생하고 핍박당하는 것을 살피고 그들과 같이 울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해야 죽음 밖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소! 그러니 청장의 나라가 정치를 엉망으로 하여 백성들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아우성이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아~ 예!”
“내 말은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더 살펴본 뒤에 백성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악질들을 몰아내는 착한 일을 하겠다 그 말이오!”
“예!”
“여기서는 백성들을 잡아다가 고문을 하는 짓은 안하고 있습니까?
내가 보기에는 포사관들이 권세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아~ 니~ 절대 그런 일이 여기서는 없능기라예!”
“내가 보초에게 당했는데..... 발뺌하시요!”
“그거야~ 보초가 눈깔이가 없어서 대인님을 몰라 뵙고.......”
“그럼 포사관이 옳고 그릇됨을 따져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칼로써 사람부터 죽이고 보는 행위를 한 것은 뭐라 변명을 하겠소?”
“그건 지가~ 부하를 잘못 둬서 그리됭기라요! 용서하이소! 이걸 우째 말씀을 드려야 할지....... 대인님예! 용서하시이소!”
포사청장은 짧은 허리를 바싹 구부리고 두손을 싹싹 비벼댄다.
“당신네 동족을 당신들 관료가 돌봐야지 누구가 돌보겠소? 딴나라 사람이 당신들 형제 자매를 보살펴 줄 것으로 생각하시오! 칼자루 쥐었다고 난폭하게 굴면 누가 죽고 상하겠소?”
“예!예!”
“방울뱀들도 저희끼리는 물어 죽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소! 말벌이란 것도 저희끼리 싸우면 그냥 싸우지 독침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런 미물도 그러는데 말이요!
예를 숭상한다고 하는 말인지..... 예의 있는 생활을 동족간에 하자는 말인지 내막은 모르겠으나 숭례문이라고 커다랗게 남대문에 써서 달아 놓았습디다! 그렇게 달아 놓은 것은 왕이나 백성이나 관리가 예의있는 생활 하자는 것 아니요? 그러니까 관리가 백성들을 대할 때 말이요! 죄가 있던 없던 멸시를 말고 예의를 갖춰서 심문을 하고 증거를 대서 사실여부를 규명하여야지......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동을 한다면 숭례문이라는 간판을 떼어버려야 덜 부끄러운 것 아니요? 그런건 달아 놓고 공부께나 했다는 포사관들과 고자관들이 판관들이 말이요!
자신들의 얼굴을 승냥이처럼 만들어 사람을 닦달하고 억울케하면 그게 짐승이지...... 안그렇소? 그러니 이나라도 짐승이 많이 사람과 사는것 같구려! 포사청장 내말이 틀렸소?......”
“옳으신 말씀입니다!”
포사청장은 얼굴이 벌개져서 대답을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한다.
“그래야 감옥에 가는 사람도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당신들을 고맙게 여기고 개과천선할 마음이 우러날게 아니겠소?”
“대인님 말씀은 백번 지당하십니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도 당신들을 보면 죄가 없어도 괜히 기분이 조심스럽고 무슨 트집이나 당하여 생으로 욕을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우가 생기는 것이요! 마치 예리한 칼을 사용하는 사람은 실수하여 손을 베일까봐 신경을 쓰면서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심정을 갖게 된다 그말이오!”
“예!~”
“그러니까 당신네들이 마치 밤길에 승냥이를 만난 사람처럼 백성들에게 승냥이보다 악랄하게 굴지 말라 그말이오!”
“예~ 송구합니다!”
“백성들은 포사관들이 예의를 갖추어 백성들을 대해도 백성들은 당신들의 권세를 알고 경원시 한다 그말이라구!”
“여기에 임시로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예의로 대접하시오! 나는 그렇게 하기 위해 백성의 편에서 폭군의 학정과 폭정을 몰아 내주는 일을 한 것이지! 어느 몇몇 사람에게 권세를 이양시키기 위해 개혁을 하고 악질을 몰아낸 게 아니요!”
“예! 잘 알겠습니더! 대인님!”
“내가 이나라의 구석구석을 한 번 살펴보고 포사청장에게 올테니 그리 아시오!”
“감사합니더! 소생을 인정해 주시니 감개무량합니더!”
상도는 문밖을 내다보며 말을 하다 육 순사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아까 포사청장이 배려해서 보낸 청년 말이요!”
“예!”
“내가 들은 바로는 그 청년이 말이요! 누가 붙여 놓은 벽보를 읽은 후에 글을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저게 뭐냐고 뭐라고 쓰여 있는거냐고 물어와서 가르쳐주었다고 들었소! 글모르는 사람이 묻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고 반역죄를 지었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크게든 작게든 설명을 했다면 모르되.......”
“구체적으로.....몰...... 죄송합니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더!”
“당신네나 그 당신네 상급기관인 고자청의 고자관들이나 하는 짓들이 내가 보니까 머리가 돈 사람들 같습디다!”
“예!~”
“사람을 못 잡아먹어서 환장을 하고 있는 걸 내가 체험을 했다구요!”
“예!”
“무슨 말이냐 하면 죄 지은 사람은 그 지은 죄의 값을 치루는 것만도 겁이 나고 아찔한 현기증이 돌고 하는데 말이요! 죄진 사람의 죄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다니! 나 어이가 없어서......”
“그짓들을 하는게 이유가 있습니더!”
“거 무슨 소리요?”
“사람이 낚시를 해도 큰고기를 잡아야 기분이 좋지않습니껴? 고마!
그런 이치인기라예! 큰죄를 지은 놈을 잡았다 감옥에 보냈다 해야 승급하는 점수가 올라가는게 이유중에 하나잉기라예!
그락꼬 안있습니껴! 지 고자관의 걸래같은 양심에 부담을 덜주려고 그런 것도 있습니더!
그러니까네! 밤에 잘 때 그정도면 훈방해서 보내지앙코 감옥에 보냈나 하는 못할 짓을 했다는 두려움을 떨어 보려고 머리가 역으로 돌아가서 그렇고 예!
마, 남을 학대해서 고통을 받는 것을 보아야 기분이 좋은거 말입니더! 내도 이런 권세가 있다고 마! 감옥살이를 시킬 수도 있고 감옥살이를 안시킬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는 권세를 확인하는 쾌감 때문에 포사 순사 노릇하고 고자관 판관을 하는 놈도 많이 있능기라예!
역사적으로 볼 때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이란자가 그놈의 계집이 좋아한다고 백성들을 잡아다가 죽여도 고통속에 오래 오래 시달리다 죽게 하고 그걸 보고 좋아서 히히낙낙을 한기라예! 그게 일종의 미친병으로 지는 보능기라예! 그 달기의 피도 안섞인 달기 후손이 이 땅의 법을 만지작거리는 놈들 속에 많이 있능기라예! 대인님을 괴롭힌 고자관놈들이 달기피가 흐르고 있다고 보능기라예!”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 사람이란 사람이 고생하는 것을 보면 말이요 긍휼이 여겨 가급적 죄를 가볍게 해주어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는게 옳지 않소?”
“지당하신 말씁입니더!”
“아주 악질범이라면 모르되 말이요!”
“지도 대인님의 생각하심과 동.....”
“내가 형편들이 어떤가 둘러보고 연락을 저기 있는 육 순사병을 통해서 하기로 합시다!”
“예!예! 기다리겠습니더!”
상도는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방에서 나간다.
포사청장은 상도의 뒤를 따라 걷는다.
그들은 청사 현관을 벗어나 정문을 향해 걷는다.
상도는 마당에 일열로 늘어서 있는 포사관들을 힐끗 돌아다본다.
그리고 정문을 향해 몇발짝 걷던 그는 몸을 돌려 포사관들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들을 하나씩 뜯어보는 눈으로 신속히 훑어본다.
“포사관 여러분 ! 나와 여러분들과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만나서 다툼이 아니라 건설적인 일을 해보기를 기대합니다!
포사청장님과 일치단결하여 잘들 있으시오!”
포사관들은 상도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내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일은 준비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요! 밑그림을 그려놓으라 그말이요!”
그는 말을 하며 돌아서서 정문으로 걸어간다.
청장은 정문 밖까지 나와서 상도를 배웅한다.
상도는 포사청장과 헤어진 후 정의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육 순사병!”
“예!”
“육순사병은 근무지로 가지! 나는 정의당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세계를 살펴보려고 하는데.......”
“예!”
“정의당에서 하는 일이 참으로 정의를 펼치려고 힘쓰는 사람들의 집단인가 아니면 간판만의 이름이 정의인지 알고 싶은데......”
“그러시면 깊숙히 들어가 봐야 아실 수 있으실겁니다!”
“어떻게 말인가?”
“죄수라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죄수들이 생으루 죄수가 된 사람들은 아닌가를 살펴보시는 거지유! 그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유.....”
“그러니까 내가 직접 감옥에를 죄수로써 들어가 봐야 안다 그말이군!”
“그렇지 않고서 백성들의 억울함을 안다는 것은 어려웁다고 생각하는데유!”
“육 순사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해봤나?”
“저요! 제가 생각을 해본들 보시다시피 무슨 힘이 있어야 해보지유! 저도 사람인데 조금 의분이 없겠습니까유! 그러니까 도둑질을 하는 놈도 조금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그러는데...... 억울하게 잡혀들어가는 사람을 보면 말은 못해두 망할 세상이구나...... 하는게 있으니까 대인을 모시고 갈 때 안타까워하고 그랬지유!”
“그랬던가! 내가 그걸 기억하고 육 순사를 데리고 다니는게 아닌가!”
“대인님 조심하셔야 합니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대인님이 고자청을 망쳐놓으셨는데...... 누가 그랬다고..... 대인님의 화상을 그려서 방을 붙이고 잡으려고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유.....”
“그러겠지! 그러나 염려할 것 없네!”
“조심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말씀드렸어유!”
“고맙네! 내 조심하지!”
“저는 남문 초소로 가서 제나름대루 꾸며 대겄어유!”
“그렇게 하라구!”
“그럼 몸조심하세유 대인님!”
“내가 꼭 연락을 하겠네!”
“고맙습니다유!”
“그럼 우리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을 살펴보기로 하지! 잘가게!
그리고 일이란 말조심을 해야 하는걸세!”
“여부가 있겠습니까! 명심불망하겠습니다! 조금 가시다가 보시면왼편에 정의당이란 큰 간판이 보일겁니다!”
“알았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상도는 육 순사병과 헤어져서 거리를 두루 살피면서 걷고 있다.
“멈춰라! 이놈!”
“게 섰거라 이놈!”
“우리는 정의당이다!”
상도는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쳐 부르는 것을 들으면서 그냥 걸어간다.
“게 섰거라!”
달려오며 부른다.
상도는 고개를 슬쩍 돌려보고는 그냥 걷는다.
“네 이놈 서지 못할까?”
“저런 죽일놈을 봤나!”
“우리가 정의당원인데! 고얀놈!”
“정의당을 무시해!”
그들은 상도에게 다짜고짜 달겨든다.
“정의당을 능멸하는 놈은 죽어 이놈!”
정의당원은 말을 하며 상도의 볼따귀를 사정없이 갈긴다. 상도를 갈긴 건장한 자는 손바닥을 움켜쥐고 끙끙댄다. 손바닥은 갈기갈기 찢어져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네 이놈! 네가 고자청에서 난동을 부린 놈이지?”
그들 가운데 높아 보이는 자가 엄포를 하여 묻는다.
“소두님! 이놈이 틀림없습니다!”
“끌고 가자!”
“넷!”
“이것 보시오! 나는 지금 정의당으로 가는 길인데 사람을 다짜고짜 때려도 되는 것이요?”
“이놈이 정의당 소두님을 몰라보고 까불어!”
“내가 지금 정의당에 가서 정의당 전노황당수에게 따지겠소!”
“네놈이 감히 우리에게 겁을 먹일려고 그래! 고얀놈!”
정의당원은 들고 있던 칼집으로 상도의 머리를 내려 찍는다.
칼집은 쇠소리를 내며 십여보 밖으로 튕겨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칼을 놓친 정의당원은 손바닥이 찢어져 엄지가락이 따로 덜렁거린다.
정의당원은 비명을 지른다.
정의당 소두는 어리둥절해졌다.
“라 당원은 어서 지부장님을 모셔오라!”
“예!”
“그리구 너는 부상한 김 당원과 정 당원을 데리고 빨리가라!”
소두는 부하당원에게 명령한다.
정의당원은 쏜살로 정의당을 향해 달려간다.
부상자들은 어깨를 못이겨 축 처진채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정의당사를 향해 걸어간다.
“내가 가만히 있는데 당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때리고 그러시오! 죄없는 사람을 때리니 천벌을 받는 법이요! 당신들을 보아하니 정의당이란 곳이 용담호혈도 아니고 잡놈들만 그들먹한 것 같소 그려!”
“아니, 이런!”
“저저저.....”
“나는 지금 정의당으로 가는 길이요! 왜 사람을 붙들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요! 나에게 볼일이 있으면 따라오시오!”
상도는 말을 하고는 부상당한 자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
정의당원들은 겁을 먹고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정의당 소두는 계속 주위를 예리하게 살핀다.
그들은 상도의 앞길을 가로막지를 못하고 상도의 뒤를 따라 간다.
‘아니 이놈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
보기는 무지렁이 선비같은데 이상하네. 이놈의 주위에서 이놈을 보호해주는 것은 아닌지....... ’
정의당 소두는 무엇에 홀려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만 가만..... 이놈이 당사로 가서 난동을 부리면 큰일이야.......
왜 이런놈을 사전에 막지를 못했냐고 날벼락이 떨어지겠지......
가만 가만! 이놈이 우리 당수를 만나러간다고 했는데 우리 정의당당수와 잘아는 사이인가?
아니...... 당수의 피붙이라도 된다면 무례하게 대했다고 지부장님께 혼줄이 날것두 같고......
이놈은 건드리지만 않으면 별탈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이놈에게 당해서 다친 것두 아니고......
이놈을 때릴 때 이놈은 가만히 있었는데.......
이놈은 맞을뻔하구두............
내가 볼 때는 내 부하가 분명히 이놈의 얼굴과 머리를 때린거야......
틀림없이 맞았는데두 화도 안냈고 달겨들지도 않았으니까.......
좋게 대해 주면 별탈이 없을 것 같은데........
이놈의 주위를 살폈을 때 어느 고인이 도와주고 있다는 물증은 찾지를 못했고.....
내 눈이 더 밝았으면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좌우간 수수께끼가 내속에 들어와 골머리를 쑤시니 환장허것네......
속히 지부장님이 오셔야 내책임이 가벼워지는데.......’
돌로 쌓은 커다란 집이 담장 위로 솟구쳐 보인다.
커다란 대문이 상도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아니..... 대문에서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다니........
그리고 사람을 목을 매서 달아 놓다니......’
대문 중앙 상단에는 사람이 못이 박힌 것처럼 매달려 있다.
그는 대문 앞에서 정의당의 만행을 살펴본다.
그는 두주먹을 핏줄이 불궈지게 거머쥔다.
‘사람을 난도질을 하여 걸어놨군!
이렇게 효수를 함으로 백성을 겁주어 꼼짝못하게 만들고 있구나!
공포정치(恐怖政治)라.......이 사람이 무슨 죄를 졌다고 죽어서도 땅에 묻히질 못하고 매달려 있나......
정의당을 하는 자들이 흉악한 짓을 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무슨 도당인지 짐작이 가는군.....
이런 인면수심도 못되는 것들 같으니....
내가 이 자들의 악랄함을 뽑아버려야 많은 사람을 살리는게야......
사람으로써 이럴 수가...... 사람이 이렇게 악랄한 짓을 하는 것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건지....... 이런 악랄한 자들이 권세를 잡고 백성을 괴롭히다니 내가 이것들의 폭압(暴壓)정치 공포(恐怖)를 찢으리라........’
커다란 대문을 좇아들어간 상도는 주위를 살펴본다.
조그만 동산이 전면에 있어 눈을 가로막는다.
‘아니...... 이 동산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그러면 이 집도 허장성세로 그림처럼 세워져 있는 것인가......
사람이 보이질 않는게 무슨 꿍궁이 속이 있는 것 같군.......
내뒤를 따라오던 것들도 어디로 새버렸군......
그렇다고 내가 그냥 돌아갈 것 같으냐....... ’
그는 동산의 오른쪽으로 걸어가 본다.
그의 앞에는 말을 달리며 활쏘기를 할 수 있는 커다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그는 잔디밭을 바라보며 고개를 두번 끄덕인다. 잔디밭 너머에는 솔밭이 있어 그의 시선을 끈다. 잠시후 그는 잔디를 밟으며 곧장 앞으로 걸어간다. 잔디밭을 중간쯤 걸어갔을 때다. 솔밭 속에서 바람을 가르는 시윗소리가 그의 귀를 울린다.
화살이 비오듯 그의 몸을 덮친다.
“흥!”
그는 코웃음을 한 번치고는 오른손을 한 번 휘젓는다.
쏟아지던 화살은 졸지에 그의 손을 따라 두바퀴 원을 그리다 낙옆을 흉내내며 맥없이 떨어져버린다.
“이놈들아! 한 번더 암수를 쓰면 화살을 너희들에게 돌려주마! 비겁한놈들!”
상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수십개의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쏟아진다. 상도의 입은 택도 없다는 비아냥의 웃음이 매달렸다. 그의 오른손은 다시 한 번 가볍게 휘저어 솔나무 숲속을 향해 획 뿌린다.
화살은 상도의 손끝따라 방향을 바꾸어 화살바람을 일으킨다.
“억! 아이쿠! 아이구머니!”
숲속에서 서너 사람의 비명소리가 뛰쳐나온다.
활을 쏜 자들은 자기들의 화살에 맞아 죽는 일이 생기자 무서워 오금이 붙어 도망을 못가고 숲속에 납작 엎드린다.
“비겁한 놈들! 너희가 정의당이라는 간판을 오늘로써 내려야겠구나! 죽일놈들!”
상도는 말을 하며 숲속을 향해 돌진한다.
그는 숲속으로 곧장 달려들어가 산등에 서서 사방을 살펴본다.
건너편 산비탈에 커다란 동굴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숲속 밖으로 도망치고 있는 자를 찾았다. 그가 동굴을 향해 도망치고 있음을 간파한다.
“게 섰거라!”
그는 외침과 동시에 달려간다.
산새들이 놀라서 땅에 떨어진다.
“네 이놈!”
상도는 금방 따라잡는다. 그리고 사자후를 토한다.
갑옷 입은 자는 맞은편 산등성이를 오르지 못하고 급히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비장함이 어렸다.
그는 검을 빼서 상도를 겨눈다.
“비겁한 놈! 암수를 쓰다니! 이왕에 죽을 거 짹소리라도 내고 죽는다고, 죽기살기로 덤벼 보겠다고 도망을 멈췄냐?”
“이놈아! 못이기겠으면 훗날을 도모해야지 그래 멍청히 죽기를 너 같으면 기다리겠냐? 멍청한놈! 네놈이 우두머리인 나를 죽이지 별볼일 없다고 생각되는 쫄병들에게 손을 대겄냐? 그걸 아니까 도망치는거여 이놈아!”
“이놈아! 도망가는거야 살려고 하는거니 누가 뭐라겠냐만 이놈아!
죽일 죄인이라 할지라도 죄명은 알려주고 죽여야지 암수를 쓰면 되겠냐?”
“이놈아! 죽으면 그만이지! 죽는 놈이 알고 죽으나 모르고 죽으나 죽으면 그만이지 그까짓게 무슨 정의라도 되는거냐?”
“너는 정의당원이냐?”
“그렇다! 그걸 알면 네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이 돼서 묻는거냐?”
“이놈아! 내가 누구와 싸우는 줄이나 알고 싸워야 될게 아니냐?”
“별놈 다보겠네! 여기가 정의당이라는 간판이 붙은 땅이라는 것을 알면서 왜물어 이놈아! 싱거운 놈 같으니! 네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 줄 아냐?”
“이놈아! 내 걱정은 나중이고 네 놈은 지금 내손에서 죽을 놈인데 네 놈은 네 놈 걱정이나 해라! 비겁자야!”
“싸워 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알아 이놈아! 우리 당원이 네 놈을 포위하고 있어 이놈아!”
“조금 더 살아보려고 부하들을 내동댕이치고 도망가는 놈이 주둥이는 살아가지고...... ”
“네가 조금 용력이 있다고 사람을 능멸하는구나! 우리 정의당이 너를 너무 과소 평가한 것 같다. 그러나 네놈은 우리 정의당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할 시간이 네 놈에게 덮쳐오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해라 이놈아!”
“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나는 정의당에서 소두를 다스리는 중두다.”
“그래~ 우선 네 놈부터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
그는 말을 함과 동시에 왼손을 한 번 휘두른다.
그러자 중두의 손아귀는 맥없이 칼을 놓친다.
칼은 땅으로 떨어지다가 보이지 않는 끈에 매여 상도의 왼손을 향해 칼자루가 달려간다.
정의당 중두는 대번에 얼굴이 쌀밥 먹고 싼 똥을 발라놓은 것이 되고 말았다고 노란물이 빈틈없이 배였다.
“어떠냐? 이놈아! 싸움은 입으로 하는게 아니다! 강자에게는 굴복되어지는 것이니라! 내게 항복하겠느냐? 항복하면 내가 네 놈을 중용하리라!”
중두는 무릎을 꿇는다.
“소인은 영웅님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좋다! 그러면 너는 나를 안내해라! 사나이대 사나이로 약속을 했으니 너와 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알았느냐?”
“영웅님의 안내인이 되겠습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소인의 이름은 백청일입니다.”
“그래! 내 이름은 상도다!
“그러십니까 황송합니다.”
“이제 그만 가자!”
“저기에 있는 제 부하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좋다! 기다리마!”
“그럼!”
중두는 숲속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차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다. 중두는 활을 메고 칼을 찬 부하 오십명을 데리고 달려왔다.
“영웅님께 인사를 올려라!”
“예!”
졸병들은 일제히 한쪽 무릎을 땅에 꿇고 머리를 깊숙히 숙인다.
“영웅님을 뵙습니다!”
“우리 같이 일을 해보자꾸나!”
“넷!”
“일어들 나거라!”
“넷!” “나는 백성들이 억울함을 당하고 괴로움을 당하고 고통에 못견뎌 신음하는 것을 보고서는 못본체하고 지나치는 성격이 못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짓을 하는 것도 싫어하고 못하게 말리는 사람이다! 독재를 하는 자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그러니 동포를 위해서 궐기를 할 사람은 나를 따르고 싫은 사람은 다 돌아가도 좋다!”
“저희들은 영웅님의 영웅심에 감격했습니다! 저희들의 죽을 죄를 용서하시고 불러주심에 감격했습니다! 저희들은 영웅님의 뜻을 이루시는데 미력하나마 견마지로를 하겠습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좋다! 함께 일해보자!”
“감사합니다! 영웅님!”
“그러면 먼저 정의당에서 백성들을 어떻게 괴롭히고 있는지 그걸 먼저 내 눈으로 확인을 하여야 겠다!”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어디로 말이냐!”
“교화소로 모시겠습니다!”
“교화소라!”
“교화소는 정의당에서 세운 감옥입니다! 그곳에는 억울하게 옥살이 하는 사람과 정의당에게 밉게 보여 옥살이 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직접 들어보시면 영웅님의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실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게 합시다!”
“가시지요! 영웅님!”
앞장서서 걸어가던 그는 뒤를 돌아다본다.
“너희들은 두줄로 갈라서서 영웅님을 호위하라!”
“넷!”
그들은 중두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동굴속으로 들어간다.
“영웅님! 동굴밖에 교화소가 있습니다!”
“이 동굴을 지나면 도성 밖이 되는 거요?”
“이 동굴위로 성곽이 지나고 있으니 도성 밖이라 볼 수 있지만 도성처럼 정의당 당수가 직접 관장하는 곳입니다!”
“그렇구나!”
“이곳은 은밀한 곳이기 때문에 정의당원 가운데서도 실세들만 아는 장소입지요!”
“그렇겠지!”
“보통 사람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릅지요! 안다고 해봐야 교화소라고만 알고 있습지요!”
“그러면 정의당원들과 당수는 어디서 정치를 하고 있소?”
“이곳에 들어오실 때 동산이 있었지요? 그 동산 앞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당사가 있습지요!”
“그렇구나!”
“당사부터 가 보시겠습니까!”
“아니요! 그곳은 나중에 가기로 합시다! 이곳 교화소는 어떻소?”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마어마하게 만들었습지요! 저도 교화소에서 근무는 안해서 내막은 잘 모릅니다!”
“좌우간 가서 보면 알겠지!”
“예!”
“이 동굴은 길이가 깊은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들은 잠시후 동굴을 빠져나가 동굴 앞에 섰다.
그들의 발 아래는 아주 커다란 널벅지처럼 지형이 펼쳐져있다.
동서남북이 절벽으로 막혀 있다.
“지형이 천험의 요새 같이 생겼군!”
“그렇습니다! 영웅님!”
“집들이 절벽에 붙여 지은게 닭장처럼 만들어져 있군! 커다란 항아리 같은 절벽이라! 보통 사람은 저곳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게 생겼군!”
“그렇게 생겼습니다! 영웅님!”
“저곳으로 들어가려면 이곳에서 줄을 타고 내려가야 되는가?”
“그래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저쪽에 세줄 사다리가 있습니다! 중두님!”
“아~ 그쪽에 있군!”
“알았네! 자네들은 동굴을 지키고 있게! 나는 이곳으로 내려가 교화소 형편을 살피고 올라오겠네!”
“제가 모시고 갔다오면 아니되겠습니까?”
“자네는 자네 부하들을 데리고 여기 있게! 대장인 자네가 없으면 누가 지휘를 하겠는가?”
“그러시면 영웅님을 시중할 소두 하나를 데리고 가시지요!”
“자네들도 교화소 내막을 모른다면서 무슨 안내를 하겠는가? 염려말고 동굴을 지켜서 퇴로를 확보해 두게나! 퇴로는 아주 중요한 일이니 정의당원들이 동굴속으로 진입 못하도록 지키고 있어야 하네! 내가 다녀오는 것은 쉬운 일이나 자네들이 지키고 있기가 어려운 일일 것 같으네! 만약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어디로 간다는 표시를 하고 가게나! 그러면 내가 찾아가서 구해 주겠네!”
“저희들도 영웅님을 따라 가겠습니다!”
“퇴로가 막히면 나야 괜찮겠지만 자네들은 어려운 일을 당할텐데......난감하구먼......”
“교화소에서 근무하는 자들도 무슨 방책이 있으니 근무를 하겠지요! 그러니 한 번 모험을 하는 것도.....”
“그러니까 저 아래 교화소가 딴 통로가 있을 것이다 그말이군!”
“그렇게 추측이 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지키고 있게! 내가 알아보고 연락을 하지!”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영웅님!”
상도는 사다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사다리의 길이를 목측을 한다.
“이런 곳을 다니자면 삼으로 만든 줄을 가지고 다녀야겠군!”
상도는 혼잣말을 한다.
“시간을 주시면 마련토록 하겠습니다!”
“그러게나! 그럼 내가 가서 알아보고 연락하지!”
“조심하십시오! 영웅님!”
“그래!”
상도는 말을 하며 사다리가 있는 곳에서 밑으로 뛰어내린다.
“앗!”
백청일 중두는 놀라 탄성을 지른다.
상도는 네 활개를 펴고 내려가고 있다. 그는 사다리 중간쯤을 왼손으로 잡는 시늉을 하며 내려간다. 그는 깜빡 순간에 수십장을 내려가 사다리 곁에 오뚝 섰다.
중두는 혀를 내두른다.
“영웅님은 커다란 독수리야! 사람이 저렇게 날수가 있다니..... 그러니까 백성을 위해 헌신을 한다고 하지....... 저런 능력이 있으니까 혼자서 수천 수만명을 대적하여 정의를 구현한다고 하시는 거지.....
능력이 없으면 권세를 잡고 있어도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거라는 것을 배우는 군.......실력이 있어야 능력이 나오는 거지.......”
“그렇습니다! 중두님! 오늘 제 눈이 영웅이란 날말의 본체를 발견했습니다!”
“소두 자네도 그런가?”
“나는 오늘 진정한 영웅의 자태를 보았네! 저런 능력이 있으면서도 교만은 커녕 전혀 나타내 보이질 않고 그렇다고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약자들을 도와서 패도와 맞서서 싸워 도탄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 주어 평화롭게 살게 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인 것을 알았다네!”
“중두님의 말씀 그대로인 영웅을 중두님 덕택에 주군으로 모시고 견마지로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는 복이 많은 사람들이지! 사람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운 세상인데 영웅을 만나다니......사내 자식으로 마음을 터 놓고 충성할 수 있는 주군을 만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행운이지! 암! 그렇고 말고...... 부하들에게 통로를 봉쇄하라고 명령하게!”
“중두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통로 중간에 좁은 곳을 지키라고 하게!”
“돌을 날라다가 더좁게 쌓도록 하고 지키겠습니다!”
“틀림없게 지키도록 하게! 영웅님이 실망하시지 않게 하시게! 영웅님은 우리가 정의당을 탈당했으니까 우리의 목숨을 귀히 여겨서 잘 지키라는 것을 명심하게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웅님은 우리를 아끼셔서 그러시는줄 짐작을 조금 했었습니다! 삼가 열과 성을 다하도록 부하들에게 지시하겠습니다!”
“어서 가보게나! 나는 여기서 영웅님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소두는 동굴 쪽으로 급히 걸어간다.
“이보게 소두!”
“넷!”
소두는 급히 돌아서서 중두를 바라본다.
“이따가 부하 두명을 보내게! 내가 가서 확인하겠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소두는 다시 동굴 쪽으로 걸어간다.
상도는 광장 한복판으로 걸어간다.
‘위에서 볼 때보다 더 거창하군...... 교화소를 사람이 사는 집보다도 더 튼튼이 더 크게 지었군....... 죄수를 칙사대접하기 위해서 교화소를 지어놓은 것은 아닐텐데.......’
그때다. 상도를 발견한 자가 칼을 들고 달려온다.
“너는 어느방에 있는 놈이냐?”
“나는 내방에서 오는 길이니라!”
“요놈 봐라! 이건 여기 있는 놈이 아니잖아!”
“말조심해 이놈아! 눈깔이 삐였느냐? 나는 여기에 있는 교화소장을 만나러 왔다! 그러니 알았으면 어서 교화소장에게 나를 만나러오라고 하라!”
“당신은.....”
“정의당에서 왔다고 일러라!”
“알았습니다!”
그는 대답을 하고 중앙 막사로 뛰어간다.
상도는 주위를 살펴본다.
‘물어보기 전에는 출입구가 어디인지 알아내기가 어렵겠군!’
오십여명 정도가 상도를 향해 급하게 걸어온다.
“너는 누구냐?”
그들의 중앙에 갑옷 입은 자가 소리쳐 묻는다.
“나는 정의당에서 나왔다!”
“직책이 무엇이냐?”
“정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왔느냐?”
“조사하러 왔다!”
“주제넘은 놈 같으니!”
“야, 이자슥아! 네 놈들이 죄수 아닌 죄수를 괜히 괴롭힌다는 소문을 듣고 사실을 확인하러 왔느니라!”
“허튼소리 마라!”
“네놈이 교화소장이냐?”
“나는 교화소를 경비하는 장상일 대두니라!”
“정의를 구현하는 나에게 협조하면 너희들을 살려주겠노라!”
“저놈을 쳐라!”
“네가 갑옷 입고 칼께나 쓴다고 기고 만장이구나! 갑옷에는 칼이 안들고 살이 안먹냐?”
“거짓말하는 놈을 잡아라!”
“이놈들아! 나는 정의당 정문을 통해서 이곳으로 왔는데 무슨 거짓말을 한다고 하냐?”
“너는 정의구현을 한다고 하니 정의당원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안다! 네놈 목이나 늘여라!”
“너는 정의당원이 아니구나?”
“정의당원은 정의구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단 말이니라!”
“그래! 그럼 악을 구현한다는 말이구나!”
“어서 이 놈을 쳐서 죽여라!”
“잠깐! 내가 정의당 정문으로 들어왔는데 내 능력을 네놈들이 모른다 그말이냐?”
“저놈이 도망치려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 어서 쳐라!”
“사방이 절벽인데 어디루 도망을 간다고 그러냐?”
“사람이 사는 곳인데 길이 없이 어찌 살겠냐?”
“그래! 그러면 잠시 기다려라! 정의당원들을 불러오마!”
“어서 쳐라!”
“나에게 덤비는 놈은 역률로 다스리리라!”
졸병들은 대두의 명령에 상도를 죽이려고 일제히 칼을 빼들고 달려들어 크게 원을 만든다. 그들은 상도를 가운데 가뒀다.
그러나 상도의 말에 겁을 먹고 덤비질 못한다.
대장은 칼을 들고 춤을 추며 상도를 공격한다.
대두의 칼은 상도의 어깨를 찍으려고 번쩍한다.
칼은 햇빛따라 번쩍한다.
번쩍은 땅바닥을 치고 다시 번쩍만 한다.
“정의당 백중두야! 부하들을 데리고 내려오라!”
상도의 소리는 청천벽력이라도 된냥 사방절벽담을 때린다. 그리고 튕겨져 절벽 위로 올라간다. 사람의 귀에서 징을 치는 소리가 계속나게 만든다.
“어서 내려와 교화소놈들을 포박하라!”
교화소의 장상일 대두는 칼바람을 일으키며 상두에게 달려드나 헛심만 키느라 허공만 후려댄다.
“정의에게 덤비는 반란군을 어서 포박하라!”
상도는 쩌렁저렁한 목소리로 교화소를 들먹거리게 한다.
교화소 경비대들은 놀란 눈을 만들어 가지고 교화소 광장을 내다본다. 감옥살이를 하는 사람들도 심상찮은 눈으로 창살밖 교화소 광장을 내다본다.
“구경만 하지말고 어서 쳐라!”
대두는 칼바람을 일으키며 외친다.
“이놈들 어서 항복 못할까? 무릎을 꿇지 않는 놈은 모두 죽이리라!”
상도는 엄포를 하며 장 대두의 칼을 피하기만 한다.
백 중두는 동굴앞에 서서 기다리는 부하들에게 손을 들어 급히 손짓하며 어서 오라 명령한다.
그리고 그는 쇠줄 사다리를 부지런히 내려간다. 땅바닥에 내려선 중두는 사다리를 올려다보고 이어 교화소 광장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사방을 경계한다. 정의당원 군사들은 쇠줄 사다리에 줄줄이 매달린다.
“교화소 역도들을 잡아라!”
중두는 교화소광장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지른다.
교화소 경비대원들은 시선을 동굴에서 내려오는 쇠줄 사다리에 고정시키고 겁을 삼켰다. 정의당 중두의 외치는 소리에 간이 덜컹소리를 낸다, 그리고 쫄아서 떨어진다고 쓰디쓴 물이 목구멍을 치받아덤빈다.
‘여기는 정의당 부설 감옥인데......
정의당에서 조사하러왔다는 사람에게 우리 대두님이 너무 하시는 것 같아......... 상급 기관에서 시키는대로 따라만 가면 되는데.......
이 사람들이 정의당원이니까 여기에 조사차 오지.......
이런 감옥소에 악명 높은 감옥소엘 뭣하러 오것남.......
감옥살이 하러 제발로 온다고 볼 수는 없구........
그러니까 이거 계산할 것도 없이 일은 벌어진게야.......
교화소가 악질 노릇을 한다고 당수님께 알려진게야.......
대두가 무슨 힘이 있나뭐....
그렇지 않고 늦었다가는 큰일나지........어서...... 선착순을 ........’
교화소 경비대들은 생각을 굴리다 모두 땅에 무릎을 꿇는다.
경비대 대두는 글자 그대로 혼비백산이 되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꼴이 되었다.
감옥 경비대가 떼거지로 질서없이 교화소마당으로 달려온다.
“역도를 잡아라!”
활을 멘 궁수들이 소리치며 광장으로 달려든다.
“영웅님에게 덤비는 놈을 활로 죽여라!”
백 중두는 소리쳐 명령한다.
“네이놈 살고 싶으면 칼을 어서 놓아라!”
상도는 다시 크게 호령한다.
궁수들은 활을 들어 일제히 대두를 쏜다.
화살 이십여개는 대두를 고슴도치를 만들려 한다.
“얏!”
대두는 소리를 버럭지르며 검으로 화살을 막는다. 화살 두개는 칼에 맞아 땅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화살 두개는 검을 피해 대두의 다리에 박히고 오른쪽 어깨에 박힌다. 나머지 화살은 상도의 손따라 땅에 맥없이 떨어졌다.
대두는 다리에 박힌 살을 뽑는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박힌 살을 뽑으려고 힘을 쓴다.
“네 이놈 그래도 항복을 안할테냐? 갑옷에도 살이 박힌다는 걸 알라! 죽는 것도 모르는 놈아!”
궁수들은 뛰어와 상도의 왼쪽에 도열한다. 그리고 무릎꿇고 있는 교화소 경비대원들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경비대 대두를 얕잡아 쳐다본다.
대두는 궁수들을 힐끗 한이 담긴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칼을 멀리 던진다.
그리고 무릎을 꿇는다.
“대인을 몰라뵈었소!”
“네 이놈! 용서를 빌어라!”
정의당 중두는 큰소리로 대두를 꾸짖는다.
대두는 아니꼽다는 얼굴로 중두를 쳐다본다.
“네 이놈! 중두놈이 대두님에게 무슨 말버릇이냐?”
“영웅님을 몰라보는 놈이 대두이면 무에 쓰겠느냐?”
“아니 그럼 네 놈은.....?”
“나는 영웅님을 모시고 이곳에 조사할 것이 있어 왔느니라! 계급으로 노는 것을 나는 벌써 굴밖에서 팽개쳤느니.....”
“아니 그럼 ?”
“그래 나는 영웅님을 모시기 위해 썩은 생선을 버렸느니......”
“그럼 너는 새로운 반란에 가입했느냐?”
“이놈아! 이런 우물속의 개구리를 보았나! 나는 반란군이 아니라 정의군의 중두니라! 네놈도 썩은 정의당을 버리고 영웅님을 모셔라!”
대두는 상도를 올려다 본다.
“소생은 우물에서만 있어 영웅님을 몰라 뵈었소! 거두어 주시면 견마지로를 하겠습니다!”
“진정이냐?”
“소인 맹세코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상처를 치료하라!”
“예!”
“경비병이 모두 몇 명이냐?”
“오백명입니다!”
“교화원은 몇 명이냐?”
“삼백명입니다!”
“여기 경비병 열명은 앞서가서 오른쪽에 있는 감옥문부터 열어놓고 기다리라! 내가 가서 구경을 해야겠다 알았느냐?”
“예!”
“그리고 여기서 밖으로 통하는 문과 길이 몇 개이냐?”
“하나입니다!”
“그곳을 가서 굳게 지켜라! 한사람이라도 내보내면 내가 죽이리라! 알았느냐?”
“예!”
상도는 경비대를 지휘하여 출입구를 봉쇄한다.
그리고 교화소장의 방을 찾아간다.
백 중두는 열명의 부하를 데리고 상도를 호위해 걸어간다.
교화소 경비병 열명은 상도 앞서서 감방문을 열어놓고 문을 잡고 서서 기다리다 상도가 들여다 보고 나면 감방문을 닫고 그리고 앞서 달려가 감방문을 다시 열고 섰다.
상도는 감방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걷는다.
“아니!”
상도는 걸음을 멈추고 섰다.
그의 눈은 의아스러운 것으로 가득찼다.
감방안은 방바닥에 투가리가 하나 놓여 있고 투가리에 얼굴을 쑤셔박으려고 몸부림을 친다. 투가리는 사람의 얼굴보다 절반이 모자란다. 투가리가 놓여 있는 주위 방바닥은 국물과 보리밥떼기가 토해 놓은 것처럼 엎질러져 있다.
‘사람을 물고기를 만든 것도 아니고.......
사람의 팔다리를 몽땅 짤라놓은 모습이군......죽일 놈들 같으니........
저 사람이 아무리 죽을 짓을 했기로서니 사람의 팔다리를 등뒤로 묶어놓고 밥을 먹게 하는구만.......
잠도 저렇게 자고 날마다 저렇게 감옥 생활 아닌 죽지 못하는 생활을 하게 만들었구나........
이게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인가.......
이렇게 고통을 주는게 죽음보다 낫다는 말인가......
짐승들은 살기 위해 잡아먹는 것이지만 사람은 사람을 괴롭혀 고통 속에 헤매이게 만들고 좋아하다니......
짐승보다 못한 놈들이 이곳에 몰려 있구나........
여기가 지옥이야.....’
“저렇게 만들어 놓은게 너희 경비대원들이 하는 짓이냐?”
“저희는 교화소내의 일은 모르고 외곽 경비만 책임지고 있습니다!”
“여기 책임자를 불러와라!”
“예!”
경비병은 달려간다. 잠시후 교화원을 데리고 왔다.
교화원은 상도를 보고 머리를 굽실한다.
“네가 이 감방 책임자냐?”
“소인이 책임자잉기라예!”
“저기 있는 죄수는 누가 저렇게 묶어 놓았느냐?”
“지가 그렇게 했습니더! 뭐 잘못한기 있습니껴?”
“여기가 무엇 하는 곳이냐?”
“죄진 놈을 벌주는 곳잉기라요!”
“그리고 이곳의 집들을 뭐라 하느냐?”
“감옥 아닙니껴?”
“감옥살이를 하는 게 쉬운 일이냐?”
“어렵지예!”
“그런데 말이다 감옥살이에서 감옥살이를 하는 사람이 저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냐?”
“저건 약과잉기라예! 저렇게 해 뿌려야 저놈이 다시 여기에 들어올 생각을 몬하는기라예! 그러니 저놈에게 저렇게 하능기 보약잉기라예!”
“무슨 죄를 지은 놈이냐?”
“그거야 지는 관심 없고예!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 저렇게 보약을 먹이능기라예!”
“누가 시켰느냐?”
“교화원 소두가 시켰지예!”
그는 얼굴색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
“소두가 네 상관이냐?”
“예!”
“저렇게 묶을 때 누구와 함께 묶었느냐?”
“소두와 교화원 두명과 함께 했능기라예!”
“네가 책임지고 있는 방이 몇 개냐?”
“다섯개 입니더!”
“그래!”
상도는 경비병 다섯명에게 교화 소두를 급히 데려 오라 명령한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다.
경비병들은 소두를 데리고 왔다.
“네가 소두냐?”
“그렇씀니더!”
“네가 여기 있는 죄수를 등뒤로 손과 발을 활처럼 묶어 놨느냐?”
“그랬습니더!”
소두는 긴장하여 날벼락이라도 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겁먹은 눈초리다.
“왜 그렇게 활처럼 묶어 놨느냐?”
“저놈은 고관대작들 집만 털어 온 도적놈입니다! 그리구 탈옥을 한 번 했던 놈으로 또 도망질을 치지 못하게 하느라 묶어서 죄값을 쎄게 치루게 하는 것입니다!”
“너 혼자 저놈을 저렇게 묶어 놔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냐?”
“높은 사람들이 저 놈을 혼내주라고 자주 저에게 말을 하기도 하고 탈옥을 했던 놈은 저렇게 독방에다 개처럼 먹게 해주는 관례가 있어왔습니더!”
“법으로 저렇게 고통을 받게 해도 괜찮다는 법은 있느냐?”
“법은 없습니더! 그러나 관례가 있습니더! 정의당 고관 집을 털고 대감들 집을 털고 했으니까네 모가지가 붙어 있는 것만도 저놈에게는 과분한 감옥살이입니더!”
“저렇게 죄수를 학대하는 관례가 언제부터 있어 왔느냐?”
“그게 마! 동쪽 바다 건너에 섬나라가 있능기라예! 그 섬나라 사람들은 야만이라고 합니더! 그런데 그나라 사람들은 도주(島主)를 천황이라고 부르고 있능기라예!”
“그런 섬나라가 있다니 신기하다!”
“그렇타고예! 신기할 것 까지는 없능기라예! 그것들이 우리 나라를 침략을 안했능기요! 그때 그 섬 아새끼들이 우리 나라 백성들을 마구 안잡아 갔능기요?”
“그래서!”
“그때 고놈의 새끼들이 우리 나라를 찾으려고 광복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저놈 새끼처럼 묶어놓고 지옥생활을 시킨기라예!”
“그래서!”
“그 섬나라 새끼들에게 아첨하며 교화원을 했던 것들이 사람을 활맹그는 짓을 배운기라예! 그래서 그때부터 전해내려온기라예!”
“그섬나라 사람들이 어째서 자네들의 조상을 괴롭히는지 그 이유를 자네는 아는가?”
“그 섬나라 사람들은 원래 우리나라 남쪽에서 살던 사람들인데.....
세력싸움에 밀려서 섬으로 도망을 간 자들이라꼬 역사에 그런기라예! 권세 다툼에 쫓겨났다고 하믄 얼매나 약이 오르겠습니껴?
분하고 원통한기 말도 못할기라예! 우리나라 사람을 죽이고 싶도록 밉겠지예! 우리나라를 빼서서 살고 싶겠지예! 원수라고 여기는 민족 감정이 있어서 그런기라 저는 그리보는기라예!
섬나라 사람이 무슨 힘이 있는기요?
우리를 조금 괴롭히다 다시 섬으로 우리에게 쫓겨들어가능기 아니겠능기요? 좁은 섬으로 쫓겨 갔으니 얼매나 따분하겠능기요......”
“아~ 그래~”
“우리 조상들에게 쫓겨서 섬으로 들어간 그들이 원수풀이 한풀이 하는 기 얼매나 잔인무도 하겠능기요!”
“그러니까 천국(天國)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가르쳐준 비법이라 그말이렸다!”
“천국이 아니고예! 섬나라 도국(島國)잉기라예!”
“너희들은 그나라 왕을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
“섬나라 야만인들이 부르는대로 천황(天皇)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더!”
“천황이라! 이거 망신스러운 일이군!”
“천황(天皇)이라는 말이 어데 잘못됐습니겨?”
“천황(天皇)이면 그나라는 천국이라 생각이 아니되는가?”
“보소예! 박정수 대감나리가 오월달 1998 대자신보에 도주(島主)를 천황(天皇)이라 한다꼬 그란기라예! 대정치가가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그는 우리 동네 보리문동이 사람이고 대학자잉기라예!”
“학자대감이가 야만인 따라 도주(島主)를 하늘나라 황제(皇帝)라 부른다니 알쪼네 그려!”
“하늘나라 황제가 무슨 말인기요?”
“천황이란말이 그말이네!”
“천황이라꼬예......?”
소두는 머리를 꺄웃거린다.
“내가 일러주지! 천자는 하늘 천(天)자이고 황자는 임금이라는 황(皇)인데 임금을 황이라고 부르는 왕은 제후를 둔 임금에게 황제라고 부르는데 그말을 줄여서 황이라 부른다네!
그 황이라는 글자를 보면 왕자 위에 흰백자가 올려져있지!
그러니까 왕을 방석처럼 깔고 앉은 글자이지!
다시 말해서 제후는 왕이라 부르고 왕을 제후로 거느린 왕은 황제라고 하기도 하고 만승천자라고 부른다네!
만승천자라는 말을 줄여서 천자(天子)라 부르지!
천자라는 호칭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이네!
그러니까 천황이 있는 곳은 하늘나라가 아닌가?
그러니 박정수 같은 사람은 섬나라에 가서 오두막집을 짓고 살면 그게 천당에서 살고지고가 된다 그말이지! 안그런가? 이 문둥아!
내가 알기로는 그 야만인들은 지금 살기가 너무 좋아서 벌고벗고 기저귀만 차고서 사는 섬사람들이라 들었네......”
“우째 그런 짜슥이 대감해각꼬 나라사람이를 망신을 시키노!....
내사마 무식해도 그렇게는 무식하지 않다!
교화원만도 못한기 대감을 한다꼬! 또 그놈들에게......우짜문 좋노!”
“박정수 대감이는 우리나라 왕은 지왕(地王)이라고 생각하는 갑다!
오직 쪼그만 섬에서 도주하는 사람이는 천황으로 머리가 그리 인정을 하는 갑다!”
“어데예! 야만국보다 우리나라가 천국잉기라예! 고런 놈이를 이곳에 보내뿌리면 마! 손발을 뒤로 묶어 야만인처럼 밥그릇에 멍대감대구리를 쑤서박꼬 밥을 묵게할란다고마.”
“자네야말로 못된 짓을 야만인에게 배워서 써먹으니 야만인 제자가 아닌가?”
“어데예!”
“자네들은 그 보리문동이 대감 박정수따라 천황만세나 부르게나!”
“우째 이런 일이.....야만인을 흉내낼수가 있능기요! 무식해서 그런기라예! 날래 다버려야지예! 우째 이런 일이.......”
소두는 말꼬리를 흐리며 얼굴이 뻘개져서 후다닥 뛰어들어가 죄수를 풀어 준다.
그리고 뒤꼭지를 긁적거리며 우째소리를 연발하며 감방을 나와 상도 앞에 섰다.
“나는 야만인에게 배워서 헛되게 정치하는 자들과 대감들과 장수들을 몰아내기로 작정했다! 알겠나?”
“지도 대인님을 좇아다닐기라예!”
“이 사람아 그런 말을 못들었는가?”
“...........”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를....”
“지도 그렇게 할라꼬 했지예! 그게 안되고 자꾸 사람을 미워하게 됐능기라예! 그 박정수 대감이 저런 도둑놈보다도 더 미운기라예!”
“알았으면 야만인 소리 안듣게 행동하게나!”
“명심할끼라예!”
“자네도 자네들이 자랑으로 알던 박정수 대감처럼 자네 말대로 멍대감 소리 안듣고 나라 망신을 안시키려면 공부를 제대루 하게나!
교화원이라 해서 무식하다는 소리를 꼭 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 사람아!”
“예!”
“자네는 대감을 좋아하다 대감이 형편없이 무식하여 나라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분개했잖은가? 자네들 교화원인지? 아니지, 이왕이면 교도관이라고 부르는게 좋겠네! 내가 정의를 세우는 나라가 되게 만들고 자네들 이름을 교도관이라 해주지......”
“듣기가 관자가 붙으니 좋네예!”
“죄수를 교도한다고 교도관이라 아니면 죄수를 선도한다고 선도관이라 할까?”
“지는예! 대인님이 지어준 이름이면 고만잉기라예!”
“죄수를 고문하고 고통을 주면서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하면서 교도관이라고 호칭한다는 것은 이름이 부끄럽지!”
“지가 잘못을 한기라예!”
“교화원들이 그 섬놈들의 야만 짓인 사람을 짐승이하 취급하여 고문하고 괴롭히는 걸 즐긴다면 내 분명히 말하지만 교화원이라는 이름을 야천황이라고 지어주지! 이말은 야만인 천황이라고! 사람이 자다가도 웃기는 소리가 아닌가?”
“용서하이소!”
“야만인 천황이 죄수나 괴롭히면서 살다니.......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죄수도 병정도 배꼽을 잡고 웃는다.
“한번만 봐 주이소!”
“벌거숭이 속에서 그릇도 없이 말일세! 수저도 없이 더러븐손으로 말일세! 밥을 열매로 먹는 도주가 말일세! 벌거숭이가 말일세! 기저귀만 달랑차고 다니는 것들이 말일세! 그 두목이 말일세! 내가 하늘나라 천황이다! 그러니 땅에 사는 옷입은 뭍에 사는 놈들은 나를 천황이라 불러라! 하는데 자네 우습지 않은가?....... 허허허허허”
“허허허허허허허”
“우헤헤헤헤헤!”
“아이고 배야! 하하하하하”
“귀머거리가 벌거숭이 천황소리를 듣고 배꼽을 잡을 판이네 그려!”
“하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허!”
“거 있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 말일세! 벌거숭이 임금 말일세! 그말이 야만천황에서 나왔군 그래! 자네들 벌거숭이 임금님이 연장을 내놓고 여자들 앞에서 활보한 고사를 아능가?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허허!”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히히히히히히히!”
“소인 정신 바짝 차려서 저도 여기있는 동료들도 야만인 제자 노릇하는 거 청산하겠습니더!”
“그래야지! 그래야 그래도 나는 박정수 대감보다 더 안다 이놈들! 할 수 있는거지 안그런가?”
“예!”
“앞으로 속담이 생길걸세! 그래두 박정수 대감보다는 유식하다 이놈아! 하고 말일세!”
“이제는 야만인이 웃을 짓을 안하게 생각하고 물어 보고 말도 행동도 하겠습니더!”
“좋아! 내가 여기에 온 성과가 나오는구만! 그럼 다음 감방 구경을 하자!”
“예!”
그들은 감방을 기웃거리며 걸어가다 다시 걸음을 멈춘다.
“아니 저 사람은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서 있구만!”
“저방은 독방이라는 방입지요!”
“그래! 무슨 방이 서서만 있는 방이 있단 말인가?”
“죄수를 벌주기 위해 저렇게 독방에다 가둬 두는 것입지요!”
“이 방 담당자 불러라!”
“예!”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절벽을 보고 나자 담당교화원이 왔다. 그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상도 앞에 섰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린다.
“너는 왜 그렇게 떠느냐?”
“예!....긴 장 이 ......”
“잘못한게 없는데 왜 떠듬거리며 말을 하느냐?”
“대인님 앞이라서 !”
“네가 저렇게 독방을 만들었느냐?”
“어데예! 지가 교화원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독방이 있었든기라예!”
“그래? 그런데 말이다 저 사람은 며칠씩이나 저렇게 세워두는 것이냐?”
“지가 알기로는 일주일 내지 한달씩 저레 둡니다!”
“저렇게 한달을 세워두면 사람이 어찌 되느냐?”
“다리가 수둥다리처럼 돼각꼬 있지예! 무릎이 아파서 걸음도 지대로 못걷능기라예!”
“저렇게 가두는 법을 어디서 배웠나?”
“지는예! 상급자들이 독방에 가두어두면 밥이나 날라주고 있습니더! 지는 과두의 지시를 받고 있지예!”
“과두는 소두보다 높나?”
“그렇지예! 과두는 교화소장 바로 밑에 있는 높은 사람이지예!”
“너는 나를 따르라! 내가 과두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라이소! 지는 아무 죄도 없능기라예! 죄가 있닥카믄 시키는대로 한기 죄잉기라예!”
“알았다. 저사람을 넓은 방으로 옮겨 줘라.”
“예!”
상도는 다음방으로 걸어간다.
“저것은 무슨 형벌인가?”
“저것은 독수리 타는기라예.”
“작대기로 사람을 저렇게 하다니....... 냉큼 작대기를 빼줘라!”
“저짓을 하여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야만인에게서 배운 것이냐?”
“예!”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지! 야만인들이 제동족 고문하는 짓을 보고 배워 그짓을 야만인에게 갚는게 아니라 제 동족에게 써먹다니 한심한 놈들! 야, 이 교화소 잡놈들아! 네 놈들을 오늘 저 죄수처럼 만들어주래?”
상도는 흥분하여 소리친다.
“네놈들이 그 알량한 교화원 벼슬을 한다고 벼슬아치의 권세를 사람에게 고통 주는데 써먹냐? 이 죽일 놈들아! 여기 이방 책임자를 잡아와라! 그리고 백 중두는 부하들을 데리고 가서 교화소장 놈을 잡아서 광장으로 끌고 오라! 간부놈들 모두를 잡아오라! 그리고 방마다 살펴서 고통 당하는 사람, 묶여 있는 사람은 모두 풀어주고 광장으로 데려오라!”
“예!”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도 내 명령을 따르라!”
“예!”
경비병과 백 중두의 부하들은 달려간다.
‘아니 세상에 이곳에 있는 교화원놈들은 사람이 아니구만......
못된 짓하는데는 머리가 트였구나......
작대기 하나로 사람을 뭐라..... 독수리를 만든다.......
사람을 두다리를 쭉뻗고 앉게 한후 머리와 허리를 그리고 팔을 두다리 사이와 나란히 놓고 다리 오금에다 작대기를 넣어서 작대기가 목뒤로 지나게 하고 다시 오금으로 작대기가 나오게 했으니......
사람이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죽일놈들......
무어? 독수리? 배운 놈이 무섭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구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야만인 짓 하는 것이나 배워서 야만인 짓을 하니 배운 놈이 더 무서울 수밖에.......’
상도는 광장 중앙에 서서 사방을 살피면서 정의당에서 들어오는 길인 동굴을 주시한다.
경비병들은 교화원들을 광장으로 끌어낸다. 경비병들과 교화원들은 실강이를 하며 옥신각신을 한다.
그리고 광장 우측에 십렬종대로 세우고 있다.
백 중두와 백 중두부하들은 고문당하며 옥살이 하고 있는 죄수를 끌어내 광장 좌측에 십렬 종대로 세우고 있다.
짧은 시간에 죄수들과 교화원들은 교화소 광장에 집합했다.
상도는 죄수들 앞에 섰다.
그는 죄수들 중간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그는 죄수가 200여명쯤 되겠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나를 바라보시오!”
상도의 말따라 죄수들은 교화원들을 등지고 섰다.
“앉으시오! 각자 편한대로 앉으시오.”
“............”
죄수들은 말없이 땅바닥에 철부덕이 앉는다.
“고생들이 많습니다! 나는 이나라를 개혁하려고 하는 사람이요! 그래서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나는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지못하고 사는 세상을 사람이 사람 대접을 하고 대접 받는 세상으로 바꾸고자 하여 여기에 내발로 찾아온 사람이요! 그러니 안심하시고 기탄없이 개혁할 바를 제언해주길 바라겠소!”
죄수들은 상도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껌벅거리기만 하고 아무 대답을 안한다. 상도는 자신의 말을 신용하지 않는 죄수들의 입장을 헤아려 본다.
‘감옥 생활을 하면서 교화원들에게 밉보여 온갖 고생을 당하고 있는데 괜히 말 한마디 잘못하였다간 죽어 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들 하겠지.......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자기들 속사정을 털어놓지를 않겠지......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믿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은......’
그는 백 중두를 부른다.
그리고 죄수들에게 설명해 줄 것을 명령한다.
백청일 중두는 죄수들을 향해 섰다.
“여러분! 여러분에게 지금 기탄없이 개혁할 것을 말이요, 그러니까 개혁이라면 말이요, 여기에서 고처야 할 일들 말하는 것이요!
여러분 가운데 손발이 뒤로 묶여서 돼지처럼 입으로 밥을 먹는 고생을 한 분이나 그리고 독방에서 서서만 있는 고생을 하던 분을 보시고 우리 영웅님이 구해주심을 받으신 분은 아실겁니다!
온갖 못된 짓거리를 교화원들이 저지르고 있는 만행을 말이요!
고쳐 달라고 고쳐야 된다고 이야기 해달라 그말입니다!
나라 장래를 위해서 영웅님이 뜯어고치시려고 여러분에게 부탁을 하신 것입니다!”
죄수들은 서로 귓속말로 묻는다. 죄수들은 말을 하면서도 눈은 상도와 백 중두에게 고정시키고 쳐다본다.
그중 몇사람은 고개를 돌려 의혹의 눈초리로 건너편에서 등을 지고 서서 있는 교화원들을 쳐다본다.
“나는 말이오! 정의당원이며 백청일 중두이오! 상부의 명령을 받고 저기 저 동굴밖 숲속에서 궁수 오십명을 거느리고 매복해 있다가 영웅님이 나타나면 활을 쏘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던 사람이지요! 그 명령대로 숨어있다 영웅에게 일제히 활을 쏘았지요! 그런데 화살은 영웅님을 어쩌지 못했소! 그래서 다시 일제히 살을 쏘았지만 실패를 했소!”
“야~ 그런 일이~ ”
죄수들은 탄성을 발한다.
“그런데 말이요! 우리가 첫 번째 집중사격을 했을 때 영웅님이 뭐라고 하셨냐고 하면 다시 살을 쏘면 화살을 돌려준다고 하셨소......!”
죄수들은 일제히 상도를 의아스럽다고 쳐다본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가 쏜 살에 맞아서 몇 사람이 죽었어요!”
“그게 정말이가....?”
“우째 그런 일이......”
죄수들은 한마디씩 한다.
“우리의 영웅님은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주셨소! 그리고 우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셨소! 왜 이곳에 오셨냐 하면 이곳에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람을 봐야만 우리나라를 개혁할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말씀하고 오셨소!”
“아~ ~아~~ 아~ 그러셨군요!”
죄수들은 탄성을 발한다. 죄수들의 눈은 고마움을 느끼는 물이 솟기 시작한다.
“여러분 놀라지 마시오! 영웅님은 여러분을 이 감옥에 보내서 고생을 시킨 그 악명 높은 고자관들 말이요! 그 고자청에 있는 고자관들을 모두 쓸어 엎고 이곳에 오신 것이오!”
“고자청을......”
“고자청에 있는 고자관들을.....”
“고맙소이다! 영웅님! 하늘이 우리의 한을 풀어 주시다니......
권세에 빌붙어 죄를 생사람에게 씌워 죽이던 그놈들을 벌하셨구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웅님! 천필주지를 하셨습니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하던 놈들! 고자관 놈들을 벌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죄수들은 땅바닥에 엎드리며 감사를 표한다.
“이제 영웅님의 뜻을 확실히 알겠소이다! 우리는 영웅님이 아시고자 하시는 형편을 자세히 건의를 드리겠습니다!”
“좋소! 기탄없이 말하시오!”
죄수복은 입었으나 사람 됨됨이가 속되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일어섰다.
“나는 ........!”
“저~ 서서 말하기 힘들고 뭣하시면 앉아서 말씀하시오!”
“감사합니다! 중두님! 저는 정의당이 정치를 하기 전에 훈장 노릇을 하였던 사람이외다. 그리고 농사를 그런대로 많이 짓고 소도 양도 많이 기르면서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젊은이 두사람이 찾아왔어요! 갑옷을 입고 칼을 찬 사람들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번에 전노물이 썩은 왕을 몰아내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전노물에게 협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백성된 자가 왕에게 복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런 말씀을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셔서 송구합니다. 했습지요!
송구하다는 말을 들은 그들은 말하기를 송구한 것을 알았으면 송구하지 않도록 하면 될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래 내말이 송구하지않게 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 했더니 그들이 하는 말이 뻔히 알면서 왜 묻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말을 듣고 제가 그들에게 말하길 확실하게 알려 달라고 하니까 그들 말이 논과 밭을 떼어서 전노물 신왕에게 바칠 것이며 양떼 소떼의 절반을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말이 땅은 삼분의 일을 바치고 짐승은 절반을 바치겠다고 하니까 알았다고 하면서 갔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양떼와 소떼 절반을 가져가고 땅문서도 삼분의 하나를 가져갔습니다.
그런 후 몇 달이 지나자 다른 두 사람이 왔습니다. 그들은 선비의 옷차림이었습니다. 말인즉슨 전노물왕이 정의당을 만들려고 하는데 협조금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찜찜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하는 말이 협조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서 조금은 협조하지만 많이는 못한다고 했지요. 왜 많이 협조를 못하느냐고 하기에 지난번에 재산의 절반을 헌납해서 그렇다고 하니까 그들이 하는 말이 우리도 갑옷을 입고 왔으면 아무소리 않고 재산 절반을 상납 했겠지 하기에 선비님들 그러지들 마십시요! 내가 짐승 삼분 일을 드리고 땅 삼분 일을 드리겠습니다 했지요! 그들의 말이 지난번에 땅을 삼분의 일만 드렸으니 이번에는 땅은 절반을 내고 짐승도 절반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재미가 적게되지않는다고 하기에 그들의 요구대로 헌납을 했고 그들은 그즉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반년이 채 안된 어느날 두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포사관들이었습니다! 그들 말이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 절반을 정의당 운영자금으로 헌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전노물왕이 나라돈으로 후원을 해준다 그러니 전노물왕을 도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짐승 남은 것을 모두 헌납 하겠다고 했지요!
그러니까 땅도 모두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제가 생각다 못해 나와 내가족이 먹고살 농사거리만 남기고 짐승은 논밭을 경작할 암소 한마리만 남기고 모두 정의당에 헌납하겠습니다! 했지요!
그러니까 그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갔지요!
논은 열마지기 밭은 오백평만 남기고 모두 가져갔어요!
그런데 일년이 지난 어느날 두사람이 왔어요! 고자관이라고 신분을 밝혔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은 숨겨논 재산을 헌납하라 그렇지 않으면 청송교화소에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내가 말하길 나의 재산 다 가져가고 이제는 청송교화소에 가라니 이게 무슨 경우요? 했더니 나를 이곳 하늘만 보이는 이곳 교화소에 넣어 놓고 오늘까지 괴롭히는 그들입니다!
나는 이곳이 청송인지 백송인지는 관심이 없고 이런 망할 전노물왕을 몰아내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려온 사람이외다!
내 목숨이 모질게도 붙어 있는 것은 전노물이 망하는 날을 이 눈으로 보기 위해 와신상담하며 살려고 힘써서 오늘이 있는 인생이올시다!”
“잘 들었소! 고생한 걸 뭐라 위로를 해야 할지 어이가 없구려! 또 전노물왕의 학정에 시달린 분 말씀하시오!”
백 중두는 말을 하며 측은한 눈으로 죄수들을 내려다본다.
“저는 고자관들에게 당한 사람이외다. 사실 고자관에게 당했지만 그 배후에는 전노물이 있다고 인정을 안할 수가 없는 것이지라! 그랑께 나는 말이라요! 수원에서 식초 장사를 해먹고 살았든 사람이지라!
그런데 하루는 한 사람이 찾아 왔지라! 그 사람은 옷에서 약냄새가 풍겨나는 사람이었지라! 그렇다고 의사도 아니고 약사도 아니었지라!
그런데 그 사람이 내가 파는 식초 한병을 가져가면서 하는 말이......
노골적으로..... 전노물의 통치자금을 내라고 하걸래 돈 있는 것 절반을 주머니를 뒤져서 말이라...... 주니께..... 얼굴을 찡그리대요! 잉!
그래 나가 말했지요잉! 나가 주머니 돈을 몽땅 꺼내서 보는데서 꺼내서 절반을 딱 떼어줬는디 와그란디요 잉! 참말로 그러면 나가 섭섭한디요잉! 했지라!
그랑께 얼굴을 말이라! 우거지상을 쓰데요! 그러면서 내 주머니를 쳐다보더라구요!잉!
그래 나가.... 나도 먹고 살아야지라...... 몽땅 줘뿌리면 나는 뭘먹고 산댜요! 하니께...... 손바닥을 펴들고 어서 다 내노라는 것이지라.....
그래 거기서 절반을 뚝 떼어주니께 받고서는 하는 말이 삼양갑부 그라면 못써....... 나가 그대로 전노물왕에게 일러바친다고.... 어뗘?
하걸래..... 나가 한번 봐 주셔. 높은 자리 있을 때 봐주더라고 잉! 했지라!
그랑께 성을 내며 후다닥 가버렸당께. 더 돈을 줄 여가도 없이 말여.
그라고 며칠이 지났는데 말여. 고자청에서 말이라 소환장이 와 뿌려서 아니 갈 재주가 없어서 나가 갔지라........
그랑께 고자관놈들이 나가 만든 식초를 만든게 못먹는 빙초산으로 만들어서 팔아 처먹은 놈이라고 하면서 청송교화소 맛을 봐야 할 놈이라고 떠들었지라!
대자보198457일보에 크게내서 장사도 안되게 하고 죽지도 못하는 이런 감옥에 보냈지라!
여보시쇼 여러 죄수 동지여러분! 중두님! 그리고 대인님! 내말을 들어보시쇼! 세상에 빙초산에다 물을 타서 놓으면 그게 식초인디 글쎄 그렇게 무식한 소리를 하는 것들이 국법을 운영하고 집행한다니 나가 기가차서 방귀가 도망갔당께......”
“하하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허허!”
사람들은 너털웃음, 비웃음, 통한의 웃음등으로 교화소를 들썩거리게 한다.
“그 고자관 불상놈이 부처가 되고 싶어 불상짓 했고만이라!”
“그 잡을 놈들이 돈빼그러가고 감옥에 보내다니...... 고자관놈들 말여 다 잡아다가 여기서 독수리 맹그러뿌리시쇼잉!”
“우째 그런 일이.... 날벼락이 어데가고 고자관이 설치는가! 오호라 통재여.....우리 문동이가 엉덩이에 뿔난 고자들을 깨끗이 청소하십시더!”
“더 들어볼끼 없능기라 마! 팍 조져서 새세상을 만드십시더!”
“우리가 잘못돼 봤자 죽기밖에 더 하겠십니껴? 하루를 살아도 예! 다리를 쭉피고 살아야제 이렇게는 더 이상 몬산다 말잉기라예!”
“그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싸서 나가 장사가 부도가 나뿌렸지라!
그런 망할놈의 고자관들 다 없애뿌리시쇼 잉!”
“그 망할놈의 고자관 내동 처먹다가 빈덕이 나서 그런갑소!”
“원래 고자관이란게 시키는대로밖에 못하는 괴뢰이지비! 밑에서 올렸다 내렸다 하는대로 주척거리는 짚나래비가 고자관이메! 없는죄를 만들어 씌우는 한심한 놈들이라 그것들의 자식들이 볼게 없지비!
판관이라는 놈들도 고자관 말만 듣고 고자관에게 뇌물 먹은 거이 들통이 날까봐서리 고자관 말대루 판결이를 하고서리......
뇌물주는 놈의 뇌물이로 소고기를 사서리......
그러니까니 소고기에 붙어있는 기름과 소고기로 목구멍의 때를 벗기고 서리.......먹는 식초를 못먹는 식초라고 판결하여 감옥에 보내는 것들이라요!
세상만물이 약육강식인걸 모르시요?
그러니까 강자가 되어야 한이라는 것들이 도망을 가는 것이라오!
우리 모두 이를 갈아마시고 강자 되기로 하십시다!
강자가 돼야 쥐약도 보약이라는 인증을 고자관들에게 받고 판관에게 받고 진짜루 식초라고 관일보에 크게 보도가 된다 그말이오......”
“와따 오랜만에 속시원한 소리 들어본다요!
칼자루만 찐짜루 쥐어보시셔! 그 공부..... 암기꽁부 많이한 그 고자관과 판관이 놈들을 부리는기 일두 아니랑께! 고자관과 판관이 지렁이처럼 흐물거린당께!
칼자루 잡은 사람의 얼굴 쳐다보고 알아서 기느라 뼈다구가 왕창 녹아 없어진다 그말이랑께!
상식적으루 보장께..... 주인이 뭐가 아쉬버서 일일이 암기를 하고 다니것소? 종놈이나 주인 따라 다니면서 치부를 하고 댕기는 거지라!
예로부터 공부 잘하는 놈은 부잣집에서 서사 노릇밖에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지라.......
우리나라가 연구해서 발전시키는 것이는 힘쓰지 않고 빨전한다는것이가 반란이만 잘하고 고문하는 것만 배워 못된 짓 계속하고......
진취적인 것이기를 연구해서 하는 사람을 보수가 아니라고 잡아죽이는 짓이를 잘하는 거지라......
불편한 것이기를 고칠 생각을 못하고 관행이다 하면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원인이 모든 분야가 암기위주가 되어 그렇지라!
우리가 사용하는 무공도 말이지라 암기만 하여 답습만 하는 자는 강자가 될 수 없당께.......
남도 암기를 해서 나와 똑같이 될거라구........
저기 계시는 영웅님도 무공을 연구를 계속하니께 기존의 강하다는 정의당 패거리들을 맥도 못추게 하시는거 그렇지라......
영웅님의 무공을 따라 할 수 없지요 잉! 설사 따라 한다 할지라도 영웅님을 절대로 따라 갈 수가 없지라......
끊임없이 연구해서 무공을 발전시켜 사용하니까 전노물 패거리가 덩치가 커 팔척장신이라도 갑옷을 입었어도 좋은 보검을 가지고 공격을 해도 아니 무더기로 덤벼도 맨손으로 있는 영웅님을 이기지를 못하는거라!”
“선생님은 존함이 어찌 되십니까?”
중두는 반가운 얼굴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에 좋아서 저절로 선생님으로 부르며 친근한 목소리로 존경심이 넘친 얼굴로 묻는다.
“나는 선생 호칭을 받을 사람이 못되고 다만 우리 나라가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골몰히 생각을 했었지라....
뇌물이란 것 하나를 놓고 볼 때 왜 우리나라 관리나 백성들이 뇌물을 주고 받는지를 연구를 하였당께.....
왜 그 자리에 올라가면 뇌물이를 먹어야 하는가를 연구를 하니께.......
백성이 왜 뇌물이를 주는가? 그 원인이 무엇인가?
뇌물을 주면 나라가 썩는 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지라......
뇌물이를 먹으면 감옥에 간다는 걸 암기를 하고 있다가 뇌물단지 큰 걸 마시라 주면 관리들이 깜빡 잊어버리는 거시지라.....
사오십대가 되면 술이를 먹으면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지라!
그러니까 뇌물먹는 관리가 대신들이 사오십 육십대가 많은게 그래서 그렇지라......
그리고 뇌물이를 잘먹는 사람을 보니께...... 특성이 말이요 잉!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먹는다는 말이 실감이 나고 있지라.....
돈이 많이 있는 사람이 뇌물이를 잘먹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뇌물이를 잘먹고......
벼슬이 높은 사람일수록 뇌물 먹는 양이 많은걸.......
이런 사람들은 암기를 잘해서 돈을 벌고 출세도 한 사람이지라.......
내 말이 틀리는지를 주위를 살펴보시라요 잉!
암기한게 빠져나갈 때는 사람의 양심이란 것이도 빼가지고 간다니께 그라네........
높은 사람이를 보랑께.....
그 답은 짐승짓이를 하는게 아니겄소잉!.......
우리나라 사람이는 즐겨하는 말이 과거 자랑이를 잘한당께.......
과거 자랑하는에 시간 보내는 사람은 말이라 현재 써먹을 것이 바닥이 났다 암기했던 것이 모두 바닥이 났다는 말이지라.....
사서삼경을 달달 암기한 자에게 벼슬을 줘서 고자관도 판관도 시키고 있지라.....
그냥 암기만 잘하려고 암기한 그것에 맞추기만 하면 잘하는 것으로 아주 양귀비(아편) 인 배듯이 인이 배여 있지라......
공부가 암기니께 생활도 암기..... 생소하고.......어려운 일이 생기면
벽에 부딪쳐서 졸지에 소경이 되어서 못본체 하고 방관하고......
일을 그릇쳐서 개인도 나라도 가정도 망치게 되는 우를 범하는 것이지라.....
그러니까 이것을 자각하고 어린아이들부터 치부책을 들고 다니는 교육을 하고 연구하는 습성을 길러줘야한당께.........”
“선생님의 말씀을 참고하여 나라의 기틀을 세우게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이 혁명에 참여하여 교육 개혁, 의식 개혁하는데 주도해 주시기를 바라마지않습니다.”
백 중두는 치하하는 말을 한다.
상도는 죄수들의 말을 듣고 이나라도 희망의 싹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을 도탄에서 건져 주어야겠다는 의지에 불을 붙이고 기름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죄수들 앞으로 걸어간다.
“고맙소이다! 불초를 믿고 기탄없이 죽음을 불사하고 용기있는 말씀들을 해주시니 참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말씀하신 일은 나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여러분이 동참해야만이 바로 잡을 수 있는 일입니다.
여러분 정치문제로 돈문제로 억울하게 감옥살이 하는 분은 석방토록하겠습니다!”
“짝짝짝짝짝짝!”
“와~ 야~ 영웅님 만세! 영웅님 만세!~”
“영웅님! 여기는 양심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다행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요! 저쪽에 갔다 오겠습니다!”
“야~ 하늘이 도왔어요!”
“짝짝짝짝짝!”
“다녀오십시오!”
“영차 영차 해방이다!”
졸지에 교화소는 벼락이 떨어진 장소가 되어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통곡소리, 고함치는 소리가 범벅이 되었다.
상도는 백 중두를 데리고 교화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땅바닥에 앉아 있는 교화원들을 빙 둘러본다.
“죄수들의 신상부를 가져오시오!”
상도는 교화소장을 향해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교화소장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부하에게 신상부를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여보쇼! 소장! 여기에서 복역하는 죄수들은 무슨 죄를 지은 사람들이요?”
“예! 여기는 정의당의 하는 일을 비판하는 죄를 범한 사람과 전노신왕 전하께 불손한 죄를 지은 사람들입니다.”
“전하에게 불손한 죄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것이오?”
“전노신왕 전하께서 대궐을 짓고 보수하는데 돈을 헌납 안한 사람들과 전하께서 통치자금으로 헌납하라는데 인색했던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전노신왕 때가 전에 있던 군주 때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고 투덜댄 사람들입니다.”
“그래요! 내 아까 독방에서 고생하는 사람의 죄를 물으니까 파렴치범이라고 하던 것 같았는데......”
“교화원들이 모르고 그렇게 말씀 드린 것입니다.”
“그래요! 죄수 신상부를 보면 알겠구만!”
“이것 보시오! 소장! 그런데 죄수들을 독방에 가두어 독수리 만들고 손발을 뒤로 묶어서 매달아 놓고 입으로만 밥을 핥아먹게 만들어 놓는 것은 왜 그렇게 하는 것이요?”
“그건 죄수들을 말잘듣게 만들려고 그런 것입니다.”
“법에 그렇게 해서 고생을 시키라고 명문화 되어있는게요?”
“그건 법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불법행위를 저질러 사람을 못살게 굴었다는 것 아니요?”
“죄송합니다!”
“죄수들을 괴롭히라고 상부에서 지시해서 그렇게 감옥 속에서 다시 감옥살이를 시킨 것이요?”
“그것은.....”
“그것이 뭐요?”
“교화원들의 자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교화원들이 죄수들에게 교화원이 얼마나 무서운 벼슬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사람을 괴롭혔다 그말이요?”
“그런면도 있다고 볼 수 있고 사람들은 죄를 미워하는게 아니라 죄인을 미워서 그러는 것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죄수를 괴롭힌 것은 상관의 명령따라 그랬다는 교화원도 있던데.....”
“........”
“소장! 이런곳에 근무하는 사람은 감옥살이 할 일이 없고 누가 시비할 사람이 없으니까 기분 내키는대로 산다 그말들이오!”
“그렇기야.....”
“죄짓고 들어오는 놈만 없으면 편안히 골치아픈 일 없이 지낼텐데 네놈들 때문에 감옥 지키기가 힘들다 그러니 행패를 부리는 거구먼!”
“........”
“중두! 여기 교화소장을 독수리로 만들어 줘라!”
“예!”
중두는 교화소장에게 명령한다.
“땅에 앉아!”
교화 소장은 땅에 털부덕 소리가 나게 앉는다.
“머리를 가랑이 사이로 넣어!”
교화소장은 낑낑대며 상체를 다리와 나란히 놓으려한다. 그러나 그의 몸은 중년이라 허리가 꾸부러지질 않는다.
상도는 낑낑대는 교화소장을 한참동안 지켜본다.
“중두!”
“예!”
“독수리가 만들어지질 않으면 등뒤로 팔다리를 묶어!”
“예!”
백 중두는 교화소장을 등뒤로 손과 발을 하나로 묶는다.
상도는 싸늘한 얼굴로 묶이는 교화소장을 바라보며 정의당의 궁노수들을 바라본다.
“궁노수!”
“예!”
궁노수들을 일제히 크게 대답한다.
“교화소의 간부들을 따로 세워!”
“예!”
교화소 간부들은 삼십여명이 일렬로 늘어섰다.
“궁노수!”
“예!”
“교화소 간부들을 교화소장처럼 묶어!”
“예!”
궁노수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교화소 간부들을 등뒤로 손과 발을 묶는다. 상도는 간부들을 노려본다. 그리고 교화원들을 싸늘하게 처다본다.
“장상일 대두!”
“예!”
“몸은 어떤가?”
“괜찮습니다!”
“그래! 경비병들에게 교화원들을 교화소장처럼 묶으라 하게!”
“네!”
“경비병들은 교화원들에게 일제히 달려들어 묶는다.
교화원들은 배를 땅에 대고 끙끙거린다.
활처럼 뒤집어진 몸뚱이를 버둥거리기도 한다.
상도는 죄수들의 신상부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교화소장의 말이 맞는 것 같군!”
그는 중얼거리며 신상부를 천천히 넘긴다.
‘오늘 밤은 이곳에서 자야겠지......궁노수들도 경비병들도.......
나는 여기에서 일이 끝났으니 경비병들은 이곳에 두고 백 중두만 데리고 정의당에 가서 일을 보면 되겠지만.......
가만 있자! 그러면 경비병들도 궁노수들도 불안해 하겠지?
죄수들만 여기에 두고 교화원들을 감시하고 때가 되면 밥을 주라고 하고서 가면 되겠군......’
생각을 굳힌 상도는 죄수들 쪽으로 걸어간다.
상도는 죄수들 앞에 섰다.
“여러분 나는 급히 일을 보러 갑니다. 저기에 있는 교화원들을 감시하시오! 여러분을 괴롭힌 값을 받게 하겠소!
저들을 감옥에 넣고서 밥을 주든지 아니면 악을 선으로 갚아서 석방을 하든지 맘대로 하시오! 그러나 석방을 해주려면 삼일 후에 하시오! 저놈들이 스스로 죄과를 반성하게 하여야 합니다! 내가 삼일 후에 사람을 보내 보겠소! 그러면 이만 가겠소!”
상도의 말이 끝나 갈 무렵 중간에서 한 사람이 일어섰다.
“영웅님! 우리의 원수를 갚아주시고 우리를 해방시켜주시니 감사합니다! 걱정마시고 개혁을 하십시오!”
“만세!”
“우리 영웅님 만세!”
죄수들의 만세 소리가 교화소를 쪼개지게 들썩인다.
“양심수 여러분! 삼일 후에 사람을 보낼테니 그때 포사청으로 오시오! 그러면 여러분 가운데 선발하여 개혁 임무를 부여하리다.”
“감사합니다! 영웅님!”
“그럼 다음에 만나십시다!”
“영웅님 옥체를 보중하십시오!”
“성공 하십시오!”
“옥체를 보중하십시오!”
“우리가 나가면 정문을 닫아 걸고 잘지키시오!”
“걱정마십시오!”
“그럼 이만.....”
상도는 양심수들을 뒤로 하고 백 중두에게 다가간다.
“백 중두! 이제 우리는 정의당으로 가세나!”
“저만 따라 갑니까?”
“중두의 부하들과 교화소 경비병들을 모두 데리고 갈 생각이네!”
“나는 저 동굴로 가려고 하는데 자네들도 따라올 수 있겠는가?”
“동굴로 가시면 저 혼자나 겨우 영웅님을 모실 수 있을까 부하들은 어렵습니다!”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한다......급히 가야 될텐데.......”
“정의당에서 영웅님이 이곳으로 오신 줄 알고 있어서 교화소 정문 앞을 지키고 동굴을 지키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러면 나 혼자 갈테니 교화소 경비대와 자네들은 여기서 경비를 하고 있게나!”
“그래두 저희들이 영웅님을 모셔야지요!”
“자네들이 나와 같이 가면 위험할텐데.....”
“저희들이 영웅님께 짐이 되는 줄 알지만 남들이 볼 때에, 그리고 정의당 졸개들이 볼 때에 영웅님의 부하들이 있어야......
그래두 덜 까불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정문으로 나가야겠지.....”
“예!”
“그러면 여기 경비병을 부르게!”
“예!”
잠시후 경비병을 상도 앞에 데려왔다.
“너는 교화소 정문 앞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대로 설명을 하라!”
“넷!”
“교화소 앞길은 험합니다! 외부에서 교화소를 들어오려면 어렵고 나가기는 쉽습니다!”
“여기서 나가려면 쉽게 나갈 수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군사가 매복하고 있을 장소는 많으냐?”
“십리 정도가 내려 가는 길이며 그 다음은 평지와 야산이 있습니다!”
“알았다 가봐라!”
상도는 경비병을 돌려보내고 백 중두에게 명한다.
“경비대 장 대두를 부르게나!”
“예!”
잠시 후 절룩거리고 있는 경비대장 장 대두를 데리고 왔다.
“자네 상처가 아까보다 심한 것 같군!”
“아닙니다!”
“자네는 자네 부하들을 데리고 여기서 기다리게! 나는 정의당에 가서 일을 처리해야겠네!”
“영웅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자네 다리 상처가 심해서 사양하겠네!”
“아닙니다! 제가 선봉으로 정의당을 치러 가겠습니다! 저를 꼭 데리고 가 주십시오!”
“그럼 자네 부하들을 데리고 앞장서게! 내가 뒤 따라 가겠네!”
“영광입니다!”
대두는 허리를 깊숙히 숙이고 상도 앞을 떠나 교화소 정문으로 걸어간다. 그는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정문을 활짝 열어라!”
경비병들은 정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경비병들은 다음 명령을 기다리기 위해 정문 앞에 도열해 섰다. 정의당 궁노수들도 우측에 도열해 섰다.
상도는 경비병들에게 다가가 중간에 서서 그들을 빙 둘러본다.
“여러분! 나는 이 나라를 개혁하려고 혁명을 하려고 합니다!
현재 왕의 자리에 있는 전노물을 몰아내려고 합니다!
내가 전노물을 몰아내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되고 승패여부는 싸워봐야 압니다!
그리고 왕을 몰아내는 일은 반란을 하는 것이지요!
승자가 되지 못하면 역적으로 멸문지화를 당하고 맙니다!
그러니 여기 있는 경비병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생업에 종사하기 바라오! 속히 돌아가시오!
나는 여러분이 돌아가라고 교화소 정문을 열어놓은 것이오!”
경비병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경비대장은 상도가 부하들에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자 몹시 당혹스러워한다.
“내 부하들아! 나는 방금 너희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신 영웅님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는데 동참하여 혁명군으로 싸울 것을 다짐하였다. 나를 따를 자들은 여기에 남고 두려운 자들은 속히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
경비대 장 대두는 큰소리로 말한다.
경비병들은 슬금슬금 정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경비병들은 말을 주고 받으며 계속 밖으로 걸어간다.
경비대두는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허탈에 빠진 얼굴을 하고 섰다.
‘내 밑에서 근무한 자들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나와 동고동락을 한다고 함께 죽을 것처럼 말하던 소두도 떠나가버리는군.....
나를 장군님, 대두님, 대장님 하며 충성을 다짐한 자들이 여러명인데.....이럴수가.....’
상도는 교화소를 떠나가는 경비대원들을 표정없는 얼굴로 지켜보고 섰다.
‘그렇지..... 저렇게 돌아가는게 정상이지.......오히려 잘된 일이야!
개혁을 하려면 저렇게 용기가 없는 사람들과는 혁명을 할 수 없는 일이지.....내가 움직이기가 쉽게 됐어!........’
“정의당 궁노수들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
상도는 정의당원들을 바라보며 크게 말한다.
궁노수들은 대답없이 그대로 섰다.
“내가 하는 일에 너희들이 목숨을 걸 필요가 없다. 목숨은 중요한 것이다. 어서 여기를 떠나라!”
상도는 재촉하여 말한다.
궁노수들도 웅성거린다. 앞줄 우측에 서 있던 병사가 상도를 빤히 올려다본다. 그리고 크게 말한다.
“아닙니다! 저희들은 영웅님께 재생지은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우리 나라를 위해 영웅님이 거사를 하시는데 미력하나마 영웅님의 심부름이라도 해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의 의견입니다!”
“저희들은 영웅님과 생사고락을 같이 할 것을 다시 맹세합니다!”
“자네들의 목숨이 살고 죽는 문제일세.”
“걱정마십시오!”
“경비병들이 다 돌아간 것을 보고도 고집하겠는가?”
“영웅님은 저희들을 의심하여 돌아가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저희들은 영웅님과 생사를 같이하기로 이미 중두님과 맹세를 하였습니다!”
“그래?”
“저희들은 영웅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러면 너희들은 여기서 이 정문을 지키고 있어라!”
“아닙니다! 저희들은 영웅님을 모시고 정의당뿐 아니라 그 어느 곳에도 가겠습니다!”
“내 말을 들어보라! 내가 저 동굴로하여 정의당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므로 너희들과 함께 가기가 어려워서 하는 말이다.”
“저희들은 영웅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굴속으로 말이냐?”
“예!”
“나를 힘들게 하려고 그러느냐?”
“저희들은 저희들끼리 영웅님을 따라 가겠습니다.”
“그러면 길고 굵은 밧줄을 구해라! 그러면 내가 너희들이 나를 따라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니라! 그리고 정문을 닫아 걸라!”
“예!”
그들은 대답을 하고 대문을 닫고는 밧줄을 찾으러 사방으로 신속히 흩어져간다.
그들은 오랏줄을 한아름씩 가지고 동굴로 올라가는 쇠사다리 앞 마당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오랏줄을 가지고 새끼를 꼬아 동아줄을 부지런히 만든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장 되는 동아줄 두 개를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동아줄로 줄 사다리를 만들었다. 그들은 상도의 지시따라 오라줄을 길게 잇는다. 그리고 오랏줄로 줄사다리 끝을 묶었다.
상도는 오랏줄을 왼손에 잡고 동아줄 사다리를 안아다 쇠줄 사다리 밑에 놓는다. 그리고 쇠줄 사다리를 올려다 본다.
그는 제자리에서 뛰어오른다.
그는 다섯길 높이에 있는 쇠줄 사다리에 오른발을 사뿐하게 디디고 섰다. 그리고 한길 이상되는 칸막이 수십개를 한 순간에 후다닥 발이 안보이게 올라간다. 그리고 쇠줄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섰다.
“와 ~ 와 ~ 와 ~저럴수가.......”
궁노수들은 탄성을 지른다. 교화소 광장에서 바라보고 섰던 죄수들도 탄성을 지른다. 교화소는 다시 탄성으로 으르렁거리며 사람들의 혼을 잡아 빼려고 덤벼든다.
그리고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한다.
경비대 대두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못한다.
‘저런분이 나에게 손을 쓰지 않은 것은 나를 떠보기 위해서 그랬군......
저정도의 무공이면 아무도......아니.....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시지...... 오늘 내가 하늘이 푸르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군......’
상도는 줄사다리를 쇠줄 사다리 매단 쇠말뚝에 붙들어 맨다.
그리고 손짓을 하며 말한다.
“어서 올라오라! 올라올 때 열칸이상 간격을 띄우라!”
“예!”
궁노수들은 줄사다리에 매달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잠시후 그들은 모두 절벽을 올라갔다. 그리고 상도를 따라 동굴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의당 정문앞에 우뚝 서 있는 상도
그의 눈에는 대문만 보이고 딴 것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갑옷을 입고 장검과 장창을 들고 정의당대문과 담벼락을 지키고 있는 기천명 갑사들의 위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 눈동자다.
오십명의 궁노수는 상도를 이십여보의 거리를 두고 호위하고 있다.
갑사들은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자기들을 바라보고 섰는 수십명의 병사들을 상관에게 보고하느라 두명의 갑사가 달려 대문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두명의 갑사는 노란 천을 목에 두른 장수와 함께 대문에 나와 섰다. 장수는 상도를 내려다 본다.
그는 별볼일이 없어 보이는 상도의 보통체구를 보고 그리고 지개작대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경멸한다.
“야, 이놈들아!”
“네!”
“아니 저런 조무라기가 왔다고 보고하는 네놈들은 뭣하는 놈들이냐?”
“저, 개미 한마리도 얼씬대면 보고하라고 하셨기에......”
“넋빠진놈! 내가 누구냐?”
“네! 정의당 남문 수문장이십니다.”
“네 놈은 뭣하는 놈이냐?”
“남문 수문장 부장입니다.”
“그걸 아는 놈이 애숭이가 나타났다고 소란을 피워 이놈아!”
“죄송합니다!”
“네가 저놈들을 잡아들이면 될 것을......”
“사안이 중대한 판이라서......”
“듣기 싫다 이놈아! 우리가 고자청의 고자관놈들마냥 무기력하단 말이냐?”
“수문장님! 용서하십시오! 그놈은 청송교화소에 들어가서 교화원들을 요절을 냈다고 합니다!”
“그 교화원 쓰레기들이야 우물안의 개구리도 못되는 놈들이니까 그렇지......”
“그리고 그놈이 개혁을 한다고 당당히 외쳤답니다.”
“야 이놈아! 그 청송 교화소는 우물처럼 생긴 곳이지 않느냐?”
“그렇습지요! 장군님!”
“거기에 샘물이 펑펑 솟기라도 한다던......”
“그렇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군님!”
“물이 솟아서 물이 가득 찼으면 그 곳이 우물이 될게 아니냐?”
“그렇습지요!”
“그러니까 우물안의 개구리 노릇도 아무나 되는게 아냐 이놈아!”
“네~ 그렇지만.....”
“그렇지만이 뭐야 이놈아~ 거기서 경비하는 책임자가 누구냐?”
“이름은 몰라도 전노신왕이 신임하는 대두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냐?”
“장군님이십니다!”
“대두가 높냐? 장군이 높냐?”
“그거야 장군님이 높습지요.”
“그걸 아는 놈이 감히 누구와 비교를 하냐?”
“그게 아닙니다! 정의당을 까부순다는 놈은 아무래도 대단한 놈인 것 같습니다.”
“이놈이 군사들의 사기를 떨어지게 하는 놈이야! 네이놈! 군율로 다스리리라! 여봐라!”
“예!”
“장군님! 적을 가벼이 보시면 큰일 납니다!”
“이놈을 끌어내 목을 쳐라!”
“장군님!......”
“장군을 우습게 취급한 저 놈을 당장 목을 베어 대문에 걸어라!”
부장은 질질 끌려나가고 있다. 상도는 수문장과 부장의 대화를 다 듣고는 쓰게 웃는다.
“대문을 활짝 열어라!”
상도는 천둥치는 소리로 외친다.
대문과 지붕이 부르르 떤다. 지붕 위에 있는 기와가 우르르 소리를 내며 여러장이 추녀 밑으로 떨어진다. 기와는 박살이나 버린다. 대문 지붕에서는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는다.
기천명의 갑사들은 깜짝 놀라 마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하나같이 놀란 눈이 되어 버린다.
수문장은 대문 지붕이 무너져내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눈으로 천정을 올려다본다.
“수문장놈아! 대문을 활짝 열어라!”
상도는 보통 큰소리로 수문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니! 저놈이!.....”
수문장은 상도가 작대기를 흔들며 말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상도가 소리쳐 말했다는 것을 알고 얼떨떨하여 반사적으로 말한다.
“이제 내말을 알아 들었느냐? 어서 대문을 열고 전노물을 끌어내라!”
“이런...... 저놈의 아가리를 찢어놔라!”
갑사들은 수문장의 명령에 옴짝 달싹을 않는다.
“저놈을 쳐라!”
“갑사들은 상도가 서서 있는 한길을 메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도를 향해 떠밀려서 뭉기적거리며 다가간다.
“어서 저놈을 쳐죽여라!”
수문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상도에게 등이 떠밀려 다가서는 갑사들은 칼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놈 수문장아! 네놈은 전노물의 주구 노릇을 하며 백성을 몹시 괴롭혔다는 것을 내가 아느니라! 네놈이 백성들을 대문에다 못을 박은 놈이 아니더냐? 내가 다 아느니라! 심은대로 갚아주마! 네놈을 이 작대기로 대문에 박아주마!”
“어서 저놈을 죽여라!”
“간다!”
상도는 크게 외치고 들고 있던 작대기를 앞으로 밀어낸다.
작대기는 살보다 빠르게 포물선을 그리며 수문장의 가슴을 향해 지쳐든다.
“아악!”
수문장은 작대기에 밀려서 대문 가까이 뒷걸음친다. 수문장은 대문에 쿵소리가 나게 부딪친다. 그리고 작대기는 수문장의 왼쪽 어깨 갑옷을 뚫고는 그를 들어서 대문 꼭대기에 박아 버린다.
군사들은 수문장의 비명소리에 넋이 뽑히게 놀란다.
갑사들은 졸지에 어이없는 얼굴이 된다.
“아니....!”
갑사들은 두길 이상 높이에 자기들의 대장이 작대기에 꿰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일제히 소리치고 입을 벌리고 있다.
“전노물의 주구들아! 무릎을 꿇지 못하겠느냐?”
상도는 크게 외친다.
갑옷 입은 갑사들은 맥없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어 버린다.
“부장은 이리 오라!”
부장은 상도의 명령에 뛰어와 상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영웅님을 마중하지 못한 죄를 용서하소서!”
“좋다! 이제 나와 함께 개혁을 해 보자!”
“감격하옵니다! 견마처럼 영웅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러면 나를 안내하여 전노물을 만나게 하라!”
“예! 저를 따르시지요!”
“좋다! 앞장서라!”
상도는 오른 손을 들어 까딱한다. 그러자 중두와 대두 그리고 궁노수들이 상도를 호위하여 정의당 큰대문을 당당하게 들어간다.
대궐마당은 잔디밭으로 만들어졌다.
잔디밭은 200평은 되어 보인다.
잔디밭 끝 현관 앞에는 빨간옷에 누런 물감 칠한 옷을 입은 중년인이 안락의자를 내다 놓고 거드름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의 좌우에는 대도를 들고 갑사 백여명이 호위하고 있다.
‘그런데 잔디가 가물타고 있는게 이상하군! 이건 잔디 아래가 함정이구나!’
상도는 낌새를 알아차린다.
“영웅님! 저기 현관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사람이 전노물왕입니다. 그리고 가사를 입고 있는 자들은 아주 무공이 높은 고수들이며 설산속에서 온 승려도 있습니다!”
“알았다. 자네는 백 중두와 함께 대궐 밖으로 신속히 철수하라!”
“중두!”
“넷!”
“부하들을 신속하게 대궐 문밖으로 후퇴시키게!”
“네?”
“자네와 부하들을 신속히 철수하라! 시간이 없다.”
상도는 중두만 알아듣게 호령한다.
“넷! 영웅님!”
“장 대두도 대문 밖으로 철수하라!”
“예!”
상도는 대궐 안을 구경하러 온 것처럼 유유자적하게 걸어간다.
중두와 대두는 대궐 문밖으로 부하들을 데리고 신속하게 철수를 한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하는 태세로 갑사들의 동태를 살핀다.
상도는 천천히 걸어 현관 앞에서 삼십여보의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춘다.
“나는 상도라는 사람이니라! 전노물은 어서 나와 천벌을 받아라!”
현관문과 창문이 상도의 외치는 소리에 드르륵소리를 내며 떤다.
기왓장도 몇 개 땅에 떨어저 박살이 난다.
호위갑사들도 몸통을 부르르 떤다.
전노물 왕은 드르륵 떨고 있는 의자를 두손으로 꼭 붙든다.
“저저... 저.... 놈... 을... 잡아... 라!”
전노물왕은 졸지에 입이 메말랐다. 그는 급하게 말을 하느라 말이 분명치가 못하다. 침을 꺼내서 입안에 바르느라 안깐힘을 쓴다.
전노물은 타는 목이 어떤 것인지 생전 처음 겪고 있다.
“저저....”
전노물은 오른손 가락으로 상도를 가리키기만 할 뿐 말을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다.
상도는 겁에 질려 어쩔줄을 모르는 전노물에게서 어이없는 눈을 하고서 고양이 만난 쥐꼴을 보고있다.
‘저런 겁쟁이가 반란을 일으켰다니......원..... 쯔쯔.......
원래가 쥐같은 인생은 남을 생각을 못하는 것인데.....
쥐새끼는 괜히 물건을 쏠아서 물건을 못쓰게 하는 짓을 잘하지.....
제 이빨을 너무 자라게 두면 제가 죽는다고......
본질상 물건을 깨물고 물어 뜯어서 구멍나게 하는 것이지......
그러니 만나는 사람마다 돈을 뜯겼다고, 억울하게 당했다고, 망했다고 아우성이지.....
세상에 왕 노릇할 놈이 없어서 저런 겁쟁이 쥐를 왕으로 떠받들고 있다니......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놈을 왕이라고 앉혀두니.......
한다는게 돈먹는데만 용감하고 돈먹는 짓에만 겁이 없는거지.
쯔쯔..... 저런 것을 왕이라고 세워 놓고는 정치를 잘못한다, 이제 그만 뇌물 처먹으라고 중얼거리는 꼴이라니.....
그러구서.....쯔쯔를 하고 탄식을 하는 꼴이라니......
참으로 가난한 나라구나......’
전노물의 곁에 있는 자가 현관으로 급히 뛰어들어간다.
“네놈이 누군데 소란을 피우는거냐?”
전노물왕의 우측에 있는 장수가 겁먹은 소리로 묻는다.
“나는 전노물을 벌주러 온 상도니라!”
“불상놈 같으니.....너는 죽을 준비나 해라!”
“불상이야 전노물이 불상놈이고 네놈들이 불상놈을 끼고 불상짓을 하니 네놈들이 불상놈이지.....”
“어리석은 놈 여기가 너 죽을 곳이니라!”
“그렇다면.....개과천선할 놈들이 아니군....”
“뒈지는 맛이나 보려무나! 천지를 모르는 놈!”
“그래 맛을 보고 내가 맛을 보여.......”
상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작대기 부러지는 소리가 두 번 난다.
졸지에 잔디밭 가운데가 쩍 갈라진다. 마당 전체가 졸지에 커다란 함정이 되어 버렸다.
상도는 땅속으로 서서 떨어진다.
전노물왕과 호위병들은 쾌재를 부른다.
전노물왕과 호위병들은 이십길 이상의 깊이에 떨어져 있는 상도를 비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내려다본다. 전노물왕은 금방 무서워 벌벌거린게 누구냐고 되묻고 있는 얼굴로 변했다.
“네 이놈! 소감이 어떠냐?”
“나를 이곳에 넣었다고 꿈꾸지 말라!”
“네가 함정에 빠지고도 큰소리냐?”
“나는 이미 이곳이 함정인 것을 알고 내부하들을 대궐 문밖으로 보낸 것인데 그 것도 모르는 놈이 반란을 했다니 가소롭구나!”
“가소로운놈! 미륵아! 저놈을 주리를 틀어라!”
“예!”
전노물왕은 곁에 있는 호위장에게 명한다.
미륵이라 불린 호위장은 동아줄을 잡고 함정으로 뛰어내린다. 상도는 미륵이 내려오는 것을 올려다보고는 웃는다.
“죽을 놈이 여유가 있구나?”
땅을 디디고 선 미륵은 상도에게 비웃음이 담긴 입으로 말한다.
“너희들 왕 전노물이 노는게 웃으워서 웃었느니라! 싸움 구경을 하려면 땅위에서 해야 구경을 할 수 있는게 아니냐? 내려다 보는게 어찌 구경이 되겠냐? 그러니 전노물이 얼마나 전노물인지 짐작이 가는구나!”
“그런말 한다고 꺼내서 한길에서 도망가기 좋게 할 것 같냐? 어리석은 놈 같으니! 여기도 대궐 마당 넓이인데 좁다고 씨부리는게냐?
그러니 뒈질려고 환장을 한놈이지!”
“전노물이 나를 여기에 빠지게 했지만 나를 어쩌지는 못하느니라!”
“큰소리는 그만 치고 나의 미륵장을 받아 봐라!”
“이놈아! 주먹도 아닌 손바닥이 무에 힘이 있다고 큰소리냐?”
“애숭이 놈이!”
미륵은 오른손을 내치려 한다.
“잠깐!”
“유언이라도 할거냐?”
“싱거운놈! 우리가 싸우기전에 약조를 하고 싸우자!”
“뒈질놈이 무슨 약조?”
“네놈 이름이 미륵이라고 했겠다! 하구 많은 이름 가운데 하필 미륵이냐? 그 이름이 도대체 뭣을 말하는 게냐? 미련이 미륵만 하다고 미륵이냐?”
“뒈질놈! 나는 미륵공력을 쌓은 몸이니라! 원이나 없게 가르쳐주마! 미륵공력은 천하무적이니라! 너같은 것은 한방에 날릴 힘이 있느니.....뒈질 준비나 하거라!”
“천하무적인 미륵공을 한 놈이 어째 전노물 같은 것에게 빌붙어서사는거냐?”
“아가리 닥쳐라!”
“반야공과 비교해서 미륵공은 어떠냐?”
“미륵공이 반야를 디디고 선 것이니라!”
“너희들은 가사를 입고 중생을 제도한다면서 무공을 열심히 익히고 서로 싸우고 빼앗고 죽이는데 그건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냐?”
“그것은 네 놈이 알아도 소용이 없다.”
“미륵공을 익혔다는 네놈은 겨우 권세자의 주구 노릇 하려고 무공을 했구나? 하기사 돈도 생기고 큰소리도 치니까.”
“내 장을 받아라!”
“잠깐!”
상도는 미륵의 일격을 슬쩍 피하며 일갈한다.
“뭐냐?”
“네가 나에게 지면 어쩔것이냐?”
“죽을 뿐이다!”
“미륵공을 한놈은 죽음 밖을 모르는구나!”
“죽음 밖이 뭐냐?”
“가사를 입고한 놈이 죽음 다음의 세상을 모르다니! 그러니 미륵이구나?”
“도망가지 말고 내장을 다시 받아라! 이놈아!”
“네가 나에게 지면 내 종이 되기로 약속하자!”
“뒈질놈이 말이 많군!”
“내가 지며는 어차피 죽는 것이고 네가 지면 내 종이 되는 것이 억울하다 그말이냐?”
“좋다 이놈아!”
“약속을 어기기 없다!”
“약속을 하마!”
“졌다고 자결하기 없다 알았느냐?”
“그놈 참! 뒈질놈이! 그래 내가 지면 종노릇하마!”
“그러면 정식으로 겨루자!”
“자, 간다! 미륵장이다!”
미륵은 얼굴이 미륵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느라 졸지에 쑥돌이되었다. 미륵의 얼굴을 본 상도는 싱긋이 웃는다.
“징을 박아라!”
상도는 가볍게 조금 크게 말하며 왼손가락을 튕긴다.
졸지에 미륵의 귓구멍은 찢어지게 아픔이 박혔다.
두손을 내밀던 미륵은 두손으로 양쪽 귓구멍을 감싼다.
미륵의 오른쪽 귀구멍에는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한 돌멩이가 파고들었다. 미륵의 손가락 사이로 시뻘건 미륵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미륵 대가리도 피가 나냐? 이놈아!”
“끙끙....”
“이놈아! 미륵 대갈통도 아프냐? 끙끙대지 말고 어서 덤벼!”
“..........”
“내가 땅위로 올려주래?”
“장력으로 한 번 붙자!”
“네놈 같은 미륵장은 내손에 닿기만 했다 하면 으깨져 이놈아!”
“으깨져도 좋다! 암수가 아닌 정식으로 한 번 붙자!”
“암수라! 공기돌도 못막는 놈이 나와 상대를 한다고! 나는 네놈을 생각해서 공기돌을 던진 것이니라! 미륵놈! 참으로 미륵처럼 보는 눈도 생각도 못하는 죽은 놈이구나! 내가 이걸 던져줄테니 받아 봐라!
이돌을 받은 다음에 기운이 남으면 상대해 주마!”
“좋다! 사람을 무시치 말라!”
상도는 말을 하며 왼손에 들고 있던 공기돌 하나를 미륵이가 잡을 수 있도록 슬쩍 던져준다.
미륵은 느리게 땅에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떨어지지 않고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공기돌을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거머쥔다.
미륵은 공기돌을 받자마자 입을 있는대로 벌린다. 그리고 아이쿠 소리를 내지른다.
그의 이마는 핏줄이 터지게 솟아올랐다.
목덜미도 따라 새빨간해져 땡땡해졌다.
얼굴은 졸지에 비지땀이 한증탕이라고 쓰여졌다.
눈알은 사정없이 툭 불거져 땅으로 굴러 떨어지려고 나섰다.
그리고 스물다섯 발짝도 더 밀려 웅덩이 벽에 쿵소리가 나게 부딪는다. 그리고 다리가 꼬여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혀졌다가 옆으로 픽쓰러진다. 그리고 삼베 삶는 냄새를 진동시킨다.
그의 오른손은 숯불에 넣었다 꺼낸 것 같이 화상을 입었다.
웅덩이 밖에서 내려다보던 전노물왕은 팔다리에 닭살이 돋았다.
그는 무서운탕에 들어간 기분이 되고 말았다.
“저저 누가 미륵의 원수를 갚을꼬.....!”
전노물왕은 좌우를 돌아다보며 낭패한 얼굴로 더듬거려 말한다.
“신 선무당이 미륵이의 원수를 갚겠나이다!”
“무당은 공을 세우라!”
“예!”
선무당은 미륵처럼 줄을 잡고 십여길을 내려간 후 줄을 놓고 뛰어내려 웅덩이에 턱 버티고 섰다. 그리고 독을 뿜어내는 눈을 만들어 노려본다.
“이 잔인무도한놈! 사람을 떡을 치다니! 내가 네놈을 묵사발을 만들리라!”
“야, 이놈아! 내가 떡을 치기는..... 미륵이란놈이 원하는대로 맛장구를 친 것 뿐이니라! 네놈도 무릎을 꿇어 내게 항복하면 모르되 미륵놈처럼 미륵스러우면 죽을뚱살뚱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알라!”
“내 무당장을 받고 뒈져라!”
선무당은 크게 외치며 두손을 가슴 앞에 모아 합장을 한다.
“잠깐!”
“뒈질 준비가 덜됐느냐?”
“야, 이놈아 뒈지는게 뭣이 그리 급하냐? 네 놈의 내력이나 알고 싸우자!”
“내 이름을 알고 뒈지면 누가 좋은 곳에 보내준다냐?”
“무당이라면 떡해놓고 깽메기(꽹과리) 두드리고 북치고 염불인지 콧불인지를 중얼거리며 귀신을 불러오고 내보내고 하는 박수를 말하는게 아니냐?”
“무당파를 알아모시는구나!”
“그런데 온무당도 못되고 선무당놈이 무얼 하겠냐?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하는 소리도 모르냐? 이놈아!”
“저저, 때려죽일 놈!”
“꽹과리치던 손에서 무슨 힘이 나오겠냐? 내가 선무당이라고 하니 인정을 베풀테니 내손에서 살아나면 내 종이 되라!”
“저저, 찢어죽일 놈!”
“그럼 공격을 해봐라!”
“뒈져라!”
선무당은 무당공력을 몽땅 끌어올려 상도의 가슴팍을 향해 뿌려친다. 그러나 상도는 뒷짐지고 서서 있을 뿐 눈도 깜짝을 않는다.
“무당놈이 무당공을 했다고 입이 더럽군! 포개져라!”
상도는 보통소리로 말을 한다. 그러나 상도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의 귀에 똑 부러지게 못이 박혀버린다.
대궐 문턱에서 밑을 내려다 보고 있는 백 중두와 장 대두는 손에 땀을 쥐고 있다.
무당공력은 선무당의 얼굴을 누리땡땡하게 부풀렸다. 누런 오줌같은게 그의 입에서 뿜어져 누리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흙먼지를 일으켜 상도를 뒤덮는다. 백 중두의 입에서는 ‘억!’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그리나 무당공력은 사람을 잡지를 못하고 누리끼리하고 구역질나는 냄새를 스컹크처럼 진동시키고 안개 사라지듯 한다.
선무당은 흙먼지와 함께 상도 앞에서 사라졌다.
전노물왕과 그의 부하들은 휘둥글한 눈으로 넓은 웅덩이를 두리번거리느라 무서움도 잊어버렸다.
“아니...... ”
전노물왕의 옆에 서 있던 가사 걸친 흰수염이 많이난 사람은 선무당이 미륵의 몸뚱이 위에 포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앓는 소리를 실낱같이 지르고만다.
‘저놈을 어떻게 해야 잡는단 말인가?’
흰수염이 난 사람은 생각을 굴린다.
‘여기 있는 고수들이 한꺼번에 덤벼도 승산이......챙피한 일이나.....
그냥 일대일로는 사람만 다칠 뿐이니....... 할 수 없는 일이지.......’
“전대왕님! 저기를 보십시요!”
흰수염의 사람은 손가락질을 한다.
전노물왕은 손끝을 좇아가 두리번거린다.
“석가 무엇을 말이요?”
“저기에 선무당이 엎어져 있습니다!”
“아니 그건 미륵의 시신이 아니요?”
“미륵은 선무당에게 눌려서 땅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니 석가!.....”
“아까의 미륵과 지금의 미륵과 머리모양이 다릅니다!”
“아니 그럼 선무당이 없어진게 아니고......”
“없어진 것보다도......”
“그....렇....소! 가공.....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소!”
전노물왕은 얼굴 근육이 굳어 말을 제대로 이어나가지를 못한다.
“전하! 저놈을 어서 없애야지 큰일이........”
“석가! 좋은 수가 없겠소?”
“여기 있는 고수들이 모두 덤벼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놈이 저렇게 무공이 신출귀몰 할 줄이야!....... 고수는 몇 명이나 남았소?”
“저놈은 마음의 검을 쓰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저놈에게 필적할 고수는 도가의 도인들과 라마교의 라마승과 요가를 하는 요가승과 단을 하는 단주들과 참선하는 참선승과 연합하여 저놈을 공격하면 승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못합니다.”
“그럼 자신이 없는 싸움을 한다는 말이요?”
“연합을 하면 필적을 할 수도 있고 좌우간 반반입니다.”
“뭐가 반반이라는거요?”
“승산이 반반일거라는 말씀입니다.”
“이것 보시요!”
전노물왕은 말을 하다가 주위를 살핀다. 석가는 왕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그는 귀를 왕의 입에 갖다 댄다. 왕은 작은 소리로 입만 달싹거린다. 석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전하! 저놈을 잡기 위해 그물을 저놈에게 씌워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리고 궁노수 몇백명으로 저놈을 죽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석가만 믿소!”
“저에게도 묘책이 냉큼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일단은 연합하여 공격을 하시는게 주의 상책이옵니다.”
“저놈이 그렇게 재주가 뛰어나다면.......”
“전하 너무 심려마시옵소서! 제가 연합공격을 하겠습니다.”
“어서.....”
“예!”
석가는 주위 고수들에게 연합 공격하자는 신호로 손뼉을 치면서 웅덩이로 뛰어내린다. 고수들도 뛰어내리되 줄을 잡고 내려가는 고수도 있다. 고수들이 웅덩이로 뛰어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전노물왕은 다시 전율한다. 그는 얼굴에도 닭살이 듬뿍 돋고 있다.
‘아니 웅덩이속으로 뛰어내려가다니....... 저런 고수가 이십여 명이 연합하여야 맞수가 될지 모른다니.......그러면 웅덩이에서 뛰어올라 올 수도 있겠는데......저놈이 일부러 웅덩이에서 빠져 있는체 하는게 아닌가? 내 생각이 틀림없어. 저놈에게 오늘 내가 당하는 날인가.......
임금 노릇도 몇해 해보지도 못하구 떨려나는 추태를 보이게 생겼군....’
그는 웅덩이 속에 있는 상도를 내려다보며 죽음의 그림자에게 휘감기고 있다. 그의 눈에는 지금 고수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피를 토하고 있는게 어른거리고 있어 그를 괴롭히고 겁을 꾸역 꾸역 먹인다.
상도와 이십여보의 거리를 두고 고수들은 마주 섰다.
반야무공의 석가, 단무공의 단가, 요가무공의 요승, 도가무공의 도승, 참선무공의 선승, 라마무공의 라마승, 나미타 무공의 타불승....등이 일렬로 늘어섰다.
“네놈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까부는구나!”
석가승은 상도를 보고 꾸짖는다.
“네놈은 천시를 모르는 놈이 어디를 참견이냐? 절간에서 불상이나 쳐다보다 불상놈이 될 놈들이 왕창 죽으려느냐?”
“어린놈이 말버릇 한번 고약하구나! 무공을 믿고 나라를 어지럽게하다니...... 네놈은 오늘 네 무덤을 파는구나! 아직 죽을 때가 멀었는데 요절을 하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쯔쯔...”
“나이만 헛되게 먹었으니 백수염처럼 백대가리지.....
내가 하늘을 대신하여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러 왔는데 이 백대가리들아! 불상놈이 되려면 절간에서 퍼대고 앉아 있지 권세욕에 눈이 멀어 탕왕을 도와서 백성을 괴롭히고 있으면서 부끄럼도 백대가리가 되어서 잘난체를 하는구나!....”
“저런 때려죽일 놈 봤나!”
“저놈의 아가리를 이겨 놓읍세다!”
“애숭이가 어른을 놀려? 이놈!”
“뒈지려고 환장한놈!”
고수들은 상도를 일격필살하려고 기를 모은다.
“내말을 더들어 이놈들아! 뒈지는게 뭐가 그리 급하냐?
지금 고자관들의 만행이 하늘에 닿았고 포사들의 만행이 하늘에 닿은 것을 들어보라! 포사들은 죄진 사람을 잡으러 다니기가 귀찮고 힘이 드니까 무고한 사람을 고문하고 강제로 수결을 치고 거짓증인을 돈주고 매수하여 감옥에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니라!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에 닿았거늘......
너희들은 왕을 도와 부정부패한 관리들을 도려내는 일을 해야 하거늘 그런데도 너희놈들은 그런 썩은 관리들에게 뇌물이나 받아먹고 권세에 아부하고 영화만 누리고 그럴수 있냐?
정치든 치안이든 두가 백성들이 억울한일 당하는게 없이 평안을 노래하는 태평성대를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인데.....
그래 네놈들은 높은 자리에만 있고 백성들이 억울함속에 있어도 모르세 하는 놈들이라 내가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전노물과 함께 죽음 밖으로 보내줘야겠다.
내가 여기에 서서 있는 것은 네놈들이 얼마나 악랄한가를 보기 위해 머물고 있는 것이니라!
기다려도 전노물이나 네놈들은 회개할 기미도 없고 반성의 기미도 없어 내가 하늘을 대신하여 네놈들 목을 치리라! 알았느냐?
전노물아!”
상도의 꾸짖는 소리가 메아리치는 그 짧은 순간 상도는 번쩍 몸을 하늘로 튕겨낸다. 그리고 그의 왼손에서는 번쩍하고 빛살이 고수들의 얼굴을 갈긴다.
상도는 웅덩이 벽 중간을 한 번 걷어차고 전노물왕 앞에 올라섰다.
그리고 왕을 웅덩이에 집어던진다.
그 순간 이십여명의 고수들은 픽픽 쓰러져버린다.
고수들의 이마에는 동전이 깊숙히 박혀져 있다.
상도 그의 몸놀림은 가히 전광석화 그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오른손으로 왕의 멱살을 잡아 웅덩이에 방아를 찧어버렸다.
왕의 몸뚱이는 웅덩이 바닥에 머리부터 땅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왕이 말뚝된 곳에는 웅덩이가 생겨버렸다.
왕의 좌우에 서서 있던 호위 갑사들은 잽싸게 무릎을 꿇는다.
상도는 그들을 보고 쓰게 웃는다.
“너희들은 갑옷을 벗고 낙향하여 농사를 짓고 살아라! 착하게 살아라! 알았느냐?”
“예!”
“지금 당장 옷을 벗고 무기를 내려놓고 떠나가라!”
“예!”
호위갑사들은 서둘러 옷을 벗고 대궐을 잰걸음으로 빠져나간다.
“백 중두야!”
상도는 대궐문을 향해 부른다.
“예!”
백 중두는 어리벙벙한속을 헤매이다 상도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다.
“대궐 밖에 있는 군사들에게 명령하여 지금 당장 이곳 대궐마당을 메꾸라 일러라!”
“예!”
졸지에 대궐마당은 개미역사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