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전강 (EP1.마포)
작성자
yeongbeome2
작성일
2024-07-12 18:00
조회
90
여러날만에 해가 먹구름 밖으로 쑥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있다.
젊은이가 한강뚝에 걸터 앉아 있다.
그의 손에는 우산이 들려 있다.
그는 한강물을 내려다 보다가는 강건너 양평동을 바라본다.
그리고 성산대교를 지켜보다 고개를 돌려 양화대교를 바라본다.
‘한강물은 새파란 바다를 빨강 물감 칠을 해주러 부지런히 가는 것 같군! 그러나 네가 바다를 황톳물로 바꿀 능력이 있겠냐?
황해바다라고 이름을 지은게 너라고 생각하냐?
어림없어야! 너도 주제 파악을 해라!
너도 엽전물 잘먹고 작먹는 놈에게 배워서 그렇다구?
핑계는 잘대는구나!
야, 이놈아! 엽전물 먹는 놈이나 먹은 놈이 그렇기로서니 너까지 주제를 모르고 가소로운 짓을 하면 되겠냐?
바다가 웃어 이놈아!
그런데 산이나 들이 새파란한데 너는 어째 빨강물이냐 이놈아!
그것도 엽전물 먹은 놈에게 배웠다구?
그게 사실이냐?
사람 등때기를 긁어서 엽전물 나오게 만들고 거기다가 주둥이를 대고 쪽쪽 빨아먹는 놈보다는 낫다 그말이냐?
그래서 너도 산을 할퀴어서 빨강물을 만들었다.
너만 나무라지 말고 사람을 꾸짖으라!
사람들이 들로 산으로 다니면서 더렵혀서 그걸 씻어주려고 빨강물이 되었다 그말이냐?
말은 잘한다.
그것도 사람 닮아서 잘지껄이냐?
알면서 능청스럽기는..........
누가 홍수로 만들었나 한 번 구체적으로 말 할 생각 없냐?
한 번 들어보실 생각이 있으신 거유?
해봐라!
그게 그래유 하두 많으니께유.......
그렇다는 걸 알면서 말 시키는 내가 딱하다야!’
그는 강 뚝에서 일어나 뚝을 따라 걷는다.
‘이런 홍수를 당하지 않으려면 그 원인을 치유해야.......
그렇다면 우리 나라 어린이들에게 바르게 보고......
태교부터.......
여자들에게 태교를 잘하도록 충분한 교육을......
옳고 그릇됨을 분별할 수 있도록 가치를 심어 주어야 홍수를 당하게 되지를 않지.........
나라의 장래가 반복되는 슬픔과 탄식에 뒹굴지 않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 것인지 대책이 막연하군.......
물이 흐르는 길이나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흐름이 원활할 수가 없는 것, 홍수가 범람하는 것도 미처 물이 내려가지 못하니까 그런 거지......
사람의 마음도 청결치 못하면 눈이 밝지를 못해 홍수를 당하게 되는 곳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태연자약하는 거지......
책을 읽고 공부를 많이 했어도 불조심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곳인지 물조심을 해야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마치 죽음을 불러 들이는 행동을 하는 딱한 사람들.......’
“도민씨!”
그는 골몰하여 느리게 걷기만 한다.
“도민씨!”
그는 잠에서 막 뜬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리난 곳을 두리번거린다. 그의 눈은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나 하는 눈이 되어 있다.
그의 눈동자 한 가운데는 가녀린 여자가 서서 있다. 머리는 단발이면서 어깨를 덮고 있다.
“도민씨!”
그녀는 무안당한 것을 감추려 다시 청년의 이름을 부른다.
“아! 숙희씨가 웬일이세요?”
그는 홍수 속을 헤매이다 이제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를 알아본다.
그리고 그는 얼굴을 붉힌다.
“도민씨는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제가 그렇게 부르는 것도 모르세요!”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비밀이람 관두세요!”
“아닙니다! 비밀은...... 저기 그러니까 강물을 보고 생각을 했어요!”
“강물의 유래라도 연구하셨는 모양이죠?”
“연구는 무슨 연구입니까? 그냥 홍수를.....”
“괜히 회피하지 마시고 홍수 연구나 계속하세요!”
그녀는 기분이 언짢은 얼굴로 비밀스런 고민을 알고 싶지 않다는 투로 말해 버린다.
도민은 그녀의 얼굴 표정을 보고 저으기 당황해 한다.
“저기..... 숙희씨! 오해하지 말아요! 나는 고민이 있는게 아니라.....”
“말 안해도 도민씨가 고민을 안하고 고뇌를 하는 중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도민씨의 구차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요!”
“숙희씨! 왜 그래요! 숙희씨 답지않게!”
그는 더 이상 못듣겠다고 굵은 목소리로 크게 말한다.
“도민씨가 그러니까......”
“나는 조금 전에 강뚝에서 생각을 했었지요! 그랬는데 너무 벅찬일이라서 골몰하느라고 숙희씨가 부르는 소리도 냉큼 알아듣지 못했어요!
알고 보면 부질없는 고민이지만......”
“도민씨가 고민되는 일이 있다면 제가 해결사를 할게요!”
숙희는 도민이의 가려지지 않은 얼굴과 가식 없는 말투에 금방 토라진게 제자리로 서둘러 돌아오느라 얼굴에 웃음을 주섬주섬 담으며 말한다. 그리고 고개를 싫지 않게 오른쪽으로 갸우뚱하고 도민의 눈동자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도민은 숙희의 그런 태도에 내심 기뻐하면서 조금은 당황을 한다.
그는 숙희에게 눈동자를 붙들려 어색하게 피식 웃는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미안하잖아!”
도민이는 조금전 자신의 어설픈 모습을 변명한다.
“자세한 설명만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홍수와 대화를 했어요! 대화에 빠졌었다구요!”
“무슨 대화를 하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인터뷰를 하는 것 같은데.......”
“미래의 민족 일보 이숙희 기자입니다.”
“이거 특종감인데.......이 기자에게만 취재에 응하겠습니다.”
도민은 재미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진지한 모습이기를 바라겠습니다.”
숙희는 정색을 하고 말한다.
“저는 한강물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한강물은 비만 조금 오면 물이 붉어져 흐르고 있어서 내 딴에는 그게 궁금하여 물었습니다.
‘왜 너는 붉어졌느냐?’ 했더니 글쎄 사람을 닮아서 그렇다는 겁니다.
또 물었지요! 그랬더니 또 사람을 닮아서 그렇다는 겁니다.
내참 어이가 없어서.......”
“무엇을 물었는데 어이가 없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기자씨! 조급한게 어느 나라 사람 아니랄까봐 티를 내십니다그려!”
“시간은 돈이라는 걸 모르시는 분처럼 영감 늘보 닮아가십니다그려!”
그녀는 웃음을 참으며 말 흉내를 낸다.
“기자는 영감을 놀려도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취재라는 것입니까?”
“본론이 이렇게 늦어서는 특종이.....”
“기자씨 본론은 별개 아니니 그만 두십시다.”
“남자가 칼을 뺏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 어느 동네 사람티를 내시려고 그러십니까?”
“허, 이거 여자 기자에게 당했구만 당했어! 앉은 자리에 풀도 안나겟수!”
“어물쩡하면 나라가 시끄러워요!”
“나라가 내가 입을 다문다고 해서 시끄러울게 뭐가 있겠소?”
“한강물이 말하기를 사람 닮아서 홍수가 되었다면서요! 나라 전체가 홍수 사태가 났는데, 아우성이 사방에서 터지고 있는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나라가 시끄럽다 그말입니다.”
“그렇다면 계속할 수밖에 없군요! 홍수가 사람을 닮어서 홍수를 만들었다니까 홍수가 사람을 닮지 못하게 하면 된다 그말입니다.”
“보충 질문을 하겠습니다. 홍수가 사람을 닮지 못하게 하면 된다는 말씀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것이야 쩍하면 입맛이라고 홍수가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사람들이 홍수가 발생할 원인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말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공무원 하는 사람들이나 양심이 불량한 사람들이 사람의 등을 갈쿠리질해서 고혈과 엽전물 빠는 짓을 하지 않아야 홍수가 안난다 그말입니다. 산도 푸르고 들도 푸른데 어디서 홍수가 나오겠냐구요? 뻔하지 않습니까? 비가 산과 들을 공무원 닮아서 빡빡 긁어서 빨강물 곧 홍수를 만들었다 이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기 쳐서 큰 장사꾼이 작은 장사꾼을 등쳐서 먹고 망하게 하고 회사 사장이 종업원 품삯을 떼어먹고 깎아먹고 반대로 종업원이 사장의 돈을 훔쳐가고 파업하여 회사를 파산하게 하니 엽전물이 홍수사태가 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의원 정치꾼들이 줄줄이 엽전물을 말도 못하게 많이 처먹어 엽전으로 홍수나게 만들고 감옥에 줄줄이 갔다가 줄줄이 나와서 또 의원을 하고 또 뇌물을 줄줄이 처먹고 교도소에 가고 또 줄줄이 나오는 홍수사태라서 한강물이 빨갛다 못해 저렇게 시뻘건물이 된 거랍디다.”
“홍수방지책을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이라는 검찰과 경찰 안기부 보안사 헌병대 교도소 등에서 불법으로 사람을 고문하여 사람의 몸에서 눈물을 생으로 흐르게 때리고 고문하고 피를 흘리게 하고 심한 경우 생사람을 죽이고 그리고 생땀을 비지땀을 흘리게 하고 죄인으로 몰아서 감옥에 보내고 애통을 하게 만든게 홍수라는 천벌을 불러온겁니다.”
“그렇습니까?”
숙희는 이해가 안된다고 고개를 갸우뚱한채 의아함을 얼굴에 담았다.
“그렇습니까가 뭡니까? 홍수 천벌을 받은 것이 그게 아니라고 보는 이유가 있으면 기자씨께서 고견을 말해 보십쇼! 귀를 씻고 듣겠소이다.”
“글쎄요!”
“글쎄요가 뭡니까? 수습기자가 그래가지고 무슨 기사를 쓰겠습니까?
그것만이 홍수의 원인이 아님을 왜 모르십니까?”
“또 있습니까?”
“또 있다마다요. 쿠데타 하기 위해서 몇사람이 죽었는지 아십니까?”
“그걸 어떻게....”
“쿠데타가 몇번이나 요 근래에 일어났다고 보십니까?”
“그러니까 두 번.....”
“쿠데타 때 반란군의 총에 죽은 사람이 몇사람인지나 아시고 계십니까?”
“말씀을 계속하시면 취재만 하겠습니다.”
“광주에서 반란군의 총에 몇백명이 좌우간 죽었습니다. 확실한 숫자는 파악을 할 수가 없고.....
왜 정확한 사망자의 수를 모르냐 하면 어린아이까지 일가족을 마구 쏘아 죽여서 구덩이를 파고 한꺼번에 묻어 버렸기 때문에 파악이 안되는 것이며 몇 명을 죽여 묻었다는 보고도 없고 허위 보고가 있었기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죽이라고 명령한 놈도 없는데 반란군놈들이 미쳐서 총을 쏘아 죽였기에 그렇고, 총을 쏘아 죽였다고 내가 명령했다는 놈도 없고, 무엇이 어때서 죽였다고 나라를 위하고 민족을 위해서 악을 제거하느라 죽였다고 당당하게 나서는 놈도 없는 비겁자들이요, 반란군들이라 그렇습니다. 무덤을 파서 시체를 확인할 때는 강산이 변해버리고도 남는 십년이 지난 다음에야 시체를 확인하게 되어서 뼈까지도 다 상해 버려 확인이 안되는....... 그렇게 된 것이오!”
“예!”
“반란군놈은 어린이가 여중생이 원수로 보이는 모양이지......
개만도 못한 반란군놈들......
부녀자가 원수라서 기관총으로 갈겨 죽이다니......
천벌을 받고도 남아! 자자손손히 천벌을 물려줄 놈들......
그런 놈들이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놈들이라니 개가 홍수 속을 헤엄칠 걱정하겠다.”
“예!”
“기자씨 이렇게 기가 막힐 수가 있겠어!”
“졸지에 뭣이 말입니까?”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런 반란군 놈들을 좋아하고 있으니 사람이 미치고 환장할 일이 아니겠냐 그말이지.......”
“설마 우리 나라 사람들이 천벌을 받고도 남아서 자손들에게 천벌을 상속할 그런 반란군놈들을 좋아할 리가 있겠습니까? 영감님!”
“허허! 사람 죽여주누만! 기자씨! 아니 인턴 기자씨가 볼 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천벌을 받고도 남아서 그 천벌을 자손에게 상속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들로 안보인다니......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 반란 괴수를 한사람도 아니고 두사람이나 대통령으로 뽑았는데도 아냐? 그래서 홍수 천벌을 해마다 상속 받는 거야!”
“도민씨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아요!”
“나도 숙희씨가 동감한다고 하니까 기분이 졸지에 좋은 것 같아요!”
“도민씨! 왜 그래? 싫어!”
그녀는 어깨를 흔들며 코먹은 소리를 한다.
“그런데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
그는 싫지 않은 걸 가득 담은 눈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피이! 이제........ 형광등!”
“자기가 말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서는.....”
“그럼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 말한다. 그리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 눕히고 말한다.
“그러자!”
그는 말을 하고는 냉큼 돌아선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간다.
“도민씨!”
그녀는 은은한 소리로 코믹하게 부른다.
도민이는 한강 홍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푹 빠진 얼굴로 천천히 걷는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에는 사랑스러워 못견디겠다고 침이 하나 고였다. 그녀는 꿀컥 소리가 메아리치게 입속에 고인 침을 목구멍 고개 너머로 밀어올린다.
그리고 그녀는 황홀에 빠졌다.
‘도민씨는 남자 주인공, 난 여자주인공 지금 우리는 드라마를 만드는 거야! 분위기 있는 한강뚝길에서........’
그녀는 입안에 고인 침을 다시 메아리치게 목고개로 넘긴다.
그녀의 얼굴은 분홍색 물이 많이 들여지고 있다.
“도민씨!”
그녀는 침이 돌게 하는 소리로 다시 부른다.
숙희의 진한게 도민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도민의 귀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리고 도민의 가슴을 찌리찌리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는 몸을 백팔십도 회전한다.
“숙희씨!”
그는 그녀를 크게 부른다. 들고 있던 우산을 강뚝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달려간다.
“도민씨!”
그녀도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마주 달려간다.
그들은 부딪쳤다. 그리고 사랑이 포개지는 소리를 가늘게 토한다.
그리고 빙그르 맴돈다.
“숙희씨!”
“도민씨!”
그들은 하나가 되어 손에 손잡고 맴돈다.
“어지러워요!”
“정말!”
도민은 맴도는 것을 멈춘다. 그리고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쉰다.
“내 품에 안기려고 그러고선!”
그는 말을 하며 숙희를 잡아 다녀 가슴에 안는다. 그리고 팔에 힘을 가한다.
“어머머 몰라요! 몰라!”
그녀는 코먹은 말을 하며 박자를 맞추어 도민의 넓은 가슴에 방망이 질을 한다.
도민은 웃으며 그녀를 땅에 내려 놓는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그녀의 팔을 부축해 준다.
그녀는 도민의 손에 잡힌 팔을 빼낸다.
“이젠 부끄러운 모양이지?”
“몰라요!”
그녀는 남들을 의식해 사랑이 솟는 걸 조금 부끄러한다.
“피이! 그러면서......”
“싫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도민은 핑돌아서 버린다. 그리고 서둘러 걸어간다.
숙희의 가슴은 졸지에 뉘우침이 짓누른다.
그녀는 도민이 화가 나서 가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갑자기 서러워졌다.
“도민씨!”
그녀는 안타깝게 소리친다.
도민은 돌아보지 않는다.
그녀는 뛰어서 그를 좇아간다.
그녀는 도민과 다섯 걸음 거리로 따라붙었다.
그녀의 숨이 찬소리는 도민의 귀에 풀무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는 돌아보지 않는다.
“도민씨! 천천히 가요!”
그녀는 도민에게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못따라 가겠어요! 도민씨!”
도민은 앞만 보고 걷는다.
“도민씨! 내가.....”
그녀는 말을 하다 픽 쓰러진다.
도민은 쓰러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그는 후다닥 달려간다.
그는 숙희의 상체를 안아 일으켜 품에 앉는다.
“숙희씨! 숙희씨! 정신차려요!”
그는 그녀의 얼굴을 살편본다.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가셨다.
두눈은 감긴채 보는 것을 잊고 있다.
그는 숙희를 안고서 한길로 급하게 내려간다. 그는 택시를 태워 달라고 팔을 휘젓고 소리를 친다. 그러나 택시는 휭휭 지나치기만 한다.
그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이런 것들이 사람이라니.....”
그는 울분을 토하며 욕을 해댄다.
그때다. 택시가 그의 앞에 정차를 한다.
그는 급하게 숙희를 안고 택시에 탔다.
“어느 병원으로 가십니까?”
“예! 큰병원으로 빨리 가주세요!”
그는 숙희의 코에다 귀를 대고 숨소리를 들으려 한다. 그러나 차의 달리는 소리에 숙희의 숨소리는 가려져있어 그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그의 가슴은 쿵소리를 내며 가라 앉는다.
그의 눈에는 별이 수십개가 어른거린다.
“죽으면 안돼!”
그는 메어지는 아픔을 소리친다.
그는 숙희를 안은 채 흔든다.
“환자는 안정해야지 충격을 주면 안됩니다.”
택시 기사가 돌아보며 말한다.
“아저씨! 숙희가 죽었어요! 숨을 안쉬어요!”
“산 사람이요!”
“아저씨 정말이세요?”
“얼굴색이 산 사람인걸!”
택시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아저씨 잠시 기다리세요!”
“예!”
그는 숙희를 안고 응급실 안으로 좇아 들어간다.
“우리 숙희를 살려주세요!”
그는 간호사를 보고 크게 말한다.
“이 침대에 눕히세요!”
그는 간호사의 지시를 따라 숙희를 침대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한다.
그의 얼굴은 땀에 젖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훔친다. 그리고 숙희를 바라보며 지갑을 꺼내든다. 의사가 숙희에게 다가가 진찰하는 것을 지켜본다.
“죽은건 아닌가요?”
그는 의사의 등을 보며 묻는다.
간호사는 도민을 보며 웃는다.
간호사의 웃음 속에는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하는게 가득 담겼다.
“가슴을 자세히 보세요!”
간호사는 아이에게 말하듯 한다.
그는 아니꼽다는 생각도 따지는 생각도 창피도 잊어버렸다.
‘하기는...... 살았으니까.......죽었다고 안하는 거겠지.......’
그는 생각이 난듯 지갑을 든 채 응급실을 나간다.
그는 택시기사에게 머리를 숙인다.
“고마웠습니다! 얼마 드리면 되겠습니까?”
“생각해서 주면......”
“만원 드리면 되는지요?”
“어유, 고맙소!”
“고마웠습니다! 많이 버십시오!”
그는 말을 하며 돈을 건네준다.
“고맙소! 청년은 착해서 좋은 일이 많게 생겼수!”
택시기사는 덕담을 하며 오른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온 손님을 태우고 병원을 떠나갔다.
그는 응급실로 서둘러 좇아 들어간다.
그는 응급실 안을 두리번거린다.
숙희가 있는 침대가 한쪽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와 보호자들이 숙희를 가렸다.
“간호사님! 저 우리 숙희.......”
그는 간호사를 붙잡고 물어 보려고 덤비다가 간호사 어깨 너머 창가에 누워 있는 숙희를 찾았다.
그는 간호사에게 고개를 꾸벅하고 사람들을 비집고 숙희에게 다가간다. 숙희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숙희의 얼굴을 내려다 본다.
그의 가슴은 다시 쿵덕대기 시작한다.
‘숙희가 이대로 죽으면 어쩌지.......그러면 나는........
숙희 엄마에게 알려야 하는데........ 놀라실텐데.......
숙희가 깨어나면 연락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간호사는 괜찮을 것 같이 말하는데......
의사는 조금 있으면 숙희가 깨어날 거라고 했는데.......’
간호사가 링겔봉지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링겔걸이에 링겔봉지를 매단다.
간호사는 숙희의 오른쪽 팔에 가느다란 노란 고무호스를 동여맨다.
간호사는 숙희의 동여맨 팔 아래쪽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세 번을 때린다. 숙희의 흰팔 위로 새파란 핏줄이 돋아 올랐다.
간호사는 핏줄에 주사바늘을 꽂는다.
그리고 숙희의 팔에서 고무줄을 끄른다.
그리고 주사바늘을 테이프로 붙여 고정시킨다.
“주사약이 다 들어가면 연락하세요!”
간호사는 도민을 향해 흘깃 쳐다보고 말한다.
“고맙습니다!”
도민은 허리를 굽혀 고마움이 풍기는 얼굴로 말한다.
간호사는 멋쩍은 얼굴로 싱긋 하고 딴환자에게 다가간다.
도민은 주사바늘이 꽂혀 있는 팔을 보다가 숙희 얼굴을 보고 딴환자들을 살펴본다. 응급실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거린다.
‘아까는 응급실에 환자들이 없었는데.....마치 환자들도 몰려다니는 것 같이 갑자기 응급실이.......환자가 왜 많아지는 것인가? 병원도 많이 세웠는데도 병원마다 입원실이 만원이라던데.....의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하는데.......인구가 많아지니까 병든 사람의 숫자도 비례하여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도 그렇고........입원실에 환자가 만원이라서 입원 대기 환자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응급실에서 기다리는 모양이군!......’
그는 보호자 의자에 걸터앉아 응급실을 둘러보며 골몰한다.
그는 다시 링겔봉지를 바라보고 숙희의 팔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숙희의 손을 매만져본다.
‘숙희가 이렇게 약한줄은.......몸이 건강해야......사람은 건강하고 싶지만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겨. 왜 사람은 질병에서 각종 사고로 인해 신음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이고! 우리 정희야!”
도민은 졸지에 가슴이 찢어지는 울음소리에 그만 고민 속에서 끌려나왔다. 그리고 울음소리가 나고 있는 곳으로 빨려 좇아 들어간다.
단장의 울음소리가 나오는 곳에는 침대가 있고 그 침대 위에는 사람이 두다리를 쭉 뻗고 누워있다. 간호사가 흰천을 가지고 그사람을 덮고 있다.
‘아픔, 그리고 죽음 그리고 땅속에 묻히고 썩고 그리고 흙이 되고 그리고....... 무엇이 되는 것인가?
왜 사람은 질병으로 인해서 고통을 당하다가 죽어야 하는 것인가?
인류는 태초부터 고통을 당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왜 고통과 슬픔을 당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고통을 생각하고 그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연구를 해왔는데 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질병의 고통에서 자유하려고 약도 많이 만들고 했는데 왜 질병을 퇴치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람들을 괴롭히는 새로운 질병은 왜 생겨나는 것인가?
신문에 보면 인류에게 새로운 재앙이 몰아닥치고 있다고.....
별이 지구와 충돌하게......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직경이 1km 되는 별이 지구와 충돌하면 모든 생명체가 죽어버린다고 과학자들이 걱정을 하고 지식인들이 걱정을 하는데........
생명체가 죽는다...... 그 생명체는 어디서 온 것인가? 그냥 생긴 것인가? 어디서 왔다면 그곳은 어디란 말인가? 그냥 생겼다는 말은 납득이 안되고........ 그렇다면 생명체는 죽기로 작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말인데.........’
그는 골몰하다가 응급실 입구에서 갑자기 시끌벅적 하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가 얼굴을 찌푸린다.
들것에 얹어진 사람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팔다리 중간을 동여매고 비틀어 지혈을 하였다. 지혈을 한 팔과 다리는 손과 발이 보이질 않는다.
피범벅이 된 환자는 멈칫거리다가 응급실의 수술실로 의사가 데리고 간다.
응급실 안의 환자와 간호자들은 피범벅이 된 사람을 볼 때부터 겁을 물키듯하다가 닭살이 돋은 사람도 있다.
그들은 기가 팍 꺾여 버렸다. 그들은 나도 저렇게 피범벅이 되면 어쩌나 하는 고민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찝쩍거리기 시작한다.
고민은 환자를 훌쩍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환자에게 ‘봤지? 봤지?’ 하며 덤벼들어 눈을 감기고 손을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엄마 나 무서워!” “여보 나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엄마야! 나 죽어!” 하는 낙심의 소리도 하게 만든다.
그리고 환자가 보호자의 팔을 잡고 덜덜거리게 만든다.
도민은 입술을 포개어 턱을 밀어 올려 숙희를 내려다본다.
도민의 얼굴은 걱정이 아주 점령을 했다.
“숙희씨!”
도민은 작은 소리로 불러본다.
숙희의 얼굴은 가느다랗게 움직인다고 도민은 생각한다.
“숙희씨!”
도민은 슬픈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부른다.
숙희는 가슴만 달싹이고 있을 뿐 대답을 않는다.
도민은 손수건을 꺼내 눈과 얼굴을 닦는다.
간호사가 혈압을 재려고 주사를 맞지 않은 숙희 팔에 혈압계를 감는다.
도민은 초조해지는 마음을 다독거리며 간호사를 지켜본다.
간호사는 혈압계를 풀면서 도민을 바라본다.
“혈압이 조금 낮습니다!”
“네!”
간호사는 도민의 초조한 눈과 마주치자 혈압을 알려준다.
“간호사님! 왜 깨어나지를 않는가요?”
“의사 선생님께 문의하세요!”
간호사는 사무적으로 대답을 한다. 그리고 다른 환자에게 다가가 혈압을 잰다.
다시 간호사가 왔다.
간호사는 숙희에게 관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환자를 관장할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도민은 간호사의 지시대로 숙희의 침대를 관장하는 곳으로 조심 조심 밀고 간다. 간호사는 도민에게 밖에 나가 있으라 한다.
도민은 응급실로 나왔다.
도민은 의사가 관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다 응급실 밖으로 뛰어나간다. 응급실 밖으로 나온 도민은 급하게 좌우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공중전화 박스로 뛰어간다.
그는 급히 다이얼을 찍는다.
“여보세요!”
“여기 망원동인데요!”
“숙희 어머님이세요? 도민입니다!”
“잘 있었어?”
“어머님 놀라지 마세요! 지금 숙희가 대학병원에 있어요!”
“아니 우리 숙희가! 어느 병원이야?”
“신촌대학 병원 응급실입니다!”
“알았네!”
도민은 죄책감에 휩싸여 주눅이 든 채 전화를 했다.
‘숙희 어머님은 허둥거려 어쩔줄 모르는 모습이......’
그는 씁쓸한게 가득 담긴 얼굴로 응급실로 걸어간다.
그는 응급실 입구와 마주한 간호사 사무실 벽에 기대섰다. 그리고 응급실 입구를 지켜본다.
“아까 중상 당한 사람있지!”
“어떤 사람?”
“있잖아! 119 구조대에 실려온 팔다리 절단된 환자!”
“아! 피범벅된 환자?”
“으응!”
“그런데?”
“그 환자가 술먹고 운전을 했대! 올림픽 도로인지 강변도로에서 과속을 했대요!”
“딱한 남자구만! 몸조심 해야지!”
“차가 오징어가 됐대! 몇중충돌을 했다나봐!”
“자살하려고 그런거 아냐?”
“그거야 아픈 사람이 알겠지!”
“여자들도 대포들이 많다던데!”
“왜 아니겠어!
간호사들은 심각이 빠진 채 이야기한다.
도민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한다.
‘사람이란 역지사지한 후에 생각하거나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지.....’
“이숙희 환자 보호자 되시는 분은 관장실로 오십시오!”
응급실 천정에 매달린 스피커는 도민을 찾는다.
도민은 응급실 입구를 확인하듯 바라본다. 그리고 응급실에 걸려있는 시계를 올려다본다.
“오실때가 됐는데!”
도민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이숙희 환자 보호자께서는 관장실로 어서 오시기 바랍니다.”
스피커는 다시 도민을 오라고 부른다.
도민은 할 수 없다는 얼굴로 관장실로 걸어간다.
그는 걸어가다 응급실 입구를 돌아다 본다.
그의 얼굴은 낭패한 얼굴이 되어 있다.
“내가 숙희씨를 간병한다는게........ 그래서 어서 오시라고 전화를 했는데! 나야 괜찮지만.....아직 키스도 안해본 사이인데....”
그는 걱정을 하면서 관장실로 들어간다.
간호사는 도민을 향해 딱도 하다는 얼굴을 하고 바라보고 섰다.
“보호자가 환자를 지켜야지요!”
“죄송합니다! 볼일이 있어서.....”
“관장을 했으니까 배설이 되면 환자가 깨어날 거예요! 배설물을 받아서 여기에 담아 오세요! 그리고 환자를 깨끗이 해주세요!”
“예!”
간호사는 둥글고 조그만 검은통을 건네준다.
그는 배설물을 수거할 통을 받아서 들고 만지작거린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간호사는 관장실을 걸어나간다.
“잠깐만요!”
도민은 서둘러 간호사를 부른다.
간호사는 문턱을 넘다 돌아다본다.
“저 간병인을 어디서 구하는지 아시면......”
“수위 아저씨에게 물어 보세요!”
간호사는 시큰둥하게 말을 던지고 걸어나간다.
“고맙습니다.”
도민은 고개를 끄덕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는 숙희의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다 놓고 숙희 곁에 앉는다.
그리고 숙희의 손을 만지작거린다.
“아니! 우리 숙희가!”
숙희 엄마의 울먹이는 말에 도민은 깜짝 놀란다.
그리고 잡고 있던 숙희의 손을 놓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관장실 입구를 바라본다.
그리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는 입구에 들어서는 숙희 엄마를 향해 고개를 꾸벅한다.
도민의 얼굴은 조금 붉어져 있다.
그녀에게 도민의 인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얼굴은 이를 어째 하는 당혹으로 발라져 노란색이 붉은색을 깡그리 밀어냈다.
“숙희야! 숙희야!”
숙희 엄마는 숙희를 부르며 숙희의 팔을 잡고 흔들어 깨우려고 덤빈다.
“어머니 진정하세요! 의사선생님이 숙희를 절대 안정하게 하라고 했어요!”
“아니 이사람아! 우리 숙희를 왜 이렇게 만들었나? 우리 숙희를 살려내게! 숙희를 좋아한다고 그러더니 이게 뭔가?”
“죄송합니다! 어머님!”
숙희 엄마는 졸지에 얼굴이 사나와지면서 도민을 사납게 몰아친다.
“저 실은....”
“실은 뭔가? 누구마냥 오리발인가?”
“어머님! 숙희는 금방 깨어난다고 그랬어요!”
“누가 그랬나?”
“간호사가 그랬어요! 가벼운 상태라고!”
“기가 차서..... 간호사가 의사인가?”
“관장을 했으니 곧 깨어난다고!”
“자네 책임지게!”
“예!”
“푸드드득”
관장실을 뒤흔드는 소리가 났다
숙희 엄마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두리번거린다.
도민은 숙희의 얼굴을 바라본다.
푸드득 소리가 숙희 엄마에게 달겨든다.
“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저는 밖에 나가 있겠습니다!”
도민은 숙희 엄마를 바라보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숙희의 얼굴을 보고 관장실 밖으로 서둘러 나간다.
관장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몸을 흭 소리가나게 돌이킨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관장실 구석을 가리킨다.
“어머님! 저기에 화장지 있습니다!”
숙희 엄마는 도민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변기는 침대 밑에 있습니다!”
도민은 서둘러 관장실에서 응급실로 나왔다. 그리고 그는 응급실을 가로질러 응급실 문을 밀치고 응급실 밖으로 나간다.
그는 응급실 마당 구석진 곳으로 가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는다.
그리고 고개를 떨구고 땅바닥을 내려다본다.
그는 조그만 돌멩이를 주워 들고 땅바닥을 끄적거린다.
그는 ‘사람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라고 낙서를 했다.
그리고 계속 숙희라고 쓴다.
그는 사람이란 존재가 너무나 허무하다고 느끼고 생각한다.
그리 길지않은 인생살이를 사람들은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왜 인생은 이 땅에 태어나서 허무를 찾다가 허무로 가는가?
나는 어디서 온 것인가?
나는 이세상에서 나도 모르게 생겨난 것인가?
사람은 질병에게 시달리다가 죽어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조금 세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죽고 마는데 그런 사람은 그래도 복을 타고 나서 그런가?
복은 누가 주는가?
내가 숙희를 좋아하는데 그것은 왜인가?
숙희는 많은 여자들 가운데 단 한사람인데......
그 많은 사람가운데 숙희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이상스런 일이야........
우연인가 사람의 만남이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의문점이 너무 많아......
이 세상에서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있고.......
사람은 이세상에서만 사는게 아니라 육체가 죽으면 육체 속에 있는 영혼이 가서 사는 세상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람이 죽으면 개도 되고 새도 되고 벌 나비도 되기도 하고 그게 죽어서 다시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사람도 있고.......
인생이 고생하면서 사는 것은 전생에서 죄를 지어서 그죄를 씻기 위해서 질병과 환난으로 인생이 고통을 당하며 사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착하게 살아야 좋은 곳에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말들은 하면서 돈이 많이 있으면서 돈을 더 모으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공무원이..... 자식 사업하느라 억대 과외공부를 시키고 있다가 들통이 났다.
서울대학 교수도 치과 교수로 임용시켜줄테니 돈내라 하여 수억원씩 챙기고.......
서울대학 교수가 그러니까 서울대학 총장은 자기 자식사업을 특별과외시키느라 며칠 과외 공부 시키는 것도 아닌데......
팔천만원 과외비를.......
우선 이천만원 내고 한달반을 과외공부를 시켰고 시키고 있다는 신문방송이 1998년 8월 마지막 주말에 시끄럽게 보도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머리속에 홍수가 터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과외공부 시켜서 좋은대학 서울대학 들어가서 졸업해서 교수나 순경, 검사, 판사, 세무공무원, 변호사가 되어 엽전물에 목욕재계하라는 것인가?
서울대학 총장은 서울대학 교수 모두가 선거하여 뽑은 총장이라던데 교수들이 어떤 교수들인데.......
자식사업을 남달리 잘하는 자식사업가를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선출을 한 것인가?
거기에도 자기 닮은 사람을 좋아해서 그러니까 유유상종 법칙이 작용하여 총장으로 뽑은 것은 아닌지 궁금하구나.......
이상할 것도 궁금할 것도 없지.......
이땅이 모두 엽전물을 너무 빨아대서 홍수가 범람하는 것을.....
그건 그렇고 숙희가 입원하게 되면 간호사에게 의사에게 엽전물을 대접해야지 홍수사태가 나는 땅이니까......
그러고보니 이땅은 어느 곳 하나 빈곳이 없이 엽전물을 너무 너무 좋아들하고 있단말야......
장사꾼은 장사꾼에게 엽전물을 빨아먹고......
상급공무원은 하급공무원에게 엽전물을 빨아먹고......
허가, 인가 내주면서 엽전물 빨아먹고......
안되는 것 되게 해주고 빨아먹고........
직무유기하느라......
배임하느라.......
목이 말라서.......
치부하느라........
선생은 학생에게 엽전물을 빨아먹고.....
청소부는 쓰레기 버리는 사람에게 엽전물을 빨아먹고......
대통령이 최최고로 엽전물을 빨아먹고.......
그래서 젼(錢)통령이 생기고 물(物)통령이 생기고.......
대통령비서도 최고로 빨아먹고.........
장관도 빨아먹고...........
판사 검사도 엽전물 빨아먹고..........
돈장사하는 은행원도 엽전물을 빨아먹고...........
깡패도 빨아먹고.......
정치꾼 의원들도 빨아먹고......
경찰은 범죄인에게 빨아먹고........
변호사는 생으로 빨아먹고........
기자는 공무원에게 공갈쳐서 엽전물 우려먹고.......
줄줄이 교도소를 자랑스레 갔다가는 의시대며 보란듯이 뻔뻔한게 강화년 찜져먹게 해가지고 부끄럼이 떨려난 자국도 없는 얼굴로 나오고......
그리고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을 또 하라고 또 되라고 표 찍어보내고...... 몰라도 유분수지......
엽전물 좋아하는 병이 만연이라.......
이 병을 치료할 약은 없단 말인가?
이 병은 누가 치료를 한단 말인가?
엽전물을 먹고 먹다가 왕창 모두 망하는게 아닌가?’
도민은 먼 하늘을 올려다보다 돌을 땅에 놓는다. 그리고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땅을 봤다 하늘을 봤다 하면서 응급실을 향해 걷는다.
‘우리 국민들은 향학열도 높고 교육 받은 수준도 높은데 왜 부조리와 망국병인 엽전물을 빨아먹는 일을 경쟁적으로 당연시하며 하고 있는가?’
그는 휠체어를 타고 산책하는 환자와 마주친다.
그는 환자의 목에 눈이 빨려든다.
휠체어를 밀고 오는 중년 여자는 담담히 바라보며 지나친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깡마른 노인은 목에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뚫린 구멍에 고무 호수가 삐죽이 나와 있다.
그것은 그의 맘을 집적거리고 있다.
도민은 얼굴을 찌푸린다.
그는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본다.
‘코로 호흡을 못하니까......
저기에 먼지나 티가 들어가면 어쩌나........
사람이 목구멍을 생으루 절개하고도 살 수가 있구나.......
환자의 얼굴은 웃음 담은 그릇이 깨져 버린 얼굴이야.......
노년에 목구멍을 뚫었으니........’
그의 발걸음은 무겁게 보이고 있다.
‘숙희는 깨어났나.....어서 깨어나라......내가 너의 엄마에게 혼나지않게 해야지......’
그는 응급실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간다.
그는 관장실 입구를 바라보며 긴장한 얼굴로 걸어간다.
그는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고 망설인다. 그리고 숙희 엄마의 표정을 엿본다.
그는 침을 꿀컥 삼킨다.
그는 숙희 엄마가 침대 옆에 서서 딸의 얼굴을 근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슴을 엿보고 어깨를 들었다 놓는 심호흡을 한다.
그는 고개를 떨궜다 이내 든다.
그리고 턱을 지그시 깨물고 관장실로 들어간다.
그의 눈은 숙희에게 붙들려 버린다.
숙희 엄마는 고개를 돌려 도민을 돌아볼 생각을 못한다.
“으......음!”
숙희에게서 신음이 가늘게 울렸다.
“숙희야!”
숙희 엄마는 소리쳐 딸을 부른다.
도민은 졸지에 가슴이 뻥뚤리는 아찔함을 느낀다.
그는 두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 숙희에게 덤벼들 기세를 보인다.
그리고 “제발 깨어나라! 어서 깨어나라! 나를 살려라! 숙희야!” 하고 소리 안나게 빌고 외쳐댄다.
숙희의 얼굴이 가늘게 파동을 친다. 그리고 눈동자가 움직인다. 그리고 눈을 뜬다.
“숙희야!”
숙희 엄마는 기쁨에 넘친 소리로 딸을 부른다.
숙희는 두리번거린다.
숙희 엄마는 졸지에 기쁨 담은 그릇을 놓쳐 버린다. 그릇은 땅바닥에 퍽 소리를 내며 조각이 나버린다.
그녀의 얼굴은 기쁨이 없어져 노란해졌다.
“숙희야! 엄마 안보여?”
그녀는 울먹거리며 겁먹은 소리로 딸을 부른다.
“엄마?”
“숙희야!”
그녀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댄다.
“엄마 왜그래?”
숙희는 손으로 엄마를 밀어낸다.
“엄마 속을 어지간히 태워라!”
“엄마! 도민씨는 어디 있어?”
“쯔쯔..... 그렇게 보고픈 사람을 두고 어떻게 까브러졌냐?”
숙희 엄마는 혀를 차면서 숙희를 곱지 않게 바라본다.
“엄마는.......”
“숙희씨! 어때요?”
도민은 말을 하며 숙희가 자신을 볼 수 있게 앞으로 나선다.
“도민씨 미안해!”
“미안하긴!”
“도민씨! 나땜에 놀랐지?”
“숙희씨 어머님이 놀라셨지!”
“잔소리 말고 어서 일어나 가자!”
숙희 엄마는 퉁명스런 얼굴이 되어 퉁명하게 말한다.
“엄마! 삐졌구나! 그까진 일로.....”
“품안에 자식이라더니......나 갈란다.”
“엄마! 미안해!”
도민은 어색하게 서서 모녀간의 마찰소리를 거북스레 보고 섰다.
‘숙희는 어머님을 괜히 섭섭하게 해 드렸어......
깨어나서 한다는 소리가 애타하는 엄마의 심정은 외면하고 어이없게 나를 찾는 말을 하니 섭섭하실 수밖에......’
의사가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은 의사에게 집중하느라 생각도 입씨름도 졸지에 중단이 되어 버렸다.
“이숙희씨! 깨어났군요! 반갑습니다! 보호자분 누구시죠?”
“전데요!”
“어머니 되십니까?”
“예!”
“따님이 몸이 허약한편이니 입원을 시키시죠!”
“입원을요?”
“피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간이 좀 약한 것 같습니다!”
“예?”
그녀의 가슴 속에서 쿵소리가 났다고 그녀는 눈을 딱 감는다.
그녀의 눈꺼풀은 힘주어 덮이느라 줄음살을 많이 만들어 얼굴이 깨지고 있다고 하는 것 같다.
“아니 애들도 간이 나쁠 수가 있나요?”
숙희 엄마의 묻는 말소리는 더듬다가 나중에는 떨리고 있다.
숙희는 무엇을 모르는지 남의 말을 듣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
도민은 숙희를 바라보다 의사를 바라보다 담담히 있는게 숙희의 얼굴을 닮고 있다.
“젊은 사람도 그럴 수가 있습니다!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내과과장교수님에게 가보십시오!”
의사는 말을 하고 관장실을 나가버린다.
숙희 엄마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어머님! 너무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의사들은 조금 아프면 저렇게 말들을 하는 거니까요!”
“아냐! 자네는 몰라! 의사가 입원하라고 할 때는 심각한 거야!”
숙희 엄마 목소리는 기가 꺾여 땅바닥을 기느라 맥없이 들린다.
“의사들이 오진을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딴 대학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시지요!”
“엄마는 의사 말에 핼슥해서 그래! 병원에서는 돈벌려고 그러는건데 엄마는.......”
숙희의 말 속에는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있는데 엄마가 걱정을 만들어 지고 이고 비틀거릴 일 있느냐는 투다.
“자네가 여기 좀 있게!”
“예!”
숙희 엄마는 딸이 하는 말은 귀에 전혀 들리지를 않는다.
그녀의 마음은 새벽부터 불안했던게 현실로 나타나 응급실에 달려왔고 그리고 숙희의 졸도한 얼굴을 보고 안절부절한게 모두 지난밤에 나쁜 꿈을 꾸어서 그렇다고 귀를 막아놓고 있다.
그녀는 SBS 방송에서 미스터리를 방영한 것을 본 그것이 조상의 영혼이 숙희를 우리 집안을 어려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생각에 매였다. 그리고 당황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녀는 관장실을 걸어나간다.
“엄마 어디 가?”
숙희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도 않고 끌려서 나가는 모습으로 나가버린다.
“숙희씨! 너무 걱정 말아요! 지금은 약이......”
“도민씨는 나를 위로하려고 그러지 말아요! 나도 내 몸이 이상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졸도를 한 것 아니겠어요?”
“기운이 약하면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의학이 발달해서 조금 치료 받으면 쉽게 나을 수 있으니까 힘을 내요! 어서 일어나지.....”
도민은 말을 하며 숙희의 손을 잡고 일으키려 든다.
“내가 일어날게요!”
“숙희씨는 가만히 그대로 있어요!”
도민은 숙희를 부축하여 침대에서 일어나게 하려다 말고 발치로 간다. 그리고 허리를 구부려 침대의 손잡이를 잡고 침대를 조작한다.
그는 침대를 적당히 일으켜 세워놓는다. 숙희는 자연스레 일어나 앉았다.
“됐어요! 도민씨!”
도민은 침대 조작을 멈추고 일어나 가벼운 웃음을 얼굴에 담고 숙희를 바라본다. 숙희의 얼굴은 핼쓱하다고 느낀다.
숙희는 도민을 마주 바라보며 웃는다.
“숙희씨는 웃음 속에 아름다움이 묻어 나오고 있어요!”
“정말!”
“그럼!”
그들은 잠시 병원을 잊었다.
그리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마련했다.
그때
“밖으로 나가 주세요!”
간호사의 냉랭한 소리가 그들을 다시 응급실로 붙잡아 앉힌다.
숙희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떨군다.
“우리 밖으로 나가자!”
도민은 침대를 밀고 관장실 밖으로 나간다.
간호사는 도민을 흘기듯 하고는 도민보다 먼저 응급실로 가버린다.
도민은 간호사 사무실 옆 빈자리에 숙희 침대를 세웠다.
그리고 숙희를 애틋한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켜본다.
숙희는 간호사들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앉아 있다.
그녀의 멍한 눈망울에는 간호사들의 싱싱한 몸놀림이 비춰나오고 있다. 그리고 싱싱한 것을 부러하는 게 시샘하는 게 뒤따라 나오고 있다.
그뒤에는 숙명이라고 하는 것도 따라나오고 있다. 그리고 숙명을 향해 너는 무엇인데 나를 이렇게 병들게 하느냐고 묻는 소리도 따라나오고 있다. 그리고 누구는 건강하게 살고 누구는 병들어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시름거리다가 죽어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급히 좇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사람은 아픈 일이 생기는 거야?’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따라나온다.
그리고 ‘사람은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야!’ 투덜거리는 소리도 따라나오고 있다. 그 뒤에 ‘사람은 힘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하는 소리도 따라나온다. 그리고 ‘저렇게 아프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건가?’ 하고 기가 죽어 있는게 따라나온다. 그리고 ‘너도 너도’ 하며 겁주는 소리도 따라온다. 그리고 미스터리극 방송 속에서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된다고 했는데.....사실 그러한가 하는 의문도 따라나온다. 그리고 ‘사람이 귀신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따라나온다. 그리고 아수라라는 소리도 좇아오며 무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불지옥이라는 소리도 좇아오며 겁을 먹인다. 그리고 ‘너도 죽으면 그래. 너는 오래 살 것 같으냐? 네가 여기 오기 전에 여기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흰천으로 덮혀서 실려 나갔다. 저기에 영안실이 있다. 너도 준비를 하는게 좋을 거다.’ 하는 속삭임이 귀를 잡아다녀 듣게 만든다.
도민은 숙희가 생각에 잠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숙희가 생각 속에 묻히라고 말없이 지켜만 본다.
도민의 숙희를 바라보는 눈은 애틋함에서 안타까움으로 그리고 소원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원망스러움에 떠밀리고 있다.
‘숙희가 하필 병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가?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간에 병이 생기나?
간이 병들면 어찌 되는 것인가?
간에서 출혈이라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이 무서워 떠는 암이라도 생겼단 말인가?
어떤 약을 써야 낫겠는지?
여자들은 술도 안먹는데 왜 간이 나빠지나?
대학교 정문 부근마다 술집이 많은 걸 보면........
대학교 입학할 때 선배들과 술로써 상견례를 한다는 것은 상식.......
상견례할 때 술을 너무 마시게 하고 마셔서 해마다 술독에 빠져 죽는 대학생이 많은데.......
대학교 다니면서 동창들과 과 선후배가 날마다 담배 피고 술을 마시고 공부를 한다고 하는게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인데.......
그러느라 주당이 되고 술중독이 되는 못말리는 대학생.......
그러느라 실력이란게 고등학생 수준........
그것도 암기만 부지런히 하여........
그러느라 독서하는 것을 따분하여 못하는 얼렁뚱땅이 되고.......
생각하는 것은 싫고........
누가 시키는 것만 하는 체질로 변했으니.......
그러면 숙희도 누구처럼 술이나 먹고 대학에 다녀서 간이 나쁘다는 것인가? 아냐! 그럴리 없다구!
숙희는 술독에 빠져 폭탄주 마시며 대학 다닌 사람 같진 않아!
저렇게 야들거리는 몸에 어디에 술을......
밀밭 근처도 못 갈 체질인데.......
하긴 약골이 살인한다는 말도 있지만.......
대학생활 한 사람이 술을 안먹고 대학에 다녔다는 말은 공개된 거짓말이라고 그랬는데......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술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이라고들 말하면서 공부는 안해도 술꾼이 되어야 직장생활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돌아가고 .......
그래서 한참 일할 나이인 40대에 간이 나빠져 죽는다고 신문에 보도가 되고 있지.....
내가 숙희를 술독에 빠졌던 사람으로 본다는 것은 숙희에 대한 모욕이며 내 사랑이 용서 못할 짓이야.......’
그는 한바퀴 휭하니 골이 새게 돌고는 숙희가 멍한 눈으로 간호사들을 바라보는 것을 그치지 않자 다시 두바퀴 째 돌러 나간다.
‘간이 나빠지도록 아니지, 간이 병이 들도록 아니지, 의사가 입원하라고 할 정도로 병이 든다는 것은 상상이 불허하는 사건이야!
그래 맞아! 얼마나 간이 나쁘면 쓰러져 까무라치겠어?
나쁜 정도가 아니라 이건 죽게 된다는 말이나 한가지지......
의사가 입원해야 된다고 말 할 정도면 심각한 거야!
환자가 쇼크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미모가 있는 여대생이라........
동창 아이들이 꽤 추근거렸겠지........
대포 한잔하자고.....
생맥주 한잔하자고......
카페에서 마시자고......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말일 거야.......
호프 집으로 끌고가서 강제로 맥주를 먹이고 폭탄주로 폭격을.......
못먹는 감으로 알고 심술을 부렸겠지.......
실컷 돌아다니다가 발이 새니까 나에게 동냥 주는 거라구.......
얼마나 술친구 머슴애 대학생들과 험하게 싸돌아다녔으면 간이 새겠냐?
그럼 나는 간이 새는 사람 뒤치닥거리만하는 못난이란 말인가?
어떤 놈은 싱싱할 때 새게 만들고 누구는 새는 것을 허겁지겁 막느라 맘고생하고......
여자야! 너는 싸돌아다니면서 남자를 데리고 놀아도 결국은 발이 새는 인생이란다.......
술 잘먹는 여대생이라고 해봤자 결국은 간이 새는 병든 몸으로 멍청하게 건강한 때가 나에게도 있었나 하는 후회밖에 못하는 거다.....
술잘먹는 여대생이 시집을 가면 무엇을 생산할까?
그거야 술 잘먹는 아이를 낳겠지......
그아이 어찌 될까?
그아이 엄마따라 간이 새겠지.......
그리고 머리가 나빠 골이 새겠지......
그런 아이들 나라 어찌 되겠냐?
흐리멍덩하여 딸라(US dollar) 노예 되겠지......
그래서 공장과 은행을 술값 갚느라 팔아먹겠지......
내가 무슨 퇴출시대에 산다고 퇴출 여대생을 구제한다고.......
나도 내 주제파악을 할 때야......
공장이던 사람이던 퇴출을 당하면 아무 곳에도 소용이 없는 걸......
골이 새서 술을 간이 새도록 먹는 여자는 퇴출을 당할 수밖에 없고 발이 새도록 술을 먹는 남자 대학생도 퇴출을 당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러니까 술꾼 대학생을 회사에서 채용할 일이 안생기는 거지!
술꾼 대학생이 회사에 들어가 술꾼 사원 노릇을 발이 새고 골이 새게 술을 마시는 생활을 했으니 어찌 국제 경쟁력이 있겠냐?
술꾼이 무엇을 하겠냐?
술먹는 걸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에게 술을 먹여 가르치는 나라가 우리 나라가 아닌가?
술을 잘먹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아닌가?
그래서 처녀들이 술 잘먹는 남자를 남편감으로 고르는 현실.......
그렇다고 술을 잘먹어야 정신이 맑아서 일을 잘하나?
그래서 의사들이 술을 잘먹나?
그래서 판사 검사들이 술을 잘먹나?
그래서 술에 취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그래서 선생도 학생도 술을 즐기느라 폭탄주로 날을 새우나?
그래서 발이 새는 사람이 많고 골이 새는 사람이 많은 것인가?
그래서 폭탄주를 죽을 때까지 먹으려고 덤벼드나?
나같이 술을 먹으면 몸에 안좋다고 술을 멀리하는 사람은 무능하다고 술꾼사회에서 싫어버림을 당하는 것인가?
숙희도 남자는 폭탄주를 먹고 견디는 남자라야 용기가 있는 사람으로 안다는 식의 말을 하는 걸 보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 좋아하는 사람끼리 어울려야 제대로 어울릴수 있겠지.....
웬지 숙희 어머님이 나를 별로로 취급하는 걸 보면.......’
도민은 생각 속에서 생각을 벗기고 그리고 생각덩어리를 또 벗기느라 기분이 가라앉아 버렸다. 그는 팔짱을 끼고 초점을 잃은 눈으로 응급실 입구를 바라보고 맥없이 서서 있다.
“숙희야! 입원해야겠다!”
숙희 엄마는 졸지에 홍수에 떠내려가다 건짐 받은 사람같다.
도민은 팔을 내리고 숙희 엄마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녀는 딸만 바라볼 뿐 눈길 한 번 안준다.
“엄마! 미안해!”
“내가 입원 수속을 하마! 입원할 사람들이 많은데 너를 입원시키라고 하는 것은 너를 위해 주는 사람이 이 병원에 있는 모양이다.”
“그럴리가!”
“누가 아냐?”
숙희 엄마는 말을 끝내지도 않고 입원 수속을 하러 간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도민을 무안하게 만든다.
‘나야 사실 남남인데.......내가 숙희 어머니께 수고한다는 말을 듣고자 한다는게 이상스런 일이지......숙희가 입원을 하는 것을 보고 가야 내 책임을 조금 덜겠지........’
숙희는 도민을 바라본다.
도민의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고 생각한다.
“도민씨!”
숙희는 작은 소리로 도민을 불러본다.
도민은 듣지를 못한다.
“도민씨!”
그녀는 다시 부른다.
도민은 고개를 돌려 숙희를 바라본다.
도민은 애틋한게 바닥이 난 눈으로 바라본다.
“나 불렀어요?”
숙희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어요?”
“그냥.....”
“엄마에게 실망했어?”
“아니!”
“우리 엄마는 그래!”
“내가 탐탁치 못하니까 그런거 아니겠어?”
“도민씨가 그런 소리 하면 싫어!”
“그런말 우리 하지 말자! 지금 숙희씨는 마음을 나에게 빼앗길 때가 아니야!”
“미안해! 내가 엄마를 설득했어야 하는데......”
숙희는 센치멘탈해졌다. 그리고 도민의 마음이 엄마로 인해 멀리멀리 미치지 못할 곳으로 가게 될까봐 서글퍼지고 있다.
도민을 주시하고 있는 숙희는 간이 병들어 입원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잊고 붕붕 떠다니고 있다.
“도민씨 우리도 금강산에 가자! 금강산 생각만 해도 스릴이 짜르르하게 발바닥이 저려온다. 금강산 안내원이 ‘남반부 선생! 우리 북조선에 온기를 환영합네다! 우리 금강산이는 세계에서 최고로 제일 좋은 명승지이메! 폭삭 타버린 절간이를 맹글어 놀라 하고 있습메! 남반부 사람들이 절간이를 지어준다고 했습메!
남반부 사람들이 절을 하기 위해 절을 맹글고 엽전을 많이많이 바칠 것임메!
남반부 사람들이 말하는 민족의 영산이 아님메! 이곳에서 이곳 금강산에서 위대하시고 영명하신 김일성 아바이의 별장에서리 아바이를 생각해보시라요! 그러면 위대하신 민족의 태양 김정일 지도자가 비서 시켜서리 꿈을 현실로 빠꾸어 줍네다! 한 번 해보시라요!
도민씨가 숙희씨와 함께 한 번 해보시라요!
장모 될 에미나이가 딸이를 안줄라 하고 있습메?
우물쭈물거리지 말라우요!
금강산까지 와서리 어찌 그러메?
우리 북조선 인민들이 배가 고파서리 이밥을 먹는 꿈이를 많이 꾸고 있지비! 위대한 아바이 김일성 수령과 민족의 태양 김정일 동지가 고거이는 해결이를 못하고 있지비! 그밖에 것이는 다 이루고 있어야!
안심하라우! 보라우요! 대포동 미사일을 만들어서 쪽발이를 겁주게 해달라는 꿈을 꾸니끼니 엊그제 한방 갈겨서리 양코 왜코를 겁을 강제로 먹였어야!
거, 뭐시기 연애하능기는 좋게 해줘야!
거, 무사니 임시경이도 평양에 와서리 아바이 구경하고 가서 시집을 팍 갔어야! 대학생 총각이 금강산이 아닌 민족의 축전에 참석만 해도 남반부로 가면서리 밥을 꽁짜로 먹게 해줘야!
길바닥에서 자빠져 자는 것을 아파트보다도 더 큰 집에서 자게 해주는 영험함이 있어야!
이북에서리 이밥은 커녕 보리밥보다도 못한 강냉이 밥도 얻어 먹지 못해 간나들이 할배보다도 먼저 세계 최고 영도자 아바이 수령 김일성장군을 따라간다고서리 날마다 매일 통곡하는 에미나이가 많아야!
그런데 얼매나 좋네!
이북에 왔던 대학생, 목사, 신부 배때기가 얼매나 고팠으면 잠잘데가 얼매나 없었으면 고거이를 소원하는 생각을 했겠습메?
그래서리 그들은 숙식문제를 민족의 태양이신 김정일 지도자가 빠쁘신 중에도 문이환목사 구식신부 대학생이를 남반부에 지령해서리 이밥을 잘 대접하게 한기를 모르메? 시퍼런 옷도 입혀주고 카키복도 입히고 있어야! 고거이를 모르메? 글쓴다는 황식영이도 5년간 감옥에서리 꽁짜밥 먹게 해줬어야! 신문 연재소설이를 쓰게 감옥살이를 시켰지비! 그거이 없으면 어찌 글이를 쓰겠습메? 고거이 모르고 연애를 어찌 하지비? 그러니끼니 장모자리를 쇠뇌 못시키는 거이메!”
도민은 숙희가 개그를 하자 놀라는 눈으로 입을 벌리고 쳐다본다.
숙희는 밝게 웃으며 도민을 바라본다.
“내래 임자 어마니 눈깔에 쏙들게 하갔시요! 꺼럼!”
“도민씨는 남반부에서 일등 청년이야요!꺼럼!”
“못말리게 잘한다야! 앞으로 개그계가 발칵 뒤집어지겠다야!”
“칭찬 싫지 않습네다!”
“숙희가 명랑하게 웃고 말하니 병원에 햇살이 돋는다야! 나도 개그를 숙희한테 배워서리 개그맨으로 출도를 해야겠다.”
“정말?”
“그럼! 숙희는 내 선생으로 모실게!”
“수강료 얼마 줄건데요?”
“금강산 유람선 타고 금강산 가서리 리북 에미나이 안내원 쫄랑거려 따라댕기면서리 금강산 관광하게스리 지불하갔시요! 됐습네까?”
“좋았시요!”
“꺼럼! 내래 임자 어마니께 잘보이게 노력하갔시요!”
숙희는 졸지에 창백했던 얼굴이 햇살이 쪼였다고 조금 밝으래 해졌다.
숙희 엄마는 딸과 도민이 화기애애하게 담소하는 것을 보면서 걸어온다. 그녀는 도민이가 딸과 친한게 싫었다. 딱 어디가 어때서 싫은게 아니라 사자가 붙은 직업을 갖고 있을 확률이 전혀 없어서 싫었다.
그녀는 세도를 부리는 검사의 장모가 되고 싶었다.
누가 잡아다 가두지도 못할 뿐 아니라 장관하는 사람도 국회의원도 검사가 오라고 하면 꼼짝없이 불려오고 검사가 밤새도록 조사를 하면 꼼짝을 못하고 굽실거리며 취조를 받고 그리고 장관, 국회의원, 사업가, 경찰관들이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를 괜히 무서워하는데 그 기자들이 검사 앞에서는 쥐달음을 하는게 고소하였다.
기자들이 검사를 무서워하는 걸 보면 허위보도를 잘해서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짓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돈을 많이 먹고서 신문 방송에 보도해 주고 돈을 많이 먹고 보도를 안해 주고 신문에 보도할테니 돈내라 협박하고 공갈쳐서 돈을 많이 빨아먹기 때문에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그렇게는 생각을 못하고 기자들이 밑이 구린 짓을 많이 하니까 검사가 무서워 떠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녀다.
그녀는 검사 남편감에게 시집 가기를 원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검사 총각을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 기업체 사장 노릇을 해도 시덥지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소원을 자식이 이뤄 주길 소망하였다.
그녀는 열심히 자식을 닦달하였다.
그결과 그녀의 자식은 ‘너는 검사가 되라! 엄마 소원을 풀어라!’는 말에 쫓기어 다니느라 신경쇠약에 잠못이루는 고생을 하다 미국으로 유학 도망을 갔다. 그녀는 다시 숙희에게 검사가 되라고 사법고시 공부를 하라고 성화를 댔었다.
숙희는 엄마에게 시달리다 ‘검사 사위 보면 될 거 아니유!’ 하는 말로 얼버무려 피했었다.
그리고 여러날이 지난후 숙희는 도민을 만났다.
젊은이가 한강뚝에 걸터 앉아 있다.
그의 손에는 우산이 들려 있다.
그는 한강물을 내려다 보다가는 강건너 양평동을 바라본다.
그리고 성산대교를 지켜보다 고개를 돌려 양화대교를 바라본다.
‘한강물은 새파란 바다를 빨강 물감 칠을 해주러 부지런히 가는 것 같군! 그러나 네가 바다를 황톳물로 바꿀 능력이 있겠냐?
황해바다라고 이름을 지은게 너라고 생각하냐?
어림없어야! 너도 주제 파악을 해라!
너도 엽전물 잘먹고 작먹는 놈에게 배워서 그렇다구?
핑계는 잘대는구나!
야, 이놈아! 엽전물 먹는 놈이나 먹은 놈이 그렇기로서니 너까지 주제를 모르고 가소로운 짓을 하면 되겠냐?
바다가 웃어 이놈아!
그런데 산이나 들이 새파란한데 너는 어째 빨강물이냐 이놈아!
그것도 엽전물 먹은 놈에게 배웠다구?
그게 사실이냐?
사람 등때기를 긁어서 엽전물 나오게 만들고 거기다가 주둥이를 대고 쪽쪽 빨아먹는 놈보다는 낫다 그말이냐?
그래서 너도 산을 할퀴어서 빨강물을 만들었다.
너만 나무라지 말고 사람을 꾸짖으라!
사람들이 들로 산으로 다니면서 더렵혀서 그걸 씻어주려고 빨강물이 되었다 그말이냐?
말은 잘한다.
그것도 사람 닮아서 잘지껄이냐?
알면서 능청스럽기는..........
누가 홍수로 만들었나 한 번 구체적으로 말 할 생각 없냐?
한 번 들어보실 생각이 있으신 거유?
해봐라!
그게 그래유 하두 많으니께유.......
그렇다는 걸 알면서 말 시키는 내가 딱하다야!’
그는 강 뚝에서 일어나 뚝을 따라 걷는다.
‘이런 홍수를 당하지 않으려면 그 원인을 치유해야.......
그렇다면 우리 나라 어린이들에게 바르게 보고......
태교부터.......
여자들에게 태교를 잘하도록 충분한 교육을......
옳고 그릇됨을 분별할 수 있도록 가치를 심어 주어야 홍수를 당하게 되지를 않지.........
나라의 장래가 반복되는 슬픔과 탄식에 뒹굴지 않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 것인지 대책이 막연하군.......
물이 흐르는 길이나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흐름이 원활할 수가 없는 것, 홍수가 범람하는 것도 미처 물이 내려가지 못하니까 그런 거지......
사람의 마음도 청결치 못하면 눈이 밝지를 못해 홍수를 당하게 되는 곳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태연자약하는 거지......
책을 읽고 공부를 많이 했어도 불조심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곳인지 물조심을 해야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마치 죽음을 불러 들이는 행동을 하는 딱한 사람들.......’
“도민씨!”
그는 골몰하여 느리게 걷기만 한다.
“도민씨!”
그는 잠에서 막 뜬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리난 곳을 두리번거린다. 그의 눈은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나 하는 눈이 되어 있다.
그의 눈동자 한 가운데는 가녀린 여자가 서서 있다. 머리는 단발이면서 어깨를 덮고 있다.
“도민씨!”
그녀는 무안당한 것을 감추려 다시 청년의 이름을 부른다.
“아! 숙희씨가 웬일이세요?”
그는 홍수 속을 헤매이다 이제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를 알아본다.
그리고 그는 얼굴을 붉힌다.
“도민씨는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제가 그렇게 부르는 것도 모르세요!”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비밀이람 관두세요!”
“아닙니다! 비밀은...... 저기 그러니까 강물을 보고 생각을 했어요!”
“강물의 유래라도 연구하셨는 모양이죠?”
“연구는 무슨 연구입니까? 그냥 홍수를.....”
“괜히 회피하지 마시고 홍수 연구나 계속하세요!”
그녀는 기분이 언짢은 얼굴로 비밀스런 고민을 알고 싶지 않다는 투로 말해 버린다.
도민은 그녀의 얼굴 표정을 보고 저으기 당황해 한다.
“저기..... 숙희씨! 오해하지 말아요! 나는 고민이 있는게 아니라.....”
“말 안해도 도민씨가 고민을 안하고 고뇌를 하는 중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도민씨의 구차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요!”
“숙희씨! 왜 그래요! 숙희씨 답지않게!”
그는 더 이상 못듣겠다고 굵은 목소리로 크게 말한다.
“도민씨가 그러니까......”
“나는 조금 전에 강뚝에서 생각을 했었지요! 그랬는데 너무 벅찬일이라서 골몰하느라고 숙희씨가 부르는 소리도 냉큼 알아듣지 못했어요!
알고 보면 부질없는 고민이지만......”
“도민씨가 고민되는 일이 있다면 제가 해결사를 할게요!”
숙희는 도민이의 가려지지 않은 얼굴과 가식 없는 말투에 금방 토라진게 제자리로 서둘러 돌아오느라 얼굴에 웃음을 주섬주섬 담으며 말한다. 그리고 고개를 싫지 않게 오른쪽으로 갸우뚱하고 도민의 눈동자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도민은 숙희의 그런 태도에 내심 기뻐하면서 조금은 당황을 한다.
그는 숙희에게 눈동자를 붙들려 어색하게 피식 웃는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미안하잖아!”
도민이는 조금전 자신의 어설픈 모습을 변명한다.
“자세한 설명만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홍수와 대화를 했어요! 대화에 빠졌었다구요!”
“무슨 대화를 하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인터뷰를 하는 것 같은데.......”
“미래의 민족 일보 이숙희 기자입니다.”
“이거 특종감인데.......이 기자에게만 취재에 응하겠습니다.”
도민은 재미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진지한 모습이기를 바라겠습니다.”
숙희는 정색을 하고 말한다.
“저는 한강물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한강물은 비만 조금 오면 물이 붉어져 흐르고 있어서 내 딴에는 그게 궁금하여 물었습니다.
‘왜 너는 붉어졌느냐?’ 했더니 글쎄 사람을 닮아서 그렇다는 겁니다.
또 물었지요! 그랬더니 또 사람을 닮아서 그렇다는 겁니다.
내참 어이가 없어서.......”
“무엇을 물었는데 어이가 없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기자씨! 조급한게 어느 나라 사람 아니랄까봐 티를 내십니다그려!”
“시간은 돈이라는 걸 모르시는 분처럼 영감 늘보 닮아가십니다그려!”
그녀는 웃음을 참으며 말 흉내를 낸다.
“기자는 영감을 놀려도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취재라는 것입니까?”
“본론이 이렇게 늦어서는 특종이.....”
“기자씨 본론은 별개 아니니 그만 두십시다.”
“남자가 칼을 뺏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 어느 동네 사람티를 내시려고 그러십니까?”
“허, 이거 여자 기자에게 당했구만 당했어! 앉은 자리에 풀도 안나겟수!”
“어물쩡하면 나라가 시끄러워요!”
“나라가 내가 입을 다문다고 해서 시끄러울게 뭐가 있겠소?”
“한강물이 말하기를 사람 닮아서 홍수가 되었다면서요! 나라 전체가 홍수 사태가 났는데, 아우성이 사방에서 터지고 있는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나라가 시끄럽다 그말입니다.”
“그렇다면 계속할 수밖에 없군요! 홍수가 사람을 닮어서 홍수를 만들었다니까 홍수가 사람을 닮지 못하게 하면 된다 그말입니다.”
“보충 질문을 하겠습니다. 홍수가 사람을 닮지 못하게 하면 된다는 말씀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것이야 쩍하면 입맛이라고 홍수가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사람들이 홍수가 발생할 원인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말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공무원 하는 사람들이나 양심이 불량한 사람들이 사람의 등을 갈쿠리질해서 고혈과 엽전물 빠는 짓을 하지 않아야 홍수가 안난다 그말입니다. 산도 푸르고 들도 푸른데 어디서 홍수가 나오겠냐구요? 뻔하지 않습니까? 비가 산과 들을 공무원 닮아서 빡빡 긁어서 빨강물 곧 홍수를 만들었다 이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기 쳐서 큰 장사꾼이 작은 장사꾼을 등쳐서 먹고 망하게 하고 회사 사장이 종업원 품삯을 떼어먹고 깎아먹고 반대로 종업원이 사장의 돈을 훔쳐가고 파업하여 회사를 파산하게 하니 엽전물이 홍수사태가 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의원 정치꾼들이 줄줄이 엽전물을 말도 못하게 많이 처먹어 엽전으로 홍수나게 만들고 감옥에 줄줄이 갔다가 줄줄이 나와서 또 의원을 하고 또 뇌물을 줄줄이 처먹고 교도소에 가고 또 줄줄이 나오는 홍수사태라서 한강물이 빨갛다 못해 저렇게 시뻘건물이 된 거랍디다.”
“홍수방지책을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이라는 검찰과 경찰 안기부 보안사 헌병대 교도소 등에서 불법으로 사람을 고문하여 사람의 몸에서 눈물을 생으로 흐르게 때리고 고문하고 피를 흘리게 하고 심한 경우 생사람을 죽이고 그리고 생땀을 비지땀을 흘리게 하고 죄인으로 몰아서 감옥에 보내고 애통을 하게 만든게 홍수라는 천벌을 불러온겁니다.”
“그렇습니까?”
숙희는 이해가 안된다고 고개를 갸우뚱한채 의아함을 얼굴에 담았다.
“그렇습니까가 뭡니까? 홍수 천벌을 받은 것이 그게 아니라고 보는 이유가 있으면 기자씨께서 고견을 말해 보십쇼! 귀를 씻고 듣겠소이다.”
“글쎄요!”
“글쎄요가 뭡니까? 수습기자가 그래가지고 무슨 기사를 쓰겠습니까?
그것만이 홍수의 원인이 아님을 왜 모르십니까?”
“또 있습니까?”
“또 있다마다요. 쿠데타 하기 위해서 몇사람이 죽었는지 아십니까?”
“그걸 어떻게....”
“쿠데타가 몇번이나 요 근래에 일어났다고 보십니까?”
“그러니까 두 번.....”
“쿠데타 때 반란군의 총에 죽은 사람이 몇사람인지나 아시고 계십니까?”
“말씀을 계속하시면 취재만 하겠습니다.”
“광주에서 반란군의 총에 몇백명이 좌우간 죽었습니다. 확실한 숫자는 파악을 할 수가 없고.....
왜 정확한 사망자의 수를 모르냐 하면 어린아이까지 일가족을 마구 쏘아 죽여서 구덩이를 파고 한꺼번에 묻어 버렸기 때문에 파악이 안되는 것이며 몇 명을 죽여 묻었다는 보고도 없고 허위 보고가 있었기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죽이라고 명령한 놈도 없는데 반란군놈들이 미쳐서 총을 쏘아 죽였기에 그렇고, 총을 쏘아 죽였다고 내가 명령했다는 놈도 없고, 무엇이 어때서 죽였다고 나라를 위하고 민족을 위해서 악을 제거하느라 죽였다고 당당하게 나서는 놈도 없는 비겁자들이요, 반란군들이라 그렇습니다. 무덤을 파서 시체를 확인할 때는 강산이 변해버리고도 남는 십년이 지난 다음에야 시체를 확인하게 되어서 뼈까지도 다 상해 버려 확인이 안되는....... 그렇게 된 것이오!”
“예!”
“반란군놈은 어린이가 여중생이 원수로 보이는 모양이지......
개만도 못한 반란군놈들......
부녀자가 원수라서 기관총으로 갈겨 죽이다니......
천벌을 받고도 남아! 자자손손히 천벌을 물려줄 놈들......
그런 놈들이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놈들이라니 개가 홍수 속을 헤엄칠 걱정하겠다.”
“예!”
“기자씨 이렇게 기가 막힐 수가 있겠어!”
“졸지에 뭣이 말입니까?”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런 반란군 놈들을 좋아하고 있으니 사람이 미치고 환장할 일이 아니겠냐 그말이지.......”
“설마 우리 나라 사람들이 천벌을 받고도 남아서 자손들에게 천벌을 상속할 그런 반란군놈들을 좋아할 리가 있겠습니까? 영감님!”
“허허! 사람 죽여주누만! 기자씨! 아니 인턴 기자씨가 볼 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천벌을 받고도 남아서 그 천벌을 자손에게 상속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들로 안보인다니......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 반란 괴수를 한사람도 아니고 두사람이나 대통령으로 뽑았는데도 아냐? 그래서 홍수 천벌을 해마다 상속 받는 거야!”
“도민씨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아요!”
“나도 숙희씨가 동감한다고 하니까 기분이 졸지에 좋은 것 같아요!”
“도민씨! 왜 그래? 싫어!”
그녀는 어깨를 흔들며 코먹은 소리를 한다.
“그런데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
그는 싫지 않은 걸 가득 담은 눈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피이! 이제........ 형광등!”
“자기가 말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서는.....”
“그럼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 말한다. 그리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 눕히고 말한다.
“그러자!”
그는 말을 하고는 냉큼 돌아선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간다.
“도민씨!”
그녀는 은은한 소리로 코믹하게 부른다.
도민이는 한강 홍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푹 빠진 얼굴로 천천히 걷는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에는 사랑스러워 못견디겠다고 침이 하나 고였다. 그녀는 꿀컥 소리가 메아리치게 입속에 고인 침을 목구멍 고개 너머로 밀어올린다.
그리고 그녀는 황홀에 빠졌다.
‘도민씨는 남자 주인공, 난 여자주인공 지금 우리는 드라마를 만드는 거야! 분위기 있는 한강뚝길에서........’
그녀는 입안에 고인 침을 다시 메아리치게 목고개로 넘긴다.
그녀의 얼굴은 분홍색 물이 많이 들여지고 있다.
“도민씨!”
그녀는 침이 돌게 하는 소리로 다시 부른다.
숙희의 진한게 도민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도민의 귀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리고 도민의 가슴을 찌리찌리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는 몸을 백팔십도 회전한다.
“숙희씨!”
그는 그녀를 크게 부른다. 들고 있던 우산을 강뚝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달려간다.
“도민씨!”
그녀도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마주 달려간다.
그들은 부딪쳤다. 그리고 사랑이 포개지는 소리를 가늘게 토한다.
그리고 빙그르 맴돈다.
“숙희씨!”
“도민씨!”
그들은 하나가 되어 손에 손잡고 맴돈다.
“어지러워요!”
“정말!”
도민은 맴도는 것을 멈춘다. 그리고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쉰다.
“내 품에 안기려고 그러고선!”
그는 말을 하며 숙희를 잡아 다녀 가슴에 안는다. 그리고 팔에 힘을 가한다.
“어머머 몰라요! 몰라!”
그녀는 코먹은 말을 하며 박자를 맞추어 도민의 넓은 가슴에 방망이 질을 한다.
도민은 웃으며 그녀를 땅에 내려 놓는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그녀의 팔을 부축해 준다.
그녀는 도민의 손에 잡힌 팔을 빼낸다.
“이젠 부끄러운 모양이지?”
“몰라요!”
그녀는 남들을 의식해 사랑이 솟는 걸 조금 부끄러한다.
“피이! 그러면서......”
“싫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도민은 핑돌아서 버린다. 그리고 서둘러 걸어간다.
숙희의 가슴은 졸지에 뉘우침이 짓누른다.
그녀는 도민이 화가 나서 가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갑자기 서러워졌다.
“도민씨!”
그녀는 안타깝게 소리친다.
도민은 돌아보지 않는다.
그녀는 뛰어서 그를 좇아간다.
그녀는 도민과 다섯 걸음 거리로 따라붙었다.
그녀의 숨이 찬소리는 도민의 귀에 풀무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는 돌아보지 않는다.
“도민씨! 천천히 가요!”
그녀는 도민에게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못따라 가겠어요! 도민씨!”
도민은 앞만 보고 걷는다.
“도민씨! 내가.....”
그녀는 말을 하다 픽 쓰러진다.
도민은 쓰러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그는 후다닥 달려간다.
그는 숙희의 상체를 안아 일으켜 품에 앉는다.
“숙희씨! 숙희씨! 정신차려요!”
그는 그녀의 얼굴을 살편본다.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가셨다.
두눈은 감긴채 보는 것을 잊고 있다.
그는 숙희를 안고서 한길로 급하게 내려간다. 그는 택시를 태워 달라고 팔을 휘젓고 소리를 친다. 그러나 택시는 휭휭 지나치기만 한다.
그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이런 것들이 사람이라니.....”
그는 울분을 토하며 욕을 해댄다.
그때다. 택시가 그의 앞에 정차를 한다.
그는 급하게 숙희를 안고 택시에 탔다.
“어느 병원으로 가십니까?”
“예! 큰병원으로 빨리 가주세요!”
그는 숙희의 코에다 귀를 대고 숨소리를 들으려 한다. 그러나 차의 달리는 소리에 숙희의 숨소리는 가려져있어 그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그의 가슴은 쿵소리를 내며 가라 앉는다.
그의 눈에는 별이 수십개가 어른거린다.
“죽으면 안돼!”
그는 메어지는 아픔을 소리친다.
그는 숙희를 안은 채 흔든다.
“환자는 안정해야지 충격을 주면 안됩니다.”
택시 기사가 돌아보며 말한다.
“아저씨! 숙희가 죽었어요! 숨을 안쉬어요!”
“산 사람이요!”
“아저씨 정말이세요?”
“얼굴색이 산 사람인걸!”
택시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아저씨 잠시 기다리세요!”
“예!”
그는 숙희를 안고 응급실 안으로 좇아 들어간다.
“우리 숙희를 살려주세요!”
그는 간호사를 보고 크게 말한다.
“이 침대에 눕히세요!”
그는 간호사의 지시를 따라 숙희를 침대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한다.
그의 얼굴은 땀에 젖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훔친다. 그리고 숙희를 바라보며 지갑을 꺼내든다. 의사가 숙희에게 다가가 진찰하는 것을 지켜본다.
“죽은건 아닌가요?”
그는 의사의 등을 보며 묻는다.
간호사는 도민을 보며 웃는다.
간호사의 웃음 속에는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하는게 가득 담겼다.
“가슴을 자세히 보세요!”
간호사는 아이에게 말하듯 한다.
그는 아니꼽다는 생각도 따지는 생각도 창피도 잊어버렸다.
‘하기는...... 살았으니까.......죽었다고 안하는 거겠지.......’
그는 생각이 난듯 지갑을 든 채 응급실을 나간다.
그는 택시기사에게 머리를 숙인다.
“고마웠습니다! 얼마 드리면 되겠습니까?”
“생각해서 주면......”
“만원 드리면 되는지요?”
“어유, 고맙소!”
“고마웠습니다! 많이 버십시오!”
그는 말을 하며 돈을 건네준다.
“고맙소! 청년은 착해서 좋은 일이 많게 생겼수!”
택시기사는 덕담을 하며 오른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온 손님을 태우고 병원을 떠나갔다.
그는 응급실로 서둘러 좇아 들어간다.
그는 응급실 안을 두리번거린다.
숙희가 있는 침대가 한쪽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와 보호자들이 숙희를 가렸다.
“간호사님! 저 우리 숙희.......”
그는 간호사를 붙잡고 물어 보려고 덤비다가 간호사 어깨 너머 창가에 누워 있는 숙희를 찾았다.
그는 간호사에게 고개를 꾸벅하고 사람들을 비집고 숙희에게 다가간다. 숙희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숙희의 얼굴을 내려다 본다.
그의 가슴은 다시 쿵덕대기 시작한다.
‘숙희가 이대로 죽으면 어쩌지.......그러면 나는........
숙희 엄마에게 알려야 하는데........ 놀라실텐데.......
숙희가 깨어나면 연락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간호사는 괜찮을 것 같이 말하는데......
의사는 조금 있으면 숙희가 깨어날 거라고 했는데.......’
간호사가 링겔봉지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링겔걸이에 링겔봉지를 매단다.
간호사는 숙희의 오른쪽 팔에 가느다란 노란 고무호스를 동여맨다.
간호사는 숙희의 동여맨 팔 아래쪽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세 번을 때린다. 숙희의 흰팔 위로 새파란 핏줄이 돋아 올랐다.
간호사는 핏줄에 주사바늘을 꽂는다.
그리고 숙희의 팔에서 고무줄을 끄른다.
그리고 주사바늘을 테이프로 붙여 고정시킨다.
“주사약이 다 들어가면 연락하세요!”
간호사는 도민을 향해 흘깃 쳐다보고 말한다.
“고맙습니다!”
도민은 허리를 굽혀 고마움이 풍기는 얼굴로 말한다.
간호사는 멋쩍은 얼굴로 싱긋 하고 딴환자에게 다가간다.
도민은 주사바늘이 꽂혀 있는 팔을 보다가 숙희 얼굴을 보고 딴환자들을 살펴본다. 응급실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거린다.
‘아까는 응급실에 환자들이 없었는데.....마치 환자들도 몰려다니는 것 같이 갑자기 응급실이.......환자가 왜 많아지는 것인가? 병원도 많이 세웠는데도 병원마다 입원실이 만원이라던데.....의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하는데.......인구가 많아지니까 병든 사람의 숫자도 비례하여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도 그렇고........입원실에 환자가 만원이라서 입원 대기 환자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응급실에서 기다리는 모양이군!......’
그는 보호자 의자에 걸터앉아 응급실을 둘러보며 골몰한다.
그는 다시 링겔봉지를 바라보고 숙희의 팔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숙희의 손을 매만져본다.
‘숙희가 이렇게 약한줄은.......몸이 건강해야......사람은 건강하고 싶지만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겨. 왜 사람은 질병에서 각종 사고로 인해 신음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이고! 우리 정희야!”
도민은 졸지에 가슴이 찢어지는 울음소리에 그만 고민 속에서 끌려나왔다. 그리고 울음소리가 나고 있는 곳으로 빨려 좇아 들어간다.
단장의 울음소리가 나오는 곳에는 침대가 있고 그 침대 위에는 사람이 두다리를 쭉 뻗고 누워있다. 간호사가 흰천을 가지고 그사람을 덮고 있다.
‘아픔, 그리고 죽음 그리고 땅속에 묻히고 썩고 그리고 흙이 되고 그리고....... 무엇이 되는 것인가?
왜 사람은 질병으로 인해서 고통을 당하다가 죽어야 하는 것인가?
인류는 태초부터 고통을 당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왜 고통과 슬픔을 당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고통을 생각하고 그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연구를 해왔는데 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질병의 고통에서 자유하려고 약도 많이 만들고 했는데 왜 질병을 퇴치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람들을 괴롭히는 새로운 질병은 왜 생겨나는 것인가?
신문에 보면 인류에게 새로운 재앙이 몰아닥치고 있다고.....
별이 지구와 충돌하게......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직경이 1km 되는 별이 지구와 충돌하면 모든 생명체가 죽어버린다고 과학자들이 걱정을 하고 지식인들이 걱정을 하는데........
생명체가 죽는다...... 그 생명체는 어디서 온 것인가? 그냥 생긴 것인가? 어디서 왔다면 그곳은 어디란 말인가? 그냥 생겼다는 말은 납득이 안되고........ 그렇다면 생명체는 죽기로 작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말인데.........’
그는 골몰하다가 응급실 입구에서 갑자기 시끌벅적 하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가 얼굴을 찌푸린다.
들것에 얹어진 사람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팔다리 중간을 동여매고 비틀어 지혈을 하였다. 지혈을 한 팔과 다리는 손과 발이 보이질 않는다.
피범벅이 된 환자는 멈칫거리다가 응급실의 수술실로 의사가 데리고 간다.
응급실 안의 환자와 간호자들은 피범벅이 된 사람을 볼 때부터 겁을 물키듯하다가 닭살이 돋은 사람도 있다.
그들은 기가 팍 꺾여 버렸다. 그들은 나도 저렇게 피범벅이 되면 어쩌나 하는 고민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찝쩍거리기 시작한다.
고민은 환자를 훌쩍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환자에게 ‘봤지? 봤지?’ 하며 덤벼들어 눈을 감기고 손을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엄마 나 무서워!” “여보 나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엄마야! 나 죽어!” 하는 낙심의 소리도 하게 만든다.
그리고 환자가 보호자의 팔을 잡고 덜덜거리게 만든다.
도민은 입술을 포개어 턱을 밀어 올려 숙희를 내려다본다.
도민의 얼굴은 걱정이 아주 점령을 했다.
“숙희씨!”
도민은 작은 소리로 불러본다.
숙희의 얼굴은 가느다랗게 움직인다고 도민은 생각한다.
“숙희씨!”
도민은 슬픈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부른다.
숙희는 가슴만 달싹이고 있을 뿐 대답을 않는다.
도민은 손수건을 꺼내 눈과 얼굴을 닦는다.
간호사가 혈압을 재려고 주사를 맞지 않은 숙희 팔에 혈압계를 감는다.
도민은 초조해지는 마음을 다독거리며 간호사를 지켜본다.
간호사는 혈압계를 풀면서 도민을 바라본다.
“혈압이 조금 낮습니다!”
“네!”
간호사는 도민의 초조한 눈과 마주치자 혈압을 알려준다.
“간호사님! 왜 깨어나지를 않는가요?”
“의사 선생님께 문의하세요!”
간호사는 사무적으로 대답을 한다. 그리고 다른 환자에게 다가가 혈압을 잰다.
다시 간호사가 왔다.
간호사는 숙희에게 관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환자를 관장할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도민은 간호사의 지시대로 숙희의 침대를 관장하는 곳으로 조심 조심 밀고 간다. 간호사는 도민에게 밖에 나가 있으라 한다.
도민은 응급실로 나왔다.
도민은 의사가 관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다 응급실 밖으로 뛰어나간다. 응급실 밖으로 나온 도민은 급하게 좌우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공중전화 박스로 뛰어간다.
그는 급히 다이얼을 찍는다.
“여보세요!”
“여기 망원동인데요!”
“숙희 어머님이세요? 도민입니다!”
“잘 있었어?”
“어머님 놀라지 마세요! 지금 숙희가 대학병원에 있어요!”
“아니 우리 숙희가! 어느 병원이야?”
“신촌대학 병원 응급실입니다!”
“알았네!”
도민은 죄책감에 휩싸여 주눅이 든 채 전화를 했다.
‘숙희 어머님은 허둥거려 어쩔줄 모르는 모습이......’
그는 씁쓸한게 가득 담긴 얼굴로 응급실로 걸어간다.
그는 응급실 입구와 마주한 간호사 사무실 벽에 기대섰다. 그리고 응급실 입구를 지켜본다.
“아까 중상 당한 사람있지!”
“어떤 사람?”
“있잖아! 119 구조대에 실려온 팔다리 절단된 환자!”
“아! 피범벅된 환자?”
“으응!”
“그런데?”
“그 환자가 술먹고 운전을 했대! 올림픽 도로인지 강변도로에서 과속을 했대요!”
“딱한 남자구만! 몸조심 해야지!”
“차가 오징어가 됐대! 몇중충돌을 했다나봐!”
“자살하려고 그런거 아냐?”
“그거야 아픈 사람이 알겠지!”
“여자들도 대포들이 많다던데!”
“왜 아니겠어!
간호사들은 심각이 빠진 채 이야기한다.
도민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한다.
‘사람이란 역지사지한 후에 생각하거나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지.....’
“이숙희 환자 보호자 되시는 분은 관장실로 오십시오!”
응급실 천정에 매달린 스피커는 도민을 찾는다.
도민은 응급실 입구를 확인하듯 바라본다. 그리고 응급실에 걸려있는 시계를 올려다본다.
“오실때가 됐는데!”
도민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이숙희 환자 보호자께서는 관장실로 어서 오시기 바랍니다.”
스피커는 다시 도민을 오라고 부른다.
도민은 할 수 없다는 얼굴로 관장실로 걸어간다.
그는 걸어가다 응급실 입구를 돌아다 본다.
그의 얼굴은 낭패한 얼굴이 되어 있다.
“내가 숙희씨를 간병한다는게........ 그래서 어서 오시라고 전화를 했는데! 나야 괜찮지만.....아직 키스도 안해본 사이인데....”
그는 걱정을 하면서 관장실로 들어간다.
간호사는 도민을 향해 딱도 하다는 얼굴을 하고 바라보고 섰다.
“보호자가 환자를 지켜야지요!”
“죄송합니다! 볼일이 있어서.....”
“관장을 했으니까 배설이 되면 환자가 깨어날 거예요! 배설물을 받아서 여기에 담아 오세요! 그리고 환자를 깨끗이 해주세요!”
“예!”
간호사는 둥글고 조그만 검은통을 건네준다.
그는 배설물을 수거할 통을 받아서 들고 만지작거린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간호사는 관장실을 걸어나간다.
“잠깐만요!”
도민은 서둘러 간호사를 부른다.
간호사는 문턱을 넘다 돌아다본다.
“저 간병인을 어디서 구하는지 아시면......”
“수위 아저씨에게 물어 보세요!”
간호사는 시큰둥하게 말을 던지고 걸어나간다.
“고맙습니다.”
도민은 고개를 끄덕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는 숙희의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다 놓고 숙희 곁에 앉는다.
그리고 숙희의 손을 만지작거린다.
“아니! 우리 숙희가!”
숙희 엄마의 울먹이는 말에 도민은 깜짝 놀란다.
그리고 잡고 있던 숙희의 손을 놓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관장실 입구를 바라본다.
그리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는 입구에 들어서는 숙희 엄마를 향해 고개를 꾸벅한다.
도민의 얼굴은 조금 붉어져 있다.
그녀에게 도민의 인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얼굴은 이를 어째 하는 당혹으로 발라져 노란색이 붉은색을 깡그리 밀어냈다.
“숙희야! 숙희야!”
숙희 엄마는 숙희를 부르며 숙희의 팔을 잡고 흔들어 깨우려고 덤빈다.
“어머니 진정하세요! 의사선생님이 숙희를 절대 안정하게 하라고 했어요!”
“아니 이사람아! 우리 숙희를 왜 이렇게 만들었나? 우리 숙희를 살려내게! 숙희를 좋아한다고 그러더니 이게 뭔가?”
“죄송합니다! 어머님!”
숙희 엄마는 졸지에 얼굴이 사나와지면서 도민을 사납게 몰아친다.
“저 실은....”
“실은 뭔가? 누구마냥 오리발인가?”
“어머님! 숙희는 금방 깨어난다고 그랬어요!”
“누가 그랬나?”
“간호사가 그랬어요! 가벼운 상태라고!”
“기가 차서..... 간호사가 의사인가?”
“관장을 했으니 곧 깨어난다고!”
“자네 책임지게!”
“예!”
“푸드드득”
관장실을 뒤흔드는 소리가 났다
숙희 엄마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두리번거린다.
도민은 숙희의 얼굴을 바라본다.
푸드득 소리가 숙희 엄마에게 달겨든다.
“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저는 밖에 나가 있겠습니다!”
도민은 숙희 엄마를 바라보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숙희의 얼굴을 보고 관장실 밖으로 서둘러 나간다.
관장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몸을 흭 소리가나게 돌이킨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관장실 구석을 가리킨다.
“어머님! 저기에 화장지 있습니다!”
숙희 엄마는 도민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변기는 침대 밑에 있습니다!”
도민은 서둘러 관장실에서 응급실로 나왔다. 그리고 그는 응급실을 가로질러 응급실 문을 밀치고 응급실 밖으로 나간다.
그는 응급실 마당 구석진 곳으로 가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는다.
그리고 고개를 떨구고 땅바닥을 내려다본다.
그는 조그만 돌멩이를 주워 들고 땅바닥을 끄적거린다.
그는 ‘사람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라고 낙서를 했다.
그리고 계속 숙희라고 쓴다.
그는 사람이란 존재가 너무나 허무하다고 느끼고 생각한다.
그리 길지않은 인생살이를 사람들은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왜 인생은 이 땅에 태어나서 허무를 찾다가 허무로 가는가?
나는 어디서 온 것인가?
나는 이세상에서 나도 모르게 생겨난 것인가?
사람은 질병에게 시달리다가 죽어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조금 세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죽고 마는데 그런 사람은 그래도 복을 타고 나서 그런가?
복은 누가 주는가?
내가 숙희를 좋아하는데 그것은 왜인가?
숙희는 많은 여자들 가운데 단 한사람인데......
그 많은 사람가운데 숙희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이상스런 일이야........
우연인가 사람의 만남이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의문점이 너무 많아......
이 세상에서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있고.......
사람은 이세상에서만 사는게 아니라 육체가 죽으면 육체 속에 있는 영혼이 가서 사는 세상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람이 죽으면 개도 되고 새도 되고 벌 나비도 되기도 하고 그게 죽어서 다시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사람도 있고.......
인생이 고생하면서 사는 것은 전생에서 죄를 지어서 그죄를 씻기 위해서 질병과 환난으로 인생이 고통을 당하며 사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착하게 살아야 좋은 곳에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말들은 하면서 돈이 많이 있으면서 돈을 더 모으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공무원이..... 자식 사업하느라 억대 과외공부를 시키고 있다가 들통이 났다.
서울대학 교수도 치과 교수로 임용시켜줄테니 돈내라 하여 수억원씩 챙기고.......
서울대학 교수가 그러니까 서울대학 총장은 자기 자식사업을 특별과외시키느라 며칠 과외 공부 시키는 것도 아닌데......
팔천만원 과외비를.......
우선 이천만원 내고 한달반을 과외공부를 시켰고 시키고 있다는 신문방송이 1998년 8월 마지막 주말에 시끄럽게 보도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머리속에 홍수가 터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과외공부 시켜서 좋은대학 서울대학 들어가서 졸업해서 교수나 순경, 검사, 판사, 세무공무원, 변호사가 되어 엽전물에 목욕재계하라는 것인가?
서울대학 총장은 서울대학 교수 모두가 선거하여 뽑은 총장이라던데 교수들이 어떤 교수들인데.......
자식사업을 남달리 잘하는 자식사업가를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선출을 한 것인가?
거기에도 자기 닮은 사람을 좋아해서 그러니까 유유상종 법칙이 작용하여 총장으로 뽑은 것은 아닌지 궁금하구나.......
이상할 것도 궁금할 것도 없지.......
이땅이 모두 엽전물을 너무 빨아대서 홍수가 범람하는 것을.....
그건 그렇고 숙희가 입원하게 되면 간호사에게 의사에게 엽전물을 대접해야지 홍수사태가 나는 땅이니까......
그러고보니 이땅은 어느 곳 하나 빈곳이 없이 엽전물을 너무 너무 좋아들하고 있단말야......
장사꾼은 장사꾼에게 엽전물을 빨아먹고......
상급공무원은 하급공무원에게 엽전물을 빨아먹고......
허가, 인가 내주면서 엽전물 빨아먹고......
안되는 것 되게 해주고 빨아먹고........
직무유기하느라......
배임하느라.......
목이 말라서.......
치부하느라........
선생은 학생에게 엽전물을 빨아먹고.....
청소부는 쓰레기 버리는 사람에게 엽전물을 빨아먹고......
대통령이 최최고로 엽전물을 빨아먹고.......
그래서 젼(錢)통령이 생기고 물(物)통령이 생기고.......
대통령비서도 최고로 빨아먹고.........
장관도 빨아먹고...........
판사 검사도 엽전물 빨아먹고..........
돈장사하는 은행원도 엽전물을 빨아먹고...........
깡패도 빨아먹고.......
정치꾼 의원들도 빨아먹고......
경찰은 범죄인에게 빨아먹고........
변호사는 생으로 빨아먹고........
기자는 공무원에게 공갈쳐서 엽전물 우려먹고.......
줄줄이 교도소를 자랑스레 갔다가는 의시대며 보란듯이 뻔뻔한게 강화년 찜져먹게 해가지고 부끄럼이 떨려난 자국도 없는 얼굴로 나오고......
그리고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을 또 하라고 또 되라고 표 찍어보내고...... 몰라도 유분수지......
엽전물 좋아하는 병이 만연이라.......
이 병을 치료할 약은 없단 말인가?
이 병은 누가 치료를 한단 말인가?
엽전물을 먹고 먹다가 왕창 모두 망하는게 아닌가?’
도민은 먼 하늘을 올려다보다 돌을 땅에 놓는다. 그리고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땅을 봤다 하늘을 봤다 하면서 응급실을 향해 걷는다.
‘우리 국민들은 향학열도 높고 교육 받은 수준도 높은데 왜 부조리와 망국병인 엽전물을 빨아먹는 일을 경쟁적으로 당연시하며 하고 있는가?’
그는 휠체어를 타고 산책하는 환자와 마주친다.
그는 환자의 목에 눈이 빨려든다.
휠체어를 밀고 오는 중년 여자는 담담히 바라보며 지나친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깡마른 노인은 목에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뚫린 구멍에 고무 호수가 삐죽이 나와 있다.
그것은 그의 맘을 집적거리고 있다.
도민은 얼굴을 찌푸린다.
그는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본다.
‘코로 호흡을 못하니까......
저기에 먼지나 티가 들어가면 어쩌나........
사람이 목구멍을 생으루 절개하고도 살 수가 있구나.......
환자의 얼굴은 웃음 담은 그릇이 깨져 버린 얼굴이야.......
노년에 목구멍을 뚫었으니........’
그의 발걸음은 무겁게 보이고 있다.
‘숙희는 깨어났나.....어서 깨어나라......내가 너의 엄마에게 혼나지않게 해야지......’
그는 응급실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간다.
그는 관장실 입구를 바라보며 긴장한 얼굴로 걸어간다.
그는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고 망설인다. 그리고 숙희 엄마의 표정을 엿본다.
그는 침을 꿀컥 삼킨다.
그는 숙희 엄마가 침대 옆에 서서 딸의 얼굴을 근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슴을 엿보고 어깨를 들었다 놓는 심호흡을 한다.
그는 고개를 떨궜다 이내 든다.
그리고 턱을 지그시 깨물고 관장실로 들어간다.
그의 눈은 숙희에게 붙들려 버린다.
숙희 엄마는 고개를 돌려 도민을 돌아볼 생각을 못한다.
“으......음!”
숙희에게서 신음이 가늘게 울렸다.
“숙희야!”
숙희 엄마는 소리쳐 딸을 부른다.
도민은 졸지에 가슴이 뻥뚤리는 아찔함을 느낀다.
그는 두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 숙희에게 덤벼들 기세를 보인다.
그리고 “제발 깨어나라! 어서 깨어나라! 나를 살려라! 숙희야!” 하고 소리 안나게 빌고 외쳐댄다.
숙희의 얼굴이 가늘게 파동을 친다. 그리고 눈동자가 움직인다. 그리고 눈을 뜬다.
“숙희야!”
숙희 엄마는 기쁨에 넘친 소리로 딸을 부른다.
숙희는 두리번거린다.
숙희 엄마는 졸지에 기쁨 담은 그릇을 놓쳐 버린다. 그릇은 땅바닥에 퍽 소리를 내며 조각이 나버린다.
그녀의 얼굴은 기쁨이 없어져 노란해졌다.
“숙희야! 엄마 안보여?”
그녀는 울먹거리며 겁먹은 소리로 딸을 부른다.
“엄마?”
“숙희야!”
그녀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댄다.
“엄마 왜그래?”
숙희는 손으로 엄마를 밀어낸다.
“엄마 속을 어지간히 태워라!”
“엄마! 도민씨는 어디 있어?”
“쯔쯔..... 그렇게 보고픈 사람을 두고 어떻게 까브러졌냐?”
숙희 엄마는 혀를 차면서 숙희를 곱지 않게 바라본다.
“엄마는.......”
“숙희씨! 어때요?”
도민은 말을 하며 숙희가 자신을 볼 수 있게 앞으로 나선다.
“도민씨 미안해!”
“미안하긴!”
“도민씨! 나땜에 놀랐지?”
“숙희씨 어머님이 놀라셨지!”
“잔소리 말고 어서 일어나 가자!”
숙희 엄마는 퉁명스런 얼굴이 되어 퉁명하게 말한다.
“엄마! 삐졌구나! 그까진 일로.....”
“품안에 자식이라더니......나 갈란다.”
“엄마! 미안해!”
도민은 어색하게 서서 모녀간의 마찰소리를 거북스레 보고 섰다.
‘숙희는 어머님을 괜히 섭섭하게 해 드렸어......
깨어나서 한다는 소리가 애타하는 엄마의 심정은 외면하고 어이없게 나를 찾는 말을 하니 섭섭하실 수밖에......’
의사가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은 의사에게 집중하느라 생각도 입씨름도 졸지에 중단이 되어 버렸다.
“이숙희씨! 깨어났군요! 반갑습니다! 보호자분 누구시죠?”
“전데요!”
“어머니 되십니까?”
“예!”
“따님이 몸이 허약한편이니 입원을 시키시죠!”
“입원을요?”
“피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간이 좀 약한 것 같습니다!”
“예?”
그녀의 가슴 속에서 쿵소리가 났다고 그녀는 눈을 딱 감는다.
그녀의 눈꺼풀은 힘주어 덮이느라 줄음살을 많이 만들어 얼굴이 깨지고 있다고 하는 것 같다.
“아니 애들도 간이 나쁠 수가 있나요?”
숙희 엄마의 묻는 말소리는 더듬다가 나중에는 떨리고 있다.
숙희는 무엇을 모르는지 남의 말을 듣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
도민은 숙희를 바라보다 의사를 바라보다 담담히 있는게 숙희의 얼굴을 닮고 있다.
“젊은 사람도 그럴 수가 있습니다!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내과과장교수님에게 가보십시오!”
의사는 말을 하고 관장실을 나가버린다.
숙희 엄마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어머님! 너무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의사들은 조금 아프면 저렇게 말들을 하는 거니까요!”
“아냐! 자네는 몰라! 의사가 입원하라고 할 때는 심각한 거야!”
숙희 엄마 목소리는 기가 꺾여 땅바닥을 기느라 맥없이 들린다.
“의사들이 오진을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딴 대학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시지요!”
“엄마는 의사 말에 핼슥해서 그래! 병원에서는 돈벌려고 그러는건데 엄마는.......”
숙희의 말 속에는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있는데 엄마가 걱정을 만들어 지고 이고 비틀거릴 일 있느냐는 투다.
“자네가 여기 좀 있게!”
“예!”
숙희 엄마는 딸이 하는 말은 귀에 전혀 들리지를 않는다.
그녀의 마음은 새벽부터 불안했던게 현실로 나타나 응급실에 달려왔고 그리고 숙희의 졸도한 얼굴을 보고 안절부절한게 모두 지난밤에 나쁜 꿈을 꾸어서 그렇다고 귀를 막아놓고 있다.
그녀는 SBS 방송에서 미스터리를 방영한 것을 본 그것이 조상의 영혼이 숙희를 우리 집안을 어려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생각에 매였다. 그리고 당황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녀는 관장실을 걸어나간다.
“엄마 어디 가?”
숙희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도 않고 끌려서 나가는 모습으로 나가버린다.
“숙희씨! 너무 걱정 말아요! 지금은 약이......”
“도민씨는 나를 위로하려고 그러지 말아요! 나도 내 몸이 이상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졸도를 한 것 아니겠어요?”
“기운이 약하면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의학이 발달해서 조금 치료 받으면 쉽게 나을 수 있으니까 힘을 내요! 어서 일어나지.....”
도민은 말을 하며 숙희의 손을 잡고 일으키려 든다.
“내가 일어날게요!”
“숙희씨는 가만히 그대로 있어요!”
도민은 숙희를 부축하여 침대에서 일어나게 하려다 말고 발치로 간다. 그리고 허리를 구부려 침대의 손잡이를 잡고 침대를 조작한다.
그는 침대를 적당히 일으켜 세워놓는다. 숙희는 자연스레 일어나 앉았다.
“됐어요! 도민씨!”
도민은 침대 조작을 멈추고 일어나 가벼운 웃음을 얼굴에 담고 숙희를 바라본다. 숙희의 얼굴은 핼쓱하다고 느낀다.
숙희는 도민을 마주 바라보며 웃는다.
“숙희씨는 웃음 속에 아름다움이 묻어 나오고 있어요!”
“정말!”
“그럼!”
그들은 잠시 병원을 잊었다.
그리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마련했다.
그때
“밖으로 나가 주세요!”
간호사의 냉랭한 소리가 그들을 다시 응급실로 붙잡아 앉힌다.
숙희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떨군다.
“우리 밖으로 나가자!”
도민은 침대를 밀고 관장실 밖으로 나간다.
간호사는 도민을 흘기듯 하고는 도민보다 먼저 응급실로 가버린다.
도민은 간호사 사무실 옆 빈자리에 숙희 침대를 세웠다.
그리고 숙희를 애틋한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켜본다.
숙희는 간호사들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앉아 있다.
그녀의 멍한 눈망울에는 간호사들의 싱싱한 몸놀림이 비춰나오고 있다. 그리고 싱싱한 것을 부러하는 게 시샘하는 게 뒤따라 나오고 있다.
그뒤에는 숙명이라고 하는 것도 따라나오고 있다. 그리고 숙명을 향해 너는 무엇인데 나를 이렇게 병들게 하느냐고 묻는 소리도 따라나오고 있다. 그리고 누구는 건강하게 살고 누구는 병들어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시름거리다가 죽어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급히 좇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사람은 아픈 일이 생기는 거야?’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따라나온다.
그리고 ‘사람은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야!’ 투덜거리는 소리도 따라나오고 있다. 그 뒤에 ‘사람은 힘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하는 소리도 따라나온다. 그리고 ‘저렇게 아프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건가?’ 하고 기가 죽어 있는게 따라나온다. 그리고 ‘너도 너도’ 하며 겁주는 소리도 따라온다. 그리고 미스터리극 방송 속에서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된다고 했는데.....사실 그러한가 하는 의문도 따라나온다. 그리고 ‘사람이 귀신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따라나온다. 그리고 아수라라는 소리도 좇아오며 무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불지옥이라는 소리도 좇아오며 겁을 먹인다. 그리고 ‘너도 죽으면 그래. 너는 오래 살 것 같으냐? 네가 여기 오기 전에 여기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흰천으로 덮혀서 실려 나갔다. 저기에 영안실이 있다. 너도 준비를 하는게 좋을 거다.’ 하는 속삭임이 귀를 잡아다녀 듣게 만든다.
도민은 숙희가 생각에 잠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숙희가 생각 속에 묻히라고 말없이 지켜만 본다.
도민의 숙희를 바라보는 눈은 애틋함에서 안타까움으로 그리고 소원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원망스러움에 떠밀리고 있다.
‘숙희가 하필 병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가?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간에 병이 생기나?
간이 병들면 어찌 되는 것인가?
간에서 출혈이라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이 무서워 떠는 암이라도 생겼단 말인가?
어떤 약을 써야 낫겠는지?
여자들은 술도 안먹는데 왜 간이 나빠지나?
대학교 정문 부근마다 술집이 많은 걸 보면........
대학교 입학할 때 선배들과 술로써 상견례를 한다는 것은 상식.......
상견례할 때 술을 너무 마시게 하고 마셔서 해마다 술독에 빠져 죽는 대학생이 많은데.......
대학교 다니면서 동창들과 과 선후배가 날마다 담배 피고 술을 마시고 공부를 한다고 하는게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인데.......
그러느라 주당이 되고 술중독이 되는 못말리는 대학생.......
그러느라 실력이란게 고등학생 수준........
그것도 암기만 부지런히 하여........
그러느라 독서하는 것을 따분하여 못하는 얼렁뚱땅이 되고.......
생각하는 것은 싫고........
누가 시키는 것만 하는 체질로 변했으니.......
그러면 숙희도 누구처럼 술이나 먹고 대학에 다녀서 간이 나쁘다는 것인가? 아냐! 그럴리 없다구!
숙희는 술독에 빠져 폭탄주 마시며 대학 다닌 사람 같진 않아!
저렇게 야들거리는 몸에 어디에 술을......
밀밭 근처도 못 갈 체질인데.......
하긴 약골이 살인한다는 말도 있지만.......
대학생활 한 사람이 술을 안먹고 대학에 다녔다는 말은 공개된 거짓말이라고 그랬는데......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술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이라고들 말하면서 공부는 안해도 술꾼이 되어야 직장생활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돌아가고 .......
그래서 한참 일할 나이인 40대에 간이 나빠져 죽는다고 신문에 보도가 되고 있지.....
내가 숙희를 술독에 빠졌던 사람으로 본다는 것은 숙희에 대한 모욕이며 내 사랑이 용서 못할 짓이야.......’
그는 한바퀴 휭하니 골이 새게 돌고는 숙희가 멍한 눈으로 간호사들을 바라보는 것을 그치지 않자 다시 두바퀴 째 돌러 나간다.
‘간이 나빠지도록 아니지, 간이 병이 들도록 아니지, 의사가 입원하라고 할 정도로 병이 든다는 것은 상상이 불허하는 사건이야!
그래 맞아! 얼마나 간이 나쁘면 쓰러져 까무라치겠어?
나쁜 정도가 아니라 이건 죽게 된다는 말이나 한가지지......
의사가 입원해야 된다고 말 할 정도면 심각한 거야!
환자가 쇼크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미모가 있는 여대생이라........
동창 아이들이 꽤 추근거렸겠지........
대포 한잔하자고.....
생맥주 한잔하자고......
카페에서 마시자고......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말일 거야.......
호프 집으로 끌고가서 강제로 맥주를 먹이고 폭탄주로 폭격을.......
못먹는 감으로 알고 심술을 부렸겠지.......
실컷 돌아다니다가 발이 새니까 나에게 동냥 주는 거라구.......
얼마나 술친구 머슴애 대학생들과 험하게 싸돌아다녔으면 간이 새겠냐?
그럼 나는 간이 새는 사람 뒤치닥거리만하는 못난이란 말인가?
어떤 놈은 싱싱할 때 새게 만들고 누구는 새는 것을 허겁지겁 막느라 맘고생하고......
여자야! 너는 싸돌아다니면서 남자를 데리고 놀아도 결국은 발이 새는 인생이란다.......
술 잘먹는 여대생이라고 해봤자 결국은 간이 새는 병든 몸으로 멍청하게 건강한 때가 나에게도 있었나 하는 후회밖에 못하는 거다.....
술잘먹는 여대생이 시집을 가면 무엇을 생산할까?
그거야 술 잘먹는 아이를 낳겠지......
그아이 어찌 될까?
그아이 엄마따라 간이 새겠지.......
그리고 머리가 나빠 골이 새겠지......
그런 아이들 나라 어찌 되겠냐?
흐리멍덩하여 딸라(US dollar) 노예 되겠지......
그래서 공장과 은행을 술값 갚느라 팔아먹겠지......
내가 무슨 퇴출시대에 산다고 퇴출 여대생을 구제한다고.......
나도 내 주제파악을 할 때야......
공장이던 사람이던 퇴출을 당하면 아무 곳에도 소용이 없는 걸......
골이 새서 술을 간이 새도록 먹는 여자는 퇴출을 당할 수밖에 없고 발이 새도록 술을 먹는 남자 대학생도 퇴출을 당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러니까 술꾼 대학생을 회사에서 채용할 일이 안생기는 거지!
술꾼 대학생이 회사에 들어가 술꾼 사원 노릇을 발이 새고 골이 새게 술을 마시는 생활을 했으니 어찌 국제 경쟁력이 있겠냐?
술꾼이 무엇을 하겠냐?
술먹는 걸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에게 술을 먹여 가르치는 나라가 우리 나라가 아닌가?
술을 잘먹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아닌가?
그래서 처녀들이 술 잘먹는 남자를 남편감으로 고르는 현실.......
그렇다고 술을 잘먹어야 정신이 맑아서 일을 잘하나?
그래서 의사들이 술을 잘먹나?
그래서 판사 검사들이 술을 잘먹나?
그래서 술에 취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그래서 선생도 학생도 술을 즐기느라 폭탄주로 날을 새우나?
그래서 발이 새는 사람이 많고 골이 새는 사람이 많은 것인가?
그래서 폭탄주를 죽을 때까지 먹으려고 덤벼드나?
나같이 술을 먹으면 몸에 안좋다고 술을 멀리하는 사람은 무능하다고 술꾼사회에서 싫어버림을 당하는 것인가?
숙희도 남자는 폭탄주를 먹고 견디는 남자라야 용기가 있는 사람으로 안다는 식의 말을 하는 걸 보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 좋아하는 사람끼리 어울려야 제대로 어울릴수 있겠지.....
웬지 숙희 어머님이 나를 별로로 취급하는 걸 보면.......’
도민은 생각 속에서 생각을 벗기고 그리고 생각덩어리를 또 벗기느라 기분이 가라앉아 버렸다. 그는 팔짱을 끼고 초점을 잃은 눈으로 응급실 입구를 바라보고 맥없이 서서 있다.
“숙희야! 입원해야겠다!”
숙희 엄마는 졸지에 홍수에 떠내려가다 건짐 받은 사람같다.
도민은 팔을 내리고 숙희 엄마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녀는 딸만 바라볼 뿐 눈길 한 번 안준다.
“엄마! 미안해!”
“내가 입원 수속을 하마! 입원할 사람들이 많은데 너를 입원시키라고 하는 것은 너를 위해 주는 사람이 이 병원에 있는 모양이다.”
“그럴리가!”
“누가 아냐?”
숙희 엄마는 말을 끝내지도 않고 입원 수속을 하러 간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도민을 무안하게 만든다.
‘나야 사실 남남인데.......내가 숙희 어머니께 수고한다는 말을 듣고자 한다는게 이상스런 일이지......숙희가 입원을 하는 것을 보고 가야 내 책임을 조금 덜겠지........’
숙희는 도민을 바라본다.
도민의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고 생각한다.
“도민씨!”
숙희는 작은 소리로 도민을 불러본다.
도민은 듣지를 못한다.
“도민씨!”
그녀는 다시 부른다.
도민은 고개를 돌려 숙희를 바라본다.
도민은 애틋한게 바닥이 난 눈으로 바라본다.
“나 불렀어요?”
숙희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어요?”
“그냥.....”
“엄마에게 실망했어?”
“아니!”
“우리 엄마는 그래!”
“내가 탐탁치 못하니까 그런거 아니겠어?”
“도민씨가 그런 소리 하면 싫어!”
“그런말 우리 하지 말자! 지금 숙희씨는 마음을 나에게 빼앗길 때가 아니야!”
“미안해! 내가 엄마를 설득했어야 하는데......”
숙희는 센치멘탈해졌다. 그리고 도민의 마음이 엄마로 인해 멀리멀리 미치지 못할 곳으로 가게 될까봐 서글퍼지고 있다.
도민을 주시하고 있는 숙희는 간이 병들어 입원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잊고 붕붕 떠다니고 있다.
“도민씨 우리도 금강산에 가자! 금강산 생각만 해도 스릴이 짜르르하게 발바닥이 저려온다. 금강산 안내원이 ‘남반부 선생! 우리 북조선에 온기를 환영합네다! 우리 금강산이는 세계에서 최고로 제일 좋은 명승지이메! 폭삭 타버린 절간이를 맹글어 놀라 하고 있습메! 남반부 사람들이 절간이를 지어준다고 했습메!
남반부 사람들이 절을 하기 위해 절을 맹글고 엽전을 많이많이 바칠 것임메!
남반부 사람들이 말하는 민족의 영산이 아님메! 이곳에서 이곳 금강산에서 위대하시고 영명하신 김일성 아바이의 별장에서리 아바이를 생각해보시라요! 그러면 위대하신 민족의 태양 김정일 지도자가 비서 시켜서리 꿈을 현실로 빠꾸어 줍네다! 한 번 해보시라요!
도민씨가 숙희씨와 함께 한 번 해보시라요!
장모 될 에미나이가 딸이를 안줄라 하고 있습메?
우물쭈물거리지 말라우요!
금강산까지 와서리 어찌 그러메?
우리 북조선 인민들이 배가 고파서리 이밥을 먹는 꿈이를 많이 꾸고 있지비! 위대한 아바이 김일성 수령과 민족의 태양 김정일 동지가 고거이는 해결이를 못하고 있지비! 그밖에 것이는 다 이루고 있어야!
안심하라우! 보라우요! 대포동 미사일을 만들어서 쪽발이를 겁주게 해달라는 꿈을 꾸니끼니 엊그제 한방 갈겨서리 양코 왜코를 겁을 강제로 먹였어야!
거, 뭐시기 연애하능기는 좋게 해줘야!
거, 무사니 임시경이도 평양에 와서리 아바이 구경하고 가서 시집을 팍 갔어야! 대학생 총각이 금강산이 아닌 민족의 축전에 참석만 해도 남반부로 가면서리 밥을 꽁짜로 먹게 해줘야!
길바닥에서 자빠져 자는 것을 아파트보다도 더 큰 집에서 자게 해주는 영험함이 있어야!
이북에서리 이밥은 커녕 보리밥보다도 못한 강냉이 밥도 얻어 먹지 못해 간나들이 할배보다도 먼저 세계 최고 영도자 아바이 수령 김일성장군을 따라간다고서리 날마다 매일 통곡하는 에미나이가 많아야!
그런데 얼매나 좋네!
이북에 왔던 대학생, 목사, 신부 배때기가 얼매나 고팠으면 잠잘데가 얼매나 없었으면 고거이를 소원하는 생각을 했겠습메?
그래서리 그들은 숙식문제를 민족의 태양이신 김정일 지도자가 빠쁘신 중에도 문이환목사 구식신부 대학생이를 남반부에 지령해서리 이밥을 잘 대접하게 한기를 모르메? 시퍼런 옷도 입혀주고 카키복도 입히고 있어야! 고거이를 모르메? 글쓴다는 황식영이도 5년간 감옥에서리 꽁짜밥 먹게 해줬어야! 신문 연재소설이를 쓰게 감옥살이를 시켰지비! 그거이 없으면 어찌 글이를 쓰겠습메? 고거이 모르고 연애를 어찌 하지비? 그러니끼니 장모자리를 쇠뇌 못시키는 거이메!”
도민은 숙희가 개그를 하자 놀라는 눈으로 입을 벌리고 쳐다본다.
숙희는 밝게 웃으며 도민을 바라본다.
“내래 임자 어마니 눈깔에 쏙들게 하갔시요! 꺼럼!”
“도민씨는 남반부에서 일등 청년이야요!꺼럼!”
“못말리게 잘한다야! 앞으로 개그계가 발칵 뒤집어지겠다야!”
“칭찬 싫지 않습네다!”
“숙희가 명랑하게 웃고 말하니 병원에 햇살이 돋는다야! 나도 개그를 숙희한테 배워서리 개그맨으로 출도를 해야겠다.”
“정말?”
“그럼! 숙희는 내 선생으로 모실게!”
“수강료 얼마 줄건데요?”
“금강산 유람선 타고 금강산 가서리 리북 에미나이 안내원 쫄랑거려 따라댕기면서리 금강산 관광하게스리 지불하갔시요! 됐습네까?”
“좋았시요!”
“꺼럼! 내래 임자 어마니께 잘보이게 노력하갔시요!”
숙희는 졸지에 창백했던 얼굴이 햇살이 쪼였다고 조금 밝으래 해졌다.
숙희 엄마는 딸과 도민이 화기애애하게 담소하는 것을 보면서 걸어온다. 그녀는 도민이가 딸과 친한게 싫었다. 딱 어디가 어때서 싫은게 아니라 사자가 붙은 직업을 갖고 있을 확률이 전혀 없어서 싫었다.
그녀는 세도를 부리는 검사의 장모가 되고 싶었다.
누가 잡아다 가두지도 못할 뿐 아니라 장관하는 사람도 국회의원도 검사가 오라고 하면 꼼짝없이 불려오고 검사가 밤새도록 조사를 하면 꼼짝을 못하고 굽실거리며 취조를 받고 그리고 장관, 국회의원, 사업가, 경찰관들이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를 괜히 무서워하는데 그 기자들이 검사 앞에서는 쥐달음을 하는게 고소하였다.
기자들이 검사를 무서워하는 걸 보면 허위보도를 잘해서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짓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돈을 많이 먹고서 신문 방송에 보도해 주고 돈을 많이 먹고 보도를 안해 주고 신문에 보도할테니 돈내라 협박하고 공갈쳐서 돈을 많이 빨아먹기 때문에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그렇게는 생각을 못하고 기자들이 밑이 구린 짓을 많이 하니까 검사가 무서워 떠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녀다.
그녀는 검사 남편감에게 시집 가기를 원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검사 총각을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 기업체 사장 노릇을 해도 시덥지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소원을 자식이 이뤄 주길 소망하였다.
그녀는 열심히 자식을 닦달하였다.
그결과 그녀의 자식은 ‘너는 검사가 되라! 엄마 소원을 풀어라!’는 말에 쫓기어 다니느라 신경쇠약에 잠못이루는 고생을 하다 미국으로 유학 도망을 갔다. 그녀는 다시 숙희에게 검사가 되라고 사법고시 공부를 하라고 성화를 댔었다.
숙희는 엄마에게 시달리다 ‘검사 사위 보면 될 거 아니유!’ 하는 말로 얼버무려 피했었다.
그리고 여러날이 지난후 숙희는 도민을 만났다.