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인검 (EP5.석상 나라)
작성자
yeongbeome2
작성일
2024-07-12 21:28
조회
83
석상 나라
길을 따라 가던 상도는 사방을 살피면서 걷는다.
‘별을 보니까 자정은 된 것 같은데.....어디가서 쉬었다가 갈까....
죽음 밖의 길을 찾아내야 되고 활인검을 구사하는 검객이 되어야 하는데.... 그날이 언제가 될건지.....
칼로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라 칼로 사람을 살린다.... 칼을 한 번 휘둘러 죽는 사람을, 죽게된 사람을 살려낸다.....
살린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 아닌가.......
칼을 한 번 휘두르면 사람들이 살아난다...... 현실로 이루어진다.......
얼마나 사람들이 좋아할까......
사람들에게 말도 못하게 칭송을 받겠지.......
공자가 말하기를 착한자는 하나님이 복을 주고 악한 자는 재앙을 주어 고생고통을 겪게 하신다고 그랬는데......
내가 활검을 한다면 정말로 착한 일을 하는 자가 되는거지.......
졸지에 내가 착한 자가 되는거라구.....
내가 검도를 배웠다는 것은 연구를 했다는 것은......
두령의 말대로 고수가 된거야.......
칼을 내맘대로 구사하는 수준은 되었지........
그 결과는 겨우 칼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이는 것밖에 못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남을 살리기 위해 남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사실 얻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남이 나를 죽이려고 할 때 나도 살고 그도 살고 그럴수 있을까.....그 길은 내가 도망을 치면 나도 살고 그도 살게 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죽기살기로 달려들면..... 도망을 못하게 막고 있으면....... 데리고 갈 사람을 데리고 가게 해야지..... 나만 살기위해 도망 갈 수도 없는 일...... 도망간다 해도 계속 쫓아오면 그것도 문제........ 그래서 인간살이는 살륙전이 벌어지고 싸움이 생기고 전쟁을 하고.......
언제까지 지고만 살 수도 없는 일.......
양보만 하다가는 나라도 빼앗기고.....
약육강식을 하는 세상이니 동물이나 다를게 없지....
오늘의 일만 해도 그러니..... 가로막지 않고 못가게 하지 않고 죽이겠다고 덤비지만 않았으면 살생을 않게 되는 건데.....자식들이 깐보고 만만하다 싶으니까 사람을 죽여 없애려고 한다니까.......
재물을 빼앗기 위해 그많은 사람을 다 죽여? 죽일 놈들......
제놈들 보다 내가 약했으면 꼼짝없이 거기서 죽었지.......
왜 사람들은 사람을 죽이고 죽이려 하는지.....무술을 배워서 기껏한다는 짓이 사람 죽이는 일을 하다니..... 무술을 연마한다는게 못된 짓이나 하려고 하다니......
공부를 하는 자도 그렇지 출세를 하여서....... 과거에 급제해서 한다는 짓이 사람들을 윤택하게 살게 하는 일을 해야지...... 그래야 벼슬한 보람도 있는 것이지....... 한다는 짓이 횡령이나 일삼고 사람을 괜히 죄를 뒤집어 씌워서 괴롭히고........ 뇌물이나 처먹으려고 되는 일도 안되게 만들고 돈이나 빼앗고 감옥에 보내면 되겠어.....
돈처먹고 감옥 보내야 할 놈은 다른데로 빼돌리고......
황색당 놈들도 그런 놈이나 골라서 죽이러 다니지......
미쳐도 더럽게 미친 놈들이지 그래....
멀쩡한 양민을 씨도 안 남기고 다 죽이다니.......
참으로 세상 말세야....... 세상이 다돼서 그런건지......
인간 세상이 언제부터 시작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왜 그렇게 죽이고 죽는 일이 계속 생기고 사람을 억울하게 하는 자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인지........그러니 나라꼴이 망조가 드는 거라구.....
공부께나 했다는 것들은 그렇고....... 의원이라는 자들은 환자에게 돈을 뜯어먹는 짓을 왜 하는거야.......
정당하게 해야지 치료를 하지 않은 것도 했다고 바가지를 씌우고 말야..... 침을 놓을데나 안놓을 데를 마구잡이로 찔러대서 침값을 더받고.....안먹어도 될 약을 몸에 좋다고 비싸게 팔아먹고....... 약 팔아먹는 것들도 폭리를 취하고 말야..... 환자의 등가죽을 아주 벗기기로 작심을 한 놈들이라.....
시장에서 장사하는 장사꾼 보다 더 못되게 폭리를 취하니......
그러니까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나라의 일을 한다는 의원이나 약장수 죽어서 좋은데 못간다는 속담이 내려오고 있는 거구먼......
배워서 겨우 한다는 짓이 제가 죽을 때 가지고도 못가는 그 알량한 돈을 그런식으로 긁어모으다니...... 남의 눈에 피가 나게 하다니......
세상이 공부를 많이 하여 학식이 많은 사람이 많다는 세상이면 살기가 더 좋아야 하는데....... 이건 거꾸로구만......
학식이란게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게 아니라 사람을 아예 사람의 인성을 없애버리는거구만......
그걸 모르고 교육, 교육하여 인격을 없애 버려 더 험한 세상을 만드는거구만......서울동도 황색당도 교육을 많이 받은 놈들이지......
그중에는 검사객 놈도 있고 변호객이란 도둑놈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인생이란 교육을 시켜도 그렇고 안시켜도 그러니.....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길은 학문 교육으로는 되는게 아니야.....
그렇다면 무슨 교육을 시켜야 사람이 착해져서 사람끼리 착하게 살 수가 있단 말인가?......
교육은 사람을 어쩌지 못하니까 다른 무슨 방법이 있어야 되겠지....
원인을 찾아야겠지.......
이것도 오리무중의 몇갑절이 되어 인간의 머리로는 해결의 길을 찾을 수가 없구나.......
인생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인생은 원래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나?......’
그는 생각의 꼬리를 잡고 실랑이를 하면서 걸어간다.
그의 앞에 길이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 길에서 가마가 나오더니 왼쪽길로 곧장 간다. 가마를 따라가는 사람들은 어림잡아 스무명은 되는 것 같다. 상도는 가마를 따라가 보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사거리에서 방향을 가름하다 가마가 가고 있는 방향이 서쪽 방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따라가기로 작정한다.
그는 가마를 보일락 말락하는 거리를 유지하며 좇아간다.
산고개를 하나 넘고 넓은 평야를 지난 그들 앞에는 큰 강물이 나타났다. 그들은 잠시후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간다.
그는 나루터로 걸어간다.
그리고 배를 찾는다.
이리가고 저리가고 한참을 헤매이던 그는 아주 작은 구수배를 찾는다.
그리고 배에 올라 노를 젓는다. 그는 강을 건너가며 생각에 빠진다.
‘가마에 탄 사람은 지위가 높은 것 같은데....
그의 모습은 마치 석상처럼 보였는데....
사람이 왜 석상처럼 보이는건지......
그 사람들은 잿빛장삼을 입은 자들이었는데....
그 사람들의 얼굴은 생기가 없었는데......
무당의 얼굴처럼 노란빛이 찌든 얼굴들이었어......
무당들은 무당에게 들어간 귀신이 그를 괴롭히니까 괴롬을 못이겨서 그렇다지만 그 사람들도 귀신이 그들 속에 들어가서 그들을 괴롭히는 것인가.....
그래서 무당의 얼굴처럼 누리땡땡한건가......
그렇다고 얼굴이 누리땡땡하다고 사람들이 땡초라고 그렇게 부르는 것인가..... 우상숭배하는 사람들도 여러종류의 집단이 있구나.......’
그는 강을 건너자 부지런히 길을 따라 걷는다. 그는 산고개 하나를 넘고 또 하나를 넘으려고 고개를 오른다.
“댕그렁! 땡그렁! 땡그렁!”
그에게 커다란 쇠종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도 쇠로 만든 종을 치네! 밤중에 왜 종을 치는가? 적이 침입을 했다는 것인가?’
그는 종소리 나는 방향으로 길을 따라간다.
그는 넓은 길에서 산길 소로를 찾아 걷는다.
길은 짐승들이 다니는 길처럼 띄엄띄엄 풀이 조금씩 밟혀진게 그렇게 생겼다.
‘이곳을 다니는 사람들은 상당한 수준에 오른 자들만이 다니는 길처럼 보이는구나.....사람이 짐승처럼 다닌다면 그건 짐승이지 사람이라고 인격이 있는 자들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짐승도 개는 개발자국이 있고 호랑이는 호랑이 발자국을 남기지.......’
그는 고개를 넘고 또 하나를 넘었다. 그리고 또 하나를 넘었다.
그의 눈 앞에는 넓은 골짜기가 보이며 골짜기 속으로 울창하게 낙엽송이 빽빽히 콩나물 시루처럼 들어서 있다. 그는 나무 숲이 자연 숲이 아니라 인위적인 숲이라는 것을 한 번에 알아본다.
‘무슨 사람들이 이런 산속에서 살고 있나......
이런 곳에서 살면 무엇을 먹고 사는가.....
산속에서 무슨 농사를 짓고 사는가?.......
산속에서는 산에다 불을 놓아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있지만......
별로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란 것은 상상이 안되는데........
왜 내가 사람들을 생각할 때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겠지 하는 생각을 못하고 나쁜 방향으로만 생각이 되는 것인가......
내가 인생을 얼마나 겪어서 안다고.......
사람을 생각할 때 좋은 느낌부터 떠올라야 하는데.......
나도 그저 그러면서........ ’
그는 비좁다는 느낌이 숨을 막히게 하는 길을 따라 간다.
그는 그곳이 결코 허술한 곳이 아니라는 느낌도 함께 받으며 걷고 있다. 굴곡진 마디마다 초소가 있다는 것도 감지를 하며 그곳에는 보초가 행인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는 가마를 메고 간 회색 장포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는 길에 나 있는 풀이 밟힌 것을 보고 땅에미세하게 나타나 있는 발자국을 또한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걷는다.
‘이곳 사람들은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막지를 않는군......’
그는 구불거리기를 길따라 여러번 했다. 그리고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여러번 하면서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경사진 길을 걷는다. 그는 동산만한 바위로 길이 막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뚫어져 길이 만들어진 곳은 없어 보인다.
‘이곳에서 사람들의 발자취가 없어져 버렸는데...... 그들이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그는 그가 서 있는 왼쪽으로 물이 흐르고 있음을 보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물이 흐르는 곳을 올려다 보고 내려다 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물줄기 따라 올라가 본다. 그리고 그곳을 살피느라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섰다. 그때 달이 떠올랐다. 달빛은 그의 시야를 아주 낮처럼 만들어 준다.
그는 절벽으로 된 이곳을 가마를 메고 회색장포의 사람들이 올라 갔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그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려 물길따라 내려간다. 그는 물길따라 이리 돌고 저리돌아 큰바위가 보이지 않는 곳에 와 섰다. 그는 꿈속을 헤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무공을 생각하며 너무나 유치한 수준이라고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아니 내가 십리밖에서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도 말을 달려오는 소리도 알아듣는다고 자부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소리나게 달려오는 사람들의 소리나 알아듣지 소리없이 다가오는 사람은 분별을 하지 못하는게 사실이 아닌가?......
그런줄도 모르고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주절대다니......
보는 것도 보이게 하는 것만 내가 보는 것이지 보이지 않게 다가오는 것을 내가 어찌 알수 있다는 말인가?
이사람들의 간 방향도 몰라서 찔찔매는 내가 고수라니....
이게 어디야! 내가 아까 그들을 만났던 사거리가 아닌가......
그곳이 아닌가 사거리 같은데 아까는 어두웠는데 지금은 달빛이 휘영청 달밤이라 되레 이상하구만......
밝았다가 어두워도 분별력이 떨어지고 어두운 곳이 밝아져도 분별력이 떨어지니.......
그러는 내가 무슨 길을 간다고 여기서 헤메이고 있나?.....
남들이 가마타고 가던 말을 타고 가던 내가 그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갈길이 해가 지는 곳까지인데 내가 여기서 헛걸음을 치고 있다니......미로를 맴돌고 있는게 마치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 혼란을 일으키는 것 같구나......
사람이 다니는 길도 못찾아 가는 내가.......’
그는 하늘을 쳐다본다. 그리고 북극성을 본다. 그리고 다시 방향을 찾아 서쪽 길로 걷기 시작한다.
‘옛말에도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했는데..... 내가 길이 아닌곳을 헤메이다니...... 나와 아무 이해 관계가 없는데...... 호기심으로 헛걸음을 쳤구먼.....자만이 나를 헛걸음치게 한게야......’
그는 넓은 들을 지나 다시 고개를 하나 넘는다.
그의 앞에는 넓은 들판 가운데 있는 커다란 동네가 펼쳐졌다.
그는 동네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그는 동네 가운데 아주 커다란 석상이 단번에 그의 눈에 달려들어 그의 눈을 가득하게 만들고 있음을 의식한다.
‘보통으로 큰게 아닌데......
이곳 사람들은 석상을 만들어 놓고 석상을 섬기고 있군.......’
그는 석상 있는 동네로 내려간다.
그리고 석상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그는 석상이 높은 담장에 둘려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석상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대문을 찾는다. 그는 담장을 이리가고 저리가도 대문을 찾지못한다.
얼마동안 헤매이던 그는 대문을 찾는다고 시간을 보낼게 아니라 담장에 올라가서 구경을 하겠다고 맘을 먹는다.
‘담장에 올라가면 도둑으로 취급을 하겠지..... 괜히 시비를 당할게 아니라 낮에 구경을 하는게..... 아침까지 어디서 기다린다......’
그는 동네 구경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그는 천천히 한길을 따라 걷는다.
얼마동안 걸어간 그는 딱딱이 치며 순찰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누구야!”
“길가는 사람이요!”
“왜 밤 늦게 돌아다녀?”
“볼일이 있어 가는 길이요!”
“이리와!”
“왜요!”
“너 조사할게 있어!”
“제가 뭐 잘못한게 있습니까?”
“이 자식은 눈치가 없구먼!”
“촌놈인 모양이야!”
“야 이자식아! 우리가 괜히 밤에 이걸 두드리고 다니는 줄 알아?”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이 자식 깡통이구먼!”
“먹통 같이 생겼잖어!”
“임마! 우리가 밤늦게 순찰을 다니는 걸 보구서 가만히 있고 싶냐?”
“저 어르신네에게 잘보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뼉다귀도 못추려 임마!”
“어떻게 잘보여야 하는데요?”
“너 주머니에 얼마 있어?”
“차비밖에 없는데요!”
“그거라도 잘봐달라고 드려야! 그렇지 않으면 뼉다귀 추리는 곳으로 끌려가 임마!”
“이 동네는 순찰자들이.....”
“잔소리 말고 해장국 한그릇 대접하면 네 신상에 좋은거여 임마!”
“그런 돈은 없어요!”
우악스레 생긴 순찰자는 그의 팔을 붙잡는다.
“어서 잘보이라니까!”
“가십시다!”
상도는 끌려가겠다고 말한다.
“이자식 봐라!”
“내가 그렇게 일러줘도 말을 안듣는 새끼! 조져버려!”
“당신들 말끝마다 말투가 그게 뭐요!”
“이짜식이 우리를 몰라보는구먼!”
“이걸 놓고 갑시다!”
“까불지 말고 따라와! 이새끼야!”
“별꼴 다 보겠네!”
“이새끼가! 어디서.....”
우악스런 순찰자는 주먹으로 상도의 콧잔등을 갈긴다.
“어딜!”
상도는 갈기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막는다.
주먹은 상도의 손바닥에 잡혔다. 그는 얼굴을 붉힌다. 손을 빼려고 힘을 쓴다. 그러나 주먹은 바위 속에 박힌 것처럼 움직여지질 않는다.
그는 손을 빼려고 기를 쓴다.
“이 자식은 손버릇이 고약하군!”
상도의 말소리를 듣고 순찰자는 상도를 바라본다.
그는 상도가 동료 순찰자의 주먹을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 순찰을 능멸하는 놈은 죽음뿐이다.”
그는 말을 하며 우악스런 순찰자의 왼쪽 팔을 잡고 왼발로 상도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돌려 찬다.
“팍 우두득! 우드득 아이쿠!”
비명소리가 한길을 덮어버렸다.
상도는 우악스런 순찰의 손과 들어 차는 발을 가격했다.
발길질을 한 순찰도 우악스런 순찰도 땅바닥에 나뒹그러졌다. 그리고 발을 잡고 팔을 잡고 뒹군다.
“아이쿠 사람살려!”
“아이쿠 나죽네!”
그때다. 말을 타고 두사람이 달려온다.
그들은 달려와 뒹굴고 있는 자들을 부축한다.
“저놈이 우리를..... 아야야!”
그들은 상도를 바라본다.
“서로 치고 패고 싸웠는데..... 왜 나를 찝적대는지 모르겠군!”
“순위님! 저놈의 말에 속지마세요!”
“너는 어디 사는 놈이냐?”
순위라는 자가 묻는다.
“나는 변한에 사는 사람이요!”
“그런데 이 새벽에 여기에 왜 왔냐?”
“나는 죽음 밖의 길을 찾기 위해 서쪽으로 가는 길이라서 이곳에 오게 된 것이지 이곳에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별놈을 다 보겠네! 죽음 밖에 길이 있다니..... 이놈이 나를 놀리는구먼! 그리구 이곳에 땅이 있으니 밟고 섰다 그게 뭐 잘못이냐? 그말인데 그러면 그냥 지나가지 사람을 왜 이렇게 때려서 부숴 놨냐? 이놈아!”
“내가 그들을 뭘로 때렸단 말이오?”
“저놈이 그래도 발뺌을 하네! 바른말이 나올 때까지 혼줄이 빠지게 물고를 내라!”
순위 순찰은 데리고 온 순찰에게 명령한다.
“잠깐! 이것 보쇼! 나는 그들에게 아무 짓도 안했소! 직접 저들에게 물어보시오!”
“사실이냐?”
“저놈을 때렸는데 저놈이 내손을 잡고 있다가 노 순찰이 발로 저놈을 걷어차니까 잡고 있던 내손으로 노 순찰의 발을 막았시요! 아이구 주먹이야! 그래서 내 손과 발이 으스러졌소!”
“그러고도 저놈이 전 순찰과 소인을 때리지 않았다니 죽일놈이오!
아이구 발이야!”
“네 이놈! 감히 순찰하는 순찰군을 중상을 입혔으니 그 벌을 받아라!”
순위 순찰을 따라온 장 순찰은 칼을 빼어들고 호령과 함께 상도를 덮친다. 장 순찰은 매가 병아리를 덮치는 모습이다.
장 순찰은 아주 빠르게 글자 그대로 전광석화다. 그러나 상도는 그순간 그의 시야를 찰나 지간에 벗어났다. 그는 상도를 간발의 차로 놓치고 상도의 가죽신 옆 땅바닥을 힘을 다해 내려쳤다.
칼날은 절반 이상이 땅에 박혔다.
장 순찰은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는 수치심에 이를 깨문다.
‘저놈새끼가 나를 약을 올리려고 멀리도 도망을 안가고 살짝 비켜서서 내 칼을 피하는 재주를 부렸어! 어디 이번에도 그런 재주를 부려봐라! 이놈새끼!’
장 순찰은 칼을 땅에서 뽑는다.
“이것 보시오! 내가 당신과 아무 원한이 없는데 사람을 죽이려 들다니! 그런 법이 어디 있소? 순찰이면 사람을 마구 죽여도 되는거요?”
“네 놈은 순찰을 놀리고 중상을 입혔으니 그 죄값만으로도 네 놈은 즉결처분감이야! 목이나 늘여!”
순위순찰은 상도에게 순찰식 대답을 한다.
“흥!”
상도는 코웃음을 친다.
“이새끼가 못죽어서 코웃음을 치네! 에라! 쌍!”
장 순찰은 칼로 베이고 발로 찬다.
“이런 무법천지를 만드는 새끼들은 씨를 말려야 하는데!”
상도는 말을 하며 다시 피한다. 그러자 순위 순찰도 합세하여 달겨든다.
“이런 악질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울렸을까? 이런 것들은 있어서는 안될 존재들이지! 뇌물 안준다고 양민을 괴롭히는 순찰새끼들!”
그는 그들이 들으라고 말을 하며 피하기만 한다.
“이런 악질 순찰놈들은 순찰 노릇을 못하게 만들어야 좋은 일 하는거라구 하더니.....독사는 보는 족족 잡아 죽여야 사람을 살리는 것이 된다구 하더니..... 그말이 틀린 말이 아니구만! 내가 힘이 없었으면 이런 놈들 악질 순찰의 칼날에 놀란 혼이 되었지......”
그는 순찰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뉘우치기를 바래서 알아듣게 말하면서 피한다. 장 순찰과 순위 순찰은 약이 잔뜩 올라 달려든다.
땅바닥에 앉아서 끙끙대던 노 순찰은 순위 순찰이 상도를 냉큼 잡지를 못하자 허리에서 나팔꽃 같이 생긴 누런 것을 꺼낸다. 그는 그것을 입에 대고 힘껏 분다.
“삐익!.....”
귀를 할키는 소리를 지른다. 그는 계속 그것을 불어제낀다.
전 순찰은 낑낑대다 그 소리를 듣자 진통제 주사를 맞은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는 앓는 소리를 뚝 그치고 싸움판을 보고 노 순찰을 바라본다.
“빨리 연기를 올려!”
그는 어금니를 다시 깨문다.
“빨리 연기를 올려!”
“알았네!”
노 순찰은 삐익 삐익 소리내는 걸 허리춤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부싯돌을 꺼내고 불솜을 꺼낸다. 그리고 부싯돌을 몇번 마찰을 시킨다.
불 붙이는 솜에 불이 붙었다.
그는 딱딱이 손잡이를 뒤집어 세운다. 그리고 붙들어 맨 끈을 끄른다.
그리고 마개를 뺀다. 거기에 불솜을 얹어 놓는다.
그리고 부시로 불솜을 지그시 누른다.
그리고 그는 딱딱이를 잡아 하늘 높이 들어올린다.
딱딱이 손잡이에서는 하늘을 향해 불똥이 불화살처럼 올라간다.
전 순찰은 한손으로 삐익거리는 것을 계속 불어댄다.
그들은 순찰대에게 신호를 보내느라 없는 기운이 솟았다.
“이놈새끼! 죽어봐라!”
“우리 순찰대를 건드렸어! 네 놈은 오늘 내 손에 죽어!”
“쌍놈의 새끼 맛좀봐라! 우리를 몰라보고 까불어!”
“시골 무지렁이놈이 우리 순찰을 몰라보고 까불어! 네놈은 오늘 땅으로 가는 날이다!”
전 순찰과 노 순찰은 응얼거리는 소리를 한다.
여러필의 말발굽소리가 상도의 귀에 들린다.
그는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네놈들이 뉘우치길 기다렸더니..... 개과천선할 기미가 없군!”
그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그들의 칼든 팔굽에 일격을 가한다.
순위 순찰과 장 순찰은 동시에 칼을 떨어뜨린다. 그들은 오른팔을 축 늘어뜨리고 섰다. 그들의 얼굴은 졸지에 홍당무가 되었다.
그들은 이를 깨물고 섰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상도를 쳐다본다.
“내가 네 놈들을 죽이려다 살려줬다. 이제부터 맘을 고쳐먹고 양민이 되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명대로 못살 것이다!
나라로부터 월급을 먹고 사는 놈들이 치안을 담당했으면 직무에 충실해야지 양민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괴롭히다니 죽일 놈들.....”
상도가 그들에게 말을 끝낼 때 십여필의 말이 달려왔다.
그들은 전, 노 순찰 앞에서 뛰어내린다.
“저놈 잡아유!”
전 순찰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가리킨다.
그들은 순위 순찰을 보자마자 달려간다.
“순위님!”
“순 검찰님이 오셨습니다!”
그들은 한걸음에 순위와 장 순찰을 둘러쌌다.
순위 순찰은 순 검찰이란 말에 아픔에서 간신히 기어나와 창백한 얼굴로 순 검찰을 바라본다. 순위의 얼굴은 고통을 참느라 이즈러졌다.
순 검찰은 순위 순찰의 얼굴을 보자 졸지에 눈꼬리가 살모사가 되어 버린다.
“어느 놈이 그랬냐?”
순 검찰은 크게 호통을 친다.
장 순찰은 왼손을 들어 상도를 가리킨다.
순 검찰은 의아스럽다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 된다.
“네 놈이 그랬냐?”
“내가 혼을 내 줬소!”
“저런......”
“내 말을 들어보시오!”
“저놈을 당장 포박하라!”
순찰들이 일시에 칼을 빼든다.
“잠깐 내말부터 들어보시오!”
“잡아라!”
순찰들이 비호나 된 듯 덮친다.
“이자식들이! 내 말을 들어 이새끼들아!”
상도는 말을 하며 부지깽이 같은 나무로 한 번 휘두른다. 그러자 십여명의 순찰들은 뒤로 다섯 걸음씩 밀려나 버린다.
순 검찰은 대번에 눈이 휘둥글해진다. 그리고 혈색이 변해버린다.
“내 말들어 이새끼들아! 까불면 다 죽여 버리겠다!”
상도는 크게 호령을 한다.
순찰들은 기세가 꺾여 사냥개 만난 호랑이 꼴이 되었다.
“나는 너희 순찰들에게 잘못한게 없다! 저쪽에 있는 놈들이 나에게 돈을 요구하기에 돈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너희 순찰부로 가자고 해서 순찰부로 임의 동행을 하던 중에 저 우락부락하게 생긴놈이 주먹으로 갑자기 내 면상을 치기에 그 주먹을 잡았다. 그랬더니 저놈 옆에 있는 놈이 발로 내가슴을 차기에 주먹 잡은 손으로 막았다. 그래서 저 두놈은 다친 것이다. 이 두놈은 나의 말을 들어 볼 생각도 않고 순찰을 능멸했으니 순찰을 다치게 했으니 죽어야 한다고 칼로 치기에 피해다니다가 이런 경우도 모르고 백성을 괴롭히는 놈들은 순찰 노릇을 못하게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내가 손을 본 것이다!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백성을 돌봐주고 월급 받아 먹는 놈들이 그래 양민에게 돈이나 내라고 하고 돈이 없다니까 행패부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고생을 해봐야한다면서 순찰부로 압송하고 압송해서 감옥살이 시킨다고 을러대고 순순이 따라가니까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하는 그런 놈이 어찌 순찰을 하겠느냐?
순찰 간부라는 놈이 옳고 그릇됨을 따지지 않고 순찰편만 들어 사람을 칼로 죽이러드는게 그게 잘하는 일이냐?
네 놈들도 순찰 놈들이라 일의 진상도 조사도 않고 다짜고짜로 생사람을 죽이러 드는게 순찰이냐? 순찰이란 놈들은 원래 그런 놈들만 있는 거냐?”
순검찰은 상도의 말을 듣는 것처럼 하며 생각을 굴린다.
‘이런때는 저런 놈을 어떻게 처치를 해야 하는가?
순찰들이 잡아오는 놈만 감옥에 보내봐서 알수가 있어야지......
순검고시에 저런 놈을 잡는 법을 써서 놓아야 내가 사용하는데....... 이런때에는.......
저 자식이 우리 순검찰부를 팍팍 찌르네.....썩었다고.....
내가 순검고시에 암기를 잘해서 합격 했는데......
순검고시도 모르는 놈이 우리 순검찰을 똥을 만드네......
우리는 임마! 선후배만 알뿐 옳고 그릇되는 것은 순검고시에 없어 임마! 그런 것은 암기할 필요가 없어...... 몰라임마!.....
한놈을 빼서 지원병을 보내라 해야지......
내 암기 잘하는 머리가 빛을 내는구먼......
이 새끼가 순검찰을 뭘로 아는거여!.........’
“박순찰!”
“예!”
순검찰은 박 순찰의 귀에다 명령한다.
순검찰의 지시를 받은 박순찰은 뛰어가 말에 오른다. 그리고 말을 달려 동쪽 방향으로 내닫는다.
상도는 순찰 한명이 뛰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모른체 하고 말을 계속한다.
“네 놈이 순검찰이란 법도 모르는 놈이냐?”
“그렇다! 내가 순검찰 나리시다!”
“공부했다는게 옳고 그릇됨도 모르냐?”
“내가 이놈아 과거에 급제했다!”
“머리가 좋은 놈이 왜 그러냐? 암기만 잘하고 분별은 못하는 바보냐?”
“너 같은 죄인만 잡으면 되는 것이니라!”
“간특한 놈! 높은 놈에게는 살살거리고! 좀생이는 감옥에 잘보내고 힘있는 놈에게는 찔찔매는 놈들! 돈 앞에 권세 앞에 설설기는 놈들! 시간끌지 말고 잡아봐라! 떼거지로 구원병보내라 했으니 기다리냐!”
“내 맘이다! 풀어주래?”
“누가 네놈들 하는 짓을 간섭을 안하니까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구나?”
“그래! 세상에는 우리 순검찰을 간섭할 놈도 없고 징역 보낼놈도 없다! 왜? 그게 네 배때기를 쑤시냐?”
“대단한 놈들이네!”
“우리 순검찰은 왕도 귀양보내는 권세가 있느니라!”
“그게 모순이구나! 네 입으로 순검찰이 썩었다고 했것다!”
“네놈은 양민을 죽이려는 자를 옹호 비호 한 직무를 유기한 순검놈이다!”
“웃기는 놈! 나라의 어떤 권부도 손을 못대는 곳이 우리 순검찰부니라! 왕도 퇴위하면 감옥 보내는데 네깐 놈이 어디서 순검찰을 능욕하냐? 나를 능욕 했으니 너는 내가 사형을 집행할 수 있어 이놈아!”
“야! 순검찰 나리! 한 번 봐주셔! 이잉! 나가 몰라서 그랬당께! 순검고시는 암기를 잘해야 하는 머리가 있는 사람만이 합격하는 것인데 내가 암기를 못해서 순검찰에게 잘보여야 한다는걸 깜박했시야! 한 번봐주더라고! 순검찰이 권세가 뇌물을 먹어도 아무나 죽여도 간섭할 사람이 없는 걸 깜박했당께로! 그랑께 한 번 봐주더라고 잉!”
“순순이 오라를 받아라! 그러면 내가 안 아프게 죽여줄께!”
“어메 좋은거! 안 아프게 죽여준다고! 순검찰이나 아는 지식이고마 이잉!”
“나를 놀려! 네 놈을 관청을 능멸한 죄로 다스리겠다.”
“이 무식한 순검찰놈아! 꿈 깨라! 나라를 망치는 놈들아!”
“저놈을 그냥! 네놈을 잡아서 주리를 틀어주마!”
“그래! 내가 먼저 너 같은 얼간이 순검찰놈의 주둥이가 푸푸하게 해주마! 너 같이 법을 모르고 법 집행도 못하는 놈들은 청소를 해야 되느니라! 받아라!”
상도는 말을 하며 나무 끝을 한치되게 꺾어 손가락으로 튕긴다.
“앗!”
나무토막은 순검찰의 웃 입술을 갈겨버렸다.
순검찰은 두손으로 입을 싸버린다. 그리고 끙끙거린다.
“야, 이 버러지야! 앗은 뭐가 앗이냐? 돈 잘처먹는 주둥이를 비벼준거니라! 내가 순검찰놈들의 못된 버릇을 고쳐주마! 사람 봐가면서 법대로 한다는 한심한 주둥이를 내가 짤라주마! 네놈들에게 하늘을 대신해서 천벌을 내려주마! 그래서 이새끼야, 내가 여기 서서 기다리는 것이니라! 너 같은 쓰레기 순검찰놈들은 도태를 해야 된다고 내나라에서두 원성이 자자 하느니라!
뭐라! 네놈들을 벌주는 기관이 없다구! 내가 벌주마!
뇌물 준 놈과 아는 놈은 법을 줄여 감옥살이를 조금 시키고 권세 있는 놈에게는 빌붙어서 시키는대로 죄없는 사람을 죄인 만들어 감옥에 보내는 죽일 놈들! 감옥에 보내는 것도 모자라서 죽이라고 부추기는 놈들! 강자에게 찔찔거리는 과거쟁이!
내가 강자니까 나에게 알랑거려 이놈아!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어서 무릎꿇어 이놈아!
뇌물을 내라! 급행료를 내라! 수수만량을 내라! 하여 돈독이 오른새끼들! 꿇어 순검찰 놈아!”
그는 다시 손가락을 튕긴다.
“아이쿠!”
그는 퉁퉁부어 뒤집힌 돼지 형님 입술로 비명을 지른다.
완두콩 만한 나무조각은 순검찰의 무릎팎에 도끼질을 흉내내 종발뼈를 부수고 들어가 박힌다.
순검찰은 땅바닥에 털썩하고 주저앉는다.
“이놈새끼! 잘못했다고 빌지 않을까?”
“예예! 아이쿠!”
“너같은 것들은 배운 것을 악용하는 나쁜 놈들이다! 그러니 내가 너희들이 두 번 다시 순검과 순찰이 못되게 만들어 너희가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질렀는지 스스로 깨닫게 해주마!”
그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부지깽이를 휙뿌린다.
그와 동시에 그자리에 있던 순찰들은 뼈부서지는 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들의 오른쪽 무릎뼈가 있는 바지가 일자로 찢어졌다.
“아이쿠!”
글자 그대로 이구동성의 신음을 발한다. 그들의 바지는 빨간피가 배어 나오느라 그들의 얼굴은 있는대로 찡그리고 있다.
“다다다다닥! 다다다다닥!”
군마가 달려든다. 그리고 수십명의 순찰들이 말에서 뛰어내린다.
그들은 상도와 순검찰이 있는 곳으로 뛰어든다.
상도는 그들을 쭉 훑어본다.
‘오십여명은 되겠군!’
“순검찰님! 순검판님이 오셨습니다!”
순검판은 느릿하게 걸어온다.
순검찰은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려 순검판을 바라본다.
그의 얼굴은 고통의 비지땀으로 얼룩져있다.
“순검판님!”
“순검판님!”
순찰들은 순검찰이 목이 메어 순검판을 부르자 따라서 부른다.
“웬일이냐?”
“군대를 동원해야 도적을 잡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저놈은 보통 놈이 아닙니다!”
“내가 저놈을 잡아서 주리를 틀어주마!”
“안됩니다! 순검판님! 저놈은 군대를 동원해도 이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병신 같은 놈이 있나! 저런 놈 하나를 잡자고 군대를 동원하다니! 이 순검판 웃음걸래 돼 이놈아! 넉빠진 놈 같으니! 어서 날래 일어나! 이놈아!”
“군대가 와야 잡는다니까요!”
“이런 한심한 놈! 이런게 순검판 고시에 합격을 하다니! 쯔쯔...”
“순검판님! 망신당해유!”
“아구리 닥치고 있어! 순찰병을 이렇게 많이 데리고 왔는데 무슨 소리 하냐! 어서 일어나기나 해 이놈아! 자빠져서 앙앙대고 있어!”
“순찰들은 감옥에서 탈옥한 신길동도 잡을라다 놓치고, 해가 바뀌어도 못잡고, 보고도 못잡는데 저런 날도적 놈을 잡는다고요! 택도 없어요! 제가 왜 이지경이 됐냐 하면 순찰들 믿고 저놈과 겨루다가 폐인이 될라합니다!”
“아주 영 형편 없구먼! 퉤!”
순검판은 은근히 캥기는 걸 감추기 위해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상도를 쳐다본다.
“네 이놈! 순찰에게 폭행을 하다니 어서 굴러온 놈이냐?”
“나는 죽음 밖의 길을 찾아나선 몸이니라!”
“죽기가 소원이라는 말이냐?”
“죽기는 왜 죽냐? 인생이 죽으면 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과 죽음 다음의 세상도 있다구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게 궁금하여 그걸 연구하러 가는 길이니라!”
“왜 순찰을 폭행했냐?”
“나에게 돈을 요구하여 돈이 없다고 하니까 순찰부로 가자고 하여 손에 잡혀 끌려가는데 이유없이 나에게 폭행을 하여 받아 쳤느니라! 그 사실을 저 순검찰이라는 놈에게 사실대로 말했더니 저 놈이 하는 말이 순찰에게 폭행을 했으니 죽어야 한다고 칼을 들고 순찰놈들이 떼거지로 달려들어 내가 받아쳤느니라!”
“네 놈 간덩이가 제법 큰 모양이구나!”
“이놈아 잘잘못을 가리는게 법관이 아니냐? 그런데 네놈들은 하나같이 순검찰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양민을 괴롭힌 죄는 불문에 부치고 순검찰이 양민을 죽이려다 당한 것을 문제 삼냐?
순검찰의 목숨은 귀하고 양민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냐?”
“네놈이 감히 순검판 권력에 도전을 했으니 너는 죽임을 당해야 하느니라! 각오가 됐으면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그러면 목을 붙여서 죽이는 죽음을 베풀겠다.”
“권력을 남용하여 권력을 축재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법 집행을 제맘대로 하여 백성을 억울하게 다루어서 무고한 피를 흘리고 백성 위에 군림하여 양민을 괴롭히는데도 너희 순검판을 제재하는 기관이 없다니 오늘 내가 네 놈들을 아주 응징해 주마! 천필주지가 무엇인지를 보고 죽어라!”
“저놈을 쳐라!”
순검판은 찔금이 풍기는 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순찰들은 상도를 포위하여 공격한다.
그런데 상도는 순찰들의 공격을 아랑곳 않고 순검판 앞으로 뚜벅 뚜벅 걸어온다. 상도의 앞에서 공격하던 순찰들은 칼을 든채 털썩 주저 앉는다. 상도는 등뒤는 몰라라 하고 순검판만 바라보고 걷는다. 상도의 등뒤에서 칼로 내리치던 자들도 상도의 몸 근처에 칼이 이르기 전에 나뒹군다.
“이 놈 잡아라!”
순검판은 졸지에 사색이 되었다. 상도가 순찰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뻔히 보고도 못본 상태에서 다가들자 넋이 내빼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
“어서 잡아라! 나팔을 불어라!”
“활을 쏘아라!”
순검판은 오금이 붙은채 명령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빠아--------빠아-----빠아-----”
나팔수는 비상 나팔을 분다.
“너 같은 악질들이 순검판이라니 나라가 엉망이지! 이 한심하고 더러운 놈아! 내가 오늘 청소를 해주마!”
그는 말함과 동시에 나무를 꺾어 손가락으로 튕긴다.
나무 조각은 쇳소리를 내며 순검판의 오른쪽 목줄기를 뚫는다.
순검판의 목줄기에서는 빨간피가 내뻗친다.
순검판은 눈을 있는대로 크게 뜨고 뒤로 벌렁 자빠진다.
“뇌물만 처먹어 배때기가 맹꽁이 같은 놈은 오라! 내가 백성을 위해 뇌물먹고 무죄 석방하는 놈들을 내가 청소해 주마!”
순식간에 순검판과 그의 졸개들은 모두 나가 자빠졌다.
순찰들의 비명 소리와 신음 소리는 동네를 강제로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을 무섭게 떨리게 한다.
동네 사람들은 난리가 쳐들어온 줄 알고 이른 새벽부터 문틈으로 한길을 내다본다.
“아니..... 저럴수가......”
“순찰이 누군데...... 순찰들이 다 당하네!”
“순찰을 이기는 사람이 다 있어......”
“아니 순검찰을 조지다니....... 사람은 오래 살고 볼거구먼!”
“아니 저건 순검판이 나가 떨어지네....”
“순검판이 다 죽을 때가 있나.......”
“순검찰이 죽을 맛의 얼굴을 하고 있네.....”
“순검찰을 벌주는 사람이 다 있네!”
“천사 같네...”
“순검찰들이 임자를 만났구만.....”
“저런 순찰들은 죽어도 싸지....”
“암! 저런 순검찰들은 당해도 싸지!”
“순검판 놈들이 뇌물을 처먹고 재판을 굽게 하더니 천벌을 받은게야....”
“순검찰 놈들이 돈처먹고 저희들끼리 쓱삭쓱싹하더니..... 미운 놈만 골라서 잡아넣는 만행을 하더니 싸구먼!”
“순검찰놈들이 권세 없는 놈만 골라서 잡아넣는 짓만 하더니 내 그럴줄 알았지...”
“권세자가 시키는대로 무죄한 사람을 마구 잡아넣더니 천벌을 받는구나!....”
“아니 저 사람은 누구야..... 사람이 아닌가 보구먼.......”
“저 사람....사람이 아니구먼.......”
동네 사람들은 순검찰들이 일패도지를 당할 때마다 신바람이 나서 지껄인다.
발발굽소리가 동네를 깔아뭉갤 것처럼 지축을 흔든다.
“이게 무슨 소리야!”
“순검찰들이 쓰러져 죽으니까 구원병이 오는 모양이구먼!”
“저 사람이 왜 가만히 있지!”
“어서 피난가지않구!”
동네 사람들은 상도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상도가 서 있는 옆집 방문이 열린다.
“여보쇼! 어서 도망 가시오!”
동네 사람은 상도에게 안타까운 얼굴로 손짓을 하며 소리를 죽여 다급하게 말한다.
상도는 고개를 돌려 옆집 사람을 쳐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 준다.
그리고 가볍게 미소를 얼굴에 실어보낸다.
“많은 군대가 오고 있소! 어서 가시오!”
중년인은 어서 도망치라고 급하게 손을 휘두른다.
“생각해 주어 고맙소!”
상도는 답례를 한다.
“뒷날을 도모 하시오!”
“걱정 마시오!”
상도는 고개를 돌려 달려오는 말들을 주시한다.
그리고 왼손으로 막대기를 고쳐잡는다. 그리고 손을 순검판을 향해 손가락으로 허공을 짚는다. 그러자 순검판의 푸른빛으로 감싸인 칼은 번쩍하고 끌려와 그의 손바닥에 착달라 붙는다.
동네 사람 중년인은 졸지에 눈을 크게 뜬다.
“아니 저럴수가 스무걸음도 더되는 거리에서.....”
중년인은 그가 칼을 멀리 서서 주워드는 것을 보고 놀라고 안심을 한다.
‘저렇게 능력이 있으니 순검찰들을 혼줄을 뽑아놓지! 일을 하려면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고 자신을 보호할 수가 있다는 것을 젊은이 가 보여주는구먼....’
순찰들은 상도와 삼십보의 거리를 두고 한길 좌우로 도열한다. 그러자 금줄을 두건에 세 개를 친 중년인이 중앙에 나와 섰다. 그의 좌우에는 금줄 한 개를 친 두건을 쓴 자들이 호위를 했다.
그들 뒤에는 금줄 두 개를 친 두건을 쓴 자가 팔장을 끼고 상도를 응시하고 있다.
“너는 웬놈인데 이곳에서 난동을 부려 많은 인명을 살상하냐?”
“나는 죽음 밖의 길을 연구하러 가는 사람인데 이놈들이 붙잡고 때리고 죽이려고 덤벼서 양민을 괴롭히지 말라고 법대로 처리하라고 했는데 귀를 막고 나를 죽이려고 달려 들어서 할 수 없이 내가 살기 위해 이놈들과 싸웠다. 이놈들은 악랄하여 그냥두면 순검찰, 순검판으로써 무고한 양민을 괴롭히고 고혈을 빨 놈들이고 옳고 그름도 모르고 돈만 밝히는 놈들이라서 하늘을 대신해 죽이려다 목숨을 붙여 주었다. 내가 병신을 만들어 순찰 노릇을 못하게 만들어 줬느니라!
그리고 순검판이란 놈이 사리를 분별 못하고 나를 죽이라고 제 졸개들을 닥달하기에 내가 목을 따서 천필주지를 했다! 내 말이 사실인지 네 졸개들인 장 순찰이란 놈과 순검찰놈에게 물어보라!”
“저런 쳐죽일놈 봤나! 네가 여기가 어디인줄 알고 미쳐날뛰냐?
저놈의 목을 당장 쳐라!”
“네!”
“잠깐 기다려라!”
“순찰을 살상한 놈은 죽어야 한다!”
“네 놈도 이 것들과 한가지로 옳고 그릇됨을 가리지도 않고 양민을 괴롭히겠다 그말이렸다!”
“죽을 죄를 저지른 놈이 말이 많다! 저놈을 칼로 쳐라!”
“네놈들도 초록은 동색이구나! 오냐! 내가 죽여주마!”
상도는 금테 두른 두놈을 주시하며 왼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빛살이 번쩍한다.
“저....!”
그는 몸을 재빨리 피한다.
그러자 빛을 내던 것은 목덜미를 지나친다.
“아.... 악!”
그것은 되돌아 그의 뒤퉁수를 퍽소리나게 가격한다.
그는 앞으로 퍽 엎어진다.
“순변검판장님!”
“순변검판장님!”
금줄 두건 쓴 두사람은 순변검판장을 급히 부축한다.
순변검판장은 뒷머리가 깨져 피가 나고 뼈가 허옇게 보인다.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그들을 향해 빛이 번쩍한다.
그들은 순변검판장위에 엎푸러졌다. 그리고 하나같이 다리를 부르르 떤다.
“네 놈들이 옳고 그름을 모르고 계속 양민을 괴롭히고 죽이려고 들기에 내가 급히 죽여줬느니라! 네 놈들이 너희 순변검판장의 원수를 갚으려면 날래 덤벼라!”
상도는 호통을 친다.
“순검판부장님!”
“우리가 원수를 갚자!”
“순변검판장님의 원수를 갚자!”
“와 덤벼라!”
“와와와와 !”
“궁수들은 공격하라!”
상도는 그들이 사갈같은 놈들이라고 살려줘서는 안되겠다고 재빨리 간파한다. 독사 같은 순변검판 놈들을 모조리 잡아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정화가 되겠다고 맘을 굳힌다.
그는 앞으로 곧게 전진을 한다. 그의 몸의 움직임은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궁노수들은 지붕 위로 올라가고 담장에 올라서서 활을 쏜다. 화살은 그의 몸 한발짝의 거리를 두고 벽에 부딪친듯 화살이 꺾여지고 부러지며 땅바닥에 떨어져버린다.
순찰들은 그와 맞서지를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맥없이 쓰러지기만한다. 그들의 왼쪽 무릎은 하나 같이 한일자로 찢어졌다.
그들의 흰바지는 빨간피로 젖어 피비린내를 내품고 있다.
순찰들은 상도의 몸은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비실비실 앞다투어 넘어진다. 동네의 사람들은 아침을 지어 먹을 생각도 못하고 방문을 열고 대담하게 구경을 하는 사람, 마당에 나와서 구경을 하는 사람, 그리고 문틈으로 순찰, 순변, 순검, 순판들이 상도를 포위하고 공격하는 싸움을 구경한다.
상도를 위해서 도망가라던 중년인은 아까보다도 더 크게 입을 벌리고 상도를 주시한다.
“아니 저게 무슨 무술이야? 순찰과 순변들이 난다긴다하는 순검과 순판들이 젊은이에게 달려들다가 다섯 걸음 정도 앞에서 맥없이 픽 쓰러지네! 저게 무슨 무술인데 저렇게 막강한가? 일국의 최고 고수들이 아야 소리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쓰러지다니......
이건 순검과 순판과 순변이란 놈들이 그동안 백성들의 고혈을 빨며서 빨 것을 주는 놈은 재판이랍시고 흉내만 내다가 이기게 하고 무죄방면을 해주고.....
잡아서 감옥보낼놈을 풀어주는 대신에 죄없는 양민에게 올가미를 씌워 감옥살이 시키고 죽이고 귀양보내더니.......
하늘이 강제로 정리 해고를 시키는구나......
권세가 하늘 높이 뻗치더니....... 순검찰놈 말마따나 순검찰은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도 못하고 순검찰이 잘못을 저질러도 누가 잘못한다고 벌주자고 하는 기관이 없다고 큰소리치더니......
사실 순검찰을 사정하는 기관이 없었지......
그러니 순검찰 놈들이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둘러 돈독도 오르고......
하나님 무서운 줄도 모르는 악질들의 행진이 되어왔다구........
오늘 같은 징벌이 있을 줄이야 순변검판 놈들이 꿈엔들 생각을 못한게지. 죄악이 약만이면 천필주지라는 말을 모르는 놈들이 어떻게 순변검판 노릇을 한다고 주접을 떠나...... 그러니까 명대로 못살고 강제 해고를 당하는게야.....
저 사람은 우리 나라 순변검판들에 붙어 있는 악마를 몰아내는 천사인 모양이지.....’
금줄 두 개를 친 두건을 쓴 순검판 부장이 시퍼런 큰칼을 들고 상도 앞으로 한 걸음 한발짝 접근을 한다. 그의 얼굴은 굵은 땀방울이 줄줄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는 상도와 여섯 걸음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달아올라 붉은게 아니라 누렇게 떴다.
상관이 죽고 부하들이 쓰러지고 있는 마당이라 진퇴난관의 입장에서 겨우 버티고 섰다.
“군대 출동 나팔을 불어라! 그리고 상감께 보고하라!”
순검판부장은 핼쓱한 얼굴로 옆에서 호위하고 있는 순변검찰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잠시후 말 한 필이 달려간다. 그리고 쌍나팔이 길게 울려 퍼진다.
“네 이놈 게서 떨지 말고 죽음 밖 구경이나 하려무나!”
상도는 생땀을 흘리고 섰는 순검판부장을 꾸짖는다.
“죽는게 그렇게 무서운 놈이 무고한 양민은 네맘대로 죽이고 감옥 보내는 짓을 했느냐? 하나님이 무섭지도 않았냐?”
상도의 말을 듣는 그의 등에서는 식은 땀이 확 솟아 그의 온몸을 닭살로 만들어 버린다.
“네 놈이 또 네 부하들을 부르는게냐? 아니면 군사들을 부르는 것이냐? 야 이놈아! 내가 너희 같은 것들을 무서워했다면 죽음 밖의 길을 찾아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 너희 같은 놈들을 상전으로 받들고 사는 양민들이 불쌍하구나! 독사를 잡을 때 독사의 대가리를 짓이겨 버리는 법! 내가 네놈을 그리 만들리라! 네놈들은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놈들이니 내가 돈으로 죽여주마! 네놈의 상전도 내가 돈으로 죽였느니.....”
상도는 말을 하며 엽전을 꺼내 왼손가락으로 튕긴다.
상도의 손에서 번쩍한다. 엽전은 보이지 않는다.
“억!”
순검판 부장은 목줄기에 뜨끔하는 열기를 느낀다. 그순간 그는 다리에 힘이 빠진다는 것을 느끼며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모로 벌렁넘어진다.
“순검판부장님!”
순찰들은 순검판부장을 부축한다.
지붕에 올라 있던 궁노수들은 활을 든채 멍청히 서서 상도를 바라본다.
‘세상에 사람이 저렇게 막강할 수가 있단 말인가? 저놈이 우리 순찰들만 다죽이려고 온 저승사자 아닌가! 그렇다면 순찰들은 불나비가 되고 저 놈은 모닥불이 된 형세이니 여기서 덤벼봤자 병신만 되는 것이지.......’
궁노수들은 순검판 부장의 죽는 것이 신호가 되었다. 그들은 지붕에서 배후로 급히 내려간다. 훌훌 담장을 넘어 도망치기 시작한다. 한길에 있던 순찰과 순검찰들도 슬금슬금 가재걸음을 치다가는 돌아서서 내빼기 시작한다.
“네 놈들이 약기는 약구나! 병신이 되는 것보다 그게 백번 낫겠지....
내가 좇아가서 치지는 않을 것으로 아는군!”
그는 도망가는 순찰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내가 이놈들아! 네놈들이 개과천선을 하라고 네놈들 상전을 죽인거야! 그것도 모르고 나에게 덤벼들다 다리가 부러져! 멍청한 놈들!
이것도 다 네 놈들이 심은대로 거두는 것을 당한 것이니라! 어서 기어서 가버려 이놈들아! 죄 값은 고통과 눈물과 한숨으로 치루는 것이니라!”
그는 다시 주위에 너부러져 있는 순찰들을 꾸짖는다.
“이 어리석은 놈들아! 내가 네놈들을 처치할 능력이 없으면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겠냐? 바보자식들! 제 능력도 알지 못하는 놈들이 순검찰이라 순판관이라 어기적거리기는...... 천치놈들!
다시는 양민위에 군림해서 양민들을 울리지마라! 그랬다가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순검찰 두목에게 일러라!”
“이 칼은 내가 전리품으로 가져갈까 했으나 네놈들 같은 것들에게는 쓸데가 없고 이 회초리로도 과분해서 돌려준다!”
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천천히 걷는다.
동네 사람들은 슬금 슬금 집에서 나와 뒷길로 상도가 가고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그들은 순찰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이르자 한길 옆에 서서 상도를 기다린다.
상도는 손가락 굵기만한 회초리를 흔들거리며 그들 앞으로 걸어온다.
상도는 동네 사람들이 줄줄이 나와 서서 있는 것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이 동네 사람들 이나라 사람들은 못된 관리들에게 오랫동안 시달려 왔군! 자기들을 다스리는 관리들이 죽임을 당하고 다치고 있는데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얼굴들이 말하고 있구나!
내집 개도 남이 때리면 싫은 법인데.......
내가 자기나라 사람이 아닌줄 알면서 나를 걱정해 주고.......
그러니까 법을 지행하는 자들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백성들이 원망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상식인데 그걸 모르다니......
과거 공부에만 매달렸지......
쉬운 상식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
정치도 법치도 상식인 것을 모르다니.......
사람이 사는 도리를 따르는게 상식인 것을 모르다니......
그 사람들이 왜 자기들의 동포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버림을 당했는가? 공부를 열심히 하여 암기를 따르르 하게 잘하는 사람들이.........
글을 암송하는게, 그래서 남이 외우지 못하는 것을 외워서 말하면 유식한 것으로 잘못 알고 부러워하고 자랑하는 것에 빠져서 그래 그런거지......
암기하고 있는 그것에 사람들을 집어넣고 맞추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구.....
암기하고 있는 글을 사람에게 맞추어 응용을 하는게 학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구.....
그래서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모르고 잘난체 하며 사람을 괴롭히는 짓을 하는 것이지.....
그러니까 암기는 잘하나 사회생활과는 별개의 것이 되니 백성들을 괴롭히는 짓을 하면서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게야!
그러니까 뇌물을 주면 좋아서 받아 먹고, 뇌물을 주지 않으면 달라고 하고, 뇌물을 달라는데도 안주면 때리고 감옥에 보내는 악행을 하면서도 악행을 하는 것인지 좋은 일을 하는 것인지 그걸 모르는거지.....
그러니 과거에 급제하면 뭣해? 탐관오리 노릇이나 하는 것을..... 하는 처량한 소리가 백성들 입에서 나오는 거라구.......
공부께나 했다는 것들이 저지경이니 학문 무용론이 나오고 과거시험 무용론이 나오고 순검 순판 무용론이 나오는거라구.....
저 순검찰놈들은 백성들이 등을 돌린 것을 모르고 뻐기고들 있으니 주제파악을 못하는 것들이지.....
언제까지 순검판고시 합격한 것만 내세울건지.........
학문에 문리가 난 것들이 등용이 되어야 하는데.......
배운 것을 암기만 하고 있지 응용을 못하는 배운 무식쟁이들.....’
그는 동네 사람들이 서서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동네 사람들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천사님!”
“우리를 괴롭히는 순검찰 놈들을 혼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시지 마시고 아주 뿌리를 뽑아주십시오! 천사님!”
“아주 우리의 임금도 갈아치워 주십시요! 천사님!”
그들은 땅에 엎드려 간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머리가 허옇게 쉰 나이가 든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읍소를 한다.
“우리를 살리는 길에 살려주십시오! 이대로 가시면 우리들은 모두 떼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상도는 떼죽음이란 말에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말한 사람을 바라본다.
그는 말한 사람이 구면인 중년인임을 알아본다.
“노형은 아까 나보고 순검찰들이 떼로 달려오기 전에 도망치라고 일러주신 분이 아니시요?”
“예! 제가 영웅을 알아보지 못하고 걱정이 되어서 빨리 피신을 하시라고 말했던 사람 입니다!”
“고마웠소! 생각을 해주어서!”
“천만의 말씀입니다.”
“아까는 빨리 도망치라고 하고서 지금은 그냥 가면 동네 사람이 모두 죽는다는 말을 하시는 뜻을 모르겠군요.”
“아까는 제가 젊으신 영웅께서 당하실까봐서 그렇게 말씀 드린 것이지요! 저와 동네 사람들의 안위는 접어두고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영웅께서 순찰 순검 순판들을 모조리 격파 하셨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요!”
“순찰들이 패하는 것을 저희들은 멀건히 바라만 보았으니 그들에게 미운 물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영웅님을 위해서 한 말을 그들이 들었기에 반드시 보복을 할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 동네 사람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러니 보호를 해달라 그말이십니까?”
“보호가 아니라 영웅께서 풀섭만 건드려 놓으셨기에 독사들이 발광하고 독을 뿜기 시작했으니 사람이 물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물려죽는게 명약관화 하다 그말입니다. 그러니 아예 독사들을 모두 잡아 주셔서 힘없는 백성을 살려 달라 그말입니다.”
“어려운 부탁들을 하고 계십니다.”
“영웅께서는 충분히 하실수 있으십니다.”
“누가 권세를 잡아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권세를 부리는데 맛들려 백성을 괴롭히기 마련입니다.”
“영웅 말씀도 맞습니다. 그러나 조금 덜한 사람도 있으니 사갈 같은 자들을 몰아내고 조금 착한자들이 권세를 잡게 해주시면 저희 백성들이 죽지 못해서 할 수 없이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면할 수가 있습니다.”
“나는 당신들 나라 사람도 아닌데..... 누가 누군지를 알아서 당신들의 임금이나 정치꾼들을 어찌 바꿀수가 있겠소?”
“고맙습니다! 영웅님! 저희들이 앞장을 설터이니 배후에서 힘만 되어 주십시오!”
“나는 살생을 안하려고 하는 사람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웅께서는 순검찰들을 살려주시고 두목만 처치하신 것을 잘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살생하실 일이 별로 없으십니다! 영웅께서 이미 처치하신 순검판들이 우리나라의 주력들입니다. 영웅께서 순검판들을 처치하신 것을 아는 자들은 영웅님의 말이라면 꼼짝을 못하고 승복을 하고 항복을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영웅님!”
“저희들이 사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닙니다!”
“뿌리를 뽑아 주십시요!”
“양소맥주당들을 박멸해 주십시요!”
동네 사람들은 아낙네들까지 상도 앞으로 모여 들어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한다.
“양소맥주당이라는게 무엇입니까?”
상도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웃하고 묻는다.
“우리 나라를 좌지 우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백성들을 무척 괴롭히고 있는 현실입니다.”
“양소맥주당은 백성들을 수도 없이 망하게 한 것들입니다.”
“그런자들의 모임이 있다니......”
“우리의 위정자들을 양소맥주당들이 버려놨습니다. 그리고 일반백성들도 양소맥주당원들의 횡포에 죄없이 죽은 사람이 참 많습니다.
학정에 시달려 병든 사람들도 헤아릴수 없이 많습니다.”
“저기에 저렇게 큰 석상이 있는데 그걸 섬기는 사람들일텐데 그렇게 악할 수가 있다니 이해가 안되는군요!”
“아, 예! 사람의 얼굴을 저렇게 만들어 놓은거요! 임금이 만들어 놓은 것인데 그걸 만들어 놓게 된 것은 사연이 있습니다. 석상 섬기는 것은 섬기는 것이고 하는 짓은 악행일 뿐입니다. 사람들에게 가르처 주는 일을 석상이 어찌 하겠습니까?
석상에게 절만 열심히 할 뿐이지요!
절한다고 그 사람이 착해지는게 아닙지요!
저 석상은 우리 나라에 임금이 있었는데 그는 반란을 하여 왕의 자리를 빼앗은 왕이었는데 그가 왕이 될 때에 많은 사람을 죽였지요! 그 왕에게 여러 아들이 있었지요! 그 왕자들이 서로 권세를 잡으려고 싸웠지요! 배다른 이복동생이 둘이 있었는데 멀쩡히 아비가 살아 있는데 이복동생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아비를 임금의 자리에서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왕자들끼리 왕권을 차지하려고 싸웠지요! 살육전이 벌어졌지요! 그렇게 아비를 몰아내고 동생과 형을 죽인 그 왕자가 임금이 된 후에 노년에 이르러 참회인지 반성인지를 하느라고 석상을 하나 크게 만들어 세웠지요! 그리고 얼마있다 그 임금의 손자가 반란하여 증손 조카 임금을 죽이고 임금이 되면서 많은 사람을 죽였지요!
조카를 죽이고 많은 사람을 죽이고 왕이 된 그도 찬탈한 죄로 많은 사람을 죽인 죄로 몹쓸병에 걸렸었고 그 죄로 그의 자식들도 요절을 하였지요! 그 왕이 석탑을 세우고 석상을 크게 만들어 세웠지요! 요근래는 반란하여 왕이 된 자가 저렇게 크게 만들어 세웠습니다. 그래서 방방곡곡에 석상이 널려 있습니다. 마치 많은 사람을 죽인 후에 석상을 만들어 세우기만 하면 속죄가 되는 것으로 아는 모양입니다.”
“사연이 아주 깁니다 그려! 그 석상 섬기는 곳에 사람들이 있겠지요?”
“예! 회색 장포를 입고 일도 안하고 나라에서 주는 녹을 먹으며 살고 있지요!”
“당신네 나라는 반란을 자주 일으켜서 서로 죽이고 죽는 일을 자주하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회색 장포 입은 자들끼리 세력 다툼을 하느라 난리가 그칠 날이 없습니다. 그리고 회색 장포 입은 자들에게서 무술을 배워 가지고 순검찰에 등용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곡차당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법 위에 군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우선 어떻게 할 것인지 말씀을 해 주십시오! 나혼자의 힘으로 가능할지 의심스럽군요!”
“영웅께서 따라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저희들이 앞장 서겠습니다!
우선 영웅님 아침을 잡수시지요!”
“그럽시다!”
그들은 주막 집에서 상도를 대접한다. 그리고 나라의 형편을 세세하게 상도에게 말해 준다. 그들의 말은 상도에게 의분의 불을 붙인다.
동네 젊은이들은 앞장서서 걸어간다. 상도는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따라간다.
“양소맥주당을 몰아내자!”
“순검판들을 몰아내자!”
“젊은이들은 일어나라!”
“회색장포를 몰아내자!”
동네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며 동네 가운데 한길을 걸어간다.
집집마다 아이들이 나와서 대열에 합류한다. 부녀자들도 따라오며 외친다. 청장년들이 괭이를 들고 쇠스랑을 들고 나와 합류한다.
동네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는 점점 커진다.
그들은 큰 석상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큰 석상은 동네 가운데 성벽 속에 위치하고 있다.
‘동네가 제법 크구나.....
서민들이 권세자들의 폭정과 압제에 항거하여 일어나고 있군!’
상도는 군중들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폭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곡차당을 몰아내라!”
“순검찰을 몰아내라!”
“우리를 속이는 회색 장포들을 몰아내라!”
“권세자를 비호하는 곡차당을 몰아내자!”
동네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는 함성으로 커졌다.
“우리를 달달 볶는 임금을 몰아내라!”
“미운 놈만 잡아넣는 순검판들을 몰아내자!”
“권세자를 몰아내자!”
“뇌물먹고 재판하는 순검판을 몰아내자!”
“백성을 괴롭히는 정치꾼을 몰아내자!”
“뇌물로 치부한 놈들을 몰아내자 야! 야! 야!”
“악질 장사꾼을 몰아내자!야야야!”
함성은 눈덩이처럼 커지더니 폭발을 한다. 석상이 있는 성내가 진동을 한다.
석상이 있는 집에는 장포를 입은 자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린다.
동네 사람과 성내 사람들은 모두 석상이 있는 성문 앞에 모여 고함을 지르고 있다.
“영웅님! 여기에 우리 왕이 있습니다! 왕은 잿빛 장포 입은 자들의 호위 속에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군대가 우리를 진압하러 안나오지요?”
“아, 예! 성안에서 임금을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군대가 국경에서 국경을 지키고 있지요! 지금은 평화 시대라 임금이 있는 도성에 군대가 얼마 없습니다. 우리가 갑자기 이렇게 소요를 일으킬 줄은 예상을 못했을 것입니다. 백성들을 임금은 깔보고 있으니까요!
우리 같은 백성들이야 영웅께서 처치하신 순찰들로도 충분히 진압을 하고도 남으니까요!”
상도는 고개를 끄덕인다.
“영웅님이 안에서 임금을 호위하고 있는 양소맥주당을 제거해 주셔야 백성을 도탄에서 구출 하실 수가 있습니다.”
“양소맥주당은 얼마나 많은 숫자입니까?”
“그들은 확실한 숫자는 모르지만 대략 백여명은 될 것이며 그들은 회색 장포를 입은 자들 가운데서 뽑힌 자들로써 무예가 아주 고강합니다. 순검판들이 그들의 지시를 받고 있으니까요!”
“또 있습니까?”
“곡차당이라는 임금을 직접 호위하고 있는 자들인데 그 숫자가 오십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임금과 관리들을 몰아내면 누가 그자리에 오를 것인지 그게 궁금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가 없어지면 공백이 생겨 나라가 혼란이 야기되어 사방에 도둑이 일어나고 너도 나도 임금이 되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백성들은 더욱 살기가 어려워 진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저희들은 폭군을 몰아내는 일밖에 생각이 안됩니다. 이유는 아시다시피 견딜수 없기 때문 입니다. 나중에 어찌되든 현재의 고통을 탈출하는 일만 생각이 될 뿐입니다. 염려 하실 것 없습니다. 우리 가운데 임금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가 자치적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나며 성문이 열렸다.
성문 앞에 서서 외치던 백성들은 성문이 열리자 어리둥절한다.
회색 장포를 입은 자들이 성문 입구를 가로막아 일자로 서있다. 회색 장포를 입은자 가운데 노란 두건을 쓴 자 하나가 성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그는 성문 입구를 가로막아 서서 백성들을 쭉 훑어본다. 그의 눈은 가소로운 것들이라는게 그들먹하게 쓰여 있다.
그는 체구가 아주 우람하다.
백성들은 그의 덩치에 압도가 되어버린다.
그를 바라보는 백성들은 자연스레 입을 다문다. 찬물을 끼얹은 상태가 되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떠드냐?”
노란 두건을 쓴 자의 목소리는 아주 우렁차다. 사람들의 귀를 대번에 서늘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백성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감히 대답을 못한다.
“어서 돌아가라!”
“............”
“이곳은 나랏님이 계신 곳이다.”
“...........”
“어서 가지 않으면 반란죄로 다스릴 것이니라!”
성문 앞에 서서 있던 백성들은 웅성거리며 주춤 주춤 뒷걸음을 친다.
그때다.
“폭군을 몰아내자!”
상도 옆에 서 있던 중년인이 크게 외친다.
노란 두건을 쓴 자는 소리를 좇아 중년인을 찾는다.
백성들은 기가 죽어 따라 외치지를 못한다.
“악질 관리를 몰아내자!”
중년인은 다시 외친다.
백성들은 어물쩡 뒤로 몸을 사리다 중년인의 일이 어찌 될까가 궁금하여 잠잠히 서서 방관만 한다.
“백성을 선동하는 놈은 개죽음을 보리라!”
그의 소리는 아까와 달리 쩌렁쩌렁 울려 사람들의 기를 꺾어버린다.
그리고 겁을 먹인다.
노란 두건을 쓴 자는 뚜벅뚜벅 당차게 상도 앞으로 걸어간다.
두건 쓴 자는 중년인을 번쩍 들어 옆구리에 낀다. 그리고 다시 성문 앞으로 걸어간다. 그는 성문 앞에서 중년인을 옆구리에 낀 채 크게 외친다.
“반란을 일으키는 놈을 보라! 이렇게 쪼그만 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그는 말을 하며 중년인을 옆구리에서 내려놓는다.
중년인은 노란 두건 쓴 자의 어깨 밑에 맴돈다.
“내가 이런 쥐새끼 같은 놈에게 죽음의 맛을 보여주겠다!”
그는 개선 장군이나 된듯 다시 크게 외친다.
“폭군의 앞잡이야! 백성들을 생각하라!”
중년인은 크게 외친다. 그의 외치는 소리는 연약하기만 하다.
“네 이놈 죽을 준비는 되었느냐?”
“폭군의 주구는 천벌을 받으리라!”
“이런 어린 놈이!”
그는 말을 하며 중년인의 머리를 오른손 주먹으로 내려친다.
“덩치만 크면 어른이냐?”
사람들은 눈을 감아버리는 사람도 있다.
중년인은 말을 하며 내려오는 주먹을 맞받아 친다.
주먹과 주먹은 부딪쳤다가 떨어졌다
눈을 감았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다. 그들은 끔찍한 것을 볼 것으로 예상한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노란 두건을 쓴 자와 중년인은 마주 서서 노려보고 있다.
사람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중년인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니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을 당장에 요절을 내서 성문에다 효시를 하려고 했는데 이거 내 체면이 말이 아니구만......
어서 이놈을 처치해야 백성들이 소란을 못피우는데........
내가 이놈을 당장에.....
이런 애송이를 잡는데 무기를 먼저 꺼내자니 체면이 안서고.....’
‘아니 이상하네..... 내가 이놈의 적수가 못되는데.....
이놈이 제대루 힘을 못쓰는 것 같구먼......
아까 주먹과 주먹이 부딪칠 때도 내손이 그냥 올라가서 부딪쳤다구......
누가 내손을 쥐고서 그러는 것 같이 말야...... 죽기를 각오하고 임금을 몰아내기로 한 것이니 내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야 백성들이 따라오지......’
“이 반란의 종자야 내 주먹 맛을 다시보라!”
“오너라! 이놈!”
그는 거구를 날리며 중년인을 공격한다.
그러나 중년인은 이리 저리 잘도 피해버린다.
거구의 사나이는 손발을 팔랑개비처럼 휘두른다.
“팍! 딱! 퍽! 퍽! 우드득!”
중년인의 몸뚱이에서는 매타작 소리가, 뼈부러지는 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놀라게 한다. 사람들은 매타작하는 땡초를 쳐다본다.
땡초는 때리면서도 얼굴을 찡그리고 때린다.
‘아니 이자식이 익힌 무공이 무엇인데 내가 이 자식의 옷자락만 때리게 되나.... 몸둥이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기만 하니.....옷자락이 솜뭉치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으니......이거 오늘 개망신을 하는군.....’
“이놈아! 요술을 부리지 말고 정정당당히 싸우자!”
노란 두건을 쓴 자는 쇠북소리로 패색 짙은 소리를 내 뱉는다.
“야---! 야-----!”
“와---! 야-----!”
백성들은 땡초의 우렁찬 패색 소리를 듣자 탄성을 지른다. 흥분했다.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대단하다!”
“저렇게 맞고도 끄덕을 안하네!”
“야----!
“야-----!”
“땡초 조져라!”
“땡초를 죽여라!”
“곡차당을 죽여라!”
“양소맥주당을 죽여라!”
백성들은 다시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중년인이 나설 때는 ‘또 한사람 불쌍하게 죽는구나!’ 하는 얼굴.....
‘나도 저렇게 얻어 걸리면 어쩌나!’ 하는 얼굴......
‘명대로 살려면 눈에 안띄게 슬금슬금 도망질을 쳐야지.’ 하는 얼굴
‘땡초의 눈에 띄었다가는 죽지 못살어!’ 하는 얼굴......
그들은 겁을 물키던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아오고 아직 살아 있다는 소리를 질러댄다.
“폭군을 죽여라!”
“악질을 몰아내라!”
“탐관오리를 죽여라!”
백성들은 중년인을 향하여 폭군을 죽이고 땡초를 죽이란다.
그들은 압박과 설움을 주고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폭군을 몰아내러 가자고 외치질 못하고 하지도 않는다. 백성들은 스스로의 무능을 말하고 자기들을 도탄에서 건져 달라는 소리가 담긴 소리를 외친다.
“폭군을 몰아내는 사람을 왕으로 세우자!”
“탐관오리를 몰아내는 사람을 왕으로 세우자!”
상도는 백성들의 외침을 귀담아 들으며 중년인을 돕고 있다.
‘백성들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는게 아니라 백성들이 용기있는 사람을 자기들을 위해 선동을 하고 있구나.......
대중은 어리석은게 아니라 꾀가 있는 자들이구먼.....
자기들의 고생과 고통을 해결해 달라고 현상금을 걸고 있구먼........
그러니 이런 달콤한 소리에 안넘어갈 대장부가 그리고 여장부가 몇 명이나 되겠냐......
성질 급한 호걸들이 여걸들이 죽을둥 살둥 일을 내는 것이지.....
그래서 민족의 이름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속절없이 희생물이 되는거지.....
아쉬울 때는 이용하고 모든게 해결된 때는 헌신짝처럼 저버리는게 인생들이지......
고생할 때는 같이 고생을 하지만 목적을 달성한 후 복락을 누리는때는 내어 쫓고 죽이는 짓을 하는게 인생들이지........
중국 천하를 차지하려고 전쟁할 때는 한신의 도움 받기 위해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대접하고 천하를 통일한 후에는 내어쫓고 죽이고한 놈이 의리를 모르는 유방이라는 놈이었지......
중국역사에는 그런 놈들이 많이 나오지.....
유교나라에서도 그런 놈이 있었지.....
이방원이라는 놈이 그랬어!
그놈은 저를 임금되게 해준 처남도 둘이나 죽이고 이숙번이도 죽였지. 유교나라에도 방원이 같은 의리부동한놈이 많아. 방원이 후손 속에 그런 놈이 많다구......
중종이라는 놈도 저를 임금으로 세워준 박원종이를 죽인 싸가지 없는 놈이었어.........
유교나라 놈들과 가까운 이것들도 같은 종자들이니 내가 도와준들 싸가지가 없을 것이 뻔한게야......
그러니까 저희들끼리 죽이던지 살리던지 내가 관여할게 없는 것이지.
내가 내일을 젖혀두고 이곳에서 괜히 꼴틀리는 짓을 할게 없다구.......
저희들끼리 싸우다가 죽은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람........
인정이 사람을 죽여주는구나.....
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더니......
저 중년인이 나를 생각해서 빨리 도망을 치라고.....
내가 도망갈 생각을 안하니까 몹시 안타까워했지......
그래서 내 발이 이들을 따라오게 된거지......
사람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기의 안위를 돌아보지 않고 헌신적인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구나.....
어린 것들이랑 부녀자들이 하소연을 한 것을 생각하면 인정상 그냥 모른체 하고 가기도 그렇고.......
나야 석상나라에 있을게 아니고 떠나가는 입장이니 한신처럼 토사구팽을 당할리야 없겠지......
장량이처럼 훌훌털고 미련없이 떠나가면 그만이지........
벼슬을 한다고 눌러 있으니까 유방이나 방원이 같은 쥐새끼들에게 당하는 거지.....
한번 도와 주기로 했으니 저 이름도 모르는 중년인을 도와서 신음하는 인생들을 구하는 것도 자선을 하면서 사는 것이라 볼 수도 있고....
좌우지간 악질들은 골라내야 세상이 조금 맑아질 수 있지.....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 할 수도 있고.......
순검판 같은 놈들이 양소맥주당의 손아귀에 더 놀아나기 전에 곡차당을 부숴야.....
그건 그렇고......저 땡초가 회색 장포에 노란 두건을 쓴 것을 보니 저놈들이 혹시 그 부자 동네를 몰살시키고 돈과 재물을 빼앗아 갔다는 놈들이 아닌가?
회색 장포를 보니 비슷한 점이 많은데 저놈들의 소행인지 내가 밝혀 봐야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그여자의 남편을 장례를 치뤄줄때.......으음.....
그녀를 만나 보았으면 사실 여부를 가리기가 좋겠군........
그렇다면 일을 빨리 끝내는게......’
중년인은 매타작을 당하기만 하다가 졸지에 반격을 한다.
“네 이놈! 나의 주먹맛을 보아라!”
중년인은 말을 끝내는 순간 주먹을 내지른다. 오른 주먹은 땡초의 콧잔등을 ‘팍! 으드득!’ 소리가 나게 가격한다.
“아악!”
회색 장포 거한은 비명을 내지른다. 두길 넘게 붕 떴다.
땅바닥에 퍽소리를 내며 패대기를 친다.
땡초는 팔다리를 파르르 떤다. 그의 코는 없어져버렸다. 다만 우묵한 곳에 핏덩이가 고여있다.
“와-----”
“야-----”
“죽여라!”
“죽여라!”
백성들은 중년인이 매타작을 당하다가 한방에 거구의 땡초를 패대기를 치자 놀라서 좋아서 탄성을 지른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백성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서 오른손 주먹을 하늘을 향해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연호를 한다.
백성들의 눈동자는 핏발이 섰다.
그들은 ‘죽여라! 죽여라!’ 하는 소리만 지르면 자기들을 위해 용감하게 싸워 줄 사람이 나올 것으로 여기고 입에 게거품을 질질 흘리면서 합창으로 외쳐댄다.
중년인은 상도를 흘끔 바라본다. 상도는 그의 시선을 받자 오른손 주먹을 불끈 들어올린다. 그러자 중년인은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한다.
“영웅님 감사합니다!”
“아주 잘싸우셨소!”
“감사합니다!”
“계속 밀어붙이시오!”
“말씀대로 복종하겠습니다! 영웅님!”
상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어준다.
중년인은 오른손을 높이 들어올린다.
“나를 따르시오! 탐관오리를 몰아냅시다!”
중년인은 크게 외친다.
“좋소!”
백성들은 오래 기다렸다는 듯 합창하며 대답한다.
중년인은 성문 안으로 당당하게 걸어간다.
상도는 중년인과 근거리를 유지하며 따라 걷는다.
백성들도 중년인의 뒤를 따라간다.
일렬로 늘어서 있던 회색 장포인들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중년인을 바라본다. 그들은 흰색 두건을 쓰고 있다.
“물러가라!”
중년인은 그들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흰두건을 쓴 자들은 아무 대답을 않고 서서 있다.
중년인은 그들 가운데로 다가간다. 상도는 중년인의 뒤에 바싹 다가 서서 따라간다.
“비켜라!”
중년인은 용기 백배하여 오른손을 들어 비키라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중년인 앞에 있던 자가 오른쪽으로 튕겨져 나뒹군다.
그와 동시에 흰두건을 쓴 자들이 칼을 들고 일시에 중년인을 향해 공격한다. 상도의 왼손바닥이 펴졌다 오므렸다.
‘쉭쉭쉭’ 소리가 그들에게 번개처럼 달려든다.
그들의 칼 든 손목에 도토리 만한 돌멩이가 정확하게 가격한다.
그들의 칼은 땅바닥에 졸지에 떨어진다.
그들의 손목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진다.
“와와! 돌격!”
“와와! 임금을 몰아내라!”
“석상을 때려 부숴라!”
“와와! 우상을 부숴라!”
백성들은 그들을 밀어 자빠뜨리고 질겅질겅 밟고서 지나간다.
그들은 회색 장포 입은 자들을 만나는 대로 상도의 도움을 받아 까부수고 질겅질겅 밟고서 석상이 있는 대궐문에 이르렀다.
“대궐 안에 있는 자들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대궐을 완전히 포위를 하시오!”
중년인은 뒤를 돌아다보며 외친다.
젊은이들은, 쇠스랑, 괭이, 낫 등을 들고 대궐을 둘러친 성벽을 포위한다.
“폭군은 나와라!”
“폭군을 끌어내라!”
“석상을 부숴라!”
“탐관오리를 죽여라!”
대궐문이 삐거덕하고 양쪽으로 활짝 열린다.
머리에 남색 두건을 쓴 자들이 번쩍하는 몸놀림으로 대궐문을 등지고 두줄로 백성을 향해 싸울 태세를 갖췄다.
그들은 백성을 향해 비웃음을 얼굴에 담았다.
왜소한 체구에 붉은 두건을 쓴 자가 안하무인의 태도로 백성들을 훑어보며 걸어나와 남색 두건 쓴 무리 앞에 팔장을 끼고 섰다.
그의 손에는 대나무 뿌리로 만든 회초리가 들려 있다.
“저자들이 곡차당이라는 땡초들이요?”
상도는 중년인에게 묻는다.
“그렇습니다! 저들은 무예가 고강하다고 들었습니다!”
“저들만 처치하면 임금을 쫓아낼 수 있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제가 아는 것은 소문이기 때문에 들어가 봐야 대궐의 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구려! 그러면 저 왜소한 자를 처치토록 합시다!”
“영웅께서 하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럼 시작합시다!”
“예!”
“왜소한 자에게 약을 잔뜩 올리시오!”
“예!”
중년인은 왜소한 자를 눈을 부라리고 노려본다.
왜소한 자도 커다란 눈으로 삼킬듯이 노려본다.
“이 곡차당아! 오늘 천벌을 받게 목을 느려라!”
“반도가 무례하구나!”
“백성을 괴롭히는 놈들아! 너희들의 죄상은 하늘에 사무쳤다! 네 놈들이 석상을 만들고 백성을 미혹하고 임금을 폭군으로 만들었으니 네놈들은 목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어서 나와 칼을 받아라!”
“이 가소로운 놈! 어디서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이놈의 주둥이를 비벼놔라!”
“예!”
남색 두건 쓴 자가 중년인을 향해 세길 이상 뛰어 올라 검을 들고 매가 되어 덮친다.
“야!”
백성들의 입에서는 놀라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중년인은 옆사람이 들고 있는 괭이를 집어들고 검을 갈기려 든다.
검이 내려치기 직전 괭이는 말뚝처럼 그대로 섰다.
남색 두건 쓴 자는 찰라 사이에 웃는다.
그의 웃음은 가소롭다는게 전부다.
‘내 칼맛을 보여 주마!’
그때다. 괭이는 졸지에 그의 팔목을 향해 푹 솟아오른다.
그리고 칼 든 손목을 찍으러 덤빈다. 그는 칼 든 손목을 피하며 칼로 괭이를 막는다. 괭이는 칼과 부딪치지 않고 뒤로 빠진다.
칼은 허공을 열번을 갈랐다. 그러나 괭이는 부딪치지 않는다.
그는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의 발이 땅에 닿을 찰라 괭이는 남색 두건 쓴 자의 무릎을 찍었다.
“우두둑!”
“아악!”
곡차당원은 땅바닥에 떼굴떼굴 흙고물을 묻힌다.
백성들과 곡차당들은 깜짝 놀란다.
단 일합도 안된 상태에서 승부가 났기 때문이다.
“왜소한 놈아 어서 목을 느려라!”
“저런 저런 때려 죽일놈!”
왜소한 그는 입술을 깨물면서 중년인 앞으로 걸어나와 일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네놈들이 왕을 끼고 돈을 긁어모으는데만 미쳐 날뛰는 통에 백성들이 도저히 살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괭이를 들고 일어나 네 놈들을 갈아엎기로 하였느니라! 이 왜소한 땅개놈아! 목을 느려라!”
“이놈!”
그는 분기탱천하여 대나무 회초리를 들고 중년인을 갈긴다. 그리고 천천히 중년인 앞으로 걸어간다. 그런데 그의 발은 중년인의 발등을 찍으려 든다. 중년인은 내심 당황이 포개졌다. 그순간 중년인은 괭이를 들어 마주 밀어버린다. 그러자 쌩! 팍! 소리를 낸다. 중년인의 몸은 민첩하게 왜소한 자의 등뒤로 쫓아 붙는다. 그리고 괭이로 등고랑을 찍는다. 왜소한 자는 생전 처음 강적을 만났다는 서늘함에 몸을 틀어 괭이를 피한다. 그러나 괭이는 그의 등을 긁어버린다.
회색 장포는 양쪽으로 북소리를 내며 갈라진다.
“왜소한 놈아 어디로 도망치냐?”
“......”
그는 대답할 겨를이 없다 중년인의 괭이를 피하는데 급급하다.
“빨간 두건을 벗어라!”
중년인의 말소리 따라 붉은 두건이 날라간다.
왜소한 자의 머리는 머리도 없는게 문어대가리처럼 생겼다.
“이 문어대가리들아 어서 항복하라! 그러면 내가 문어대가리를 곱게 부숴주마!”
“문어대갈통을 부숴라!”
“문어대가리를 죽여라!”
백성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왜소한 자는 손발이 백성들의 함성에 짓눌렀다. 남색 두건을 쓴자들이 저희 당주를 구하려고 일제히 중년인을 향해 공격한다.
“어딜!”
상도는 왼손으로 동전을 날려 보낸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그들을 향해 갈긴다.
“아악!”
“아악!”
외마디 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소리따라 남색 두건 쓴 자들이 픽쓰러진다. 그리고 왜소한 자도 무릎을 꿇었다가 앞으로 엎어진다.
동전은 왜소한 자의 등을 커다랗게 구멍을 뚫었다.
“와와!”
백성들은 고함을 지르며 환호한다.
그때다. 남문에서 군마가 달려 들어오고 있다. 흙먼지가 하늘을 덮었다.
“전왕을 해치말라!”
“대궐을 침입하는 자는 죽이리라!”
“항거하는 자는 죽이리라!”
군대는 함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중년인과 백성들은 군마가 달려오는 것을 바라본다.
‘염려하던 군대들이 왕을 도우러 왔으니 어떡한다.......’
백성들은 군마를 보자 겁먹은 눈으로 군대를 계속 바라본다.
대궐을 포위하고 있던 백성들은 포위를 풀고 백성들 속으로 신속히 들어가 버린다.
중년인은 백성들의 표정을 읽는다.
“안심하시오! 우리는 군대를 물리칠 수 있소!”
중년인은 크게 소리친다. 흙먼지는 백성들을 뒤덮는다.
군마는 대궐 앞 광장에 도착했다.
말에서 내린 장수들은 신속하게 대궐문 앞으로 걸어간다.
그들은 땅에 쓰러져 있는 곡차당들을 훑어본다.
군대들은 계속 들어와 대궐과 백성들의 사이에 대궐을 등지고 진을 친다. 군대들은 계속 들어와 백성들을 포위한다.
“순검판장이 비상나팔을 불어 군대에게 알리더니 군사들이 몰려오는군 .....백성들이 다칠까 염려가 되는군.....”
상도는 혼잣말로 말한다.
“못살겠어서 임금을 몰아내는 판에 피를 안흘릴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중년인은 상도의 말에 대답을 한다.
“못된 탐관오리들은 죽임을 당해도 마땅하나 죄 없는 백성이야 잘 살아보겠다고 나섰는데 잘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어서야 되겠소!”
“영웅님의 뜻하신바대로 하십시요. 소생은 따르겠습니다!”
“누가 최고 대장인지 그를 지목해 주시오! 그러면 내가 직접 나서겠소!”
“저쪽에 어린갑을 입고 붉은 투구를 쓴 자가 대장인듯 십습니다.”
“그래요!”
상도는 말을 하며 대장 앞으로 자연스레 걸어간다.
그의 손에는 아무 무기도 없이 걸어간다.
군사들은 그가 오는 것을 가로막지 않고 내버려둔다.
대장 앞 십여보 앞에서 갑옷 입은 군사 두명이 창대로 가로 막는다.
“더이상 못들어간다.”
“나는 대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으니 뵙도록 허락해 주십시요!”
“대장님의 명령이 있기 전에는 허락이 안된다.”
“대장님을 뵙게 해 주십시요!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안돼!”
“우리 모두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어서 꺼져!”
“한번만 대장님을 뵙도록 주선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생사가 걸린 일입니다!”
“이자식이!”
“가라면 가 이새끼야!”
“군병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를 대장님께 아뢰도록 허락해 주십시요!”
“이새끼가 좋은말로 하니까 안듣네! 이런!”
“이새끼가 우리를 혼나게 하려구! 쌍!”
군병 하나가 창자루로 갈긴다.
대장은 오만한 자세로 서 있을 뿐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대장은 부장에게 명령한다.
“해산하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군율로 다스리겠다고 하라!”
“예.”
부장은 대장의 명령을 받고 나간다.
“탁!”
창대는 상도를 갈겼다. 창대는 두동강이 났다.
“이 새끼가?”
창자루를 부러뜨린 군병은 소리친다. 곁에 있던 군병이 창을 들어 상도의 배를 내지른다. 창끝은 상도의 배를 푹찌른다. 창날이 바위를 찌른 것처럼 쇠소리를 낸다.
“악!”
창은 피웅소리를 내며 거꾸로 화살되어 대궐로 하늘 높이 날아간다.
군병의 손아귀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상도의 오른손에는 부러진 창을 거머 쥐고 있다.
군병들은 상도에게로 달려든다.
상도는 부러진 창을 들고 대장 앞으로 걸어간다.
군병 수십명이 상도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창으로 칼로 공격한다.
“멈춰라!”
상도는 소리에 힘을 실어 말한다.
군병들은 주춤한다.
“나는 너희 대장과 할 말이 있다는데 왜 이리 무례하냐?”
“이놈이 환장했구나! 쳐라!”
갑옷 입은 자가 크게 호통을 친다.
“네놈들이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구나!”
그는 말을 하며 부러진 창을 휘두른다.
“쿵!”
군병 수십명은 일제히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이구 엉덩이야!”
“아야!”
군병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엉덩이를 자기 손으로 감싼다.
“좋게 말을 하니까 사람을 깔보는구나! 이 무례한 놈들 같으니!......”
상도는 말을 하며 대장 앞으로 걸어간다.
“에헴!”
상도는 대장 앞에서 헛기침을 한 번 한다.
대장은 상도를 노려본다.
“대장님을 뵈려고 하는데 그럴수가 있소? 실망 했소이다!”
“네가 무슨 말을 늘어놓으려고 그러느냐?”
“결론부터 말하겠소!”
“말해라!”
대장은 거만스레 말을 받는다.
“군병을 모두 철수하시오!”
“미친놈 같으니!”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으면 대장의 목을 베고 군병의 목을 모두 짜르겠다.”
“가소로운놈!”
“나는 실언을 않는다. 저기서 내가 네 부하에게 하는 말을 다 들었을 터인즉 내가 무례하다 하지 말라! 네가 나의 말을 듣고 군사들이 내 앞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타협안을 제시했겠지만 네 놈의 강포함이 나를 분하게 했느니라!”
“네가 그럴 능력이 있는지 보고 싶구나!”
“너는 네 부하들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나 뱀은 대가리가 부서지면 몸뚱이는 아무리 길어도 소용이 없느니라!”
“우리 전경련회는 패한 적이 없느니라! 내가 왕으로 세우고 싶은 자를 왕으로 세우고 호위하는 금권이 있는 걸 네놈이 아직 모르는구나! 금권을 맛을 보기 소원이라면 보여주마! 불쌍한 놈!”
“기회를 주겠다! 백성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백성을 괴롭히는 폭군 편에 설것인가?”
“주둥이를 어디서 놀리냐?”
“그래! 금권을 부린다니 네놈이 금권 맛을 보라!”
상도는 말을 하며 옆전 두개를 왼손가락으로 튕긴다.
“악!”
그는 옆전을 급하게 피하느라 목을 오른쪽으로 움직인 순간 날아온 두 번째 옆전에게 격살을 당하고 뒤로 자빠진다.
대장을 호위하던 장수들은 졸지에 멍했다가 칼을 빼어들고 일제히 달겨든다. 그러나 그들은 상도의 적수가 아니다.
상도가 부러진 창으로 한 번 휘두르자 모두 붕떴다가 엉덩방아를 찧느라 퍽퍽소리를 내고 만다.
“너희들 중에 누가 대장 다음이냐?”
“.........”
“살고 싶으면 빨리 말하라!”
상도의 목소리는 위압이 실려 장수들의 꺾인 기세를 뭉개 버린다.
“제가 부장이요!”
“군병을 서문 밖에 진치게 하라!”
“예!”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한놈도 살지 못할 것이다!”
“예!”
“백성을 다치게 하는 놈이 있다면 내가 목을 너희 대장처럼 베리라!”
“예!”
부장의 명을 받은 군병 나팔수는 나팔을 분다. 그리고 큰북을 친다.
그러자 군병들은 포위를 풀고 두줄로 정렬한다.
“전진하라!”
부장의 명령따라 군병들은 서문 밖으로 행군하기 시작한다.
“와와! 와와!”
백성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좋아서 박수를 쳐댄다.
대궐앞 마당은 졸지에 박수 소리로 메워졌다.
중년인은 청년들에게 명령한다.
“대궐로 들어가자!”
“와! 와! 와!”
청년들은 함성을 지르며 대궐로 난입한다.
“폭군을 끌어내라!”
“폭군을 죽여라!”
백성들은 함성을 지르며 청년들의 뒤를 따른다.
그들의 소리는 짓눌렸다가 터지는 굉음 바로 그것이다. 땅이 진동하고 성이 진동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진동한다.
대궐에 빌붙어 기생하던 탐관오리들은 벌벌 떨고 있다.
“폭군을 끌어내라!”
중년인은 명령한다.
“폭군을 끌어내라!”
청년들은 명령대로 외친다.
“폭군이 어디 있냐? 폭군은 나오너라!”
청년들의 살기등등한 모습에 시녀들은 얼굴이 창백하여 허둥거린다.
“여봐라! 폭군은 어디에 있냐?”
청년 하나가 겁에 질려 있는 시녀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고 묻는다.
“어디로 가셨는지 몰라유!”
“이년! 살고 싶으면 바른대로 대라!”
청년은 쇠스랑을 들먹거려 찍는 시늉을 하고 눈을 부라리며 말한다.
“에구머니! 아까는 저방에 계셨는데..... 지금은 어디로 가셨는지 정말 몰라요!”
“왕비는 어디 있냐?”
“왕비궁에 가서 물어보세요!”
“이리와 이년!”
젊은이는 예쁘장한 시녀를 대궐문 앞으로 끌어다가 땅에 꿇린다.
“대궐을 샅샅이 뒤져 대궐 사람은 모두 잡아오너라!”
“예!”
중년인은 시녀를 잡아온 청년에게 명령한다.
젊은이는 젊은이들에게 중년인의 명령을 전한다.
“대궐에 있는 사람은 비단옷을 입었다. 그리고 얼굴과 손이 깨끗하다. 살이 포동포동 찌었다.”
중년인은 청년들에게 대궐 사람의 모습을 다시 가르쳐준다.
“석상 앞과 뒤를 샅샅이 뒤져라! 석상옆에 있는 우상각을 뒤져서 모두 잡아오라!”
시녀와 내시를 잡아온 청년들에게 중년인은 다시 명령한다.
“예!”
청년들은 힘차게 대답하고 달려간다.
“저 큰 우상을 부숴라! 저것이 우리 백성들을 힘들게 만들었느니라!
저 우상에다 날마다 돼지 잡아 제사를 하느라 백성의 피를 말렸느니라! 저 우상각을 불로 태워라!”
일단의 청년과 백성들이 쇠스랑과 괭이를 가지고 달려간다.
“회색 장포를 입은 자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순변검판부에 있는 자들을 잡아들여라!”
청년들은 이리 닫고 저리 닫는다.
도성 안은 사람 살려달라는 겁먹은 소리로 시끌거리는게 물이 펄펄 끓는 것 같다.
“맨 먼저 폭군을 잡아 다스리겠다!”
중년인은 대궐에서 잡아온 사람들을 향해 소리쳐 말한다.
대궐에서 붙들려 나온 사람들은 덜덜거리며 턱을 떠는 사람도 있다.
여자들은 무서워 엉엉 우는 사람도 있다.
“폭군은 앞으로 나와라!”
대궐에서 붙들려 나온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아무도 나오지를 않는다.
“폭군은 나와라!”
중년인은 다시 폭갈 소리로 말한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다.
“폭군이 나오지 않으면 모두 죽여 버리겠다.”
모두 죽인다는 말에 그들은 고개를 들고 서로 쳐다보며 두리번거려 눈을 반짝거린다. 그들의 눈은 임금을 찾느라 분주해졌다.
“어서 안나오냐?”
중년인은 으르렁거려 말한다.
“왕비는 저기 있어요!”
젊은 내시가 손가락질을 하며 말한다.
“그래!”
중년인은 내시를 바라본다.
“고개를 들어라!”
왕비라고 지칭된 여자는 덜덜거리며 겨우 고개를 든다. 그러나 눈을 내리뜨고 있다.
“눈을 크게 떠라!”
중년인의 호령에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감는다.
“크게 떠라!”
그녀는 겁이 잔뜩 담겨진 눈을 겨우 뜨고 중년인을 바라본다.
‘요염하게 생기지도 않았는데 왕비라!.....’
“왜 시녀의 옷을 입었느냐?”
“무서워서요!”
“왕은 지금 어디 있느냐?”
“저는 이름만 왕비일 뿐 왕의 근황은 알지 못하고 살았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별거를 하였습니다.”
“언제부터냐?”
“왕위에 오른 후부터입니다! 시녀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말이 사실이냐?”
“시녀들에게 물어보십시요!”
“왕이 후궁과 생활을 했다 그말이냐?”
“예!”
“후궁은 어떻게 생겼느냐?”
“보통 사람이면서 허리에 옆전을 차고 다니고 옆전으로 귀고리를 하고 있는 여자이며 미모는 여우 같이 생겼으며 몸뚱이는 버들가지처럼 생겼습니다요! 그리고 왕에게 찰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왕의 목을 감고 피를 빨아먹는 년입지요!”
왕비는 후궁의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녀의 눈에서는 겁을 닦달하여 내쫓는게 씩씩 거리는대로 입을 삐죽거리며 더듬지도 않고 말을 할퀴면서 하고 있다.
“아니 잘나고 의젓한 왕비를 놔두고 요염한 것을 밝히다니 한심한 인간이로고!”
“그래서 나라를 물 말아먹게 만든 년이 그년입지요!”
왕비의 곁에 앉아 있는 시녀가 후궁을 욕하고 나선다.
“아니 시녀가 왕의 후궁을 마구 욕을 하다니....”
중년인은 부드러운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화가 안날수가 있어야지요 지금! 이 판국을 만든게 고년이 만든 것인데! 우리 왕비님은 너무 원통하게 세월을 보내셨어요! 고년을 생각하면 아주 주리를....”
시녀는 욕을 하려다가 만다.
중년인은 시녀를 지켜본다.
“그런 고얀 것이 있나!”
“고런 나라를 망친 계집은 물고를 내도 시원치 않아요! 어르신네!”
“너는 왕비에 대한 충성심이 아주 갸륵하구나!”
“그년은 왕을 홀려서 돈만 자꾸 긁어모으게 한 년이에요! 그년이 그렇지만 않았어두 나라가 이지경이 안되었지요!”
“그래! 너는 아는 것두 많구나! 백성이 너무 착취를 당했지!”
“그년은 어젯밤에 저 석상이 .....”
“입을 닥치지 못할까?”
시녀는 왕비의 꾸지람에 입을 다문다.
왕비는 왕이 있는 곳을 시녀가 말하려 하자 말을 못하게 입을 막는다.
중년인은 왕비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겠지!”
중년인은 왕비가 남편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읽고는 혼잣말을 한다.
“옳은 말이야! 남편이 살아야 미움도 있고 사랑도 있는 것이지 남편이 죽어 버리면 미워할 수도 없는거라구......”
중년인은 아녀자의 도리를 보통말로 지껄이고는 헛기침을 한 번 한다. 그리고 시녀를 쳐다본다. 그리고 곁에 있는 젊은이에게 명령한다.
“저 시녀를 끌어내라! 왕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년이구나! 석상 부근에 가서 주리를 틀어라!”
“예!”
졸지에 시녀의 얼굴은 교수대의 오랏줄에 목이 매인 얼굴이 되고 만다.
“저는 아무 죄도 없어요! 살려줘요! 나리! 살려줘요! 장군님!”
그녀의 입에서 넋이 날아난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청년 십여명은 사납게 우르르 시녀에게 달려들어 불끈 들어 떠메고 석상 쪽으로 달려간다.
중년인은 석상 쪽으로 몇 발짝 걸어간다. 그는 청년 하나를 불러 청년의 귀에다 소근거려 말한다. 청년은 십여명의 청년들을 데리고 석상쪽으로 달려간다.
시녀를 사납게 둘러메고 간 청년들은 시녀를 석상옆 소나무에다 붙들어 맨다.
“이년을 주리를 틀라는 명령대로 왕과 이제껏 놀아났으니 주리를 틀자꾸나! 우리의 고혈을 대궐에 있는 것들은 즐기고 마셨느니라!”
“나리들! 나는 죄가 없어요! 저는 왕비만 모셔왔습니다! 나를 살려주셔요!”
“이런 고얀년! 너는 그래두 우리 백성들이 사흘에 피죽 한그릇도 못먹어서 헐떡거리며 솔나무 껍질을 벗겨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울 때 구경도 안한 년이 아니냐?”
“나리님들! 죽이더라도 저의 한맺힌 설움을 들어보시고 죽이세요! 그래야 원귀가 안된답니다. 저는 강제로 대궐에 끌려와 원통하게도 시집도 못가보고 처녀귀신으로 죽어야 할 처녀입니다.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나는 소원이 굶으나 먹으나 낭군님과 하루만이라도 살아보고 죽는게 소원이었답니다!”
“그래! 그러면 살 방법을 일러주지! 네가 왕이 숨어 있는 곳을 알려주면 내가 대인께 말씀드려 살려주겠다!”
“예! 저기.....”
시녀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청년들이 달려온다.
“멈춰라!”
청년들은 외치며 달려온다.
시녀를 심문하던 청년들은 그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시녀가 있는 곳에 뛰어든 청년들은 숨을 고르며 말한다.
“우리들은 호대인의 명령을 전하러 왔소!”
“말하시오!”
“청년은 심문하던 청년을 한쪽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귀에다 소근거린다.
“우리도 그걸 짐작하고 지금 심문 중이었소!”
“아, 그래요!”
그들은 다시 시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시녀는 계속 말하라!”
“왕은 어젯밤에 잔치를 하고 술에 취해서 아침까지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잠속에 빠졌었는데 성안이 시끄럽자 후궁이 깨워서 허둥지둥 밀실로 들어가 숨었답니다.”
“밀실이 어디냐?”
“저 석상 뒤에 동굴이 있는데 그곳이 밀실입니다.”
“둘은 이 여자를 지키고 모두 밀실로 가자!”
청년들은 쇠스랑 괭이를 들고 석상 뒤로 달려간다.
그들은 석상 뒤에서 두리번거린다.
그들은 찾아도 동굴을 찾지를 못한다.
“시녀를 데리고 와라!”
시녀를 데리고 있던 청년들은 시녀를 데리고 뛰어온다.
“너는 우리를 속여 왕을 도망시키려고 그러느냐?”
“아니어요! 왕은 이곳에 밀실을 만들어 놓았다고 그랬어요!”
“거짓말 했으면 죽을 줄 알아라!”
“금방 탄로 날 것을 무엇 때문에..... 석상 뒤로 샅샅이 찾아보세요!”
시녀의 말을 들은 청년들은 석상 뒤로 일렬로 서서 동산을 괭이로 찍어가며 올라간다.
동산을 돌아서 옆으로 가던 청년들은 성벽까지 다다랐다.
그들은 동굴의 흔적을 찾지 못해 허탈에 빠져 다시 석상 쪽으로 돌아오려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무슨 흔적이라도 있는가 살피느라 허리를 구부리고 풀 한 포기라도 세세히 관찰을 한다.
“반장님 이것 보세요!”
청년하나가 반장을 부른다. 반장은 청년 곁으로 다가간다.
“딴 나무들은 모두 살았는데...... 저기에 밤나무 고주백이가 있는게 의문시 됩니다.”
“그렇군요!”
그들은 사람 키보다 조금 높아 보이는 곳의 고주백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반장은 고주백이를 잡고 흔들어본다.
그러자 밤나무 등걸은 옆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문고리가 나타난다.
반장은 문고리를 잡았다가 놓는다.
“통장님에게 어서 보고하시오!”
반장은 청년에게 지시한다. 청년 하나가 달려간다.
청년은 중년인과 함께 있는 통장 앞에 섰다.
“밀실을 찾았어요!”
청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어서 가 봅시다!”
통장은 청년에게 말한다.
“그곳 위치가 어디요!”
중년인은 청년에게 묻는다.
“석상 뒤 왼쪽으로 가면 됩니다! 호대인”
“나도 같이 가보고 싶소이다!”
상도가 가보겠다는 의사를 말한다.
“같이 가 보시지요! 영웅님! 너희들은 여기를 잘 지켜라!”
“예!”
그들은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달려간다.
고주백이 앞에 이르른 그들은 반장 청년을 시켜 문고리를 잡아다니게 한다. 청년은 조금 긴장한 얼굴로 문고리를 잡아다닌다.
“덜컹!”
성벽 쪽에서 소리가 났다.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본다. 성벽 아래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커다란 구멍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앞장서겠소!”
“그렇게 하시지요! 영웅님! 왕을 찾기 위해서는 시녀를 데리고 가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러면 청년들은 어서 시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들어오시오! 내가 먼저 들어가서 찾아보겠소! 대인은 여기서 지휘를 하십시요! 청년 몇사람은 우선 나를 따르시오!”
“예! 몸조심 하십시요! 영웅님!”
중년인은 상도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상도는 앞장서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나에게서 십여보 처져서 따라들 오시오!”
“영웅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상도는 위험이 곳곳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말한다.
동굴 속에서는 냉한 바람이 불어 나오고 있다.
그는 동굴 속을 조심조심 걸어 들어간다. 동굴 속은 물흐르는 소리가 적막을 깨고 있다. 신경을 있는대로 곤두세우고 얼마를 걸어간 그에게 거미줄 굵기 빛살 한 가닥이 그를 반긴다.
그는 아무 장애도 받지 않고 동굴 출구까지 왔다. 거미줄 햇살은 그의 눈을 시게 만든다.
그는 동굴 출구 부근에서 밖의 동정을 살핀다.
‘여기가 어디로 통하는 곳인가?..... 혹시 지난밤에 회색장포를 입은 자들이 가마를 메고 사라진 곳은 아닌지....... 왕을 호위한 자들도 회색 장포를 입었고 강남동을 노략한 것들도 망하게 만든 장본인들도 회색 장포를 입은 자들이었고.......
이굴이 서쪽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회색 장포를 입을수 있게 만드는 곳이 있겠지......
왕이 왕권을 누리기 위해 만든 연무관이 있겠지........
나라에서 가르치는 곳이니까 아주 소질이 있는 자들......
그러니까 열 개를 가르쳐주면 여덟게 이상 암기하는 수재급만 뽑아서 특별히 길들인 자들이겠지......
왕이 시키는대로 옳고 그름을 가릴것 없이 시행하고 보는 자들 제놈들 눈에 밉게 보이면 잡아다가 괴롭히고 감옥에 보내고 하는 것을 가르치고 기르는 곳이겠지.....
백성은 생각지 않고 제놈들의 집단 이익만 추구하는 놈들이 분명하다구.......
백성 위에 군림하고 착취하고 저희들끼리는 잘못이 있어도 눈감아주는 놈들로써 선배님, 후배님 하면서 이끌어주는 놈들로써 회색 장포를 계속 이어나가게 하는 뿌리가 있는게 확실해......
그러니까 회색 장포를 양산하는 그곳을 찾아 없애야 백성이 평안히 잘살수 있겠지.....
내가 시작했으니 악을 뿌리채 뽑아야..... ’
상도는 마음을 굳힌 후 빛이 거미줄처럼 파고 쏘아 오는 곳을 향해 조심조심 다가간다. 그리고 신경을 곤두세워 주위의 환경을 살핀다.
그는 더듬어 보고 만져 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들고 있는 막대기로 빛이 들어오고 있는 곳을 찔러본다.
막대기는 별 힘을 안들이고 푹 들어간다. 그는 막대기를 뽑아본다.
막대기 따라 흙모래가 주르르 소리를 내며 쏟아져내린다.
빛줄기는 아예 없어져 버렸다.
잠시후 빛줄기는 어린아이 팔뚝 크기로 쏟아져 내린다.
그는 다시 막대기로 이곳 저곳을 쑤셔댄다.
흙더미가 무너지는 소리를 낸다. 그는 잽싸게 물러나 관찰한다.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흙을 동굴 안으로 끌어들인다.
흙과 모래는 계속 한동안 무너져 내린다. 그는 흙이 쌓이는 것을 허물어 낸다. 뒤따라 온 청년들도 흙을 계속 끌어내린다.
빛은 동굴 안을 밝혔다.
상도는 천천히 빛을 따라 기어간다.
그는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는 우뚝 서서 사방을 살핀다.
절벽 밑을 헤집고 나온 자신을 발견한다.
‘지금 내가 나온 곳은 동굴 끝이 아닌데......
이 부근을 이잡듯이 하면 그리고 지금 나온굴에 불을 집히면.....
굴 속 어디에 숨어 있다면 기어나오든가 할거야! 청년들 보고 이곳에서 굴에다가 불을 때라고 하면 굴의 출구가 파악이 되겠지.......’
산등성도 산골짝도 솔나무와 낙엽송이 빽빽 들어차 있다.
산야(山野)를 둘러본 그는 별다른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다.
‘이 부근에는 놈들의 소굴도 없는 것 같은데......그렇다면 혹시......’
그는 잠시 생각을 한 후 청년들을 바라본다.
“청년들은 여기서 기다리다가 시녀를 데리고 청년들이 나오면 굴안에다가 솔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때면 좋겠소!”
“예! 영웅님!”
“나는 영웅이 아니오! 내 이름은 상도요!”
“그러시군요! 저는 박구라고 합니다!”
“저는 범석이라고 합니다!”
“반갑소! 수고가 많소!”
상도는 그들의 손을 잡아준다.
그들은 괭이로 땅을 깊게 파서 옹기점보다 더 큰 굴뚝을 만든다. 그리고 나무를 찍어다가 굴 입구에 쌓는다.
시녀를 데리고 십여명의 청년들이 나왔다. 그들도 나무를 찍어 나른다.
“박구씨!”
“예!”
“박구씨는 동굴로 들어가 석상 옆에 있는 굴에서 불을 때고 연기가 나와서 불을 땔 수 없으면 굴의 문을 막으십시오!
여기서 먼져 불을 때면 연기가 올라갈테니 연기를 본후에 불을 때시요! 그리고 연기가 나오는 곳에 신속히 병력을 배치하여 지켜 달란다고 호대인에게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예! 영웅님의 명령대로 달려가겠습니다.”
젊은이는 굴 속으로 들어간다.
“범석씨는 잠시 후 내가 불을 때라고 할 때 불을 짚펴주시오!”
“예! 영웅님!”
상도는 말을 하고는 제일 높다고 생각한 산꼭대기로 달려올라간다.
청년들은 상도가 평지를 달려가듯이 달려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냉큼 못한다.
잠시 후 그는 산꼭대기에 올라섰다. 그는 산아래를 두루 살핀다. 그는 한 곳을 얼마동안 지켜본다.
숲속에서 아지랑이처럼 연기가 모락거려 올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곳을 향해 달려내려간다.
숲속을 조심조심 걸어 들어간 그는 천연동굴을 발견한다.
그는 동굴속을 기웃거려 살핀다. 그리고 동굴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얼마를 걸어 들어간 그는 동굴속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뚜벅뚜벅 걸어들어간다.
그의 눈 앞에는 커다란 호수가 펼쳐진다.
‘아니 이런 곳이..... 산속의 호수인가?.... 별천지이군...... ’
그는 호숫가에 서서 주위를 살핀다.
‘저기 저집에서 연기를 내고 있군.........’
그는 이곳은 고원지대의 반대인 저지대라고 생각한다.
그는 초가집을 향해 걸어간다.
‘저 집은 화전민의 집도 아니고...... 산수를 즐기는 사람들이 사는 집인 것 같기도 하고......’
그는 사립문 앞에 섰다.
“주인장 계시오?”
“주인장 계시오?”
“누구시오?”
두 번째 묻는 말에 중년인의 목소리가 물어나온다. 잠시 후 회색 장포를 입은 사람이 나왔다.
“실례합니다! 나는 사람을 찾으러 왔소!”
“누구를 찾으시는데 그러시오?”
“이나라 폭군을 찾으러 왔소!”
“폭군이 무엇하는 사람이오?”
“이나라 왕을 찾으러 왔다 그말이오!”
“이나라 왕을 찾으려면 대궐로 가야지 잘못 찾아온 것 같소그려!”
중년인은 비웃음이 섞인 소리로 말을 한다.
‘이자가 나를 비웃고 있군! 내가 심통을 건드려보지 않았어도 제입으로 선량한 백성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군......’
“대궐에서 왕이 도망을 칠 수도 있는게 아니겠소?”
“도망친 왕이 이곳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구려!”
“글쎄올시다! 찾아봐야 알 것 아니겠소?”
“딴데 가서 알아보라구!”
“이곳이 폭군의 은신처 같은데! 집안을 구경시켜 주면 아니되겠소?”
“젊은 놈이 말을 함부로 하는군!”
“나만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니 그리아시오! 온백성이 편히 살자고 하는 말이외다.”
“왕을 잡아서 어쩔것인데?”
“폭군 노릇하여 무고한 백성들을 많이 죽였으니 응분의 벌을 받아야 될게 아니겠소?”
“누구 맘대로?”
“백성 맘대로!”
“어린놈아! 보자보자 하니 웃기는구나! 그건 백성 맘대로가 아니라 석상 맘대로다!”
“석상이던 돌부처이던 폭군을 잡아야 벌을 주던 죽이던 하는거니 협조하시오!”
“까불지 마! 이놈아! 이나라는 내가 장악하고 있어 이놈아!”
“당신이 누군데?”
“나, 나 몰라? 이놈아! 사신이야 사신!”
“간사한 귀신이라! 우상숭배하게 하는 귀신이라 그말이군!”
“그래 내가 우상이니라!”
집안에서 회색 장포위에 붉은 가사를 입은 중년인이 나온다.
“이름이 우상?”
“그래 집집마다 대궐에도 있는게 나다! 나에게 사람들이 절을 하는 것 모르냐?”
“그게 좋아서 이름을 우상이라 지었구나?”
“나는 집집마다 대궐에 길거리에 나를 향해 절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
“그래 네 놈도 그게 좋은 거지? 푸닥거리하고 고사지내고 장승 앞에서 떡구경하고 절 받으니 좋겠지!
그래서 이름을 사신(邪神)이라 했겠다!
네놈들이 왕의 혼을 빼서 폭군으로 만들고, 바보로 만들어 왕이 돈이나 긁어 모으고 우상에게 혼빠지게 절이나 하게 만들고, 석상을 만들어 나라 곳곳에 세우고 백성들의 정신을 잡아뽑아 그곳에다 돈 갖다 바치게 만들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다 못해 백성 모두를 돈노예가 되게 만들었구나!”
“가소로운 놈! 우리가 왕을 끼고 있는 몸인데 사신도 우상도 모르는 놈이 어디서 까부냐?”
“네놈들이 왕을 여기서 보호하고 있단 말이냐?”
“그렇다! 이 애송아!”
“왕이 있는 곳에 안내하라!”
“어리석은 놈 사신(邪神)과 우상(偶像) 있는 곳에는 왕이 있는 것도 모르는 놈이 어디서 바보소리하냐?”
“집안에 폭군이 있냐?”
상도는 말을 하며 사립문 집안으로 들어간다.
“가소로운 놈!”
사신은 칼을 빼들고 그의 목을 후려친다.
그순간 상도는 옆전 두 개를 날린다.
“악!”
옆전은 번개되어 사신의 칼 든 손목에 박혔다.
그리고 옆전 한 개는 사신의 무릎 종발뼈에 깊숙히 박혔다.
사신은 엉거주춤한채 얼굴을 찡그려 고통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배우고 있다.
“남을 고통속에 몰아넣었었으니 이제는 그맛이 어떤 것인지 견뎌봐라! 이 사신 놈아!”
우상은 사신이 졸지에 애송이에게 당하는 것을 보자 꿈속을 헤매인다.
‘사신이 이제껏 적수가 없었는데..... 사신놈의 무술도 별개 아니군.....
가만 나도 저놈이 무엇을 어찌 했는지 보지를 못했는데...... 저놈이 술수를 부린게 아닌가.......’
“이놈 금지에 발을 들여 놨으니 죽어야 나가는 곳인줄 알렸다.”
“네놈은 아주 여기서 살고 있으니 네말대로 뒈져야 되겠구나!”
“저런 쇠물에 담궈 종을 만들놈 같으니라구!”
“네 놈은 이름 그대로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뒈질때까지 목탁이나치지 권세에 맛들려 왕을 끼고 백성을 호령하냐?”
“저런...죽이 ㄹ....”
“네이름 그대로 우상을 만들어 주마!”
상도는 말을 하며 우상이 서 있는 방문으로 아주 신속하게 달려든다. 우상은 상도가 육탄으로 돌진하자 같이 죽자는 것으로 판단한다.
“어!....”
우상은 헛바람소리를 내며 칼로 왼쪽아래로 대각선을 번개가 무색하게 그렸다. 그리고 몸을 왼쪽으로 비튼다.
그순간 우상은 양쪽 무릎에 불이 붙었다.
“아악!”
그의 양쪽 무릎 종발뼈는 옆전이 깊숙히 박혔다.
“네놈도 우상인줄 알았더니 부서지는 소리내는 물건이구나!”
그는 말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웬....노.....?”
내시 소리가 그의 귀를 역겹게 한다.
내시의 목소리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는 소리다.
“왕은 어디 있냐?”
“으........”
내시는 윗목에서 기어들어가는 앓는소리를 겨우 낸다.
상도는 방안을 휘둘러본다. 방윗목에 돼지막처럼 만들어 놓았다.
상당히 큰 돼지막으로 그속에는 침상을 만들어 놓고 의자도 만들어 놓았다. 금물로 룡이 그려진 붉은장포를 입은 자가 의자에 아랫목을 향해 앉았다. 턱에는 까만 수염이 염소 수염처럼 붙어있다.
“저게 왕이라는 자냐?”
“예!”
“거짓말일 때는 너는 살아남지 못하리라!”
“예.......”
내시는 옷이 떨리게 떨덜거리고 있다.
“열어라!”
내시는 덜덜거리는 손으로 통나무문을 덜컹소리를 내며 열어 놓는다.
왕은 돼지눈을 뜨고서 겁먹는 눈으로 상도를 주시한다.
“네가 왕이냐?”
“예!”
왕은 얼굴이 파래져 있다.
“나오너라!”
“어디로 가는데요?”
“나와!”
왕은 힘실린 소리에 정신 빠진 걸음으로 돼지막 속을 나온다.
“왜 왕은 돼지막처럼 하고 있었냐?”
“보호하기 좋다고 사신님과 우상님이 그렇게 만들어놨어요!”
내시는 서둘러 대답을 한다. 내시는 우상과 사신이 창백한 얼굴로 땅바닥에 주져앉아 있는 것을 본다. 그순간 그의 몸뚱이는 졸지에 닭살로 변해버린다. 그의 다리는 닭살에 매달려 덜덜거린다.
“네놈들은 여기서 마르고 닳도록 살아라!”
상도는 사신과 우상에게 말을 하며 사립문을 나선다.
“내시 너는 앞장서서 걸어라!”
“어디로 가는데요?”
“굴앞으로 가자!”
“예!”
“딴전을 피우면 죽을 줄 알라!”
“예!”
내시는 덜덜거리며 앞장서서 걷는다. 왕은 허둥거리며 땀을 벅벅 흘리며 내시를 따라간다. 왕이 입은 커다란 뱀이 노랗게 그려진 붉은 장포는 가시덩쿨에 이리 찢기고 저리찢어져 버리느라 찌익.... 찌익.... 소리를 질러댄다.
상도는 왕을 지켜 따라가면서 생각을 한다.
‘인간사 지나고 보면 별게 아니라는 말이 입증이 되는 것 같군.....
왕이라는 너도 밥을 먹어야 살고.......
왕이라는 너도 똥을 싸고 오줌을 싸야 사는 주제인 것을.......
뭐나 되는 것 마냥 의시대고 호령하고.......
사람의 목숨을 제 목숨이 아니라고 기분따라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한다마는......
너도 네 목숨이 간당거리니 허둥대고 겁을 먹고 하는구나........
더러운놈...... 비겁한놈......
룡상에서 호령할 때는 당당한 것 같이 보이고.....
위협을 당할 때는 비겁하고 측은감을 우러나게 하고.......
이런 놈을 왕이라고 떠받드는 한심한 것들.......
이런 것들이 인간이 사는 날까지는 계속 이어지겠지.....
이런 폭군을 세워 놓고는 압박과 설움을 당하고 그리고 빌붙어서 권세를 누리고, 왕을 세운놈이 왕놈에게 죽임을 당하고, 당하고도 또 왕을 세우고......또 당하고 울고불고.....
압박과 설움을 당하지 않으면 못사는게 사람인지.....
원통하게 피를 흘리고 빨리고 자식을 빼앗기고 해야만 사는 재미 죽는 재미를 만끽하는게 사람인지....
나도 이런 어리석은 일에 끼어들다니......
이유야 불상닮은 인생이 불쌍하니까 그렇다고......
어리석은게 인생이야..... ’
나무가지 밑으로 기어서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그들의 모습은 꼴이 말이 아니다.
왕의 왕관은 벗어지길 자주하여 왕은 왼손으로 왕관을 들고 오른손으로 나뭇가지와 넝쿨을 들고 헤치며 길을 만들어 걸어간다.
그의 얼굴은 이리 긁히고 저리 긁혔다.
왕도 별게 아니라고 뜨거운 피가 있다고 긁힌 곳에서 피가 꾸역거려 끈적대고 있다.
“이 한심한 왕놈아! 너는 본래 왕씨냐?”
상도는 은근히 화가 치밀어 왕을 불러 묻는다.
“아, 예!”
왕은 고개를 돌려 상도를 바라본다.
그의 긁힌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네놈은 이마가 바늘로 마구 찔러대도 피 한방울 안날 놈 같은데 우째 피가 흐르는게냐?”
“아, 예!”
“네놈은 원래가 왕이 되기로 작정된 씨냐?”
“아, 예!”
“야, 이놈아! 너는 사람잡는 귀신이냐?”
“아, 예!”
“야, 이놈아! 네놈은 너 혼자만 왕 노릇하기로 정해진 놈이냐?”
“아, 예!”
“야, 이놈아! 너는 네 신하가 백성의 고혈을 빠는지 나라의 돈을 모두 망치는 것도 몰라 이놈아! 그러면서 무슨 왕이냐?”
“예!”
“어서 빨리 걸어가 이놈아!”
“예!”
“대머리는 공짜를 너무 좋아해서 생겨진거냐? 아니면 뇌물을 너무 많이 긁어 처먹기 위해 만든거냐?”
“예!”
“귀는 왜 그렇게 생겼냐? 이놈아!”
“예!”
“석상에 붙어있는 것 같이 생겨서 석상만 위하냐? 이놈아!”
“예!”
“엽전에다 석상은 왜 만들어 넣었냐?”
“예? 예!”
“왕이란 놈이 백성을 위해야지 석상만을 위하면 되겠냐?”
“예!”
“이 한심한 왕놈아! 왕이 뇌물을 잘처먹으면 관리도 너 따라 뇌물만 처먹는다는 것을 몰라 이놈아!”
“예!”
“그러니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는 것을 몰라 이놈아!”
“예!”
왕의 대머리에서는 긁힐 때마다 피가 나온다.
“저기에....오신다!”
“어디?”
“저기 빨간 옷을 입은 사람도 오는데.....”
“빨간 옷을 입은 사람도 있네.....”
“너는 왕을 알겠지?”
“예!”
“저기 오는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을 잘보라구!”
“예!”
시녀는 반장의 명령에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을 바라본다.
그들이 가시거리에 들어오자 시녀는 왕이라고 말한다.
“쥐새끼 왕이라...”
“영웅님이 왕을 잡아오시는구먼!”
“폭군을 잡아오시네!”
“영웅님 어서오십시오!”
“영웅님!”
“영웅님 만세!”
“영웅님 만세!”
상도는 얼굴을 붉히며 오른손을 들어 답한다.
왕과 내시는 숨을 헐떡거리며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그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내시와 시녀는 눈인사를 한다. 시녀는 왕을 향해 머리를 조아린다.
“이 굴 말고 딴곳으로 대궐로 가는 길은 없나?”
상도는 내시를 향해 묻는다.
“남쪽으로 빙둘러가면 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나?”
“한나절은 걸어가야 ....”
“그러면 굴로 가자! 왕과 내시는 내손을 잡고 걷는다.”
“예!”
청년들은 일제히 대답하고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뉘어 상도를 호위하고 굴속으로 신속하게 들어간다.
“어서오십시요! 영웅님!”
“수고하셨습니다! 영웅님!”
통장과 청년들은 상도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다.
“수고들 하시오!”
상도는 청년들에게 치하를 한다.
청년 한명은 통장의 지시따라 호대인에게 연락을 하러 달려간다.
청년들은 상도를 호위하고 대궐쪽으로 걸어간다.
상도는 동산 주위를 살펴본다.
석상은 상체가 땅에 떨어져 있다. 석상머리에는 굵은 밧줄이 매여있고 허리는 잘라져서 땅에 붙어있다.
‘석상의 머리에 밧줄을 매여 잡아당겼구먼.....’
우상의 폐해가 심했으니 백성들이 석상 부수는데 열성이구먼......
언제는 석상에게 복을 달라고 빌었던 사람들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원수 취급을 하는구만.......
왕이 세금을 거두어다가 한다는 짓이 우상이나 만드는데 국고를 탕진을 했으니.......
우상이 벌준다고 백성을 위협하며 엽전을 긁어모았으니....
정치 아닌 바보짓을 해댔으니......
돌멩이를 여러개 다듬어서 쌓아놓은 우상이 무슨 힘이 있다고.....
그걸 믿고 정치를 하다니......’
“야, 이 왕놈아!”
“예!”
“룡이 무엇인데 룡그린 옷만 입으면 왕이냐?”
“예!”
“빨강물 들인 옷만 입으면 왕이냐?”
“예!”
“아주 피를 발라서 입지 이자식아!”
“예!”
“룡을 그린게 무슨 힘이 있다고 그것만 입으면 사갈이가 되는거냐?”
“예!”
“그러니 대가리에 머리가 하나도 없지.....”
“예!”
“그러니 귀만 크게 생긴거야!”
“예!”
“귀가 작더라도 말을 제대로 들을 줄을 알아야지!”
“예!”
“말도 제대로 못하는게...”
“예!”
“너 같은게 정치를 하니 나라가 뒤죽박죽이 되는거야!”
“예!”
“우상만 끼고 있으면 정치가 되냐?”
“예!”
“사람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하기만 하면 정치하는거냐?”
“예!”
“야 이놈아! 백성에게는 으시대고 우상한테는 대가리 조아리면 정치가 잘되는거냐?”
“예!”
“야 이자식아! 백성들에게 우상을 열심히 섬기라고 우상이 벌준다고 겁주고 떠벌거리면 나라가 잘되는거냐?”
“예!”
“미신을 타파하는 것두 모르는게 무슨 왕노릇을 하냐?”
“예!”
“너희들 같은 걸 왕으로 세워놓은 것들이 한심하다 야!”
“예!”
“간신배가 날뛰는 것도 모르는게 무슨 정치를 하냐?”
“예!”
“백성들의 신음소리도 못듣는게 무슨 왕이야 이자식아!”
“예!”
왕은 상도에게 잡힐 때부터 바보가 되어 예! 예! 만 한다.
“영웅님 오십니까?”
중년인인 호대인이 청년들과 함께 달려온다.
상도는 조금 쑥스런 표정을 짓는다.
‘아니 내가 무슨 영웅이라고 소리를 높여 부르나.....’
“호대인 반갑소!”
“영웅님! 고생이 많으셨지요?”
“호대인이 수고하셨지요. 나야 뭐.....”
호대인은 감정을 억제 못해 달려와 상도를 와락 끌어안는다. 그리고 등을 다독거린다.
“참 수고하셨습니다!”
“호대인이 노심초사하신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나라를 도탄에서 건져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백성들이 용기있게 일어나서 얻은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호대인! 이제 그만 가시지요!”
“예!”
그들은 대궐문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왕을 대궐문 앞 땅바닥에 무릎을 꿇려 앉혔다.
백성들은 왕을 증오하는 눈총을 쏘아 대기 시작한다.
호대인은 대궐문 문턱 위에 올라섰다. 그는 백성들을 향해 호흡을 가다듬는다.
“여러분! 여기에 왕을 잡아다 놨습니다! 왕을 어떻게 처벌을 하는게 좋겠습니까?”
“왕을 나무에 매달아 죽입시다요!”
“폭군은 사형에 처합시다!”
“폭군을 조각배에 태워서 멀리 보내 버리십시다!”
“폭군은 바다에다 던져버립시다!”
“사람없는 섬으로 보내버립시다!”
“우리가 돌로 쳐서 죽입시다!”
“화형을 시킵시다!”
백성들은 왕을 죽이자고 외쳐댄다.
“그러면 여러분의 뜻에 따라 폭군을 추방하겠습니다!”
“호대인의 뜻대로 하십시요!”
백성들은 왕의 처리를 호대인에게 일임한다.
“그러면 왕은 여러분의 뜻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먼저 우리를 위해서 일할 사람을 뽑아야 되겠습니다!”
“호대인이 하십시요!”
“그러면 내가 제안을 하겠습니다. 동네에서 동장의 일을 보시는 분은 앞으로 나오십시요!”
동장들이 걸어나온다.
“동장들이 나라 일을 합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호대인은 백성들에게 나랏일을 설명해 준다.
“호대인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백성들은 호대인의 말에 지지를 표명한다.
동장은 130명이 나왔다.
“여러 동장님들이 나라일을 처리할 권세를 백성들로부터 위임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우리 가운데서 나랏일을 책임지고 이끌어 갈 사람을 뽑으십시다. 여러분은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을 추천하십시요!
그런 다음 여러분의 지지를 제일 많이 받으시는 분이 우리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하도록 맡기십시다. 아니면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백성들의 지지를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을 우리의 대표로 뽑아 나랏일을 맡기십시다.”
“좋소!”
“호대인의 말에 찬성합니다!”
“호대인의 말에 동의합니다!”
“호대인 말대로 합시다!”
백성들은 호대인의 말을 듣고는 일제히 호응한다.
“그러면 우리의 대표 이름을 만들었으면 좋겠소?”
복전동장이 호대인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거 좋은 말이오!”
“나는 북주 동장입니다! 대표 이름을 왕이라고 했으면 좋겠소!”
“나는 무주 동장이외다! 대표 이름을 민장이라고 하면 좋겠소!”
“나는 청주 동장이외다! 민선장 이라면 좋겠소!”
“나는 대주 동장입니다! 민왕이라면 좋겠소!”
“나는 전주 동장이오! 민초라고 하는게 좋겠소!”
동장들의 의견은 가지각색이다.
동장들은 계속 자기 의견을 털어놓는다.
“내가 한가지 제안을 급하게 하겠오!”
동장들과 백성들은 모두 귀를 쫑긋하고 호대인을 바라본다.
“동장님들이 대표의 이름을 짓는데 있어 머리 글자는 민자를 제일 많이 사용하고 있소! 그러니 우선 앞의 글자는 민자로 짓는게 어떻겠소?”
“좋소!”
“좋소!”
백성들과 동장들은 호대인의 제안에 일제히 찬성한다.
“그러면 민자 다음에 무슨 글자를 붙이면 좋을 것인지 말씀을 하여주십시오!”
호대인은 말을 하며 상도를 바라보고 동장들을 바라본다.
“나는 성자를 붙였으면 좋겠소!”
“나는 주자를 붙였으면 좋겠소!”
“장자를 붙였으면 좋겠소!”
“나도 장자를 붙이는게 좋을상 싶소!”
“백성의 어른이 되는 것이니 어른 ‘장’ 자를 붙여 민장이라고 하는게 무난할 것 같소!”
“그러면 민장으로 하는게 좋겠소!”
“장자로 하자는 의견이 제일 많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소?”
“호대인의 말씀대로 민장으로 정하십시다!”
“찬성합니다!”
“호대인의 말씀에 따르겠소!”
동장들은 호대인의 말에 찬성한다.
“그러면 우리 백성의 대표로 뽑힐 사람의 직함은 민장으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면 민장의 적임자를 추천하십시다!”
“나는 남남주 동장이오! 민장의 임기는 어떻게 하는게 좋겠소?”
“옳은 말이오! 민장의 임기는 1년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북북구의 동장입니다! 임기를 정할게 아니라 정치를 잘하면 계속 민장으로 세우고 정치를 잘못하면 그때는 우리 백성들이 민장을 다시 뽑읍시다!”
“민장의 임기를 4년으로 하십시다!”
“임기를 정해 두는 것보다 정치를 잘못하면 민장을 다시 뽑는게 순리일 것 같습니다!”
“저는 대구동 동장 입니다! 제 생각에는 최소한의 임기는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 하면, 그럴리야 없겠지만 민장으로 뽑힌 후 일년도 안돼서 정치를 잘못한다고 트집을 잡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겁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일년 이상은 민장 임기가 보장이 되어야 민장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경산동장입니다! 대구동장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나도 그래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대구동장의 의견을 지지합니다!”
호대인은 동장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동장들에게 질문을 한다.
“여러분 그러면 민장의 임기를 최소한 몇 년으로 정하는게 좋겠습니까? 의견들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구동장입니다! 삼년은 보장돼야 합니다!”
“이년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오년은 해야 된다고 봅니다!”
“일년만 보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칠년은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상동장이요! 내 생각에는 사년이면 될성싶소!”
호대인은 사방에서 중구난방이 되어 시끌벅적해지자 크게 소리쳐 결론을 도출하는 말을 한다.
“여러분! 조용히들 하시고 내 말을 들어보시오! 지금 동장님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니 일년에서부터 칠년까지 하자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조금씩 양보하여 중간이 되는 사년으로 민장의 임기를 정하는게 어떻겠소!”
“좋습니다!”
“호대인의 의견에 따르겠소!”
“다시 묻겠습니다! 민장의 최소한의 임기를 사년으로 보장합니까?”
“예!”
“그러면 민장의 임기는 사년으로 결정했소!”
호대인은 곁에 있는 청년에게 결정된 사항을 기록하라고 명한다.
그리고 상도에게 의견을 구한다.
“영웅님! 밖에 있는 군 수뇌부를 참석시켜야 될 것 같은데 영웅님의 뜻은 어떠신시요?”
“호대인의 의견에 동감이오! 장수들이 참석해야 백성들의 뜻을 알고 백성을 위해 또 백성들이 뽑는 민장에게 승복하고 복종을 하겠지요!”
“제가 일방적으로 영웅님을 제처두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호대인의 나라를 호대인이 앞장서서 일해야지 누가 하겠습니까? 나는 외인입니다!”
“그러면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호대인은 동장을 두사람 불러 성문 밖에 있는 장수들을 불러오라 명한다.
“동장 여러분 우리들의 회의에 군사들을 참석시키는게 좋을 것 같소이다. 그래야 우리들의 뜻을 알고 백성들을 위하는 군사가 될 것 같습니다!”
“호대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따르겠습니다만 차제에 장수들은 우리 백성 가운데서 새로 뽑아야 우리 백성을 위하는 군사들이 될 것 같습니다.”
“마산 동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왕을 위해 백성을 괴롭히던 자들은 군부에서 축출하는게 순리이지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장수들은 한쪽에서 우리 백성들이 무엇을 하고 있나를 구경하도록 하겠으며 민장으로 선출 되신 분이 군부를 개편하시도록 하십시다!”
“호대인의 말씀에 찬동합니다!”
“호대인을 지지합니다!”
“어서 민장을 선출하도록 하십시다!”
“그러면 민장 후보를 추천하시기 바랍니다!”
“민장 후보로 추천 받을 사람도 자격이 갖추어진 사람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어떤 자격이 갖추어져야 추대를 받을 수 있는지 말씀들 해주시지요!”
“제 생각에는 관직에 있던 자는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나이는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너무 젊어도 너무 늙어도 나라를 위해 일하기는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삼십살 이상은 되고 육십살 이하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상주동장의 말씀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분 또 말씀해 주시지요!”
“일이란 젊어야 패기가 있게 처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사십대가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김천동장입니다! 남자의 나이는 사십정도가 되면 인간사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늙지도 젊지도 않은 사십살이 적당하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나랏일은 경륜이 있어야 하니 적어도 나이가 육십살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장수들이 갑옷을 입은채 회의장 옆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장수들은 동장들의 회의하는 것을 구경하시라고 청했소이다! 그러니 나랏일을 토의 하는 것을 지켜보시고 백성들을 위하는 군사가 되어 주길 바라겠소이다!”
“예!”
군사들은 호대인의 말에 일제히 대답한다.
“지금까지는 왕의 편에서 백성들을 압박하는 군사이었으나 이제부터는 백성을 위하는 군사가 되어야 할 것이요! 군사들이 누굽니까?
백성들과 형제가 아닙니까? 그런데도 지금까지는 왕의 명령에 따라 왕권을 위해서 백성을 괴롭힌게 사실입니다! 이제부터는 어느 사람이 나라를 위해 일을 한다 해도 그 사람을 위해서 군사 노릇은 하지마시요! 어떤 명령이라도 백성을 위하는 일이면 하고 어느 개인을 위하고 그 결과 백성이 고통 받는 일이라면 하지 마시오! 아시겠소?”
“예!”
“우리 백성의 대표들인 동장님들이 군사들의 간부가 되는 장수들을 초대한 것은 군사는 항상 백성편이라야 한다 그말이요!”
“명심하겠습니다!”
장수들은 하나 같이 대답한다.
“이제부터는 군역을 함에 있어 백성의 대표가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의 자식도 군역에서 빠져서는 안되고 동장의 자식도 군역에서 빠져서는 안되며 군 간부의 자식이나 대장의 자식도 군역에서 빠져서는 안되고 어느 고관 대작도 군역에서 빠질 수는 없는 것이요! 불구자의 자식도 일단 군역에 참여시켜야 하며 어느 백성도 군역을 하지 않는 자는 우리나라에서 살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민족 반역의 율로 다스려야 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동장님들은 군역을 필한 자식이 있던지 없던지를 떠나서 우리 군사들의 사기를 위해서 또한 백성들의 군사로 만들기 위해서 모두 군역에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혼란이 안됩니다!”
“호대인의 말씀에 적극 찬동하는 바입니다!”
“호대인의 말씀을 적극 지지합니다!”
“옳습니다!”
“호대인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면 다시 말하겠소! 이땅의 백성된 자는 남자든지 여자든지 모두 군역을 필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찬동하십니까?”
“찬성합니다!”
“그러면 백성은 군역을 필해야 된다는 안건이 가결됐소!”
“아까 말한 민장의 자격을 다시 의논하십시다! 지금까지의 의견들을 볼 때 30세에서 60세까지를 말씀들 하셨는데 내 생각은 여러분의 의견대로 삽십세 이상이면 민장에 뽑힐 자격이 있다고 하면 좋을 것 같소!”
“그렇게 하기로 하십시다!”
“호대인의 말씀에 찬성하는 바이오!”
“그러면 민장의 피선거 자격은 삽십세 이상으로 하시겠소?”
“예!”
“민장 자격은 결정되었소! 그러면 민장이 될 사람을 추대하여 선출 하십시다!”
“나는 진주동장이요! 호세아 대인을 민장으로 추대합니다! 호세아 대인으로 말한다면 폭군을 쫓아내는 일에 앞장을 섰고 우리 백성들을 폭군의 학정에서 백성을 구출해 주셨소! 백성의 앞에서 죽음을 무릅쓴 투쟁을 하시었소! 그리고 우리 백성을 선도할 분으로 인정되기 때문이요!”
“나는 왜관동장이요! 나도 오늘 우리 백성의 앞장으로 투쟁하신 호대인을 우리의 민장으로 추대합니다!”
“우리 모두 호대인의 능력을 이 자리에서 보았소! 그러니 우리 나라를 맡길수 있는 분이라 믿어 민장을 할 분은 호대인이라 봅니다! 우리 만장일치로 호대인을 우리의 민장으로 추대합시다!”
“호대인을 우리의 민장으로 모십시다!”
젊은이들이 큰소리로 호응한다.
“박수로 호대인을 모십시다!”
“짝짝짝짝짝짝!”
군중들은 환호하는 박수를 친다.
호대인은 군중들의 지지를 받으며 할 말을 잊고 서 있기만 한다.
호대인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호대인이 서 있는 자리로 뛰어올라 간다.
“나는 대구동 동장이요! 잠깐 내말을 들어보시오! 조용히들 하시오!”
대구동장은 크게 소리친다.
그러나 그의 소리는 박수소리에 환성에 뭍혀버리고 만다.
그는 두리번거리다 다시 뛰어내려간다.
그는 군사가 들고 있는 나팔을 빼앗듯이 낚아채 가지고 호대인 옆에 섰다. 그리고 나팔을 분다.
“삐이삐이!”
나팔소리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점점 퍼져 나가자 사람들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여러분! 조용하시오! 우리가 떠들기만 한다고 민장이 선출되는게 아니오! 내 말을 들어보시오!”
“나는 대구동장이요! 호대인이 당신의 일이라 사회를 못하는 것 같으니 내가 대신 사회를 보겠소!”
“그렇게 하시오!”
“어서 말하시오!”
“호대인 호세아 대인을 우리의 민장으로 뽑는걸 찬동하는 분은 오른손을 모두 들어보시오!”
동장들은 모두 손을 들었다.
“우리 모두 우리들이 손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십시다!”
동장들은 서로 서로 동료들을 보고 회의장 주위를 살펴본다.
“우리 동장들은 호세아 대인을 우리들의 민장으로 선출하였소! 만장일치로 뽑았으니 그의 명령에 복종해야 할 것이오! 군사들은 민장님을 왕처럼 받들어 모셔야 할 것이오!”
“호선비 만세!”
“호대인 만세!”
대궐안은 함성으로 들끓는다.
호대인은 청년들에게 지시한다.
민장의 명령을 받은 청년들은 왕을 데리고 대궐문을 나간다.
“조용히들 하시오!”
“삐삐익 삑삑!”
피리같은 나팔소리에 사람들은 잠잠해졌다.
“이제 우리들은 호세아 민장님께 충성할 것을 서약해야 되겠소! 그러면 우리 동장들이 먼저 민장님께 충성 다짐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동장님들은 모두 오른손을 들고 민장님을 향해 충성하고 크게 소리치시요! 내가 선창할테니 따라하시겠소?”
“예!”
동장들은 일제히 대답한다.
“오른 손을 드시오!”
“우리 동장들은 민장님께 충성할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 동장들은 민장님께 충성할 것을 다짐합니다!”
“다음은 군사들의 충성을 받겠소! 군사들도 나의 말에 따르겠소?”
“예!”
군대의 간부들도 일제히 대답한다.
“그러면 장수들도 따라 하시오!”
“충성!”
장수들은 우렁차게 충성할 것을 다짐한다.
“이제는 우리의 민장님께서 인사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임시로 사회를 보던 동장은 뒤로 물러난다.
“우리 백성들은 용기 있는 백성들입니다! 우리 백성들은 일치단결하여 나라가 부강하도록 매진을 하십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신 우상 숭배하는 짓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 나라 이전의 나라들도 우상 숭배 귀신놀이를 열심히 한 결과 나라가 망했습니다! 이웃 나라들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이 먹고 살 것이 없는데도 사신 우상 앞에다 차려놓고 내버리고 쓸데없는 금기가 많아서 사람이 활동하는데도 무당을 찾아서 물어보고 하느라 돈을 낭비하고.....
왕은 백성을 잡귀에게 우상에게 얽매이게 만들어서 백성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백성을 바보되게 만드는 빌미가 된게 사신과 우상 숭배이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배격해야 백성이 분열을 않고 단결을 할 수 있습니다! 살펴보십시다! 우리 백성이 사신에게 시달린게 얼마나 많습니까? 이사를 가려 해도 손없는 날을 가려서 가야 하고 해를 안받는 방향으로 가야 산다는 말에 겁을 먹어 쓸데없이 전전긍긍하고 그리고 부모 형제 가운데 누가 우리 집에 와서 어린 아이가 병이 났다.... 누구 혼례식에 참석을 해서 병이 났고 그래서 죽었다....
초상집에 문상을 해서 해를 받아 병 얻어 죽었다...... 집안에 변소를 만들 곳에 못만들어 집안 식구가 죽었다...... 옷걸이를 만들어서 손해를 보고 병이 났다...... 떡을 해서 변소에도 우물에도 헛간에도 나무 밑에도 갖다놓고 절하고 버리는 딱한 짓을 하니 없어서 못먹는 사람은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욕을 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거지요!
너희 집에 가서 재수 없었다는 말을 하고...... 병이 났다는 말을 듣고 하면 어찌 불화가 아니 되겠습니까?
꼭 문상을 가야 하는데, 꼭 병문안을 가야 하는데, 무당이 가지 말라고 해서 안갔다...... 점을 쳐보고 잡서를 보니까 너한테 가면 안된다 하면 어찌 되겠소?
이게 다 형제와 동포끼리 불화하게 만드는 짓이라 그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단결하기 위해서는 귀신 섬기고 우상 섬기는 짓을 하지 말자고 부탁하는 말이니 동장들은 앞장서서 미신 타파를 선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폭군이 어땠습니까?
우상의 집에 종을 만들기 위해 어린아이를 쇠물에 넣어서 종을 만든 악행을 하고, 우상을 세우기 위해 백성들에게 자금을 얼마나 거둬다가 내버렸소? 그리고 우상의 집에서 전각지기 하는 자들은 일도 안하고 먹기만 하면서 ‘세상에서 사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니 재산이 있는 것을 모두 우상에게 갔다 바쳐라!’ 하여 백성을 미혹하여 열심히 살아가는 양민을 살재미를 잃게 만드는 해악을 끼친게 좀 많습니까? 장가도 가지 말라, 시집도 가지 말라 하면서...... 사람의 씨를 망치러 들면서..... 돈만 갈취하는 악질들이오! 우상에게 절하고 복달라고 찾아온 부녀자를 간음하여 가정을 파탄시키는 무뢰배들이오!
어질었던 왕을 사신 우상 숭배자들이 꼬드겨서 폭군 만들고 나라를 망치게 만든 자들이 우상 숭배자들이오!
그러니 나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사신 우상 숭배를 못하게 막을 것이오! 그러니 동장들은 앞장서서 일해 주기 바랍니다!
내가 민장 노릇하는 제일 목표가 사신 우상을 우리나라에서 몰아내는 것이오! 여기 계신 동장님들이 저를 민장으로 뽑아 주셨으니 저의 제안을 적극 밀어주셔야 나라를 반석위에 튼튼히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 백성 모두가 미신 타파를 금하고 사신 우상 숭배를 금하는 법을 제정해 주셔야 국론을 하나로 묶어서 백성이 태평성대를 누리는 정치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민장에 취임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민장을 사퇴하겠습니다!”
동장들과 백성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조용히 듣기만 한다.
민장의 자리를 내놓겠다는 말에 동장들과 백성들은 할말을 잊어버렸다.
그때다.
김천동장과 대구동장이 소리친다.
“민장 사퇴는 안됩니다!”
“미신 타타하는 법을 만듭시다!”
“호대인이 그러시면 안됩니다!”
왜관동장은 울먹이며 말한다.
“호대인은 우리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호대인이 하자는대로 하겠으니 우리를 버린다는 말은 취소하십시오!”
“우리를 내동댕이치지 마시오!”
동장들과 백성들은 울먹거리며 허리를 굽히고 사정을 한다.
“민장님의 말씀에 적극 찬성하여 법을 만드십시다!”
대구동장은 크게 외친다.
“그럽시다!”
동장들은 모두 호응한다.
“잠시 기다리시요!”
대구동장은 동장들에게 말을 하고는 호대인과 상의를 한다.
“대구 동장은 내가 일러주는대로 말을 하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민장어른!”
대구동장은 다시 발언대 위에 섰다.
“그러면 대구동장인 내가 다시 임시로 사회를 보겠소! 미신이나 우상을 섬기지 말라! 사신 우상 숭배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 엄벌은 처음으로 사신 우상숭배 자는 물볼기 열대를 칠 것이며 두 번째 사신 우상 숭배자는 물볼기 스무대를 칠 것이며 세 번째 범하는 자는 물볼기 사십대를 치고 노역을 한 달 동안 할 것이며 네 번째 범하는 자는 나라에서 추방하기로 하십시다. 사신 우상 숭배는 점치는 짓, 점보는 짓, 굿거리 하는 짓, 산 바다 나무 등에다 제사 지내고 형상을 만들어 놓고 거기다가 절하는 짓을 하는 자를 말합니다!”
“찬동합니다!”
“찬동합니다!”
동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한다.
“사신 우상 숭배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은 손을 들으시요!”
대구동장은 다시 외친다.
“예!”
동장들은 대답 소리와 함께 오른손을 모두 들었다.
“좌우를 서로 살피시오!”
사회자의 지시따라 동장들은 손을 들고 서로 서로를 확인한다.
“사신 우상 방지법을 만장일치로 만들었소!”
동장들과 백성들은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아까 우리 동장님들이 만든 군역법을 어기는 자는 어떻게 엄벌을 한다는 것을 만들지 않았소! 그러니 군역법을 어기고 병정에 자식을 내보내지 않는 자는 물볼기 사십대를 칠 것이며 아비나 자식은 나라의 관직에 절대 오르지 못한다고 하십시다. 그리고 자식이 도망가서 군역을 안하면 아비나 에미가 그 형제가 대신 군역을 하고 도망자는 나라에서 영구히 추방시킨다고 하십시다! 민장의 자식도 동장의 자식도 군역을 안하면 엄벌을 당하는 것이요! 처녀 여자는 여자끼리 군역을 하게 하는 것이오!”
“좋소!”
“찬동이요!”
“그런 쥐새끼들은 엄벌해야 하오!”
“나라를 지키는 일을 안하는 자는 이 땅에 발을 붙일 수 없게 해야하오! 좋소!”
“호세아 민장의 뜻에 찬동하오!”
“나라를 지켜야 백성된 우리가 편히 살 수 있는 것이요!”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옳소!”
“옳소!”
청년들은 박수를 친다.
동장들과 장수들은 민장의 자식도 수자리를 해야 한다는 말에 민장도 볼기를 맞아야 한다는 말에 소리쳐 한마디씩 호응을 한다.
“군역법과 벌칙을 찬동하는 분은 손을 드시오!”
“예!”
“찬동합니다!”
동장들은 모두 손을 들었다. 청년들과 장수들도 덩달아 소리치며 두손을 불끈 든다. 광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기분이 얼씨구가 되어 두손을 번쩍 높이 든다.
“군역법은 가결 되었습니다!”
“아까 말한 뇌물방지법과 착취방지법을 만듭시다!”
“만듭시다!”
“그럽시다!”
동장들은 점점 고무되어 호응한다.
“뇌물을 먹는 사람과 권세를 악용하여 금품을 착취하는 사람은 민장이던 관리던 엄벌에 처한다. 엄벌 내용은 관리와 동장 그리고 민장이 뇌물을 받으면 재화를 받으면 향응을 받으면 파면될 것이며 물볼기 사십대에 처할 것이며 재산은 모두 몰수할 것이다. 재범했을 경우는 나라에서 못살게 추방할 것이다! 추방 장소는 이웃 나라가 아니라 먼바다에 무인도에 내버린다는 것이요!”
“좋소!”
“그렇게 합시다!”
“호대인다운 법이요!”
“백성이 안심하고 살게 생겼소!”
광장안의 모든 사람들은 얼굴이 아주 밝아졌다.
광장안의 모든 사람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뇌물방지법과 착취금지법에 찬동하면 손을 드시오!”
동장들과 방청하는 백성들은 모두 두손을 든다.
“결의 되었소!”
“짝짝짝짝짝짝짝!”
대궐 안과 밖의 사람들은 손이 찢어져라 박수를 쳐댄다.
“이게 신명나는 정치구나! 신명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도 많고 왕도 많은데..... 술이나 마시고 꽹과리나 치며 춤이나 추는게 신명인줄 아는데 그게 무식해서 뭘 모르는 소치이지.....이런 정치가 백성들이 신명나게 하는 정치라구......그동안 우리나라는 폭군들에게 너무나 짓밟혀서 신명이 없어져 왔지......”
상도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힘이 있어야 되고, 아는게 있어야 되고, 따라주어야 되는거지.......
힘없이는 아무 것도 염원을 이룰 수가 없지......
호세아 대인은 통솔력이 있구만...... 정치는 백성이 따라주어야 할 수 있지......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혼자는.......”
“그러면 민장님이 계실곳은 어디로 하는게 좋겠소?”
대구동장은 동장들에게 다시 묻는다.
“그것은 염려마시오! 내가 기거하는 집에 있으면 됩니다!”
호대인은 동장들에게 말한다.
“대궐에 있으시면 아니되겠습니까?”
마산동장이 질문을 한다.
“폭군이 있던 곳이라 내키지 않으시겠지만 민장님을 호위하는데는 그래도 대궐은 성곽으로 둘러쳐저 있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동동장이 제안을 한다.
“외적이라도 침입을 한다든가 하면 민장님의 안위가 걱정이 되오니 대궐을 사용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주동장이 건의를 한다.
“그러면 나의 집과 대궐을 사용하도록 하겠소!”
“그러면 이렇게 하십시다! 민장님이 나랏일 보시는 곳은 민장님이 편하신대로 하시기로 하고 동장들이 민장님을 만나러오는 장소는 대궐로 하시는게 어떻겠소?”
벌곡동장은 절충안을 제시한다.
“그거 좋겠소 그렇게 가결합시다!”
대구동장은 의견을 말하며 회중을 바라본다.
“민장님이 대궐에서 일을 보시고 집에서도 일을 보시고 하는게 좋다는 분은 손을 드시오!”
동장들은 모두 손을 들었다.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소! 그러면 민장님의 훈시가 있겠습니다!”
대구동장은 뒤로 다시 물러난다. 민장은 다시 앞으로 나와섰다.
그리고 천천히 좌우를 살펴본다.
“동장 여러분! 그리고 청년 여러분! 그리고 군사 여러분! 오늘부터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것이오! 우리 모두가 합심하여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리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을 합시다!
우리는 작은 나라이니만치 언제 주변의 강대국들이 침략을 해올지 모르는 것이니만큼 무술을 발전시켜서 국방을 튼튼히 하십시다!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십시다! 나는 세금을 적게 거두고 적게 쓰도록 하는 정치를 할 것이며 관리를 줄여 나갈 것이며 탐관오리는 우리 동장님들이 만든 법대로 다스릴 것입니다! 그리들 아시고 나를 밀어주시기 바라 마지않소! 그럼 이만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하겠소!”
“짝짝짝짝짝!”
“그럼 평안히들 임지로 돌아들 가시오!”
“예!”
“호민장님 안녕히 계십시오!”
호민장은 오른손을 높이들어 흔든다.
“호민장님 안녕히 계십시요!”
“안녕히들 가시요!”
“호민장님 건강하세요!”
“호민장님 몸조심하십시요!”
“예!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옥체를 보중하십시요!”
“예! 안녕히 가십시요!”
호민장은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한다. 동장들은 손을 흔들며 뒤를 자주 돌아보며 성문을 향해 걸어간다.
“제가 가기 전에 호민장님께 한마디 건의 할게 있습니다!”
얼굴이 야윈 중년인은 간청하는 얼굴과 슬픈 목소리로 호민장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호민장은 말하는 사람을 내려다 본다.
“저는 삼양동네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요. 지금 동장님들이 돌아가고 있으니 인사를 마친 후 듣기로 합시다!”
“기다리겠습니다! 호민장님!”
장사꾼 차림의 중년인은 수심에 젖은 얼굴에 실낱같은 빛살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대궐문 옆으로 가서 썰물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호민장을 지켜보며 길고길게 한숨을 땅이꺼지게 내쉰다.
동장들과 군사들은 임지로 가기 위해 물이 흘러가듯 질서정연하게 성문을 나가고 있다.
“여보게! 그래두 우리나라는 국운이 있는게 천만다행이지!”
“여부가 있나! 우리나라에 망조가 안들려고 호민장 어른이 일어나서 폭군을 몰아낸거지!”
“임금이 폭군이라 순검찰이라는 놈들이 얼마나 백성을 괴롭혔나?”
“왜 아냐! 우리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도 순검찰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고 했지!”
“무슨 일로?”
“소기름에 튀긴 국수 장사를 했었지! 국수맛이 고소하여 그런대로 장사가 잘되었지! 그런데 폭군이 그런 건지 회색장포를 입은 것들이 그랬는지 그 탁주당인지 양주당에 빠진놈들이 그랬는지 좌우간 돈을 내라, 당운영하게 돈을 내라고 해서 돈을 계속 내다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데 돈을 더 줄 수가 없어서 종전대로 당비할 돈을 냈는데 글쎄 그 죽일 놈들이 말야, 소환을 했대요 글쎄!”
“누군데?”
“조사할게 있다고 오라는 곳 말여!”
“그 순검찰하는 놈들 말이구먼!”
“그래 불려 갔대요!”
“그래서?”
“그 죽일놈들이 말여, 하는 말이 소기름을 못쓰는 소기름으로 국수를 튀겨서 팔아 먹었다구말여! 백성들의 건강을 해쳤다구말여! 오라 가라 하는 통에 장사도 못하고, 그리고 그놈들이 동네방네에다 소문을 내기를 못먹는 소기름으로 튀긴국수를 팔아 먹었으니 벌금을 물렸다고 악질 소문을 내고 그래서 그 사람 장사 거덜났다구!”
“여보게 소기름도 사람이 먹을수 있는 기름이 있고 못먹는 기름이 있나?”
“야 이사람아! 소를 잡으면 버릴게 무엇있나? 똥까지도 거름에 쓰는 것을!”
“아니 그런 죽일 놈들이 있나 그래!”
“계속 돈을 뜯어 먹다가 더 안준다고 심술을 부리는 놈들이지!”
“잡아다가 벌주란다고 심술 부리는 짓을 하다니! 그래! 공부해서 순검판시험에 합격해서 순검을 하는 놈들이 바보들인가 원!공부한 놈들이 소고기맛도 안보고 사는 놈들인가? 소에서 나오는 기름이 먹어도 괜찮은 기름이 있고 먹어서는 안되는 기름이 있다니.... 그렇게 무식한 것들이 순검을 하고 순판을 하다니.... 어이가 없구먼!”
“그러니 혁명이 일어나는 걸세! 그런 어처구니 없는 것들은 순검찰에서 내쫓아야 되는데......”
“호민장님이 그런 것들을 새 사람으로 정리를 하실 것일세!”
“그런데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있으실까?”
“나중에 우리가 순검찰들을 숙정해야 한다고 상소를 하세나!”
“그러지!”
삼양동장과 면라동장은 백성이 억울한 일 당하는 것을 뻔히 보고도 힘이 없어 수수방관하였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걸어간다.
대궐앞 광장은 썰물이된 갯벌을 보는것 같이 되었다.
청년들이 이곳 저곳에서 삼삼오오 파수를 서고 있다.
호민장은 연단아닌 연단에서 땅바닥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그는 좌우를 살펴 찾는다.
“삼양에서 오신분 어디 계시오?”
“저 여기 있습니다!”
장사꾼 차림의 중년인은 아주 고마워하는 얼굴이 되어 희망이 실린 소리로 날래 대답한다. 그리고 호민장 앞으로 성큼 나선다. 그는 허리를 굽혀 예의를 취한다. 두손을 마주 잡고 몸을 낮추어 섰다.
“그러면 댁의 딱한 사정을 들어보십시다.”
“예!”
‘이 호민장 어른은 금방네 나의 입장이 딱하다는 것을 어찌 아능가 모르것네 잉! 사람 속을 대번에 꿰뚫어 보시는 안목이 있으시니 민장으로 대번에 선출이 되셨구먼....’
중년인은 자신의 입장을 알아주는데 대한 고마움에 냉큼 물어온 말에 대답을 더디한다.
“어서 말씀하시지요?”
“예! 예! 저는 삼양에서 튀김 국수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양주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당비를 부조하고 했습지요! 그런데 더 돈을 요구해 와서 돈벌이가 더안돼 더 낼수 없다고 했습지요! 그리고 종전대로 부조하던 돈을 냈는데 하루는 그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순검찰에서 조사할게 있으니 오라고 해서 갔습지요!”
“그래서요?”
“순검찰이 묻기를 국수를 기름에다 튀긴국수를 팔아서 장사하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습지요! 그랬더니 무슨 기름으로 국수를 튀겨서 파느냐고 하기에 소고기 기름에 튀겨서 판다고 했습지요!”
“그래서요!”
“너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소기름으로 튀겨서 팔아먹었으니 백성들을 우롱했다는 겁니다!”
“그래서요!”
“제 말이 소를 잡으면 기름이 나오는데 그 기름을 사람이 먹고사는데 한 마리 소에서 먹는 기름이 나오고 못먹는 기름이 나옵니까? 했습지요!”
“그래서요!”
“그러니까 순검들이 저를 보고 사기꾼놈이 말이 많다고 하면서 벌금을 물리고 장사를 못하게 하고 감옥에서 평생 썩게 해준다고 땅땅거렸습니다! 그리고는 온나라 사람들에게 삼양국수는 못먹는 소기름으로 만들었다고 소문을 내버렸습니다!”
“저런 죽일놈들이 있나!”
“저 같은 사람이야 국수 장사를 해먹고 사는 사람인데 장사를 못하게 해서 억울한 세월을 보내다가 이제 호민장님 시대를 만나서 나랏 일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순검찰들과 순검판들을 전원 물갈이를 하셔야 저 같은 억울한 백성이 생기지 않게 된다고 저는 그리 생각하는구만요!”
“순검찰들에게 당한 설움을 이제 풀어 드리겠소! 그리고 장사도 맘놓고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앞으로 백성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먹으며 군림하고 법운용을 엉터리로 하는 순검판들은 다 내쫓아 버릴 것입니다! 단시일 내에 개혁을 할 것입니다. 오늘 아침부터 상당수는 우리 나라를 구한 영웅께서 축출작업을 하셨습니다!”
“예! 그러셨군요!”
“앞으로 장사를 잘할 수 있게 나라에서 장사하는 분들을 도울 것이니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십시오!”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이날이 오기를 목타게 기다렸습니다! 호민장님! 백성이 누구를 의지하겠습니까!”
“이제는 그런 일이 이땅에 생기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안녕히 계십시오!”
“살펴 가십시오!”
그는 허리를 굽혀 너부죽이 인사를 한다. 그리고 신바람이 나게 걸어간다.
호민장은 자기에게 하소연하고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호민장의 가슴은 뭉클한다. 그것은 욱소리를 내며 치밀어 오른다.
그의 눈에서는 서러움 닮은게 뿌옇게 솟아나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그의 속눈썹은 이슬을 맞았다.
그는 고개를 들고 먼 하늘을 잠시 쳐다본다.
상도는 호민장의 표정을 읽는다.
‘내가 호민장을 도운게 보람이 있구먼! 사람이 옳고 그름을 아는 자는 예의도 있기 마련이고 그리고 의리도 있는 자가 되는거구먼!
그리고 백성도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라 볼 수 있다고 봐야 하겠지....호민장이 백성을 보는 눈은 나이 먹은 어버이가 어린 핏덩이 자식을 보는 눈처럼 그렇구먼.....그래야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겠지.......’
호민장은 고개를 내려 땅을 본다. 그리고 몸을 돌려 상도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그는 상도 앞에 섰다. 그는 상도의 얼굴을 잠시 지켜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상도도 마주 인사를 한다.
“새삼스레 인사를 하십니까?”
“우리 백성을 구출해 주시어 감사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거야 호민장님이 하신 일 아니십니까?”
“저는 힘이 없는데 어찌 제가 했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제 힘이야 조금 보탬이 된 것이지요!”
“제가 너무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되어 영웅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못드렸습니다! 제 이름은 호세아입니다!”
“저는 이름이 상도입니다!”
“너무 늦게 인사를 드려 죄송합니다! 영웅님!”
“제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영웅이신데 어찌....”
“제가 무예를 좀 한다고 하여 영웅이라니 쑥스럽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조금이라니요! 영웅님은 참으로 영웅이십니다! 많은 사람이 도탄에 빠진 것을 보고 구하셨으니 영웅이십니다! 사람들이 살려 달라는 외침을 보고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안일만 생각지 않고 자신의 생명을 돌아보지도 않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많은 사람을 도탄에서 건지셨으니 당연 영웅이십니다! 영웅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웃나라를 정복하고 또 정복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고 땅을 많이 차지하면 영웅이라고 하지요! 허나 많은 사람을 죽여서 자기의 욕망을 차린자는 영웅이 아니라 살인귀가 되고 살인마가 되는 것이지요!”
“호민장님은 말도 듣기 좋게 잘도 하십니다!”
“제가 영웅님께 아부하는 말로 생각되십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호민장님은 나에게 분수에 넘치는 말씀을 하신다는 말입지요!”
“그러면 영웅님은 영웅의 칭호를 받는 사람이 어떠한 행위를 한 사람이라야 된다고 보십니까?”
“입장을 곤란하게 하시는군요! 저도 호민장님과 같은 견해를 같고 있습니다! 사실 공부께나 했다는 많은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호민장님 말씀처럼 헤일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자를 영웅이라 부르고 있는게 현실이지요!”
“그렇습니다! 시산 혈해를 만든 자들을 영웅이라고 하는 딱한 지식인이 많습지요! 그리고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빼앗은 자를 미화하여 위대하고 장하다고 떠받들고 있지요!”
“그건 옳고 그름을 모르는 소치에서 하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최소한의 옳고 그름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니 백성이 도탄에 빠져 울부짖는 일이 생기는거라고 봅니다!”
“저는 날이 밝는대로 내가 가고 있는 길을 가려고 합니다!”
“영웅님! 그렇게 서두르시면 ......”
호민장은 상도의 말에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한다.
“제가 있는게....”
“아닙니다! 영웅님이 계셔야 합니다!”
“폭군과 추종하는 자들을 몰아내고 많은 순검판들을 제거했는데.....그러시면.....”
“그게 아닙니다! 영웅님이 언제까지고 저희나라에 계시라고 말씀 드리는게 아니고 최소한 질서가 잡힐 때까지는 영웅님이 계셔야 저희 나라가 굳게 설 수가 있습니다! 아직 폭군을 추종하는 회색장포 양맥주당을 뿌리채 뽑아야 하는데.....”
호민장은 어두운 얼굴로 상도를 바라보며 말을 멈춘다.
“호민장님! 그러면 며칠이나 걸리겠습니까?”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마는 내일부터 개혁 진행 상황을 영웅님께 일일이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시일이 걸릴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민장님! 아침 저녁으로 저와 함께 무예연습을 하시지요!”
“고맙습니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길을 따라 가던 상도는 사방을 살피면서 걷는다.
‘별을 보니까 자정은 된 것 같은데.....어디가서 쉬었다가 갈까....
죽음 밖의 길을 찾아내야 되고 활인검을 구사하는 검객이 되어야 하는데.... 그날이 언제가 될건지.....
칼로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라 칼로 사람을 살린다.... 칼을 한 번 휘둘러 죽는 사람을, 죽게된 사람을 살려낸다.....
살린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 아닌가.......
칼을 한 번 휘두르면 사람들이 살아난다...... 현실로 이루어진다.......
얼마나 사람들이 좋아할까......
사람들에게 말도 못하게 칭송을 받겠지.......
공자가 말하기를 착한자는 하나님이 복을 주고 악한 자는 재앙을 주어 고생고통을 겪게 하신다고 그랬는데......
내가 활검을 한다면 정말로 착한 일을 하는 자가 되는거지.......
졸지에 내가 착한 자가 되는거라구.....
내가 검도를 배웠다는 것은 연구를 했다는 것은......
두령의 말대로 고수가 된거야.......
칼을 내맘대로 구사하는 수준은 되었지........
그 결과는 겨우 칼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이는 것밖에 못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남을 살리기 위해 남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사실 얻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남이 나를 죽이려고 할 때 나도 살고 그도 살고 그럴수 있을까.....그 길은 내가 도망을 치면 나도 살고 그도 살게 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죽기살기로 달려들면..... 도망을 못하게 막고 있으면....... 데리고 갈 사람을 데리고 가게 해야지..... 나만 살기위해 도망 갈 수도 없는 일...... 도망간다 해도 계속 쫓아오면 그것도 문제........ 그래서 인간살이는 살륙전이 벌어지고 싸움이 생기고 전쟁을 하고.......
언제까지 지고만 살 수도 없는 일.......
양보만 하다가는 나라도 빼앗기고.....
약육강식을 하는 세상이니 동물이나 다를게 없지....
오늘의 일만 해도 그러니..... 가로막지 않고 못가게 하지 않고 죽이겠다고 덤비지만 않았으면 살생을 않게 되는 건데.....자식들이 깐보고 만만하다 싶으니까 사람을 죽여 없애려고 한다니까.......
재물을 빼앗기 위해 그많은 사람을 다 죽여? 죽일 놈들......
제놈들 보다 내가 약했으면 꼼짝없이 거기서 죽었지.......
왜 사람들은 사람을 죽이고 죽이려 하는지.....무술을 배워서 기껏한다는 짓이 사람 죽이는 일을 하다니..... 무술을 연마한다는게 못된 짓이나 하려고 하다니......
공부를 하는 자도 그렇지 출세를 하여서....... 과거에 급제해서 한다는 짓이 사람들을 윤택하게 살게 하는 일을 해야지...... 그래야 벼슬한 보람도 있는 것이지....... 한다는 짓이 횡령이나 일삼고 사람을 괜히 죄를 뒤집어 씌워서 괴롭히고........ 뇌물이나 처먹으려고 되는 일도 안되게 만들고 돈이나 빼앗고 감옥에 보내면 되겠어.....
돈처먹고 감옥 보내야 할 놈은 다른데로 빼돌리고......
황색당 놈들도 그런 놈이나 골라서 죽이러 다니지......
미쳐도 더럽게 미친 놈들이지 그래....
멀쩡한 양민을 씨도 안 남기고 다 죽이다니.......
참으로 세상 말세야....... 세상이 다돼서 그런건지......
인간 세상이 언제부터 시작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왜 그렇게 죽이고 죽는 일이 계속 생기고 사람을 억울하게 하는 자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인지........그러니 나라꼴이 망조가 드는 거라구.....
공부께나 했다는 것들은 그렇고....... 의원이라는 자들은 환자에게 돈을 뜯어먹는 짓을 왜 하는거야.......
정당하게 해야지 치료를 하지 않은 것도 했다고 바가지를 씌우고 말야..... 침을 놓을데나 안놓을 데를 마구잡이로 찔러대서 침값을 더받고.....안먹어도 될 약을 몸에 좋다고 비싸게 팔아먹고....... 약 팔아먹는 것들도 폭리를 취하고 말야..... 환자의 등가죽을 아주 벗기기로 작심을 한 놈들이라.....
시장에서 장사하는 장사꾼 보다 더 못되게 폭리를 취하니......
그러니까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나라의 일을 한다는 의원이나 약장수 죽어서 좋은데 못간다는 속담이 내려오고 있는 거구먼......
배워서 겨우 한다는 짓이 제가 죽을 때 가지고도 못가는 그 알량한 돈을 그런식으로 긁어모으다니...... 남의 눈에 피가 나게 하다니......
세상이 공부를 많이 하여 학식이 많은 사람이 많다는 세상이면 살기가 더 좋아야 하는데....... 이건 거꾸로구만......
학식이란게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게 아니라 사람을 아예 사람의 인성을 없애버리는거구만......
그걸 모르고 교육, 교육하여 인격을 없애 버려 더 험한 세상을 만드는거구만......서울동도 황색당도 교육을 많이 받은 놈들이지......
그중에는 검사객 놈도 있고 변호객이란 도둑놈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인생이란 교육을 시켜도 그렇고 안시켜도 그러니.....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길은 학문 교육으로는 되는게 아니야.....
그렇다면 무슨 교육을 시켜야 사람이 착해져서 사람끼리 착하게 살 수가 있단 말인가?......
교육은 사람을 어쩌지 못하니까 다른 무슨 방법이 있어야 되겠지....
원인을 찾아야겠지.......
이것도 오리무중의 몇갑절이 되어 인간의 머리로는 해결의 길을 찾을 수가 없구나.......
인생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인생은 원래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나?......’
그는 생각의 꼬리를 잡고 실랑이를 하면서 걸어간다.
그의 앞에 길이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 길에서 가마가 나오더니 왼쪽길로 곧장 간다. 가마를 따라가는 사람들은 어림잡아 스무명은 되는 것 같다. 상도는 가마를 따라가 보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사거리에서 방향을 가름하다 가마가 가고 있는 방향이 서쪽 방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따라가기로 작정한다.
그는 가마를 보일락 말락하는 거리를 유지하며 좇아간다.
산고개를 하나 넘고 넓은 평야를 지난 그들 앞에는 큰 강물이 나타났다. 그들은 잠시후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간다.
그는 나루터로 걸어간다.
그리고 배를 찾는다.
이리가고 저리가고 한참을 헤매이던 그는 아주 작은 구수배를 찾는다.
그리고 배에 올라 노를 젓는다. 그는 강을 건너가며 생각에 빠진다.
‘가마에 탄 사람은 지위가 높은 것 같은데....
그의 모습은 마치 석상처럼 보였는데....
사람이 왜 석상처럼 보이는건지......
그 사람들은 잿빛장삼을 입은 자들이었는데....
그 사람들의 얼굴은 생기가 없었는데......
무당의 얼굴처럼 노란빛이 찌든 얼굴들이었어......
무당들은 무당에게 들어간 귀신이 그를 괴롭히니까 괴롬을 못이겨서 그렇다지만 그 사람들도 귀신이 그들 속에 들어가서 그들을 괴롭히는 것인가.....
그래서 무당의 얼굴처럼 누리땡땡한건가......
그렇다고 얼굴이 누리땡땡하다고 사람들이 땡초라고 그렇게 부르는 것인가..... 우상숭배하는 사람들도 여러종류의 집단이 있구나.......’
그는 강을 건너자 부지런히 길을 따라 걷는다. 그는 산고개 하나를 넘고 또 하나를 넘으려고 고개를 오른다.
“댕그렁! 땡그렁! 땡그렁!”
그에게 커다란 쇠종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도 쇠로 만든 종을 치네! 밤중에 왜 종을 치는가? 적이 침입을 했다는 것인가?’
그는 종소리 나는 방향으로 길을 따라간다.
그는 넓은 길에서 산길 소로를 찾아 걷는다.
길은 짐승들이 다니는 길처럼 띄엄띄엄 풀이 조금씩 밟혀진게 그렇게 생겼다.
‘이곳을 다니는 사람들은 상당한 수준에 오른 자들만이 다니는 길처럼 보이는구나.....사람이 짐승처럼 다닌다면 그건 짐승이지 사람이라고 인격이 있는 자들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짐승도 개는 개발자국이 있고 호랑이는 호랑이 발자국을 남기지.......’
그는 고개를 넘고 또 하나를 넘었다. 그리고 또 하나를 넘었다.
그의 눈 앞에는 넓은 골짜기가 보이며 골짜기 속으로 울창하게 낙엽송이 빽빽히 콩나물 시루처럼 들어서 있다. 그는 나무 숲이 자연 숲이 아니라 인위적인 숲이라는 것을 한 번에 알아본다.
‘무슨 사람들이 이런 산속에서 살고 있나......
이런 곳에서 살면 무엇을 먹고 사는가.....
산속에서 무슨 농사를 짓고 사는가?.......
산속에서는 산에다 불을 놓아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있지만......
별로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란 것은 상상이 안되는데........
왜 내가 사람들을 생각할 때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겠지 하는 생각을 못하고 나쁜 방향으로만 생각이 되는 것인가......
내가 인생을 얼마나 겪어서 안다고.......
사람을 생각할 때 좋은 느낌부터 떠올라야 하는데.......
나도 그저 그러면서........ ’
그는 비좁다는 느낌이 숨을 막히게 하는 길을 따라 간다.
그는 그곳이 결코 허술한 곳이 아니라는 느낌도 함께 받으며 걷고 있다. 굴곡진 마디마다 초소가 있다는 것도 감지를 하며 그곳에는 보초가 행인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는 가마를 메고 간 회색 장포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는 길에 나 있는 풀이 밟힌 것을 보고 땅에미세하게 나타나 있는 발자국을 또한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걷는다.
‘이곳 사람들은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막지를 않는군......’
그는 구불거리기를 길따라 여러번 했다. 그리고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여러번 하면서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경사진 길을 걷는다. 그는 동산만한 바위로 길이 막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뚫어져 길이 만들어진 곳은 없어 보인다.
‘이곳에서 사람들의 발자취가 없어져 버렸는데...... 그들이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그는 그가 서 있는 왼쪽으로 물이 흐르고 있음을 보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물이 흐르는 곳을 올려다 보고 내려다 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물줄기 따라 올라가 본다. 그리고 그곳을 살피느라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섰다. 그때 달이 떠올랐다. 달빛은 그의 시야를 아주 낮처럼 만들어 준다.
그는 절벽으로 된 이곳을 가마를 메고 회색장포의 사람들이 올라 갔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그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려 물길따라 내려간다. 그는 물길따라 이리 돌고 저리돌아 큰바위가 보이지 않는 곳에 와 섰다. 그는 꿈속을 헤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무공을 생각하며 너무나 유치한 수준이라고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아니 내가 십리밖에서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도 말을 달려오는 소리도 알아듣는다고 자부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소리나게 달려오는 사람들의 소리나 알아듣지 소리없이 다가오는 사람은 분별을 하지 못하는게 사실이 아닌가?......
그런줄도 모르고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주절대다니......
보는 것도 보이게 하는 것만 내가 보는 것이지 보이지 않게 다가오는 것을 내가 어찌 알수 있다는 말인가?
이사람들의 간 방향도 몰라서 찔찔매는 내가 고수라니....
이게 어디야! 내가 아까 그들을 만났던 사거리가 아닌가......
그곳이 아닌가 사거리 같은데 아까는 어두웠는데 지금은 달빛이 휘영청 달밤이라 되레 이상하구만......
밝았다가 어두워도 분별력이 떨어지고 어두운 곳이 밝아져도 분별력이 떨어지니.......
그러는 내가 무슨 길을 간다고 여기서 헤메이고 있나?.....
남들이 가마타고 가던 말을 타고 가던 내가 그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갈길이 해가 지는 곳까지인데 내가 여기서 헛걸음을 치고 있다니......미로를 맴돌고 있는게 마치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 혼란을 일으키는 것 같구나......
사람이 다니는 길도 못찾아 가는 내가.......’
그는 하늘을 쳐다본다. 그리고 북극성을 본다. 그리고 다시 방향을 찾아 서쪽 길로 걷기 시작한다.
‘옛말에도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했는데..... 내가 길이 아닌곳을 헤메이다니...... 나와 아무 이해 관계가 없는데...... 호기심으로 헛걸음을 쳤구먼.....자만이 나를 헛걸음치게 한게야......’
그는 넓은 들을 지나 다시 고개를 하나 넘는다.
그의 앞에는 넓은 들판 가운데 있는 커다란 동네가 펼쳐졌다.
그는 동네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그는 동네 가운데 아주 커다란 석상이 단번에 그의 눈에 달려들어 그의 눈을 가득하게 만들고 있음을 의식한다.
‘보통으로 큰게 아닌데......
이곳 사람들은 석상을 만들어 놓고 석상을 섬기고 있군.......’
그는 석상 있는 동네로 내려간다.
그리고 석상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그는 석상이 높은 담장에 둘려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석상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대문을 찾는다. 그는 담장을 이리가고 저리가도 대문을 찾지못한다.
얼마동안 헤매이던 그는 대문을 찾는다고 시간을 보낼게 아니라 담장에 올라가서 구경을 하겠다고 맘을 먹는다.
‘담장에 올라가면 도둑으로 취급을 하겠지..... 괜히 시비를 당할게 아니라 낮에 구경을 하는게..... 아침까지 어디서 기다린다......’
그는 동네 구경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그는 천천히 한길을 따라 걷는다.
얼마동안 걸어간 그는 딱딱이 치며 순찰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누구야!”
“길가는 사람이요!”
“왜 밤 늦게 돌아다녀?”
“볼일이 있어 가는 길이요!”
“이리와!”
“왜요!”
“너 조사할게 있어!”
“제가 뭐 잘못한게 있습니까?”
“이 자식은 눈치가 없구먼!”
“촌놈인 모양이야!”
“야 이자식아! 우리가 괜히 밤에 이걸 두드리고 다니는 줄 알아?”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이 자식 깡통이구먼!”
“먹통 같이 생겼잖어!”
“임마! 우리가 밤늦게 순찰을 다니는 걸 보구서 가만히 있고 싶냐?”
“저 어르신네에게 잘보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뼉다귀도 못추려 임마!”
“어떻게 잘보여야 하는데요?”
“너 주머니에 얼마 있어?”
“차비밖에 없는데요!”
“그거라도 잘봐달라고 드려야! 그렇지 않으면 뼉다귀 추리는 곳으로 끌려가 임마!”
“이 동네는 순찰자들이.....”
“잔소리 말고 해장국 한그릇 대접하면 네 신상에 좋은거여 임마!”
“그런 돈은 없어요!”
우악스레 생긴 순찰자는 그의 팔을 붙잡는다.
“어서 잘보이라니까!”
“가십시다!”
상도는 끌려가겠다고 말한다.
“이자식 봐라!”
“내가 그렇게 일러줘도 말을 안듣는 새끼! 조져버려!”
“당신들 말끝마다 말투가 그게 뭐요!”
“이짜식이 우리를 몰라보는구먼!”
“이걸 놓고 갑시다!”
“까불지 말고 따라와! 이새끼야!”
“별꼴 다 보겠네!”
“이새끼가! 어디서.....”
우악스런 순찰자는 주먹으로 상도의 콧잔등을 갈긴다.
“어딜!”
상도는 갈기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막는다.
주먹은 상도의 손바닥에 잡혔다. 그는 얼굴을 붉힌다. 손을 빼려고 힘을 쓴다. 그러나 주먹은 바위 속에 박힌 것처럼 움직여지질 않는다.
그는 손을 빼려고 기를 쓴다.
“이 자식은 손버릇이 고약하군!”
상도의 말소리를 듣고 순찰자는 상도를 바라본다.
그는 상도가 동료 순찰자의 주먹을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 순찰을 능멸하는 놈은 죽음뿐이다.”
그는 말을 하며 우악스런 순찰자의 왼쪽 팔을 잡고 왼발로 상도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돌려 찬다.
“팍 우두득! 우드득 아이쿠!”
비명소리가 한길을 덮어버렸다.
상도는 우악스런 순찰의 손과 들어 차는 발을 가격했다.
발길질을 한 순찰도 우악스런 순찰도 땅바닥에 나뒹그러졌다. 그리고 발을 잡고 팔을 잡고 뒹군다.
“아이쿠 사람살려!”
“아이쿠 나죽네!”
그때다. 말을 타고 두사람이 달려온다.
그들은 달려와 뒹굴고 있는 자들을 부축한다.
“저놈이 우리를..... 아야야!”
그들은 상도를 바라본다.
“서로 치고 패고 싸웠는데..... 왜 나를 찝적대는지 모르겠군!”
“순위님! 저놈의 말에 속지마세요!”
“너는 어디 사는 놈이냐?”
순위라는 자가 묻는다.
“나는 변한에 사는 사람이요!”
“그런데 이 새벽에 여기에 왜 왔냐?”
“나는 죽음 밖의 길을 찾기 위해 서쪽으로 가는 길이라서 이곳에 오게 된 것이지 이곳에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별놈을 다 보겠네! 죽음 밖에 길이 있다니..... 이놈이 나를 놀리는구먼! 그리구 이곳에 땅이 있으니 밟고 섰다 그게 뭐 잘못이냐? 그말인데 그러면 그냥 지나가지 사람을 왜 이렇게 때려서 부숴 놨냐? 이놈아!”
“내가 그들을 뭘로 때렸단 말이오?”
“저놈이 그래도 발뺌을 하네! 바른말이 나올 때까지 혼줄이 빠지게 물고를 내라!”
순위 순찰은 데리고 온 순찰에게 명령한다.
“잠깐! 이것 보쇼! 나는 그들에게 아무 짓도 안했소! 직접 저들에게 물어보시오!”
“사실이냐?”
“저놈을 때렸는데 저놈이 내손을 잡고 있다가 노 순찰이 발로 저놈을 걷어차니까 잡고 있던 내손으로 노 순찰의 발을 막았시요! 아이구 주먹이야! 그래서 내 손과 발이 으스러졌소!”
“그러고도 저놈이 전 순찰과 소인을 때리지 않았다니 죽일놈이오!
아이구 발이야!”
“네 이놈! 감히 순찰하는 순찰군을 중상을 입혔으니 그 벌을 받아라!”
순위 순찰을 따라온 장 순찰은 칼을 빼어들고 호령과 함께 상도를 덮친다. 장 순찰은 매가 병아리를 덮치는 모습이다.
장 순찰은 아주 빠르게 글자 그대로 전광석화다. 그러나 상도는 그순간 그의 시야를 찰나 지간에 벗어났다. 그는 상도를 간발의 차로 놓치고 상도의 가죽신 옆 땅바닥을 힘을 다해 내려쳤다.
칼날은 절반 이상이 땅에 박혔다.
장 순찰은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는 수치심에 이를 깨문다.
‘저놈새끼가 나를 약을 올리려고 멀리도 도망을 안가고 살짝 비켜서서 내 칼을 피하는 재주를 부렸어! 어디 이번에도 그런 재주를 부려봐라! 이놈새끼!’
장 순찰은 칼을 땅에서 뽑는다.
“이것 보시오! 내가 당신과 아무 원한이 없는데 사람을 죽이려 들다니! 그런 법이 어디 있소? 순찰이면 사람을 마구 죽여도 되는거요?”
“네 놈은 순찰을 놀리고 중상을 입혔으니 그 죄값만으로도 네 놈은 즉결처분감이야! 목이나 늘여!”
순위순찰은 상도에게 순찰식 대답을 한다.
“흥!”
상도는 코웃음을 친다.
“이새끼가 못죽어서 코웃음을 치네! 에라! 쌍!”
장 순찰은 칼로 베이고 발로 찬다.
“이런 무법천지를 만드는 새끼들은 씨를 말려야 하는데!”
상도는 말을 하며 다시 피한다. 그러자 순위 순찰도 합세하여 달겨든다.
“이런 악질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울렸을까? 이런 것들은 있어서는 안될 존재들이지! 뇌물 안준다고 양민을 괴롭히는 순찰새끼들!”
그는 그들이 들으라고 말을 하며 피하기만 한다.
“이런 악질 순찰놈들은 순찰 노릇을 못하게 만들어야 좋은 일 하는거라구 하더니.....독사는 보는 족족 잡아 죽여야 사람을 살리는 것이 된다구 하더니..... 그말이 틀린 말이 아니구만! 내가 힘이 없었으면 이런 놈들 악질 순찰의 칼날에 놀란 혼이 되었지......”
그는 순찰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뉘우치기를 바래서 알아듣게 말하면서 피한다. 장 순찰과 순위 순찰은 약이 잔뜩 올라 달려든다.
땅바닥에 앉아서 끙끙대던 노 순찰은 순위 순찰이 상도를 냉큼 잡지를 못하자 허리에서 나팔꽃 같이 생긴 누런 것을 꺼낸다. 그는 그것을 입에 대고 힘껏 분다.
“삐익!.....”
귀를 할키는 소리를 지른다. 그는 계속 그것을 불어제낀다.
전 순찰은 낑낑대다 그 소리를 듣자 진통제 주사를 맞은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는 앓는 소리를 뚝 그치고 싸움판을 보고 노 순찰을 바라본다.
“빨리 연기를 올려!”
그는 어금니를 다시 깨문다.
“빨리 연기를 올려!”
“알았네!”
노 순찰은 삐익 삐익 소리내는 걸 허리춤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부싯돌을 꺼내고 불솜을 꺼낸다. 그리고 부싯돌을 몇번 마찰을 시킨다.
불 붙이는 솜에 불이 붙었다.
그는 딱딱이 손잡이를 뒤집어 세운다. 그리고 붙들어 맨 끈을 끄른다.
그리고 마개를 뺀다. 거기에 불솜을 얹어 놓는다.
그리고 부시로 불솜을 지그시 누른다.
그리고 그는 딱딱이를 잡아 하늘 높이 들어올린다.
딱딱이 손잡이에서는 하늘을 향해 불똥이 불화살처럼 올라간다.
전 순찰은 한손으로 삐익거리는 것을 계속 불어댄다.
그들은 순찰대에게 신호를 보내느라 없는 기운이 솟았다.
“이놈새끼! 죽어봐라!”
“우리 순찰대를 건드렸어! 네 놈은 오늘 내 손에 죽어!”
“쌍놈의 새끼 맛좀봐라! 우리를 몰라보고 까불어!”
“시골 무지렁이놈이 우리 순찰을 몰라보고 까불어! 네놈은 오늘 땅으로 가는 날이다!”
전 순찰과 노 순찰은 응얼거리는 소리를 한다.
여러필의 말발굽소리가 상도의 귀에 들린다.
그는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네놈들이 뉘우치길 기다렸더니..... 개과천선할 기미가 없군!”
그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그들의 칼든 팔굽에 일격을 가한다.
순위 순찰과 장 순찰은 동시에 칼을 떨어뜨린다. 그들은 오른팔을 축 늘어뜨리고 섰다. 그들의 얼굴은 졸지에 홍당무가 되었다.
그들은 이를 깨물고 섰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상도를 쳐다본다.
“내가 네 놈들을 죽이려다 살려줬다. 이제부터 맘을 고쳐먹고 양민이 되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명대로 못살 것이다!
나라로부터 월급을 먹고 사는 놈들이 치안을 담당했으면 직무에 충실해야지 양민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괴롭히다니 죽일 놈들.....”
상도가 그들에게 말을 끝낼 때 십여필의 말이 달려왔다.
그들은 전, 노 순찰 앞에서 뛰어내린다.
“저놈 잡아유!”
전 순찰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가리킨다.
그들은 순위 순찰을 보자마자 달려간다.
“순위님!”
“순 검찰님이 오셨습니다!”
그들은 한걸음에 순위와 장 순찰을 둘러쌌다.
순위 순찰은 순 검찰이란 말에 아픔에서 간신히 기어나와 창백한 얼굴로 순 검찰을 바라본다. 순위의 얼굴은 고통을 참느라 이즈러졌다.
순 검찰은 순위 순찰의 얼굴을 보자 졸지에 눈꼬리가 살모사가 되어 버린다.
“어느 놈이 그랬냐?”
순 검찰은 크게 호통을 친다.
장 순찰은 왼손을 들어 상도를 가리킨다.
순 검찰은 의아스럽다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 된다.
“네 놈이 그랬냐?”
“내가 혼을 내 줬소!”
“저런......”
“내 말을 들어보시오!”
“저놈을 당장 포박하라!”
순찰들이 일시에 칼을 빼든다.
“잠깐 내말부터 들어보시오!”
“잡아라!”
순찰들이 비호나 된 듯 덮친다.
“이자식들이! 내 말을 들어 이새끼들아!”
상도는 말을 하며 부지깽이 같은 나무로 한 번 휘두른다. 그러자 십여명의 순찰들은 뒤로 다섯 걸음씩 밀려나 버린다.
순 검찰은 대번에 눈이 휘둥글해진다. 그리고 혈색이 변해버린다.
“내 말들어 이새끼들아! 까불면 다 죽여 버리겠다!”
상도는 크게 호령을 한다.
순찰들은 기세가 꺾여 사냥개 만난 호랑이 꼴이 되었다.
“나는 너희 순찰들에게 잘못한게 없다! 저쪽에 있는 놈들이 나에게 돈을 요구하기에 돈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너희 순찰부로 가자고 해서 순찰부로 임의 동행을 하던 중에 저 우락부락하게 생긴놈이 주먹으로 갑자기 내 면상을 치기에 그 주먹을 잡았다. 그랬더니 저놈 옆에 있는 놈이 발로 내가슴을 차기에 주먹 잡은 손으로 막았다. 그래서 저 두놈은 다친 것이다. 이 두놈은 나의 말을 들어 볼 생각도 않고 순찰을 능멸했으니 순찰을 다치게 했으니 죽어야 한다고 칼로 치기에 피해다니다가 이런 경우도 모르고 백성을 괴롭히는 놈들은 순찰 노릇을 못하게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내가 손을 본 것이다!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백성을 돌봐주고 월급 받아 먹는 놈들이 그래 양민에게 돈이나 내라고 하고 돈이 없다니까 행패부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고생을 해봐야한다면서 순찰부로 압송하고 압송해서 감옥살이 시킨다고 을러대고 순순이 따라가니까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하는 그런 놈이 어찌 순찰을 하겠느냐?
순찰 간부라는 놈이 옳고 그릇됨을 따지지 않고 순찰편만 들어 사람을 칼로 죽이러드는게 그게 잘하는 일이냐?
네 놈들도 순찰 놈들이라 일의 진상도 조사도 않고 다짜고짜로 생사람을 죽이러 드는게 순찰이냐? 순찰이란 놈들은 원래 그런 놈들만 있는 거냐?”
순검찰은 상도의 말을 듣는 것처럼 하며 생각을 굴린다.
‘이런때는 저런 놈을 어떻게 처치를 해야 하는가?
순찰들이 잡아오는 놈만 감옥에 보내봐서 알수가 있어야지......
순검고시에 저런 놈을 잡는 법을 써서 놓아야 내가 사용하는데....... 이런때에는.......
저 자식이 우리 순검찰부를 팍팍 찌르네.....썩었다고.....
내가 순검고시에 암기를 잘해서 합격 했는데......
순검고시도 모르는 놈이 우리 순검찰을 똥을 만드네......
우리는 임마! 선후배만 알뿐 옳고 그릇되는 것은 순검고시에 없어 임마! 그런 것은 암기할 필요가 없어...... 몰라임마!.....
한놈을 빼서 지원병을 보내라 해야지......
내 암기 잘하는 머리가 빛을 내는구먼......
이 새끼가 순검찰을 뭘로 아는거여!.........’
“박순찰!”
“예!”
순검찰은 박 순찰의 귀에다 명령한다.
순검찰의 지시를 받은 박순찰은 뛰어가 말에 오른다. 그리고 말을 달려 동쪽 방향으로 내닫는다.
상도는 순찰 한명이 뛰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모른체 하고 말을 계속한다.
“네 놈이 순검찰이란 법도 모르는 놈이냐?”
“그렇다! 내가 순검찰 나리시다!”
“공부했다는게 옳고 그릇됨도 모르냐?”
“내가 이놈아 과거에 급제했다!”
“머리가 좋은 놈이 왜 그러냐? 암기만 잘하고 분별은 못하는 바보냐?”
“너 같은 죄인만 잡으면 되는 것이니라!”
“간특한 놈! 높은 놈에게는 살살거리고! 좀생이는 감옥에 잘보내고 힘있는 놈에게는 찔찔매는 놈들! 돈 앞에 권세 앞에 설설기는 놈들! 시간끌지 말고 잡아봐라! 떼거지로 구원병보내라 했으니 기다리냐!”
“내 맘이다! 풀어주래?”
“누가 네놈들 하는 짓을 간섭을 안하니까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구나?”
“그래! 세상에는 우리 순검찰을 간섭할 놈도 없고 징역 보낼놈도 없다! 왜? 그게 네 배때기를 쑤시냐?”
“대단한 놈들이네!”
“우리 순검찰은 왕도 귀양보내는 권세가 있느니라!”
“그게 모순이구나! 네 입으로 순검찰이 썩었다고 했것다!”
“네놈은 양민을 죽이려는 자를 옹호 비호 한 직무를 유기한 순검놈이다!”
“웃기는 놈! 나라의 어떤 권부도 손을 못대는 곳이 우리 순검찰부니라! 왕도 퇴위하면 감옥 보내는데 네깐 놈이 어디서 순검찰을 능욕하냐? 나를 능욕 했으니 너는 내가 사형을 집행할 수 있어 이놈아!”
“야! 순검찰 나리! 한 번 봐주셔! 이잉! 나가 몰라서 그랬당께! 순검고시는 암기를 잘해야 하는 머리가 있는 사람만이 합격하는 것인데 내가 암기를 못해서 순검찰에게 잘보여야 한다는걸 깜박했시야! 한 번봐주더라고! 순검찰이 권세가 뇌물을 먹어도 아무나 죽여도 간섭할 사람이 없는 걸 깜박했당께로! 그랑께 한 번 봐주더라고 잉!”
“순순이 오라를 받아라! 그러면 내가 안 아프게 죽여줄께!”
“어메 좋은거! 안 아프게 죽여준다고! 순검찰이나 아는 지식이고마 이잉!”
“나를 놀려! 네 놈을 관청을 능멸한 죄로 다스리겠다.”
“이 무식한 순검찰놈아! 꿈 깨라! 나라를 망치는 놈들아!”
“저놈을 그냥! 네놈을 잡아서 주리를 틀어주마!”
“그래! 내가 먼저 너 같은 얼간이 순검찰놈의 주둥이가 푸푸하게 해주마! 너 같이 법을 모르고 법 집행도 못하는 놈들은 청소를 해야 되느니라! 받아라!”
상도는 말을 하며 나무 끝을 한치되게 꺾어 손가락으로 튕긴다.
“앗!”
나무토막은 순검찰의 웃 입술을 갈겨버렸다.
순검찰은 두손으로 입을 싸버린다. 그리고 끙끙거린다.
“야, 이 버러지야! 앗은 뭐가 앗이냐? 돈 잘처먹는 주둥이를 비벼준거니라! 내가 순검찰놈들의 못된 버릇을 고쳐주마! 사람 봐가면서 법대로 한다는 한심한 주둥이를 내가 짤라주마! 네놈들에게 하늘을 대신해서 천벌을 내려주마! 그래서 이새끼야, 내가 여기 서서 기다리는 것이니라! 너 같은 쓰레기 순검찰놈들은 도태를 해야 된다고 내나라에서두 원성이 자자 하느니라!
뭐라! 네놈들을 벌주는 기관이 없다구! 내가 벌주마!
뇌물 준 놈과 아는 놈은 법을 줄여 감옥살이를 조금 시키고 권세 있는 놈에게는 빌붙어서 시키는대로 죄없는 사람을 죄인 만들어 감옥에 보내는 죽일 놈들! 감옥에 보내는 것도 모자라서 죽이라고 부추기는 놈들! 강자에게 찔찔거리는 과거쟁이!
내가 강자니까 나에게 알랑거려 이놈아!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어서 무릎꿇어 이놈아!
뇌물을 내라! 급행료를 내라! 수수만량을 내라! 하여 돈독이 오른새끼들! 꿇어 순검찰 놈아!”
그는 다시 손가락을 튕긴다.
“아이쿠!”
그는 퉁퉁부어 뒤집힌 돼지 형님 입술로 비명을 지른다.
완두콩 만한 나무조각은 순검찰의 무릎팎에 도끼질을 흉내내 종발뼈를 부수고 들어가 박힌다.
순검찰은 땅바닥에 털썩하고 주저앉는다.
“이놈새끼! 잘못했다고 빌지 않을까?”
“예예! 아이쿠!”
“너같은 것들은 배운 것을 악용하는 나쁜 놈들이다! 그러니 내가 너희들이 두 번 다시 순검과 순찰이 못되게 만들어 너희가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질렀는지 스스로 깨닫게 해주마!”
그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부지깽이를 휙뿌린다.
그와 동시에 그자리에 있던 순찰들은 뼈부서지는 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들의 오른쪽 무릎뼈가 있는 바지가 일자로 찢어졌다.
“아이쿠!”
글자 그대로 이구동성의 신음을 발한다. 그들의 바지는 빨간피가 배어 나오느라 그들의 얼굴은 있는대로 찡그리고 있다.
“다다다다닥! 다다다다닥!”
군마가 달려든다. 그리고 수십명의 순찰들이 말에서 뛰어내린다.
그들은 상도와 순검찰이 있는 곳으로 뛰어든다.
상도는 그들을 쭉 훑어본다.
‘오십여명은 되겠군!’
“순검찰님! 순검판님이 오셨습니다!”
순검판은 느릿하게 걸어온다.
순검찰은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려 순검판을 바라본다.
그의 얼굴은 고통의 비지땀으로 얼룩져있다.
“순검판님!”
“순검판님!”
순찰들은 순검찰이 목이 메어 순검판을 부르자 따라서 부른다.
“웬일이냐?”
“군대를 동원해야 도적을 잡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저놈은 보통 놈이 아닙니다!”
“내가 저놈을 잡아서 주리를 틀어주마!”
“안됩니다! 순검판님! 저놈은 군대를 동원해도 이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병신 같은 놈이 있나! 저런 놈 하나를 잡자고 군대를 동원하다니! 이 순검판 웃음걸래 돼 이놈아! 넉빠진 놈 같으니! 어서 날래 일어나! 이놈아!”
“군대가 와야 잡는다니까요!”
“이런 한심한 놈! 이런게 순검판 고시에 합격을 하다니! 쯔쯔...”
“순검판님! 망신당해유!”
“아구리 닥치고 있어! 순찰병을 이렇게 많이 데리고 왔는데 무슨 소리 하냐! 어서 일어나기나 해 이놈아! 자빠져서 앙앙대고 있어!”
“순찰들은 감옥에서 탈옥한 신길동도 잡을라다 놓치고, 해가 바뀌어도 못잡고, 보고도 못잡는데 저런 날도적 놈을 잡는다고요! 택도 없어요! 제가 왜 이지경이 됐냐 하면 순찰들 믿고 저놈과 겨루다가 폐인이 될라합니다!”
“아주 영 형편 없구먼! 퉤!”
순검판은 은근히 캥기는 걸 감추기 위해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상도를 쳐다본다.
“네 이놈! 순찰에게 폭행을 하다니 어서 굴러온 놈이냐?”
“나는 죽음 밖의 길을 찾아나선 몸이니라!”
“죽기가 소원이라는 말이냐?”
“죽기는 왜 죽냐? 인생이 죽으면 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과 죽음 다음의 세상도 있다구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게 궁금하여 그걸 연구하러 가는 길이니라!”
“왜 순찰을 폭행했냐?”
“나에게 돈을 요구하여 돈이 없다고 하니까 순찰부로 가자고 하여 손에 잡혀 끌려가는데 이유없이 나에게 폭행을 하여 받아 쳤느니라! 그 사실을 저 순검찰이라는 놈에게 사실대로 말했더니 저 놈이 하는 말이 순찰에게 폭행을 했으니 죽어야 한다고 칼을 들고 순찰놈들이 떼거지로 달려들어 내가 받아쳤느니라!”
“네 놈 간덩이가 제법 큰 모양이구나!”
“이놈아 잘잘못을 가리는게 법관이 아니냐? 그런데 네놈들은 하나같이 순검찰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양민을 괴롭힌 죄는 불문에 부치고 순검찰이 양민을 죽이려다 당한 것을 문제 삼냐?
순검찰의 목숨은 귀하고 양민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냐?”
“네놈이 감히 순검판 권력에 도전을 했으니 너는 죽임을 당해야 하느니라! 각오가 됐으면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그러면 목을 붙여서 죽이는 죽음을 베풀겠다.”
“권력을 남용하여 권력을 축재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법 집행을 제맘대로 하여 백성을 억울하게 다루어서 무고한 피를 흘리고 백성 위에 군림하여 양민을 괴롭히는데도 너희 순검판을 제재하는 기관이 없다니 오늘 내가 네 놈들을 아주 응징해 주마! 천필주지가 무엇인지를 보고 죽어라!”
“저놈을 쳐라!”
순검판은 찔금이 풍기는 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순찰들은 상도를 포위하여 공격한다.
그런데 상도는 순찰들의 공격을 아랑곳 않고 순검판 앞으로 뚜벅 뚜벅 걸어온다. 상도의 앞에서 공격하던 순찰들은 칼을 든채 털썩 주저 앉는다. 상도는 등뒤는 몰라라 하고 순검판만 바라보고 걷는다. 상도의 등뒤에서 칼로 내리치던 자들도 상도의 몸 근처에 칼이 이르기 전에 나뒹군다.
“이 놈 잡아라!”
순검판은 졸지에 사색이 되었다. 상도가 순찰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뻔히 보고도 못본 상태에서 다가들자 넋이 내빼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
“어서 잡아라! 나팔을 불어라!”
“활을 쏘아라!”
순검판은 오금이 붙은채 명령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빠아--------빠아-----빠아-----”
나팔수는 비상 나팔을 분다.
“너 같은 악질들이 순검판이라니 나라가 엉망이지! 이 한심하고 더러운 놈아! 내가 오늘 청소를 해주마!”
그는 말함과 동시에 나무를 꺾어 손가락으로 튕긴다.
나무 조각은 쇳소리를 내며 순검판의 오른쪽 목줄기를 뚫는다.
순검판의 목줄기에서는 빨간피가 내뻗친다.
순검판은 눈을 있는대로 크게 뜨고 뒤로 벌렁 자빠진다.
“뇌물만 처먹어 배때기가 맹꽁이 같은 놈은 오라! 내가 백성을 위해 뇌물먹고 무죄 석방하는 놈들을 내가 청소해 주마!”
순식간에 순검판과 그의 졸개들은 모두 나가 자빠졌다.
순찰들의 비명 소리와 신음 소리는 동네를 강제로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을 무섭게 떨리게 한다.
동네 사람들은 난리가 쳐들어온 줄 알고 이른 새벽부터 문틈으로 한길을 내다본다.
“아니..... 저럴수가......”
“순찰이 누군데...... 순찰들이 다 당하네!”
“순찰을 이기는 사람이 다 있어......”
“아니 순검찰을 조지다니....... 사람은 오래 살고 볼거구먼!”
“아니 저건 순검판이 나가 떨어지네....”
“순검판이 다 죽을 때가 있나.......”
“순검찰이 죽을 맛의 얼굴을 하고 있네.....”
“순검찰을 벌주는 사람이 다 있네!”
“천사 같네...”
“순검찰들이 임자를 만났구만.....”
“저런 순찰들은 죽어도 싸지....”
“암! 저런 순검찰들은 당해도 싸지!”
“순검판 놈들이 뇌물을 처먹고 재판을 굽게 하더니 천벌을 받은게야....”
“순검찰 놈들이 돈처먹고 저희들끼리 쓱삭쓱싹하더니..... 미운 놈만 골라서 잡아넣는 만행을 하더니 싸구먼!”
“순검찰놈들이 권세 없는 놈만 골라서 잡아넣는 짓만 하더니 내 그럴줄 알았지...”
“권세자가 시키는대로 무죄한 사람을 마구 잡아넣더니 천벌을 받는구나!....”
“아니 저 사람은 누구야..... 사람이 아닌가 보구먼.......”
“저 사람....사람이 아니구먼.......”
동네 사람들은 순검찰들이 일패도지를 당할 때마다 신바람이 나서 지껄인다.
발발굽소리가 동네를 깔아뭉갤 것처럼 지축을 흔든다.
“이게 무슨 소리야!”
“순검찰들이 쓰러져 죽으니까 구원병이 오는 모양이구먼!”
“저 사람이 왜 가만히 있지!”
“어서 피난가지않구!”
동네 사람들은 상도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상도가 서 있는 옆집 방문이 열린다.
“여보쇼! 어서 도망 가시오!”
동네 사람은 상도에게 안타까운 얼굴로 손짓을 하며 소리를 죽여 다급하게 말한다.
상도는 고개를 돌려 옆집 사람을 쳐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 준다.
그리고 가볍게 미소를 얼굴에 실어보낸다.
“많은 군대가 오고 있소! 어서 가시오!”
중년인은 어서 도망치라고 급하게 손을 휘두른다.
“생각해 주어 고맙소!”
상도는 답례를 한다.
“뒷날을 도모 하시오!”
“걱정 마시오!”
상도는 고개를 돌려 달려오는 말들을 주시한다.
그리고 왼손으로 막대기를 고쳐잡는다. 그리고 손을 순검판을 향해 손가락으로 허공을 짚는다. 그러자 순검판의 푸른빛으로 감싸인 칼은 번쩍하고 끌려와 그의 손바닥에 착달라 붙는다.
동네 사람 중년인은 졸지에 눈을 크게 뜬다.
“아니 저럴수가 스무걸음도 더되는 거리에서.....”
중년인은 그가 칼을 멀리 서서 주워드는 것을 보고 놀라고 안심을 한다.
‘저렇게 능력이 있으니 순검찰들을 혼줄을 뽑아놓지! 일을 하려면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고 자신을 보호할 수가 있다는 것을 젊은이 가 보여주는구먼....’
순찰들은 상도와 삼십보의 거리를 두고 한길 좌우로 도열한다. 그러자 금줄을 두건에 세 개를 친 중년인이 중앙에 나와 섰다. 그의 좌우에는 금줄 한 개를 친 두건을 쓴 자들이 호위를 했다.
그들 뒤에는 금줄 두 개를 친 두건을 쓴 자가 팔장을 끼고 상도를 응시하고 있다.
“너는 웬놈인데 이곳에서 난동을 부려 많은 인명을 살상하냐?”
“나는 죽음 밖의 길을 연구하러 가는 사람인데 이놈들이 붙잡고 때리고 죽이려고 덤벼서 양민을 괴롭히지 말라고 법대로 처리하라고 했는데 귀를 막고 나를 죽이려고 달려 들어서 할 수 없이 내가 살기 위해 이놈들과 싸웠다. 이놈들은 악랄하여 그냥두면 순검찰, 순검판으로써 무고한 양민을 괴롭히고 고혈을 빨 놈들이고 옳고 그름도 모르고 돈만 밝히는 놈들이라서 하늘을 대신해 죽이려다 목숨을 붙여 주었다. 내가 병신을 만들어 순찰 노릇을 못하게 만들어 줬느니라!
그리고 순검판이란 놈이 사리를 분별 못하고 나를 죽이라고 제 졸개들을 닥달하기에 내가 목을 따서 천필주지를 했다! 내 말이 사실인지 네 졸개들인 장 순찰이란 놈과 순검찰놈에게 물어보라!”
“저런 쳐죽일놈 봤나! 네가 여기가 어디인줄 알고 미쳐날뛰냐?
저놈의 목을 당장 쳐라!”
“네!”
“잠깐 기다려라!”
“순찰을 살상한 놈은 죽어야 한다!”
“네 놈도 이 것들과 한가지로 옳고 그릇됨을 가리지도 않고 양민을 괴롭히겠다 그말이렸다!”
“죽을 죄를 저지른 놈이 말이 많다! 저놈을 칼로 쳐라!”
“네놈들도 초록은 동색이구나! 오냐! 내가 죽여주마!”
상도는 금테 두른 두놈을 주시하며 왼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빛살이 번쩍한다.
“저....!”
그는 몸을 재빨리 피한다.
그러자 빛을 내던 것은 목덜미를 지나친다.
“아.... 악!”
그것은 되돌아 그의 뒤퉁수를 퍽소리나게 가격한다.
그는 앞으로 퍽 엎어진다.
“순변검판장님!”
“순변검판장님!”
금줄 두건 쓴 두사람은 순변검판장을 급히 부축한다.
순변검판장은 뒷머리가 깨져 피가 나고 뼈가 허옇게 보인다.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그들을 향해 빛이 번쩍한다.
그들은 순변검판장위에 엎푸러졌다. 그리고 하나같이 다리를 부르르 떤다.
“네 놈들이 옳고 그름을 모르고 계속 양민을 괴롭히고 죽이려고 들기에 내가 급히 죽여줬느니라! 네 놈들이 너희 순변검판장의 원수를 갚으려면 날래 덤벼라!”
상도는 호통을 친다.
“순검판부장님!”
“우리가 원수를 갚자!”
“순변검판장님의 원수를 갚자!”
“와 덤벼라!”
“와와와와 !”
“궁수들은 공격하라!”
상도는 그들이 사갈같은 놈들이라고 살려줘서는 안되겠다고 재빨리 간파한다. 독사 같은 순변검판 놈들을 모조리 잡아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정화가 되겠다고 맘을 굳힌다.
그는 앞으로 곧게 전진을 한다. 그의 몸의 움직임은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궁노수들은 지붕 위로 올라가고 담장에 올라서서 활을 쏜다. 화살은 그의 몸 한발짝의 거리를 두고 벽에 부딪친듯 화살이 꺾여지고 부러지며 땅바닥에 떨어져버린다.
순찰들은 그와 맞서지를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맥없이 쓰러지기만한다. 그들의 왼쪽 무릎은 하나 같이 한일자로 찢어졌다.
그들의 흰바지는 빨간피로 젖어 피비린내를 내품고 있다.
순찰들은 상도의 몸은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비실비실 앞다투어 넘어진다. 동네의 사람들은 아침을 지어 먹을 생각도 못하고 방문을 열고 대담하게 구경을 하는 사람, 마당에 나와서 구경을 하는 사람, 그리고 문틈으로 순찰, 순변, 순검, 순판들이 상도를 포위하고 공격하는 싸움을 구경한다.
상도를 위해서 도망가라던 중년인은 아까보다도 더 크게 입을 벌리고 상도를 주시한다.
“아니 저게 무슨 무술이야? 순찰과 순변들이 난다긴다하는 순검과 순판들이 젊은이에게 달려들다가 다섯 걸음 정도 앞에서 맥없이 픽 쓰러지네! 저게 무슨 무술인데 저렇게 막강한가? 일국의 최고 고수들이 아야 소리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쓰러지다니......
이건 순검과 순판과 순변이란 놈들이 그동안 백성들의 고혈을 빨며서 빨 것을 주는 놈은 재판이랍시고 흉내만 내다가 이기게 하고 무죄방면을 해주고.....
잡아서 감옥보낼놈을 풀어주는 대신에 죄없는 양민에게 올가미를 씌워 감옥살이 시키고 죽이고 귀양보내더니.......
하늘이 강제로 정리 해고를 시키는구나......
권세가 하늘 높이 뻗치더니....... 순검찰놈 말마따나 순검찰은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도 못하고 순검찰이 잘못을 저질러도 누가 잘못한다고 벌주자고 하는 기관이 없다고 큰소리치더니......
사실 순검찰을 사정하는 기관이 없었지......
그러니 순검찰 놈들이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둘러 돈독도 오르고......
하나님 무서운 줄도 모르는 악질들의 행진이 되어왔다구........
오늘 같은 징벌이 있을 줄이야 순변검판 놈들이 꿈엔들 생각을 못한게지. 죄악이 약만이면 천필주지라는 말을 모르는 놈들이 어떻게 순변검판 노릇을 한다고 주접을 떠나...... 그러니까 명대로 못살고 강제 해고를 당하는게야.....
저 사람은 우리 나라 순변검판들에 붙어 있는 악마를 몰아내는 천사인 모양이지.....’
금줄 두 개를 친 두건을 쓴 순검판 부장이 시퍼런 큰칼을 들고 상도 앞으로 한 걸음 한발짝 접근을 한다. 그의 얼굴은 굵은 땀방울이 줄줄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는 상도와 여섯 걸음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달아올라 붉은게 아니라 누렇게 떴다.
상관이 죽고 부하들이 쓰러지고 있는 마당이라 진퇴난관의 입장에서 겨우 버티고 섰다.
“군대 출동 나팔을 불어라! 그리고 상감께 보고하라!”
순검판부장은 핼쓱한 얼굴로 옆에서 호위하고 있는 순변검찰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잠시후 말 한 필이 달려간다. 그리고 쌍나팔이 길게 울려 퍼진다.
“네 이놈 게서 떨지 말고 죽음 밖 구경이나 하려무나!”
상도는 생땀을 흘리고 섰는 순검판부장을 꾸짖는다.
“죽는게 그렇게 무서운 놈이 무고한 양민은 네맘대로 죽이고 감옥 보내는 짓을 했느냐? 하나님이 무섭지도 않았냐?”
상도의 말을 듣는 그의 등에서는 식은 땀이 확 솟아 그의 온몸을 닭살로 만들어 버린다.
“네 놈이 또 네 부하들을 부르는게냐? 아니면 군사들을 부르는 것이냐? 야 이놈아! 내가 너희 같은 것들을 무서워했다면 죽음 밖의 길을 찾아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 너희 같은 놈들을 상전으로 받들고 사는 양민들이 불쌍하구나! 독사를 잡을 때 독사의 대가리를 짓이겨 버리는 법! 내가 네놈을 그리 만들리라! 네놈들은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놈들이니 내가 돈으로 죽여주마! 네놈의 상전도 내가 돈으로 죽였느니.....”
상도는 말을 하며 엽전을 꺼내 왼손가락으로 튕긴다.
상도의 손에서 번쩍한다. 엽전은 보이지 않는다.
“억!”
순검판 부장은 목줄기에 뜨끔하는 열기를 느낀다. 그순간 그는 다리에 힘이 빠진다는 것을 느끼며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모로 벌렁넘어진다.
“순검판부장님!”
순찰들은 순검판부장을 부축한다.
지붕에 올라 있던 궁노수들은 활을 든채 멍청히 서서 상도를 바라본다.
‘세상에 사람이 저렇게 막강할 수가 있단 말인가? 저놈이 우리 순찰들만 다죽이려고 온 저승사자 아닌가! 그렇다면 순찰들은 불나비가 되고 저 놈은 모닥불이 된 형세이니 여기서 덤벼봤자 병신만 되는 것이지.......’
궁노수들은 순검판 부장의 죽는 것이 신호가 되었다. 그들은 지붕에서 배후로 급히 내려간다. 훌훌 담장을 넘어 도망치기 시작한다. 한길에 있던 순찰과 순검찰들도 슬금슬금 가재걸음을 치다가는 돌아서서 내빼기 시작한다.
“네 놈들이 약기는 약구나! 병신이 되는 것보다 그게 백번 낫겠지....
내가 좇아가서 치지는 않을 것으로 아는군!”
그는 도망가는 순찰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내가 이놈들아! 네놈들이 개과천선을 하라고 네놈들 상전을 죽인거야! 그것도 모르고 나에게 덤벼들다 다리가 부러져! 멍청한 놈들!
이것도 다 네 놈들이 심은대로 거두는 것을 당한 것이니라! 어서 기어서 가버려 이놈들아! 죄 값은 고통과 눈물과 한숨으로 치루는 것이니라!”
그는 다시 주위에 너부러져 있는 순찰들을 꾸짖는다.
“이 어리석은 놈들아! 내가 네놈들을 처치할 능력이 없으면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겠냐? 바보자식들! 제 능력도 알지 못하는 놈들이 순검찰이라 순판관이라 어기적거리기는...... 천치놈들!
다시는 양민위에 군림해서 양민들을 울리지마라! 그랬다가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순검찰 두목에게 일러라!”
“이 칼은 내가 전리품으로 가져갈까 했으나 네놈들 같은 것들에게는 쓸데가 없고 이 회초리로도 과분해서 돌려준다!”
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천천히 걷는다.
동네 사람들은 슬금 슬금 집에서 나와 뒷길로 상도가 가고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그들은 순찰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이르자 한길 옆에 서서 상도를 기다린다.
상도는 손가락 굵기만한 회초리를 흔들거리며 그들 앞으로 걸어온다.
상도는 동네 사람들이 줄줄이 나와 서서 있는 것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이 동네 사람들 이나라 사람들은 못된 관리들에게 오랫동안 시달려 왔군! 자기들을 다스리는 관리들이 죽임을 당하고 다치고 있는데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얼굴들이 말하고 있구나!
내집 개도 남이 때리면 싫은 법인데.......
내가 자기나라 사람이 아닌줄 알면서 나를 걱정해 주고.......
그러니까 법을 지행하는 자들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백성들이 원망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상식인데 그걸 모르다니......
과거 공부에만 매달렸지......
쉬운 상식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
정치도 법치도 상식인 것을 모르다니.......
사람이 사는 도리를 따르는게 상식인 것을 모르다니......
그 사람들이 왜 자기들의 동포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버림을 당했는가? 공부를 열심히 하여 암기를 따르르 하게 잘하는 사람들이.........
글을 암송하는게, 그래서 남이 외우지 못하는 것을 외워서 말하면 유식한 것으로 잘못 알고 부러워하고 자랑하는 것에 빠져서 그래 그런거지......
암기하고 있는 그것에 사람들을 집어넣고 맞추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구.....
암기하고 있는 글을 사람에게 맞추어 응용을 하는게 학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구.....
그래서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모르고 잘난체 하며 사람을 괴롭히는 짓을 하는 것이지.....
그러니까 암기는 잘하나 사회생활과는 별개의 것이 되니 백성들을 괴롭히는 짓을 하면서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게야!
그러니까 뇌물을 주면 좋아서 받아 먹고, 뇌물을 주지 않으면 달라고 하고, 뇌물을 달라는데도 안주면 때리고 감옥에 보내는 악행을 하면서도 악행을 하는 것인지 좋은 일을 하는 것인지 그걸 모르는거지.....
그러니 과거에 급제하면 뭣해? 탐관오리 노릇이나 하는 것을..... 하는 처량한 소리가 백성들 입에서 나오는 거라구.......
공부께나 했다는 것들이 저지경이니 학문 무용론이 나오고 과거시험 무용론이 나오고 순검 순판 무용론이 나오는거라구.....
저 순검찰놈들은 백성들이 등을 돌린 것을 모르고 뻐기고들 있으니 주제파악을 못하는 것들이지.....
언제까지 순검판고시 합격한 것만 내세울건지.........
학문에 문리가 난 것들이 등용이 되어야 하는데.......
배운 것을 암기만 하고 있지 응용을 못하는 배운 무식쟁이들.....’
그는 동네 사람들이 서서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동네 사람들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천사님!”
“우리를 괴롭히는 순검찰 놈들을 혼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시지 마시고 아주 뿌리를 뽑아주십시오! 천사님!”
“아주 우리의 임금도 갈아치워 주십시요! 천사님!”
그들은 땅에 엎드려 간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머리가 허옇게 쉰 나이가 든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읍소를 한다.
“우리를 살리는 길에 살려주십시오! 이대로 가시면 우리들은 모두 떼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상도는 떼죽음이란 말에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말한 사람을 바라본다.
그는 말한 사람이 구면인 중년인임을 알아본다.
“노형은 아까 나보고 순검찰들이 떼로 달려오기 전에 도망치라고 일러주신 분이 아니시요?”
“예! 제가 영웅을 알아보지 못하고 걱정이 되어서 빨리 피신을 하시라고 말했던 사람 입니다!”
“고마웠소! 생각을 해주어서!”
“천만의 말씀입니다.”
“아까는 빨리 도망치라고 하고서 지금은 그냥 가면 동네 사람이 모두 죽는다는 말을 하시는 뜻을 모르겠군요.”
“아까는 제가 젊으신 영웅께서 당하실까봐서 그렇게 말씀 드린 것이지요! 저와 동네 사람들의 안위는 접어두고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영웅께서 순찰 순검 순판들을 모조리 격파 하셨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요!”
“순찰들이 패하는 것을 저희들은 멀건히 바라만 보았으니 그들에게 미운 물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영웅님을 위해서 한 말을 그들이 들었기에 반드시 보복을 할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 동네 사람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러니 보호를 해달라 그말이십니까?”
“보호가 아니라 영웅께서 풀섭만 건드려 놓으셨기에 독사들이 발광하고 독을 뿜기 시작했으니 사람이 물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물려죽는게 명약관화 하다 그말입니다. 그러니 아예 독사들을 모두 잡아 주셔서 힘없는 백성을 살려 달라 그말입니다.”
“어려운 부탁들을 하고 계십니다.”
“영웅께서는 충분히 하실수 있으십니다.”
“누가 권세를 잡아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권세를 부리는데 맛들려 백성을 괴롭히기 마련입니다.”
“영웅 말씀도 맞습니다. 그러나 조금 덜한 사람도 있으니 사갈 같은 자들을 몰아내고 조금 착한자들이 권세를 잡게 해주시면 저희 백성들이 죽지 못해서 할 수 없이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면할 수가 있습니다.”
“나는 당신들 나라 사람도 아닌데..... 누가 누군지를 알아서 당신들의 임금이나 정치꾼들을 어찌 바꿀수가 있겠소?”
“고맙습니다! 영웅님! 저희들이 앞장을 설터이니 배후에서 힘만 되어 주십시오!”
“나는 살생을 안하려고 하는 사람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웅께서는 순검찰들을 살려주시고 두목만 처치하신 것을 잘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살생하실 일이 별로 없으십니다! 영웅께서 이미 처치하신 순검판들이 우리나라의 주력들입니다. 영웅께서 순검판들을 처치하신 것을 아는 자들은 영웅님의 말이라면 꼼짝을 못하고 승복을 하고 항복을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영웅님!”
“저희들이 사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닙니다!”
“뿌리를 뽑아 주십시요!”
“양소맥주당들을 박멸해 주십시요!”
동네 사람들은 아낙네들까지 상도 앞으로 모여 들어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한다.
“양소맥주당이라는게 무엇입니까?”
상도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웃하고 묻는다.
“우리 나라를 좌지 우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백성들을 무척 괴롭히고 있는 현실입니다.”
“양소맥주당은 백성들을 수도 없이 망하게 한 것들입니다.”
“그런자들의 모임이 있다니......”
“우리의 위정자들을 양소맥주당들이 버려놨습니다. 그리고 일반백성들도 양소맥주당원들의 횡포에 죄없이 죽은 사람이 참 많습니다.
학정에 시달려 병든 사람들도 헤아릴수 없이 많습니다.”
“저기에 저렇게 큰 석상이 있는데 그걸 섬기는 사람들일텐데 그렇게 악할 수가 있다니 이해가 안되는군요!”
“아, 예! 사람의 얼굴을 저렇게 만들어 놓은거요! 임금이 만들어 놓은 것인데 그걸 만들어 놓게 된 것은 사연이 있습니다. 석상 섬기는 것은 섬기는 것이고 하는 짓은 악행일 뿐입니다. 사람들에게 가르처 주는 일을 석상이 어찌 하겠습니까?
석상에게 절만 열심히 할 뿐이지요!
절한다고 그 사람이 착해지는게 아닙지요!
저 석상은 우리 나라에 임금이 있었는데 그는 반란을 하여 왕의 자리를 빼앗은 왕이었는데 그가 왕이 될 때에 많은 사람을 죽였지요! 그 왕에게 여러 아들이 있었지요! 그 왕자들이 서로 권세를 잡으려고 싸웠지요! 배다른 이복동생이 둘이 있었는데 멀쩡히 아비가 살아 있는데 이복동생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아비를 임금의 자리에서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왕자들끼리 왕권을 차지하려고 싸웠지요! 살육전이 벌어졌지요! 그렇게 아비를 몰아내고 동생과 형을 죽인 그 왕자가 임금이 된 후에 노년에 이르러 참회인지 반성인지를 하느라고 석상을 하나 크게 만들어 세웠지요! 그리고 얼마있다 그 임금의 손자가 반란하여 증손 조카 임금을 죽이고 임금이 되면서 많은 사람을 죽였지요!
조카를 죽이고 많은 사람을 죽이고 왕이 된 그도 찬탈한 죄로 많은 사람을 죽인 죄로 몹쓸병에 걸렸었고 그 죄로 그의 자식들도 요절을 하였지요! 그 왕이 석탑을 세우고 석상을 크게 만들어 세웠지요! 요근래는 반란하여 왕이 된 자가 저렇게 크게 만들어 세웠습니다. 그래서 방방곡곡에 석상이 널려 있습니다. 마치 많은 사람을 죽인 후에 석상을 만들어 세우기만 하면 속죄가 되는 것으로 아는 모양입니다.”
“사연이 아주 깁니다 그려! 그 석상 섬기는 곳에 사람들이 있겠지요?”
“예! 회색 장포를 입고 일도 안하고 나라에서 주는 녹을 먹으며 살고 있지요!”
“당신네 나라는 반란을 자주 일으켜서 서로 죽이고 죽는 일을 자주하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회색 장포 입은 자들끼리 세력 다툼을 하느라 난리가 그칠 날이 없습니다. 그리고 회색 장포 입은 자들에게서 무술을 배워 가지고 순검찰에 등용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곡차당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법 위에 군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우선 어떻게 할 것인지 말씀을 해 주십시오! 나혼자의 힘으로 가능할지 의심스럽군요!”
“영웅께서 따라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저희들이 앞장 서겠습니다!
우선 영웅님 아침을 잡수시지요!”
“그럽시다!”
그들은 주막 집에서 상도를 대접한다. 그리고 나라의 형편을 세세하게 상도에게 말해 준다. 그들의 말은 상도에게 의분의 불을 붙인다.
동네 젊은이들은 앞장서서 걸어간다. 상도는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따라간다.
“양소맥주당을 몰아내자!”
“순검판들을 몰아내자!”
“젊은이들은 일어나라!”
“회색장포를 몰아내자!”
동네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며 동네 가운데 한길을 걸어간다.
집집마다 아이들이 나와서 대열에 합류한다. 부녀자들도 따라오며 외친다. 청장년들이 괭이를 들고 쇠스랑을 들고 나와 합류한다.
동네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는 점점 커진다.
그들은 큰 석상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큰 석상은 동네 가운데 성벽 속에 위치하고 있다.
‘동네가 제법 크구나.....
서민들이 권세자들의 폭정과 압제에 항거하여 일어나고 있군!’
상도는 군중들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폭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곡차당을 몰아내라!”
“순검찰을 몰아내라!”
“우리를 속이는 회색 장포들을 몰아내라!”
“권세자를 비호하는 곡차당을 몰아내자!”
동네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는 함성으로 커졌다.
“우리를 달달 볶는 임금을 몰아내라!”
“미운 놈만 잡아넣는 순검판들을 몰아내자!”
“권세자를 몰아내자!”
“뇌물먹고 재판하는 순검판을 몰아내자!”
“백성을 괴롭히는 정치꾼을 몰아내자!”
“뇌물로 치부한 놈들을 몰아내자 야! 야! 야!”
“악질 장사꾼을 몰아내자!야야야!”
함성은 눈덩이처럼 커지더니 폭발을 한다. 석상이 있는 성내가 진동을 한다.
석상이 있는 집에는 장포를 입은 자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린다.
동네 사람과 성내 사람들은 모두 석상이 있는 성문 앞에 모여 고함을 지르고 있다.
“영웅님! 여기에 우리 왕이 있습니다! 왕은 잿빛 장포 입은 자들의 호위 속에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군대가 우리를 진압하러 안나오지요?”
“아, 예! 성안에서 임금을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군대가 국경에서 국경을 지키고 있지요! 지금은 평화 시대라 임금이 있는 도성에 군대가 얼마 없습니다. 우리가 갑자기 이렇게 소요를 일으킬 줄은 예상을 못했을 것입니다. 백성들을 임금은 깔보고 있으니까요!
우리 같은 백성들이야 영웅께서 처치하신 순찰들로도 충분히 진압을 하고도 남으니까요!”
상도는 고개를 끄덕인다.
“영웅님이 안에서 임금을 호위하고 있는 양소맥주당을 제거해 주셔야 백성을 도탄에서 구출 하실 수가 있습니다.”
“양소맥주당은 얼마나 많은 숫자입니까?”
“그들은 확실한 숫자는 모르지만 대략 백여명은 될 것이며 그들은 회색 장포를 입은 자들 가운데서 뽑힌 자들로써 무예가 아주 고강합니다. 순검판들이 그들의 지시를 받고 있으니까요!”
“또 있습니까?”
“곡차당이라는 임금을 직접 호위하고 있는 자들인데 그 숫자가 오십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임금과 관리들을 몰아내면 누가 그자리에 오를 것인지 그게 궁금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가 없어지면 공백이 생겨 나라가 혼란이 야기되어 사방에 도둑이 일어나고 너도 나도 임금이 되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백성들은 더욱 살기가 어려워 진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저희들은 폭군을 몰아내는 일밖에 생각이 안됩니다. 이유는 아시다시피 견딜수 없기 때문 입니다. 나중에 어찌되든 현재의 고통을 탈출하는 일만 생각이 될 뿐입니다. 염려 하실 것 없습니다. 우리 가운데 임금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가 자치적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나며 성문이 열렸다.
성문 앞에 서서 외치던 백성들은 성문이 열리자 어리둥절한다.
회색 장포를 입은 자들이 성문 입구를 가로막아 일자로 서있다. 회색 장포를 입은자 가운데 노란 두건을 쓴 자 하나가 성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그는 성문 입구를 가로막아 서서 백성들을 쭉 훑어본다. 그의 눈은 가소로운 것들이라는게 그들먹하게 쓰여 있다.
그는 체구가 아주 우람하다.
백성들은 그의 덩치에 압도가 되어버린다.
그를 바라보는 백성들은 자연스레 입을 다문다. 찬물을 끼얹은 상태가 되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떠드냐?”
노란 두건을 쓴 자의 목소리는 아주 우렁차다. 사람들의 귀를 대번에 서늘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백성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감히 대답을 못한다.
“어서 돌아가라!”
“............”
“이곳은 나랏님이 계신 곳이다.”
“...........”
“어서 가지 않으면 반란죄로 다스릴 것이니라!”
성문 앞에 서서 있던 백성들은 웅성거리며 주춤 주춤 뒷걸음을 친다.
그때다.
“폭군을 몰아내자!”
상도 옆에 서 있던 중년인이 크게 외친다.
노란 두건을 쓴 자는 소리를 좇아 중년인을 찾는다.
백성들은 기가 죽어 따라 외치지를 못한다.
“악질 관리를 몰아내자!”
중년인은 다시 외친다.
백성들은 어물쩡 뒤로 몸을 사리다 중년인의 일이 어찌 될까가 궁금하여 잠잠히 서서 방관만 한다.
“백성을 선동하는 놈은 개죽음을 보리라!”
그의 소리는 아까와 달리 쩌렁쩌렁 울려 사람들의 기를 꺾어버린다.
그리고 겁을 먹인다.
노란 두건을 쓴 자는 뚜벅뚜벅 당차게 상도 앞으로 걸어간다.
두건 쓴 자는 중년인을 번쩍 들어 옆구리에 낀다. 그리고 다시 성문 앞으로 걸어간다. 그는 성문 앞에서 중년인을 옆구리에 낀 채 크게 외친다.
“반란을 일으키는 놈을 보라! 이렇게 쪼그만 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그는 말을 하며 중년인을 옆구리에서 내려놓는다.
중년인은 노란 두건 쓴 자의 어깨 밑에 맴돈다.
“내가 이런 쥐새끼 같은 놈에게 죽음의 맛을 보여주겠다!”
그는 개선 장군이나 된듯 다시 크게 외친다.
“폭군의 앞잡이야! 백성들을 생각하라!”
중년인은 크게 외친다. 그의 외치는 소리는 연약하기만 하다.
“네 이놈 죽을 준비는 되었느냐?”
“폭군의 주구는 천벌을 받으리라!”
“이런 어린 놈이!”
그는 말을 하며 중년인의 머리를 오른손 주먹으로 내려친다.
“덩치만 크면 어른이냐?”
사람들은 눈을 감아버리는 사람도 있다.
중년인은 말을 하며 내려오는 주먹을 맞받아 친다.
주먹과 주먹은 부딪쳤다가 떨어졌다
눈을 감았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다. 그들은 끔찍한 것을 볼 것으로 예상한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노란 두건을 쓴 자와 중년인은 마주 서서 노려보고 있다.
사람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중년인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니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을 당장에 요절을 내서 성문에다 효시를 하려고 했는데 이거 내 체면이 말이 아니구만......
어서 이놈을 처치해야 백성들이 소란을 못피우는데........
내가 이놈을 당장에.....
이런 애송이를 잡는데 무기를 먼저 꺼내자니 체면이 안서고.....’
‘아니 이상하네..... 내가 이놈의 적수가 못되는데.....
이놈이 제대루 힘을 못쓰는 것 같구먼......
아까 주먹과 주먹이 부딪칠 때도 내손이 그냥 올라가서 부딪쳤다구......
누가 내손을 쥐고서 그러는 것 같이 말야...... 죽기를 각오하고 임금을 몰아내기로 한 것이니 내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야 백성들이 따라오지......’
“이 반란의 종자야 내 주먹 맛을 다시보라!”
“오너라! 이놈!”
그는 거구를 날리며 중년인을 공격한다.
그러나 중년인은 이리 저리 잘도 피해버린다.
거구의 사나이는 손발을 팔랑개비처럼 휘두른다.
“팍! 딱! 퍽! 퍽! 우드득!”
중년인의 몸뚱이에서는 매타작 소리가, 뼈부러지는 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놀라게 한다. 사람들은 매타작하는 땡초를 쳐다본다.
땡초는 때리면서도 얼굴을 찡그리고 때린다.
‘아니 이자식이 익힌 무공이 무엇인데 내가 이 자식의 옷자락만 때리게 되나.... 몸둥이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기만 하니.....옷자락이 솜뭉치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으니......이거 오늘 개망신을 하는군.....’
“이놈아! 요술을 부리지 말고 정정당당히 싸우자!”
노란 두건을 쓴 자는 쇠북소리로 패색 짙은 소리를 내 뱉는다.
“야---! 야-----!”
“와---! 야-----!”
백성들은 땡초의 우렁찬 패색 소리를 듣자 탄성을 지른다. 흥분했다.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대단하다!”
“저렇게 맞고도 끄덕을 안하네!”
“야----!
“야-----!”
“땡초 조져라!”
“땡초를 죽여라!”
“곡차당을 죽여라!”
“양소맥주당을 죽여라!”
백성들은 다시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중년인이 나설 때는 ‘또 한사람 불쌍하게 죽는구나!’ 하는 얼굴.....
‘나도 저렇게 얻어 걸리면 어쩌나!’ 하는 얼굴......
‘명대로 살려면 눈에 안띄게 슬금슬금 도망질을 쳐야지.’ 하는 얼굴
‘땡초의 눈에 띄었다가는 죽지 못살어!’ 하는 얼굴......
그들은 겁을 물키던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아오고 아직 살아 있다는 소리를 질러댄다.
“폭군을 죽여라!”
“악질을 몰아내라!”
“탐관오리를 죽여라!”
백성들은 중년인을 향하여 폭군을 죽이고 땡초를 죽이란다.
그들은 압박과 설움을 주고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폭군을 몰아내러 가자고 외치질 못하고 하지도 않는다. 백성들은 스스로의 무능을 말하고 자기들을 도탄에서 건져 달라는 소리가 담긴 소리를 외친다.
“폭군을 몰아내는 사람을 왕으로 세우자!”
“탐관오리를 몰아내는 사람을 왕으로 세우자!”
상도는 백성들의 외침을 귀담아 들으며 중년인을 돕고 있다.
‘백성들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는게 아니라 백성들이 용기있는 사람을 자기들을 위해 선동을 하고 있구나.......
대중은 어리석은게 아니라 꾀가 있는 자들이구먼.....
자기들의 고생과 고통을 해결해 달라고 현상금을 걸고 있구먼........
그러니 이런 달콤한 소리에 안넘어갈 대장부가 그리고 여장부가 몇 명이나 되겠냐......
성질 급한 호걸들이 여걸들이 죽을둥 살둥 일을 내는 것이지.....
그래서 민족의 이름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속절없이 희생물이 되는거지.....
아쉬울 때는 이용하고 모든게 해결된 때는 헌신짝처럼 저버리는게 인생들이지......
고생할 때는 같이 고생을 하지만 목적을 달성한 후 복락을 누리는때는 내어 쫓고 죽이는 짓을 하는게 인생들이지........
중국 천하를 차지하려고 전쟁할 때는 한신의 도움 받기 위해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대접하고 천하를 통일한 후에는 내어쫓고 죽이고한 놈이 의리를 모르는 유방이라는 놈이었지......
중국역사에는 그런 놈들이 많이 나오지.....
유교나라에서도 그런 놈이 있었지.....
이방원이라는 놈이 그랬어!
그놈은 저를 임금되게 해준 처남도 둘이나 죽이고 이숙번이도 죽였지. 유교나라에도 방원이 같은 의리부동한놈이 많아. 방원이 후손 속에 그런 놈이 많다구......
중종이라는 놈도 저를 임금으로 세워준 박원종이를 죽인 싸가지 없는 놈이었어.........
유교나라 놈들과 가까운 이것들도 같은 종자들이니 내가 도와준들 싸가지가 없을 것이 뻔한게야......
그러니까 저희들끼리 죽이던지 살리던지 내가 관여할게 없는 것이지.
내가 내일을 젖혀두고 이곳에서 괜히 꼴틀리는 짓을 할게 없다구.......
저희들끼리 싸우다가 죽은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람........
인정이 사람을 죽여주는구나.....
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더니......
저 중년인이 나를 생각해서 빨리 도망을 치라고.....
내가 도망갈 생각을 안하니까 몹시 안타까워했지......
그래서 내 발이 이들을 따라오게 된거지......
사람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기의 안위를 돌아보지 않고 헌신적인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구나.....
어린 것들이랑 부녀자들이 하소연을 한 것을 생각하면 인정상 그냥 모른체 하고 가기도 그렇고.......
나야 석상나라에 있을게 아니고 떠나가는 입장이니 한신처럼 토사구팽을 당할리야 없겠지......
장량이처럼 훌훌털고 미련없이 떠나가면 그만이지........
벼슬을 한다고 눌러 있으니까 유방이나 방원이 같은 쥐새끼들에게 당하는 거지.....
한번 도와 주기로 했으니 저 이름도 모르는 중년인을 도와서 신음하는 인생들을 구하는 것도 자선을 하면서 사는 것이라 볼 수도 있고....
좌우지간 악질들은 골라내야 세상이 조금 맑아질 수 있지.....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 할 수도 있고.......
순검판 같은 놈들이 양소맥주당의 손아귀에 더 놀아나기 전에 곡차당을 부숴야.....
그건 그렇고......저 땡초가 회색 장포에 노란 두건을 쓴 것을 보니 저놈들이 혹시 그 부자 동네를 몰살시키고 돈과 재물을 빼앗아 갔다는 놈들이 아닌가?
회색 장포를 보니 비슷한 점이 많은데 저놈들의 소행인지 내가 밝혀 봐야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그여자의 남편을 장례를 치뤄줄때.......으음.....
그녀를 만나 보았으면 사실 여부를 가리기가 좋겠군........
그렇다면 일을 빨리 끝내는게......’
중년인은 매타작을 당하기만 하다가 졸지에 반격을 한다.
“네 이놈! 나의 주먹맛을 보아라!”
중년인은 말을 끝내는 순간 주먹을 내지른다. 오른 주먹은 땡초의 콧잔등을 ‘팍! 으드득!’ 소리가 나게 가격한다.
“아악!”
회색 장포 거한은 비명을 내지른다. 두길 넘게 붕 떴다.
땅바닥에 퍽소리를 내며 패대기를 친다.
땡초는 팔다리를 파르르 떤다. 그의 코는 없어져버렸다. 다만 우묵한 곳에 핏덩이가 고여있다.
“와-----”
“야-----”
“죽여라!”
“죽여라!”
백성들은 중년인이 매타작을 당하다가 한방에 거구의 땡초를 패대기를 치자 놀라서 좋아서 탄성을 지른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백성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서 오른손 주먹을 하늘을 향해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연호를 한다.
백성들의 눈동자는 핏발이 섰다.
그들은 ‘죽여라! 죽여라!’ 하는 소리만 지르면 자기들을 위해 용감하게 싸워 줄 사람이 나올 것으로 여기고 입에 게거품을 질질 흘리면서 합창으로 외쳐댄다.
중년인은 상도를 흘끔 바라본다. 상도는 그의 시선을 받자 오른손 주먹을 불끈 들어올린다. 그러자 중년인은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한다.
“영웅님 감사합니다!”
“아주 잘싸우셨소!”
“감사합니다!”
“계속 밀어붙이시오!”
“말씀대로 복종하겠습니다! 영웅님!”
상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어준다.
중년인은 오른손을 높이 들어올린다.
“나를 따르시오! 탐관오리를 몰아냅시다!”
중년인은 크게 외친다.
“좋소!”
백성들은 오래 기다렸다는 듯 합창하며 대답한다.
중년인은 성문 안으로 당당하게 걸어간다.
상도는 중년인과 근거리를 유지하며 따라 걷는다.
백성들도 중년인의 뒤를 따라간다.
일렬로 늘어서 있던 회색 장포인들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중년인을 바라본다. 그들은 흰색 두건을 쓰고 있다.
“물러가라!”
중년인은 그들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흰두건을 쓴 자들은 아무 대답을 않고 서서 있다.
중년인은 그들 가운데로 다가간다. 상도는 중년인의 뒤에 바싹 다가 서서 따라간다.
“비켜라!”
중년인은 용기 백배하여 오른손을 들어 비키라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중년인 앞에 있던 자가 오른쪽으로 튕겨져 나뒹군다.
그와 동시에 흰두건을 쓴 자들이 칼을 들고 일시에 중년인을 향해 공격한다. 상도의 왼손바닥이 펴졌다 오므렸다.
‘쉭쉭쉭’ 소리가 그들에게 번개처럼 달려든다.
그들의 칼 든 손목에 도토리 만한 돌멩이가 정확하게 가격한다.
그들의 칼은 땅바닥에 졸지에 떨어진다.
그들의 손목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진다.
“와와! 돌격!”
“와와! 임금을 몰아내라!”
“석상을 때려 부숴라!”
“와와! 우상을 부숴라!”
백성들은 그들을 밀어 자빠뜨리고 질겅질겅 밟고서 지나간다.
그들은 회색 장포 입은 자들을 만나는 대로 상도의 도움을 받아 까부수고 질겅질겅 밟고서 석상이 있는 대궐문에 이르렀다.
“대궐 안에 있는 자들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대궐을 완전히 포위를 하시오!”
중년인은 뒤를 돌아다보며 외친다.
젊은이들은, 쇠스랑, 괭이, 낫 등을 들고 대궐을 둘러친 성벽을 포위한다.
“폭군은 나와라!”
“폭군을 끌어내라!”
“석상을 부숴라!”
“탐관오리를 죽여라!”
대궐문이 삐거덕하고 양쪽으로 활짝 열린다.
머리에 남색 두건을 쓴 자들이 번쩍하는 몸놀림으로 대궐문을 등지고 두줄로 백성을 향해 싸울 태세를 갖췄다.
그들은 백성을 향해 비웃음을 얼굴에 담았다.
왜소한 체구에 붉은 두건을 쓴 자가 안하무인의 태도로 백성들을 훑어보며 걸어나와 남색 두건 쓴 무리 앞에 팔장을 끼고 섰다.
그의 손에는 대나무 뿌리로 만든 회초리가 들려 있다.
“저자들이 곡차당이라는 땡초들이요?”
상도는 중년인에게 묻는다.
“그렇습니다! 저들은 무예가 고강하다고 들었습니다!”
“저들만 처치하면 임금을 쫓아낼 수 있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제가 아는 것은 소문이기 때문에 들어가 봐야 대궐의 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구려! 그러면 저 왜소한 자를 처치토록 합시다!”
“영웅께서 하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럼 시작합시다!”
“예!”
“왜소한 자에게 약을 잔뜩 올리시오!”
“예!”
중년인은 왜소한 자를 눈을 부라리고 노려본다.
왜소한 자도 커다란 눈으로 삼킬듯이 노려본다.
“이 곡차당아! 오늘 천벌을 받게 목을 느려라!”
“반도가 무례하구나!”
“백성을 괴롭히는 놈들아! 너희들의 죄상은 하늘에 사무쳤다! 네 놈들이 석상을 만들고 백성을 미혹하고 임금을 폭군으로 만들었으니 네놈들은 목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어서 나와 칼을 받아라!”
“이 가소로운 놈! 어디서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이놈의 주둥이를 비벼놔라!”
“예!”
남색 두건 쓴 자가 중년인을 향해 세길 이상 뛰어 올라 검을 들고 매가 되어 덮친다.
“야!”
백성들의 입에서는 놀라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중년인은 옆사람이 들고 있는 괭이를 집어들고 검을 갈기려 든다.
검이 내려치기 직전 괭이는 말뚝처럼 그대로 섰다.
남색 두건 쓴 자는 찰라 사이에 웃는다.
그의 웃음은 가소롭다는게 전부다.
‘내 칼맛을 보여 주마!’
그때다. 괭이는 졸지에 그의 팔목을 향해 푹 솟아오른다.
그리고 칼 든 손목을 찍으러 덤빈다. 그는 칼 든 손목을 피하며 칼로 괭이를 막는다. 괭이는 칼과 부딪치지 않고 뒤로 빠진다.
칼은 허공을 열번을 갈랐다. 그러나 괭이는 부딪치지 않는다.
그는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의 발이 땅에 닿을 찰라 괭이는 남색 두건 쓴 자의 무릎을 찍었다.
“우두둑!”
“아악!”
곡차당원은 땅바닥에 떼굴떼굴 흙고물을 묻힌다.
백성들과 곡차당들은 깜짝 놀란다.
단 일합도 안된 상태에서 승부가 났기 때문이다.
“왜소한 놈아 어서 목을 느려라!”
“저런 저런 때려 죽일놈!”
왜소한 그는 입술을 깨물면서 중년인 앞으로 걸어나와 일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네놈들이 왕을 끼고 돈을 긁어모으는데만 미쳐 날뛰는 통에 백성들이 도저히 살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괭이를 들고 일어나 네 놈들을 갈아엎기로 하였느니라! 이 왜소한 땅개놈아! 목을 느려라!”
“이놈!”
그는 분기탱천하여 대나무 회초리를 들고 중년인을 갈긴다. 그리고 천천히 중년인 앞으로 걸어간다. 그런데 그의 발은 중년인의 발등을 찍으려 든다. 중년인은 내심 당황이 포개졌다. 그순간 중년인은 괭이를 들어 마주 밀어버린다. 그러자 쌩! 팍! 소리를 낸다. 중년인의 몸은 민첩하게 왜소한 자의 등뒤로 쫓아 붙는다. 그리고 괭이로 등고랑을 찍는다. 왜소한 자는 생전 처음 강적을 만났다는 서늘함에 몸을 틀어 괭이를 피한다. 그러나 괭이는 그의 등을 긁어버린다.
회색 장포는 양쪽으로 북소리를 내며 갈라진다.
“왜소한 놈아 어디로 도망치냐?”
“......”
그는 대답할 겨를이 없다 중년인의 괭이를 피하는데 급급하다.
“빨간 두건을 벗어라!”
중년인의 말소리 따라 붉은 두건이 날라간다.
왜소한 자의 머리는 머리도 없는게 문어대가리처럼 생겼다.
“이 문어대가리들아 어서 항복하라! 그러면 내가 문어대가리를 곱게 부숴주마!”
“문어대갈통을 부숴라!”
“문어대가리를 죽여라!”
백성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왜소한 자는 손발이 백성들의 함성에 짓눌렀다. 남색 두건을 쓴자들이 저희 당주를 구하려고 일제히 중년인을 향해 공격한다.
“어딜!”
상도는 왼손으로 동전을 날려 보낸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그들을 향해 갈긴다.
“아악!”
“아악!”
외마디 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소리따라 남색 두건 쓴 자들이 픽쓰러진다. 그리고 왜소한 자도 무릎을 꿇었다가 앞으로 엎어진다.
동전은 왜소한 자의 등을 커다랗게 구멍을 뚫었다.
“와와!”
백성들은 고함을 지르며 환호한다.
그때다. 남문에서 군마가 달려 들어오고 있다. 흙먼지가 하늘을 덮었다.
“전왕을 해치말라!”
“대궐을 침입하는 자는 죽이리라!”
“항거하는 자는 죽이리라!”
군대는 함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중년인과 백성들은 군마가 달려오는 것을 바라본다.
‘염려하던 군대들이 왕을 도우러 왔으니 어떡한다.......’
백성들은 군마를 보자 겁먹은 눈으로 군대를 계속 바라본다.
대궐을 포위하고 있던 백성들은 포위를 풀고 백성들 속으로 신속히 들어가 버린다.
중년인은 백성들의 표정을 읽는다.
“안심하시오! 우리는 군대를 물리칠 수 있소!”
중년인은 크게 소리친다. 흙먼지는 백성들을 뒤덮는다.
군마는 대궐 앞 광장에 도착했다.
말에서 내린 장수들은 신속하게 대궐문 앞으로 걸어간다.
그들은 땅에 쓰러져 있는 곡차당들을 훑어본다.
군대들은 계속 들어와 대궐과 백성들의 사이에 대궐을 등지고 진을 친다. 군대들은 계속 들어와 백성들을 포위한다.
“순검판장이 비상나팔을 불어 군대에게 알리더니 군사들이 몰려오는군 .....백성들이 다칠까 염려가 되는군.....”
상도는 혼잣말로 말한다.
“못살겠어서 임금을 몰아내는 판에 피를 안흘릴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중년인은 상도의 말에 대답을 한다.
“못된 탐관오리들은 죽임을 당해도 마땅하나 죄 없는 백성이야 잘 살아보겠다고 나섰는데 잘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어서야 되겠소!”
“영웅님의 뜻하신바대로 하십시요. 소생은 따르겠습니다!”
“누가 최고 대장인지 그를 지목해 주시오! 그러면 내가 직접 나서겠소!”
“저쪽에 어린갑을 입고 붉은 투구를 쓴 자가 대장인듯 십습니다.”
“그래요!”
상도는 말을 하며 대장 앞으로 자연스레 걸어간다.
그의 손에는 아무 무기도 없이 걸어간다.
군사들은 그가 오는 것을 가로막지 않고 내버려둔다.
대장 앞 십여보 앞에서 갑옷 입은 군사 두명이 창대로 가로 막는다.
“더이상 못들어간다.”
“나는 대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으니 뵙도록 허락해 주십시요!”
“대장님의 명령이 있기 전에는 허락이 안된다.”
“대장님을 뵙게 해 주십시요!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안돼!”
“우리 모두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어서 꺼져!”
“한번만 대장님을 뵙도록 주선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생사가 걸린 일입니다!”
“이자식이!”
“가라면 가 이새끼야!”
“군병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를 대장님께 아뢰도록 허락해 주십시요!”
“이새끼가 좋은말로 하니까 안듣네! 이런!”
“이새끼가 우리를 혼나게 하려구! 쌍!”
군병 하나가 창자루로 갈긴다.
대장은 오만한 자세로 서 있을 뿐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대장은 부장에게 명령한다.
“해산하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군율로 다스리겠다고 하라!”
“예.”
부장은 대장의 명령을 받고 나간다.
“탁!”
창대는 상도를 갈겼다. 창대는 두동강이 났다.
“이 새끼가?”
창자루를 부러뜨린 군병은 소리친다. 곁에 있던 군병이 창을 들어 상도의 배를 내지른다. 창끝은 상도의 배를 푹찌른다. 창날이 바위를 찌른 것처럼 쇠소리를 낸다.
“악!”
창은 피웅소리를 내며 거꾸로 화살되어 대궐로 하늘 높이 날아간다.
군병의 손아귀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상도의 오른손에는 부러진 창을 거머 쥐고 있다.
군병들은 상도에게로 달려든다.
상도는 부러진 창을 들고 대장 앞으로 걸어간다.
군병 수십명이 상도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창으로 칼로 공격한다.
“멈춰라!”
상도는 소리에 힘을 실어 말한다.
군병들은 주춤한다.
“나는 너희 대장과 할 말이 있다는데 왜 이리 무례하냐?”
“이놈이 환장했구나! 쳐라!”
갑옷 입은 자가 크게 호통을 친다.
“네놈들이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구나!”
그는 말을 하며 부러진 창을 휘두른다.
“쿵!”
군병 수십명은 일제히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이구 엉덩이야!”
“아야!”
군병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엉덩이를 자기 손으로 감싼다.
“좋게 말을 하니까 사람을 깔보는구나! 이 무례한 놈들 같으니!......”
상도는 말을 하며 대장 앞으로 걸어간다.
“에헴!”
상도는 대장 앞에서 헛기침을 한 번 한다.
대장은 상도를 노려본다.
“대장님을 뵈려고 하는데 그럴수가 있소? 실망 했소이다!”
“네가 무슨 말을 늘어놓으려고 그러느냐?”
“결론부터 말하겠소!”
“말해라!”
대장은 거만스레 말을 받는다.
“군병을 모두 철수하시오!”
“미친놈 같으니!”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으면 대장의 목을 베고 군병의 목을 모두 짜르겠다.”
“가소로운놈!”
“나는 실언을 않는다. 저기서 내가 네 부하에게 하는 말을 다 들었을 터인즉 내가 무례하다 하지 말라! 네가 나의 말을 듣고 군사들이 내 앞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타협안을 제시했겠지만 네 놈의 강포함이 나를 분하게 했느니라!”
“네가 그럴 능력이 있는지 보고 싶구나!”
“너는 네 부하들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나 뱀은 대가리가 부서지면 몸뚱이는 아무리 길어도 소용이 없느니라!”
“우리 전경련회는 패한 적이 없느니라! 내가 왕으로 세우고 싶은 자를 왕으로 세우고 호위하는 금권이 있는 걸 네놈이 아직 모르는구나! 금권을 맛을 보기 소원이라면 보여주마! 불쌍한 놈!”
“기회를 주겠다! 백성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백성을 괴롭히는 폭군 편에 설것인가?”
“주둥이를 어디서 놀리냐?”
“그래! 금권을 부린다니 네놈이 금권 맛을 보라!”
상도는 말을 하며 옆전 두개를 왼손가락으로 튕긴다.
“악!”
그는 옆전을 급하게 피하느라 목을 오른쪽으로 움직인 순간 날아온 두 번째 옆전에게 격살을 당하고 뒤로 자빠진다.
대장을 호위하던 장수들은 졸지에 멍했다가 칼을 빼어들고 일제히 달겨든다. 그러나 그들은 상도의 적수가 아니다.
상도가 부러진 창으로 한 번 휘두르자 모두 붕떴다가 엉덩방아를 찧느라 퍽퍽소리를 내고 만다.
“너희들 중에 누가 대장 다음이냐?”
“.........”
“살고 싶으면 빨리 말하라!”
상도의 목소리는 위압이 실려 장수들의 꺾인 기세를 뭉개 버린다.
“제가 부장이요!”
“군병을 서문 밖에 진치게 하라!”
“예!”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한놈도 살지 못할 것이다!”
“예!”
“백성을 다치게 하는 놈이 있다면 내가 목을 너희 대장처럼 베리라!”
“예!”
부장의 명을 받은 군병 나팔수는 나팔을 분다. 그리고 큰북을 친다.
그러자 군병들은 포위를 풀고 두줄로 정렬한다.
“전진하라!”
부장의 명령따라 군병들은 서문 밖으로 행군하기 시작한다.
“와와! 와와!”
백성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좋아서 박수를 쳐댄다.
대궐앞 마당은 졸지에 박수 소리로 메워졌다.
중년인은 청년들에게 명령한다.
“대궐로 들어가자!”
“와! 와! 와!”
청년들은 함성을 지르며 대궐로 난입한다.
“폭군을 끌어내라!”
“폭군을 죽여라!”
백성들은 함성을 지르며 청년들의 뒤를 따른다.
그들의 소리는 짓눌렸다가 터지는 굉음 바로 그것이다. 땅이 진동하고 성이 진동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진동한다.
대궐에 빌붙어 기생하던 탐관오리들은 벌벌 떨고 있다.
“폭군을 끌어내라!”
중년인은 명령한다.
“폭군을 끌어내라!”
청년들은 명령대로 외친다.
“폭군이 어디 있냐? 폭군은 나오너라!”
청년들의 살기등등한 모습에 시녀들은 얼굴이 창백하여 허둥거린다.
“여봐라! 폭군은 어디에 있냐?”
청년 하나가 겁에 질려 있는 시녀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고 묻는다.
“어디로 가셨는지 몰라유!”
“이년! 살고 싶으면 바른대로 대라!”
청년은 쇠스랑을 들먹거려 찍는 시늉을 하고 눈을 부라리며 말한다.
“에구머니! 아까는 저방에 계셨는데..... 지금은 어디로 가셨는지 정말 몰라요!”
“왕비는 어디 있냐?”
“왕비궁에 가서 물어보세요!”
“이리와 이년!”
젊은이는 예쁘장한 시녀를 대궐문 앞으로 끌어다가 땅에 꿇린다.
“대궐을 샅샅이 뒤져 대궐 사람은 모두 잡아오너라!”
“예!”
중년인은 시녀를 잡아온 청년에게 명령한다.
젊은이는 젊은이들에게 중년인의 명령을 전한다.
“대궐에 있는 사람은 비단옷을 입었다. 그리고 얼굴과 손이 깨끗하다. 살이 포동포동 찌었다.”
중년인은 청년들에게 대궐 사람의 모습을 다시 가르쳐준다.
“석상 앞과 뒤를 샅샅이 뒤져라! 석상옆에 있는 우상각을 뒤져서 모두 잡아오라!”
시녀와 내시를 잡아온 청년들에게 중년인은 다시 명령한다.
“예!”
청년들은 힘차게 대답하고 달려간다.
“저 큰 우상을 부숴라! 저것이 우리 백성들을 힘들게 만들었느니라!
저 우상에다 날마다 돼지 잡아 제사를 하느라 백성의 피를 말렸느니라! 저 우상각을 불로 태워라!”
일단의 청년과 백성들이 쇠스랑과 괭이를 가지고 달려간다.
“회색 장포를 입은 자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순변검판부에 있는 자들을 잡아들여라!”
청년들은 이리 닫고 저리 닫는다.
도성 안은 사람 살려달라는 겁먹은 소리로 시끌거리는게 물이 펄펄 끓는 것 같다.
“맨 먼저 폭군을 잡아 다스리겠다!”
중년인은 대궐에서 잡아온 사람들을 향해 소리쳐 말한다.
대궐에서 붙들려 나온 사람들은 덜덜거리며 턱을 떠는 사람도 있다.
여자들은 무서워 엉엉 우는 사람도 있다.
“폭군은 앞으로 나와라!”
대궐에서 붙들려 나온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아무도 나오지를 않는다.
“폭군은 나와라!”
중년인은 다시 폭갈 소리로 말한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다.
“폭군이 나오지 않으면 모두 죽여 버리겠다.”
모두 죽인다는 말에 그들은 고개를 들고 서로 쳐다보며 두리번거려 눈을 반짝거린다. 그들의 눈은 임금을 찾느라 분주해졌다.
“어서 안나오냐?”
중년인은 으르렁거려 말한다.
“왕비는 저기 있어요!”
젊은 내시가 손가락질을 하며 말한다.
“그래!”
중년인은 내시를 바라본다.
“고개를 들어라!”
왕비라고 지칭된 여자는 덜덜거리며 겨우 고개를 든다. 그러나 눈을 내리뜨고 있다.
“눈을 크게 떠라!”
중년인의 호령에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감는다.
“크게 떠라!”
그녀는 겁이 잔뜩 담겨진 눈을 겨우 뜨고 중년인을 바라본다.
‘요염하게 생기지도 않았는데 왕비라!.....’
“왜 시녀의 옷을 입었느냐?”
“무서워서요!”
“왕은 지금 어디 있느냐?”
“저는 이름만 왕비일 뿐 왕의 근황은 알지 못하고 살았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별거를 하였습니다.”
“언제부터냐?”
“왕위에 오른 후부터입니다! 시녀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말이 사실이냐?”
“시녀들에게 물어보십시요!”
“왕이 후궁과 생활을 했다 그말이냐?”
“예!”
“후궁은 어떻게 생겼느냐?”
“보통 사람이면서 허리에 옆전을 차고 다니고 옆전으로 귀고리를 하고 있는 여자이며 미모는 여우 같이 생겼으며 몸뚱이는 버들가지처럼 생겼습니다요! 그리고 왕에게 찰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왕의 목을 감고 피를 빨아먹는 년입지요!”
왕비는 후궁의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녀의 눈에서는 겁을 닦달하여 내쫓는게 씩씩 거리는대로 입을 삐죽거리며 더듬지도 않고 말을 할퀴면서 하고 있다.
“아니 잘나고 의젓한 왕비를 놔두고 요염한 것을 밝히다니 한심한 인간이로고!”
“그래서 나라를 물 말아먹게 만든 년이 그년입지요!”
왕비의 곁에 앉아 있는 시녀가 후궁을 욕하고 나선다.
“아니 시녀가 왕의 후궁을 마구 욕을 하다니....”
중년인은 부드러운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화가 안날수가 있어야지요 지금! 이 판국을 만든게 고년이 만든 것인데! 우리 왕비님은 너무 원통하게 세월을 보내셨어요! 고년을 생각하면 아주 주리를....”
시녀는 욕을 하려다가 만다.
중년인은 시녀를 지켜본다.
“그런 고얀 것이 있나!”
“고런 나라를 망친 계집은 물고를 내도 시원치 않아요! 어르신네!”
“너는 왕비에 대한 충성심이 아주 갸륵하구나!”
“그년은 왕을 홀려서 돈만 자꾸 긁어모으게 한 년이에요! 그년이 그렇지만 않았어두 나라가 이지경이 안되었지요!”
“그래! 너는 아는 것두 많구나! 백성이 너무 착취를 당했지!”
“그년은 어젯밤에 저 석상이 .....”
“입을 닥치지 못할까?”
시녀는 왕비의 꾸지람에 입을 다문다.
왕비는 왕이 있는 곳을 시녀가 말하려 하자 말을 못하게 입을 막는다.
중년인은 왕비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겠지!”
중년인은 왕비가 남편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읽고는 혼잣말을 한다.
“옳은 말이야! 남편이 살아야 미움도 있고 사랑도 있는 것이지 남편이 죽어 버리면 미워할 수도 없는거라구......”
중년인은 아녀자의 도리를 보통말로 지껄이고는 헛기침을 한 번 한다. 그리고 시녀를 쳐다본다. 그리고 곁에 있는 젊은이에게 명령한다.
“저 시녀를 끌어내라! 왕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년이구나! 석상 부근에 가서 주리를 틀어라!”
“예!”
졸지에 시녀의 얼굴은 교수대의 오랏줄에 목이 매인 얼굴이 되고 만다.
“저는 아무 죄도 없어요! 살려줘요! 나리! 살려줘요! 장군님!”
그녀의 입에서 넋이 날아난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청년 십여명은 사납게 우르르 시녀에게 달려들어 불끈 들어 떠메고 석상 쪽으로 달려간다.
중년인은 석상 쪽으로 몇 발짝 걸어간다. 그는 청년 하나를 불러 청년의 귀에다 소근거려 말한다. 청년은 십여명의 청년들을 데리고 석상쪽으로 달려간다.
시녀를 사납게 둘러메고 간 청년들은 시녀를 석상옆 소나무에다 붙들어 맨다.
“이년을 주리를 틀라는 명령대로 왕과 이제껏 놀아났으니 주리를 틀자꾸나! 우리의 고혈을 대궐에 있는 것들은 즐기고 마셨느니라!”
“나리들! 나는 죄가 없어요! 저는 왕비만 모셔왔습니다! 나를 살려주셔요!”
“이런 고얀년! 너는 그래두 우리 백성들이 사흘에 피죽 한그릇도 못먹어서 헐떡거리며 솔나무 껍질을 벗겨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울 때 구경도 안한 년이 아니냐?”
“나리님들! 죽이더라도 저의 한맺힌 설움을 들어보시고 죽이세요! 그래야 원귀가 안된답니다. 저는 강제로 대궐에 끌려와 원통하게도 시집도 못가보고 처녀귀신으로 죽어야 할 처녀입니다.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나는 소원이 굶으나 먹으나 낭군님과 하루만이라도 살아보고 죽는게 소원이었답니다!”
“그래! 그러면 살 방법을 일러주지! 네가 왕이 숨어 있는 곳을 알려주면 내가 대인께 말씀드려 살려주겠다!”
“예! 저기.....”
시녀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청년들이 달려온다.
“멈춰라!”
청년들은 외치며 달려온다.
시녀를 심문하던 청년들은 그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시녀가 있는 곳에 뛰어든 청년들은 숨을 고르며 말한다.
“우리들은 호대인의 명령을 전하러 왔소!”
“말하시오!”
“청년은 심문하던 청년을 한쪽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귀에다 소근거린다.
“우리도 그걸 짐작하고 지금 심문 중이었소!”
“아, 그래요!”
그들은 다시 시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시녀는 계속 말하라!”
“왕은 어젯밤에 잔치를 하고 술에 취해서 아침까지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잠속에 빠졌었는데 성안이 시끄럽자 후궁이 깨워서 허둥지둥 밀실로 들어가 숨었답니다.”
“밀실이 어디냐?”
“저 석상 뒤에 동굴이 있는데 그곳이 밀실입니다.”
“둘은 이 여자를 지키고 모두 밀실로 가자!”
청년들은 쇠스랑 괭이를 들고 석상 뒤로 달려간다.
그들은 석상 뒤에서 두리번거린다.
그들은 찾아도 동굴을 찾지를 못한다.
“시녀를 데리고 와라!”
시녀를 데리고 있던 청년들은 시녀를 데리고 뛰어온다.
“너는 우리를 속여 왕을 도망시키려고 그러느냐?”
“아니어요! 왕은 이곳에 밀실을 만들어 놓았다고 그랬어요!”
“거짓말 했으면 죽을 줄 알아라!”
“금방 탄로 날 것을 무엇 때문에..... 석상 뒤로 샅샅이 찾아보세요!”
시녀의 말을 들은 청년들은 석상 뒤로 일렬로 서서 동산을 괭이로 찍어가며 올라간다.
동산을 돌아서 옆으로 가던 청년들은 성벽까지 다다랐다.
그들은 동굴의 흔적을 찾지 못해 허탈에 빠져 다시 석상 쪽으로 돌아오려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무슨 흔적이라도 있는가 살피느라 허리를 구부리고 풀 한 포기라도 세세히 관찰을 한다.
“반장님 이것 보세요!”
청년하나가 반장을 부른다. 반장은 청년 곁으로 다가간다.
“딴 나무들은 모두 살았는데...... 저기에 밤나무 고주백이가 있는게 의문시 됩니다.”
“그렇군요!”
그들은 사람 키보다 조금 높아 보이는 곳의 고주백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반장은 고주백이를 잡고 흔들어본다.
그러자 밤나무 등걸은 옆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문고리가 나타난다.
반장은 문고리를 잡았다가 놓는다.
“통장님에게 어서 보고하시오!”
반장은 청년에게 지시한다. 청년 하나가 달려간다.
청년은 중년인과 함께 있는 통장 앞에 섰다.
“밀실을 찾았어요!”
청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어서 가 봅시다!”
통장은 청년에게 말한다.
“그곳 위치가 어디요!”
중년인은 청년에게 묻는다.
“석상 뒤 왼쪽으로 가면 됩니다! 호대인”
“나도 같이 가보고 싶소이다!”
상도가 가보겠다는 의사를 말한다.
“같이 가 보시지요! 영웅님! 너희들은 여기를 잘 지켜라!”
“예!”
그들은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달려간다.
고주백이 앞에 이르른 그들은 반장 청년을 시켜 문고리를 잡아다니게 한다. 청년은 조금 긴장한 얼굴로 문고리를 잡아다닌다.
“덜컹!”
성벽 쪽에서 소리가 났다.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본다. 성벽 아래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커다란 구멍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앞장서겠소!”
“그렇게 하시지요! 영웅님! 왕을 찾기 위해서는 시녀를 데리고 가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러면 청년들은 어서 시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들어오시오! 내가 먼저 들어가서 찾아보겠소! 대인은 여기서 지휘를 하십시요! 청년 몇사람은 우선 나를 따르시오!”
“예! 몸조심 하십시요! 영웅님!”
중년인은 상도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상도는 앞장서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나에게서 십여보 처져서 따라들 오시오!”
“영웅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상도는 위험이 곳곳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말한다.
동굴 속에서는 냉한 바람이 불어 나오고 있다.
그는 동굴 속을 조심조심 걸어 들어간다. 동굴 속은 물흐르는 소리가 적막을 깨고 있다. 신경을 있는대로 곤두세우고 얼마를 걸어간 그에게 거미줄 굵기 빛살 한 가닥이 그를 반긴다.
그는 아무 장애도 받지 않고 동굴 출구까지 왔다. 거미줄 햇살은 그의 눈을 시게 만든다.
그는 동굴 출구 부근에서 밖의 동정을 살핀다.
‘여기가 어디로 통하는 곳인가?..... 혹시 지난밤에 회색장포를 입은 자들이 가마를 메고 사라진 곳은 아닌지....... 왕을 호위한 자들도 회색 장포를 입었고 강남동을 노략한 것들도 망하게 만든 장본인들도 회색 장포를 입은 자들이었고.......
이굴이 서쪽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회색 장포를 입을수 있게 만드는 곳이 있겠지......
왕이 왕권을 누리기 위해 만든 연무관이 있겠지........
나라에서 가르치는 곳이니까 아주 소질이 있는 자들......
그러니까 열 개를 가르쳐주면 여덟게 이상 암기하는 수재급만 뽑아서 특별히 길들인 자들이겠지......
왕이 시키는대로 옳고 그름을 가릴것 없이 시행하고 보는 자들 제놈들 눈에 밉게 보이면 잡아다가 괴롭히고 감옥에 보내고 하는 것을 가르치고 기르는 곳이겠지.....
백성은 생각지 않고 제놈들의 집단 이익만 추구하는 놈들이 분명하다구.......
백성 위에 군림하고 착취하고 저희들끼리는 잘못이 있어도 눈감아주는 놈들로써 선배님, 후배님 하면서 이끌어주는 놈들로써 회색 장포를 계속 이어나가게 하는 뿌리가 있는게 확실해......
그러니까 회색 장포를 양산하는 그곳을 찾아 없애야 백성이 평안히 잘살수 있겠지.....
내가 시작했으니 악을 뿌리채 뽑아야..... ’
상도는 마음을 굳힌 후 빛이 거미줄처럼 파고 쏘아 오는 곳을 향해 조심조심 다가간다. 그리고 신경을 곤두세워 주위의 환경을 살핀다.
그는 더듬어 보고 만져 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들고 있는 막대기로 빛이 들어오고 있는 곳을 찔러본다.
막대기는 별 힘을 안들이고 푹 들어간다. 그는 막대기를 뽑아본다.
막대기 따라 흙모래가 주르르 소리를 내며 쏟아져내린다.
빛줄기는 아예 없어져 버렸다.
잠시후 빛줄기는 어린아이 팔뚝 크기로 쏟아져 내린다.
그는 다시 막대기로 이곳 저곳을 쑤셔댄다.
흙더미가 무너지는 소리를 낸다. 그는 잽싸게 물러나 관찰한다.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흙을 동굴 안으로 끌어들인다.
흙과 모래는 계속 한동안 무너져 내린다. 그는 흙이 쌓이는 것을 허물어 낸다. 뒤따라 온 청년들도 흙을 계속 끌어내린다.
빛은 동굴 안을 밝혔다.
상도는 천천히 빛을 따라 기어간다.
그는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는 우뚝 서서 사방을 살핀다.
절벽 밑을 헤집고 나온 자신을 발견한다.
‘지금 내가 나온 곳은 동굴 끝이 아닌데......
이 부근을 이잡듯이 하면 그리고 지금 나온굴에 불을 집히면.....
굴 속 어디에 숨어 있다면 기어나오든가 할거야! 청년들 보고 이곳에서 굴에다가 불을 때라고 하면 굴의 출구가 파악이 되겠지.......’
산등성도 산골짝도 솔나무와 낙엽송이 빽빽 들어차 있다.
산야(山野)를 둘러본 그는 별다른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다.
‘이 부근에는 놈들의 소굴도 없는 것 같은데......그렇다면 혹시......’
그는 잠시 생각을 한 후 청년들을 바라본다.
“청년들은 여기서 기다리다가 시녀를 데리고 청년들이 나오면 굴안에다가 솔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때면 좋겠소!”
“예! 영웅님!”
“나는 영웅이 아니오! 내 이름은 상도요!”
“그러시군요! 저는 박구라고 합니다!”
“저는 범석이라고 합니다!”
“반갑소! 수고가 많소!”
상도는 그들의 손을 잡아준다.
그들은 괭이로 땅을 깊게 파서 옹기점보다 더 큰 굴뚝을 만든다. 그리고 나무를 찍어다가 굴 입구에 쌓는다.
시녀를 데리고 십여명의 청년들이 나왔다. 그들도 나무를 찍어 나른다.
“박구씨!”
“예!”
“박구씨는 동굴로 들어가 석상 옆에 있는 굴에서 불을 때고 연기가 나와서 불을 땔 수 없으면 굴의 문을 막으십시오!
여기서 먼져 불을 때면 연기가 올라갈테니 연기를 본후에 불을 때시요! 그리고 연기가 나오는 곳에 신속히 병력을 배치하여 지켜 달란다고 호대인에게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예! 영웅님의 명령대로 달려가겠습니다.”
젊은이는 굴 속으로 들어간다.
“범석씨는 잠시 후 내가 불을 때라고 할 때 불을 짚펴주시오!”
“예! 영웅님!”
상도는 말을 하고는 제일 높다고 생각한 산꼭대기로 달려올라간다.
청년들은 상도가 평지를 달려가듯이 달려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냉큼 못한다.
잠시 후 그는 산꼭대기에 올라섰다. 그는 산아래를 두루 살핀다. 그는 한 곳을 얼마동안 지켜본다.
숲속에서 아지랑이처럼 연기가 모락거려 올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곳을 향해 달려내려간다.
숲속을 조심조심 걸어 들어간 그는 천연동굴을 발견한다.
그는 동굴속을 기웃거려 살핀다. 그리고 동굴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얼마를 걸어 들어간 그는 동굴속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뚜벅뚜벅 걸어들어간다.
그의 눈 앞에는 커다란 호수가 펼쳐진다.
‘아니 이런 곳이..... 산속의 호수인가?.... 별천지이군...... ’
그는 호숫가에 서서 주위를 살핀다.
‘저기 저집에서 연기를 내고 있군.........’
그는 이곳은 고원지대의 반대인 저지대라고 생각한다.
그는 초가집을 향해 걸어간다.
‘저 집은 화전민의 집도 아니고...... 산수를 즐기는 사람들이 사는 집인 것 같기도 하고......’
그는 사립문 앞에 섰다.
“주인장 계시오?”
“주인장 계시오?”
“누구시오?”
두 번째 묻는 말에 중년인의 목소리가 물어나온다. 잠시 후 회색 장포를 입은 사람이 나왔다.
“실례합니다! 나는 사람을 찾으러 왔소!”
“누구를 찾으시는데 그러시오?”
“이나라 폭군을 찾으러 왔소!”
“폭군이 무엇하는 사람이오?”
“이나라 왕을 찾으러 왔다 그말이오!”
“이나라 왕을 찾으려면 대궐로 가야지 잘못 찾아온 것 같소그려!”
중년인은 비웃음이 섞인 소리로 말을 한다.
‘이자가 나를 비웃고 있군! 내가 심통을 건드려보지 않았어도 제입으로 선량한 백성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군......’
“대궐에서 왕이 도망을 칠 수도 있는게 아니겠소?”
“도망친 왕이 이곳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구려!”
“글쎄올시다! 찾아봐야 알 것 아니겠소?”
“딴데 가서 알아보라구!”
“이곳이 폭군의 은신처 같은데! 집안을 구경시켜 주면 아니되겠소?”
“젊은 놈이 말을 함부로 하는군!”
“나만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니 그리아시오! 온백성이 편히 살자고 하는 말이외다.”
“왕을 잡아서 어쩔것인데?”
“폭군 노릇하여 무고한 백성들을 많이 죽였으니 응분의 벌을 받아야 될게 아니겠소?”
“누구 맘대로?”
“백성 맘대로!”
“어린놈아! 보자보자 하니 웃기는구나! 그건 백성 맘대로가 아니라 석상 맘대로다!”
“석상이던 돌부처이던 폭군을 잡아야 벌을 주던 죽이던 하는거니 협조하시오!”
“까불지 마! 이놈아! 이나라는 내가 장악하고 있어 이놈아!”
“당신이 누군데?”
“나, 나 몰라? 이놈아! 사신이야 사신!”
“간사한 귀신이라! 우상숭배하게 하는 귀신이라 그말이군!”
“그래 내가 우상이니라!”
집안에서 회색 장포위에 붉은 가사를 입은 중년인이 나온다.
“이름이 우상?”
“그래 집집마다 대궐에도 있는게 나다! 나에게 사람들이 절을 하는 것 모르냐?”
“그게 좋아서 이름을 우상이라 지었구나?”
“나는 집집마다 대궐에 길거리에 나를 향해 절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
“그래 네 놈도 그게 좋은 거지? 푸닥거리하고 고사지내고 장승 앞에서 떡구경하고 절 받으니 좋겠지!
그래서 이름을 사신(邪神)이라 했겠다!
네놈들이 왕의 혼을 빼서 폭군으로 만들고, 바보로 만들어 왕이 돈이나 긁어 모으고 우상에게 혼빠지게 절이나 하게 만들고, 석상을 만들어 나라 곳곳에 세우고 백성들의 정신을 잡아뽑아 그곳에다 돈 갖다 바치게 만들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다 못해 백성 모두를 돈노예가 되게 만들었구나!”
“가소로운 놈! 우리가 왕을 끼고 있는 몸인데 사신도 우상도 모르는 놈이 어디서 까부냐?”
“네놈들이 왕을 여기서 보호하고 있단 말이냐?”
“그렇다! 이 애송아!”
“왕이 있는 곳에 안내하라!”
“어리석은 놈 사신(邪神)과 우상(偶像) 있는 곳에는 왕이 있는 것도 모르는 놈이 어디서 바보소리하냐?”
“집안에 폭군이 있냐?”
상도는 말을 하며 사립문 집안으로 들어간다.
“가소로운 놈!”
사신은 칼을 빼들고 그의 목을 후려친다.
그순간 상도는 옆전 두 개를 날린다.
“악!”
옆전은 번개되어 사신의 칼 든 손목에 박혔다.
그리고 옆전 한 개는 사신의 무릎 종발뼈에 깊숙히 박혔다.
사신은 엉거주춤한채 얼굴을 찡그려 고통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배우고 있다.
“남을 고통속에 몰아넣었었으니 이제는 그맛이 어떤 것인지 견뎌봐라! 이 사신 놈아!”
우상은 사신이 졸지에 애송이에게 당하는 것을 보자 꿈속을 헤매인다.
‘사신이 이제껏 적수가 없었는데..... 사신놈의 무술도 별개 아니군.....
가만 나도 저놈이 무엇을 어찌 했는지 보지를 못했는데...... 저놈이 술수를 부린게 아닌가.......’
“이놈 금지에 발을 들여 놨으니 죽어야 나가는 곳인줄 알렸다.”
“네놈은 아주 여기서 살고 있으니 네말대로 뒈져야 되겠구나!”
“저런 쇠물에 담궈 종을 만들놈 같으니라구!”
“네 놈은 이름 그대로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뒈질때까지 목탁이나치지 권세에 맛들려 왕을 끼고 백성을 호령하냐?”
“저런...죽이 ㄹ....”
“네이름 그대로 우상을 만들어 주마!”
상도는 말을 하며 우상이 서 있는 방문으로 아주 신속하게 달려든다. 우상은 상도가 육탄으로 돌진하자 같이 죽자는 것으로 판단한다.
“어!....”
우상은 헛바람소리를 내며 칼로 왼쪽아래로 대각선을 번개가 무색하게 그렸다. 그리고 몸을 왼쪽으로 비튼다.
그순간 우상은 양쪽 무릎에 불이 붙었다.
“아악!”
그의 양쪽 무릎 종발뼈는 옆전이 깊숙히 박혔다.
“네놈도 우상인줄 알았더니 부서지는 소리내는 물건이구나!”
그는 말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웬....노.....?”
내시 소리가 그의 귀를 역겹게 한다.
내시의 목소리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는 소리다.
“왕은 어디 있냐?”
“으........”
내시는 윗목에서 기어들어가는 앓는소리를 겨우 낸다.
상도는 방안을 휘둘러본다. 방윗목에 돼지막처럼 만들어 놓았다.
상당히 큰 돼지막으로 그속에는 침상을 만들어 놓고 의자도 만들어 놓았다. 금물로 룡이 그려진 붉은장포를 입은 자가 의자에 아랫목을 향해 앉았다. 턱에는 까만 수염이 염소 수염처럼 붙어있다.
“저게 왕이라는 자냐?”
“예!”
“거짓말일 때는 너는 살아남지 못하리라!”
“예.......”
내시는 옷이 떨리게 떨덜거리고 있다.
“열어라!”
내시는 덜덜거리는 손으로 통나무문을 덜컹소리를 내며 열어 놓는다.
왕은 돼지눈을 뜨고서 겁먹는 눈으로 상도를 주시한다.
“네가 왕이냐?”
“예!”
왕은 얼굴이 파래져 있다.
“나오너라!”
“어디로 가는데요?”
“나와!”
왕은 힘실린 소리에 정신 빠진 걸음으로 돼지막 속을 나온다.
“왜 왕은 돼지막처럼 하고 있었냐?”
“보호하기 좋다고 사신님과 우상님이 그렇게 만들어놨어요!”
내시는 서둘러 대답을 한다. 내시는 우상과 사신이 창백한 얼굴로 땅바닥에 주져앉아 있는 것을 본다. 그순간 그의 몸뚱이는 졸지에 닭살로 변해버린다. 그의 다리는 닭살에 매달려 덜덜거린다.
“네놈들은 여기서 마르고 닳도록 살아라!”
상도는 사신과 우상에게 말을 하며 사립문을 나선다.
“내시 너는 앞장서서 걸어라!”
“어디로 가는데요?”
“굴앞으로 가자!”
“예!”
“딴전을 피우면 죽을 줄 알라!”
“예!”
내시는 덜덜거리며 앞장서서 걷는다. 왕은 허둥거리며 땀을 벅벅 흘리며 내시를 따라간다. 왕이 입은 커다란 뱀이 노랗게 그려진 붉은 장포는 가시덩쿨에 이리 찢기고 저리찢어져 버리느라 찌익.... 찌익.... 소리를 질러댄다.
상도는 왕을 지켜 따라가면서 생각을 한다.
‘인간사 지나고 보면 별게 아니라는 말이 입증이 되는 것 같군.....
왕이라는 너도 밥을 먹어야 살고.......
왕이라는 너도 똥을 싸고 오줌을 싸야 사는 주제인 것을.......
뭐나 되는 것 마냥 의시대고 호령하고.......
사람의 목숨을 제 목숨이 아니라고 기분따라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한다마는......
너도 네 목숨이 간당거리니 허둥대고 겁을 먹고 하는구나........
더러운놈...... 비겁한놈......
룡상에서 호령할 때는 당당한 것 같이 보이고.....
위협을 당할 때는 비겁하고 측은감을 우러나게 하고.......
이런 놈을 왕이라고 떠받드는 한심한 것들.......
이런 것들이 인간이 사는 날까지는 계속 이어지겠지.....
이런 폭군을 세워 놓고는 압박과 설움을 당하고 그리고 빌붙어서 권세를 누리고, 왕을 세운놈이 왕놈에게 죽임을 당하고, 당하고도 또 왕을 세우고......또 당하고 울고불고.....
압박과 설움을 당하지 않으면 못사는게 사람인지.....
원통하게 피를 흘리고 빨리고 자식을 빼앗기고 해야만 사는 재미 죽는 재미를 만끽하는게 사람인지....
나도 이런 어리석은 일에 끼어들다니......
이유야 불상닮은 인생이 불쌍하니까 그렇다고......
어리석은게 인생이야..... ’
나무가지 밑으로 기어서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그들의 모습은 꼴이 말이 아니다.
왕의 왕관은 벗어지길 자주하여 왕은 왼손으로 왕관을 들고 오른손으로 나뭇가지와 넝쿨을 들고 헤치며 길을 만들어 걸어간다.
그의 얼굴은 이리 긁히고 저리 긁혔다.
왕도 별게 아니라고 뜨거운 피가 있다고 긁힌 곳에서 피가 꾸역거려 끈적대고 있다.
“이 한심한 왕놈아! 너는 본래 왕씨냐?”
상도는 은근히 화가 치밀어 왕을 불러 묻는다.
“아, 예!”
왕은 고개를 돌려 상도를 바라본다.
그의 긁힌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네놈은 이마가 바늘로 마구 찔러대도 피 한방울 안날 놈 같은데 우째 피가 흐르는게냐?”
“아, 예!”
“네놈은 원래가 왕이 되기로 작정된 씨냐?”
“아, 예!”
“야, 이놈아! 너는 사람잡는 귀신이냐?”
“아, 예!”
“야, 이놈아! 네놈은 너 혼자만 왕 노릇하기로 정해진 놈이냐?”
“아, 예!”
“야, 이놈아! 너는 네 신하가 백성의 고혈을 빠는지 나라의 돈을 모두 망치는 것도 몰라 이놈아! 그러면서 무슨 왕이냐?”
“예!”
“어서 빨리 걸어가 이놈아!”
“예!”
“대머리는 공짜를 너무 좋아해서 생겨진거냐? 아니면 뇌물을 너무 많이 긁어 처먹기 위해 만든거냐?”
“예!”
“귀는 왜 그렇게 생겼냐? 이놈아!”
“예!”
“석상에 붙어있는 것 같이 생겨서 석상만 위하냐? 이놈아!”
“예!”
“엽전에다 석상은 왜 만들어 넣었냐?”
“예? 예!”
“왕이란 놈이 백성을 위해야지 석상만을 위하면 되겠냐?”
“예!”
“이 한심한 왕놈아! 왕이 뇌물을 잘처먹으면 관리도 너 따라 뇌물만 처먹는다는 것을 몰라 이놈아!”
“예!”
“그러니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는 것을 몰라 이놈아!”
“예!”
왕의 대머리에서는 긁힐 때마다 피가 나온다.
“저기에....오신다!”
“어디?”
“저기 빨간 옷을 입은 사람도 오는데.....”
“빨간 옷을 입은 사람도 있네.....”
“너는 왕을 알겠지?”
“예!”
“저기 오는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을 잘보라구!”
“예!”
시녀는 반장의 명령에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을 바라본다.
그들이 가시거리에 들어오자 시녀는 왕이라고 말한다.
“쥐새끼 왕이라...”
“영웅님이 왕을 잡아오시는구먼!”
“폭군을 잡아오시네!”
“영웅님 어서오십시오!”
“영웅님!”
“영웅님 만세!”
“영웅님 만세!”
상도는 얼굴을 붉히며 오른손을 들어 답한다.
왕과 내시는 숨을 헐떡거리며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그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내시와 시녀는 눈인사를 한다. 시녀는 왕을 향해 머리를 조아린다.
“이 굴 말고 딴곳으로 대궐로 가는 길은 없나?”
상도는 내시를 향해 묻는다.
“남쪽으로 빙둘러가면 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나?”
“한나절은 걸어가야 ....”
“그러면 굴로 가자! 왕과 내시는 내손을 잡고 걷는다.”
“예!”
청년들은 일제히 대답하고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뉘어 상도를 호위하고 굴속으로 신속하게 들어간다.
“어서오십시요! 영웅님!”
“수고하셨습니다! 영웅님!”
통장과 청년들은 상도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다.
“수고들 하시오!”
상도는 청년들에게 치하를 한다.
청년 한명은 통장의 지시따라 호대인에게 연락을 하러 달려간다.
청년들은 상도를 호위하고 대궐쪽으로 걸어간다.
상도는 동산 주위를 살펴본다.
석상은 상체가 땅에 떨어져 있다. 석상머리에는 굵은 밧줄이 매여있고 허리는 잘라져서 땅에 붙어있다.
‘석상의 머리에 밧줄을 매여 잡아당겼구먼.....’
우상의 폐해가 심했으니 백성들이 석상 부수는데 열성이구먼......
언제는 석상에게 복을 달라고 빌었던 사람들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원수 취급을 하는구만.......
왕이 세금을 거두어다가 한다는 짓이 우상이나 만드는데 국고를 탕진을 했으니.......
우상이 벌준다고 백성을 위협하며 엽전을 긁어모았으니....
정치 아닌 바보짓을 해댔으니......
돌멩이를 여러개 다듬어서 쌓아놓은 우상이 무슨 힘이 있다고.....
그걸 믿고 정치를 하다니......’
“야, 이 왕놈아!”
“예!”
“룡이 무엇인데 룡그린 옷만 입으면 왕이냐?”
“예!”
“빨강물 들인 옷만 입으면 왕이냐?”
“예!”
“아주 피를 발라서 입지 이자식아!”
“예!”
“룡을 그린게 무슨 힘이 있다고 그것만 입으면 사갈이가 되는거냐?”
“예!”
“그러니 대가리에 머리가 하나도 없지.....”
“예!”
“그러니 귀만 크게 생긴거야!”
“예!”
“귀가 작더라도 말을 제대로 들을 줄을 알아야지!”
“예!”
“말도 제대로 못하는게...”
“예!”
“너 같은게 정치를 하니 나라가 뒤죽박죽이 되는거야!”
“예!”
“우상만 끼고 있으면 정치가 되냐?”
“예!”
“사람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하기만 하면 정치하는거냐?”
“예!”
“야 이놈아! 백성에게는 으시대고 우상한테는 대가리 조아리면 정치가 잘되는거냐?”
“예!”
“야 이자식아! 백성들에게 우상을 열심히 섬기라고 우상이 벌준다고 겁주고 떠벌거리면 나라가 잘되는거냐?”
“예!”
“미신을 타파하는 것두 모르는게 무슨 왕노릇을 하냐?”
“예!”
“너희들 같은 걸 왕으로 세워놓은 것들이 한심하다 야!”
“예!”
“간신배가 날뛰는 것도 모르는게 무슨 정치를 하냐?”
“예!”
“백성들의 신음소리도 못듣는게 무슨 왕이야 이자식아!”
“예!”
왕은 상도에게 잡힐 때부터 바보가 되어 예! 예! 만 한다.
“영웅님 오십니까?”
중년인인 호대인이 청년들과 함께 달려온다.
상도는 조금 쑥스런 표정을 짓는다.
‘아니 내가 무슨 영웅이라고 소리를 높여 부르나.....’
“호대인 반갑소!”
“영웅님! 고생이 많으셨지요?”
“호대인이 수고하셨지요. 나야 뭐.....”
호대인은 감정을 억제 못해 달려와 상도를 와락 끌어안는다. 그리고 등을 다독거린다.
“참 수고하셨습니다!”
“호대인이 노심초사하신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나라를 도탄에서 건져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백성들이 용기있게 일어나서 얻은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호대인! 이제 그만 가시지요!”
“예!”
그들은 대궐문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왕을 대궐문 앞 땅바닥에 무릎을 꿇려 앉혔다.
백성들은 왕을 증오하는 눈총을 쏘아 대기 시작한다.
호대인은 대궐문 문턱 위에 올라섰다. 그는 백성들을 향해 호흡을 가다듬는다.
“여러분! 여기에 왕을 잡아다 놨습니다! 왕을 어떻게 처벌을 하는게 좋겠습니까?”
“왕을 나무에 매달아 죽입시다요!”
“폭군은 사형에 처합시다!”
“폭군을 조각배에 태워서 멀리 보내 버리십시다!”
“폭군은 바다에다 던져버립시다!”
“사람없는 섬으로 보내버립시다!”
“우리가 돌로 쳐서 죽입시다!”
“화형을 시킵시다!”
백성들은 왕을 죽이자고 외쳐댄다.
“그러면 여러분의 뜻에 따라 폭군을 추방하겠습니다!”
“호대인의 뜻대로 하십시요!”
백성들은 왕의 처리를 호대인에게 일임한다.
“그러면 왕은 여러분의 뜻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먼저 우리를 위해서 일할 사람을 뽑아야 되겠습니다!”
“호대인이 하십시요!”
“그러면 내가 제안을 하겠습니다. 동네에서 동장의 일을 보시는 분은 앞으로 나오십시요!”
동장들이 걸어나온다.
“동장들이 나라 일을 합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호대인은 백성들에게 나랏일을 설명해 준다.
“호대인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백성들은 호대인의 말에 지지를 표명한다.
동장은 130명이 나왔다.
“여러 동장님들이 나라일을 처리할 권세를 백성들로부터 위임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우리 가운데서 나랏일을 책임지고 이끌어 갈 사람을 뽑으십시다. 여러분은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을 추천하십시요!
그런 다음 여러분의 지지를 제일 많이 받으시는 분이 우리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하도록 맡기십시다. 아니면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백성들의 지지를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을 우리의 대표로 뽑아 나랏일을 맡기십시다.”
“좋소!”
“호대인의 말에 찬성합니다!”
“호대인의 말에 동의합니다!”
“호대인 말대로 합시다!”
백성들은 호대인의 말을 듣고는 일제히 호응한다.
“그러면 우리의 대표 이름을 만들었으면 좋겠소?”
복전동장이 호대인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거 좋은 말이오!”
“나는 북주 동장입니다! 대표 이름을 왕이라고 했으면 좋겠소!”
“나는 무주 동장이외다! 대표 이름을 민장이라고 하면 좋겠소!”
“나는 청주 동장이외다! 민선장 이라면 좋겠소!”
“나는 대주 동장입니다! 민왕이라면 좋겠소!”
“나는 전주 동장이오! 민초라고 하는게 좋겠소!”
동장들의 의견은 가지각색이다.
동장들은 계속 자기 의견을 털어놓는다.
“내가 한가지 제안을 급하게 하겠오!”
동장들과 백성들은 모두 귀를 쫑긋하고 호대인을 바라본다.
“동장님들이 대표의 이름을 짓는데 있어 머리 글자는 민자를 제일 많이 사용하고 있소! 그러니 우선 앞의 글자는 민자로 짓는게 어떻겠소?”
“좋소!”
“좋소!”
백성들과 동장들은 호대인의 제안에 일제히 찬성한다.
“그러면 민자 다음에 무슨 글자를 붙이면 좋을 것인지 말씀을 하여주십시오!”
호대인은 말을 하며 상도를 바라보고 동장들을 바라본다.
“나는 성자를 붙였으면 좋겠소!”
“나는 주자를 붙였으면 좋겠소!”
“장자를 붙였으면 좋겠소!”
“나도 장자를 붙이는게 좋을상 싶소!”
“백성의 어른이 되는 것이니 어른 ‘장’ 자를 붙여 민장이라고 하는게 무난할 것 같소!”
“그러면 민장으로 하는게 좋겠소!”
“장자로 하자는 의견이 제일 많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소?”
“호대인의 말씀대로 민장으로 정하십시다!”
“찬성합니다!”
“호대인의 말씀에 따르겠소!”
동장들은 호대인의 말에 찬성한다.
“그러면 우리 백성의 대표로 뽑힐 사람의 직함은 민장으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면 민장의 적임자를 추천하십시다!”
“나는 남남주 동장이오! 민장의 임기는 어떻게 하는게 좋겠소?”
“옳은 말이오! 민장의 임기는 1년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북북구의 동장입니다! 임기를 정할게 아니라 정치를 잘하면 계속 민장으로 세우고 정치를 잘못하면 그때는 우리 백성들이 민장을 다시 뽑읍시다!”
“민장의 임기를 4년으로 하십시다!”
“임기를 정해 두는 것보다 정치를 잘못하면 민장을 다시 뽑는게 순리일 것 같습니다!”
“저는 대구동 동장 입니다! 제 생각에는 최소한의 임기는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 하면, 그럴리야 없겠지만 민장으로 뽑힌 후 일년도 안돼서 정치를 잘못한다고 트집을 잡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겁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일년 이상은 민장 임기가 보장이 되어야 민장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경산동장입니다! 대구동장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나도 그래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대구동장의 의견을 지지합니다!”
호대인은 동장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동장들에게 질문을 한다.
“여러분 그러면 민장의 임기를 최소한 몇 년으로 정하는게 좋겠습니까? 의견들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구동장입니다! 삼년은 보장돼야 합니다!”
“이년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오년은 해야 된다고 봅니다!”
“일년만 보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칠년은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상동장이요! 내 생각에는 사년이면 될성싶소!”
호대인은 사방에서 중구난방이 되어 시끌벅적해지자 크게 소리쳐 결론을 도출하는 말을 한다.
“여러분! 조용히들 하시고 내 말을 들어보시오! 지금 동장님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니 일년에서부터 칠년까지 하자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조금씩 양보하여 중간이 되는 사년으로 민장의 임기를 정하는게 어떻겠소!”
“좋습니다!”
“호대인의 의견에 따르겠소!”
“다시 묻겠습니다! 민장의 최소한의 임기를 사년으로 보장합니까?”
“예!”
“그러면 민장의 임기는 사년으로 결정했소!”
호대인은 곁에 있는 청년에게 결정된 사항을 기록하라고 명한다.
그리고 상도에게 의견을 구한다.
“영웅님! 밖에 있는 군 수뇌부를 참석시켜야 될 것 같은데 영웅님의 뜻은 어떠신시요?”
“호대인의 의견에 동감이오! 장수들이 참석해야 백성들의 뜻을 알고 백성을 위해 또 백성들이 뽑는 민장에게 승복하고 복종을 하겠지요!”
“제가 일방적으로 영웅님을 제처두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호대인의 나라를 호대인이 앞장서서 일해야지 누가 하겠습니까? 나는 외인입니다!”
“그러면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호대인은 동장을 두사람 불러 성문 밖에 있는 장수들을 불러오라 명한다.
“동장 여러분 우리들의 회의에 군사들을 참석시키는게 좋을 것 같소이다. 그래야 우리들의 뜻을 알고 백성들을 위하는 군사가 될 것 같습니다!”
“호대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따르겠습니다만 차제에 장수들은 우리 백성 가운데서 새로 뽑아야 우리 백성을 위하는 군사들이 될 것 같습니다.”
“마산 동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왕을 위해 백성을 괴롭히던 자들은 군부에서 축출하는게 순리이지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장수들은 한쪽에서 우리 백성들이 무엇을 하고 있나를 구경하도록 하겠으며 민장으로 선출 되신 분이 군부를 개편하시도록 하십시다!”
“호대인의 말씀에 찬동합니다!”
“호대인을 지지합니다!”
“어서 민장을 선출하도록 하십시다!”
“그러면 민장 후보를 추천하시기 바랍니다!”
“민장 후보로 추천 받을 사람도 자격이 갖추어진 사람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어떤 자격이 갖추어져야 추대를 받을 수 있는지 말씀들 해주시지요!”
“제 생각에는 관직에 있던 자는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나이는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너무 젊어도 너무 늙어도 나라를 위해 일하기는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삼십살 이상은 되고 육십살 이하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상주동장의 말씀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분 또 말씀해 주시지요!”
“일이란 젊어야 패기가 있게 처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사십대가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김천동장입니다! 남자의 나이는 사십정도가 되면 인간사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늙지도 젊지도 않은 사십살이 적당하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나랏일은 경륜이 있어야 하니 적어도 나이가 육십살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장수들이 갑옷을 입은채 회의장 옆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장수들은 동장들의 회의하는 것을 구경하시라고 청했소이다! 그러니 나랏일을 토의 하는 것을 지켜보시고 백성들을 위하는 군사가 되어 주길 바라겠소이다!”
“예!”
군사들은 호대인의 말에 일제히 대답한다.
“지금까지는 왕의 편에서 백성들을 압박하는 군사이었으나 이제부터는 백성을 위하는 군사가 되어야 할 것이요! 군사들이 누굽니까?
백성들과 형제가 아닙니까? 그런데도 지금까지는 왕의 명령에 따라 왕권을 위해서 백성을 괴롭힌게 사실입니다! 이제부터는 어느 사람이 나라를 위해 일을 한다 해도 그 사람을 위해서 군사 노릇은 하지마시요! 어떤 명령이라도 백성을 위하는 일이면 하고 어느 개인을 위하고 그 결과 백성이 고통 받는 일이라면 하지 마시오! 아시겠소?”
“예!”
“우리 백성의 대표들인 동장님들이 군사들의 간부가 되는 장수들을 초대한 것은 군사는 항상 백성편이라야 한다 그말이요!”
“명심하겠습니다!”
장수들은 하나 같이 대답한다.
“이제부터는 군역을 함에 있어 백성의 대표가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의 자식도 군역에서 빠져서는 안되고 동장의 자식도 군역에서 빠져서는 안되며 군 간부의 자식이나 대장의 자식도 군역에서 빠져서는 안되고 어느 고관 대작도 군역에서 빠질 수는 없는 것이요! 불구자의 자식도 일단 군역에 참여시켜야 하며 어느 백성도 군역을 하지 않는 자는 우리나라에서 살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민족 반역의 율로 다스려야 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동장님들은 군역을 필한 자식이 있던지 없던지를 떠나서 우리 군사들의 사기를 위해서 또한 백성들의 군사로 만들기 위해서 모두 군역에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혼란이 안됩니다!”
“호대인의 말씀에 적극 찬동하는 바입니다!”
“호대인의 말씀을 적극 지지합니다!”
“옳습니다!”
“호대인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면 다시 말하겠소! 이땅의 백성된 자는 남자든지 여자든지 모두 군역을 필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찬동하십니까?”
“찬성합니다!”
“그러면 백성은 군역을 필해야 된다는 안건이 가결됐소!”
“아까 말한 민장의 자격을 다시 의논하십시다! 지금까지의 의견들을 볼 때 30세에서 60세까지를 말씀들 하셨는데 내 생각은 여러분의 의견대로 삽십세 이상이면 민장에 뽑힐 자격이 있다고 하면 좋을 것 같소!”
“그렇게 하기로 하십시다!”
“호대인의 말씀에 찬성하는 바이오!”
“그러면 민장의 피선거 자격은 삽십세 이상으로 하시겠소?”
“예!”
“민장 자격은 결정되었소! 그러면 민장이 될 사람을 추대하여 선출 하십시다!”
“나는 진주동장이요! 호세아 대인을 민장으로 추대합니다! 호세아 대인으로 말한다면 폭군을 쫓아내는 일에 앞장을 섰고 우리 백성들을 폭군의 학정에서 백성을 구출해 주셨소! 백성의 앞에서 죽음을 무릅쓴 투쟁을 하시었소! 그리고 우리 백성을 선도할 분으로 인정되기 때문이요!”
“나는 왜관동장이요! 나도 오늘 우리 백성의 앞장으로 투쟁하신 호대인을 우리의 민장으로 추대합니다!”
“우리 모두 호대인의 능력을 이 자리에서 보았소! 그러니 우리 나라를 맡길수 있는 분이라 믿어 민장을 할 분은 호대인이라 봅니다! 우리 만장일치로 호대인을 우리의 민장으로 추대합시다!”
“호대인을 우리의 민장으로 모십시다!”
젊은이들이 큰소리로 호응한다.
“박수로 호대인을 모십시다!”
“짝짝짝짝짝짝!”
군중들은 환호하는 박수를 친다.
호대인은 군중들의 지지를 받으며 할 말을 잊고 서 있기만 한다.
호대인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호대인이 서 있는 자리로 뛰어올라 간다.
“나는 대구동 동장이요! 잠깐 내말을 들어보시오! 조용히들 하시오!”
대구동장은 크게 소리친다.
그러나 그의 소리는 박수소리에 환성에 뭍혀버리고 만다.
그는 두리번거리다 다시 뛰어내려간다.
그는 군사가 들고 있는 나팔을 빼앗듯이 낚아채 가지고 호대인 옆에 섰다. 그리고 나팔을 분다.
“삐이삐이!”
나팔소리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점점 퍼져 나가자 사람들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여러분! 조용하시오! 우리가 떠들기만 한다고 민장이 선출되는게 아니오! 내 말을 들어보시오!”
“나는 대구동장이요! 호대인이 당신의 일이라 사회를 못하는 것 같으니 내가 대신 사회를 보겠소!”
“그렇게 하시오!”
“어서 말하시오!”
“호대인 호세아 대인을 우리의 민장으로 뽑는걸 찬동하는 분은 오른손을 모두 들어보시오!”
동장들은 모두 손을 들었다.
“우리 모두 우리들이 손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십시다!”
동장들은 서로 서로 동료들을 보고 회의장 주위를 살펴본다.
“우리 동장들은 호세아 대인을 우리들의 민장으로 선출하였소! 만장일치로 뽑았으니 그의 명령에 복종해야 할 것이오! 군사들은 민장님을 왕처럼 받들어 모셔야 할 것이오!”
“호선비 만세!”
“호대인 만세!”
대궐안은 함성으로 들끓는다.
호대인은 청년들에게 지시한다.
민장의 명령을 받은 청년들은 왕을 데리고 대궐문을 나간다.
“조용히들 하시오!”
“삐삐익 삑삑!”
피리같은 나팔소리에 사람들은 잠잠해졌다.
“이제 우리들은 호세아 민장님께 충성할 것을 서약해야 되겠소! 그러면 우리 동장들이 먼저 민장님께 충성 다짐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동장님들은 모두 오른손을 들고 민장님을 향해 충성하고 크게 소리치시요! 내가 선창할테니 따라하시겠소?”
“예!”
동장들은 일제히 대답한다.
“오른 손을 드시오!”
“우리 동장들은 민장님께 충성할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 동장들은 민장님께 충성할 것을 다짐합니다!”
“다음은 군사들의 충성을 받겠소! 군사들도 나의 말에 따르겠소?”
“예!”
군대의 간부들도 일제히 대답한다.
“그러면 장수들도 따라 하시오!”
“충성!”
장수들은 우렁차게 충성할 것을 다짐한다.
“이제는 우리의 민장님께서 인사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임시로 사회를 보던 동장은 뒤로 물러난다.
“우리 백성들은 용기 있는 백성들입니다! 우리 백성들은 일치단결하여 나라가 부강하도록 매진을 하십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신 우상 숭배하는 짓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 나라 이전의 나라들도 우상 숭배 귀신놀이를 열심히 한 결과 나라가 망했습니다! 이웃 나라들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이 먹고 살 것이 없는데도 사신 우상 앞에다 차려놓고 내버리고 쓸데없는 금기가 많아서 사람이 활동하는데도 무당을 찾아서 물어보고 하느라 돈을 낭비하고.....
왕은 백성을 잡귀에게 우상에게 얽매이게 만들어서 백성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백성을 바보되게 만드는 빌미가 된게 사신과 우상 숭배이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배격해야 백성이 분열을 않고 단결을 할 수 있습니다! 살펴보십시다! 우리 백성이 사신에게 시달린게 얼마나 많습니까? 이사를 가려 해도 손없는 날을 가려서 가야 하고 해를 안받는 방향으로 가야 산다는 말에 겁을 먹어 쓸데없이 전전긍긍하고 그리고 부모 형제 가운데 누가 우리 집에 와서 어린 아이가 병이 났다.... 누구 혼례식에 참석을 해서 병이 났고 그래서 죽었다....
초상집에 문상을 해서 해를 받아 병 얻어 죽었다...... 집안에 변소를 만들 곳에 못만들어 집안 식구가 죽었다...... 옷걸이를 만들어서 손해를 보고 병이 났다...... 떡을 해서 변소에도 우물에도 헛간에도 나무 밑에도 갖다놓고 절하고 버리는 딱한 짓을 하니 없어서 못먹는 사람은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욕을 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거지요!
너희 집에 가서 재수 없었다는 말을 하고...... 병이 났다는 말을 듣고 하면 어찌 불화가 아니 되겠습니까?
꼭 문상을 가야 하는데, 꼭 병문안을 가야 하는데, 무당이 가지 말라고 해서 안갔다...... 점을 쳐보고 잡서를 보니까 너한테 가면 안된다 하면 어찌 되겠소?
이게 다 형제와 동포끼리 불화하게 만드는 짓이라 그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단결하기 위해서는 귀신 섬기고 우상 섬기는 짓을 하지 말자고 부탁하는 말이니 동장들은 앞장서서 미신 타파를 선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폭군이 어땠습니까?
우상의 집에 종을 만들기 위해 어린아이를 쇠물에 넣어서 종을 만든 악행을 하고, 우상을 세우기 위해 백성들에게 자금을 얼마나 거둬다가 내버렸소? 그리고 우상의 집에서 전각지기 하는 자들은 일도 안하고 먹기만 하면서 ‘세상에서 사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니 재산이 있는 것을 모두 우상에게 갔다 바쳐라!’ 하여 백성을 미혹하여 열심히 살아가는 양민을 살재미를 잃게 만드는 해악을 끼친게 좀 많습니까? 장가도 가지 말라, 시집도 가지 말라 하면서...... 사람의 씨를 망치러 들면서..... 돈만 갈취하는 악질들이오! 우상에게 절하고 복달라고 찾아온 부녀자를 간음하여 가정을 파탄시키는 무뢰배들이오!
어질었던 왕을 사신 우상 숭배자들이 꼬드겨서 폭군 만들고 나라를 망치게 만든 자들이 우상 숭배자들이오!
그러니 나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사신 우상 숭배를 못하게 막을 것이오! 그러니 동장들은 앞장서서 일해 주기 바랍니다!
내가 민장 노릇하는 제일 목표가 사신 우상을 우리나라에서 몰아내는 것이오! 여기 계신 동장님들이 저를 민장으로 뽑아 주셨으니 저의 제안을 적극 밀어주셔야 나라를 반석위에 튼튼히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 백성 모두가 미신 타파를 금하고 사신 우상 숭배를 금하는 법을 제정해 주셔야 국론을 하나로 묶어서 백성이 태평성대를 누리는 정치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민장에 취임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민장을 사퇴하겠습니다!”
동장들과 백성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조용히 듣기만 한다.
민장의 자리를 내놓겠다는 말에 동장들과 백성들은 할말을 잊어버렸다.
그때다.
김천동장과 대구동장이 소리친다.
“민장 사퇴는 안됩니다!”
“미신 타타하는 법을 만듭시다!”
“호대인이 그러시면 안됩니다!”
왜관동장은 울먹이며 말한다.
“호대인은 우리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호대인이 하자는대로 하겠으니 우리를 버린다는 말은 취소하십시오!”
“우리를 내동댕이치지 마시오!”
동장들과 백성들은 울먹거리며 허리를 굽히고 사정을 한다.
“민장님의 말씀에 적극 찬성하여 법을 만드십시다!”
대구동장은 크게 외친다.
“그럽시다!”
동장들은 모두 호응한다.
“잠시 기다리시요!”
대구동장은 동장들에게 말을 하고는 호대인과 상의를 한다.
“대구 동장은 내가 일러주는대로 말을 하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민장어른!”
대구동장은 다시 발언대 위에 섰다.
“그러면 대구동장인 내가 다시 임시로 사회를 보겠소! 미신이나 우상을 섬기지 말라! 사신 우상 숭배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 엄벌은 처음으로 사신 우상숭배 자는 물볼기 열대를 칠 것이며 두 번째 사신 우상 숭배자는 물볼기 스무대를 칠 것이며 세 번째 범하는 자는 물볼기 사십대를 치고 노역을 한 달 동안 할 것이며 네 번째 범하는 자는 나라에서 추방하기로 하십시다. 사신 우상 숭배는 점치는 짓, 점보는 짓, 굿거리 하는 짓, 산 바다 나무 등에다 제사 지내고 형상을 만들어 놓고 거기다가 절하는 짓을 하는 자를 말합니다!”
“찬동합니다!”
“찬동합니다!”
동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한다.
“사신 우상 숭배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은 손을 들으시요!”
대구동장은 다시 외친다.
“예!”
동장들은 대답 소리와 함께 오른손을 모두 들었다.
“좌우를 서로 살피시오!”
사회자의 지시따라 동장들은 손을 들고 서로 서로를 확인한다.
“사신 우상 방지법을 만장일치로 만들었소!”
동장들과 백성들은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아까 우리 동장님들이 만든 군역법을 어기는 자는 어떻게 엄벌을 한다는 것을 만들지 않았소! 그러니 군역법을 어기고 병정에 자식을 내보내지 않는 자는 물볼기 사십대를 칠 것이며 아비나 자식은 나라의 관직에 절대 오르지 못한다고 하십시다. 그리고 자식이 도망가서 군역을 안하면 아비나 에미가 그 형제가 대신 군역을 하고 도망자는 나라에서 영구히 추방시킨다고 하십시다! 민장의 자식도 동장의 자식도 군역을 안하면 엄벌을 당하는 것이요! 처녀 여자는 여자끼리 군역을 하게 하는 것이오!”
“좋소!”
“찬동이요!”
“그런 쥐새끼들은 엄벌해야 하오!”
“나라를 지키는 일을 안하는 자는 이 땅에 발을 붙일 수 없게 해야하오! 좋소!”
“호세아 민장의 뜻에 찬동하오!”
“나라를 지켜야 백성된 우리가 편히 살 수 있는 것이요!”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옳소!”
“옳소!”
청년들은 박수를 친다.
동장들과 장수들은 민장의 자식도 수자리를 해야 한다는 말에 민장도 볼기를 맞아야 한다는 말에 소리쳐 한마디씩 호응을 한다.
“군역법과 벌칙을 찬동하는 분은 손을 드시오!”
“예!”
“찬동합니다!”
동장들은 모두 손을 들었다. 청년들과 장수들도 덩달아 소리치며 두손을 불끈 든다. 광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기분이 얼씨구가 되어 두손을 번쩍 높이 든다.
“군역법은 가결 되었습니다!”
“아까 말한 뇌물방지법과 착취방지법을 만듭시다!”
“만듭시다!”
“그럽시다!”
동장들은 점점 고무되어 호응한다.
“뇌물을 먹는 사람과 권세를 악용하여 금품을 착취하는 사람은 민장이던 관리던 엄벌에 처한다. 엄벌 내용은 관리와 동장 그리고 민장이 뇌물을 받으면 재화를 받으면 향응을 받으면 파면될 것이며 물볼기 사십대에 처할 것이며 재산은 모두 몰수할 것이다. 재범했을 경우는 나라에서 못살게 추방할 것이다! 추방 장소는 이웃 나라가 아니라 먼바다에 무인도에 내버린다는 것이요!”
“좋소!”
“그렇게 합시다!”
“호대인다운 법이요!”
“백성이 안심하고 살게 생겼소!”
광장안의 모든 사람들은 얼굴이 아주 밝아졌다.
광장안의 모든 사람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뇌물방지법과 착취금지법에 찬동하면 손을 드시오!”
동장들과 방청하는 백성들은 모두 두손을 든다.
“결의 되었소!”
“짝짝짝짝짝짝짝!”
대궐 안과 밖의 사람들은 손이 찢어져라 박수를 쳐댄다.
“이게 신명나는 정치구나! 신명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도 많고 왕도 많은데..... 술이나 마시고 꽹과리나 치며 춤이나 추는게 신명인줄 아는데 그게 무식해서 뭘 모르는 소치이지.....이런 정치가 백성들이 신명나게 하는 정치라구......그동안 우리나라는 폭군들에게 너무나 짓밟혀서 신명이 없어져 왔지......”
상도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힘이 있어야 되고, 아는게 있어야 되고, 따라주어야 되는거지.......
힘없이는 아무 것도 염원을 이룰 수가 없지......
호세아 대인은 통솔력이 있구만...... 정치는 백성이 따라주어야 할 수 있지......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혼자는.......”
“그러면 민장님이 계실곳은 어디로 하는게 좋겠소?”
대구동장은 동장들에게 다시 묻는다.
“그것은 염려마시오! 내가 기거하는 집에 있으면 됩니다!”
호대인은 동장들에게 말한다.
“대궐에 있으시면 아니되겠습니까?”
마산동장이 질문을 한다.
“폭군이 있던 곳이라 내키지 않으시겠지만 민장님을 호위하는데는 그래도 대궐은 성곽으로 둘러쳐저 있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동동장이 제안을 한다.
“외적이라도 침입을 한다든가 하면 민장님의 안위가 걱정이 되오니 대궐을 사용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주동장이 건의를 한다.
“그러면 나의 집과 대궐을 사용하도록 하겠소!”
“그러면 이렇게 하십시다! 민장님이 나랏일 보시는 곳은 민장님이 편하신대로 하시기로 하고 동장들이 민장님을 만나러오는 장소는 대궐로 하시는게 어떻겠소?”
벌곡동장은 절충안을 제시한다.
“그거 좋겠소 그렇게 가결합시다!”
대구동장은 의견을 말하며 회중을 바라본다.
“민장님이 대궐에서 일을 보시고 집에서도 일을 보시고 하는게 좋다는 분은 손을 드시오!”
동장들은 모두 손을 들었다.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소! 그러면 민장님의 훈시가 있겠습니다!”
대구동장은 뒤로 다시 물러난다. 민장은 다시 앞으로 나와섰다.
그리고 천천히 좌우를 살펴본다.
“동장 여러분! 그리고 청년 여러분! 그리고 군사 여러분! 오늘부터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것이오! 우리 모두가 합심하여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리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을 합시다!
우리는 작은 나라이니만치 언제 주변의 강대국들이 침략을 해올지 모르는 것이니만큼 무술을 발전시켜서 국방을 튼튼히 하십시다!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십시다! 나는 세금을 적게 거두고 적게 쓰도록 하는 정치를 할 것이며 관리를 줄여 나갈 것이며 탐관오리는 우리 동장님들이 만든 법대로 다스릴 것입니다! 그리들 아시고 나를 밀어주시기 바라 마지않소! 그럼 이만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하겠소!”
“짝짝짝짝짝!”
“그럼 평안히들 임지로 돌아들 가시오!”
“예!”
“호민장님 안녕히 계십시오!”
호민장은 오른손을 높이들어 흔든다.
“호민장님 안녕히 계십시요!”
“안녕히들 가시요!”
“호민장님 건강하세요!”
“호민장님 몸조심하십시요!”
“예!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옥체를 보중하십시요!”
“예! 안녕히 가십시요!”
호민장은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한다. 동장들은 손을 흔들며 뒤를 자주 돌아보며 성문을 향해 걸어간다.
“제가 가기 전에 호민장님께 한마디 건의 할게 있습니다!”
얼굴이 야윈 중년인은 간청하는 얼굴과 슬픈 목소리로 호민장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호민장은 말하는 사람을 내려다 본다.
“저는 삼양동네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요. 지금 동장님들이 돌아가고 있으니 인사를 마친 후 듣기로 합시다!”
“기다리겠습니다! 호민장님!”
장사꾼 차림의 중년인은 수심에 젖은 얼굴에 실낱같은 빛살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대궐문 옆으로 가서 썰물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호민장을 지켜보며 길고길게 한숨을 땅이꺼지게 내쉰다.
동장들과 군사들은 임지로 가기 위해 물이 흘러가듯 질서정연하게 성문을 나가고 있다.
“여보게! 그래두 우리나라는 국운이 있는게 천만다행이지!”
“여부가 있나! 우리나라에 망조가 안들려고 호민장 어른이 일어나서 폭군을 몰아낸거지!”
“임금이 폭군이라 순검찰이라는 놈들이 얼마나 백성을 괴롭혔나?”
“왜 아냐! 우리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도 순검찰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고 했지!”
“무슨 일로?”
“소기름에 튀긴 국수 장사를 했었지! 국수맛이 고소하여 그런대로 장사가 잘되었지! 그런데 폭군이 그런 건지 회색장포를 입은 것들이 그랬는지 그 탁주당인지 양주당에 빠진놈들이 그랬는지 좌우간 돈을 내라, 당운영하게 돈을 내라고 해서 돈을 계속 내다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데 돈을 더 줄 수가 없어서 종전대로 당비할 돈을 냈는데 글쎄 그 죽일 놈들이 말야, 소환을 했대요 글쎄!”
“누군데?”
“조사할게 있다고 오라는 곳 말여!”
“그 순검찰하는 놈들 말이구먼!”
“그래 불려 갔대요!”
“그래서?”
“그 죽일놈들이 말여, 하는 말이 소기름을 못쓰는 소기름으로 국수를 튀겨서 팔아 먹었다구말여! 백성들의 건강을 해쳤다구말여! 오라 가라 하는 통에 장사도 못하고, 그리고 그놈들이 동네방네에다 소문을 내기를 못먹는 소기름으로 튀긴국수를 팔아 먹었으니 벌금을 물렸다고 악질 소문을 내고 그래서 그 사람 장사 거덜났다구!”
“여보게 소기름도 사람이 먹을수 있는 기름이 있고 못먹는 기름이 있나?”
“야 이사람아! 소를 잡으면 버릴게 무엇있나? 똥까지도 거름에 쓰는 것을!”
“아니 그런 죽일 놈들이 있나 그래!”
“계속 돈을 뜯어 먹다가 더 안준다고 심술을 부리는 놈들이지!”
“잡아다가 벌주란다고 심술 부리는 짓을 하다니! 그래! 공부해서 순검판시험에 합격해서 순검을 하는 놈들이 바보들인가 원!공부한 놈들이 소고기맛도 안보고 사는 놈들인가? 소에서 나오는 기름이 먹어도 괜찮은 기름이 있고 먹어서는 안되는 기름이 있다니.... 그렇게 무식한 것들이 순검을 하고 순판을 하다니.... 어이가 없구먼!”
“그러니 혁명이 일어나는 걸세! 그런 어처구니 없는 것들은 순검찰에서 내쫓아야 되는데......”
“호민장님이 그런 것들을 새 사람으로 정리를 하실 것일세!”
“그런데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있으실까?”
“나중에 우리가 순검찰들을 숙정해야 한다고 상소를 하세나!”
“그러지!”
삼양동장과 면라동장은 백성이 억울한 일 당하는 것을 뻔히 보고도 힘이 없어 수수방관하였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걸어간다.
대궐앞 광장은 썰물이된 갯벌을 보는것 같이 되었다.
청년들이 이곳 저곳에서 삼삼오오 파수를 서고 있다.
호민장은 연단아닌 연단에서 땅바닥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그는 좌우를 살펴 찾는다.
“삼양에서 오신분 어디 계시오?”
“저 여기 있습니다!”
장사꾼 차림의 중년인은 아주 고마워하는 얼굴이 되어 희망이 실린 소리로 날래 대답한다. 그리고 호민장 앞으로 성큼 나선다. 그는 허리를 굽혀 예의를 취한다. 두손을 마주 잡고 몸을 낮추어 섰다.
“그러면 댁의 딱한 사정을 들어보십시다.”
“예!”
‘이 호민장 어른은 금방네 나의 입장이 딱하다는 것을 어찌 아능가 모르것네 잉! 사람 속을 대번에 꿰뚫어 보시는 안목이 있으시니 민장으로 대번에 선출이 되셨구먼....’
중년인은 자신의 입장을 알아주는데 대한 고마움에 냉큼 물어온 말에 대답을 더디한다.
“어서 말씀하시지요?”
“예! 예! 저는 삼양에서 튀김 국수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양주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당비를 부조하고 했습지요! 그런데 더 돈을 요구해 와서 돈벌이가 더안돼 더 낼수 없다고 했습지요! 그리고 종전대로 부조하던 돈을 냈는데 하루는 그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순검찰에서 조사할게 있으니 오라고 해서 갔습지요!”
“그래서요?”
“순검찰이 묻기를 국수를 기름에다 튀긴국수를 팔아서 장사하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습지요! 그랬더니 무슨 기름으로 국수를 튀겨서 파느냐고 하기에 소고기 기름에 튀겨서 판다고 했습지요!”
“그래서요!”
“너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소기름으로 튀겨서 팔아먹었으니 백성들을 우롱했다는 겁니다!”
“그래서요!”
“제 말이 소를 잡으면 기름이 나오는데 그 기름을 사람이 먹고사는데 한 마리 소에서 먹는 기름이 나오고 못먹는 기름이 나옵니까? 했습지요!”
“그래서요!”
“그러니까 순검들이 저를 보고 사기꾼놈이 말이 많다고 하면서 벌금을 물리고 장사를 못하게 하고 감옥에서 평생 썩게 해준다고 땅땅거렸습니다! 그리고는 온나라 사람들에게 삼양국수는 못먹는 소기름으로 만들었다고 소문을 내버렸습니다!”
“저런 죽일놈들이 있나!”
“저 같은 사람이야 국수 장사를 해먹고 사는 사람인데 장사를 못하게 해서 억울한 세월을 보내다가 이제 호민장님 시대를 만나서 나랏 일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순검찰들과 순검판들을 전원 물갈이를 하셔야 저 같은 억울한 백성이 생기지 않게 된다고 저는 그리 생각하는구만요!”
“순검찰들에게 당한 설움을 이제 풀어 드리겠소! 그리고 장사도 맘놓고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앞으로 백성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먹으며 군림하고 법운용을 엉터리로 하는 순검판들은 다 내쫓아 버릴 것입니다! 단시일 내에 개혁을 할 것입니다. 오늘 아침부터 상당수는 우리 나라를 구한 영웅께서 축출작업을 하셨습니다!”
“예! 그러셨군요!”
“앞으로 장사를 잘할 수 있게 나라에서 장사하는 분들을 도울 것이니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십시오!”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이날이 오기를 목타게 기다렸습니다! 호민장님! 백성이 누구를 의지하겠습니까!”
“이제는 그런 일이 이땅에 생기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호민장님! 안녕히 계십시오!”
“살펴 가십시오!”
그는 허리를 굽혀 너부죽이 인사를 한다. 그리고 신바람이 나게 걸어간다.
호민장은 자기에게 하소연하고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호민장의 가슴은 뭉클한다. 그것은 욱소리를 내며 치밀어 오른다.
그의 눈에서는 서러움 닮은게 뿌옇게 솟아나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그의 속눈썹은 이슬을 맞았다.
그는 고개를 들고 먼 하늘을 잠시 쳐다본다.
상도는 호민장의 표정을 읽는다.
‘내가 호민장을 도운게 보람이 있구먼! 사람이 옳고 그름을 아는 자는 예의도 있기 마련이고 그리고 의리도 있는 자가 되는거구먼!
그리고 백성도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라 볼 수 있다고 봐야 하겠지....호민장이 백성을 보는 눈은 나이 먹은 어버이가 어린 핏덩이 자식을 보는 눈처럼 그렇구먼.....그래야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겠지.......’
호민장은 고개를 내려 땅을 본다. 그리고 몸을 돌려 상도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그는 상도 앞에 섰다. 그는 상도의 얼굴을 잠시 지켜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상도도 마주 인사를 한다.
“새삼스레 인사를 하십니까?”
“우리 백성을 구출해 주시어 감사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거야 호민장님이 하신 일 아니십니까?”
“저는 힘이 없는데 어찌 제가 했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제 힘이야 조금 보탬이 된 것이지요!”
“제가 너무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되어 영웅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못드렸습니다! 제 이름은 호세아입니다!”
“저는 이름이 상도입니다!”
“너무 늦게 인사를 드려 죄송합니다! 영웅님!”
“제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영웅이신데 어찌....”
“제가 무예를 좀 한다고 하여 영웅이라니 쑥스럽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조금이라니요! 영웅님은 참으로 영웅이십니다! 많은 사람이 도탄에 빠진 것을 보고 구하셨으니 영웅이십니다! 사람들이 살려 달라는 외침을 보고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안일만 생각지 않고 자신의 생명을 돌아보지도 않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많은 사람을 도탄에서 건지셨으니 당연 영웅이십니다! 영웅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웃나라를 정복하고 또 정복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고 땅을 많이 차지하면 영웅이라고 하지요! 허나 많은 사람을 죽여서 자기의 욕망을 차린자는 영웅이 아니라 살인귀가 되고 살인마가 되는 것이지요!”
“호민장님은 말도 듣기 좋게 잘도 하십니다!”
“제가 영웅님께 아부하는 말로 생각되십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호민장님은 나에게 분수에 넘치는 말씀을 하신다는 말입지요!”
“그러면 영웅님은 영웅의 칭호를 받는 사람이 어떠한 행위를 한 사람이라야 된다고 보십니까?”
“입장을 곤란하게 하시는군요! 저도 호민장님과 같은 견해를 같고 있습니다! 사실 공부께나 했다는 많은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호민장님 말씀처럼 헤일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자를 영웅이라 부르고 있는게 현실이지요!”
“그렇습니다! 시산 혈해를 만든 자들을 영웅이라고 하는 딱한 지식인이 많습지요! 그리고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빼앗은 자를 미화하여 위대하고 장하다고 떠받들고 있지요!”
“그건 옳고 그름을 모르는 소치에서 하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최소한의 옳고 그름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니 백성이 도탄에 빠져 울부짖는 일이 생기는거라고 봅니다!”
“저는 날이 밝는대로 내가 가고 있는 길을 가려고 합니다!”
“영웅님! 그렇게 서두르시면 ......”
호민장은 상도의 말에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한다.
“제가 있는게....”
“아닙니다! 영웅님이 계셔야 합니다!”
“폭군과 추종하는 자들을 몰아내고 많은 순검판들을 제거했는데.....그러시면.....”
“그게 아닙니다! 영웅님이 언제까지고 저희나라에 계시라고 말씀 드리는게 아니고 최소한 질서가 잡힐 때까지는 영웅님이 계셔야 저희 나라가 굳게 설 수가 있습니다! 아직 폭군을 추종하는 회색장포 양맥주당을 뿌리채 뽑아야 하는데.....”
호민장은 어두운 얼굴로 상도를 바라보며 말을 멈춘다.
“호민장님! 그러면 며칠이나 걸리겠습니까?”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마는 내일부터 개혁 진행 상황을 영웅님께 일일이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시일이 걸릴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민장님! 아침 저녁으로 저와 함께 무예연습을 하시지요!”
“고맙습니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