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아들 (EP7.후회)

작성자
yeongbeome2
작성일
2024-07-05 22:12
조회
20
디음 날, 아침 일찍 윤공은 동생의 집을 출발하여 한삼내의 자기의 집으로 향한다. 모처럼 왔다가 동생내 집에 왔다가 기분이 상하고 마음이 상하여 돌아간다. 윤공은 뻐스 창문을 내다보며 심호흡을 한다.
그는 초점 없는 눈으로 방황한다.
‘풀이 죽어 있는 것을 내가 너무 다그쳤지. 학교에는 잘 갔는지?...
나이를 먹어서 이젠 도시 생활을 할 수도 없고, 이럴 줄 알았으면 변두리에라도 나와서 앉았으면 이렇지는 않았을건데....
내가 생각이 모자라서...
6. 25 동란에 망하지만 안했어도 수복 후에 대전에 이사해서 살았으면 지금처럼 무기력 하지는 않았을건데. 동네 사람들이 붙잡지만 않았어두, 모르게 하고 시골을 떠나는건데. 내가 바보중에 멍청이야.
옛 어른들 말이 틀린게 없지. 제 집에서 제 자식은 못보면서 주막집 아궁이에 불 땐다구. 내가 그 꼬라지구먼. 젠장 맞을, 미련한 것만 담는 인생살이가 되다니. 자식에게 원망이나 듣게 생겼으니...’
그는 연산에서 내려자 터벅터벅 황룡재를 오른다. 땅에서는 더운 기운이 확확 치밀어댄다. 그의 등골에서는 땀이 생수가 터진 흉내를 낸다. 앞가슴 속에서는 땀을 끓이느라 지나간 일들이 주섬주섬 일어나 씨름을 해댄다. 패대기를 칠 때마다 윤공의 입에선 끙끙댄다. 그는 녹초가 되어 자기집 삽짝을 들어선다.
“일찍 다녀 오시네요.”
“응.”
“당신 어데 편찮으슈?”
은부인은 남편이 건성건성 대답하며 남방을 벗기가 바쁘게 마루에 쓰러지듯 드러눕는 것을 보고는 근심에 잠긴 소리로 묻는다.
“아니.”
“그럼 씻고 누워야지요. 일어나서 씻으세요.”
“그럴까?”
그는 그는 슬그머니 일어나 우물로 가서 씻는다. 은부인은 샘물을 길어주고 등을 밀어준다.
“당신 기운이 하나도 없는것 같이 보여요.”
“날씨 때문이야. 맥이 탁 풀리는게 난리도 뒷 난리가 무섭다더니 더위가 다 간줄 알았는데 오늘 혼이 나는구먼.”
“당신이 안색이 안 좋은데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두 있었수?”
“아, 글쎄, 그 녀석이 주는 돈을 모두 빵만 사먹었다구 써 놨길래...”
은부인은 대번 심드렁하여 덤비듯 토라진다. 그리고 뒷걸음친다.
“잘 하셨구랴. 심심하면 동생네 집에 찾아가 자식 매 타작이나 하구.
일거리 생겨서 좋겠수.”
들이대는 그녀의 눈엔
‘어처구니 없구나. 어쩜 저렇게도 미련할까? 저런이가 자식을 키우다니? 단순 호치가 있다더니. 어느 정도라야지.’
투덜대는 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달겨들어 미련을 뽑느라 윤공의 몸뚱아리를 밀고 당겨 열적게 만든다.
“아주 참, 잘 하셨규랴. 속이 후련하고 시원 하셨겠구랴.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 하는구랴. 미물도 제 새끼는 감싸고 도는건데...
내가 뭐랬수. 애초부터 말리니까. 시미한테 혼나고 쪽박 깬다니.
늦자식 하나 건져 가지고 형제간 사이에 집어넣고 씨앗에 목화씨 빼듯 하는 꼴이라니...
그것 하나도 복에 겨워서 넘치누먼. 나중에 잘되겠다. 우등갱이 꺾인 나무 자라는 것 보았남? 떫으면 시지나 말지. 애가 월사금 가질러 오면 삼촌 보고 달래라. 삼촌 놈은 벙어리가 되고. 그런 것들이. 자식 농사 잘 짓는다는 소리나 마시지. 동네 개가 웃겠다. 제 누이와 싸운다고 할 때부터 한심하다 했더니...
흰개 꼬리 황모 안돼. 당해두 싸지. 어린게 얼마나 애가 타겠어.
상길이에게 빵 사먹으라고 돈을 얼마나 줘 봤수? 한 번이라도 줘 봤냐구요. 그랬슴 집구석이 번창하게. 제 외삼촌이 몇푼 준 것을 가지고 기가 막혀서!
그애가 지금 점심이나 싸 가지고 학교 다니는 줄 아슈? 모르면 가만이나 있지. 자기네 그 알량한 우애 상한다구 말을 안 하니께 누굴 멍청이로 아는 모양이지.”
은부인은 싸개를 놓으며 안방 마루 쪽으로 걷는다. 그리고 걸터앉아 남편을 쥐어 짠다. 그녀는 입이 굳어지기 시직한다고 싸개를 놓는것 같다.
“제가 싫으면 굶는거지 별수 있나?”
윤공은 씻으면서 느슨하게 대꾸한다.
“저렇게 어두워 가지고, 쯔쯔. 먹게 해 줘도 굶어요? 당신 같으면 난리가 났어두 수십번 났을거유. 고추장 범벅을 하두 먹어서 이젠 석유 냄새가 진동한답디다. 어느 놈이 빵 한개 사주기나 했남. 누가 들으면 돈을 흔전만전 주긴나 한 것처럼 알겠네.”
은부인은 평소 그녀답지 않게 몹시 흥분하여 남편을 몰아세운다.
이제부터 부부 평등을 실천한다는 느낌이 들어 보이게 하는 것 같다.
대접도 가치가 있을 때만 대접해야 된다는 것으로 윤공은 새기고 듣는 모양이다.
“철이 들면 낫겠지. 낫겠지 했더니 제 버릇 개 못준다더니, 제애비 위해 수발든 여자가 고맙지. 제 장모가 아무리 좋기로 그럴수 있어?
장모한테는 ‘어머니 어머니’ 하고 서모한테는 푸대접 하는 것들에게 뭘 바라겠어? 처갓집은 좋고 내 살붙이는 싫고 정말 한심한 인생들 같으니...”
“고만 지껄이라니까, 어허!”
윤공은 도굿대로 천정 들이받는 소리도 못하고 잘못 했다는 말을 거머쥐고 놓을 자리를 찾느라 이리갔다 저리갔다 부산을 피운다.
그는 옷을 입으면서 아내의 눈치를 보는게 상추밭에 똥 싼 강아지 꼴이다.
“있는대로 긁어다가 윤수 갖다 줄 때부터 설더니만 자식 하나 있는거 이젠 공부시키기 글렀다 했어.”
그녀는 말끝을 잇지 못하고 울먹인다.
윤공은 아내가 내뿜는 열화에 주먹을 거머쥔 채 삽짝 밖으로 끌려 나간다.
딴때 같으면 고함을 쳐도 여러번 치고 손이 올라갔어도 한두번에 그칠 일이 아니었다. 그는 아내의 시선이 뜨뜻해서 점심상 차려 달라는 말도 못하고 들로 밀려 나간다.
“남편이라는 이는 만날 때부터 구박이더니 이날 입때까지 사람을 기도 못 피게 윽박지르기나 하고, 전생에 나하고 무슨 원수끼리 만나서 품앗이를 하는건가?”
그녀는 인생살이가 서럽기만 하다. 윤공은 논두렁 길을 걸으면서 곰곰히 생각한다.
‘예전과 달라. 많이 변했어. 말이 없던 여자가 눈물을 다 보이고 나에게 앙칼지게 굴다니. 내가 너무 등한히 했더니...’
동네 사람들은 은부인을 여중 남자라고 말해왔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죽을병이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눈을 뒤집고 이를 북북 갈아부치고 기절을 하여 남편, 시동생이 질겁하여 가까이 못갈 때 은부인은 이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간호를 하였었다.
그리고 시동생 하나가 염병에 걸려 죽을 때도 부모 형제가 무서워서 임종도 못할 때 그녀는 그녀는 시동생의 가는 길을 지켜 보았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나 운명으로 생각하고 피하려 하지 않았다.
죽고 사는 것은 사람이 맘대로 하는게 아니라 하나님이 목숨을 정해준 그날 까지는 어느 누구도 감히 빼앗지 못한다고, 죽는 일이 생기는 것은 하나님이 정해준 명이 끝나는 시간이 돼서 사람이 죽는다고 은부인은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그녀는 아들도 갓 낳아서 잃고 딸도 낳아서 죽이고, 아들을 키워 정을 쏟다가 죽었을 때도 울지를 못했고 울지를 않았다.
‘시아버지는 당신이 화가 나서 고함 질러대 손자가 놀라서 생병나 죽었다고 탄식하는데 나 서럽다구 어찌 두다리 쭉 뻗고 울겠느냐? 그런 복도 타고 난 사람이나 실컷 울어 응어리를 푸는거지...’
그녀는 체념하고 슬픔을 씻어내고 시압버지를 위로했었다.
‘아버님이 이러시면 제가 죄스러워요. 또 낳아 기르면 되지요. 사람 노릇 못할 놈이라서 그런가보다 하세요. 아버님 죄송스럽습니다. 한 번 더 기다리세요.’
남편이 술집으로 돌아 다니며 술로써 몸을 상할 때도
‘당신은 아직도 철이 안드셨구먼요. 어릴 때는 어리다구 어린양 하고 커서는 컷다구 제 난양이면, 부모는 어느 천년에 자식 둔 보람이 있겠어요. 우리는 젊어요. 내가 못 낳으면 또 장가 들어요. 남자가 왜 그래요.’
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