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인검 (EP4.반남 나라)

작성자
yeongbeome2
작성일
2024-07-13 21:27
조회
82
반남 나라



상도는 우상 나라를 맴돌아 나와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를 바라보며 걷는다. 그의 발걸음은 터벅거리고 있다.
‘내가 사람의 종말에서 사람이 들어가는 곳을 찾아간다고 한게 엊그제인데 벌써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으니 내가 무엇을 한다고!.....
이래 가지고서는 무엇을 한다고......!

“우리네 인생이 한 번 건너가면 언제날에 돌아오나......
땀흘리며 산다는게 어디를 향해 가는 건가?.......”

그의 귀를 두드리는 소리는 눈물에 흠뻑 젖은 손이 되어 그의 가슴속으로 기어들어 왔다. 그리고 슬픈 것을 꺼내려 뒤적거려 패대기를 친다. 그를 처량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느라 두리번거린다.
‘오늘은 이상스레 내 맘이 우울하구나! 계집애처럼...........
사내자식이 노래소리에 마음을 적시고 있다면 남들이 웃을거라구!
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했을거야!
나야 책이나 읽었지 인생살이는 무식한거지.....
인생은 책속에만 있는게 아니라구.......
인생의 맛을 알려면 부닥쳐서 아픔을 겪어봐야 알고말고.......’
“내 모르는 그곳에 안가려하나 내를 끌고서 가는기라!
이것보소! 나를 붙들어주소! 나는 이렇게 이곳에 있고 싶소!
내가 바라는대로 내를 놔두라고 일러주소!
내대신 사정좀 하여주소!
나는 때가 아니라 안가려하나 때는 나를 버려두질 않는구려!”

상도는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걸어간다.
그는 나루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확인한다.
나루에 배를 대놓고 뱃전에 걸터앉은 사공이 노래를 하는 것을 확인한다.

‘강아 너는 낮이나 밤이나 쉬지도 않고 잘도 가는구나!
너는 먹지도 않고서 잘도 가는구나!
너는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잘도 가는구나!
너는 어디를 가는거냐?
너는 가는 곳을 알고서 가는거냐?
너를 보니 네가 나를 닮았구나!
너는 생각없이 가고 있다마는 내는 궁금한기 많은기라!
너도 왔다가 가는기고 나도 왔다가 가는긴데!
너는 의연한데 나는 불안하고 두렵단다!
나도 너처럼 의연하길 소망하나 그게 아니 되는구나!’

상도는 뱃사공의 노래하는 흥을 깨지 않으려 나루 못미쳐 땅바닥에 털부덕이 앉는다.
그는 두무릎을 세우고 두손으로 무릎을 감쌌다. 그는 강건너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띠엄띠엄 곁눈으로 뱃사공을 바라본다.
‘저이는 노래하는 것을 보아하니 인생에 대해서 알고저 노력하는 사람같이 보이기도 하고...... 그냥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니야.......
사람이 뱃사공 노릇을 한다고 하여 인생을 모르는게 아니지.....
출세 영달을 한 사람이나 돈량이나 있는 사람들은 그걸 누리느라 푹빠져서 세월따라 끌려가는 삶을 느껴 볼 겨를이 없는거지.......
세월이 언제까지나 멈춰어 서있는 것으로 아는거지 ......
그러니 무식한 인생을 살다가 가는거라구.....
그런면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인생 공부를 하면서 때를 보내는구먼...... 내가 왜 남들이 누리는 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왜 남들처럼 건강하지 못할까?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겠지!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그대로 조상적부터 내려오는 죄때문에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지를 못한다고 생각하며 무능과 환경을 죄로 돌리려고 그러겠지!
아니지!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
태어날 때부터 불구로 태어나고 원치 않는 불행을 당하여 몸을 다치고 병이 들었을 때는 상황이 다른거라구 하겠지!
생노병사(生老病死) 말고도 너무도 많은 전인 미답이 아니라.....
그러니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는 생각조차 못해 본 일들이 너무나 많구먼!
그래 누구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를 잃고.......
누구는 태어나면서 불구가 되고.......
누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불구로 태어나고 ........
누구는 고생 고생하면서 자라고........
누구는 잔병치레를 하느라 자라지를 못하고.......
누구는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가 죽여서 죽임을 당하고.......
누구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누구는 엄마 뱃속에서 유산되어 죽어버리고.........
누구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권세자가 엄마를 죽여 그냥 따라서 죽어버리고......
이건 생노병사 이전의 문제구나!
그러니까 고생(苦生), 부(富), 귀(貴), 건강(健康), 고통(苦痛), 마음고생, 두려움(恐怖) 등은 어디서 오고 가는 것인가?
그리고 고생하는 것은 사람들 말대로 내가 죄가 많아서 병이 들어 고생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 부모가 죄가 많아서 고생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조상들이 죄가 많아서 고생을 하는가?
그렇다면 부자로 살면서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은 죄를 짓지 않고 사는가? 아니면 부자들의 부모나 조상들은 착하게만 살고 남 못할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는가?
그렇다면 가난하게 사는 사람은 자기의 삶의 자세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검토를 하면서 고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부귀를 누리는 생활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볼 수 있는가?
그리고 부귀를 누리다가 병들고 세월에 끌려서 죽을 때는 보람을 느끼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 자손이 잘되기를 바라고들 있지!
뭣뭣한 사람들만 빼놓고는 돈을 모아서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힘쓰고 물려주고 있는데...... 그건 왜 그런가?
그건 사람뿐이 아니고 짐승들도 아니 새들도 제 새끼를 강하게 키우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 종족을 보존하려고 그러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마치 누가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동물이 그러하고.....
풀도 나무도 제씨를 많이 많이 퍼트리려고 힘쓰고 있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마치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기라도 한 것 같지 않은가?
사람들이 말하는 하나님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사람들이 말하기를 하늘에 죄를 지었다고 하는데 그 죄라는게 무엇이란 말인가?
군왕의 말을 듣지 않아도 왕법을 범한 죄인이라고 하고 또 부모에게 불효를 하는 것은 인륜에 있어 큰 죄라고 하는데 그걸 누가 만들어 놓았는가?
사람이 사람에게 해롭게 해도 죄를 짓는다고 그러는데 그 법과 질서를 누가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사람들의 지혜가 발달해서 법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가?
그러면 사람의 지혜는 어디서 온 것인가?
식물이나 동물이 생존하는 지혜는 어디서 생기는 것인가?
사람이야 지혜가 발달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동물과 식물도 지혜가 있는 건 사실이 아닌가?
봄이 되면 싹이 나고 잎이 나와 꽃이 피고, 꽃은 암꽃 숫꽃이 교배하여 씨를 맺고, 여름에는 자라고, 가을에는 완전히 결실을 하고 그리고 겨울 준비를 하고, 씨를 퍼트리고, 겨울에는 잠을 자듯 하고, 봄에는 씨에서도 싹이 나고.......
이게 법아닌 법이구나.....
사람이 만들어 놓은 법보다도 변함 없는 법 아닌가.....
이 질서는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법이구나.......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순서대로 오고가는데 이보다 더 정확한 법이 인간사(人間事) 어디에 있겠는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조화이다 그렇게 말들을 하고
공부를 못한 사람들도 이건 하나님의 조화이다 그러는데......
이상하게도 공부를 어중간하게 한 사람들은 말하기를 자연의 현상이다 그렇게 말들을 하고 있지.....
그럼 자연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사람의 힘으로는 막지 못한다 그렇게들 말하고 있지!
자연이란 천연이라고도 하면서 사람의 발자취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말하면서 자연을 동경하는 사람들이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연을 지배하려고 그러나.......
자연을 알지도 못하면서 자연을 아는 것처럼 말들을 하고 있지!
자연의 섭리라고 말들을 하고 있지.......
자연이 지혜가 있는가? 섭리를 하게 이건 말이 안되는거라구.........
어중간한 사람들이 하는 소리야! 공부깨나 한 사람은 하나님이 섭리하신다고 말하고 무식한 사람도 하나님이 다스리신다고 말을 하는데......
그러니 공부를 할려면 어중간하게 하면 무식쟁이 소리나 듣는게야!
자연이다, 자연의 현상이다 하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게 자연인데 그게 낮은 곳에서 높은데로 흐르는 물이 있으니 이상한 현상이 아닌가?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서 비가 되어 내려오는 것도 물이 올라간게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바다에서는, 망망대해에서는 물이 높은데 땅이 물 위에 있는 것인가 물 위에 땅이 있는 것인가?
작은 나라 사람들의 말에는 자기들의 경전 성경에 땅이 허공중에 매달려 있다던데.......
이상하지? 그렇다면 왜 물이 쏟아져 내리지를 않는 것인가?
물이 쏟아지지 않는 것은 구름이 감싸고 있어서 그렇다고 그랬는데...... 그렇다 치더라도 땅이 허공에 매달려 있으면 어디로 곤두박질을 칠터인데 그렇게 곤두박질을 치지는 않는 것 같고........
그러면 하늘에 별을 보면 공중에 떠 있는 것만은 확실하지.
그런데 왜 땅으로 떨어지지를 않는 것일까?
별은 그만두고 달만 보더라도 공중에 떠 있는데 그게 떨어지지도 않고 있는 것인가?
해도 날마다 뜨고 지는데........
허공에 떠 있는데.......이상하구나........
이건 누가 끈으로 매달아 놓은 것 같다구.....
그렇지 않고서야 그게 언제까지나......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때부터.......
언제인지 모르는 때까지 떨어지지도 않고서 변치 않고 날마다 뜨고 지고.........
달은 점점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어둔밤을 비춰주고.......
해는 날마다 변함없이 빛을 비춰 밝은 날을 만들어 만물이 생육하게 뜨겁게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사람의 죽음 다음 가는 길도 궁금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도 알 수가 전혀 없으니......
내가 무엇을 안다고 할 것인가..........’
상도는 뱃사공이 사람들을 태우고 배를 저어 강을 건너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명상에 빠져서 뱃사공을 따라간다.
‘사람들은 말을 하기를 누가 갔다 오기라도 했는지 ...... 사람은 죽으면 영혼의 세계를 가기 위해 배를 타고 건넌다고 하던데..... 영혼이 배를 타고 건너간다는 말이 별로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그래두 조상때부터 내려온 소리이니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보는데......
그러면 사람의 영혼도 물을 그냥 건너가지는 못하고 배를 타고 가야한다니 그건 웬지 이상하구먼....... 내가 내몸으로 당해봐야 신빙성이 있는 말이 되겠지..........
그렇게 영혼도 미약한 존재가 사람인가........
사람은 육신이 살아 있어도 약하고 육신이 죽고 영혼만 남아도 약하니 사람이란 존재는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를 못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사람이 무엇이 되는 것으로 알고 기고만장을 하고 있지 않은가? 사람이 큰 소리를 친다고 해서 그렇게 되어지지도 않고 헛소리로 끝나고 마는데......
우상국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자기가 신이 된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다니 우스운 일이로구나!
생강이야 묵으면 매운맛이 든다고 하지만 생강이 아무리 묵어본들 생강이지 별수가 있는가?
그런데 신이 될 사람들이 우상 앞에서 부복하기는 왜 하나?
그런데두 큰소리는 제법 떵떵거리며 산이라도 무너뜨릴 기운이 있는 것처럼 의시대고 ...... 산을 설형 무너뜨린다 할지라도 그게 무슨 생명연장을 할 수 있는 것두 아니고....... 기고 나는 재주가 있은들 생명연장은 커녕 늙는 것두 못막는 입장이면서 저절루 생긴 입이라고 큰소리를 치지! 산을 무너뜨릴 힘이 있다는 항우도 강에 빠져 죽고 말았는데...... 주먹힘이 좀 있다구 저보다 약한 사람이나 괴롭히는 인생이라야 그게 무슨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겨우 그래야 독사에게 물리기만 해도 죽네 사네 하는 미약하기만 한 인생이....... 밥을 먹고도 그걸 못이겨서 평생을 먹어 오던 밥이 소화가 안돼서 죽는 사람이 비일 비재한 판에 의시대기는........
겨우 그래야 짐승도 저희 동족끼리는 싸워도 죽이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짐승만도 못하게스리 제 친 형제를 죽이고 동족을 죽이고 그것도 많이 죽이는 사람은 영웅이라고 추앙하고 있으니 가관이지.........
이것두 참 궁금한 일이야.......
사람이 왜 그렇게 잔인하고 지독하단 말인가......
생노병사보다도 더 궁금한 일이야.......
사람이 사람을 못 잡아먹어서 환장지경에 이르른 원인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남을 괴롭히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남을 노략하고 착취하면서 사는 이유는 인생의 마음이 그렇게 사갈처럼 변해 버린 것인가? 아니면 원래가 사람이란 존재는 그렇게 악독한 존재란 말인가?
사람의 마음은 원래는 착하다.
그런데 성장 과정에서 악에 물들어 악하게 변해 버렸다, 그러니 사람이 악에 물들지 않게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있고......
사람의 마음은 원래가 악하다 그래서 악한 것이다.
그러니 사람을 교육을 잘시켜야 악을 버려 착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 그들이 중국 사람들이지......
중국 사람들은 교육을 잘시키면 사람이 착하게 살게 된다고 생각이 되는 모양이지..... 악인이 횡행하는 것은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렇다고 핑계대면 되겠구나.........
우리나라 사람은 왜 그런가?
과거에 급제하여 나랏일을 보는 사람들이 뇌물을 먹기를 좋아하는 정도가 지나서 백성을 수탈하고 있는데.......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건 왜그런가?......
장사꾼이야 장사꾼이니까 돈을 가지고 거래를 한다고 하지만.......
세금을 걷는 사람들도, 재판을 하는 사람들도, 뇌물을 먹고 사람을 벌주는 사람들도 뇌물을 먹는데......
공부를 학문을 너무해서 그런 것인가?
공부를 많이 시켜도 도둑질하는 것은 매한가지라.......
이것도 궁금한 일이구먼........
사람은 착한 사람도 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악한 사람도 언젠가는 죽는데..... 그것으로 악행도 땅에 묻히고 선행도 땅에 묻히는구나....
그렇다면 무엇이란 말인가? 악하게 사는 사람도 잘되고 고관대작도 하고 부자로 살고 건강하게 자손도 많고 오래 오래 장수를 하는 악인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착하게 사는 사람, 마음씨 착한 사람도 자식이 없는 사람도 있고 가난하여 끼니를 때우기가 어려운 사람이 있는데 그건 이유가 무엇인가?
남이 모르는 죄라도 듬뿍 지어서 그런 것인가?
왕노릇하는 사람들만 보아도 백성을 괴롭히는 못된 일도 많이 하고 많은 사람을 죽이고 백성들에게 보화를 가져오라 하여 착취를 하는데도 몇백년씩 자자손손이 왕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두 사람이 알 수 없는 일이구나.........
그렇다면 죄라는 자체가 원래 어디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내가 웬만한 책은 거의 읽어보았지만 나의 궁금함을 풀어 주는 해답을 제시하는 책은 없으니......
우리의 조상들은 궁금한게 없어서 그럭 저럭 밥이나 먹다가 죽음을 맞이했단 말인가?
풀잎처럼 그냥 스러져 갔단 말인가?
똑같은 사람인데 누구는 궁금하고 누구는 궁금하게 생각할 것도 없는 것은 왜 그런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모르니까 궁금한 것이고 모르니까 학문을 연구하고 인생 문제를 연구하는 것이고 궁금한게 없는 사람은 세상사 모두가 모르는 것인데 한가지를 안다 한들 두가지를 안다고 한들 그리고 연구를 해봐야 그게 내게 유익될게 무엇인가?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다 같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지.
그러니까 사는 동안만이라도 편하게 인생을 보내겠다는 건지도 모르지.....
궁금하느라 머리를 골몰한들 머리칼이 때도 안돼 희게될 뿐이라네.
그래서 순리대로 살다가 순리대로 되어지는거지......
사람이 아는게 힘이라 하나 무엇하나 제대로 아는게 있어야 힘이 되지....
아니 그런가 하겠구나.....
아는게 힘이 아니라 병(病)이라네! 하겠지.......
이사람아! 그걸 꼭 이야기 해야 아는가?
이사람아! 공부를 많이 해서 말을 알아 듣기는 할 줄 알았는데 웬일인가 자네!
세상을 보게!
사람들이 정치를 연구하여 정치를 공부한 사람이 많은데 나라 살림이 피폐하게 만든 사람들이 누구며 나라가 망하게 하는 사람들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한 사람들이 아닌가?
정치를 하는 사람은 왕이요 재상들이 아닌가? 그런데 거지가 몰려다니게 하느냐 말일세!
공부를 많이 하려고 책상머리에 앉아만 있어서 그런지 정치하는 공부 많이한 재상들이 치수(治水)를 못해서 해마다 강물이 범람하여 백성이 해마다 떼죽음을 당하고, 치수를 못해서 농사도 못하고 먹을 물이 없어서 맑은물을 구하려고 떼거지로 몰려다니는게 중국의 현실이며 변한의 현실이 아닌가?
그렇게 무능한 사람들이 글자 몇줄 읽었다고 무슨 힘이 되겠는가?
그런데 무슨 힘이 있어 아는체를 하고 관리라고 의시댄단 말인가?
몰아붙이겠지..........
그런 소리 듣는다고 연구를 안하고 공부를 안하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그런데 순리라!
순리란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순리가 어디서 만들어 놨는데 모든 사람들이 순리대로 산다고 살아야 한다고 하는 것인가?
공자가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말했는데 이말은 순리(順理)라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순리대로 산다는 말은 순리(順理)라는게 불문율(不文律)이라는 말도 되고 성문법(成文法)대로 산다는 말인데.....
누가 만들었기에 모든 사람들이 순리를 따라 사는 것인가?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여야 생활이 되니까 몸을 따뜻하게 하는게 순리요, 봄에는 밭에다 씨를 뿌리는게 순리며, 여름에는 가꾸어 곡식이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게 순리요, 가을에는 추수를 하고 겨울 준비를 하는게 순리라 할 수 있지.......
어렸을 때는 부지런히 공부를 하고 체력은 관리를 잘해야 건강이 유지 되고....
남의 돈은 무서운 줄 알고 함부로 빚을 얻어 써버리는 건 순리가 역행하는 것이니 남의 돈에 매이는 생활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
그리고 공자의 말대로라면 순리라는 것은 사람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면 살게 되고, 복을 받게 되고 불순종을 하면 복도 못받고 죽는다는 말인데......
공자의 말대로라면 하나님의 법에 순종하는게 순리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공자는 하나님을 신앙한 사람인가?
그가 하나님을 신앙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학문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지.....그는 하나님이 인생들에게 생사화복(生死禍福)을 주시는 분이라고 많이 주장하고 그의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구......
순천(順天)을 한다는 말은 하나님을 따른다는 말인데.......
그러면 하나님의 법이나 명령에 따른다는 말인데.......
무지몽매한 인생들이 하나님의 말씀하는 것을 어찌 듣는 것인가?
그것 또한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사람이 순천을 하고 싶어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고서는 순천할 길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공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알아듣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그가 괜히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테고........
그가 사람이 사는 법을 말한 것을 보면 남달리 학문을 하고 연구를 한 사람인 것은 알 수 있지....... 학문을 하되 하늘의 이치를 알려고 하면 누구나 노력 여하에 따라 순리를 터득하게 되는 거여...........
사람들이 그를 높여 말하는 것은 그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쳐 주어서 그를 존경하는 거라구..........
그는 사람의 사는 길은 정해져 있다,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사는게 사람 개개인의 모습이라고 그랬지.......
사람은 하나님이 복을 준대로만 산다고 그랬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하나님이 정해준 길을 벗어나려고 안달 복달을 하고 원망 불평을 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활을 한다고 그랬지........
공자는 순종형의 사람이란 말인가?
인생살이를 달관하여 그렇게 말한 것인가?
그가 말하기를 사생(死生)이 유명(有命)이요 부귀재천(富貴在天)이며 만사분이정(萬事分已定)이거늘 부생이공자망(浮生 空自忙)을 한다고....... 하나님이 인간 개개인에게 복을 준대로만 살 수밖에 없고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인데 그걸 모르는 인생들이 어리석은 짓들을 한다고........
왕이 되고 싶어 반란을 일으키고, 왕을 죽이고, 도적질을 하고, 출세 영달을 하려고 뇌물을 먹이고, 부자가 되고 싶어 뇌물을 먹다가 감옥에 가고, 천자가 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싸우다가 죽고, 오래 살려고 보약을 달여먹고 죽음에서 도망치려고 버둥거리고, 높은 자리 탐하느라 남을 중상모략하는 인생들을 딱하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는 인생을 알고 있던 사람이야........
사람은 하나님께서 명령하신대로 살아지는 것이다 그말이구나........
인생을 모르는 사람 어중간하게 배웠다는 사람은 그의 말을 우습게 여기겠지..... 숙명론자라고......운명론자라고........
공자가 사람은 하나님이 복준대로 사는 것이라는 말을 한 것을 보면 설산에서 생노병사를 깨닫기 위해 고생한 사람보다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달은 사람인가? 눈이 산봉우리에만 덮인 산 움막이나 동굴 속에서 인생을 알기 위해 고행을 많이 했어도 그는 인생의 생노병사를 알지를 못하고 죽었는데......
그렇다면..... 노력을 한다고 인생의 제반 문제의 답을 얻는 것은 아닌데......그래 설산에서 고행을 한 사람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곧 하늘 위에서도 하늘 아래에서도 오직 나혼자만이 홀로 높다)이다 그렇게 황당(거짓된 소리)한 소리를 왜 했지?
황당한 소리가 왜 그의 입에서 나오는가?
알려고 노력하고 연구를 해도 해답을 얻지 못하니 열을 받은게야........
왜 그런 택도 없는 광오(狂慠)한 소리가 나오는가?
그건 주제파악을 못해서 자존망대(自尊茫大)해져서 내가 누구보다 위대하다는 말이지......
제스스로가 밥을 먹고 똥을 싸야 사는 주제임을 모르니까 그런 미친 소리를 하는 거라구.......
밥 먹는 것을 더할 힘이 없어서 죽음을 당하는 주제가 그런 허튼 소리를 지껄이다니......
교만 방자하기가 짝이 없는 사람이구나......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천상천하에 유아교만방자자가 되겠구나.....
그러니까 병들어 죽을 때 어디로 지금 끌려가고 있는지를 모르는 주제이니까 그런 미친소리(狂慠))를 떠벌릴 수밖에......
설산에서 연구를 하지 않은 공자는 인생을 깨달았는데.....
공자는 천(天)을 경외(敬畏)하는 안목이 있었는데....
정치를 경천 애민(敬天愛民)으로 하여야 한다고 한 것을 보면 그는 사람은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던 사람이요, 사람은 하나님이 복을 주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겸손할 줄을 알고 있는 지식인이다. 지식은 겸손해야 터득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하는구나.....
그러면 공자도 작은 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 경전을 읽어보았는가? 아니면 그들의 선생이라는 사람들에게 경전을 배웠는가?......
그는 겸손할 줄을 알고 있었어!
중국 사람들은 자기들의 왕을 천자(天子)라고 호칭을 하는데.......
천자라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하나님을 그들 나름대로 오래 전부터 알고 있은거지.....
하나님의 아들이 정치를 하여야 백성이 하나님께 복을 받는다고 그렇게 알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니까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하나님으로부터 왕으로 임명된 자라야만이 천자노릇을 하게되고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말이구나.......
중국은 땅이 아주 넓은 대륙이고 사람들도 많고......
거기다 비하면 우상국은 일개 고을 정도밖에 안되는구나......
사람도 얼마 되지않고......
그러니 자연 듣고 보는 것도 적을 수밖에......
학문을 깊이 연구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인생에 대해서 깊이 연구를 한다는 것도 너무 사람의 수가 영성하니 견문이 적을 수밖에......
그렇다고 조상적부터 내려오는 문서가 있을 정도로 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이 없으니 책도 없는거지......
거기에 비하면 작은 나라 사람들은 조상적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하나님의 명령과 법이 기록 된 책이 있어 인생들의 생노병사는 물론 인간의 모든 문제의 답을 주는 책이 있다던데.......... 그들이 나면서 부터 아는 수준이 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는 것......
그러니 한다는 소리가 인생은 허무하다 없어지는게 행복한 것이나 되는 줄 알고 어서 무(無)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나 하는거지..... 작은 나라 사람들처럼 인생은 없어져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하니.....
어서 없어져야 한다고 되뇌이는 소리만 밤이나 낮이나 평생을 하다가 그들이 두려워하는 병들고 죽음을 그들은 맞고 있지.......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가기 전에 길을 떠날 준비를 하자고 하겠지.......
그러니 죽음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 작은 나라에 어서 가야.......’
“어서 가자 어서가 해가 지면 못가나니
밝을 때에 어서가자 어두우면 못가나니
내가 가던 아니 가던 해는 계속 가는구나
인생길의 나그네야 어두우면 못찾는다
나그네야 나그네야 눈밝을 때 배를 타라
사공 있는 배를 타야 강물을 건너간다
해가지면 어두워서 사공 없는 배를 탄다
사공 없는 배를 타면 두려움에 빠진단다”

상도는 뱃사공의 노래가 귀를 때리자 생각에서 떨려나온다.
그리고 소리에 손을 잡혀 뱃전을 바라본다.
그는 뱃사공의 노래를 들으면서 노래가사를 음미한다.
‘어디를 가자고 하는 소리인가.......
밝을 때에 가야 한다........
사공이 없는 배라........
사공이 있는 배를 타라.......
배를 타야 건너간다.......
두려움에 빠진다.......
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
그는 배를 타기 위해 나루로 천천히 다가간다
그는 그리 크지 않은 배를 내려다 보며 배로 다가간다.
나룻배는 나루에 굵지 않은 밧줄에 매였다.
사람들은 이물(배의 앞)에 서서 뱃삯을 받는 사공에게 엽전을 한 개씩 건네준다. 상도도 뱃삯을 내고 노가 있는 고물(배의 뒤) 근처로 가서 걸터 앉는다.
사공은 사람이 모두 배를 타자 배에 빈자리가 많은데도 손님을 기다리지 않고 닻줄을 끄르고 배를 삿대로 밀어낸다. 그리고 노를 저어 나루를 떠난다.
상도는 사공의 모습을 살펴본다.
사공의 얼굴은 그런대로 밝은 얼굴이다.
‘사공 노릇을 하는게 그런대로 즐거움이 있는 얼굴이야......
남에게 유익을 주고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에서 일을 하게 될 때 만족이 있겠지......그리고 하고 싶고.....’

“높은 것은 가만히 있어도 낮아지고
낮은 것은 가만히 있어도 모여든다
높은 것은 담기를 바라나 담기지 않고
낮은 것은 가만히 있어도 채워진다
산꼭대기야! 너는 높은 것을 뽐내지 말라!
산꼭대기야! 너는 무엇을 갖고 있냐?
네머리 천년한설에 얼음이 배겼구나!”

뱃사공은 노를 저으며 노래를 부른다
노젓는 소리 삐그덕거리는 소리는 장단을 맞추고 있다.
배안의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다가 사공의 싫지 않은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조용히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있기도 하고 사공의 입을 쳐다보는 사람도 있다. 사공은 노래를 끝내고 배안의 사람들을 한바퀴 휘둘러본다.
한사람이 박수를 친다.
사공은 박수 친 사람을 바라본다.
“명창이십니다!”
“과분한 말씀을....”
“아닙니다! 선생의 노래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노래입니다!”
“고맙구려!”
“한곡조 더 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내가 마치 지음지기를 만난 것 같소그려!”
“보기드문 목청이십니다.”
“알아주니 고맙구려! 내가 이곳에서 여러해를 노래를 불렀지만 내노래를 알아주는 이는 없었는데........ 그럼 ....”

“나는 가네----- 나는 가네-----
세월을 동무하여 나는 간다네-------
나는 가네---- 나는 가네------
강물처럼 나는 흘러서 간다네------
너는 바다로 가느라 쉬지도 않고 간다마는
나는 어디로 가는 걸 모르면서 밤낮없이 가고 있단다----
사람들아----- 너는 아느냐----- 강물처럼 너는 아느냐------
강물은 뒷물이 앞물을 밀어줘서 순서대로 간다마는
사람은 어이하여 순서 없이 어린게 먼저 가는 것이냐---
그것도 모르면서 챙피를 모르면서 밥을 먹고 큰소리냐----
공부를 얼마나 했다고 의시대고 학벌을 자랑하냐?
죽음을 모르면서 죽음 밖을 모르면서 무엇을 자랑하냐?
나는 가네----- 너도 가네-----
늙는 걸 못이겨 나는 가네-----
공부한 사람들아 죽음 밖을 알려다오-----
겁없이 내가 가게 죽음 밖을 알려다오-----”

사람들의 얼굴은 담담하다 못해 누렇게 변했다.
그런데 딱 한 사람이 박수를 친다. 박수를 치는 사람은 얼굴이 경직되어 있다. 의사에게 강제로 사타구니에서 피를 뽑힌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굳은 입술을 떠듬거린다.
“선생은 아주 좋은 노래를 하셨습니다! 내가 그걸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선생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별말씀을...... 나도 이렇게 노래를 하므로 모든 사람이 가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죽음 밖의 세계를...... 사람들이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두려운 길을 알고 싶어서 노래를 하는 것이라오!”
“아, 예!”
“아는 분을 만나면 내 노래 소리에 화답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서 이곳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랍니다!”
“예.”
“여러해를 이렇게 노를 저으면서 노래를 하였지만 내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청년이 처음이구려!”
“예! 선생은 이렇게 날마다 노를 저어 사람들의 길을 가게 해주시고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노래도 하시고 탁트인 목소리로 기분을 좋게 해주시니 좋은 직업을 가지셨습니다!”
“남이야 뭐라든 날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리고 노래를 불러준다는게 나름대로 재미가 있습니다그려!”
“그러시겠지요!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직업은 보람된 일이지요!”
“젊은이는 어디를 가시는 길입니까?”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사람들이 어차피 가면서도 가기 싫어하고 무서워 안가려고 부들부들 떨다가 발버둥치며 무엇에게 끌려가고마는게 궁금하여서 그게 무엇인지 해답을 찾으러 가는 중입니다!”
“그러시군요! 청년은 고상한 취미를 가지셨습니다그려! 젊은 사람들은 대개가 출세를 하려고 매달리고 돈을 벌려고 야단들인데 그런데는 관심이 없고 죽음 밖의 길이 궁금하다니! 의외입니다그려!”
“저도 그런데 관심이 있지요. 하지만 권세를 잡은 사람도 죽음 앞에서 떨고 있다가 죽고 돈이 많은 사람도 죽음 앞에 떨다가 죽는 것을 볼 때 죽음을 알아야 나도 그들처럼 떠는 입장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이지요!”
“그러니 권세가 있다 한들 무슨 도움이 되며 돈이 있은들 무슨 도움이 되겠소?
인생이란 언제가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찰나에 졸지에 죽음의 문턱에 놓이게 되고 두려워 떠는게 인생인데.....
죽음을 기뻐하며 맞이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게 어디 인력으로 알 수가 있어야 배우지요!
그걸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서 그걸 배우겠소!
세상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그럭저럭 밥이나 등 따뜻하게 먹으면 족하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잔뜩 쌓아 놓아야 직성들이 풀리는 모양인데!
아무리 많이 쌓아 놓은들 그걸 어찌 다 먹을 수 있으며 그걸 설혹 다 먹을 수도 없지만 다 먹어 본들 배설하기만 힘들고 남는 것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으며 혼자만이 외롭게 두려움에게 끌려가는게 인생인데 무엇이 길동무가 되겠습니까?
죽음 밖의 길을 모르는 사람은 처량한 것인데..... 좌우간 젊은이를 만나보게 되어 반갑수다!”
“선생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서쪽으로 가면 죽음 밖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아직 가보지를 못했어요!”
“아, 그러십니까? 그런 소식을 가지고 계시다니!”
“그러니까 몇 년이 지난 것 같군요! 그때 내 배를 탄 사람이 있었는데 머리에 긴 수건 모자를 쓴 사람이지요 아마! 그사람이 자기도 들은 말이라고 말하면서 서쪽으로 가다 보면 땅이 끝나게 된답디다. 그리고 서해바다에 도착되는데 그곳은 서쪽은 바다를 접하고 동쪽은 산악지방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신앙한다는 말을 들었었지요! 그들은 소수 민족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좋은 소식을 가지고 계셨군요! 제가 선생의 배를 탓다는게 천행(天幸)이옳습니다!”
“청년은 성과가 있으시오?”
“저는 별로 좋은 소식을 접해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서쪽으로 가다보면 고원지대를 지난 지점에 산속에 작은 나라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책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좋은 소식이 있으시군요!”
“선생이 알고 있는 소식과 제가 알고 있는 소식이 일치하는 점이 있다는게 이상합니다!”
“그렇군요!”
“서쪽 사람들은 하나님을 신앙한다, 그리고 죽음을 알고 있다는 것과 고원지대 부근의 사람들은 하나님 말씀을 갖고서 살고 있다는게 닮은 점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쪽 동쪽 사람들은 사신 우상 숭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들은 하나님을 신앙하는 종교관이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중국 글자에도 천(天)을 하나님으로 표기하는 걸 보고 우리가 하나님을 찾는 말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하나님 말씀을 갖고서 하나님을 신앙을 한다니 우리 변한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젊은이는 변한에서 오셨군요?”
“예.”
“변한 나라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습니까?”
“동북쪽으로 가면 있습니다! 저의 나라는 작은 나라입니다!”
“그러십니까? 아주 먼길을 오셨습니다!”
“죽음 밖을 찾아가는 입장이 되니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젊다는게 힘입니다그려!”
“선생은 나와 같이 죽음 밖을 연구하러 갈 의향이 없으신지요?”
“저는 보다시피 사공 노릇을 해야 먹고 사니 땅으로 올라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내가 배를 저어 사람들을 건너주는 일을 안하면 누가 사람들의 다리 노릇을 하겠습니까?”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사람의 가는 길을 알고 나서 남을 도와도 도와야지..... 남 좋은 일만 하고......”
“나는 이일을 하는게 나의 죽음 밖의 길을 닦는 일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나도 좋고 남도 좋게 하는 일을 하니까 하나님이 계시다면 나를 조금은 생각해 주실 것으로 위안을 하고 있지요!”
“선생은 죽음 밖의 길을 알고 싶어하지 않으시는군요?”
“지금 나의 입장은 오고 가는 사람이 던지고 간 말을 철석같이 믿고서 알지도 못하는 머나먼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답니다!
노를 저으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인생을 돌이켜보게 하는 노래를 불러서 내 나름대로 남을 위해 사는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예!”
“젊은이가 내 생각이 난다면 죽음 밖의 길을 찾은 다음 다시 이곳을 지날 때 가르쳐주기를 바라겠소!”
“예!”
상도는 사공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면서 사공의 말을 듣는다
배안의 사람들은 그들의 대화를 듣는다
그가운데는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다.

“오늘 배타고서 별 날새는 소리 다 들어보겠네!”
“사람이란 죽으면 그만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원!”
“왜 아녀! 배들이 부르니까 별소리를 다 하는구먼!”
“밥을 죽여주느라 고생이 많은 사람들여!”
“뭐라! 서쪽으로 가면 하나님을 만날수 있다는 말인가?”
“자네도 하나님 만나러 가보게!”
“실없는 소리말어!”
“왜! 싫어! 하나님 만나려면 저 젊은 사람을 놓치지말라구!”
“자네나 따라가게나!”
“엑끼 이사람!”
“어르신네를 놀리면 벌 받는다!”
“누가 아는가? 땡초들이 못가는 극락을 갈지?”
“땡초들이 극락을 못가면 누가 극락을 간다는 말인가?”
“땡초들의 교주도 생각도 못한 극락을 땡초가 어찌 간다는 말인가?”
“땡초들이 극락 왕생을 한다고 염불을 하고 다니는데! 그사람들의 말이 거짓으로 극락을 간다는 말인가?”
“그 정도를 분별하는 것은 상식이라네! 땡초들의 교주가 죽을 때 제자들이 선생은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물었다는 소리도 못들었는가?”
“그런 말은 땡초들을 놀리느라 하는 말로 알고 있는데!”
“그들의 경문을 보면 알 수 있지!”
“경문에 어떻게 쓰였나?”
“땡초들이 염불하는 것은 무(완전히 없어지는 것)로 돌아가야 한다고 염불하는 소리만 들어도 알고 그리고”
“그리고 뭔가?”
“자기가 부처가 된다고 하는 소리 못들었는가?”
“그게 뭐 잘못된 말인가?”
“부처가 되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된다는 말이잖은가?”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땡초들이 말하는 부처는 극락을 만든 부처와 같이 된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그게 말이 이치가 맞느냐 그말이지! 저사람들의 말처럼 죽음 밖의 길이 어떻게 있는지를 모르고 죽은게 땡초들의 교주라 그말일세! 그러니까 땡초들의 말은 먼저 자기 스스로를 속이고 남을 미혹하는 소리일 뿐이지!”
“그런가?”
“원 사람두! 내가 흰소리 하는 것인지 확인을 해보라구!”
배의 이물에서는 중년인 둘이 땡초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배안은 이쪽 저쪽에서 아는체 하는 말들이 오고 가느라 부산하다.
배는 마치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밀려서 강 건너편에 도착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배에서 먼저 내리려고 다 일어섰다. 그리고 배 오른쪽으로 우르르 몰린다.
“몰리지마! 배 뒤집어져!”
사공은 외마디소리를 내지른다.
배는 사공의 말에 동조를 하느라 기웃등한다.
“아이쿠!”
“에구머니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른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한다.
“흩어져!”
사공은 호령을 한다.
사람들은 사공의 말에 반대편으로 우르르 몰린다.
배는 반대편으로 그네를 타느라 뛰둥한다.
“어!”
사람들은 입을 똑같이 벌려 헛바람 소리를 냈다고 얼굴이 졸지에 누렇게 바래졌다. 그들은 다시 반대편으로 우르르 몰린다.
배는 널을 뛰려고 덥빈다.
“흩어지라니까!”
사람들은 당황의 널판에 올라탔다. 배는 심하게 널을 뛴다.
배는 올라갔다 내려올 때마다 사정없이 물을 퍼담는다.
“아구구!”
“사람 살려!”
“어머니!”
“아이구 하나님!”
배는 사람들을 물에다 꼰두박는다.
배는 스무자 정도의 거리를 남기고 밥그릇을 씻어 엎듯했다.
잠시후 사람들은 개구리가 되고 물개가 되어버렸다.
얼굴을 물속에서 내놓느라 부산하다.
입으로 물을 뿜는 사람, 물속에서 솟았다가 다시 가라앉는 사람, 허우적거리는 사람, 수영을 잽싸게하여 나루로 나오는 사람, 물을 먹으며 겁에 질려 허우적거리는 사람.........
“나 살.....”
“하나....”
“이것 놔!”
남의 사내 허리를 두팔로 끌어안고 매달린 여자
말을 꺼내다가 물 속으로 꼬르륵 하고 가라앉는 사람
상도는 어린 아이 하나를 가슴 위에 얹어 놓고 송장 수영을 하여 나루터로 나온다. 사공도 젊은 아낙을 가슴에 안고 송장 수영을 한다.
젊은이들은 여자와 아이를 수영 못하는 사람을 하나씩 구하여 나온다. 그리고 다시 허우적대는 사람을 구한다.
사람들은 물 밖으로 모두 나왔다.
물속에 가라앉은 물건만 빼놓고 모두 건졌다. 사공은 엎어진 배를 나루로 끌어낸다. 젊은이들은 우루루 달려들어 배를 끌어올려 다시 뒤집어 놓는다. 배는 다시 세수한 얼굴을 하고는 나루에 매였다.
물을 토하는 사람, 에엑에엑! 하는 사람, 찰싹 달라붙은 치마자락을 떼는 여자, 바지를 떼어놓는 남자, 윗도리를 벗어서 비틀어 물을 짜내는 남자, 머리를 매만지는 여자, 자기를 건져준 남자를 넋을 놓고 바라보는 여자, 자기가 건져준 여자를 바라보는 사공.......
사람들은 고맙다는 인사말도 생각을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허우적거리며 살아보려고 애를 쓰고 안타까워 급하게 부르짖었던 일을 등뒤로 보내느라 어깨를 추석거리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을 끝냈다.
“내보따리!”
“내보따리 내놔!”
“내 보따리 건져내!”
아낙내들은 보따리가 생각났다고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아니 배를 어떻게 부리는데 배가 엎어지나그래!”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
“내 배좀 보라구!”
“배가 왜그래?”
“물을 너무켜서 그렇지 뭐!”
“누가 목욕시켜달라구 했나!”
“청승맞게 노래를 하더라니!”
“내 아까 노래를 시들어지게 한다 할 때 알아봤지!”
“왜 아녀!”
“지가 우리를 죽음 구경시키려고 그랬구먼!”
“사공 주제를 알아야지!”
“사공하면 배나 제대루 부리지 무슨 인생길을 안다구! 주절대나그래!”
“주제파악을 못하는 것들 땜에 오나가나 고생을 생으로 한다니까!”
“좋은 일 두 번만 했다가는 용궁구경 가겠다야!”
“길을 닦는다더니 우리 얼굴 딲는짓 했구먼!”
“뱃길을 닦는 것은 배를 엎어지게 안하는거라구!”
“그런 것두 모르면서....”
“우리가 운이 좋아서 살았지!”
“야! 이사람아! 우리를 물에 빠지게 했으니 말좀해봐!”
“배도 못부리는게 왜그렇게 아는게 많어!”
“배삯 돌려줘!”
“우리 보따리 내놔요!”
“내보따리 내놔요!”
“내 보따리에는 쌀이 한말이나 들었다구!”
“그 쌀은 산모 밥해줄거여!”
사람들은 점점 크게 떠든다. 고함을 친다. 호령을 한다.
“진정들 하십시요! 목숨을 잃을 뻔 하다가 찾았으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들 하십시요!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사공양반만 탓할수 없다고 봅니다!”
“젊은이는 누군데 나서는거여?”
“사공과 잡소리하든 자여!”
“나는 웬놈이라구!”
“사공 양반도 피해잡니다!”
“별 시러베 자식 다보겠네!”
“네놈이 뭔데 나서!”
사람들은 상도가 녹녹하게 보이자 쌍소리로 기를 죽이려 든다.
“나도 피해자입니다!”
“너는 네 볼일이나 봐 이자슥아!”
상도는 거칠게 말하는 거무티티한 젊은이를 아니꼽게 바라본다.
‘생면부지의 나를 보고 말을 함부로 하다니! 힘깨나 쓴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한놈을 혼을 내야 해결이 되겠구만!”
상도는 마음을 다잡아 먹는다
“당신 너무 지나친 말 아냐?”
“어쭈 저런 서생같은 놈이.... 아니꼽다 이거지”
“물에 빠진 놈 건져주니까 보따리를 내놔라 이거구먼!”
상도는 여러사람을 휘둘러보면서 가소롭다는 투로 말한다.
“저자식이! 어르신들도 있는데! 야! 너 이리와봐!”
거무튀튀한 젊은이는 웃통을 벗어 젖힌다. 저고리를 옆 사람에게 휙 던진다. 그리고 당당하게 상도 앞으로 다가간다.
사공은 근심을 담은 눈으로 상도를 지켜보다 거무튀튀한 청년의 떡벌어진 가슴을 바라보고 오른손을 들어 휘젖는다.
그리고 상도 앞을 가로막는다.
“젊은이들 참으십쇼! 잘못은 이 사공이 잘못했소! 내가 힘닿는데까지 손님들의 손해를 배상해 드리리다!”
“그래! 진작에 그래야지! 그러나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은 손을 좀 봐야겠어!”
“제깐놈이 여기가 어디라구 나서는게야!”
“우리 동네 사는 놈도 아닌게!”
“우리 동네가 아니라 이건 딴나라놈여!”
“이방에서 온 놈이 어른들일에 나서다니 고얀놈이네!”
“맛을 모르는 놈은 혼줄을 내줘야 하는거여!”
“우리 동네를 염탐하러온 놈은 아녀?”
“첩자놈 같어!”
“첩자놈은 물고를 내야지!”
“어디서 어디로 굴러가는 놈여!”
“어른들 일에는 참견을 못하게 만들어주라구!”
여기 저기서 한마디씩 이기게 생긴 사람의 편을 들어 혼을 낼 놈은 혼을 내줘야 한다는 텃세하는 투가 맹수들을 영락없이 닮았다.
“그러면 무엇으로 혼을 내 주겠소?”
“네깐놈이야 이어르신의 손바닥이면 충분하지!”
거무튀튀한 청년은 상도 앞 다섯걸음 앞에서 씽긋이 웃으며 오른손바닥을 들어 따귀를 갈기는 시늉을 한다.
그의 팔은 움직일 때마다 팔도 가슴도 뱃가죽까지 불근거리는게 두더지가 땅을 일구고 다니는 것 같다.
“정 그렇다면 내기를 합시다.”
“무슨 내기?”
“사람을 때린다면 사람이 다치니까 그렇게 말고 시합을 합시다!”
“무슨 시합!”
“가령 수영으로 한다든가! 달리기로 한다든가! 작대기로 봉술을 하면 어떻겠소?”
“따귀는 싫다! 몽둥이로 맞는 것이 더 좋다 이거냐?”
“뭐로 하겠소? 내 생각은 달리기로 하던가 수영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수영은 아까 했고 달리는건 땀나는 일이니 봉술로 하자.”
“그러면 시합을 하기 전에 약속을 합시다! 내가 지면 내 볼일이나 보러 가는 것이고 노형이 지면 사공에게 손해 배상을 받은 것으로 하십시다!”
“쥐새끼 같이 약은 놈이네! 네 놈이 지면 네놈을 팔아서 손해 배상을 해주고 내가 지면 손해 배상을 안받겠다!”
“좋소!”
“좋다!”
청년들은 몽둥이 만들려고 뛰어나간다.
“참나무 몽둥이를 만들어 와라!”
청년들은 나루터에서 바라다 보이는 주막집을 향하여 바람소리가나게 달려간다.
사람들은 신바람나는 구경판이 벌어질 것으로 알고 몽둥이를 참나무 몽둥이로 만들어 오라고 흥분하여 소리친다.
“시합은 딱한번이며 떼쓰는 일은 안하기로 해야 합니다! 약속은 지키는 겁니다!”
그는 오십여명 되는 사람들을 향해 다짐 받는 말을 한다.
“종살이 할 생각이나 해 이놈아!”
“당신은 입버릇이 고약하구만!”
“주둥이만 살아있는 놈이!”
“내가 오늘 그 못된 버릇을 고쳐주고 가야지!”
“이자슥을 그냥!”
청년들은 뛰어들어온다.
그들의 손에는 길다란 바지랑대가 들려 있다.
그들은 바지랑대를 엇비슷하게 돌위에 놓는다. 그리고 큰 돌을 들어 바지랑대 중간을 내리친다. 바지랑대는 뚝소리를 내며 두동강이가 났다. 두사람은 오른 손에 바지랑대를 들고 마주 섰다.
졸지에 회오리바람이 일어난다. 흙과 모래는 사람들의 눈을 할퀴려고 덮친다. 사람들은 눈을 꼭꼭 감는다. 씽씽대는 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쑤시려고 덤벼든다. 사람들은 두손으로 귀를 막으려 한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갑자기 돌풍이 발생했다고.......몽둥이 시합하기는 글렀다고......’
상도는 몽둥이를 바람개비처럼 휘두르는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몽둥이를 두손으로 어깨 넓이로 잡는다. 몽둥이를 어깨 높이로 들어올린다. 그리고 몽둥이 왼쪽끝을 상대편 왼발등을 찍으려고 작살로 고기를 찍듯이 내지른다. 상도의 입에서는 이얏! 소리가 일어난다. 그의 동작은 신속의 배가 훨씬 넘는 것 같다.
몽둥이를 휘두르며 상도의 머리를 갈기려 덤비던 그는 왼발이 구덩이에 빠지는 것 같다는 느낌과 동시에 왼쪽 어깨를 벌에 쏘이는 아픔을 받는다.
“우지끈 딱딱! 쿵!”
사람들은 흙먼지 속에서 눈을 감았다는 순간에 부러지고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떴다가 다시 감는다.
장내는 조용하기만 하다.
“이보라! 이제 일어나야지!”
상도의 소리에 사람들은 다시 눈을 뜬다.
그들은 아직 뿌연 먼지 속에서 눈동자를 좌우로 부산하게 굴린다.
“이사람 어딨어!”
“박정이!”
“박정아!”
그들은 널부러져 왼쪽 발등을 거머쥐고 끙끙대는 박정을 발견한다.
젊은 사람들은 박정을 땅에서 일으켜 앉힌다.
박정의 이마는 김이 서리게 땀방울이 대번에 솟았다.
그의 몸뚱이도 땀이 솟아 졸지에 그를 흙고물로 만든다.
“사람을 어떻게 저렇게 만드나그래!”
“저렇게 만들어 놓구두 눈도 꿈쩍을 않는데유!”
아낙네들은 놀란눈을 휘둥글리며 자기네끼리 쑥덕거린다.
사공은 상도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어서들 가십시다!”
상도는 사람들을 향하여 힘을 실은 목소리로 말한다.
사람들은 찔끔한다. 그들은 기가 팍 꺾여 상도의 눈을 바라보지를 못한다.
“내가 뭐랬어! 그냥 가자니까!”
“우리가 재수가 없어서 물에 빠진 것인데! 살아나왔으면 된것이지 무슨 손해 배상 찾다가 이게 무슨꼴인감! 박정이를 들쳐업으라구!”
“재수가 없는 날에는 계속 재수가 없는거니까 조심을 해야 하는데.... 여러 사람 앞에서 뽐내다가 이게 뭔가?”
“그러니까 사람을 깐보면 큰코 다치는거여!”
“그러니 깐볼 사람을 깐보라니깐!”
그들은 박정을 들쳐업으면서 웅얼거리는 소리로 한마디씩 늘어놓는다.
“어떻소 약속대로 하는 겁니까?”
“우리는 약속을 지킵니다!”
늙수그래한 사람은 상도를 향해 두손을 마주잡고 허리를 조금 굽히고 대답을 한다.
상도는 박정을 업고가는 그들을 지켜본다.
“젊은 양반 고맙소! 이거 원 괜찮을 건지.....”
사공은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이어 우물거려 들릴듯 말듯하게 말한다.
“그들도 남자들이니 나와 약속을 한 이상 부끄러워서라도 손해배상 소리는 다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과실도 있지요! 배가 폭이 더 넓고 크기도 더 컸으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도 꿈쩍도 안할 텐데....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 뻔했으니!”
“배가 크다고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큰 배는 큰대로 작은 것은 작은대로 조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런데서 큰배를 부릴수도 없지만! 저것보다 배를 넓혀야 되겠다는 생각은 있었어도 그게 돈이 따르는 일이라서......”
“그러시지요! 아까 빈자리도 있는데 손님을 기다리지 않고 가는게 이상하다 했더니.....”
“젊은이에게 수고를 시켜 참으로 민망합니다.”
“이제 그만 하십시오!”
“그런데 젊은이는 무예가 뛰어나신 분 같습니다!”
“그냥 내 발등에 불이나 끌 정도지요!”
“겸양을 갖추셨습니다!”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그렇게 겸양을 하시니까 죽음밖을 알기 위해 만리를 가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상식대로 살면 어딜가나 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믄요! 사람은 상식에서 벗어나지를 않는다고 봅니다”
“그러면 돈을 많이 버십시요! 이제 저도 가야 되겠습니다!”
“이거 어떡하나! 은인을 그냥 보내다니!”
“은인이 다 무엇입니까?”
“우리집에 가셔서 주무시고 아침 일찍 가시면 어떠시겠소?”
“폐를 끼칠 수가..... 걱정 마십시오! 그럼!”
상도는 말을 하며 한길을 따라 걷는다.
“그럼 잘갔다 오시구려!”
“예!”

상도는 사공과 작별을 하고 서쪽으로 향하여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간다. 그는 먼 하늘을 쳐다본다. 그리고 하늘은 광활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왜 작아 보이는 것인가를 생각한다.
‘사람들은 경우(境遇)도 없이 왜 그러는가?
남이야 어찌 되든 내 이속만 차리려고 그러는 것인가?
내가 조금 손해보고 남이 나 때문에 잘되고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는게 사람들의 모습인가? 개중에는 남을 위해 자기 민족을 위해 헌신적인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너무나 작은 수여서 찾아보기조차 힘든 세상이니.......
한마디로 씁쓸한 일들이 너무많아.......
옳고 그릇됨을 가리기에 앞서서 힘이 있는 사람이다 싶으면 그런 사람의 하는 말은 모두 옳고 앞뒤 볼 것 없이 그를 따르고 그를 편들어 약자를 궁박하는게 사람들의 모습이니........
힘 있는 자가 저놈은 나쁜 놈이야! 하고 떠들면 그는 당장에 죽일놈이 되는 세태(世態)이니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야!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죽음에 관해서 관심을 가질 수가 없는거지!
더구나 죽음도 생각이 안되는 판에 죽음밖을 생각할 여유도 여력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야.......
보이는 것보다 앞서서 생각이 되는 일은 내 이익이 얼마만큼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서는 누구에게 바늘만큼 집어주면 몽둥이 돈이 돌아온다는 계산을 하느라 골머리를 앓다가는 돈을 갖다주고 나눠주어 낚시질을 하는게 배워서 공부께나 했다는 자들이 하는 짓이지.......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는 세상이니원......
예나 지금이나 그버릇을 고쳐야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되는 것인데......
나는 이런 세상에서 무엇을 한다고 하는 것인가?
죽음 밖의 길을 알고 길따라가 새로운 세상을 내가 알아서 무엇을 한다는 것인가?
이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는 말인가?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그들이 고맙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헛소리를 한다고 비싼 밥먹고 헛튼소리 한다고 그럴게 뻔한데.....
공부께나 했다는 사람의 말처럼 이게 내 운명인지 팔자 소관인지 숙명인지 예정인지...... 나도 나를 모를 일이구먼......
그건 그렇고 어디가서 식사를 좀 해야겠는데......’
그는 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한다.
그는 몇 개의 산골을 돌고 작은 들과 넓은 들을 지났다. 산골짝 좁은 길을 따라 부지런히 고개를 오른다. 그의 코에서는 계속 풀무 소리 닮은게 나오느라 열풍을 쏟아낸다. 열풍에 견디느라 그의 코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굴도 목도 시뻘개졌다. 코는 코가 녹지 말라고 콧등에서 땀을 뿜는다. 그리고 이내 콧등으로 흘러 코를 냉각시킨다.
그런 가운데 그는 고개 마루턱에 우뚝 섰다.
그는 딱 트인 들판을 내려다 보며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그는 오른손으로 허리춤에서 수건을 꺼내 얼굴을 문지르고 목에 끈적대는 땀을 닦는다.
그의 눈 앞에는 넓고 푸른 들판이 펼쳐졌다. 들판 가운데에 집들이 섬처럼 자리를 잡은게 그의 눈을 반갑게 한다.
해가 저녁 새때가 막지나고 있는 것을 바라본 그는 허리춤에 수건을 다시 꿰어찬다. 그리고 바지가랑이를 내려다보면서 두팔을 앞으로 하고 소매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엉덩이에 뭐가 묻었나 살핀다. 그리고 가죽신을 내려다본다.
그의 신은 흙먼지 고물이 뭍혀져 있다.
그는 허리끈을 끌러 바지를 추스리고 다시 맨다.
그의 발은 내리막 길에 끌려서 걷기 시작한다.
“세상에 올라가는 길만은 없다더니....... 올라가는게 다하니까 내려가는 길이 있고...... 좁은 골짜기 갑갑한 곳을 벗어나니까 이렇게 넓은 들판을 보게 되고.....”
그는 중얼거리며 걷는다.
마을에 도착한 그는 주막집을 찾느라 이리가고 저리간다.
헤매이던 그는 북쪽 끝에 위치한 금해라는 간판이 붙은 주막집을 찾는다.
그는 반가운 얼굴을 하고 주막집의 대문을 밀치고 들어간다.
“여기 밥한상 주시오!”
“.............”
그의 주문하는 말은 되돌아오고 만다.
“아무도 없소?”
그는 집안을 두리번거리며 주막 주인을 찾는다.
그는 문옆 식탁 앞에 놓인 길다란 의자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다시 실내를 둘러보다 부엌쪽 천정을 바라본다.
벽과 천정 사이에는 커다란 그림이 걸려있다.
그림은 옆전을 크게 그린 그림이다. 옆전은 가운데가 동그랗게 구멍이 뚫렸다. 옆전은 금물로 빨간판에 옆전을 매달아 놓은 것 같다.
누런 옆전은 금방 땅으로 떨어질 것 같다.
‘저 옆전은 시간만 되면 땅으로 떨어진다. 땅으로 떨어질 때는 사람의 머리를 깨서 반듯이 피를 내고 말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옆전처럼 머리속을 뻥뚫어서 돈만 알아보고 사람의 가슴도 뻥뚫어 사람의 마음을 뽑아내고 옆전만 생각하게 하는 돈심을 넣어줄 것이다’
그는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머리와 가슴이 닭살이 돋아나 졸지에 시선을 내려 식탁을 바라본다. 그의 다리는 이미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보세요!”
그는 스스로의 기분을 돋우기 위해 소리친다.
그의 발은 대문턱을 잽싸게 넘는다.
대문을 열고 나간 그는 세걸음을 걸어가다 고개를 휙돌려 대문을 돌아다본다.
금물로 빨간판에 금해라고 쓴 글씨는 그의 눈과 다시 마주친다.
목에 힘을 더해 고개를 다시 돌린 그는 다른 주막을 찾아걷는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찾을 것을.....
금해(金海)라면 돈의 바다라는 말인가?
돈의 바다에 배를 띄운다! 그럼 돈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 되겠군.......
격랑 파도를 당하고 배가 뒤집어지고 그리고 파선의 고통도 겪겠구만........’
그는 물어 볼 사람을 만나려고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그의 걸음은 주막집처럼 보이는 집을 향해 걷고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해가 공중에 떠 있을때는 한길에 나오지를 않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한길에 사람이 보이지를 않다니......
가만 있자! 동네가 너무 조용하구만!........’
그는 권해라고 붉은판에 금물로 써놓은 주막집 간판을 발견한다.
그는 주막집 대문을 밀치고 들어간다.
“밥 한상 주시오!”
그는 말을 하며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문옆에 있는 식탁의자에 앉는다. 그는 여기도 금해집처럼 그런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서 주방쪽을 쳐다본다. 그런데 그의 시선을 잡아당기는게 있다.
주방의 입구 좌측에 시퍼런 큰 칼을 든 사람이 그를 노려보고 있다.
칼을 든 사람은 졸지에 달겨들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람을 놀리네!”
상도는 가소롭다는게 진하게 묻어나오는 소리로 말을 하고는 피식이 웃는다.
“그림 한 번 잘 그렸군! 그렇지! 권력은 칼끝에서 나오는거지! 그건 맞는 소리야! 칼자루 잡은 사람에게 꼼짝을 못하는게 현실이거든....
칼을 잡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못된 짓을 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지...... 사람을 생으루 죽이고..... 그 권력이 무엇인지....... 그 권력을 잡기 위해 형을 죽이고, 조카를 죽이고, 동생을 죽이고, 남편을 죽이고, 아비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고......
권세는 길어야 십년을 간다고 하지만 몇십년도 가기는 가는데 자식을 죽이면서 아비를 죽이면서 권세를 잡은 다음에 무엇이 오는 것인가? 남편을 죽이고 권세를 잡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그 결과는 패륜이 아니라 짐승이하가 되는거지.....저 그림처럼 저렇게 된게 권세라구......”
그는 그림에 빠저서 식욕을 잃어버린채 중얼거린다.
“칼을 휘두른다! 그러면 살리는 일도 한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무엇인가? 살린다! 죽어가는 사람을 칼로 살렸다, 맹수에게 잡혀 먹히게 된 사람을 구하느라 호랑이를 쳐서 죽이고 살렸다, 아니면 강도의 칼에 죽게된 사람을 칼 잘쓰는 사람이 구했다, 아니면 반란을 일으켜 왕을 죽이려 하는때에 왕을 구했다, 적에게 쫓겨 죽게된 사람을 구했다.
그러면 그게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이 되는 것인가?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지! 그러나 그렇다면 활인 검이 될 수 없는게 아닌가? 한편을 살리기 위해 한편을 죽이는 게 활인검이랄 수 있단말인가? 활인검이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검이 사람을 살리는 검이 있다는 말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그러니까 침으로도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걸 보면 칼도 제대루 쓰기에 따라서 침처럼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될 수 있는게야! 그렇지 독사에 물리면 물린 곳을 칼로 째고 독사의 독을 짜내고 빨아내면 사람을 살린다고 하는 말이 있다고 배웠지.......
그리구 팔다리에 종기가 나서 곪았을때 칼로 째고 고름을 뽑아낸다고 배웠는데.....그렇다면 그건 활인검이라는 말인데....... 그보다....
그러니까 칼이, 검이 사람을 직접 살린다는 말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구........검은 사람을 죽이기 밖에 못하는 것인데........ 사람을 살린다!
그렇다면 쇠로 만든 검이 아닌 다른 검을 말하는 것인가?
쇠로 만든 검과 달라도 쇠검마냥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칼이며 또한 살리기도 하는 칼인가?
검의 대가가 되면 사람을 죽이지 않고 살리는 대가가 되는 경지에 오른다고 하셨는데......그러나 그것은 조상적부터 내려오는 말일뿐 어느 누구도 그 칼을 보고 아는 사람은 없었다던데.......
그렇다면 그 칼이 인간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아닌가......
사람이 보았겠지만 그게 활인검이라고 알아본 사람이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하고 그런 칼을 구경을 한 사람도 없다는 말도 되고........
사람의 상상속에 있는 칼이 활인검이다! 그칼 이름을 줄여서 활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하셨지.......
검도에 있어서 정진하는 길은 바탕이 겸손해야 된다고 하셨는데.....
학문을 제대로 터득하려면 겸손이 바탕이라고 하셨지..........
검도가 쇠로 된 칼을 휘두르는 것만이, 이기는 것만이 검도를 터득한게 아니라구 하셨는데......
무쇠칼을 휘두르는 걸 잘하는 것두 어려운데.......
만나는 자마다 이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게 아닌가?
죽음 밖의 길만 모르는게 아니라....... 검도도 활검을 하는 자가.......
아니지! 활검(活劍)을 하여 죽여야할 사람을 칼로써 살리는 자가 되어야 검도를 아는 자가 되고 무적(無敵)이 된다 그말인데.......그래서 활검이란 말이 있다 그말인데.......
그렇다면 인자무적(仁者無敵)이란 말처럼 활인검을 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검자무적(劍者無敵)이란 말이구만........
검을 모르는 수준에서는 검으로 사람을 해치는 짓밖에 못한다는 말이 아닌가? 검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싸우고 죽이고.......검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악인(惡人)을 제거한다고 사람을 죽이고 뽐내는 수준이며 대접받는 수준이라니...... 어느날에 그걸 터득한다는 말인가.......
그러면 악인을 칼로써 개과천선을 시킨다 그말인데.......
아니야! 개과천선이 어찌 살리는 것이라 할 수 있나.......?
그런데 사람들은 칼잡은 사람이 사람을 많이 죽이고, 이웃나라를 정복한다고 사람을 많이 죽이고, 정복하고 또 정복한다고 사람을 죽이고, 땅을 빼앗고 나라를 빼앗느라 사람을 많이 죽인 사람을 영웅이라고 하니 참 이상한 일이구나......”
그는 중얼거리다 천정을 바라본다.
천정에는 두사람이 칼싸움하는 그림을 그려놓았다.
‘칼로써 권세를 부리고 칼로써 사람을 죽이니 칼을 왜 사람들이 만들었나? 사람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사냥을 하기 위해 스스로 방어를 하기위해 만들다가 점점 사람을 죽이는.......
그렇다면 누구는 사람을 칼로 죽이기 위해서 살고 누구는 남의 손의 칼끝에 죽기 위해 죽는 날까지 사는 것인가?
서로 원수진 일도 없는데 만나서 싸우고 죽이고 죽다니..... 죽이려고 쫓아다니다니.....
죽을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살려고 도망을 다니다니......
세상에 이런 불공평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사람이 억울하게 죽는 일이 생기는 원인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공부를 많이 하게 되면 그걸 알게 될 것인가?’
그는 복잡스런 머리를 흔들며 권해의 집을 나간다.
‘그 금해의 집도 사람이 없고 권해의 집도 사람이 없는데 이 사람들이 다 어디를 갔는가......
권해의 집은 식탁에 먼지는 별로 없었는데......싸늘한게 칼바람처럼 그랬지만........’
그는 대문 앞에서 고개를 돌려 권해의 집을 쳐다본다.
그의 눈은 대문 오른편에 칼을 돌로 만들어 비석처럼 세운 것을 발견한다. 그는 몸을 돌려 칼비석을 구경한다.
‘비바람에 견디는 데는 무쇠보다 돌이 더 강하지! 쇠로 돌을 짜르고 쪼개는데 비바람에는 돌보다 약하다, 그렇다고 돌을 쇠가 짜르고 쪼갠다고 칼도 돌을 짜르고 쪼갤 수 있는가?’
그는 고개를 도리질을 치면서 돌아선다.
‘돌을 칼이 쪼개고 다듬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칼보다 돌이 더 강한 것도 아니지! 칼을 든 사람에게 돌을 든 사람이 돌을 던져 이기고 죽이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고 돌만 들고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는 걸어가다 왼편에 있는 주막집을 발견한다.
그는 집 앞대문 앞에 섰다.
그는 붉은 판에 금물로 쓰여진 글을 읽는다.
간판에는 학해(學海)라고 쓰여 있다.
“학해라!”
그는 간판을 읽고서 주위를 살펴본다.
“앞에 있던 주막집과 별로 다른게 없는데.....”
그는 중얼거리며 잠간 머뭇거린다.
“이왕에 왔으니..... ”
그는 대문으로 걸어간다. 대문을 밀치고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밥한상 주시오!”
그는 건성으로 말한다. 그러나 그의 눈은 주방쪽을 찾는다.
주방앞 식탁에는 책이 몇권 포개져 있다.
“아무도 없으시오!”
그는 말을 하며 호기심이 발동한 눈으로 실내를 살피며 주방 앞으로 걸어간다.
그는 책장을 하나 넘긴다. 그리고 내려다본다.
책장에는 유한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인생유한(人生有限)이라! 무엇이 유한이라는 말인가?’
그는 책장을 넘기려다가 주를 단 작은 글씨를 읽는다.
‘인생유한을 알고나서 책장을 넘기라고! 그렇지만 궁금하니까!’
그는 책장을 넘긴다.
계속무식(繼續無識)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그의 눈을 딱 가로막는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무진리(無眞理) 공부피곤(工夫疲困)이라는 글자가 그를 따분하게 만든다.
“이게 나를 놀려!”
그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세상공(世上空)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다.
그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공자망이라는 보통 글자가 나왔다.
“사람이 헛되이 수고를 한다는 말이군!”
그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짐승은 때를 아는데 사람은 때를 모른다!”
그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우자(愚者)가 무엇하는 자이냐?”
그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낫다! 이말은 알 것 같으면서도 납득이 안되는구먼!”
그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너는 무엇이 장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냐? 그거야 70~80살 살면 장수 하는게 아닌가? 이정도의 답을 하라고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닐테고..... 그럼 무슨 내용이 담겨 있다는 말인가?”
그는 호기심이 사라지고 답답에게 가슴을 눌려 맥없이 책장을 다시 넘긴다.
“낙이라는게 무엇을 가리키는 것이냐구?”
그는 자존심이 꾸겨진채 책장을 다시 넘긴다.
“지혜가 무엇이냐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어디에 쓰여 있는 말인지 아냐? 이말은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인데! 그말을 누가 시작한 말이냐는 말도 되고 이말이 기록되어 있는 책이 있다는 말인데......”
그는 다시 한 장을 힘든 것처럼 넘긴다.
“헛되고 헛되고 헛되고 헛되니 헛되도다! 이게 무슨 소리야! 이건 우상국에서 우상지기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 비슷한 말인데.....그들....우상국에서 처음 만났던 땡초가 하는 말이 ‘원래 아무 것도 없는데 무엇이 옳고 그름이 있으며 내가 원래 없었는데 무엇이 나란 말이냐’ 고 그랬지.......사람이 하는 일이란게 모두가 헛되다는 말인 것 같은데.......돈이 많은 사람도 죽어 땅에 묻히고, 권세자도 죽어 땅에 묻히고, 학문께나 했다는 사람도 죽어 땅에 묻히고, 가난뱅이도 죽어 땅에 묻히고 이름께나 날리던 사람도, 무명인도, 거지도, 칼잘쓰는 사람도, 히히 낙낙하던 사람도, 고생하던 사람도, 의사도, 병자도, 보통 사람도, 성인 군자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땅에 묻히고 먼 훗날에는 누가 이 세상에 왔다가 갔는지 아는 사람이 없지.......
밥만 먹고 살면서 돈을 탐하느라 할 일 못할 일 하고 뇌물을 먹이다가 돈만 모으다가 죽으니까 그 삶이 헛되다는 말인데......
의사도 쨀곳을 안째서 병을 악화시켜 돈을 우려내고 돈을 환자에게 우려내려고 할 짓 안할 짓 다하다가 죽을 때 빈손으로 가니 헛되고 헛되다고 하는 말 같고.......
열녀는 그래도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았는데 헛되고가 왜 되는가?
효자 노릇을 한 사람도.....
이말을 한 사람이 헛되고 헛되다는 말은 사람의 부분적인 옳고 그릇됨을 몰라서 이말을 한건 아니지.........
나도 그정도는 아는 사실인데.........
의사도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병자를 돌보는 의사도 있는 걸 아는데......
그런데도 헛되고 헛되고가 되고 마는 것은 차원이 다른 세계를 모르고 있다....... 죽음의 벽을 뛰어넘는 것을 사람들이 못한다고 하여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성인이라는 사람은 성인 노릇하다가 죽었는데 왜 헛되고 헛되다고 하는가?
그래서 헛되게 살았다는 말인데.........
성인이란 호칭을 받는 사람도 보통 사람처럼 밥만 먹다가 때가 차서 보통 사람처럼 죽는다 그러니 성인도 보통 사람 보다 나을게 없다 그말이구만......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참되고 참되고 참되고 참되니 참되도다’ 가 되도록 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인생이 참(存)되고가 되려면 헛(空)되고로 빠지지 말고 참(存)에서 헛(空)되고가 되는 죽음(空)의 벽을 뛰어 넘어 참(存)이 계속 되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서두!”
그는 응얼거리며 무감각하게 다시 책장을 뒤집는다.
“밥은 왜 먹고 사냐?”
그는 어이 없어 하다가 이내 생각을 달리한다. 그는 평범속에 평범을 초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밥은 무엇이며 밥은 어디서 나며 밥을 만드는 곡식은 어떻게 자라며 그 열매는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지는가를 아느냐고 묻는구만! 모르면서 날마다 먹느냐는 질문이구만...... 밥을 왜 먹느냐? 무엇을 하려고 먹느냐? 어떻게 살려고 먹느냐? 참(眞)되게살려고 먹느냐? 아니면 거짓되게 살려고 먹느냐?는 질문도 하고 있어!......
밥을 먹지 않고는 못사냐? 밥을 먹지 않으면 죽냐고 묻는구만.....
그러니까 네 존재는 밥을 못먹게 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이 밥값도 못하면서 살기는 왜 사냐? 사람을 잘죽이는 인생이 사람을 죽이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이냐? 뇌물이나 먹으려고 밥을 먹고 사냐? 남을 울리기 위해서 밥을 먹고 사냐? 감옥이나 들랑거리다 죽으려고 밥을 먹고 사냐?
선생의 실력도 없는게 유식한체 떠벌리려고 밥을 먹고 사냐?
지식도 없으면서 지성인인체 하려고 밥을 먹고 사냐?
정치도 못하면서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리려고 사냐?
살림도 못하면서 재산 탕진하려고 정치를 하냐?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을 실습하려고 사냐?
소금도 먹은 놈이 물을 킨다는 말을 입증하려고 사냐?
밥을 사흘 굶은 것은 남이 몰라도 옷 헐벗은 것은 남이 안다는 말 맹종하여 고리대금 빚내어 고대광실 만들고 진수성찬 먹는체 하느라 밥먹고 사냐?
술이나 처먹다 병들어 패가망신하려 밥먹고 사냐?
날래 죽으려고 환각제 처먹냐?
도박이나 하려고 밥먹고 사냐?
사기나 하고 남의 등이나 쳐서 고혈 빨려고 과거공부하냐?
그러면서 왜 안죽고 사냐? 악인도 있어야 되겠기에 사냐?
지옥가는 연습하느라 밥 먹고 사냐? 하는 말이 담겨 있구먼!’
“사람들은 지옥이라는 말을 싫어하고 있지! 그렇다면 지옥이라는게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닌가? 사람들은 죽으면 그만이라고 하면서 천당이라는 말과 천국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구...... 천국은 즐거움이 더 이상 즐거울 수 없는 낙의 극치라고 말들을 하고 있으면서 천국가기를 바라고 있다는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 상태의 현실인데 그게 그냥 막연한 말이며 생각인가?
이땅에 살아있는 사람들은 조상들이 있기에 살아있는 것이며 그렇다면 인류 최초의 조상이 있었을게 아닌가? 아버지가 자식에게 교훈한 말이 있었다는 것은 불문가지가 아닌가? 그게 전해 내려왔기에 사람들이 천국과 지옥을 알고 있는게 아닌가?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속이는 부모가 있겠는가?
그리고 천국이란 글자가 있고 지옥이란 글자가 있다는 자체가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게 아닌가?”
그는 계산하듯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어디로 가느냐?”
그는 입술만 달삭인다. 그의 손은 힘이 빠진채 책을 덮는다.
그는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에 답하듯 대문밖으로 서둘러 나간다.
“그래 나는 죽음 밖의 길을 찾아서 갈거다!”
그는 중얼거리며 한길을 걸어간다.
“밥을 우선 먹어야 어디로 가느냐? 의 답을 할 수 있지!”
그는 시장기를 느끼며 서쪽으로 걸어가다 길옆에 조그만 포장을 친 집을 발견한다. 포장은 우중충해 보여 사람의 기분을 우중충속으로 끌고가려고 덤벼든다.
대문밖 마당가에는 수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마당가에는 살구나무 두그루가 대추나무와 나이먹은 체를 하고 있다.
‘아직 땅거미도 깔리지 않았는데 등불을 대문 입구에 걸어놓았네!
사람을 부르느라 등을 걸어놓은 것인가?
그는 대문 앞으로 궁금증에 이끌려 천천히 다가간다.
대문은 한쪽문만 활짝 열어 놓았다.
그를 맞이하려고 기다렸다는듯 대문 안에서 젊은 여자가 흰 옷을 입고 머리를 늘어트리고 대문 쪽으로 걸어온다. 상도는 대문 몇발짝 못미쳐에 서서 그녀를 바라본다.
그 여자의 얼굴은 창백하기만 하다.
‘이집에 누가 죽었구나!’
그는 그 여자를 보는 순간 그렇게 생각을 한다.
‘젊은 사람이 죽었나? 늙은 사람이 죽었나? 아니면.......’
그는 생각을 하다가 생각을 멈추고 만다.
“누구를 찾아오셨나요?”
그녀는 대문밖에 엉거주춤하고 있는 상도를 향해 묻는다.
“아! 예! 나는 길가는 사람인데 주막을 찾다가....”
“그러세요! 우리 동네는 주막이 없는 동네랍니다!”
“그렇군요! 실례를 했습니다.”
“아닙니다! 우리 집에 오셨으니 반찬은 없지만....”
“고맙습니다! 그러나....”
“어려워마시고 들어오세요!”
“예! 그럼 실례를 하겠습니다.”
그는 가볍게 목례를 한다. 여자도 목례를 한다.
상도는 그녀의 안내를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마당에 펴놓인 멍석위에 집안을 바라보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잠시후 그녀는 간단한 음식상을 들고 나온다.
그의 눈을 밥을 담은 그릇이 도두라지게 시선을 끌고 있다.
밥그릇을 검은 뚝배기로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밥상을 그의 앞에 내려놓는다.
“많이 잡수세요!”
“예! 고맙습니다.”
그녀는 인사말을 하고는 부엌으로 걸어간다.
상도는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 후 밥상을 내려다본다.
보리밥이 그들먹하게 담겼다. 그리고 김치와 된장 끓인게 그를 반갑게 해준다. 그는 밥그릇에 김치를 넣고 된장을 퍼넣고 비빔밥을 만든다. 그리고 부엌을 바라본다. 그리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는 밥그릇이 뚝배기로 된 내막을 알아차리고 기분이 좋아 금방 밥그릇을 비워버린다. 그는 상을 옆으로 밀어낸다.
때맞추어 그녀는 쟁반에다 대접을 담아 내온다.
상도는 고개를 아주 가볍게 끄덕하고는 다가오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는 그녀에 대해 교양이 있고 예의를 갖춘 여자라 인정을 해버린다.
“아주 잘먹었습니다!”
그는 인사를 하며 물대접을 건네받는다.
그녀는 가벼운 미소로 대답한다.
그는 물그릇을 내려놓는다.
그녀는 물그릇을 밥상에 올려놓고 상을 들고 일어나려고 한다.
“저 말씀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세요!”
그녀는 대답을 하며 쪼그린체 멍석에 주저앉는다.
“혹시 이댁에 어려운 일을 당하셨습니까?”
“예! 저의 남편이 돌아가셨습니다.”
“오! 저런!”
“어젯 밤에.... !”
“뭐라 위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친척들에게 연락은 다 하셨습니까?”
“친척들은 멀리서 살고 있어 연락을 못했습니다!”
“형제분들은....”
“제 남편은 독신이고 저도 독신이라서......‘
“이런 때일수록 형제가 힘이 되어 좋은건데 안됐습니다!”
“요근래 그걸 알았습니다.”
“예.”
“형제가 많아야 개인이든 국가든 힘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예 그럼!”
“우리 동네는 사람이 없어요.”
“제가 이곳에 오면서 보니까 이상하게도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동네가 텅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자식이 많으면 먹여 키우고 가르치기 힘들다고 자식을 하나만 낳기를 원들을 했지요! 누가 시키기기라도 한 것처럼 자식을 안낳는 운동을 벌렸어요! 그래서 집집마다 딸이든 아들이든 하나씩 둔 집은 많이 둔 것처럼 되고 자식을 낳으면 고생된다고.........
자식을 안낳는 사람은 나라에서 집 짓는데 도와주고 상도 주고 하였었는데!”
“예!”
“그런데 그게 우리 동네를 비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예.”
“난리가 쳐들어와서 편안히 걱정 없이 살던 동네를 쑥밭을 만들었어요!”
“저런....”
“칼을 들고 나가서 적을 막을 사람이 몇사람 되어야지요!”
“쯔쯔....”
“사람이 모자라서 그만..... 많은 사람이 적에게 붙들려 가서 집집마다 빈집들이랍니다!”
“예.”
“저의 남편은 간신히 살았는데........ 모두 죽으면 종족이 망하니 살아 남아서 씨를 퍼뜨리라고 도망치게 하여 살았지요!”
“예.”
“저도 도망쳐서 산속에서 저의 남편을 만나서 결혼하여 살다가....
동내로 내려왔는데...... 그만!”
그녀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한다. 눈물을 주르르 흘린다. 치마자락으로 얼굴을 닦는다.
“예.”
“동네로 돌아와 울분에 쌓여 탄식하다 술을 과음하고 폭음을 하다 병이 들었지요! 점점 배가 불러오더니......그 건장하던 몸에...... 얼굴이 어두워져 얼굴색이 검게 되더니 삐쩍 마르고 배는 부르고.....앓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런...”
“약 한첩 못써보고 죽게 해서......그게 원통하......”
“술을 못들게 해야 하는데! 참!”
“술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줄 몰랐어요!”
“술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인데!.....”
“건강한 사람은 괜찮으려니 한게.......”
“슬하에 몇남매 두셨는지요?”
“복이없어서!”
“예!”
“동네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답니다!”
“그렇게 말씀하실 일이 아니지요! 그게 어디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들 하시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동네에서 탈출한......”
상도는 말을 따라 하다 입을 급하게 다문다. 그는 등에 땀이 날 뻔하였다. 그녀는 상도가 말을 하다가 중단하자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녀의 눈은 말을 계속하라고 재촉을 한다.
“그럼 내일 출상을 하십니까?”
“예.”
“장지는 어디로 정하셨습니까?”
“멀리 갈 수도 없고 동네 북쪽 산자락에......”
“운구는....?”
“제가 남편의 시신을 운구를 하려구 합니다!”
“그러시군요!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물어보세요!”
“아직 날이 밝은데 등불을 대문간에 걸어 놓으셨는지요?”
“예! 그건 날이 어둡기 전에 준비를 하느라 그랬어요! 어두워지면 당황도 되고......”
“그러셨군요! 그런데 남편의 장지를 북쪽으로 하신 것은 무슨 깊은 사연이라두....?”
“아니에요! 우리 동네 사람들은 조상적부터 장지를 북쪽에 만들어 왔었지요! 북쪽산은 공동묘지로 만들었어요! 북쪽은 북망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아, 예! 그런데 제가 금해라는 주막과 권해라는 주막과 학해라는 주막을 보았는데 사람이 없더군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그곳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알았습니다마는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라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돈을 알고 싶고 돈을 벌고 싶고 돈을 많이 쌓아 놓는 졸부 내지 거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금해라는 곳에 가서 돈에 관해서 듣고 보고 배우는 것을 날마다 하였고, 입신양명을 하여 백성을 다스리는 관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권해에 가서 권세에 대해 연구도 하고 배우고 듣고 하는 일을 날마다 했었지요!
가르치는 사람은 재리가라 부르는 사람들인데 동네에서도 부자들이고 나라에서도 재력이 있다고 인정하고 먼나라 사람들과 장사를 하여 그런대로 돈버는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선생을 하였지요!
우리 동네에서는 현실로 돈을 버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지도자 노릇을 하였답니다.”
“예! 동네의 집들을 볼 때 부자 동네구나 하고 생각을 한게 그래서 그랬군요!”
“빚을 지고 재리가라 하는 사람은 우리 동네에는 그런 사람은 용납이 안되었지요!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딴 동네에서 빚을 얻어오더라도 그 사람의 재산 만큼만 빚을 얻게하고 빚보증을 세우는 일도 없고 보증을 서서 피해를 입는 사람도 없는 동네이었답니다.”
“빚보증제도 자체가 없는 모양이군요!”
“그렇지요! 열심히 일해서 자기가 모은 돈만큼만 가지고 장사를 하니깐요!”
“아주 현명한 사람들이셨군요!”
“그대신에 이해 타산을 너무 따져 그게 문제였어요!”
“내가 사는 나라 사람들과는 아주 대조적이군요!”
“...........”
그녀는 상도의 말이 이해가 안된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동쪽 땅끝에 조그만 반도 나라가 있어요!”
“예.”
“그곳 사람들은 빚을 얻어서 사용하는 것을 너무나 잘하고 있어요!
서로 빚보증도 서주고 이웃 나라에서 빚을 얻어서 그리고......빌린돈을 가지고 딴 이웃나라 사람에게 빌려주는 겁니다. 그러다가 돈도 떼이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헐덕거리는 걸 숨이 끊어지려고 신음하는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며 사는 사람들과 아주 대조적입니다.”
“별스런 나라도 다 있군요! 땅이 넓다보니 별스럽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제가 들은 어떤 동네 사람들은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그런 무책임한 사람들도 있다구 하던데요! 그나라 사람들은 빚을 아주 많이 지면 빚을 나라가 갚아준다구....... 경쟁적으로 빚쟁이가 되려구 한다는 말도 들었는데......그말은 좀 너무 과장이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적이 있어요!”
상도는 그여자의 말을 들으며 부끄러운 짓을 하다가 들킨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여자도 내가 사는 변한을 알고 있구나! 내가 내나라 사람이 하는 짓이 딱해서 생각나는대로 지껄였더니 이여자는 아주 나를 부끄럽게 하는구나!’
“예.”
“그런 나라가 이 시대에 과연 있을까요? 너무나 너무나 바보들만 사는 나라 같아서........그 나라는 임금을 족장들이 뽑는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임금이 앞장서서 돈빌려서 놀러다니라 그런다구 하면서....
뭐라더라 이제 생각나네! ‘노세 놀아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하면서 술먹고 마시고 춤추는 걸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요! 젊은 학동들은 소학 대학책을 배우느라 학당에 다니면서 날마다 술에 취하는게 일이라는 말도 들은적이 있지요!”
“별스런 나라가 다 있군요! 그런데 아주머니 나라에서는 사람이 이세상을 다 살고나면 어디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신가요?”
상도는 입장이 누워서 침을 뱉고 있는 것 같아 슬그머니 화제를 현실로 돌린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세상만 알고 이세상 밖은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까 이세상에서 사는 동안 빚없이 살아가려고 하고 자수성가를 하여 작은 부자 소리를 들으며 살려고 힘을 썼지요!”
“그러니까! 큰부자는 하나님이 내고 작은 부자는 부지런한데서 생겨진다구! 한 말을 그대로 현실에 적용시켜 사는 분들이셨군요!”
“이 세상에서 목숨이 다하면 울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요! 조용히 북쪽 공동묘지에 묻고 나면 그만이랍니다.”
“장례 의식이 없으십니까?”
“거적에 싸서 땅에 묻으면 ......... ”
“아, 예!”
“무슨 법대로 하는게 있는가요?”
“아닙니다.”
그녀는 상도가 질문을 멈추자 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동네 사람들도 죽음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어........
현실에 안주하느라 너무나 죽음을 먼것으로 여기는 어리석은 사람들이었구먼! 하기야 힘이 넘칠 때는 세상 사람 다 죽어도 나만큼은 아니죽는다는 오만방자한 망상의 나래에 푹 빠지는거지......
사람은 누구나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지만서두...... 적이 언제 쳐들어올지 그건 밤낮없이 준비를 해야 하는건데..... 그걸모르다니.......
너무 편한 것을 좋아하다....... 종족이 번성해야 편안을 누리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모르다니........ 물론 자녀 생산은 힘이 드는 걸 누가 모르나...... 여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진자리 마른자리 누이는 일,
똥싸고 오줌싸고 할 때마다 씻기고 기져귀를 갈아 채우는 일이.....
자녀를 키우는 일은 괴로움이 많아도 그 자체가 즐거움으로 아는게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모습인데......종족을 번성케 하므로 외세의 침략이 많아도 끈덕지게 견디고 싸울 힘이 있었던것이지.......먹을게 없어 굶주리면서도 자녀를 생산하면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저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며 자녀를 생산하여......
자식이 많아지자 못된짓하여 애를 태우는 자식도 생기고 하지만 그래도 착한 놈이 더 많다고 못먹으면서도 자식이 잘되라고 가르치는 일을 힘쓰고 있기에 나라가 있는거지......
여기처럼 일락만 탐했으면 망했지.....
사람이 많다보니 별의별 잡놈들이 우글거리고 있지만......
그런데 인종이 많아지면 사람을 괴롭히는 잡된 것들이 왜 생겨나는 것인지..... 사기꾼도 생겨나고 도둑놈도 생겨나고 남을 등쳐먹는 놈도 생겨나고.....
공부를 많이 시켜 과거에 급제를 했으면 공부도 많이 했으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이치는 다 알텐데......
백성들을 재판을 한다면서 판관놈이 뇌물을 잔뜩 쳐먹고 재판을 구부러지게 하고......
과거에 급제한 도사라는 놈이 죄진놈을 잡아들이는 일을 하면서 뇌물을 처먹고 풀어주고 하는 걸 보면 구역질이 나지만서도......
과거에 급제한놈들끼리 파당을 짓고서 판관에게 다리를 놔준다고 돈을 울궈먹는 놈도 있지만......고관대작놈이 제새끼는 수자리를 안보내려고 빼돌리는 한심한 일도 있지만..... 종족은 번성해야 언젠가는 정신들 차려 잘되는 날도 있는거지...... ’
상도는 먼하늘에 별이 하나씩 생겨나는 것을 지켜보며 헤아린다.
‘별은 밤마다 떠오르고 있는데... 아니 저별은 가고 있는 것 같네?
못보던 별이군........ 별이 간다!
사람도 별처럼 어두움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인가? 아니면 어두움 속으로 끌려가는 것인가? 어두움 다음에는 밝음이 오고 밝은 날 다음에는 어둠이 오는데....... 사람은 죽으면 그만인가?’
“무엇을 그렇게 헤아리고 계신가요?”
상도는 여자향을 맡고 아낙네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그때에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현실로 끌려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낙네는 조그만 상에다 넓다란 대접과 작은 접시를 얹어가지고 들고 있다.
“예!”
“생각이 깊으신 것 같으신데 제가 방해꾼이 된것은 아니온지.....”
“아닙니다!”
그녀는 상을 상도 앞에 내려놓는다.
상에서는 미미하게 술냄새가 그의 코를 흥흥거리게 한다.
상도는 대접을 보고 나서 그녀를 바라본다. 그는 그녀가 머리를 손질하여 올려 여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느낀다.
여자는 머리를 가꿔야 여자 모습이 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밤늦게 무엇을 이렇게 가져오시는지요.....”
“변변치 못한 술입니다!”
“예! 고맙습니다!”
“출출하실 것 같아......”
“걱정을 안하셔도 되는데 제가 너무 페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는 낮과 달리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한다.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이건 보리로 담근 술이라 취기가 별로 없는 것인데 좋아하실지! 몰라서 망설이다 내왔어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을 떠나기 전부터 술을 입에 대지를 않고 있는데 어쩌지요!”
상도는 입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아, 그러세요! 그러면 권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얼굴에 담는다. 그리고 그녀는 상을 들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간다. 상도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여자들의 얼굴은 기억할 수가 없어..... 머리를 풀어헤친 얼굴을 보다가 머리를 올리면 딴 여자 같이 보이고, 옷을 바꾸어 입어도 딴 사람 같고, 머리 모양이 조금만 바뀌어도 분별하기가 곤란하단말야.......
그리고 얼굴에 화장을 했을 때와 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의 얼굴을 보고도 똑같은 얼굴이라는 느낌이 안들고 딴 사람으로 보이니.....
화장을 조금씩 다르게 해도 딴 사람을 보는 것 같으니 이래가지고 눈이 있다고 하기가 쑥스러운 일이야!
같은 사람을 보고도 분별을 못하니.........저여자의 남편은 복이 없는 사람이구만! 저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두고 죽다니.... 세상에 죽고 싶어 죽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복이 없다 복을 못타고 났다는 말을 나부터도 하고 있는데 사람이 말하는 복을 누가 주는데 복이 없다! 복을 받으라는 말을 하는 것인가?
궁금한게 다시 되살아나는데......예쁜 아내를 두고 가는 남편보고 복이 없는 남편이라고 말하면서 복을 누가 주는 것인 줄도 모르면서 군말을 하다니.....
그러니까 사람들은 복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러면 복을 어디다가 소유하고 있다는 말인가?
공자는 말하기를 착하게 살면 하나님이 복을 주신다 그렇게 말했고 그렇지 않으면 재앙을 내리신다고 그랬는데.....그렇다면 행위따라 복을 받고 재앙도 불러들인다 그말인데.......’
그는 생각을 하면서 감자 찌는 냄새를 맡는다.
‘사람은 먹어야 살고 먹으면서도 맛이 있다 맛이 좋다고 말들을 하는데 그리고 입맛이 없다고 하는데....... 먹는게 즐거움인데 그 먹는 즐거움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즐거움이지...... 먹으러 다니다가 새는 덫에게 치어 사람에게 잡히지 않는가?
사람도 잔칫집에 가서 상한 음식을 먹고 죽는 사람, 술맛에 빠져서 술에 취해서 술병을 얻어 죽는 사람도 있고, 술맛에 빠져 술에 취해서 수래를 몰다가 비탈로 내리달아 죽는 사람도 있고......
입맛만 찾다가 죽는 사람들은 그래도 행운아라 해야겠지.....
먹을게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과는 비교가 안되게 잘 죽는 류에 속하겠구만..... 그리고 사람들은 환각되는 맛에 산다고 하던데.......코끼리똥을 사자가 맛있게 먹고 딩굴고 넋이 들랑거리게 날뛴다던데......
사람들도 사자를 닮아서 환각맛을 보려고 너도 나도 코끼리 똥을 먹으러 다니는 것인지.......
환각맛이란 마치 지랄병하는 사람처럼 그런 모양이지......
사자가 그렇다니까......허구헌날 지랄을 해대는 것만 밝히면......
가만 있자 감자 가지고 나오면 물어봐야지....이곳 사람들은 환각맛을 즐겼는지.......’
아낙네는 조그만 상에다 김이 모락거리는 대접을 얹어가지고 부엌에서 걸어나온다.
“쉬시지 않고 무엇을 가지고 나오십니까?”
“손님께서 쉬셔야 하는데.....”
“이거 폐가 많습니다.”
“뭐 드릴게 없어 감자를 삶았어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쪼그리고 앉는다.
“너무 걱정을 하십니다.”
“출출하실테데 감자라도 .....”
“고맙습니다! 아주머니도 잡수시지요!”
“어서 드세요! 시장하실텐데!”
“맛있게 잘먹겠습니다!”
상도는 감자를 하나 집는다. 그리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그녀는 상도를 쳐다본다. 그녀는 상도를 쳐다보며 남편을 생각한다. 그녀의 눈은 눈물이 일렁거리기 시작한다.
‘의지가 꿋꿋했더라면..... 책임감이 있었다면......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너무 모르고 살아온거야! 세상에 나만 슬프고 세상에 나만 서러운 것인가뭐....
남들은 다 이기고 사는데...... 왜 그 쓰디쓴 술에 내 인생을 맡기고 술맛에 빠져 술만 먹다가 정신을 못차리고 술독이 올라 술병에 걸려죽는가 말야! 바보! 천치! 사람으로 태어나서 겨우 술만 먹다 죽었다는 소리 챙피도 몰라요! 그런 것두 모르면서 남자라구 뽐내구 의시대구 술취해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그러다 죽었으니 소원 성취 하셨구려! 세상에 소원할게 그리도 없어 술마시고 자학하다 죽다니.....’
그녀는 치마자락으로 얼굴을 훔쳐낸다.
상도는 감자를 까서 한입 깨문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다시 치마자락으로 코밑을 닦는다.
“감자가 아주 맛이 있습니다! 아주머니도 한 개 잡숴보세요! 얼마나 상심이 되시겠어요? 식사도 못하셨을텐데....”
“흐흐흑.....”
상도의 말은 그녀의 슬픔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흐흑흑....”
아낙네는 넋두리를 시작한다.
“엉엉엉....아이고 엉엉엉.....불쌍한이가 죽었어.....불쌍하게 살다가 죽었어....아이고 불쌍해라!....... ”
그녀는 멍석에 퍼대고 앉아서 가슴을 두드리고 땅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몸부림을 친다. 상도는 먹던 감자를 들고 그녀를 지켜본다.
“아이고..... 아이고 내팔자야 엉엉..... 아이고 내 팔자야.....
당신만 훌쩍 떠나고.......나는 어찌 살라고......엉엉.....
누가 우리 남편을 데려갔어...... 누가 우리 남편을 잡아갔어 엉엉......
우리 남편 살려줘요 엉엉...... 내 남편 살려줘요.......어엉엉”
상도는 뒹굴고 있는 아낙네를 감자를 든채 지켜만 본다.
‘이거 원! 어떻게 달랠 수도 없고.... 이제껏 울음을 참았다가 통곡을 하네......실컷 울어야 병이 안난다고 하더니......슬픔도 참을 수 없는거야....... 방성대곡을 해야 마음이 정리가 되겠지..... 울음이 다 나와야 울음을 그치는거지.......’
그때다 말굽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상도는 십여필의 말이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고 짐작한다.
그리고 그는 잽싸게 헛간으로 달려가 몽둥이를 찾아든다. 그리고 달려나와 멍석에서 가까운 담장밑에 자빠트려 놓는다.
상도는 아까처럼 안채를 향하여 앉는다. 그리고 대문밖을 내다본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담장의 높이도 눈여겨둔다.
말발굽 소리는 다가오며 속도가 느려진다.
“와---와----와-----”
“워-----워----”
대문밖은 갑자기 소란스럽다.
“형님! 이동네는 아주 조용합니다!”
“그렇군.”
“이동네는 텅빈 동네 같습니다.”
“다들 자는 모양이지요.”
“그런데 이 집은 불이 켜져 있습니다.”
그들은 집안을 기웃거리며 말고삐를 대문에다 매고 빈수래에다 매고 주위 나무에다 맨다.
“여기서 쉬어!”
“형님 저 안에 웬놈이 앉아 있습니다.”
“그래.”
“여자가 울고 있습니다!”
“기분 나쁘게 울고 있어!”
“한밤중에 기분잡치게...”
“내가 한마디 해야지.”
“조용히 울라고 그래!”
“예.”
“조용히 울랍신다!”
그중에 작달막한 자가 소리치며 대문으로 촐랑대며 잽싸게 들어간다. 그는 한걸음에 멍석앞에 우뚝 섰다. 그의 왼쪽허리에는 큰칼이 매달려있다. 그는 상도를 먼저 흘긴다. 그리고 여자를 내려다본다.
“그만울어!”
그는 굵게 말한다.
“내 남편 살려줘요-----”
그녀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못 알아듣는 것 같다.
“고만 울어!”
그는 다시 크게 소리친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뒹군다. 그는 멍석위로 여자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이것 보쇼!”
상도는 급하게 작달막한 사람을 불러 세웠다.
“너는 뭐야?”
그는 상도를 향해 사납게 쳐다본다. 그는 상한 자존심을 주워담으려 여자에게 행패를 부리려다 덜미를 잡혔다.
“남편을 잃은 여자요!”
“그래서?”
“남편이 죽어 애통하는 여자요!”
“그래서?”
“여자에게 무례를 하지 말라 그말입니다.”
“뭐라! 네가 죽였지?”
“병들어 죽은 것이오!”
“거짓말 마 이새끼야!”
“점잖지 못하게....”
“네가 죽였다고 살려내라잖아 이새끼야!”
“말끝마다 할 수 없구먼....”
“뭣이 어째!”
“퍽!”
“아이쿠!”
퍽소리와 아이쿠 소리가 동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상도는 쭉 폈던왼쪽다리를 오른쪽 다리밑으로 넣고 책상다리를 다시하고 앉는다.
짝달막한 그는 칼을 뽑으려다 칼자루를 오른손으로 잡은채 붕떠서 멍석 밖으로 패대기를 당했다. 아낙네는 비명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급히 상도를 찾는다. 그리고 상도를 확인한다. 그리고 치마자락으로 얼굴을 훔쳐내며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쉰다. 그리고 넘어진자를 천천히 바라본다. 그리고 상도 곁으로 바싹 다가앉는다. 그녀는 조금 겁먹은 눈으로 마당으로 들어서는 장한들을 지켜본다. 그녀의 눈에는 어쩌나 하는게 가득 들어차서 그녀의 가슴을 쿵닥거리게 하고 입속을 급히 메마르게 하고 있다.
“어----”
“아우야!”
“봉주야!”
대문턱을 넘던 그들은 퍽소리따라 동료가 나뒹구는 것을 보고 달려간다. 그리고 일으켜 앉힌다. 그리고 안색을 살핀다. 입가에 흘러나온 피를 소매자락으로 닦아준다.
그들은 멍석 넓이만큼 간격을 두고 상도와 마주섰다.
“이런 곳에서 고수를 만나보게 되었구려!”
나이가 듬직한 자가 상도를 향해 한마디 내 뱉는다.
상도는 앉은채 그들을 한 번 쭉 훑어본다. 그리고 차게 엷은 웃음을 얼굴에 잠깐 담았다 쏟는다.
“어디로 가시는 분이신지?”
“죽음밖의 길을 찾으러 가는 길이오!”
상도가 대답을 할 때 장삼을 입은 자가 두령에게 다가간다.
“두령님! 제가 아우의....”
“너는 아직.....”
“체면을....... !”
두령은 고개를 조금 끄덕인다.
부두목은 열중에서 한발짝 나와 섰다.
그리고 두손을 마주 잡는다. 그리고 상도를 향해 조금 굽실한다.
“나는 부두목이오! 한수 배우기를 청하오!”
상도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부두목의 목례를 받고 답례한다. 상도는 부두목이 장년인으로 그런대로 예의를 차리려고 하는 인물로 간주한다.
“이곳은 슬픔을 당한 집안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소란케 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그러니 부두목의 청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대문밖으로 나가서 한수를!”
“대문밖이나 안이나 한가지가 아니겠소!”
“그러면 여기서 우상법을 보여주세요! 부두목님!”
부두목의 옆에 있는 자가 거든다.
“우상은 본래 아무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절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요?”
상도는 가르쳐주는 말인지 비꼬는 말인지 분간키 어려운 말을 던진다.
부두목은 상도의 말에 얼굴이 대번 붉어진다.
그리고 졸지에 노란해진다.
상도는 부두목의 얼굴이 변하는 것을 지켜본다.
‘우상숭배하는 자라서 본색은....... 얼굴이나 피부색깔이 노란한 것은 어쩔수 없이 감추질 못하고 나타나는군!’
“자 갑니다!”
“역시 예의가 없군!”
그의 장삼이 펄럭한다. 그는 상도 앞에 섰다. 아낙네는 아찔하여 두눈을 꼭감는다. 그의 오른손은 상도의 오른쪽 가슴을 정권으로 가격한다. 상도는 그대로 우뚝서서 있다. 그순간 상도는 왼손을 들었다.
그리고 번개 같이 오는 주먹을 마주친다.
“퍽! 우두둑! 아이쿠! 쿵”
부두목은 용수철처럼 튕기면서 나둥그러진다. 잿빛 장삼자락은 번개처럼 왔다가 갔다고 사람들은 느끼기만 한다. 장삼은 부두목의 얼굴을 덮으려다 기저귀찬 사타구니만 드러내고 만다.
부두목의 오른손은 망가져서 피를 땅바닥에 뿜는다.
“두목님!”
졸개들이 우르르 달려가 부두목을 부축하여 일으킨다.
부두목의 얼굴은 짠뜩 일그러졌다. 그의 오른팔은 덜덜거리며 떨고 있다.
“두령님! 우리가 모두 달겨들어.....”
“저자식을 요절을 내야!”
“입을 다물어라!”
“고수앞에 경거망동했습니다!”
두령은 상도를 향해 아까보다 허리를 깊숙하게 굽힌다.
“용서를 하십시요!”
“그냥 가게?”
“....”
“초상집에서 소란을 피지말라 했는데 너희가 상가에서 무례하게 굴었으니 사죄하는 뜻으로 무덤을 파고 가라!”
“예!”
“이동네 북쪽에 공동묘지가 있는데 그곳에 가서 무덤을 파라”
“예!”
“산 밑에서 삼십보 높이면 된다.”
“예! 지금 당장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지금 파게?”
“지금 달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두목과 소두목을 헛간 보리짚단 위에 앉혀 놓는다. 그리고 응급처치를 해준다.그리고 괭이를 찾아들고 곡괭이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그들은 북극성을 바라보고 북쪽을 찾아 걷는다. 얼마를 걸어간 그들은 뒤를 돌아보고 나서 말한다.
“두령님! 그자가 고수입니까?”
“우리 모두가 달려들면 그자식을 요절을 낼 것 같은데!”
“저는 어리둥절만 합니다! 두령님!”
“두령님께서 비도를 날리시면 그자식을 단번에 해치울텐데요!”
“너희들은 세상 사람을 그렇게 쉽게 보지 마라! 소두목이 발검이 하도 빠르다 하여 너희가 뭐라구 했냐?”
“쾌도란마라 했습지요!”
“그런 쾌도란마가 칼도 뽑지도 못한채 나둥그러진 것을 보고도 모르냐? 너희 소두목은 화살을 칼로막는 검객이야! 경망해서 그렇지!”
“예--- 그렇게 보니까...”
“소두목이 먼저 공격을 당한게 아닌가요?”
“아니다! 소두목이 칼을 뽑아치려다 당한게야!”
졸개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걸 모르다니! 보고도 모르다니.....소두목의 오른손이 칼자루를 잡고서 그냥 까무라친게 증거다.”
“그게 이상한디요?”
“사람이 까무라치면 팔다리가 맥이 탁 풀려서 잡았던 것을 놓치는 것인데 그게 이상하구먼유!”
“바로 그거야! 급소 어디에 일격을 당하므로 근육이 경련을 일으켜 근육이 굳어버린거다!”
“그러니까 소두목이 칼을 빼려고 칼자루를 잡았을때 번개같이 일격을 했다 그말이군요!”
“이제 이해가 되냐?”
“우리 모두 달겨들면 승산이 있을건데.....”
“고수는 수천명하고 싸우나 한명하고 싸우나 한가지인게야!”
“두령님 그 말씀은 이해가 영...”
“너희가 고수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 여러 명이 한 명을 놓고 일시에 공격을 해도 간발의 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고수는 그 간발의 차를 넓게 만들어서 한명과 싸우는게야! 수천명이라 할지라도 고수와 싸우는 사람은 한명인게야! 고수는 움직이면서 제일 먼저 공격하는 자와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공격자를 알고 급한 것부터 처치를 한다는 말이다.”
“저자가 그정도 고수가 된다고 보십니껴! 우리도 관군은 일당백을 하지않습니껴?”
“우리가 일당천을 해도 안된다!”
“보기에....”
“우리는 무골 같이 보이고 있지만 저 고수는 보통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그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할 수가 없으니 지기지피가 안되고 있어 예측을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그 정도 될 수가 있다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부두목이 당한 것 보고두 모르냐?”
“알겠습니다.”
“부두목이 우상권의 달인의 경지에 있는데두 당했어! 내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으면 그렇게 다치지 않을건데....”
“부두목님은 큰부상을 당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지기지피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니라! 그리고 물러날 때를 알고 굽힐 줄을 알아야 그게 남자니라!”
“예! 두령님!”
“조금 챙피를 당하는게 낫지 챙피 당했다고 죽기살기로 달려들면 불나비가 되는게야!”
“예.”
“살아야 뒷날이 있지 달려들어 죽으면 뒷날이 있겠냐?”
“예.”
“세상의 일은 모두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야 낭패와 죽음을 면하는 것이다.”
“예.”
그들은 길가 빈집에 들어가서 가래 괭이 삽을 찾아 들고 북쪽의 공동묘지로 달려간다. 달은 떠올라 그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상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
그의 곁에는 아낙네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그녀는 상도를 곁눈으로 띄엄띄엄 바라본다.
‘남자들의 세계는 알수가 없어...... 어수룩하게 보이고....
그냥 밥만먹고 사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가 사람을 두 번 놀라게 했어!
저렇게 건장한 사람을 손을 부러뜨리다니......
괜히 맘을 조렸잖아......
사람은 겉만 보고 아는게 아냐......
그래서 물 속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 속은 겪어 봐야 안다고 그랬지......
저사람들은 우리 동네 강남동 같구나.......
돈이나 쌓아 놓고 있어 나만 편하고 부자면 행복한 줄 알고 있으니
동네가 망하면 내집도 망하는 것을 모르고 담장만 높게하고 살더니만.....쯔쯔...... 에구.......
망한 강남동 사정이야 내가 알지 누가 알겠어....... 바보 같이......
이런 무인들을 가난한 자들을 초대해서 동고동락을 하였으면 깡그리 망하지는 않지..... 허름한 사람들이 무인이 많은데..... 나만 알고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짓한 결과.......’
그녀는 허청에 있는 자들의 끙끙앓는 소리를 듣고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 강남동 사람들은 돈만 많이 있으면 그게 자기 집을 지켜주는 줄로 알고 살았으니.... 어이가 없었지......돈이 칼노릇도 못하고 활노릇도 못한다는 것을 모르다니........그리고 학력이 칼노릇하여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다니.......권세가 우리끼리 의시대고 하는거지..... 그게 칼노릇 방패 노릇을 못한다는 걸 왜 모르고 권세만 잡으려고 안달들을 하더니 오늘 초상집이 되고 말았구먼......
에고 답답 에고 답답......
칼이 있다고 명검이 있다고 그게 사람을 지켜 주나......
에고 답답 에고 답답....... 사람이 칼을 들고 막아주지.....
에고 에고....’
“에고! 에고!.......에고!”
그녀는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그녀의 우는 소리는 점점 크게 지른다.
오랫동안 잠잠히 있던 그녀는 아까보다도 더크게 외마디 소리를 내지른다. 졸지에 그녀는 배와 창자가 터지기라도 한 것 같다.
상도는 곁눈질하여 그녀를 살핀다.
‘남편이 죽었으니...... 오죽 상심이 되면 저럴까?.....
남편이 술독에 빠져서 생으로 술병을 얻어서 자원하여 죽었으니 슬프고 억울하겠지.....
그래! 사람은 기분따라 행동해서는 안되는거라구!
감정을 자제하는 훈련이 필요한거지.
쉽게 좌절 말고 죽을 용기 있으면 살아야 돼.....
죽을 용기 갖고 죽도록 열심히 궂은 일 하면서 살면..... 살면......
아니 죽도록 정도가 아니라...... 챙피와 부끄럼을 잊고 살아라!
그게 인생의 겸손이야!..... 자존심을 뽑아 던져라!
파김치 되도록 일하면 이세상 어디서도 어떤 곳에서도......사람답게 살 수 있고 산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때가 찾아오게 된다고....
이게 현실을 바로 보는거야!
그게 이세상의 현실이야........
세상은 냉정하지 않아! 심는대로 거두는게 세상이야!
내 자존심이 나를 고생속으로 끌고 가는거야.......
그게 나를 죽이는거야......
사람은 자기가 행할 일에 대하여 어떤 결과가 초래가 될 것인가를 미리 생각을 해보고 행동을 해야 한다는 걸 다시 배우는구나........
그렇지 않으면 나로 인해 생으로 울부짖는 사람이 생기는 걸 이렇게 보게 된다구.......’
그녀는 아까처럼 뒹굴지 않고 ‘에고 답답 에고 답답’ 만 찾는다.
허청에서는 끙끙소리가 에고 답답에 반주를 하고 있다.
‘그렇지 함부로 날뛰면 혼이 나는게야. 천지를 모르고 날뛰다니.....
양보를 하는 걸 모르고 까불고 덤벼..... 양보를 하니까 꼬리를 내리고 내빼려는 줄 알고 덤비다니..... 양보를 하면 아주 사람을 깔아뭉개려고 덤비고.....맛을 봐야 맛을 알다니.....
사람이란 원래가 교만해서 맛을 보려구 덤비지.....
조금 무엇을 아는 것 같으면 사람을 깐보고 무시하고.....
아는 것도 힘도 없는게 권세만 조금 있다 하면 사람을 깔고 앉아 뭉개고 말야...... 저런 자식들이 그런 류의 새끼들이지......
내 물어봐야지.....’
상도는 허청을 곱지 않게 쳐다본다.
“야! 너희들 소속이 어디야?”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면서 힘이 실렸다.
부두목의 귀를 차게 내리누른다.
“예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소속을 모르다니?”
“제가 무식해서 그렇습니다.”
“어디서 우상권을 배웠냐 그말이다.”
“예예! 서울동에서 배웠습니다.”
“그래? 서울동에서 배우면 부두목을 하는 거냐?”
“부끄럽습니다.”
“도둑질이나 하러다니며 의시대는 짓을 잘하겠구나?”
“죄송합니다.”
부두목은 상도의 말에 등골이 오싹하느라 상처의 통증은 챙길 겨를이 없어졌다.
“칼찬놈은 어디 소속이냐?”
“예! 예!”
“소두목! 너 사람 여럿 죽인놈이야!”
“예예! 검찰동에서 칼쓰는 것을 배웠습니다.”
“너 검사객이냐?”
“예!”
“사람의 생명을 귀히 여겨야 하느니라!”
“예! 예!”
“사람을 괜스레 핍박하고 압박하면 못써!”
“예!”
“너희들은 무엇을 도적하냐?”
“탐관오리들과 큰 기와집을.......”
상도는 더 이상 묻지를 않고 담장 밑을 왔다 갔다 한다.
아낙네는 상도가 소두목을 타이르는 말을 할 때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궁이에 불을 땐다.
새벽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스산케 한다.
‘사람이 살았다는게 문턱 나 사이지.....
상여 메고 가는 사람들의 말은 저 세상이 먼 줄 알았는데 방문 밖이 저 세상이라고 떠드는데.....
그렇게 가까운게 숨쉬는 것과 숨이 멈춘 사이인데......
칼부림을 하면서 사람을 괴롭히면서 살다니.......
무식해서 그렇지........
사람이 살아있다는게 초로 인생(풀잎에 붙은 아침이슬 - 해가 떠오르면 없어진다) 이라고 하는 말을 실감을 못하다니.....
권세가 있다는 자들은 초로 인생의 극히 짧은 생애 속에서 권세를 부려 사람을 괴롭히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고, 뇌물이나 처먹고, 등이나 처먹고.......그러다가 몰락하면 참담하게 개죽음을 당하고........
돈량이나 있다는 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조금씩 도와주며 살면 어디 덧이 나는지......없는 사람이 돈을 좀 벌려고 하면 못 벌게 훼방이나 놓고, 저 혼자만 쌓아 놓고 살려고 심술부리고..... 저 혼자만 먹고 마시고 양양거리다가 죽으면 뭐 가져갈게 있냐?.....돈 자랑하면 초로인생이 돌멩이 인생이 되기라도 하는건지..... 어우러져 다같이 잘살면 부자놈 초로가 반쪽이 되는 건지.....
학문께나 했다는 자들은 왜 그리 교만 방자한 건지 원.....
권세자에게는 교만 방자가 어디를 가고 아부 아첨을 잘하는지......
권세를 잡아보려 줄을 서서 수둥다리(다리가 부어서 발목이 허벅지처럼 부어오른 병 - 오랫동안 서서 있으면 발이 조금 부어오름)가 되어있지...... 학자라는게 그 지경이니.......
공자가 좋은 정치를 해 보고자 벼슬자리 얻으러 여러나라를 돌아다녔지...... 그래서 학자라는 자들이 그런건지.....
쓸개가 없는 자들 아니냐....
강자야(태공망)는 낚시질을 하며 때를 기다렸는데.......
준비를 다하고 기다렸지......
선생 노릇 해달라고 정치 지도를 해달라고......
주문왕이 찾아와서 사정 사정을 하여 정치 일선에 나가 도탄에 빠진 백성과 나라를 구했는데.......
요사이 학자라는 자들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꾼들을 줄줄이 좇아다니고 칼께나 쓰는 사람 뒤를 좇아 다니는 꼴은 한마디로 한심한거지..... 그러니 도적이 사방에서 날뛸 수밖에.....
서울동에서 배웠다는 놈이 도적의 괴수 노릇을 하니.....
검사객이라는 놈들은 사람을 마구 잡으니......
백성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그칠날이 언제인가......
내가 저놈들을 그냥...... 아니지......천필주지(하나님이 죽임)가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별들은 숨느라 야단들이다. 그러나 하늘은 조용하기만 하다. 상도는 하늘을 보면서 하늘의 이치를 생각하며 땅의 일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는 도적의 일당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저것들도 저희들이 하는 짓이 옳다고 그럴테지.....
관공서에서 백성의 고혈을 빠는 뇌물을 먹고....... 허가비를 받고
떡값을 받는다면서 수천냥씩 받아 챙기는 정의를 구현한다는 도둑놈도 있으니까.......그러면서 누가 돈을 달랬나? 저희가 그냥 갖다줘서 받은 거지 하는 놈들이 허다하니........
돈량이나 있는 놈들이 가난한 백성들이 먹고 살려고 보따리 장사라도 할라치면 저혼자 독식하려고 후들겨 내쫓고 꺼엎고 빼앗고 하는 도둑놈들이 있으니까 강변을 하겠지.......
없는 사람이 무얼 하나 만들어서 쌀말이나 팔아먹으려고 하면 그걸 금방 가로채서 대량으로 만들어 밥그릇을 빼앗는 놈들이 있으니...
가난뱅이 턱을 차먹는 나쁜 놈들보다는 우리가 백번 착하다고 그러겠지.......그러니 할 말이 없는 세상이야.......
이런 부조리 세상을...... ’
두령을 선두로 무리가 대문을 들어선다.
두령은 차분한 걸음걸이로 상도 앞으로 다가간다. 그는 멍석 앞에서 두손을 마주 잡고 공손히 허리를 굽힌다.
상도는 고개를 조금 끄덕한다.
“명령하신대로 양지바른 곳에 묘지를 파 놓았습니다.”
“수고하였소.”
“다른 분부하실 일이 있으시면.....”
“이제 그만 가도 좋소.”
“저희들이 운구를 하면 안되겠습니까?”
“그 일은 내 소관이 아니오.”
“아, 예!”
“상가집을 도울 생각이 있다면 상주에게 물어보시오.”
“고수께서 상가를 돕고 계신데 저희가 그걸 알고 어찌 그냥 갈 수가 있겠습니까?”
“남의 어려움을 보고 돕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일이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세상인데 두령의 어진 마음을 내 어찌 막을 수 있겠소.”
“저희들에게 착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고맙소.”
“당치않은 말씀이십니다.”
“부두목의 상처를 치료해야 될터인데......”
“감사합니다! 저희들이 약을 가지고 싸매서 쉽게 나을 것입니다.”
“내가 너무 심하게 대한 것 같소그려!”
“별 말씀을 하십니다. 고수를 몰라 뵙고 날뛰어서 그런 걸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고수께서 인정을 베푸셔서..... 불구가 안된 것만도 천만다행스럽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소.”
“사실 고수께서 인정을 베풀어 주셔서 저희들이 살아있는 것입니다. 고수님께 재삼 감사드립니다.”
“여기 앉아서 이야기 하십시다.”
상도는 말을 하며 멍석에 앉는다.
“제가 어찌 고수님과 대좌를 하겠습니까?”
“두령이나 나나 뭐 다를게 있오! 연세로는 나보다 훨씬 연상이 아니시오?”
“배운것 없이 허송세월만 하여 아는 것도 없이 그런데 어디라고 나이 먹은 경험을 말하겠습니까?”
“사양말고 앉으시오.”
“그러면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두령은 상도의 오른 편에 측면으로 앉는다.
상도의 귀에 군마의 내닫는 소리가 들려온다.
상도는 일이 묘하게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 동네에 군마가 몰려오다니..... 동네가 부자동네라고 소문이 나서 부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잡혀갈 때 못가지고 간 보석과 금덩이를 노략하러 오는 것인가? 밝은 날에 와야 찾지. 아직 어두운데...... 전쟁하러 가는 군마들인가?’
상도는 나름대로 생각을 하느라 고개를 갸웃한다.
두령은 상도를 곁눈으로 살핀다.
“명령하십시요! 제가 따르겠습니다.”
“아니오! 지금 많은 군마가 이곳으로 오고 있소! 그래서 그들이 왜 ,이런 곳에 오는가를 생각하느라 그랬던 것이요!”
“아! 예에...”
“혹시 당신들을 추격하는 자들은 아니오?”
“그럴리 없습니다!”
두령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말한다.
“말이 삼백필은 되는 것 같소.”
“어느 방향에서 오고 있습니까?”
“북쪽에서 오고 있소.”
“예?”
두령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상도를 쳐다본다.
‘나도 소리를 듣는 것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들 하는데.....
내가 헛나이를 먹은거지.... 아니 젊은이가...... 나보다 고수인 것 만은 인정하지만....... 내가 오늘 고수다운 고수를 만나보는 것인가.....
비는 또 내리고.....강으로 흘러가서 강물을 밀어내고 강물이 되는게 현실이니까.....밀려날 수밖에......’
두령은 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말발굽소리를 찾는다.
“어서 오시오!”
상도는 그리 크지 않은 소리로 말한다.
두령은 상도의 말에 어리둥절한다.
헛간에 있던 졸개들은 상도의 말에 대문 밖을 쳐다보고 집안 그늘진 곳을 살피느라 얼굴에 닭살이 돋으려고 한다.
“우리가 오늘 하늘 높은 것을 구경하는가 보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칼을 차고 있다는게 부끄럽구먼...”
“고수가 우리를 놀리는거여.”
졸개들은 소근거린다. 그리고 소리를 죽이고 히죽거린다.
“이런 곳에 고인이 있다니 놀랍군!”
걸걸한 목소리가 집안을 울린다. 곧이어 발자국 소리가 저벅거린다. 졸개들은 발자국 소리를 좇아 대문을 주시한다.
그들의 눈은 어리둥절해져 있다.
두령은 멍석에서 튕겨 일어나 대문을 향해 섰다.
두사람이 대문을 들어온다.
두사람은 하나처럼 잿빛 장삼을 입었다. 그들의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져 있다. 그리고 쇠로 만들어진 목탁이 들려있다. 머리는 대머리에 삭발을 하였다. 오십세는 넘어보인다.
그들은 안방 마루를 향해 걸어간다.
“멈춰라!”
두령은 소리쳐 제지한다. 그리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소두목은 두령의 소리따라 두령 옆으로 신속히 다가간다.
“네놈이 우리 일에....”
“이런 무례한 놈이 있나?”
“네놈이 감히 어른의 일에 참견을 하다니...”
“여기는 초상집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할까!”
두령은 오른손을 들고 말한다.
“제가 몰아내겠습니다!”
“이 어린놈이!”
“삭!”
얼굴이 누런자는 말을 하며 목탁치는 쇠막대기로 소두목을 갈긴다.
쇠막대기는 갑자기 늘어난게 장검을 보는 것 같다. 그찰나 소두목의 칼은 번쩍한다. 쇠막대기는 헛간 지붕위로 날아가 꽂혔다. 장삼자락이 펄럭했다. 장삼 소매자락 중간이 뚝떨어져 땅에 뒹군다.
“야!--”
졸개들은 소두목의 칼솜씨에 다시 놀랜다.
“어떤 검법인데 팔은 멀쩡하고 옷만 잘라지나!”
그들은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것을 음미한다.
“이놈새끼가?”
얼굴이 누런자는 졸지에 얼굴이 창백해져 말한다.
“동생! 내게 양보하게!”
얼굴에 푸른색이 감도는 장삼 입은 자가 칼을 빼들고 나선다.
“쨍강!”
쇠소리가 한 번 울렸다. 장삼 입은 자의 칼은 담너머로 날아가 버렸다.
장삼 입은 자의 얼굴은 푸른 색이 흑색으로 변했다.
“야! 이땡초들아! 어디를 쥐새끼처럼 들어와서 까부냐? 저쪽에 가서 꿇어!”
“........”
그들은 벼락 맞은 몰골이 되어 있다.
“안들리냐?”
장삼 입은 자들은 소두목의 호령에 놀란 혼이 돌아온 것 같다.
얼떨떨한 그들은 소두목의 지시따라 헛간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소두목은 두령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다. 그리고 상도를 향해 허리를 깊게 굽혀 인사를 한다. 상도는 앉은채 오른손을 가볍게 들었다 놓는다. 소두목은 헛간으로 걸어가 대문을 향해 앉는다.
“에헴!”
기침 소리가 끝나는 때에 두사람이 대문 앞에 섰다.
그들이 걸친 장삼자락은 높은데서 뛰어내렸다고 삿갓처럼 넓게 펄럭한다.
“누가 죽었나 보군!”
“밥그릇을 두고서 어찌 죽었나!”
“초상집에 사람이 안보이네!”
“들어가 보세!”
“앉았다 가자고!”
그들은 대문턱을 막 넘는다.
“너희들이 들어올 곳이 아니다.”
창을 든 자가 딱 가로막는다.
“감히 우리 길을 막다니.”
“너는 누구냐?”
“이 어르신네는 이 집 머슴이니라!”
“머슴 놈이 창을 들고 어디서 까부냐?”
“집주인의 명을 받아 대문을 지키고 있느니라!”
“집주인을 불러라!”
“우리 주인님은 너 같은 할 일이 없는 자는 안만나신다.”
“머슴 주제에.....”
“들어오지 말라면 가는게지 웬 말이 그리 많냐?”
“우리가 누군줄 아냐?”
“나는 너희가 누구이든 알바 아니다.”
“우리는 금강암에서 출도를 했느니라!”
“금강이 뭔데?”
“이거 영 말이 안통하네!”
“대력 금강이라는 말은 들어 보았냐?”
“모르것는디!”
“이거 영 촌놈이네.”
“머슴놈이 뭘 알겠나?”
“네놈들이 산속에서 이때껏 있다가 나왔으면 촌놈 땡초지 누가 촌놈이냐?”
“금강 역사도 모르는 애송이로고!”
“여기가 강남동인지도 모르는 땡초구만!”
“내가 이 머슴놈의 주둥이를 비벼놀테니 구경이나 하게나!”
“구경을 하겠네!”
“차창창!”
번쩍거림에 이어 쇠부딪치는 소리가 세 번 집안을 울린다.
대문 곁에 있는 졸개들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아낙도 부엌문에 기대서서 맘을 조리며 그들을 바라본다.
“삼합도 못견디는게 무슨 금강이라니 웃긴다.”
“이놈이!”
“땡초야 오너라!”
“이 쳐죽일 놈이!”
“이번에는 내창맛을 보아라!”
머슴이라 자칭한 졸개는 말과 함께 창을 들어 금강의 가슴을 찍으러 뛰어든다. 그의 몸놀림은 가히 비호 같다.
“짱!”
금강은 선제 공격을 하려다 되레 선제 공격을 당했다.
금강의 입에서는 급하게 바람 빠지는 소리가 튕겨져나온다.
이어 ‘아얏’ 소리가 살갗이 찢어지는 것을 말하고 있다.
금강은 일격을 피하다 빗겨맞고 훌렁 나가 자빠진다.
금강의 왼쪽 가슴은 살가죽이 옆구리 쪽으로 길게 찢겼다. 졸지에 장삼은 붉게 물들어 버린다.
아낙은 비명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부엌에서 허둥지둥 나온다.
“저를 어째!”
그녀는 가늘게 비명을 지른다.
그때다. 수십필의 말이 달려든다. 뒤에도 수십필의 말이 꼬리를 물고 뛰어든다. 누런 장삼 입은 자들이 말에서 내린다.
“에그머니!”
아낙은 말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리고 얼굴이 핼쓱해진다.
“저 원수놈들이......”
그녀는 이를 악문다.
그리고 눈에 살기를 바르고 입술을 깨물고 섰다.
“단창에 죽이려다 살려줬으니 날래 꺼져!”
졸개는 호령을 한다. 그의 소리는 대문 밖까지 찌렁찌렁 울린다.
“아니 금강 장사님!”
말에서 내린자들은 우르르 달려가 금강을 부축한다.
“누가 내 금강을 다치게 했냐?”
조금 뚱뚱한 누런 장삼을 입은 자가 대문을 향해 말한다.
“너는 누구냐?”
“나는 금강암의 주지다!”
“나는 비로봉의 주지다!”
“나를 놀려! 네놈이 금강을 다치게 한 것을 보니 창솜씨가 있는 놈이구나!”
“나는 금강의 으뜸인 비로봉에 있다. 그러니 말썽 피우지 말고 날래 꺼져라!”
“이런 죽일놈이!”
“살려달라고 빌지 말고 좋은말 할 때 꺼져!”
“내칼을 받아라!”
주지는 몸을 솟구쳐 칼을 엇비슷이 내려친다.
비로봉이라 자처한 머슴은 뛰어내리는 주지의 사타구니 홍문을 향해 번개같이 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한다. 그는 주지를 핫도그를 만들려고 한다. 주지는 몸을 뒤집는다. 주지의 몸은 머리가 땅으로 향했다.
그는 비로봉의 내지르는 창을 후려 갈긴다. 그의 등때기에서는 써늘한 냉기가 그를 휘감는다.
그리고 ‘어쩌나’ 소리가 가슴에서 요동을 친다.
창은 처음부터 시늉일뿐 힘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허공을 치면서 깨닫는다.
주지는 칼로 창을 쳐서 창을 밀어내야만 핫도그가 안될 판이다.
그런데 창은 날쌔게 칼을 피해 후퇴를 한다.
창을 쫓던 그는 땅바닥을 후리면서 오뚝 섰다. 그순간 엉덩이가 화끈한다. 불젓가락이 지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로 짜빠진다.
“아이쿠 주지님!”
노란 장삼을 입은 자들은 우르르 주지를 구한다.
“네 이놈들 내가 인정을 베풀어서 목숨은 살려주었으니 어서 가라!”
“우리 주지의 원수를 갚자!”
그들은 떼거지로 비로봉에게 달려든다. 대문 밖은 졸지에 비명이 나고 고함이 터진다.
졸개들은 대문 밖으로 내달린다.
노란 장삼을 입은 자들은 사명씩 삼명씩 달려든다. 졸개들은 그들을 향해 장검을 휘두른다. 그들의 장검은 인정이 메말랐다.
“이놈 새끼들 살려주니까 어디서 까불어!”
“노란 땡초들을!”
“이런 쓰레기들은 살려 둘 필요가 없다!”
헛간 앞에 무릎을 꿇은 자들은 서로 눈을 맞춘다.
그리고 앉은채로 대문 밖을 향해 뛴다.
그들의 발은 대문턱을 밟는다.
그찰나 그들을 향해 칼바람이 불었다. 그들은 대문 밖으로 뛰었다. 그들의 몸은 나뒹군다. 그리고 꿈틀 꿈틀하고는 멈춘다. 장삼은 붉게 염색이되고 있다.
소두목은 칼을 엇비슷하게 들고 대문 앞에서 그들을 보며 노란 옷들을 지켜본다.
날은 밝았다.
아낙은 노란 장삼입은 자들이 칼에 맞아 피를 흘리며픽픽 쓰러지는 것을 하나하나 지켜본다.
그때마다 그녀는 천필주륙(天必誅戮)하며 소리없이 지껄인다.
그리고 두주먹을 힘껏 쥔다.
상도는 그녀를 보고는 생각한다.
‘저 노란 옷을 입은 자들이 이 동네를 쑥밭으로 만들었나 보군.....
나는 인명이 상하는게 싫어서 칼바람이 일지 않기를 바랬는데......
이게 사람 맘대로 안되는 일이군.....
그렇지 않고는 저 여인네가 저런 모습이 아닐게야.......
악인은 하늘이 죽인다고 하는데.......
제발로 와서 피값을 값는구먼......
그러니까 악인을 시켜 악인을 제거하는 모양새인데.......’
그는 멍석 가운데 서서 그녀를 보며 대문 밖을 지켜본다.
대문밖은 악악 소리가 계속된다. 노란 장삼 금강주지의 제자들은 마약을 먹은 사람처럼 죽는 걸 모르고 덤벼든다.
마당과 한길은 빨강이 진하다 못해 검은색을 띠고 팥죽이 끓는 것 같다. 계속 시뻘건 피는 사람 몸에서 뿜어져 쏟아지고 있다.
“으아악! 악! 으악! 악!”
비명소리는 죽는 놈이 악인이라고 스스로 고백하느라 악악거리며 쓰러지고 죽기로 작정하고 달려든다.
해가 산봉우리 위로 올라오며 아침 햇살을 뿌린다.
때 맞추어 악악 소리도 그쳤다. 수백필의 말들은 한길 옆에 골목 길에 밭떼기에 코를 불고 있고 풀을 뜯고 있는 것도 있다.
졸개들은 또랑물에 신발을 씻고 칼을 씻고 손을 씻는다.
졸개들은 헛간에서 재를 퍼다가 마당에 뿌린다.
그리고 흙을 파다가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넓이만큼 피덮인 한길을 덮는다.
상도는 피비린내를 견디느라 얼굴을 조금 찡그리고 있다.
졸개들은 헛간 앞에 일열로 도열한다.
두령은 그들에게 다가간다.
“경례!”
소두목의 구령따라 졸개들은 고개를 숙인다.
“수고 했다! 이제 아침을 먹도록 하자!”
두령은 부하들에게 치하를 한다.
“예!”
그들은 대답과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제가 아침을 하겠어요!”
“고맙소!”
“우리 동네 사람들의 원수를 갚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것들이 죽으려고 달려들어서....”
“그놈들이 무고한 동네 사람들을 죽이고 잡아간 놈들입니다!
재물만 빼앗아 가지 않고 어린아이 노인네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을 칼로 난도질을 해서 죽인놈들이라구요! 그러니 하늘이 무심치 않으시지.......하나님이 반드시 악인을 죽이는 걸 보았어요!”
“그렇군요!”
상도는 말참견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우리도 착한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사람들인데......”
두령은 조금 멋적게 말한다.
“그래두 우리 동네 원수를 갚아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말을 하며 부엌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마당에서 밥을 먹는다.
상도와 두령은 겸상을 했다. 그들은 보리밥을 게눈 감추듯 한다.
상도는 비위가 상해 겨우 사발의 절반만 먹고 밥을 남긴다.
“고수께서는 식사를 못하시는군요!”
“아, 많이 먹었소!”
“이렇게 무지막지한 꼴을 보시니 그러시겠지요!”
“조금은 그렇소만!”
“고수께서는 인정이 많으셔서 살생을 못해보신분 같습니다!”
“그렇게 보이오!”
“검을 모르고 학문만 연구하시는 분으로 보이십니다.”
“검에도 도가 있다고 하지 않소!”
“예.”
“말인즉 사람들은 도가 있다고 하지 않소! 그러니 그 검도라는 말을 찾기 위해서는 학문을 하기 마련이 아니겠소!”
소두목 이하 졸개들은 상도와 두령의 대화에 귀를 귀울인다.
“두령은 검도가 어느 경지에 도달하면 검도, 곧 무도를 이룬 것으로 생각하시오? 그러니까 십팔반 무예 모두를 말하는 것이오!”
“고수께서 물어오시니 제가 들어본 것을 말씀 올리리다. 검도나 궁술이나 한가지에 정통하면 모든 무기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들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대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경지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뜻대로 무기를 사용한다면 의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려!”
“사람들이 그렇게 말들은 하고 있지만 한낱 희망 사항이라 그렇게 봅니다.”
“내몸도 내뜻대로, 내가 든 무기도 내 뜻대로 움직인다면 가히 무도의 길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그려!”
“저는 상상도 아니 됩니다!”
“혹시 활인 검이다 하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금시초문입니다!”
“같은 말인데 활검이란 말은 들어보셨습니까?”
“그말 뜻도 모르겠습니다.”
“두령이 겸사의 말씀을 하는게 아니오?”
“아닙니다!”
졸개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스런 눈망울을 디룩거린다.
“활검이란 뜻은 검이 사람을 살린다는 말이라오!”
“고수님!”
“예.”
“용서하시고 가르쳐 주십시오! 칼로써 사람을 쳤는데 사람이 살아난다 그말이십니까?”
“그렇다고 합니다!”
“태고부터 검법이 내려오고 구전되어 왔지만 금시초문이군요!”
소두목과 졸개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벙벙하게 놀라버린다.
그들은 뒤집어 생각한다.
저 젊은 놈이 우리들을 모두 바보 천치로 취급을 한다고 생각해 버린다. 사내 자식이 목이 잘라질지언정 놀림을 받을 수는 없다고 분해하는 졸개도 있다.
“이 애송이야!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게 재미 있냐?”
“야, 이새끼야! 사람을 놀리면 못써!”
“네 놈이 얼마나 쎈지 한판 붙자!”
졸개들은 말을 하며 벌떡 일어난다.
“너희들 가만 못있어!”
두령은 부하들을 꾸짖는다.
“내버려 두구려!”
“죽을 죄를 졌습니다!”
두령은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한다.
“사내 자식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어린 놈이 고수, 고수 하니까 사람을 바보로 목욕을 시켜!”
“그래 한 번 살아볼란다! 활검 맛좀 볼란다.”
“당신들 무엇을 오해 한 것 같소”
“웃기지 말어야!”
“나도 활검을 몰라서 활검을 찾으러 길을 나선 것이오!”
“까불지 마! 이 짜식아!”
“야, 이 쌍놈 새끼들아! 내가 너희를 무서워해서 변명하는 줄 아냐?”
상도는 계속 욕을 먹자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의 말소리에는 그들을 찔끔하게 만드는 약이 쳐진 것 같다.
졸개들은 잠시 멍해 진다.
“좋은 말로 해서는 말이 안 통하는군! 노란 땡초들을 잡더니 간덩이가 부은게로구나!”
그들은 상도를 향해 이판 사판으로 공격을 하려 작심을 한다.
“내가 제안을 하마! 그런 다음에 우리 승부를 내자!”
“좋다!”
“우선 밥상부터 내가라! 그리고 여기에다 짚단을 한묶음 세워라! 짚단 굵기는 팔뚝크기로 묶어 세운다. 그리고 너희가 먼저 칼로 베어라! 그러나 짚단은 원형대로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짚단이 잘라지면 너희가 진 것이다.”
졸개 하나는 헛간으로 달려가 짚단에서 짚을 한주먹 뽑는다. 그리고 여러번 묶는다. 짚단을 다섯 개를 만든다. 그리고 멍석 중앙에 한묶음을 세워 놓는다.
“태고적부터 검쓰는 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이런 경우 처음 보는데....... 짚단을 베어버리는 시합은 있어도 이건 정 반대인걸....”
그들은 중얼거리며 밥상을 부엌으로 내간다.
“칼날로 치는 걸 말하시오!”
졸개들은 생전 처음 듣고 당하는 일에 기세가 꺾여 혓바닥부터 졸지에 부드러워졌다.
“그렇다! 너희가 노란 장삼 입은 자들을 죽이듯이 칼질을 하라!”
졸개들은 짚단을 내려다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너희가 나에게 욕을 하며 이판사판이다 한 각오는 어디로 갔냐?”
졸개들은 우물쭈물한다.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라!”
두령은 무릎꿇은채 호령을 한다.
졸개들은 짚단만 내려다 본다.
“오늘부터 나는 네놈들과 결별이다. 싸가지없는 놈들!”
“...........”
“네놈들이 나를 두령이라면서 고개 대접하는거냐? 더러운 새끼들!
네놈들과 같이 다녔다가는 내가 명대로 못살겠다.”
“...........”
“나이만 처먹으면 어른이냐? 그게 두령 대접을 하는거냐?”
“.........”
두령은 무릎을 꿇은채 호령을 한다.
“엣퇴!”
두령은 더럽다고 침을 땅바닥에 내뱉는다.
“두령! 너무 노여워 할게 없는 것이요!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요!
그리고 두령의 부하들은 두령을 내가 무시한다고 보기 때문이요!
요는 지식의 교류가 안되기 때문인 것이요! 기분이 나쁘겠지만 수준이 비슷해야 오해가 없는 것이요! 내가 그들에게 검도를 보여 주지 못했으니 그런 것 아니겠소?”
그는 빙긋 웃고는 말한다. 그리고 두령에게 손을 내민다.
두령은 칼을 끌러 두손으로 상도에게 칼을 건네준다.
두령을 보는 졸개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두령은 내 마음을 읽고 있구려!”
“죄송합니다!”
“내가 불쑥 손을 내밀 때 차고 있는 칼을 꺼내 줄 수 있다는 것은 내 마음을 읽은게 사실 아니오?”
“그거야 상식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시범을 보일테니 보시오!”
상도는 짚단 앞에 섰다. 졸개들은 뒤로 물러나 상도를 지켜본다.
“당신들의 칼솜씨가 어떻다는 것은 내가 알지! 비교하라구! 이거 가지고는 약하니까 짚단 큰 것을 다섯 개 가져와봐”
졸개 두명은 헛간으로 가서 커다란 짚단을 가져다 한단을 중앙에 세운다. 상도는 담밑으로 걸어가 몽둥이를 주워들고 짚단 앞에 섰다.
그리고 몽둥이로 짚단을 수평으로 천천히 밀어버린다. 짚단 하단은 미동도 않고 있다. 짚단의 중간은 잘라져서 무토막처럼 되어버린다.
두령과 부두목 소두목은 눈을 있는대로 뜬다.
“야......”
졸개들은 소리도 못내고 입을 벌리고 있다.
“짚단을 다시 세워라!”
“잘봐라!”
그는 한마디 했다.
“이 짚단 치워!”
상도의 말따라 졸개가 짚단을 잡는다. 그러자 짚단은 졸개가 잡는대로 허물어져 버린다.
“아니.......”
“언제..... 미동도 안했는데.....”
그들은 홀린 눈이 되었다.
“빨리 치워!”
상도는 조금 크게 말한다.
졸개들은 멍석채 들고 가 잿간에 버린다. 그리고 서둘러 멍석을 다시 마당 가운데 깐다.
“작은 짚단 세워!”
졸개는 작은 짚단을 세운다.
“잘 봐! 딴소리 말고!”
상도는 말을 하며 칼을 뽑는다.
그리고 그는 짚단을 45도 각으로 내려친다.
두령과 졸개들은 상도가 자기들보다 조금 느리게 칼질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짚단은 칼따라 넘어진다.
졸개들은 수수께끼를 못 풀어서 끙끙대는 얼굴을 하고 있다.
“이제 너희들 차례다! 짚단 세워!”
상도의 명령에 졸개가 작은 짚단을 세운다.
“하나씩 나와서 칼질 해 봐라! 이 짚단이 잘라지지 않게 해 봐라!”
졸개들은 주춤거린다.
“짚단 큰 것 세워!”
짚단 큰 것을 세웠다.
“일도 양단을 해보라!”
졸개 하나가 칼을 휘두른다.
짚단은 수평이 아닌 경사를 이뤄 짤렸다.
“그렇게 하면 되는거야! 그러나 아직 수평은 이루지 못했다! 내가 칼로 쳤으나 잘라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게 보라!”
“큰 짚단을 세워라!”
“천천히 할테니 보라!”
상도는 다시 칼을 뽑아든다 그리고 수평으로 칼날을 짚단에다 갖다가 댄다. 칼과 짚단의 거리는 세치정도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칼이 짚단에 닿지도 않았는데 짚단은 밀려나는게 아니라 밑둥이 땅에 붙어 있는채 넘어지기 시작한다.
“야.....!”
부두목과 소두목은 칼등으로 쳤기에 작은 짚단이 넘어지고 베어지지 않았다고 속였다고 생각을 했던게 부끄럼이되어 얼굴로 기어올라왔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을 검붉게 만든다.
그들의 눈은 마술을 보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그리고 넋이 들랑거려 혼란스럽다고 멍해 있다.
상도는 칼을 칼집에 넣는다. 그리고 두령에게 돌려준다.
“저희들이 눈이 멀었습니다!”
부두목 이하 졸개들은 강아지 눈을 떴다고 무릎꿇어 머리를 조아린다.
“일어나라! 내가 너희들에게 사죄 받으려고 검도 보인게 아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두령말도 안듣는 놈들이.... 너희끼리 장유유서도 없는 놈들이 용서하라니 웃기는군”
“죽을 죄를 졌습니다!”
“나는 너희와 아무 상관 없어! 너희가 알았으면 됐어! 서로 제 갈 길을 갈 것인데 무슨 용서냐? 예의도 모르는 놈들이 무슨 얼어죽을 의적이냐? 어서 여기서 꺼져!”
상도는 냉갈스레 말을 하고는 부엌쪽으로 걸어간다.
“아주머니!”
상도는 아낙네를 부른다.
잠시후 아낙네는 대답을 한다.
“이제 출상을 하십시다!”
“네!”
아낙은 안방문을 열어제낀다.
두령이 날래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꺼적으로 시신을 감장한다.
“들것은 어디에 있소?”
“아직 만들지 못했어요!”
상도는 아낙의 말을 듣고 안방을 나간다.
마당으로 나온 상도는 집안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대문 밖을 내다 본다. 그는 수레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수레를 살펴본다. 그는 한길로 걸어간다. 말 한필을 잡아 끌고 수레쪽으로 다가간다. 그는 말에게 수레를 붙들어 맨다. 그는 말의 고삐를 잡아 수레를 대문앞에 세웠다. 말의 고삐를 대문 고리에 붙들어 맨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수레를 준비했소!”
그는 마당에서 안방을 향해 말한다.
“알았습니다!”
잠시후 두령과 아낙은 감장한 시신을 이불로 싸서 마주 들고 안방을 나온다. 이불은 세 번을 묶었다.
아낙은 눈물을 흘리며 두령을 따라 나온다.
“내가 들겠소!”
상도는 아낙에게 말한다.
“제가 들겠어요!”
상도는 한쪽 이불 자락을 잡으려 한다.
“내 남편을 제가 모셔야지요!”
그녀는 울먹이며 말한다.
상도는 도와주려다 멈칫한다. 그리고 물러선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마지막으로 남편을 운구하는 일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시신을 수레에 실었다. 그리고 새끼줄로 수레에 붙들어 맸다. 상도는 말의 고삐를 잡는다.
“제가 잡겠습니다.”
두령은 상도에게 고삐를 넘겨 달란다. 두령은 상도를 따라가며 말한다. 상도는 말고삐를 넘겨주려다 멈칫한다.
“참 깜박 잊을 뻔했소! 두령은 집에 가서 가레와 삽을 가져오시오!”
“예.”
두령은 집으로 달려간다. 상도는 수레를 세우고 두령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그리고 잠시후 두령은 가레와 삽을 가져와 수레에 실고 붙들어 맸다.
상도는 수레를 한길까지 끌고 나온후 말꼬삐를 두령에게 건네준다.
상도는 두령의 뒤에서 걷는다. 아낙네는 수레곁에 서서 걷는다.
수레는 한길을 돌아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때다.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상도는 소리나는 남쪽을 바라본다.
남쪽 하늘에 티끌이 날리는 것을 발견한다.
“아주머니는 수레를 타시오!”
“저는 걸어 갈거예요!”
“천천히 걸어갈 시간이 없습니다!”
“누가 우리를 어떻게 하나요?”
그녀는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짓는다.
“그건 모르지만 어서 묘지에 남편을 안장해야지요!”
“........”
“두령! 빨리 가는게 좋을 것 같소!”
“고수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이랴!”
두령은 말고삐를 늦추며 고삐로 말의 배를 갈긴다.
말은 달리기 시작한다.
수레는 계속 삐거덕거린다. 상도는 걸음을 빨리한다.
아낙네도 걸음을 빨리한다. 뜀박질을 한다.
아낙네는 얼마 못가 허둥거린다. 숨을 몰아쉰다. 그녀는 수레를 따라가지 못한다. 상도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두령 잠간 멈추시오!”
수레가 멈췄다.
두령과 상도는 그녀가 다가 오기를 기다린다.
아낙네는 얼굴이 시뻘개져 어깨를 들먹인다. 걸음을 겨우 띄엄띄엄걷는다. 그녀는 한참만에 수레를 두손으로 잡는다.
“어서 앞으로 타시오!”
상도는 급하게 말한다.
아낙네는 입이 부어올랐다. 그녀는 할 수 없어 올라탄다.
그녀의 얼굴은 화가 잔뜩 올랐다. 그녀는 숨을 고르느라 아무 말을 못하고 있다.
“저!....”
아낙네가 무슨 말을 하려한다.
“우리도 타고 빨리 갑시다!”
두령은 말등에 올라탔다. 상도는 수레 뒤에 걸터앉는다.
“이랴!”
두령은 말엉덩이를 고삐로 갈긴다.
말은 두발로 뛴다. 수레바퀴도 말따라 먼지를 일군다.
수레는 동네를 막 벗어났다.
그런데 예상 못한 일이 전면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란 장삼을 입은 자들이 길을 가로 막고 서서 있다.
머리에는 홍색 두건을 쓰고 있다.
“멈춰라!”
맨 앞에 있는 자가 소리친다. 그는 쇠몽둥이를 집고 섰다.
수레는 그들의 앞에 멈춰 섰다.
“어디로 가냐?”
“우리는 북쪽 산기슭에 간다.”
“무엇하러 가냐?”
“장사 지내러 간다.”
“장사를 지내러 간다는 놈이 도망치듯이 달리냐?”
“시간이 없어서 빨리 가는 것이다!”
“어디 보자!”
“시신에 무례를 해서는 안된다.”
“내 남편의 시신이에요!”
아낙네는 떨면서 말한다.
“그래?”
그는 쇠몽둥이로 검은 이불을 들추어본다.
“거적을 열어봐!”
“남편 시신이에요!”
“고년 말이 많네!”
“내가 이걸로 박살내기 전에 열어 이년!”
아낙네는 사시나무 떨듯한다.
“이것 보시오! 우리는 장례를 지내고 빨리 가야 합니다! 그러니 길을 비켜 주시오!”
상도는 점잖케 말을 한다.
“그렇게는 안돼!”
“그렇게 안될수 없지!”
“두령은 수레를 끌고 나를 따르시오!”
“이새끼봐라!”
“네 놈이 뭔데 길을 막고 그래?”
상도는 쇠몽둥이 든 자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레 철장을 잡는다. 그리고 철장을 넘겨받는다. 그런데 철장 잡은 두손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의 얼굴은 샛노래졌다.
상도는 수레 앞을 걸어간다.
수레는 그의 뒤를 따라간다.
“멈춰라!”
“까불지 말고 비켜!”
“이새끼가!”
“장사지내러 간다는데! 예의도 없는 놈들 아녀!”
“네놈들을 여기서 장사지내 주마!”
그는 싱긋이 웃으며 천천히 다가온다.
“네놈들이 숫자만 믿고 행패를 하냐?”
“저 놈들은 우리 동네를 망친 놈들이에요!”
아낙네는 상도의 모습을 보고 떠는 것을 떨쳐 버리고 소리친다.
“그래요! 동네를 망친 놈들이 이곳에 왜 또 왔지요?”
“보나마나 금붙이 금불상 금반지를 노략하러 온거지요뭐!”
상도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놈들이 어디서 당한 모양 같기도 합니다.”
두령은 오늘 아침 부하들이 노란 옷 입은 자들을 죽인 것을 그렇게말한다.
“그래 우리가 이동네를 조졌다! 그걸 아는 놈은 모두 죽어야 하느니라!”
그는 말을 하며 장검을 들고 달려든다.
그때다.
“멈춰라!”
“우리 두령을 해치 말라!”
장검을 든자가 외치는 소리에 멈칫하고 바라본다.
말을 탄자 십여명이 달려든다
“어서 오너라! 이놈”
붉은 두건을 쓴 자도 마주 호통친다.
붉은 두건 쓴 자들은 일렬로 한길을 막아섰다.
소두목과 졸개들은 말등에서 날아내린다.
그리고 상도 앞을 가로 막아 그들과 마주 섰다.
“나이를 처먹은 것들이 어린 것을 두령두령 하는구나!”
“이놈아! 아가리 닥쳐라!”
창을 든 졸개가 말과 동시에 장검든 자의 가슴 한복판을 노리고 내지른다. 창과 검이 부딛는 소리가 쟁쟁거린다.
창과 검은 다섯 번을 부딪쳤다가 떨어진다. 두사람은 동시에 놀란다. 그리고 다시 맹렬하게 달라붙는다. 또 다섯 번을 찌르고 다섯 번을 막는다.
“이 놈!”
“이 놈!”
그들은 똑 같이 외치고 찌르고 갈긴다. 그들은 창과 검이 보이지 않게 싸우나 승부가 나지 않는다.
“이놈 내칼을 받아라!”
붉은 두건을 쓴 자가 협공을 하러 덤빈다.
“어딜!”
졸개가 칼을 들고 그를 맞는다.
그들도 승부가 날 기미가 없다.
졸개들과 두건 쓴 자는 일대일로 싸운다. 잠시 지켜보던 두건 쓴 자들은 두명씩 달라 붙는다. 소두목이 협공하러 나선다. 두건 쓴 자 삼명이 달겨든다. 지켜보던 두령이 협공하러 나선다. 그러자 두건 쓴 자 삼명이 달겨든다. 두령에게 덤빈 삼명이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두건 쓴 자 삼명이 두령에게 합공을 한다. 두령은 6명과 싸운다. 그러자 맞수처럼 보인다. 잠시후 소두목은 두건 쓴 자 삼명을 조금씩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두건 쓴 자들 삼명이 소두목에게 추가로 달겨든다. 그리고 두건 쓴 자 삼명이 두령에게 추가로 달겨든다.
상도는 싸움판을 계속 지켜만 본다.
승부는 좀처럼 쉽게 나지를 않고 있다.
아낙네는 초조하고 두려워 다시 벌벌 떨고 있다.
붉은 두건 쓴 자들은 기세가 오르고 있다.
두령과 졸개들은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붉은 두건 쓴 자들을 지휘하던 홍의 쪼끼를 입은 자가 갑자기 휘파람을 길게 분다.
그러자 한 떼의 사람들이 북쪽산 방향에서 달려온다.
그들은 발이 보이지 않게 달려온다. 그들의 뒤로는 흙먼지가 하늘을 덮을 듯이 일어난다.
상도는 그들을 흘긋하고는 다시 서쪽을 바라본다. 서쪽에서도 한 떼의 군마가 달려오고 있다.
‘남쪽에서 오던 자들이 서쪽에 가서 저희 동료의 죽음을 확인하고 이곳으로 오는거겠지...... 북쪽에서 오는 자들도 이것들 보다는 무공이 고강하겠구먼!....... 오늘은 어쩔수 없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것인가? 팔 하나씩 부러뜨려야..... 조끼 입은 자를..... ’
그는 급하게 상황 판단을 한다.
“멈춰라!”
상도는 크게 외친다.
장내는 금방 싸움을 멈춘다.
“두령에게 모이라!”
졸개들은 상대를 버리고 수레쪽으로 쫙 모였다.
“빨간 조끼야! 나하고 한판 하자!”
상도는 조끼 입은 자에게 도전을 한다.
“네가 두령이냐?”
“오냐!”
“네가 죽고 싶어 안달을 하는구나!”
빨간 조끼 입은 자는 상도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한다.
“나이 먹은게 무서운게로구나!”
“어린 놈이!”
“입만 살아서 싸우라고 시키기밖에 못하는 놈이구나!”
“저놈의 주둥이를 비벼놔라!”
두건을 쓴 자들은 철장을 보고 냉큼 덤비지 않는다.
“비겁한 놈! 무공도 없는게 졸개만 죽으라고 하는 못된 놈!”
“내 이놈을 그냥!”
“오너라! 입만 살은 놈아!”
“이놈! 내가 요절 내 주마!”
“날래 오라! 겁쟁이! 한꺼번에 덤벼라!”
“이런 죽일놈이!”
“네놈들은 기운이 입으로만 다 올랐구나!”
두건을 쓴 자들은 약이 잔뜩 올랐다.
그들은 상도의 놀림에 못 참고 앞다투어 달겨든다.
“두령은 여자와 수레를 지키시오!”
상도는 작게 말한다.
“예!”
말을 마친 상도는 철장을 들고 걸어간다. 그의 걸음걸이는 싸우러 가는 사람의 모습이라 할 수 없게 아주 자연스럽다.
앞장서서 달려드는 칼든 자가 철장과 가볍게 부딪친다.
곧이어 쨍! 한다. 뒤이어 아악! 소리가 나며 칼이 땅에 떨어진다.
칼 두자루가 연속 부딪는다. 아악! 소리를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지른다. 쨍쨍! 아악! 쨍쨍! 아악! 쨍쨍쨍! 아악! 소리가 범벅이 되어 사람들의 귀를 때린다.
칼은 철장에 한순간에 달라붙었다 떨어졌다고 생각하게 한다.
조끼 입은 자는 철장을 들어 수평으로 들어오는 철장을 부딪친다.
그와 동시에 단말마의 비명을 더 크게 지른다.
그리고 이빨을 으드득 소리가 나게 깨물고 낑낑댄다.
두건 쓴 자들은 이마에 땀방울이 솟아 볼따귀로 흐르고 있다.
그들은 오른팔을 축 늘어뜨리고 섰다.
“너희가 이 큰동네를 쑥밭으로 만들었냐?”
“.........”
“너희들이 했다는 걸 알고 있는 증인이 있다. 사람들을 씨도 안 남기고 모조리 죽이다니! 네놈들이 이 큰 동네 사람들을 심판했냐?”
“.........”
“죽일놈들! 장사 지내러 간다는데두 못가게 하는 비정한 놈들...”
“.......”
“내가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상도의 말이 끝날 무렵 두건 쓴 자와 조끼 입은 자와 청색 두건을 쓴 자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도착한다.
그들은 동료들의 안색을 살핀다.
두건을 쓴 자들과 조끼 입은 자는 고통을 참으며 청색 두건을 쓴 자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먼지를 일으키며 노란 장포를 입은 자들이 서쪽에서 도착한다.
“네 놈들은 누군데 내 부하들을 이렇게 만들었냐?”
청색 두건을 쓴 자는 우렁찬 목소리로 상도의 뒤에 서 있는 두령을 보고 말한다.
“나는 정의의 사나이니라!”
“우라질 놈!”
“네 놈의 정체는 무엇이냐?”
“나는 황색당이니라!”
“그 잔인무도하여 천인이 공노하는 악귀 집단이구나!”
“저저..... 저놈을 잡아라!”
“예예! 당수님!”
붉은 조끼 입은 자가 허리를 굽혀 대답한다.
“저놈을 단칼에 죽여라!”
두령은 소두목에게 명령한다.
칼과 칼이 부딪친다. 그리고 떨어진다.
조끼 입은 자의 옷소매가 조금 베어졌다.
칼이 다시 부딪친다.
옷소매가 찢어진 곳이 또 찢어진다.
“안되겠다! 다 나가서 저놈을 죽여라!”
칼이 또 부딪친다. 그리고 떨어졌다.
“아악!”
조끼 입은 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털석 주저앉는다.
그의 허벅지에서는 피가 솟는다.
조끼 입은 자 다섯명이 달려든다.
소두목은 그들을 맞는다. 조끼 입은 자가 칼로 소두목을 공격한다.
바로 그순간 주먹만한 돌멩이가 조끼 입은 자의 면상으로 날아든다. 그는 돌을 피하려 고개를 옆으로 튼다.
소두목의 칼은 그순간을 파고든다.
조끼 입은 자는 ‘억’ 소리를 내며 자빠진다.
이어 달겨드는 자는 돌멩이에 이마를 정통으로 맞고는 벌렁 자빠진다. 조끼 입은 자들은 어리둥절한다.
그순간 소두목의 칼은 그림자처럼 조끼 입은 자를 그어버렸다.
아까와 달리 돌멩이는 ‘팽’ 소리를 낸다. 돌멩이 소리는 남은 자들의 정신을 흩으러 놓는다.
이어 소두목의 칼은 칼바람을 일으킨다.
돌멩이는 소두목의 칼을 맞으러 나오는 칼든 손목을 갈겨버린다.
소두목의 칼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나왔다.
그리고 돌멩이 하나는 조끼 입은 자의 허벅지를 갈긴다.
그리고 돌멩이는 다시 칼든 자의 옆 이마를 갈긴다.
돌맞은 자는 ‘쿵’ 소리가 나게 옆으로 자빠져 버린다.
잠깐 동안에 고수 다섯명이 쓰러져 버렸다.
“이런 주릴할 놈을 그냥.....”
청색 두건 쓴 자는 철장을 들고 소두목에게 달려든다.
돌멩이가 ‘쌩’ 소리를 내며 그의 면상을 갈긴다.
그는 철장으로 돌을 막는다. 소두목은 그순간 번개 같이 후려친다.
청색 두건 쓴 당수라는 자는 급히 후퇴하여 소두목의 칼을 피한다.
돌멩이는 그의 후퇴할 것을 예측했다고 그의 귀를 갈긴다.
그는 허리를 구부려 돌멩이를 피한다. 당수의 입에서 ‘헉’ 소리가 나오고 만다. 돌멩이는 연속으로 날아든다. 당수는 돌멩이를 피하느라 전전긍긍한다.
“이놈아 돌멩이 맛이 어떠냐?”
“어느 놈이 숨어서 장난치냐?”
“이 돌맛을 봐라!”
당수는 소리나는 방향을 찾으려 든다.
돌멩이는 그리 빠르지 않게 그에게 달려든다.
그는 철장으로 돌멩이를 받아친다. 소두목은 그순간을 노린다.
돌멩이는 회전을 하며 철장을 비켜난다. 그리고 그의 정강이를 찍는다. 곧이어 돌멩이는 당수의 손목을 갈긴다.
“어딜”
그는 조소를 하다 얼굴이 붉게 물든다.
그때 소두목의 칼은 아주 빠르게 그를 후려친다.
그의 왼쪽 어깨에서는 피가 솟는다.
“이런 죽일 놈!”
“싸움은 나이로 이기는게 아니니라!”
소두목은 다시 칼바람을 일으켰다.
당수는 소두목의 칼을 막으며 일격을 가하려 한다.
돌멩이는 그걸 알고 있다고 하듯 그의 허벅지를 파고든다.
“이런....치....”
당수의 발은 전진하려다 갑자기 후퇴를 하느라 균형을 잃었다.
당수는 비틀거리며 뒤로 내뺀다.
돌멩이는 당수의 뒷퉁수를 가격한다.
당수는 엎어진다.
“당수를 구해라!”
“당수를 구해라!”
“원수를 죽여라!”
붉은 두건을 쓴 자들은 우루루 소두목에게 덤빈다.
노란 장포를 입은 자들도 달려든다.
난전이 벌어졌다.
돌멩이를 손가락으로 튕기던 상도는 철장을 들고 소두목을 에워싸 공격하는 그들에게 뛰어든다. 그리고 철장을 수평으로 밀어낸다. 철장은 그들의 몸에 닿지도 안았다. 칼과 부딪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칼은 그들의 손아귀를 빠져땅으로 떨어진다. 곧이어 노란 옷 입은 자와 두건을 쓴 자들은 맥없이 땅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얼굴을 있는대로 찡그린다. 그들은 하나처럼 칼을 들었던 손아귀가 찢어져서 피를 흘리고 있다.
차한잔 마실 시간이 흘렀다. 황색당들은 모두 땅에 주저앉았다.
졸개들과 두령과 부두목은 다시 눈을 크게 떠 상도를 바라본다.
“야아!”
그들은 탄성을 지른다.
“저게 칼을 맘대로 쓴다는 것이구나!”
그들은 스스로 어린아이 수준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수고들 했소!”
상도는 두령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들은 말을 하는 상도를 바라보며 다시 놀란다.
상도의 표정은 같이 산책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다.
“여기는 두사람이 지키고 나머지는 어서 장사 지내러 갑시다.”
“예!”
“어서 갑시다.”
“예!”
두령은 마차를 다시 몬다.
시신을 안장한 그들은 잠시 무덤 옆 풀밭에 앉았다.
아낙네는 상도 앞으로 다가온다.
“참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공께서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장사도 못지내고.....”
“여기 있는 분들이 수고를 하였지요!”
“두령님과 두령님 수하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상도는 싸움터를 내려다본다.
‘여기와 싸움터는 지척인데 길이 막혀 이제야 장사를 지내다니.....
인간사는 예기치 못한다더니 맞는 말이군......
코 앞에까지 와서도..... 능력이 없으면 장사도 못지내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일도 이렇게 힘이 들다니.....’
“두령! 나는 저들을 모두 관청에 데려다가 벌을 받게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시지요!”
“부인! 성이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백리가 넘습니다.”
상도는 고개를 끄덕이다 두령을 바라본다.
“부하 두명을 성으로 보내서 사람을 시켜 고발을 하라고 하지!”
“예!”
두령의 대답은 탐탁한 표정이 아니다.
“두령의 의견은 다른 것 같은데 의사를 말해 보시오!”
“세상이 사방에 흉악한 무리가 많아서..... 그리고 관청에 있는 자들이 법대로 이런 살인마를 처벌을 할지도 의문스럽습니다.”
“그래요!”
“이자들이 뇌물을 먹이면 다 풀어줄겁니다.”
“이런 큰 동네의 사람들 수백명을 몰살시킨 죄를 범했는데 풀어주다니.....”
“뇌물을 먹이면 안되는 일이 없습니다.”
“별스런 관리들이군!”
“말도 마십시오! 반란을 일으켜서 나라를 어지럽힌 자들도 죽이지않고 풀어주는데요 뭐!”
“그러니 양민학살이 많은게로군!”
“나라 장래가 걱정스럽습니다.”
“그럼 저것들을 어쩐다....”
“할 수 없지요! 관청에다 일단 넘기고 봐야지요!”
듣고만 있던 아낙네가 한마디 거든다.
“악당들을 붙들어도 골치구먼!”
“고수님의 의향이 그러시니 모두 관청으로 압송토록 하겠습니다.”
“그래주면 좋겠소! 어쨌거나 악인은 처벌 받도록 해야 세상이 질서가 잡힐게 아니겠소!”
“일단 제가 가서 고발토록 하겠습니다!”
“두령이 직접 가시게요?”
“저밖에 갈 사람이 없습니다.”
“부하들이 있지 않소?”
“저는 부하가 없습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졸개들은 얼굴들이 홍당무가 되고 만다.
“아! 아까 초상집에서 부하들이 두령의 말을 안들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구려!”
“그때 저는 두령을 않하기로 선언을 했습니다.”
“의적단에서 탈퇴를 하셨다구요?”
“예!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저를 찾으실 일이 있으시면 석상나라 팔공산을 찾으십시오!”
“그러지요! 세상이 어지러운 때이니 이해가 갑니다.”
두령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하들은 두령 앞에 달려와 무릎을 꿇는다.
“저희들의 본심이 아닙니다!”
“두령님이 고수께 놀림 받는 것으로 착각하고 분해서 두령님의 수치를 씻으려고 고수께 죽기를 각오하고 그랬던 것입니다.”
“저희들이 고수님 속을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용서하십시오! 두령님!”
“용서하십시오! 두령님!”
“저희들이 두령님께서 고수를 한 눈에 알아보시는 것을 몰라서 그랬습니다. 죽여 주십시오!”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사죄를 한다.
“나는 두령을 맡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에게 이제부터는 두령이라는 호칭은 하지 말라!”
그는 단호하게 말을 하고는 뚜벅뚜벅 산을 내려간다.
그리고 말에 올라탄다.
그리고 서쪽 방향으로 달려간다.
“두명은 나를 따르라!”
소두목은 말을 하며 산을 뛰어 내려간다.
소두목과 졸개 두명은 말을 급히 타고 두령을 좇아간다.
“여기가 지형이 높아서 동서남북을 감시할 수 있으니 삼인은 남아서 사방을 감시 하는게 좋겠소! 단원들의 의향들은 어떠시오?”
상도는 졸개들에게 묻는다.
“좋습니다!”
“연락과 식사 준비는 나머지 사람이 하기로 하십시다.”
“고수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우선 다섯 사람은 아주머니를 댁으로 모시고 가는게 어떻겠소?”
상도는 부인을 바라보며 말한다.
“저는 집에 갈 생각이 없어요!”
“그럼?”
“집에 가서 있기도 무섭고 딴 곳으로 가려 해도....”
“딴 곳으로 가셔도 준비하실게 없으십니까?”
“옷가지 몇 개만 가져오면 되지만.......”
“어디로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외갓집으로 가서 살려고 생각 중이거든요!”
“그럼 이따가 관군 따라서 가시면 되겠습니다.”
“그때까지 여기만 있겠어요!”
“좋도록 하십시오!”
그들은 싸움하던 곳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식사 준비를 한다.
점심식사를 끝낸 그들은 보초와 임무교대를 한다.
저녁 시간이 다되어 관군 20명이 왔다.
관군은 그들을 쇠줄로 엮어서 끌고 간다.
아낙네도 관군을 따라간다.
상도는 관군이 떠난후 저녁을 먹고 의적들과 작별을 하고 관군이 떠나간 길을 따라서 보통 걸음으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