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아들 추천의 글

작성자
yeongbeome2
작성일
2024-07-13 22:05
조회
100
저자로부터 십여년이 되어서야 탈고했다는 소설의 교정을 부탁 받았다.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면서 교정보다는 어느 글 속에서도 만날 수 없는 독특한 내용 전개와 문체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 놓은 한삼내 마을에 나의 마음은 빠져 있었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꾸미거나 단장하지 않은 등장 인물의 한 사람 한 사람 개성을 극명하게 묘사한 순수함에 매료되어 나는 어느새 한삼내 마을의 입빠른 아낙네가 되어 웃고 있었다.
내 의사와 상관 없이 이 땅에 보내진 인생들은 역시 타의에 의해 순서도 없이 흙 속에 묻히는 윤공과 그의 딸 열이의 시신 앞에서 무엇을 만날수 있을까?
슬픔과 한을 삭이면서 인내하는 은부인의 넋두리는 언제쯤 상길이네 삽작문을 빠져 나갈수 있을까?
곧고 정직해서 하고 싶은 말은 한 웅큼도 담아두지 못하는, 그래서 이유 있는 고집으로 앞으로만 나아가는 상길이가 사랑스럽다.
이 시대에 콘크리트 바닥 위를 오토바이로 질주하며 컴퓨터 단말기 앞에 포로가 되어 내 곁에 있는 부모와 형제들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기가 쉽지 않은 아들과 딸들아!
병든 아버지의 소생을 간절하게 바라는 아들 상길이가 제몸의 살점을 날카로운 칼로 떼어낼 때 ‘찌르르’ 한 감동을 맛보아라!
그리고 가난하다고, 병들었다고, 남들보다 못하다고, 아니면 더 잘났다고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와 같은 인생이 제것인양 대롱대롱 매달려 살지 말고, 나를 든든한 아들이라고 사랑스런 딸이라고 불러주시는 내 아버지 내 어머니에게 감사부터 하라!
그러면 너의 피가 식어서 캄캄함이 둘러 싸기전에 상길이와 그 가정에 찾아오신 참빛되신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분명히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소화한 독자들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새롭게 주어지는 오늘과 내일을 감사함으로 남기를 소원할 것을 확신한다.

1995년 9월 ‘아버지의 아들’을 읽은 독자가
이 호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