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전강 (EP6.은총)
작성자
yeongbeome2
작성일
2024-07-07 18:25
조회
86
10시가 아직 안된 시각이다.
숙희 엄마는 딸의 병실문 입구에서 몸보다 먼저 고개를 문안으로 들이민다. 그리고 딸이 누워 있는 곳을 들여다본다.
그녀의 눈은 밤사이 무슨 일은 생기지 않았나 하는 두려움이 배어나오고 있다. 침대를 바라보는 그녀는 눈에 보이게 두어깨가 동시에 크게 올라갔다 내려온다. 그리고 숨을 내품는다. 숨소리는 병실을 울리며 보호자들과 병든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그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그리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제로 가르친다.
숙희 엄마는 조금 안심한 얼굴이 되어졌다. 숙희 엄마는 한발짝 떼어놓아 병실 문턱을 넘는다. 그녀는 딸의 침대 앞에 섰다.
그리고 병실 안을 둘러본다.
병실 안의 보호자들은 그녀를 안됐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숙희 엄마는 엎드려 있는 딸을 다시 확인하듯 바라본다.
3명의 간호사들이 주사약을 수레에 실어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링겔주사를 놓아준다.
“주사를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은데 어쩌지!”
“딴 환자들은 간호사가 주사를 잘 놓아주는데 나는 매번 주사 맞기가 힘들어!”
“아줌마는 혈관이 잘보이지 않아서 그래요!”
“나는 주사 맞기가 겁이나!”
“혈관이 나빠서 그런 거에요!”
“여러군데 찌르지 말고 놔줘!”
간호사는 환자의 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야야! 아야!”
“참아요! 아줌마!”
“아야야! 아야야!”
간호사는 세 번을 찔렀다 뺐다를 했다. 그때마다 환자는 아야 소리를 발한다. 이번에는 손목 부근을 찔렀다. 주사 바늘은 엄지손가락이 시작되는 손목 부근의 두터운 가죽을 뚫었다. 그리고 혈관 속으로 주사바늘이 들어갔다. 주사약은 혈관 속으로 한방울씩 띄엄띄엄 들어간다.
간호사는 주사약이 제대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환자의 손목에 바늘을 고정시키느라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환자는 손목을 간호사에게 맡긴채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간호사는 찡그리고 있는 환자의 얼굴을 냉소 담은 얼굴로 바라본다.
그리고 말없이 병실을 나간다.
환자는 계속 끙끙댄다.
“갑자기 앓는 소리를 하셔요?”
얼굴 넓적한 보호자가 말한다.
“주사를 맞은 곳이 아리고 아퍼서 그래요!”
“주사 다시 놔 달라고 해요!”
“.........”
“간병하는 분은 안오나요?”
“점심때 지나야 올거에요!”
“인터폰으로 말하면 돼요! 아퍼서 주사 못맞는다고! 다시 놔달라고!”
“그럴게요!”
“의사고 간호사고 병원비 말고 와이로를 줘야 친절히 봐주는데 와이로를 안주면 그런다구요! 세상이 온통 썩어서! 어서! 내가 부를게요!”
얼굴 넓은 여자는 인터폰을 누른다.
“간호사실입니다!”
“여기 빨리 오세요!”
“네!”
“빨리 오세요!”
10여분이 지났다.
그녀는 화가난 얼굴로 다시 인터폰을 누른다.
“간호사실입니다!”
“여기 환자 야단 났어요!”
“알았어요!”
“빨리 오세요!”
“예!”
10여분이 지났다.
보호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병원은 망해야 될 병원이야!”
“외국 병원이 많이 들어오고 한국 의사와 간호사들은 병원에서 모두 쫓겨나야 한다고!”
“링겔약이 다들어갔다고 해도 와서 주사를 빼주기를 하나! 보호자가 몇번씩 간호사실에 가서 사정을 해야 겨우 와서 주사 바늘을 뽑아주니 이거 서러워서! 쯔쯔!”
“우리 나라 병원들이 환자가 오지 않는 시대가 되어야지!”
“대학병원은 모두 이래요! 너무나 불친절해요! 병원의 손님은 환자들인데 환자를 짐스럽게 여긴다니까요!”
“히포크라테스 선서니 하며 낯간지러운 사람들이예요!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지 말아야지 원!”
“개인병원에 입원을 해야지 여기 순향대학병원은 너무 불친절하다니깐요!”
“우리 나라 사람에게 히포크라테스의 말이 귀에 들어오나요? 그럴 것 같으면 우리 나라가 벌써 문화인 됐게요!”
“이제사 간호사가 와요!”
“하루살이 같았으면 간호사 구경도 못하고 죽었겠네!”
병실 입구에 쪼그리고 앉았던 보호자가 보초가 보고하듯 알려준다.
간호사가 오고 있다는 말에 웅성거리던 실내가 조용해졌다.
보호자와 환자들은 불만스런 눈으로 조용히 간호사를 지켜본다.
간호사는 손바닥에 꽂혀 있는 바늘을 뽑아 제대로 놓아주고 나간다.
침대에 엎드려 있던 숙희가 일어났다.
“좀 어떠니?”
숙희 엄마는 안스런 얼굴로 묻는다.
“걱정마 엄마! 오늘 퇴원하래!”
숙희 얼굴은 핏기가 조금 생겼다.
그리고 절망만 가득했던 눈이 싹이 움돋는 눈으로 변해 있다.
“퇴원을!”
숙희 엄마는 퇴원이란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의 핏기가 졸지에 싹 없어져 버렸다.
“집에 가서 요양하라고 그랬어!”
“집에 가면......”
“엄마가 퇴원 수속 해!”
“그러마!”
숙희 엄마의 목소리는 착 까라졌다.
“색시! 너무 걱정하지말어!”
옆에 앉아서 숙희를 바라보던 보호자가 위로의 말을 한다.
“저는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걱정을 안해요! 저는 오늘 하나님께 은혜를 받았어요! 예수님이 나에게 성령님을 주셨어요! 그래서 걱정이 없어졌어요! 아까 어떤 아줌마가 말한 하루살이 같았으면 간호사도 못보고 죽었겠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오늘 죽는 사람은 오늘을 사는 하루살이와 똑같잖아요?
저는요! 하루살이와 다를 바 없는 인생살이를 청산하고 영생살이로 살아가게 되었거든요!
예수님이 나의 죄를 사해 주셨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리고 죄를 사해 주셨다고 성령님을 주셨거든요!
저는 오늘 영생을 주시는 예수님을 회개하고 믿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주님께 감사한 마음만 있어요! 사람은 언젠가는 하루살이처럼 죽어요! 그러나 회개하고 예수 믿으면 나처럼 죄를 용서함 받고 천국 가게 되어요!”
보호자들과 환자들과 숙희 엄마는 숙희의 말을 듣느라 숙희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고개를 안스런 얼굴로 끄덕이며 바라본다. 숙희 엄마는 오른손등으로 눈을 훔친다.
“처녀는 여기 오기 전부터 예수 믿었잖아?”
“그랬어요! 오늘 전까지 예수 믿는다고 예수 교회 다닌 것은 다닌 것일 뿐 예수님을 믿은게 아니었어요! 회개를 한다고 했어도 입으로만 ‘잘못했어요!’ 하는 고백만 했었어요!
회개하는 것을 예수님이 들으시고 네 죄를 용서했다는 말씀을 듣게 되어야 회개한 것이라는 것을 오늘 알았고 체험했어요! 회개할 때 성령으로 회개해야 주님이 들으신다는 것도 오늘 알았어요!
오늘에야 그렇게 많이 불렀던 찬송 ‘나의 죄 사했네! 주님이 사했네! 죄악벗은 우리 영혼은 기뻐뛰며 주를 보겠네!’ 찬송을 알았어요!
나도 아까 춤추며 찬송했어요! 내 죄를 사해주신 게 너무 너무 기뻐서 춤을 추었어요! 아주머니들도 진정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고 천국 가세요!”
예수 교회에 다니는 보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숙희의 말을 귀담아 듣고 마음판에 새긴다.
“기운 없는데 그만 이야기해라!”
숙희엄마는 붉게 물든 눈으로 딸이 안스러 말한다.
“엄마는! 엄마도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어야 구원받아요!”
“그래! 엄마도 회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죄가 많아서 네가 명대로도 못살고......흐흑흑.....”
숙희 엄마는 메어지는 가슴의 아픔을 짓누르다 못이겨 울음소리가 목구멍을 터치고 나오게 하고 만다.
“엄마는 왜 울어! 나는 영생살이가 되었어! 백년살이가 아닌 영생살이가 되었어 엄마! 집사님이 왜그래!”
숙희는 엄마 등을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위로한다.
“엄마! 퇴원 수속하러 가! 엄마!”
“그래! 퇴원 수속하고 올게!”
숙희 엄마는 눈을 감싸면서 병실 밖으로 나간다.
숙희 엄마는 병원 발코니로 나갔다. 그리고 구석으로 가면서 흑흑 슬픔을 삐져나오게 한다. 발코니에 바람 쏘이러 나와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그녀를 흘근한 눈으로 한 번 보고는 울어야 무슨 소용이냐는 얼굴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흘러가는 강물이 인생살이라고 하는양 멀리 보이는 한강을 바라보고들 섰다.
숙희 엄마는 얼마동안 꿇어앉아 슬픈 것을 토해 냈다.
그녀의 눈언저리는 부어 올랐다.
숙희는 옷가지를 챙겨서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병실을 나가 간호사실 앞에 섰다. 숙희는 퇴원하여 집에서 복용할 약을 받으려고 사람들 뒤에서 기다리고 섰다.
그녀는 무심코 간호사들의 말을 듣는다.
“김선생님! 숙희 환자에게 주사할 약이 있는데요!”
“그래요!”
“링겔 놓아주고 올까요?”
“내버려둬! 오늘 퇴원할 환자야!”
“예!”
건의했던 간호사는 의자에 앉아 기록을 하고 있다.
숙희는 기분이 묘해졌다. 그리고 망설인다. 이윽고 숙희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놓고는 작은 기침을 한다.
“저 보세요!”
숙희가 말을 하자 간호사들이 숙희를 쳐다본다.
“내가 숙희라는 환자인데요! 그럴수 있는 거에요!”
간호사들은 찔끔한 얼굴로 졸지에 변했다.
“퇴원하는 환자에게 주사할 것은 제대로 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
간호사들은 아무말을 못하고 섰다.
“약값은 다 받은 것 아니냐구요! 약값에 앞서 간호사가 환자를 내버려두라는게 그게 무슨 말이예요? 내가 여러 환자를 위해 병원 측에 항의하겠어요!”
“죄송합니다!”
“어이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숙희는 간호사실에서 약을 받지 않고 그냥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앉았다.
‘주님 감사합니다! 퇴원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숙희는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감사한 마음으로 분하고도 서글픈 일을 생각 속에서 몰아내면서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간호사가 약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숙희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집에 가셔서 복용할 약입니다!”
“..........”
“안녕히 가셔서 몸조리 잘하세요!”
“........”
간호사는 약을 숙희곁에 놓고서 나간다.
간호사를 지켜보던 병실 사람들은 한마디씩 내뱉는 말을 한다.
“저 처녀에게 간호사가 웬일로 공손히 말을 하네!”
“순향대학 병원이 어떻게 될라고 그라는게 아녀요!”
“저 처녀 약혼자가 검사라고 소문이 나서 그런거 같은디!”
“그러니께 권세는 잡아 봐야 한다고 잉!”
숙희는 묵묵히 약봉지를 내려다보고만 있다.
‘이런 약을 먹는다고 간암이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뱃속만 불편하게 만드는 약을 내가 뭣하러 먹어! 사실 간호사의 말이 맞는 말이야! 항암제 주사를 맞은들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러니까 내버려두라고 했겠지! 항암제 맞고 암병을 고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항암제 약에게 달달 볶여서 며칠 사는 동안 생으로 고생만 하다 죽는 거야!’
숙희 엄마가 병실로 왔다.
그녀는 빛바랜 얼굴로 딸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약봉지를 집어 손가방에 넣는다.
“엄마! 퇴원 수속 다했어?”
“그래!”
숙희는 병실 안을 휘둘러본다.
그리고 걸터앉았던 침대에서 일어섰다.
“안녕히들계세요! 저 먼저 갈게요!”
숙희는 얼굴에 웃음을 담고서 가볍게 말한다.
“그래! 처녀 몸 건강하라고! 그래야 시집가지!”
“예!”
숙희 엄마는 딸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섰다.
“엄마가 환자 같아요! 딸은 얼굴이 환해졌는데!”
“그렇게 보여요?”
숙희 엄마는 말을 하며 마지못해 입가에 웃음을 조금 묻혔다.
“그말 듣고보니께 딸의 얼굴에는 핏기가 있는데 엄마는 그렇구먼!”
“어제부터 기도하더니 효험이 있능개벼!”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마워요!”
숙희 엄마는 질질 끌려 대답을 한다.
“건강 회복하셔서 저처럼 퇴원하세요!”
숙희는 병실 문턱을 넘어가며 다시 축복하는 말을 한다.
“그랴! 고마워! 처녀 잘가!”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기분 좋은 얼굴로 말한다.
숙희는 고개를 조금 숙여 인사를 한다.
병실 안의 사람들도 고개를 조금 끄덕하며 인사를 받는다.
숙희는 복도를 천천히 걸어간다.
숙희 엄마는 보따리와 가방을 들고 딸을 앞세워 걷는다.
숙희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엄마와 함께 섰다.
숙희 엄마는 딸의 병실문 입구에서 몸보다 먼저 고개를 문안으로 들이민다. 그리고 딸이 누워 있는 곳을 들여다본다.
그녀의 눈은 밤사이 무슨 일은 생기지 않았나 하는 두려움이 배어나오고 있다. 침대를 바라보는 그녀는 눈에 보이게 두어깨가 동시에 크게 올라갔다 내려온다. 그리고 숨을 내품는다. 숨소리는 병실을 울리며 보호자들과 병든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그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그리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제로 가르친다.
숙희 엄마는 조금 안심한 얼굴이 되어졌다. 숙희 엄마는 한발짝 떼어놓아 병실 문턱을 넘는다. 그녀는 딸의 침대 앞에 섰다.
그리고 병실 안을 둘러본다.
병실 안의 보호자들은 그녀를 안됐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숙희 엄마는 엎드려 있는 딸을 다시 확인하듯 바라본다.
3명의 간호사들이 주사약을 수레에 실어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링겔주사를 놓아준다.
“주사를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은데 어쩌지!”
“딴 환자들은 간호사가 주사를 잘 놓아주는데 나는 매번 주사 맞기가 힘들어!”
“아줌마는 혈관이 잘보이지 않아서 그래요!”
“나는 주사 맞기가 겁이나!”
“혈관이 나빠서 그런 거에요!”
“여러군데 찌르지 말고 놔줘!”
간호사는 환자의 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야야! 아야!”
“참아요! 아줌마!”
“아야야! 아야야!”
간호사는 세 번을 찔렀다 뺐다를 했다. 그때마다 환자는 아야 소리를 발한다. 이번에는 손목 부근을 찔렀다. 주사 바늘은 엄지손가락이 시작되는 손목 부근의 두터운 가죽을 뚫었다. 그리고 혈관 속으로 주사바늘이 들어갔다. 주사약은 혈관 속으로 한방울씩 띄엄띄엄 들어간다.
간호사는 주사약이 제대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환자의 손목에 바늘을 고정시키느라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환자는 손목을 간호사에게 맡긴채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간호사는 찡그리고 있는 환자의 얼굴을 냉소 담은 얼굴로 바라본다.
그리고 말없이 병실을 나간다.
환자는 계속 끙끙댄다.
“갑자기 앓는 소리를 하셔요?”
얼굴 넓적한 보호자가 말한다.
“주사를 맞은 곳이 아리고 아퍼서 그래요!”
“주사 다시 놔 달라고 해요!”
“.........”
“간병하는 분은 안오나요?”
“점심때 지나야 올거에요!”
“인터폰으로 말하면 돼요! 아퍼서 주사 못맞는다고! 다시 놔달라고!”
“그럴게요!”
“의사고 간호사고 병원비 말고 와이로를 줘야 친절히 봐주는데 와이로를 안주면 그런다구요! 세상이 온통 썩어서! 어서! 내가 부를게요!”
얼굴 넓은 여자는 인터폰을 누른다.
“간호사실입니다!”
“여기 빨리 오세요!”
“네!”
“빨리 오세요!”
10여분이 지났다.
그녀는 화가난 얼굴로 다시 인터폰을 누른다.
“간호사실입니다!”
“여기 환자 야단 났어요!”
“알았어요!”
“빨리 오세요!”
“예!”
10여분이 지났다.
보호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병원은 망해야 될 병원이야!”
“외국 병원이 많이 들어오고 한국 의사와 간호사들은 병원에서 모두 쫓겨나야 한다고!”
“링겔약이 다들어갔다고 해도 와서 주사를 빼주기를 하나! 보호자가 몇번씩 간호사실에 가서 사정을 해야 겨우 와서 주사 바늘을 뽑아주니 이거 서러워서! 쯔쯔!”
“우리 나라 병원들이 환자가 오지 않는 시대가 되어야지!”
“대학병원은 모두 이래요! 너무나 불친절해요! 병원의 손님은 환자들인데 환자를 짐스럽게 여긴다니까요!”
“히포크라테스 선서니 하며 낯간지러운 사람들이예요!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지 말아야지 원!”
“개인병원에 입원을 해야지 여기 순향대학병원은 너무 불친절하다니깐요!”
“우리 나라 사람에게 히포크라테스의 말이 귀에 들어오나요? 그럴 것 같으면 우리 나라가 벌써 문화인 됐게요!”
“이제사 간호사가 와요!”
“하루살이 같았으면 간호사 구경도 못하고 죽었겠네!”
병실 입구에 쪼그리고 앉았던 보호자가 보초가 보고하듯 알려준다.
간호사가 오고 있다는 말에 웅성거리던 실내가 조용해졌다.
보호자와 환자들은 불만스런 눈으로 조용히 간호사를 지켜본다.
간호사는 손바닥에 꽂혀 있는 바늘을 뽑아 제대로 놓아주고 나간다.
침대에 엎드려 있던 숙희가 일어났다.
“좀 어떠니?”
숙희 엄마는 안스런 얼굴로 묻는다.
“걱정마 엄마! 오늘 퇴원하래!”
숙희 얼굴은 핏기가 조금 생겼다.
그리고 절망만 가득했던 눈이 싹이 움돋는 눈으로 변해 있다.
“퇴원을!”
숙희 엄마는 퇴원이란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의 핏기가 졸지에 싹 없어져 버렸다.
“집에 가서 요양하라고 그랬어!”
“집에 가면......”
“엄마가 퇴원 수속 해!”
“그러마!”
숙희 엄마의 목소리는 착 까라졌다.
“색시! 너무 걱정하지말어!”
옆에 앉아서 숙희를 바라보던 보호자가 위로의 말을 한다.
“저는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걱정을 안해요! 저는 오늘 하나님께 은혜를 받았어요! 예수님이 나에게 성령님을 주셨어요! 그래서 걱정이 없어졌어요! 아까 어떤 아줌마가 말한 하루살이 같았으면 간호사도 못보고 죽었겠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오늘 죽는 사람은 오늘을 사는 하루살이와 똑같잖아요?
저는요! 하루살이와 다를 바 없는 인생살이를 청산하고 영생살이로 살아가게 되었거든요!
예수님이 나의 죄를 사해 주셨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리고 죄를 사해 주셨다고 성령님을 주셨거든요!
저는 오늘 영생을 주시는 예수님을 회개하고 믿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주님께 감사한 마음만 있어요! 사람은 언젠가는 하루살이처럼 죽어요! 그러나 회개하고 예수 믿으면 나처럼 죄를 용서함 받고 천국 가게 되어요!”
보호자들과 환자들과 숙희 엄마는 숙희의 말을 듣느라 숙희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고개를 안스런 얼굴로 끄덕이며 바라본다. 숙희 엄마는 오른손등으로 눈을 훔친다.
“처녀는 여기 오기 전부터 예수 믿었잖아?”
“그랬어요! 오늘 전까지 예수 믿는다고 예수 교회 다닌 것은 다닌 것일 뿐 예수님을 믿은게 아니었어요! 회개를 한다고 했어도 입으로만 ‘잘못했어요!’ 하는 고백만 했었어요!
회개하는 것을 예수님이 들으시고 네 죄를 용서했다는 말씀을 듣게 되어야 회개한 것이라는 것을 오늘 알았고 체험했어요! 회개할 때 성령으로 회개해야 주님이 들으신다는 것도 오늘 알았어요!
오늘에야 그렇게 많이 불렀던 찬송 ‘나의 죄 사했네! 주님이 사했네! 죄악벗은 우리 영혼은 기뻐뛰며 주를 보겠네!’ 찬송을 알았어요!
나도 아까 춤추며 찬송했어요! 내 죄를 사해주신 게 너무 너무 기뻐서 춤을 추었어요! 아주머니들도 진정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고 천국 가세요!”
예수 교회에 다니는 보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숙희의 말을 귀담아 듣고 마음판에 새긴다.
“기운 없는데 그만 이야기해라!”
숙희엄마는 붉게 물든 눈으로 딸이 안스러 말한다.
“엄마는! 엄마도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어야 구원받아요!”
“그래! 엄마도 회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죄가 많아서 네가 명대로도 못살고......흐흑흑.....”
숙희 엄마는 메어지는 가슴의 아픔을 짓누르다 못이겨 울음소리가 목구멍을 터치고 나오게 하고 만다.
“엄마는 왜 울어! 나는 영생살이가 되었어! 백년살이가 아닌 영생살이가 되었어 엄마! 집사님이 왜그래!”
숙희는 엄마 등을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위로한다.
“엄마! 퇴원 수속하러 가! 엄마!”
“그래! 퇴원 수속하고 올게!”
숙희 엄마는 눈을 감싸면서 병실 밖으로 나간다.
숙희 엄마는 병원 발코니로 나갔다. 그리고 구석으로 가면서 흑흑 슬픔을 삐져나오게 한다. 발코니에 바람 쏘이러 나와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그녀를 흘근한 눈으로 한 번 보고는 울어야 무슨 소용이냐는 얼굴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흘러가는 강물이 인생살이라고 하는양 멀리 보이는 한강을 바라보고들 섰다.
숙희 엄마는 얼마동안 꿇어앉아 슬픈 것을 토해 냈다.
그녀의 눈언저리는 부어 올랐다.
숙희는 옷가지를 챙겨서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병실을 나가 간호사실 앞에 섰다. 숙희는 퇴원하여 집에서 복용할 약을 받으려고 사람들 뒤에서 기다리고 섰다.
그녀는 무심코 간호사들의 말을 듣는다.
“김선생님! 숙희 환자에게 주사할 약이 있는데요!”
“그래요!”
“링겔 놓아주고 올까요?”
“내버려둬! 오늘 퇴원할 환자야!”
“예!”
건의했던 간호사는 의자에 앉아 기록을 하고 있다.
숙희는 기분이 묘해졌다. 그리고 망설인다. 이윽고 숙희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놓고는 작은 기침을 한다.
“저 보세요!”
숙희가 말을 하자 간호사들이 숙희를 쳐다본다.
“내가 숙희라는 환자인데요! 그럴수 있는 거에요!”
간호사들은 찔끔한 얼굴로 졸지에 변했다.
“퇴원하는 환자에게 주사할 것은 제대로 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
간호사들은 아무말을 못하고 섰다.
“약값은 다 받은 것 아니냐구요! 약값에 앞서 간호사가 환자를 내버려두라는게 그게 무슨 말이예요? 내가 여러 환자를 위해 병원 측에 항의하겠어요!”
“죄송합니다!”
“어이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숙희는 간호사실에서 약을 받지 않고 그냥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앉았다.
‘주님 감사합니다! 퇴원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숙희는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감사한 마음으로 분하고도 서글픈 일을 생각 속에서 몰아내면서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간호사가 약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숙희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집에 가셔서 복용할 약입니다!”
“..........”
“안녕히 가셔서 몸조리 잘하세요!”
“........”
간호사는 약을 숙희곁에 놓고서 나간다.
간호사를 지켜보던 병실 사람들은 한마디씩 내뱉는 말을 한다.
“저 처녀에게 간호사가 웬일로 공손히 말을 하네!”
“순향대학 병원이 어떻게 될라고 그라는게 아녀요!”
“저 처녀 약혼자가 검사라고 소문이 나서 그런거 같은디!”
“그러니께 권세는 잡아 봐야 한다고 잉!”
숙희는 묵묵히 약봉지를 내려다보고만 있다.
‘이런 약을 먹는다고 간암이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뱃속만 불편하게 만드는 약을 내가 뭣하러 먹어! 사실 간호사의 말이 맞는 말이야! 항암제 주사를 맞은들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러니까 내버려두라고 했겠지! 항암제 맞고 암병을 고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항암제 약에게 달달 볶여서 며칠 사는 동안 생으로 고생만 하다 죽는 거야!’
숙희 엄마가 병실로 왔다.
그녀는 빛바랜 얼굴로 딸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약봉지를 집어 손가방에 넣는다.
“엄마! 퇴원 수속 다했어?”
“그래!”
숙희는 병실 안을 휘둘러본다.
그리고 걸터앉았던 침대에서 일어섰다.
“안녕히들계세요! 저 먼저 갈게요!”
숙희는 얼굴에 웃음을 담고서 가볍게 말한다.
“그래! 처녀 몸 건강하라고! 그래야 시집가지!”
“예!”
숙희 엄마는 딸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섰다.
“엄마가 환자 같아요! 딸은 얼굴이 환해졌는데!”
“그렇게 보여요?”
숙희 엄마는 말을 하며 마지못해 입가에 웃음을 조금 묻혔다.
“그말 듣고보니께 딸의 얼굴에는 핏기가 있는데 엄마는 그렇구먼!”
“어제부터 기도하더니 효험이 있능개벼!”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마워요!”
숙희 엄마는 질질 끌려 대답을 한다.
“건강 회복하셔서 저처럼 퇴원하세요!”
숙희는 병실 문턱을 넘어가며 다시 축복하는 말을 한다.
“그랴! 고마워! 처녀 잘가!”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기분 좋은 얼굴로 말한다.
숙희는 고개를 조금 숙여 인사를 한다.
병실 안의 사람들도 고개를 조금 끄덕하며 인사를 받는다.
숙희는 복도를 천천히 걸어간다.
숙희 엄마는 보따리와 가방을 들고 딸을 앞세워 걷는다.
숙희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엄마와 함께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