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전강 (EP5.입원실)

작성자
yeongbeome2
작성일
2024-07-08 18:19
조회
84
한강이 내려다 보이고 있는 내과 병동 912호실
여덟개의 침대가 놓여 있다.
침대는 동쪽에 네 개 서쪽에 네 개 나란히 놓였다. 가운데는 통로로 병실 문밖 복도와 이어졌다.
숙희는 병실 입구 옆 침대에 모로 누웠다.
한강 위의 하늘을 내다보고 있다.
‘내가 입원을 했나!
졸지에 간이 나쁘다! 팔에 꽂힌 주사 바늘이 답을 하네!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이 간이 나빠진다고 그러던데!
나는 술을 좋아도 않고 즐겨 먹지도 않는데 간이 나쁘다니!
대학교에 입학할 때 선배들이 강제로 술을 먹여서 그때 잠깐 술에 취했었지만! 그후로는 몇 번이었는데......
내가 간이 나뻐서 입원을 했다는 현실에 도민씨는 놀랐겠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도민씨가 실망했겠지!
도민씨를 처음 만나던 날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졌었지.....
그때 도민씨의 차에 타고서......
벌써 일년이 넘었어!
만남을 기뻐하다 시간을 잊었었는데.....
도민씨는 사법고시에 응시했다는 말도 없고......
합격했을 거야!
엄마가 도민씨를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무관심하실까......
나의 간이 나쁘면 얼마나 나쁠까.......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닌가.......
그러면 도민씨는........
죽기는 내가 왜 죽어!
도민씨가 병원에 들려주는 것도 처음과 많이 다른 것 같아!
처음에는 마음을 편하게 가져라! 안심해라! 병은 마음이 편하면 낫는다! 기도를 열심히 해라! 기도를 간절히 하라! 내 맘은 일편단심이다 했었는데 요즘은 마지못해 위로를 하는 것 같아!
손 한번 제대로 잡아주지않은 상태로 교제를 했으니까.......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나에게 해준게 없으니까 사랑도 정도 느끼지 못하겠지! 만나면 토론을 하다 헤어지는게 전부였으니까......
너무 거리를 두고 교제를 했어!
도민씨가 나를 바라보기만 했으니까........
옛날판 망부석 노릇을 하는 사람이야......
우리집에 처음이자 한 번 인사하러 왔을 때......
어쩌다 나에게 전화를 할 때.....
엄마는 너무 싫은 표시를......
엄마가 냉소적인 때부터는 못 올라가는 나무처럼 대하는 도민씨였어!
강변에서 병원 오던 날 나를 안고 빙글빙글 돌다가......
그때 처음으로....... 도민씨의 얼굴은 쓸쓸하기만 했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인도를 걷는 것 같았어.....
숙희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자격 갖추기 위해서!
아냐! 나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야......
그리고 주님이 인도하시는 숙희라고 생각이 될 때에 결혼할 생각을 하겠다는......
그러니까 결혼 예물이 있어야 한다.......
결혼 예물은 최소한 나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며 이것은 주님이 숙희를 나의 아내로 주시는 표시다.....
그렇지 않음 손잡고 다녀봐야 피차 괴로울 뿐이다......
그러니까 자기 성공 전에는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거야......
나의 병은 낙엽처럼 그런 건 아닌가? 가을이 오고 입동이 되면 언제 파란잎을 펄럭였냐고 일년초(一年草)도 못되면서.......
눈도 오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초록똥을 쌓더니.....
누렇게 변해서 땅으로 곤두박질하는 것이.......
수수백년을 늘푸를 것처럼 큰나무에 붙어 있다고 초록 넓은 잎 휘날리더니.......
인생 백년을 산다고 해도 절반은 잠을 자는 세월이고........
근심 걱정하는 시간을 빼면......
아픈 날 우는 날 빼면.......
좋은 시간은 별로라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어........
내가 도민씨와 결혼을 한다 그러면 행복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대로 내가 병을 못고치게 되면 그때는.......
어제 저녁에 중환자실로 들어간 환자처럼 나도 중환자실로 갔다가.......
창가에서 파리하게 누런 얼굴로 할딱 거리며 겨우 손을 움직여 버둥대던 그이...... 숨이 끊어지려고 한다던데......생각한다는게 끔찍한 일이야.....
자기 발로 걸어 들어온 멀쩡한 사람이 수술 받고나서 수술 받은게 아물지를 않아 죽었다고.........
사람이 살아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환자들이 그랬어......
그렇게 멀쩡한 사람도 죽는데........
나는 기절해서 의식을 모른채 실려 들어왔으니까.......
사람들은 죽는 것만 생각할 뿐 죽은 다음의 삶은 생각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나는 이대로 예수님 나라에 갈 수 있을 까........
도민씨의 말대로 나는 회개하기 위해서 애통도 못했는데.....
그리고 예수님이 네 죄를 사했노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기는 커녕 그런 말씀을 예수님이 해주신다는 것도 모르는데......
회개하고 애통을 하다보면 예수님의 음성이 들린다고 그랬는데.......
나는 나혼자 예수 믿는다고 했기에 남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겁을 먹는 거야.....
무서움이 들지 않고 내가 죽으면 예수님이 나를 천국으로 인도해 주실 것이니 나 염려없도다가 되어야 하는 건데.....
찬송가를 찬송할 때만 불렀었어! 찬송가사와 상관없이 불렀었어!
입으로만 불렀어! 반주에 맞추어 부르면......
나 속죄함 받은 후..... 속죄를 받았는지 신경도 안쓰고 그랬지뭐!
주를 따라 가겠다는 찬송을..... 내가 사실 주님을 따라 갈 수 있는 몸인지 확인 없이 그냥 찬송했어!
이렇게 절박한 인생인 것을 알지도 못하고 교회에 습관적으로 출석하고 의자에 앉아서 한시간 앉았다가 오면 그게 전부인줄 알았는데......
어제 저녁에 그 사람처럼........ 멀쩡한 사람이 이야기도 잘하던 사람이 한밤중에 홍문으로 시뻘건 피를 주루룩 하혈을 하여서 의사가 달려오고...... 홍문에다 펌프로 얼음물을 넣어도 계속 피를 쏟아서 의사가 그냥 갔는데...... 그이도 죽는다고 그랬는데......
그이는 나처럼 간이 나빠서 그렇다고 그랬는데.......
그 환자는 간암 말기라고 그랬는데.......’
숙희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루룩 흘러서 귓바퀴 속으로 들어갔다가 침대 커버를 동그랗게 적셔 놓는다. 숙희의 코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를 계속한다. 그리고 두줄기의 눈물은 그녀의 얼굴을 뜨겁게 하고는 내려간다. 숙희는 침대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먹거린다.
그녀의 입에서도 신음소리 닮은게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엉엉엉엉엉!”
숙희는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를 못한다. 소리는 점점 크게 나와 병실 안을 가득 채우고 문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문을 마주하고 있는 복도 건너편 병실 남자 환자들은 졸지에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등골이 오싹한 채 누워 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숙희가 있는 병실을 좇아와 기웃하는 환자도 있다.
그리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다.
“또 불쌍한 사람 하나 죽었구먼!”
“아녀! 젊은 여자가 우는 소리여!”
“그래! 그런디 갑자기 왜 우는 거여?”
“배가 아픈 모양이지!”
“간호사들은 뭣하고 있나 그래! 환자가 울면 달려가 봐야제!”
“간호사가 환자를 그렇게 돌보면 병원 벌써 돈벌었게!”
“간호사들은 환자에게 관심도 없어! 그애들이 무슨 간호사! 밥먹고 살려고 그러는 거지! 병원도 외국 병원이 많이 들어와야 된다구! 그래야 간호사가 어떤 것인가를 조선사람이 배우제!”
“암! 간호사는 외국 여간호사가 그만이라고 하더믄! 아주 친절하댜!
여기 간호사 아이들은 말여! 환자를 애들 취급하잖여!”
“주사 바늘도 빼달라고 해도 몇번씩 보호자가 가는디 말여! 친절은 고사하고 주사약이 다 들어가면 피 나오기 전에 바늘이나 빼주면 좋겠구먼!”
“사실 우리가 병원에 돈 벌어주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손님인데 손님보다 더한 환자인데! 너무 불손한 점이 많아요!”
“친절한 것은 그만두고 주사나 제대루 놓는 간호사가 왔으면 좋겠는데! 주사 맞을 때 아주 겁이 난다구! 여러번 주사기로 이곳 저곳을 쑤시는 통에 힘들어요!”
“이런꼴 안보려면 아프지를 말고 병원에 안와야 하는디.....”
“외국 병원은 의사도 간호사도 친절하데요!”
“그러니까 우리 나라 정치꾼들이 친절한 일본, 미국, 중국 병원을 가기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누먼!”
“친절만한 게 아니라 병도 잘고친대요!”
“외국 의사나 간호사들은 인명을 중시하지만 우리 엽전은 의사나 공무원이나 항공사나 인명을 아주 경시해요!”
“그러니까 세계화시대 잘만났지! 병원도 항공사도 공무원도 의사간호사도 엽전만 챙기려고 눈깔이가 빨간 것들은 퇴출되고 정리되고 코 큰 것들이 들어와서 대통령도 해야된다니까 그러네!”
“그건 너무 했다!”
“뭐가 너무해! 이 사람아! 돈독에 대통령도 몇사람이 빠졌었는데 자네만 독야청청 하느라 몰랐나?”
“자네 말도 일리가 있네”
“일리만 있어유? 만리도 더 있지요! 내가 입원할 때 응급실에서 기막힌 꼴을 보았다구요!”
환자들은 시선을 삽십대 환자에게 모은다.
“16개월된 어린아이가 코가 막혀서 응급실에 급하게 들어왔었어요! 코가 솜으로 막혔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었지요! 그런데 의사가 지루하게 기다린 후에 응급실 입구에 나타나 어린아이에게 다가가더니 코가 막힌지 몇시간이나 됐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러니까 아기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가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시간 걸렸어요! 한 30분 정도 되었다고.... 그러니까 무엇이 코에 있느냐고 물으니까 ‘솜이요’ 하니까 어떡하다가 코에 들어갔냐고 물으니까 ‘아이가 솜을 가지고 놀다가.....’ 그러니까 왜 그게 코로 들어가게 했느냐고 물었던가! 그래서 곁에 있는 영감이 의사를 향해 ‘지금 당장 솜을 꺼내야지 그런 말 할때냐!’ 하며 얼굴을 붉히더라구. 그러니까 의사가 담당의사를 부르겠다고 훌쩍 가버리더라구! 영감은 코막힌 아이의 할아버지 같은데 쯔쯔 하며 계속 혀를 차며 천정을 바라보더라고! 한 오분이 지나서 딴 의사가 나오더니 아이 이름을 불러 응접실 안쪽에 있는 어린아이들만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더라고! 아이는 코가 한쪽만 막힌 모양이더라구! 아이를 십여분 이상을 세워놓더라고!”
“어서 콧속의 이물질을 뽑아야지!”
“아이가 살아있다고 그러는 모양이지!”
“간호사가 환자카드를 가지고 인터뷰를 하면서 적고서 가더니 또 십여분이 지나도 더 지났지! 딴 간호사가 또 카드를 가지고 가서 언제 출생했냐? 몸무게는 얼마냐? 모유 먹여 키우냐? 우유 먹여 키우냐? 하고 묻더라고!”
“저런 멍청한 놈들이 있나 그래!”
“아니 공부를 잘해서 의사가 된놈들이 일의 완급도 모르다니!”
“똥통대학생이 그런 거지뭐!”
“엽전만 밝히는 교수 밑에서 배워서 그런 거여!”
“영감이 다시 언성을 높여 ‘카드에 기록은 나중에 하고 어서 콧속에 있는 솜을 꺼내야지! 꺼내고 쓰자고요!’ 하니까 간호사는 적다가 말고 가더라고 그리고 마냥 기다리게 하는 거 있지! 초조하게 기다리다 아주머니가 의사에게 말하니까 연락했으니 기다리라고 하더라고...
또 얼마를 기다리다가 다시 의사에게 말하니까 전화를 하더라구!
얼마를 지나서 사람이 와서 코막힌 어린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을 나가는 것을 보며 내가 분통이 터져서 그랬지. 우리나라에 외국병원이 많이 들어와 이런 멍충이들은 퇴출되어야 한다구!”
“그런 것들한테 몸을 맡기고 있는 우리가 더 병신이지뭐!”
“공부를 했다는 것들이....일의 순서도 모르고 급한게 뭣인지도 모르니 원 쯔쯔.... 융통성이 막혀서 임기응변도 모르니....”
“우리도 술 먹으면 죽을 병 드는 걸 알면서도 병원 신세 지도록 술먹고 술지랄 했는 걸!”
“의사도 술먹고 담배피고 암걸리고 한다고!”
“의사는 사람 아닌가 뭐!”
“의사도 술먹고 운전하다 목이 부러졌는지 목에다 기부스하고 환자 고친다고 다니더라고!”
“아까 방사선과에 가다가 나도 봤어!”
“그렇것지! 낱낱 일도 못하는 자들이 거들먹거린다고!”
“간호사들도 의사마냥 거들먹거리잖어!”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나 거들먹거려야지 어데서 거들먹거리겠어유?”
“그건 그래! 우리 한국 사람은 그게 병이야! 그래서 IMF 노예병을 얻은 거 아니겠나! 청소부는 청소부대로 의시대고, 돈뜯고, 순사는 아예 말할 게 없고! 어느 자리에 있던지 그건 상관없어! 돈을 울궈먹을 수 있게 만들어 모기마냥 피를 빠는 게 한국인들의 모습이야! 그러니 거들먹거려야 돈이 생길 게 아니냐 말야!”
“그래서 의사뿐 아니라 ‘사’ 자가 붙은 사람은 죽어서 좋은데 못간다고 그러잖아!”
“사 자가 뒈질 ‘사’ 자인 모양이지?”
“왜 아녀!”

도민은 승강기에서 내려 숙희가 있는 병실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의 손에는 포도쥬스가 담긴 둥그런 이조 백자 같은 병을 들고 걸어간다. 그는 숙희 병실 쪽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자 의아한 얼굴을 짓는다. 그리고 병실을 두리번거려 쳐다보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한다.
‘오늘 저 병실 환자들은 살판이 난 모양이군! 매번 기죽은 듯이 도란거리던 이들이 나를 헛갈리게 하여 다른데로 갈 뻔했잖아! 하기야 힘 있을 때 하고 싶은 말 해야 되겠지! 말도 많은 동포들이니까! 그런데 누가 울고 있잖아! 누가 잘못되었나!’
도민은 궁금한 얼굴로 숙희 병실로 들어간다.
환자들은 숙희를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다.
도민은 숙희를 급히 바라본다.
그는 당황해서 숙희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포도쥬스 병을 의식 못하고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숙희야!’ 하고 부른다. 그리고 들먹거리는 숙희 어깨 위에 손을 얹는다.
“어디가 아퍼?”
“..........”
“아프면 말을 해야지!”
숙희는 엉엉 소리를 멈췄다. 그리고 울먹거린다.
“어디가 어떤지 말해야 알지!”
숙희는 돌아눕는다.
도민은 오른손으로 숙희의 이마를 짚어본다. 그리고 손수건을 꺼내 숙희의 눈언저리에 흔건히 묻어있는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고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손바닥으로 쓸어 올려준다.
“신랑이 좋긴 좋은 거여!”
“신랑 소리가 나니께 울음을 뚝하네!”
“약혼자인 것 같은데!”
“약혼자는 신랑 아닌가 뭐!”
“요사이 젊은이들 모르는 소리 하지를 말어요!”
“요즘은 약혼 결혼이 없다 그말여?”
“요즘은 결혼시대가 아니라 동거시대여!”
“그랑께 신랑이라! 빠른 세상여라!”
“우리는 좋은 세상 다 갔어!”
“젊을 때 사랑을 많이 해주라고 잉!”
여자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졸지에 입으로 힘이 뻗쳤다.
병실은 앓는 소리가 졸지에 뚝했다.
도민은 듣기가 민망하여 어거지로 참는다. 그리고 숙희의 얼굴만 내려다본다.
“어디가 어때서 울었어?”
도민은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조용히 묻는다.
“아무 것도 아니예요!”
숙희는 울먹이며 말한다.
“아무 것도 아닌데 엉엉 울었어?”
“그냥 슬퍼서 울었어요!”
“혹시 어떻게 되면 어쩌나 하고 울었구나?”
“........”
숙희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가볍게 움직여 긍정한다.
“못나긴!”
도민은 말을 하며 숙희의 이마를 쓰다듬어 올린다.
“무서웠어!”
“남들이 병을 고치지 못하고 가는게 무섭다! 숙희답지 않군!”
“죽는 것은 무서워요!”
숙희는 두려움에 잠겨버린 눈으로 도민에게 호소를 한다.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 없다는 ........”
“저는 믿음이 없는 것 같아요!”
“믿음은 회개를 해야 생기는 거지! 교회에 오래 다니고 교회 직분이 있는 거와는 상관이 없는 거야!”
“어쩜 좋아요?”
“내가 말했던 나팔소리 일권을 안읽었었구나!”
도민은 말을 하며 침대에 걸터앉는다.
“한 번은 읽었어요! 그렇지만.....”
“읽고서 그렇게 하라는 대로 해봐야 되는 거지! 성경을 읽고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저술한 책이야! 그책과 같이 예수님을 어떻게 믿어야 하나! 성령충만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기도를 어떻게 하나! 성경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인가 등등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책은 지구상에 없어요! 요는 급하지 않게 살아서 그렇다는 말인데! 머리 맡에 두고도 꺼내서 읽기가 그렇게 싫어?”
“읽을게요!”
“이 방에도 성경책이 보이는데! 성경책 머리 옆에 두고 있으면, 알지도 못하면서 읽으면 믿음 생기나? 회개하게 되나? 아니야!”
“꼭 읽을게요!”
“회개하라고! 숙희와 숙희네 식구 모두 회개하라고 주님이 숙희를 통해 역사 하시는 일인 것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해!
진정한 회개를 해야 죽어도 살고 살아서 예수님 믿는 자는 영원히 산다고 하신 주님 말씀대로 되는 거야! 성령께서 강제로 회개시키는 체험을 해야 진정한 회개야! 회개를 못했기에 무섭고 두렵고 슬프고 외로운 거야! 진정으로 성령께서 책망하셔서 회개를 한 사람은 죽음에 초연하게 된다고! 지금 숙희는 예수님께 회개시켜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할 때야! 회개를 한 후에 주님이 병을 고쳐 주시기를 앙망하여야 순서야! 내가 숙희 곁에 있어도 엄마가 곁에 있어도 목사님이 기도를 해주고 있어도 숙희가 겪는 죽음 밖의 무서움을 없게 하는데는 아무 소용이 없다니까!”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숙희가 건강해야 우리의 약속이 지켜지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회개하기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해야돼!”
“도민씨 궁금한게 있어요!”
숙희는 눈두덩만 조금 부었을 뿐 언제 울었냐고 벌떡 일어나 침대에 기대앉아 생기 넘치는 얼굴이 되어 말한다.
“무엇을?”
“도민씨 본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래! 경찰관도 그 고된 경찰업무를 하면서 합격하는 사람도 있잖아?”
도민은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유유자적하게 말한다. 숙희는 도민이 자신을 위로해 주려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고 생각한다.
“여자 경위요?”
“응!”
“그러니까 도민씨는 어떻다는 말인가요?”
“그런데 신경쓰지말고 기도를 열심히 하세요! 약속을 어기면 가만 있지 않을 거야!”
“나도 도민씨가 약속 어기면 가만히 있지 못할 거에요!”
“그럼! 그런데 어머님은 오셨다 가셨어?”
“점심때 가셨어요!”
“내가 포도쥬스 사왔는데 조금 먹을래?”
“..........”
숙희는 고개를 끄덕인다.
도민은 일어나 컵을 찾아 쥬스를 반컵 따랐다. 그리고 컵을 숙희에게 권한다. 숙희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도민은 의아하여 숙희를 바라본다.
“도민씨도!”
“우선 받아!”
숙희는 쥬스잔을 들고 도민을 바라본다.
도민은 쥬스를 컵에다 절반 정도 따른다. 그리고 컵을 냉장고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쥬스병을 들고 냉장고의 문을 열고 넣는다. 그리고 쥬스컵을 들고 숙희를 마주보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기도하자고!”
도민은 말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두손으로 컵을 모아쥔다.
숙희는 무릎을 꿇어 앉는다. 그리고 두손으로 컵을 모아 쥔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숙희를 만나게 하신 것 감사합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여 교제하게 하시고 장래를 서로 약속하게 하신 것 감사합니다!.........”
숙희는 도민의 기도소리에 흐느낀다.
병실 사람들은 조용히 기도하는 소리를 듣는다.
“숙희가 간에 병이 나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주님 긍휼히 여기소서! 저희들은 서로 약속을 했습니다!
주님의 은총 속에 약속을 성취하길 원하오니 주님!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주님의 은총만 감히 기다립니다!
주님! 숙희를 회개시켜 주시옵소서!
숙희와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숙희에게 믿음을 더욱 주시옵소서!
예수님만 의지하게 하시옵소서!
사람은 아무도 숙희를 도울 수 없사옵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숙희를 도우시고 믿음 주셔서 천국으로 인도하실 수 있사옵니다! 주여 숙희를 도우소서!
이렇게 쥬스를 먹게 하시오니 감사하옵나이다!
숙희와 저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주께 감사하며 살게 하소서! 주님! 숙희를 건강하게 해주시면 세상의 영광을 다 버리고 주님이 시키시는 대로 많은 사람을 주님께 돌아오게 합심하여 주님께 충성하겠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숙희의 병을 고치지 못한다고 두손을 들었습니다!
숙희는 주님의 손에 달렸습니다!
제가 숙희에게 결혼 약속을 한 것처럼 주 예수님께 헌신할 것을 약속하나이다! 저의 약속을 받으소서!
제가 희망했던 것을 이루어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를 지금까지 공부시키신 주여 감사합니다!
세상 영광을 주신 것 감사합니다!
주님께 모두 드리겠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도민은 크지 않은 목소리로 기도를 했다.
숙희는 계속 흐느낀다.
병실의 사람들은 울면서 기도하는 도민을 바라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청승맞은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도 있다.
그리고 눈시울을 붉히는 여자도 있다.
도민은 침대에 천천히 걸터앉는다. 그리고 몹시 안타까운 얼굴로 숙희를 바라본다. 숙희는 고개를 떨군채 훌쩍거리고 있다.
도민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숙희의 손에 쥐어 준다.
“너무 걱정마아! 이제 우리의 기도를 주님이 들으시고 숙희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실 거야! 예수님은 나의 기도를 잘들어 주셨었어! 그러니까 숙희는 이제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어떻게 생활 목표를 삼느냐 하면 말야! 방금 내가 주님께 약속드린 것 봤지!
이제는 숙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배필 노릇을 잘하겠습니다!’ 하고 주님께 기도를 해야 돼! 나는 예수님 종 노릇을 해야 하니까! 숙희가 적극적으로 돕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야!
이제는 우리를 위해 사는게 아니라 주님을 위해 살아야 되는 입장이 되었으니까! 무슨 말인지 숙희는 잘 알거야!”
“너무 너 무 주 님 감 사 합........! 어어엉어엉엉!”
숙희는 감정이 복받쳐 더듬거려 띄엄띄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말을 맺지 못하고 울음보를 다시 터트린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애절하여 병실 안 사람들의 조금 남아 있는 웃음을 송두리채 앗아가 버린다.
도민은 서둘러 들고 있던 컵을 냉장고 위에 올려놓고 그리고 숙희가 들고 있는 컵을 앗아 냉장고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숙희곁에 붙어 걸터앉는다. 그리고 숙희의 어깨를 감싸준다.
그리고 한손으로 손수건을 앗아 숙희의 눈물을 닦아준다.
“아기 같이 울긴! 숙희는 안심해! 주님이 나의 기도를 들으셨어!
뚝! 우리 숙희 뚝! 감사만 주님께 드려! 그러면 돼! 그리고 ‘순종만 하겠습니다!’ 하면 되는 거야! 울음 뚝! 사람이 못고치는 병을 예수님은 고치셔! 그러니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르지?”
도민은 소근거려 말한다. 그리고 숙희 어깨를 감싸안는다.
숙희는 도민의 품으로 쓰러진다.
도민은 침대로 올라앉으며 숙희를 두손으로 끌어앉는다. 그리고 숙희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숙희야! 이젠 걱정하지마! 병마와 싸움은 이제 끝난 거야!”
도민은 울먹거리며 말한다.
숙희는 울음소리를 그쳤다. 숙희의 어깨는 들먹거리고 있다.
병실 안의 사람들은 안타까움에 눌린 얼굴이 되어 그들을 지켜본다.
“피 검사 때는 답이 나올 거야! 울지마! 우리의 약속은 이뤄질 거야!”
“고마워요 도민씨!”
“값있는 울음이 되어야 하는 거야! 우리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인데 소망없는 사람처럼 울어서야 되겠어? 앞으로 우리는 내세를 모르는 소망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 되기 때문에 주님께서 숙희를 절망에서 구출해 주셨어! 나하고 같이 생명 건지는 일 하라고 말야!”
“고마워요! 도민씨!”
“내가 숙희를 위해 기도해서 응답을 받았어! 주님이 숙희를 고쳐 주신다고 말씀하셨어! 그러니까 지금부터의 삶은 다시 살리움 받았으니까 감사를 하며 남은 생애를 주님께 순종만 하라 그말이야!”
“알았어요!”
“회개 기도를 부지런히 하라고!”
“예!”
“나의 삶을 주님께 모두 맡겨 드리니 기쁘고도 기쁘다!
나의 기도 주님이 모두 들어 주시니 기쁘고도 기쁘다!
나의 숙희 주님이 건강하게 하시니 감사 감사 합니다!”
도민은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만들어 찬송한다.
“도민씨!......”
숙희는 작사 작곡하여 천정을 바라보며 찬송하는 도민을 가날픈 소리로 부른다.
그러나 도민은 찬송을 다한 후에 숙희를 바라본다.
“왜!”
“고마워요!”
“숙희가 하고 있는 인턴기자 그만두고 열심히 성경읽고 기도 많이 하여 성령 충만한 사람되어 주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기도로 도와주는 일을 하도록 힘써야 되는 거야! 지금 먹은 맘을 변치 말고 말야!”
“알았어요!”
“나는 내가 정의를 구현하는 일을 하려고 힘써 왔는데! 주님은 그걸 원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일인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고 성령의 불을 붙여 주는 일을 하라고 그러셨어! 숙희는 전도자의 돕는 배필이 될 수 있겠어?”
“도민씨의 아내가 되어야 하니까 선택권이 없어요 저에겐.....”
“그렇게 말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숙희의 입장을 말해 봐!”
“전도자의 길은 험난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아는 것인데! 그 험한 길 가기를 스스로 자청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 따라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도민씨의 기도를 들으며 저도 그렇게 기도했어요! ‘주님이 저를 살려주시면 주님이 시키는 일을 하겠어요! 저의 간암을 고쳐주세요! 그러면 도민씨의 배필로 충성하겠어요!’ 하고 기도했어요!”
보호자들과 환자들은 간암이라는 말이 숙희 입에서 튀어나오자 움찔한다. 그리고 끌끌 혀를 차는 부인네도 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통곡을 했구나! 그러니까 신랑감이 울면서 기도를 하구나!’ 하는 말을 겁먹은 얼굴로 대신하고 있다.
병실밖 문옆 복도에 두 여자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간암은 사형선고 받은 거야! 마음이나 편하게 있다가 죽는 길밖에 없지뭐!”
“왜 암병이 극성을 부리는지 모르겠어!”
“몇 년전인 1960년대만 해도 암에 걸렸다는 말은 듣지도 못한 말이었어!”
“병이 자꾸 생기는 모양이야!”
“병도 아주 독한병이 자꾸 생기는가 봐!”
“말세라 그런거 같아!”
“사람들이 악해지니까 병도 독한게 생기는 것 같아!”
“왜 아니것어!”
“독한 병은 악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나 붙지 저렇게 착하게 생긴 처녀에게 붙다니!”
“글쎄 말야! 사기치는 도둑이나 장사꾼들에게 붙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인력으로 되어야 말이지!”
“장사꾼에게 억울하게 당했나 보군!”
“거, 가락시장에서 장사하는 것들이나 가락시장에다 농사짓고 고기 잡아서 내다 파는 것들이나 사기꾼들이야! 그러니 무슨 복을 받겠어!”
“장사꾼은 그렇지 뭐!”
얼굴 넓적한 중년 부인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다.
“아이들 쪄줄려고 밤고구마라고 써붙인 농협이라고 쓰인 것을 한상자 샀는데 글쎄! 한 번 쪄서 먹을 때는 밤고구마라고 아이들이 좋아 했어요! 그랬는데 두 번째 밤고구마를 쪘더니 물고구마인거 있지!”
“속에다가 물고구마 넣었구나!”
“왜 아녀! 위에는 밤고구마 넣고 속은 글쎄....”
“그래도 재수가 좋았구먼! 썩은 고구마로 채워져 있는 것 걸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
“아니! 그럼 썩은 것도 넣는 모양이지!”
“모양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무슨 이야기를 고렇코롬 재미있게 하요!”
얼굴이 붉은 색이 많은 간병인 여자가 그녀들 앞에 말을 하며 쪼그리고 앉는다.
“당한 이야기 하는 거에요!”
“의사에게 당했오 잉?”
“고구마를 사기친 농사꾼과 장사꾼들이 사람 분하게 한다니까요!”
“밤고구마 썩은 것을 샀대요 글쎄!”
“우리 나라 사람들은 남을 속여 돈을 갈취하는게 장사하는 것으로 여기니 큰일이에요!”
“농사꾼은 이름표까지 붙여서 속이는 자도 있당께!”
“우리 나라 장사꾼은 오늘만 장사하고 내일은 문 닫을려고 그러는거고 모든 장사가 그러니 아이에픈지를 당하는 거지!”
“사기치는 짓하다가 매를 맞아 아이아퍼 하는 챙피 당하는 소리가 안나오게 생겼어야지!”
“우리 장사꾼들이나 농사꾼들이나 신용이 있어야 아이아퍼 소리가 안나오는것여라! 작것들이 말이라 배운놈들이 더 사기친당께!”
“과일도 채소도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은 것으로 채우고 저희들 주둥이로 안들어갈 것이라고 농약을 처발라서 팔아 처먹으니 암병이 기승을 안부리고 뱃속이 안썩겠냐고? 그러니 이렇게 병원마다 병든 사람이 많은 거여!”
“맞지라! 호랑이 같은 농사꾼 장사꾼에게 물려서 병원오니께 하이에나 떼를 만난게 우리들이지라!”
“병원에서도 속여요! 병원비를 바가지 쒸운다고 어제 텔레비젼에 나왔어요!”
“1997년도에 병원들이 몇십억씩 흑자 경영했다고 며칠 전에 방송을 텔레비젼에서 했어요!”
“몇백억씩이 아니고?”
“수십억은 적은게 아니지라!”
“어디 제대루 벌었겄어?”
“보험으로 처리되는 것을 안되는 것으로 만들고 검사를 많이 해서 검사비를 많이 받아먹는다고 했다면서요!”
“그랬대요 글쎄! 보험 처리 안되는 씨티찰영인지! 무슨 찰영을 하여 돈을 뜯는게 병원이라고 했지라!”
“그리고 비닐봉지로 링겔주사 맞으면 암병이 생긴다던가! 사람에게 해롭다는데 병원마다 비닐봉지 링겔주사를 환자들에게 주사한다고 방송했어요!”
“암병 고치러 왔다가 암병 생기것네!”
“사기 쳐서 돈뺏고 병걸리게 하여 돈 뺏고! 나라가 막가네요 잉?”
“그런데 왜! 착한 사람에게 암병이 사람을 못잡아먹어서 발광을 하는지 모르겠네!”
“사기꾼! 돈 빨아먹는 짐승에게는 암병도 맥을 못추나보지 뭐”
“그럼 암병 도망가라고 돈 빨아먹는 짐승이 기승을 부리나 잉?”
“왜 아녀!”
“그러면서 복 받아 잘 살기를 바란다니!”
“정말 암병 고치는 약은 없능가요 잉?”
“암 고친다는 의사 사기꾼도 여간 많어야지!”
“무슨 암이던지 암병에 걸렸다 하면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니까!”
“이 내과 병동은 환자 거의가 암환자라고 하는 것 같던데!”
“글쎄 말이라 큰일이네요 잉!”
숙희 엄마가 그녀들을 향해 걸어온다.
숙희 엄마의 얼굴은 어두움에 휩싸여 여명 속을 걸어오는 것 같다.
그녀의 어깨는 축 늘어져 버렸다.
숙희 엄마는 병실 입구에 여자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기 싫은 눈으로 그녀들을 바라본다. 얼굴 넓적한 부인네와 얼굴을 마주친다.
“오세요!”
“예! 안녕들하세요?”
“딸이 울고 있었당께!”
숙희 엄마는 숙희가 울었다는 말에 얼굴이 졸지에 핼쓱해져버린다.
“우리 숙희가요?”
숙희 엄마는 말을 묻고 대답도 듣기 전에 병실문쪽으로 걸어간다.
“약혼자가 와서 겨우 그쳤지라!”
전라도 억양의 부인네는 숙희 엄마 뒤꼭지를 향해 알려준다.
숙희 엄마는 병실 문턱을 급히 넘었다. 그리고 숙희 침대를 바라본다.
그리고 “숙!.....” 하고는 입을 벌리고 섰다.
숙희가 도민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은 그녀의 눈을 흘기게 만든다.
도민은 시선을 느껴 고개를 든다.
“어머님 오셨어요!”
도민은 당황한 얼굴로 말한다. 숙희도 고개를 들고 어머니를 바라본다. 그리고 도민의 품에서 천천히 일어나 앉는다. 도민은 숙희를 감쌌던 팔을 풀고 침대에서 내려선다.
숙희 엄마의 얼굴은 체면을 딸이 깎고 있다는게 쓰여졌다.
“엄마 왔어!”
“무엇 좀 먹었냐?”
“생각 없어서 안먹었어!”
“사람들 보라고 자랑 시키냐?”
“뭘!”
“너희가 지금 부부냐?”
“엄마! 그러지 마! 우리가 어땠는데?”
“체면이 있어야지!”
“우리 흉보는 사람 없어요!”
“배웠다는게.....”
“엄마는 도민씨가 못마땅해서 그러는데 그러지 말아요! 도민씨는 휼륭한 청년이예요! 딸은 이제 날짜를 헤아리고 있는데!”
“애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네!”
“그만둬요! 나중에 알면 놀랠 거에요!”
“..........”
도민은 두손을 마주 잡고 섰다.
그의 얼굴은 망설이는 것으로 가득 찼다.
“숙희씨! 몸조리 잘해! 나 며칠 동안 못올 것 같아!”
“왜요!”
숙희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지방에 출장가게 일정이 잡혔어!”
“출판사 일로 가는거에요?”
“아냐! 출장 가는 길에 숙희에게 들린거야!”
“그럼 부업인가요?”
“응!”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래! 건강해야 약속을 지키니까 기도 열심히 하고 식사를 잘해야 돼!”
“알았어요!”
“어머님 너무 걱정마세요!”
도민은 고개를 꾸벅하고 병실을 나간다.
숙희는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준다. 도민도 오른손을 들고 밝게 웃어 주면서 병실 문턱을 넘어간다.

조그만 TV화면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병실을 잠시 떠나게 만들고 있다. 코미디언들이 등장했다.
“여러분 이게 뭣하는 겁니까?”
“의사 선생이 모르면 누가 압니까?”
“야, 이거 사람을 바보천치 만드네 야!”
“이거 농사꾼들의 속을 알아야 하는데!”
“야, 이거 장사꾼의 속을 알야 하는데!”
“야, 이럴줄 알았으면 경찰관 심리학을 전공하는건데!”
“이 박스에 뭐라고 쓰여 있나?”
“사과라고 쓰여 있는데!”
“누가 만들었다고 썼냐니까?”
“사과 박스도 실명제하나?”
“협동조합이라고 쓰여 있는디!”
“무슨 협동이냐고?”
“거, 농사꾼 농협이라고!”
“요새 농협이 농사꾼 깝데기 베껴 먹는다고 소문 났어야!”
“그러니까 농사꾼에게 협잡질을 해처먹는다고 농협이라고 허가낸 모양이제?”
“대학 공부해서 촌놈 벗기고 협잡하려고 농협에 들어갔네 그려!”
“그랑께 논팔고 밭팔어 공부한 값 보충하제!”
“촌놈은 공부해도 겨우 촌놈 벗기는 짓밖에 못하는 거셔잉?”
“썩을 놈들여!”
“그런 소리 그만 허라고 그런 소리 자꾸 하니께 사과도 썩고 고구마도 썩고 배추도 썩는단 말여!”
“내가 썩을 짓 한놈 보고 썩을 놈이라고 했단말여라!”
“어허! 그 썩을놈 소리 자꾸 하면 썩는 놈만 나온당께 그라네!”
“썩는 것이 생기면 썩을 놈에게 먹여 이 사람아!”
“그라까!”
“그랑께 이 사과 박스 속에 썩은 사과를 담었단 말여 뭐여?”
“의사보고 청진기로 진찰해 보라고 해뿌려!”
의사는 청진기로 박스를 진찰한다.
“썩은 것 들었어?”
“내가 진찰은 했는디 말여 그게 그려라!”
“그랑께 돈을 먹어야 말을 하것다 이거지라!”
장사꾼은 손가락을 똥그랗게 만들어 의사의 눈 앞에 들이민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 주면 말하것남!”
“두개!”
“줄테니 싸게 말하더라고 나 신용 있는 사람여!”
“한 번 속을 생각 있다는 걸 용케 알았구마!”
“날래 보더라고!”
“그려!”
의사는 말을 하며 박스 묶은 끈을 잽싸게 주머니 칼로 짜른다. 그리고 박스 뚜껑을 열어젖뜨린다.
농협 사람은 달려들어 박스 뚜껑을 덮으려 든다.
“가만있어! 확인을 해야 사지!”
“나 안팔어!”
“도시 사람을 호구로 아는구먼!”
도시 사람은 박스 속의 사과를 뒤적이다 썩은 사과를 한 개 들고 일어선다. 그리고 경찰관에게 보여준다.
“이런 협잡꾼 어서 잡아들여!”
경찰관은 외면하고 뒷짐을 지고 섰다.
“여보쇼! 경찰 나리!”
경찰은 들은척도 안는다.
“얼라라! 작것도 돈을 보여야 쓰겠네잉!”
도시인은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경찰관 눈 앞에 돈을 내밀었다 잽싸게 손을 거둔다.
경찰관은 눈이 졸지에 소눈깔이 되어버렸다.
경찰은 돈을 좇아 고개를 번쩍 돌렸다.
그리고 만원짜리를 놓쳐지게하느라 소눈으로 내려다보고 섰다.
의사도 만원짜리를 내려다보느라 침을 흘리고 섰다.
농협 직원도 만원짜리를 오라고 손가락으로 갈쿠리질을 치고 있다.
병실 안의 사람들은 한마디씩 한다.
“나라가 온통 병들었어!”
“산골물이 쏜다더니!”
“도시 촌닭이 불쌍 같구먼!”
“언제나 저런 암적 존재들이 발생을 안할 건지!”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혀를 차며 TV 화면을 계속 지켜본다.
‘한국민방 주요 뉴스’
“한국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 검사를 임명했습니다!
동해에서는 지금 동해시를 출발한 우리 금강산 관광호가 금강산 관광할 사람들을 태우고 금강산을 향해 출발을 했습니다!
서해에서는 지금 이북에서 내려온 간첩선을 맹추격하고 있습니다!
법학대학원 졸업생은 누구나 변호사 자격을 부여한다!
금년부터 공무원 임용은 술을 먹을 시는 퇴직하겠다는 각서 받고 채용한다!
휴대폰 사용료를 10억불 이상 지불했습니다.
이상이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광고 선전이 펼쳐진다.
코끼리가 소형차를 부딪친다. 그러나 소형차는 넘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보디가 멀쩡하다. 소형차가 달려간다. 엄청 넓고....... 유럽 사람 뭘 아네! 황교수가 특유의 경상도 억양으로 풍을 친다.
기아 자동차 세피아 선전, 브레이크가 고장난 대형차가 정차를 못하고 질주를 한다. 사고를 막기 위해 소형차가 달려가 대형차를 추월한다. 그리고 대형차 앞을 가로막는다 대형차는 소형차를 추돌 한다.
그렇게 몇번을 부딪친다. 그리고 대형차는 안전하게 정차한다. 소형차는 아무 흠집도 생기지 않았다.
“허! 무슨 광고가 저래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허풍이 쎄서요!”
“저이는 교수라는 사람이 실없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네 사람이 무릎을 맞대고 겨우 앉는 차를 뭐가 엄청히 넓다고 그라는지 모르것네!”
“꼴보기 싫어!”
“연대학 교수가 하는 걸 보고 대학생이 배워 허풍 께나 떨겠구먼!”
보호자들과 환자들은 한마디씩 한다.
“대통령은 특별 검사제를 시행하셨습니다! 이름은 국민 검찰이라 했습니다! 국민 검사로 임명된 사람은 정규 대학 출신들이 아니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로 임명을 했습니다! 공무원의 부정부패의 뿌리, 술 먹고 술취해 공무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모든 공무원에게 금주 각서를 쓰게 하는 용단을 대통령께서 내리셨습니다! 허위방송하는 자를 엄벌한다고 하는데! 정부청사에 나가 있는 민정론 기자 나와 주세요!
“예! 민정론입니다! 여기는 법무부입니다! 법무장관이 발표를 하겠습니다! 법무장관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무장관이 회견 연단에 섰다.
“대통령께서는 사법부를 개혁하시기위해 법학대학원 졸업생은 누구나 변호사가 될수 있고 판검사 임용을 받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사법고시 제도는 폐지키로 하셨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 특별검사를 임명하셨습니다!
특별 검사는 언론기관과 사정기관을 사정하는 기관이며 명칭을 국민 검찰로 했습니다! 특기할 것은 정규대학 출신이 아니고 독학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범죄 예방 차원에서 교도소를 섬에다 만들어 교정행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질문을 받겠습니다!”
“한국 민방 민정론 기자입니다!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을 임용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아, 예! 그것은 대통령께서 대학 입학 못한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기위해서 결단하신 정책이십니다! 청소년들이 대학에 진학을 못했어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라를 위해 어느 분야에서든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좌절말고 자기를 계발하라는 뜻이 담겨 있으신 배려이고, 두 번째로는 대학교 출신을 임명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대학 선후배 관계로써는 사정하기가 곤란하다. 그러므로 엄정한 사정을 하기위해 대통령께서 특단의 조치로 국민 검사를 독학자로 임명시킨 것입니다!”
“아동일보에 조구승 기자입니다! 국민 검사는 몇 명입니까?”
“15명 입니다!”
“선조일보에 공승리 기자입니다! 국민 검사들도 상명 하복 관계로 구성되어 있습니까?”
“국민 검찰부에는 부장이 1명 있고 나머지는 모두 평검사이지만 검사권은 독립되어 있습니다! 예를 든다면 판사가 판결함에 있어 스스로 양심과 법에 따라 판결하는 것과 같이 수사와 기소를 임의대로 하며 어느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민국일보 윤기선 기자입니다! 사법고시 제도를 폐지키로 결정하신 배경을 설명해 주시기 바라며 사법고시 폐지는 언제부터 합니까?”
“사실 사법고시 제도는 일제의 잔재로써 선민의식을 가지고 국민위에 군림하는 검사와 판사를 양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병폐를 없애고 국민을 손님으로 대접하는 경쟁의식을 심어주며 누구나 판검사가 될 수 있다는 특권의식을 불식시키는 시도라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교도소를 섬으로 이전하는 것은 재정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차원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구조조정 기간은 지금부터 시행해서 금세기 말까지로 보시면 됩니다! 이상입니다!”
“국한 일보 이찬호 기잡니다! 섬 교도소로 보내는 죄수는 어떤 죄를 지은 사람들입니까?”
“재범자 이상입니다! 오늘부터 범죄하는 자로 두번 째 범죄를 하는 자를 말하며 그리고 전과가 있는 자로서 오늘부터 초범인 자를 섬으로 보내는 것이며 죄질이 악질범에 한해서입니다!
예를 든다면 폭력범, 사기범, 공무원으로서 고문한 자, 강도, 절도, 살인, 유괴, 부모를 때린 자, 뇌물을 먹은 자, 성폭행 자, 방화, 약탈, 횡령자등이며 그리고 무책임하게 신문 방송으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 절도라 해도 배가 고파서 빵을 훔쳐 먹은 자는 예외입니다!”
“법무부에서 한국민방 민정론 기자입니다!”
환자들은 입을 삐죽 내밀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고, 가소로운 눈으로 화면을 응시한다.
“공무원 아낙들은 술주정뱅이 없어서 좋것다!”
“왜 아녀! 정말 그렇게만 되면야!”
“술장사들 망하것네!”
“피이! 각서 썼다고 술 안먹을까! 술먹는 공무원 등쳐서 술먹는 인간 하나 더 생기것지!”
“못된 짓 하는 인간들은 섬으로 가니 세상 좋아지것네!”
“믿어봐야지!”
TV화면에서는 국민 검사들의 사진이 나왔다. 그리고 사진 밑에는 이름이 쓰여 있다.
“엄마! 도민씨야!”
숙희 엄마는 도민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을 않는다.
숙희 옆 환자의 보호자도 숙희와 숙희 엄마를 바라보며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약혼자가 TV에 나왔어!”
“색시는 좋겠다!”
“맞아! 아까 여기 왔던 사람이잖아!”
“검사이면서도 사람이 너무 순진해!”
“어서 병만 나으면 되겠어!”
“신랑이 검사면 얼마나 좋을까!”
“일등 신랑감 아냐?”
“두말하면 잔소리지 뭐!”
“실직 사태가 난 IMF 시대에 직장도 보장되고 대접 받고....”
“똑똑한 신랑을 어떻게 붙들었을까!”
환자들까지 숙희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축하의 말을 해준다.
숙희 엄마는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숙희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던 얼굴 넓은 보호자는 고개를 끄덕한다.
그리고 이해하기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제 따님 병 간호만 잘하시면 되겠는데 왜 우세요?”
숙희 옆 환자의 보호자가 주책이 넘치게 위로하는 말은 숙희 엄마 마음을 콕 찔러 버렸다. 숙희 엄마의 울음보가 ‘흐흑’ 하고 푹 찢어져 버린다. 숙희 엄마는 숙희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흑흑’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 불쌍한 것! 어쩌면 좋으냐? 숙희야!”
숙희 엄마는 넋두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숙희는 엄마를 마주 끌어안았다. 그리고 엄마따라 울먹인다.
“엄마! 나는 괜찮아! 엄마! 나는 나을거야! 엄마! 도민씨가 기도했어!
그래서 나는 낫는다고! 울지마 엄마!”
숙희는 울먹거리며 엄마를 위로한다.
“숙희야! 네가 죽으면 엄마는 못산다! 숙희야!”
“나는 안 죽어! 엄마! 도민씨가 나를 살려주면 출세 영달 다버리고 전도자가 되겠다고 울면서 기도했어 엄마! 간절히 기도 했어! 엄마! 그러니까 나는 안죽는다고! 예수님이 살려주실 거야! 엄마 울지마!
엄마가 울면 내가 슬퍼져! 엄마! 엄마도 나를 위해 예수님께 간절히 기도해 줘 엄마!”
“그래! 엄마가 잘못 했다! 엄마가 운다고 네가 낫겠냐! 엄마도 이제는 예수님께 긍휼히 여기시라고 기도 할란다!”
“엄마!”
“그래!”
“엄마가 힘들더라도 교회가서 기도해 줘!”
“그래! 이제는 약도 의사도 못고친다니 하나님께 기도를 할란다!”
“엄마! 지금 집으로 갔다가 교회로 가! 나는 여기서 기도할게!”
“너는 어떻게 하고!”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 걱정마!”
“괜찮겠어?”
“어서 가 엄마!”
“정 그렇다면.....”
숙희 엄마는 딸을 다독거려주고 뒤를 돌아보며 병실을 나간다.
숙희는 엎드려 기도를 한다.

다음날 아침
숙희를 치료하는 담당 의사가 인턴과 레지던트를 대동하고 왔다.
담당 의사는 숙희를 검진한다. 그리고 차트를 들고 있는 레지던트에게 퇴원을 시키라고 명령한다. 주치의 내과 과장 얼굴은 석고로 빚어 놓은 것 같다. 그리고 구두 소리를 내면서 병실을 나간다.
의사의 말소리는 숙희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숙희의 두 눈을 꼬옥 감겨버린다. 그리고 숙희의 두눈꼬리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게 만들어 버렸다.
“주여!”
숙희는 소리 안나게 주님을 찾는다.
숙희는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마음을 가라앉힌다.
숙희는 일어나 무릎을 꿇고 엎드린다.
그리고 혼자만 알아 듣는 소리로 주님을 부르고 찾는다.
“주 예수여! 이제 저는 이 세상의 삶은 그만입니까?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의 죄를 용서하소서! 그리고 저에게 믿음을 주소서! 예수님을 온전히 믿게 하사 두려움 없이 생을 마감하게 하소서! 내 영혼을 구원하소서!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좋은 부모 만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고생을 모르고 대학까지 다니게 해주신 것 참 감사합니다!
직장도 다니며 즐거웠습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아주 아주 감사하옵는 것은 도민씨를 만나게 해주셔서 짧은 기간이지만 행복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병원에 못오고 있는 현실인데 저에게는 좋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주님!
주님!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모르고 죽어가는데 저는 예수님을 구세주로 모시고 살다가 이제 하늘나라 가게 해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제가 간암에 걸렸다고 주님을 원망했던 죄를 용서하소서! 주여! 용서하소서!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성령으로 회개하고 성령으로 기도하고 성령으로 전도하고 성령으로 봉사하고 성령으로 생활 못한 죄를 용서하소서! 교만하여 성령의 인도따라 회개를 못하고 입으로만 회개하고 회개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죄 용서하소서!
성령으로 신앙 생활하는 것도 모르면서 교만 떨고 다녔어요!
몰라서 그랬어요! 주여! 용서하소서!
저에게 성령을 보내주사 이제라도 성령으로 회개하고 성령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성령으로 감사하게 하소서! 주여!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주여! 주여!......”
숙희는 주여 소리를 조금씩 크게 하기 시작했다.
숙희 옆자리의 환자가 숙희의 신음 소리 같은 소리를 듣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주여!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주여! 나에게도 성령을 부으소서!
성령을 받아야 하늘나라 갈 수 있습니다! 성령을 충만히 받아야 하늘나라 갈 수 있습니다! 주여! 어서 주옵소서! 성령을 부으소서! 도민씨에게 임하신 성령 나에게도 주시옵소서! 어서 주옵소서! 이제껏 예수님을 몰랐습니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주여! 주여! 주여! 어서 주옵소서! 성령을 주옵소서! 주여!..........”
숙희의 기도 소리는 조금씩 커지면서 말이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말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병실에서 숙희를 바라보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저 처녀가 퇴원하라는 소리 듣고 쇼크를 받았구먼그랴!”
“보호자를 불러서 퇴원하라고 하지 않고 잉! 환자보고 집으로 가라고 하는게 아닌디 말여라! 사람이 놀래 뿌렸어야! 쯔쯔! 저걸 어쩐다냐!”
“간암이라 더 이상 손을 못쓰니께......”
“있어 봐야 못고치니까.......”
“안되었소! 젊은 새악씨가 좋은 세월도 모르고.....”
병실의 환자 보호자들은 조그만 소리로 탄식을 한마디씩 한다.
“주여! 나에게 성령을 주소서! 나에게 성령을 충만히 부으소서!
주여! 내 영혼을 긍휼히 여기소서! 주여! 성령으로 채우소서!
나의 죄를 씻어 주소서! 주예수여! 주여! 부으소서! 성령 부으소서! 부으소서! 부으소서!.....”
숙희의 말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빨라졌다.
숙희의 말소리는 너무 빨라 주위 사람들은 알아 듣지를 못한다.
숙희는 기도에 취해버렸다. 말의 내용도 모른채 말을 한다.
숙희의 입은 숙희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숙희의 혀도 숙희의 의지를 졸지에 떠났다. 숙희의 말소리는 TV 소리 크기로 병실을 채우고 있다.
“아니 외국말을 하고 있네!”
“잘못되어서 그러는 것 같은디!”
“강신하는 사람 같은데!”
“저 처녀 지금 은혜 받고 있어요!”
“은혜가 뭐여?”
“은혜는 하나님의 성령을 받고 있다는 말이어요!”
“저렇게 떠는디!”
“성령을 받으면 저렇게 진동을 하는 거에요!”
“별일을 다보네!”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어리둥절하여 한마디씩 한다.
“예수님이 저 처녀를 사랑하시어서 성령으로 거듭나게 하셨어요!
저 처녀를 주님이 구원해 주셨어요! 감사하시지!”
숙희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그리고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있다.
“주여! 감사! 주여! 감사! 큐도스 센노이스! 주제스 쿠로데 유니큐 카레네! 내 영혼 구원 받았네! 내 영혼 구원 받았네! 주님이 나의 죄를 속량하셨네! 주님이 날 구원하셨네! 나를 구원하셨네! 주님이 날 구원하셨네! 주님이 날 구원 하셨네! 주님이 날 구원 하셨네! 내 주님 예수 날 구원하셨네! 쥬제 나나......”
숙희는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춤을 추며 노래를 한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강신을 받는구먼!”
“맞아요! 강신(降神)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신이 사람에게 내려오시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강신을 무당이 귀신들리는 것을 강신한다고 하고 은혜 받는다고 말하고들 있지요!”
“그랑께 예수 믿는 사람들은 강신을 받아야 예수 믿게 된다는 말이구먼!”
“무당도 귀신을 받아야 무당이 되는데 하물며 하나님의 아들이 되어 천국에 가는데 성령을 받아야 하늘나라 간다구요!”
“사람이 마지막에는 기를 쓴다더니.......”
“마지막 가는 길에 이왕이면 기뻐하다 가야 되겄지!”
“그 의사가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하니께 저런 일이 생기는 거지!”
“저 여자는 예수 교인인 모양인디 강신이 어쩌구 그라면서 아는체를 많이 하네!”
“사람은 잘난체 하다가 죽는거 아니겄어!”
“저 처녀 약혼자는 검사라면서 색시한테 장가도 못들고 안되었어!”
“장가도 못들고 홀아비가 되니 가슴 아프겄지!”
“남자들이야 또 약혼하고 장가들면 그만이지! 불쌍한건 여자여!”
“어제 보니께 장모 자리는 검사 사위가 탐탁치 않은 모양이던데!”
“글쎄! 왜그랬을까?”
“뻔하지 뭐! 사위감이 검사된 건 어제 TV 보고 알게 된 것 아니겄어!
그동안 사위가 문병을 왔지만 장모 자리가 본척만척 했잖아! 볼게 없어서 사위를 괄세하고 딸은 약혼자를 좋아하고.....”
숙희는 춤을 추다가 침대로 올라가 엎드려 기도를 한다.
숙희의 목덜미에서는 김이 모락거려 천정으로 올라가고 있다.
사람들은 숙희를 바라보며 크지 않은 소리로 도란거린다.
“그러니께 성공을 하고 보는 거여! 그래야 사람 대접받지!”
“장모자리는 사위 얼굴 보기가 쑥스럽겠네!”
“쑥스런 것을 아는 여자가 그러겄남?”
“여자가 도도하게 생긴게 대학물은 먹은 것 같던데!”
“요즘 대학생 뭐 실력이 있나? 대학교수가 학생의 리포트 쓴 것을 가지고 한자도 틀리지 않게 책을 만들어서 교수가 자기 이름을 써놓았다고 MBC 방송에서 그러던데!”
“성균이 대학원 교수라던가 나도 11월 26일 저녁 뉴스 봤지!”
“에치겟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대학 교수 이야기 하니께 생각 나는데 저 남자 병실에 팔십 넘은 할아버지가 대학 교수 아들을 두었대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자 병실 입구쪽에 코에 호스를 넣어 놓고 목구멍에 호스를 박아 놓은 환자를 눈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매주 일요일날만 문병오듯 오는 오십살 되어 보이고 키는 작고 얼굴은 거무스름한 남자 말인가?”
“맞아! 그 사람이 대학교수라고 그러데!”
“그런데!”
“저 노친네 입원하고 있는지 일년이 넘었나 보던데!”
“노친네가 목구멍을 뚫고서 숨을 쉬게 했잖아!”
“........”
“대학 교수 가족들이 의사들 보고 따졌다고 소문이 났더라고!”
“왜?”
“목구멍을 뚫어서 죽지도 않고 살아 있게 했다는 거지!”
“설마!”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하잖아!”
“믿는 도끼에 발을 찍힌다더니......”
“맞아! 믿는 도끼가 교수 자식들인데! 자식 하나는 미국에서 교수 노릇한다던가! 그리고 딸 하나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고 그러더라고!
저 노친네 병원비가 한달에 300만원씩 들어간대! 그 경비를 자식들이 나눠서 낸다나봐!”
“그러니까 병든 아버지 간병할 사람이 없다는 것 아냐? 그래서 저 여자가 간병을 하고 있는 거잖아!”
“저 여자가 나는 딸인줄 알았는데 아냐?”
“간병인이야!”
“오라! 간병인이야! 나는 지성으로 저 노친네를 간호하길래 딸인가 보다 했어!”
“딸이 아니야!”
“교수는 대학에 출강해야 하니까 교수 아내는 자녀들 학교 다니는데 뒷바라지해야 하니까.....”
“딸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까 내버려뒀으면 시아버지가 죽었을 건데!”
“며느리가 퇴원시켜 집에서 간호한다고 그런데!”
“의사들은?”
“집으로 가면 위험하니까 퇴원시킬수 없다고 그런다나!”
“저렇게 목구멍에 구멍을 내고 콧구멍의 호스로 음식물을 넣어 주는 사람을 집에서 어떻게 간호를 하겠어!”
“그러니까 목구멍을 왜 뚫었을까?”
“그거야 목구멍으로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으니까 그랬겄지!”
“가래가 목구멍을 계속 막으니까! 노인네들이 죽을 때는 가래가 끓어서 목구멍이 막혀서 죽는 거잖아!”
“목구멍을 뚫어서 흡입기로 가래를 계속 뽑아내니까 사는구먼!”
“노인네가 살만큼 살았으니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 살렸다는 말이네!”
“그말을 저 노친네가 들었으면 얼마나 섭섭할까!”
“섭섭으로 끝나겠어? 더하지!”
“아들과 딸을 미국유학까지 시켜서 교수까지 하게 키워 줬더니! 이제는 귀찮은 존재이니 죽으란다고! 분하겄지 뭐!”
“자식이 효자 노릇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효자 자식 둔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야!”
“효자를 두고 싶으면 효자 노릇을 하라고 옛말에 그랬어!”
“우리 나라에 효자문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에미가 되었으니까 키우는 거지! 효도 바라고 키우나 뭐!”
“모르는 남이라도 제 부모에게 잘하는 것 보면 아름답게 보이고 칭찬해 주고 싶던데!”
“제부모에게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어!”
“자식 잘되기를 바라지만 공부 많이 시킨다고 사람 노릇하는건 아냐!”
맞은 편에 앉았던 아낙네가 그녀들의 말을 듣고 있다 참견을 한다.
“성경에 부모에게 효도하면 장수하게 복을 주신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심은대로 거둔다. 대접을 받고자 하면 대접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자식이 불효하는게 두려우면 내가 내부모에게 잘하면 되는 거에요!”
그녀들은 성경을 가르쳐 주는 말에 떫은 얼굴을 하고 입을 다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